산이야기/일반 산행

[근교산행]청계산/淸溪山-雨中淸溪

강/사/랑 2009. 1. 11. 20:08
 [근교산행]청계산/淸溪山

 


버스가 달린다 / 차창에 초록 커튼이 꽂힌다 / 꿈틀꿈틀 산맥이 일어선다 / 사계의 솔 향기 위, 물들여놓은 / 꿈이 무늬 져 살아난다 // 피 한 바가지씩 내 심장에서 토끼뜀을 뛴다 / 신열을 눌러 눈을 감는다 / 살갗을 버리고 갈퀴질하는 산바람 내에 못 이겨 / 튀어 나가는 내 속 알이 바람의 꼬리를 타고 간다 // 옥녀봉 찾아가는 다섯 굽이는 / 바람노래 넘어가는 푸른 아치의 터널 / 나 홀로 걸어보는 신부의 장미꽃 꿈 / 고랑마다 휘감긴 산의 향기는 / 심연 깊은 저변의 엉겅퀴까지도 찍어내는 작살이다 // 
산과 삶이 반죽된 내 안의 것들 산살에 흘러들어 / 발효한 가스가 등성이마다 / 자락으로 들썩인다 / 유황을 바른 계절이 불씨를 치면 / 산더미보다 더 큰 불야성을 이루어 / 밤벌레도 돌아서는 등이 외롭지 않겠다 // 아직도 열어놓은 가슴의 피륙에 / 살아 숨쉬는 나무들의 메아리가 날 불러 / 새파랗게 진동하는데 / 산을 올라야 할 내 계절은 능선에 선 노을빛, / 곧 어두워질까 / 다만 더듬이 홀로 산, 산을 오르내린다.

 

-  유소례  '청계산'(전문)



8월 장마철이다. 시절에 맞추느라 시방 전국은 주룩주룩 내리는 비 소식으로 가득하다. 당연히 우리네 종주 산꾼들은 낙동이며 호남이며 먼 동네의 산길은 모두 개점 휴업상태다.


백두대간 할 때야 열정 가득하여 웬만한 비 정도는 뚫고 산행을 감행했다. 하지만 원래 열정이란 것이 언제까지나 계속 불 타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적당히 식기도 하고 은근해지기도 하고 그런 것이다. 은근한 불이 오래 가는 법이다. 따라서 요즘은 비 내리면 정맥 들어가던 무거운 배낭은 내려 놓게 된다.

 

그렇다고 산꾼들이 비온다고 집에서 TV 리모컨만 들고 뒹굴 수는 없는 일이다. 정맥 못 가는 비 오는 주말에 이리저리 사발통문이 돌아 가까운 청계산이나 한바퀴 돌기로 한다. 청계야 너무 가까이 있어 자주 찾지 못하는 산이니 이런 때에 한번 쯤 만나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마침, 뚜버기와 해리님 내외가 같이 동참하기로 해서 서울 사람들은 서울에서 출발하고, 경기도 사람은 과천에서 출발하여 매봉 쯤에서 조우하기로 했다. 


雨中淸溪


상세정보 :

과천 서울대공원역 ~ 서울대공원 외곽도로 ~ 과천매봉 ~ 헬기장 ~ 389봉 ~ 절고개 ~ 전망대 ~ 이수봉 갈림봉 ~ 공터 ~ 석기봉 ~ 헬기장 ~ 군부대 ~ 알바 ~ 옛골.

8월 2일. 아침에 일어나 짐 챙겨 집을 나선다. 과천을 가기 위해서는 산본에서 4호선 전철을 타야 하는데, 4호선을 타려면 일단 뒷산을 넘어야 한다.

 

아파트 단지 옆 놀이터를 지나 위로 계단식으로 오르면 산 능선에 이른다. 이 능선은 수리산이 한남정맥을 따라 흐르다 감투봉에서 우측으로 한남정맥을 흘려 보내고, 계속 산본 신도시를 휘감아 3단지 쪽으로 흘러 끝을 맺어가는 도중에 있다.

