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일반 산행

[근교산행]예봉산/禮峯山, 운길산/雲吉山-전철로 가는 근교 산행!

강/사/랑 2010. 11. 7. 13:17
 [근교산행]예봉산/禮峯山, 운길산/雲吉山

 

몇 년 전 이야기다. 아직 꽃들이 세상을 불 밝히기 전인 이른 봄날이었다. 마눌과 남해 금산(南海 錦山)으로 봄맞이 산행을 갔다. 남해 금산은 관음도량(觀音道場)인 '보리암(菩提庵)'이 유명하다.


보리암은 강화 '보문사(普門寺)', 낙산사 '홍련암(紅蓮庵)'와 함께 삼대 관음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관음보살(觀音菩薩)은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보살이다. 중생의 고통을 들어주고 구제해 주는 보살인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안고 관음도량을 찾아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남해 보리암도 그런 곳이다. 알려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무조건 들어 주신다는 곳이다. 우리도 간절히 바랄 소망 가진 고해(苦海)의 중생이었지만, 그날은 단지 남들보다 이른 봄맞이를 하자 하였다.


보리암 뒤쪽 바위 절벽 위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금산 산장(山莊)'이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고 낡은 산장이지만, 산정 가까이 위치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운치가 있는 곳이다.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던 시절이라 야영 대신 그곳 금산 산장에서 하룻밤 묵기로 하고 어두운 밤길 걸어 산장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출을 보겠노라고 정상을 향해 나섰다. 기대와 달리 출발이 늦고 날씨 흐려 일출을 보지는 못했다. 다만, 금산 보리암 마당에서 무심코 바다를 보다가 수묵담채(水墨淡彩)로 은은하게 먹빛이 번져 나가는 듯한 남해바다의 풍광에 오랫동안 넋을 빼앗겼었다. "아, 이런 곳에서 마음 공부를 한다면 나같이 속세에 찌든 이도 곧 한 소식 얻을 수 있겠구나!" 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작년 여름 호남정맥 종주할 때 이야기다. 폭염(暴炎)의 열기 속에 전라도 순창(淳昌) 일대의 산줄기를 더듬었다. 하루종일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물 소비가 많았다. 나머지 산길을 걷자면 물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잠시 정맥길에서 벗어나 절벽 위에 그림처럼 자리한 석탄사(石灘寺)를 찾아갔다.


작고 아담한 사찰이 절벽 위에 자리했는데, 비구니 스님이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계셨다. 중무장한 낯선 산꾼이 불쑥 찾아와 놀랠만도 했지만, 스님은 시원한 물은 물론이고 감자와 단호박 등 음식까지 맛나게 대접해 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갈증을 달랜 후 절마당에 섰다가 깜짝 놀랬다. 전방의 조망이 너무나 좋았던 것이다. 절벽 중턱에 위태롭게 서 있는 절집 앞으로 첩첩 산들이 그리메를 드리우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좋은 곳에 좋은 스님이 공부하고 계시구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때 절집 이름이 왜 석탄일까 궁금했는데, 그 석탄이란 이름이 '숯 炭' 자의 石炭이 아니라 '여울 灘' 자를 쓰는 '석탄(石灘)'이라 비록 산속이지만 물 대신 돌이 여울처럼 흘러 내리는 곳이라 물과 무관치는 않구나 무릎을 친 적 있다.

 

올해 이른 봄, 같은 호남정맥의 무등산(無等山) 자락의 억새밭에서 홀로 야영하였다. 안개 짙고 바람 강한 밤이었다. 고삐 풀린 말들이 내달리듯  바람 거센 하룻밤을 서걱이는 억새의 몸비비는 소리 들으며 홀로 보냈다.


뒷날 아침 지공너덜 지나 규봉암(圭峯庵)에 들러 물을 보충했다. 규봉암은 역사가 오랜 사찰이다.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창건하였다고도 하고 그의 법손인 순응대사(順應大師)가 세웠다고도 한다. 이곳 역시 무등산 규봉의 기암절벽 아래 절경의 장소에 절집을 올렸다.


무등의 정기 어린 곳이라 물이 달았다. 시원한 물 보충하고 해우소(解憂所)에 들러 근심을 풀었다. 맑고 시원해진 몸과 마음으로 절집 마당에 섰다. 아! 하는 감탄사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앞으로 화순(和順)의 골골 숨은 인간세와 저 멀리 동복호의 물결이 은빛으로 빛나는 있었다.


세상과 떨어져 세상을 굽어보며 그 세상 비춰볼 거울을 갖췄으니 마음 공부의 최적였다. 이곳 역시 큰 공부 이룬 스님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구나 싶었다.

 

이렇듯 산꾼의 이력으로 이 땅의 곳곳을 누비다 보면 배산임수(背山臨水)한 명당처에서 한 소식(消息) 이룬 각자(覺者)를 많이 배출했을 법한 멋진 절집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사찰이 명산의 명당처에 자리한 것은 우리나라가 원래 산악국가인 탓이기도 하고 불교의 탈속주의(脫俗主義)와 풍수지리(風水地理)의 영향을 받은 탓도 있다.


불교는 자기수행(自己修行)과 중생교화(衆生敎化)의 종교이다. 수행을 하자면 속세의 번잡함을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세상 욕심에서 벗어난 산사(山寺)처럼 공부에 적합한 곳이 있겠는가? 사찰이 산으로 간 까닭이다.


풍수지리 역시 사찰을 산으로 가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불교는 삼국시대에 도입되면서 당시 유행하던 풍수지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도선국사(道詵國師)는 산천비보(山川裨補)의 풍수사상에 정통하였다. 도선은 신라말 불교의 융성은 물론 불교 국가 고려(高麗)의 건국에도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이런 전통이 쌓여 우리나라 곳곳의 산천 명소에 크고 작은 사찰이 자리잡았고 오늘까지 그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도 속세의 번잡함에 지친 이들이 상처입은 마음 달래기 위해 즐겨 산을 찾고 그곳 천하절경의 장소에서 흔하게 사찰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전철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도 그런 멋진 명소가 있으니 '수종사(水鐘寺)'가 바로 그곳이다. 수종사는 경기도 남양주의 '운길산(雲吉山)'에 있다. 조계종 봉선사의 말사로 앞으로 북한강이 바라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사찰이다.

 

수종사는 신라 시대에 처음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 자세한 연혁은 알 수 없고 조선 세조(世祖)와 관련된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세조가 지병 치료차 강원도를 다녀오다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한밤중에 종소리가 들려와 그곳을 찾아 가보니, 토굴 속에 18 나한상이 있고 바위 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마치 종소리처럼 들리더라는 것이다. 이에 그 18 나한을 봉안해 절을 짓고 '물 水', '쇠북 鐘' 자를 써서 '수종사(水鐘寺)'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이고 현재의 절은 한국전쟁 때 피해를 입은 것을 현대에 재건한 것이지만, 명당인 점은 변함이 없어 오늘도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을 내려다 보고 "딴 생각 말고 공부하여라'고 말없는 말을 해주고 있다.

 

수종사는 초의(草衣)선사와 다산(茶山)선생의 흔적도 깃든 곳이라 물안개 피어 오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다향(茶香)에 젖어 보는 운치도 있으니, 세파에 찌든 몸을 산향(山香), 수향(水香), 다향(茶香)으로 정화시킬 수 있는 곳이다.

 

그리하여 이번 주는 먼 지방의 산길은 잠시 접어 두고 전철 타고 편하게 가까운 예봉, 운길산을 거쳐 수종사에서 물안개 피어나는 북한강의 푸른 물결이나 즐겨 보기로 한다.




전철로 가는 근교 산행!


일시 : 11월 6일. 흙의 날.

세부내용 : 팔당역 ~ 예봉산 입구 ~ 능선갈림길 ~ 쉼터 ~ 나무계단 ~ 전망대 ~ 예봉산 ~ 억새밭/헬기장 ~ 철문봉 ~ 적갑산 ~ 미덕고개 ~ 새우젓고개 ~ 운길산 ~ 수종사 ~ 운길산역.