 

능선을 넘어 내려가면 산본 4단지가 나오고 그 앞에 4호선 수리산역이 있다. 수리산역에서 당고개행 4호선 전철을 타고 대여섯 정거장을 가면 과천 서울대공원역에 도착하게 된다.


 

청계산/淸溪山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시·의왕시·성남시 경계에 있는 산.
높이 618 m이며 주봉인 망경대()를 비롯하여 옥녀봉() ·청계봉(582 m)·이수봉() 등의 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이수봉은 무오사화()에 연루된 정여창이곳에 숨어 위기를 두번이나 모면하였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서쪽에 관악산(), 남쪽에 국사봉()이 솟아 있으며, 이들 연봉과 더불어 서울의 남쪽 방벽을 이룬다. 남북방향으로 뻗어 있는 능선은 비탈면이 비교적 완만하며 산세도 수려하다.  서울 근교에 위치한데다 서쪽 기슭에 서울대공원을 안고 있어 하이킹 코스로 찾고 있다. 정상인 망경대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북쪽의 청계봉이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남서쪽 중턱에는 신라 때에 창건된 청계사가 있고, 동쪽 기슭에는 경부고속도로가 동남방향으로 지난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함.)

 

 


# 청계산 개념도(원본은 진혁진님 작품) 

 

 


 

# 과천 서울대공원역. 장마철이라 한산하다.

 

 

 

# 과천 대공원 주차장의 플라타너스들. 

 

 

 

# 서울대공원 외곽도로를 따라 길게 올라가다가 우측 숲으로 올라가면 능선마루금에 오르게 된다. 

 

 

 

전철역에서 나와 주차장을 지나고 서울대공원 외곽도로를 따라 길게 올라가다가 우측 숲으로 올라 면 능선 마루금에 오르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그런데 외곽도로를 가는 도중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얼른 비옷 꺼내 입고 우중산행 준비를 마치고 우측 숲으로 올라간다. 한데 능선 마루금 바로 앞에서 철조망에 가로막힌다.  청계산은 수십 차례 오르내린 산이라 지도도 필요 없는 곳인데, 비 때문에 들머리를 지나쳤나 보다. 그리고 예전에는 이런 철조망이 없었는데, 서울대공원측에서 철조망을 새롭게 설치한 모양이다.

 

다시 도로까지 내려갈 수도 없고 철조망을 따라 난 소로길을 길게 올라간다. 그런데 이 길이 그냥 마루금이나 철조망을 따라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 위로 오르 내리며 철조망과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한다.

 

이런! 비 때문에 들머리를 지나쳐서 시작부터 알바를 하는구나! 이러다 마루금에 못 오를 것 같아 철조망이 좀 낮아지는 곳을 찾아 월담을 감행했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며 겨우 철조망을 넘어 마루금 등산로에 합류했다. 시작부터 30분 이상 알바를 했다.

 

길게 오르다 한차례 빡세게 밀어 올리면 과천 매봉에 이르고, 이곳에서 좌틀하여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비는 계속 오락가락한다. 

 

                         

# 저 놈의 철조망 때문에 30분 이상 알바를 했다.

 


#  비가 그치고 매봉을 지나 길게 진행하여 헬기장에 도착했다. 평상시 사람도 많고 막걸리 장수도 있는 곳이다.

 

 

 

# 청계산 정상이나 청계사까지도 이 길로 가야 한다. 

 

 

 

# 절골. 우측으로 가면 청계사로 하산하게 된다. 

 

 

 

# 청계산의 옛이름이 청룡산이었단다.

 

 

 

# 가파른 돌길을 올라가면,

 

 

 

# 잠시 조망이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 비 그치자 연무가 숲을 가득 메운다.

 

 

 

# 한차례 쎄게 밀어 올리면 전망대가 나타난다.

 