11월 6일 흙의 날.
원래 계획은 다음 주면 산불방지 기간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지리산에 들어가 낙남정맥에 입문하려 했지만, 동행하기로 했던 회사 직원이 일요일에 일이 생겨 부득이 지리길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번에 같이 산행하기로 한 직원은 평소 마라톤을 하는 친구라 둘이서 지리산에 들어가 낙남길 산죽밭에서 빡세게 한 이틀 뒹굴다 올 생각이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그래서 진작에 계획만 하고 모두 마치지 못했던 '전철 타고 가는 산행길' 코스 중 하나인 예봉, 운길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전철 타고 가는 산행길'은 강/사/랑이 계획하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수도권에서 전철로 접근할 수 있는 가까우면서도 이야기 거리 많은 산들로써 가깝게는 삼각산, 도봉산, 사패산, 불암산, 수락산, 관악산, 청계산, 인왕산, 북악산 등이 있겠고, 조금 멀리는 광교산, 모락산, 소요산, 예봉산, 운길산, 계양산 등이 있고, 더 멀게는 양평의 용문산, 천안의 성거산도 포함 시킬 수 있겠다.

 

뭐 이제는 전철이 온양까지 이어지니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도 포함시키면 조금 억지가 될려나?

 

어쨌든 예봉과 운길은 전철로 두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고 팔당역에서 내려 예봉산으로 올랐다 다산 능선을 거쳐 운길산을 오르고, 하산하면서 수종사에 들러 낙조 물든 북한강을 바라보며 茶 한 잔 마시면 운치 또한 그만인 멋진 산행코스이다.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코스이니 이번 주 산행길로 이곳을 낙점하고 일행과는 10시쯤 팔당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예봉산/禮峯山

 

경기도 남양주군 와부읍 팔당리와 조안리 경계에 위치한 산. 높이는 683.2m로, 능선길로 1.5km 정도 떨어져 적갑산과 마주보고 이어져 있다. 인근 주민들은 사랑산이라고 불러왔고, 옛 문헌에는 예빈산(禮賓山), 예봉산(禮蜂山)으로 기록되어 있던 것이 조선총독부 《조선지지자료》에 예봉산(禮峯山)으로 나와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일제강점기에 오늘의 이름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수림이 울창하여 조선시대 때는 인근과 서울에 땔감을 대주던 연료공급지였다. 등산코스는 팔당리, 조안리와 조곡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팔당리에서는 팔당 2리 버스정류장(한일관)에서 철로 쪽 골목길을 따라 굴다리 밑을 지나 마을 회관 앞길로 올라간다. 계곡을 따라 들어가다 오른쪽 사슴목장에서 숲길로 접어들어 조동으로 넘어가는 갈림길이 나오면 가파른 길로 다시 올라가 쉼터에서 능선을 올라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에 오르면 팔당교와 한강, 검단산, 운길산 등이 바라보인다. 정상에서 북서쪽 안부로 내려서 팔당과 세광사로 가는 큰 길을 따라 630m봉에 올라 잡목림 길을 나아가면 적갑산에 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산은 적갑산을 올라 도곡리로 내려간다. 예봉산만 등산하면 3시간, 적갑산까지 곁들이면 하산까지 3시간 40분이 걸린다.

운길산/雲吉山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산. 높이 610.2m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 북서쪽 지점에 솟아 있다. 1890년(고종 27)에 지은 《수종사중수기》에는 운길로 나오고, 그보다 오래된 《동국여지승람》에는 조곡산이라고 적혀 있다. 산수가 수려하고 교통이 편리하여 가족산행이나 가벼운 주말산행지로 널리 알려졌다. 주변에 정다산마을·팔당호·서울종합영화촬영소·금남유원지 등의 관광지가 있고 산중턱에 수종사(水鐘寺)가 있어 볼거리도 많은 편이다. 특히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팔당호의 모습은 일찍이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전망이 제일이라고 격찬했을 정도이다. 서쪽의 적갑산(561m)과 예봉산(683m)을 함께 종주할 때 기준점이 되는 산이기도 하다. 산행은 송촌리나 진중리에서 시작한다. 송촌리에서 송성골마을로 들어가 수종사(水鐘寺)에 들른 뒤 산신각 옆으로 500봉을 거쳐 정상에 오르거나, 요사채 앞에서 200m를 내려가 오른쪽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 서면 예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적갑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행 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예봉산,운길산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금요일에 회식이 있어서 막걸리 한 통을 마셨더니 아침에 일어 나기가 힘이 든다. 요즘 계속해서 술 마실 일이 생긴다. 예전처럼 폭음을 하거나 폭탄주를 터뜨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끊었던 술이라, 계속 이어지는 술자리 후유증에 조금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새로 옮긴 직장에서 젊은 친구들과 술 한잔 나누면서 교감을 키워 가는 일이 일을 떠나 인간적으로 기분이 좋은 일이라 뭐 당분간 이 추세를 멈출 생각은 없다...^^

 

약속해 놓고 늦잠 잔다고 타박하는 마눌 등쌀에 얼른 샤워하고 짐 꾸려 집을 나서 전철역으로 향한다. 4호선 금정역에서 과천 거쳐 서울로 들어가 한강을 건너고, 이수역에서 중앙선 전철로 갈아타니 전철 안은 대부분 주말 산행을 나선 등산객들의 화려한 등산복 일색이다.

 

 

 

# 중앙선 열차. 서울을 벗어나자 한가해진다.

 

 

 

# 덕소에 이르러 종착역이라고 모두 내리게 해서 다시 용문까지 가는 다음 열차로 갈아 탄다.

 

 

 

이수에서 탑승한 열차가 용문까지 가는 열차가 아니라 덕소가 종점이라 덕소에서 잠시 기다렸다 용문행으로 갈아탔는데, 이 열차는 발디딜 틈이 없이 등산객들로 꽉 차 있다.

 

그런데 그 비좁은 열차 안에서 등산용 의자를 놓고 앉거나 그냥 바닥에 퍼질러 앉아 다른 사람들의 탑승이나 통행을 불편하게 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리곤 저희들끼리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큰소리로 떠들고 난리다. 혼자 왔으면 절대 하지 못할 뻘짓들을 단체로 움직이면 예사로 하는 쥐떼 근성을 가진 무리들의 통상적인 행동이다.


에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도 저런 인간들이 하는 짓일 것이다. 한마디 해 주려다 주말 좋은 기분으로 나선 산행길 망치기 싫어 무시해 버리기로 한다.

 

 

 

# 팔당역에서 동행을 만나 가볍게 산행 준비를 한다.

 

 

 

# 예봉으로 올라 다산능선을 걷고 운길을 거쳐 하산하니 C 자 형태가 되겠군!

 

 

 

# 도로를 따라 잠시 걷는데 감로주를 파는 곳이 나온다. 조금 시음해보니 달콤한 것이 쉽게 넘어 가기는 하네...

 

 

 

# 도로를 벗어나 계곡을 따라 오른다. 일용할 막걸리와 안주로 족발을 준비하고...

 

 

 

# 계곡을 버리고 좌측 산길로 오르며 본격적인 예봉산 산행을 시작한다.

 

 

 

# 올해들어 체중이 6kg이나 불어나고 주말 산행 외에는 전혀 운동할 기회가 없는 몸이라 체력이 저질로 변해 오르막에서 금세 헉헉 소리를 지르게 된다. 반면 동행한 직원은 마라톤을 하는 젊은 친구라 씩씩하게 앞장서 잘 간다. 한차례 곧장 위로 치고 오르면 능선 갈림길에 오르게 되고 이곳에서 우틀하여 다시 위로 치고 올라야 한다. 교통 좋은 근교산이라 주말 등산객으로 산길이 붐빈다.

 

 

 

# 정상까지는 아직 1.4km 더 올라야 한다.

 

 

 

# 찾는 사람이 많아 등로 훼손이 심하다. 이 날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찾았고 특히 회사 단위나 산악회 단위의 단체 산객들이 많다.

 

 

 

# 숨이 턱에 차 오를 무렵 공터가 있는 쉼터에 도착한다. 우측으로 조망이 트인 곳인데 오늘은 안개가 어찌나 짙게 끼었던지 시계는 제로 상태이다.

 

 

 

# 다시 가파르게 한 차례 밀어 올리면 첫 번째 나무 계단을 만난다.

 

 

 

# 나무계단길은 무릎에 부담을 주고 운치 또한 없지만 등로보호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 딱 지쳐서 술 생각이 날 정도의 지점에 주막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준비해 온 것이 있으니 그냥 패스.

 

 

 

# 두 번째 나무계단을 만나 다시 낑낑 오른다.

 

 

 

# 예봉산 자락의 숲은 이미 잎을 다 떨구고 겨울 색깔을 하고 있다. 올해는  갑자기 추위가 찾아와  가을을 건너 뛰어 버리는 바람에 단풍구경이 쉽지 않다.

 

 

 

# 중간에 전망대를 만나지만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잠시 숨만 돌릴 뿐이다.

 

 

 

# 마지막 피치를 끌어 올려 걸음수를 늘리면 드디어 예봉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예봉산은 경기 동부나 강원도의 사람들이 한양으로 향할 때 이 산쯤에서 임금이 있는 도성을 향해 禮를 올렸다하여 禮峰이라 불렀다 한다. 산 봉우리를 올려 보니 600대의 고도를 가진 산이지만 나름 정상부가 가팔라 저절로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게 되는 산이라 헛이름은 아닌 듯하다.