 

 

# 연무가 짙게 깔려 청계산 정상은 구름속이다.

 

 

 

# 과천 서울대공원도 연무 때문에 잘 보이질 않는다.

 

 

 

# 이수봉 갈림봉. 빗속에도 막걸리 장수가 나왔다. 이곳에서 좌틀한다.

 

 

 

# 잠시 오르내리다 한 차례 올라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 헬기장엔 반가운 얼굴들이 이미 주안상을 펼치고 있다.

 

 

 

# 전국팔도를 누비고 다니던 종주 산꾼들이 근교산에 모였다.

 

 

 

# 철조망에 갇혀 알바를 하는 바람에 내가 늦어 세 분은 이미 매봉을 넘어 이곳까지 왔다. 짙은 연무에 가려 석기봉도 망경대도 모두 오리무중이다.

 

 

 

# 뭐, 어차피 가벼운 산행과 산중 막걸리 파티가 목적이므로 이곳에서 짐 풀고 산상 파티를 벌인다. 산얘기, 산사람얘기에 웃음꽃이 만발하고 막걸리 잔이 연신 오고 간다. 오래오래 회포를 풀고 다시 짐 챙겨 하산길에 나선다. 산꾼부부의 情.

 

 

 

# 혼자 놀기.

 

 

 

# 석기봉 뒤쪽으로 헬기장에서 이어진 임도가  옛골까지 이어져 있다. 구불구불 시멘트 길을 길게 내려가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얼른 비옷들 꺼내 입고 우중산행을 하는데  비가 어찌나 많이 쏟아지던지 도로가 금세 물바다가 된다. 그렇게 길게 내려 가는데, 갑자기 군부대가 앞을 가로막는다.

 

 

 

지도에는 도로가 옛골까지 이어지는 걸로 나와 있는데, 그 도로는 군부대 때문에 출입을 할 수가 없다. 미군부대인 듯한데 위병소의 청경이 아무리 사정을 해도 출입불가만 외칠 뿐이다.

 

그래서 지도 확인하고 군부대를 우회하기로 하고 부대 좌측 숲속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또 한번의 대형 알바를 부른 잘못된 판단이었다.

 

우리처럼 우회로를 택한 사람이 많은 듯 숲속에는 희미한 소로가 철조망을 따라 나 있다. 앞을 가로 막는 잡목들을 헤치고 길게 오르내리며 철조망을 따라 가는데, 갑자기 대형 철조망이 전방을 가로막으며 더이상 전진을 할 수가 없다.  그 대형 철조망을 넘어 군부대 안으로 들어 가자, 그러면 큰일난다 등등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모든 알바의 해결책인 원위치를 하기로 한다.

 

비 때문에 미끄러운 숲길을 다시 헤치고 우이쒸이 우이쒸이 투덜대며 군부대 후문쪽으로 원위치 했다. 1시간여 알바를 했나 보다.

 

 

  

# 군부대 후문에서 산을 다시 치고 올라 마루금에 오르고 길게 내려가면 옛골 도로에 내려서게 된다.

 

 

 

# 입구 음식점에서 등산객들을 위해 신발씻기대를 만들어 두었다. 놀라운 상술이다.

 

 

 

# 그래서 아예 옷을 입은 채로 목욕을 했다.

 

 

 

# 목욕하고 새옷으로 갈아 입고 뽀송뽀송한 기분으로 하산주 한잔을 나눈다.

 

 

 

# 알바의 기억을 싹 잊게 만들어 준 동동주와 두부김치. 

 

 

 

# 위치에 맞는 적절한 상술을 보인 음식점.

 

 

 

# 장마철에 비 맞으며 상쾌하게 산행하고 멋진 산상파티와 맛난 하산주로 기분좋은 하루였다. 집에 돌아 오는 전철역에서 박영석대장이 눈을 잔뜩 뒤집어 쓰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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