 

 

 

# 정상은 헬기장으로 되어 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오래 머물기 힘들다.

 

 

 

# 인증사진 한 방 남기고.

 

 

 

# 오늘 동행한 회사 직원. 운동 좋아하는 친구라 내도록 앞장서 잘 오른다.

 

 

 

# 팔당역에서 2.4km 정도 올랐나 보다.

 

 

 

# 다산 선생의 흔적이 있다.

 

 

 

# 맞은편에 철문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 정상엔 사람도 많고 안개 때문에 조망조차 전혀 없어 바로 철문봉을 향하는데 조금만 내리면 넓은 안부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도 주막이 있다.

 

 

 

# 지도상 억새밭이다.

 

 

 

# 넓은 헬기장이 있다.

 

 

 

# 누군가 솟대를 세워 두었다.

 

 

 

# 억새밭 중간중간 점심상이 펼쳐져 있다.

 

 

 

# 우리도 그 한켠에 점심상을 펼친다.

 

 

 

# 마눌표 도시락과 막걸리 한 통.

 

 

 

# 억새밭에서 마음에 점 하나 찍고 다시 길을 나서 다음 봉오리를 바로 올리면 철문봉에 이른다.

 

 

 

# 정다산 3형제는 실학의 대학자들이니 밝을 喆, 글월 文자를 써서 철문봉이라 이름 지었나 보다.

 

 

 

# 정작 정상엔 영랑의 詩가 적혀 있다. 그래, 내 맘 속에도 끝모를 강물이 흐르고 있다오!

 

 

 

# 잠시 내렸다 다시 한차례 올리면 봉우리가 나오는데 이곳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 맞바람이 강하게 불고 안개가 너무 짙어 위험해 보이는데 이 사람들 겁없이 하늘로 몸을 날리고 있다.

 

 

 

# 실제로 저 사람은 상승기류를 너무 강하게 받아 좌측 산등성이에 충돌할 뻔 했다.

 

 

 

# 뭐, 어쨌거나 저거로 하산하면 힘들이지 않고 내려 갈 수 있겠다.

 

 

 

# 또, 잔봉을 하나 넘고,

 

 

 

# 봉우리를 하나 더 오르면 적갑산에 오르게 된다. 봉우리들은 아주 많지만 정맥길의 산들처럼 마구 떨어졌다 다시 올리는 형태가 아니라 고도를 유지하며 가다가 살짝 올리는 형태라 힘들지는 않다.

 

 

 

# 오늘 예봉산으로는 수천 명의 등산객들이 팔당역을 출발해 올랐지만 대부분은 원점회귀를 하거나 억새밭에서 좌측으로 내려 가 버리고, 또 나머지는 이곳 적갑산에서 하산해 버린다. 우리처럼 운길산까지 이어가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 이후의 등로는 한산하여 걷기 좋다.

 

 

 

# 깊게 내렸다 편하게 진행하는데 중간중간 하산길이 많다.

 

 

 

# 봉우리도 여럿 지난다.

 

 

 

# 그러나 고도차가 없어 편안하고 좋다.

 

 

 

# 그러다 미덕고개를 만난다.

 

 

 

# 도곡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이다.

 

 

 

# 안개 자욱한 숲 너머로 산 하나가 우뚝하다. 비로소 제대로 치고 오르려나?

 

 

 

# 맞은 편에 산이 우뚝한데 계속 내리니 제대로 오르 내리게 만들 모양이군.

 

 

 

# 깊게 내려 새우젓고개에 도착한다. 새우젓 장수와 관련된 전설이라도 있나?

 

 

 

# 지도를 보니 사통팔달의 고개이다.

 

 

 

# 심심했는데 제대로 한번 치고 올라 보세!

 

 

 

# 갑산으로 이어지는 새재고개 갈림길.

 

 

 

# 요즘 수도권의 산에는 이렇게 시를 매달아 두어 잊고 있던 감성을 일깨워주는 고마운 일을 한다.

 

 

 

 

# 싯귀절들이 참 마음에 와 닿는다.

 

 

 

#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새우젓 고개에서 운길산까지는 대여섯 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있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길을 나선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이 정상을 그대로 타고 넘는 것이 아니라 우회로가 있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은데, 그래도 원래의 산 높이가 있는 지라 우회로들도 상당한 높이까지는 고도를 올려야 한다.

 

 

 

# 여러 개의 봉우리를 우회하거나 넘고서 본격적인 운길산 오름에 발을 올린다.

 

 

 

# 운길산 정상은 역시나 한번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전위봉들을 계단식으로 두어 개 넘고서야 가까이 갈 수 있다.

 

 

 

# 나무계단을 지나 암릉길을 한차례 올린다.

 

 

 

# 이곳도 조망이 좋은 곳인데 오늘은 안개뿐이다.

 

 

 

# 한차례 헉헉 소리 내고 나면 운길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 이곳 역시 운길산역에서 이곳만 목표로 오른 사람들이 많다.

 

 

 

# 그래도 예봉산보다는 한가하다.

 

 

 

# 운길산이란 이름은 태조 이성계와 관련이 있다 한다. 증조 할아버지는 산과, 증손자는 절과 관련된 일화를 남겼다.

 

 

 

# 정상에는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쉬기 좋다.

 

 

 

# 남은 막걸리와 예봉산 입구에서 구입한 족발을 먹는데, 배가 고플 때여서 그런지 원래 맛있는 것인지 족발이 너무나 맛나다. 막걸리야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 군인 아이들이 한 무리 올라 왔는데 얼굴이 참으로 앳되다. 나하고는 한 30년 차이 나는 친구들이다. 군 입대한다고 눈물 글썽이며 집 떠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 정상에서 막걸리 마시며 한참을 쉰 후 출발한다. 이제는 정말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 가파른 내리막이 길게 이어져 무릎에 부담이 된다.

 

 

 

# 깊게 내려가는 구나. 고도를 600 가까이 내려야 하니 그렇다. 

 

 

 

# 그래도 이곳에서 비로소 단풍 구경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

 

 

 

# 예봉산 자락은 단풍이 모두 떨어져서 겨울산 풍경이었는데 운길산은 아직 가을 옷을 입고 있다.

 

 

 

# 덕분에 눈호사를 한다.

 

 

 

# 깊게 내렸다가 도로를 만나 좌틀하여 오르면 수종사로 갈 수 있다.

 

 

 

# 수종사 입구 숲속의 단풍이 제법 볼만하여 넓게 펼쳐서 본다. 오늘 운길, 예봉에서 극도로 짙은 안개 때문에 조망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단풍 구경으로 조금 만회한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물방울 종소리 울렸다는 수종사.

 

 

 

# 수종사 마당의 조망 여기 멋진 곳이지만 오늘은 안개뿐이라 연인들은 셀카로 대신하고 있다.

 

 

 

# 뭐가 보이나?

 

 

 

# 이곳은 북한강의 푸른 물결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오늘은 막바지 단풍으로만 만족해야 한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수종사의 보물인 부도와 석탑.

 

 

 

 

 

# 이제 수종사의 명물인 은행나무를 만나러 간다.

 

 

 

# 세조가 수종사를 지을 때 기념으로 심었다고 한다. 나이가 무려 500살이 넘었다.

 

 

 

# 500년 기상을 얻고 싶은데 울타리가 있어 가까이 갈 수 없고, 해우소 근처에 있는 다른 한 그루는 울타리가 없어 그 나무의 정기만 받아 본다.

 

 

 

# 이러저러 하였더라!

 

 

 

# 저 숲 너머로 북한강의 푸른 물결이 흐르고 있다.

 

 

 

# 소망의 돌탑들이 산재하다.

 

 

 

# 수종사에서 차 한 잔 즐기고 싶었으나 안개 짙어 조망 없고 날조차 저물려고 해 다음을 기약하고 길을 나선다.

 

 

 

# 구불구불 정겨운 길에 도란도란 이야기 꽃이 피어 난다.

 

 

 

# 늦가을 정취로 이만하면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 미래불인 미륵부처님이 서 계신다.

 

 

 

# 수종사여, 다음에 비 내리는 날 한번 더 찾으리...

 

 

 

# 수종사 일주문 앞에 운치있는 주막이 하나 있다. 그 정취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 본다.

 

 

 

# 운치있는 장소에 운치있게 마련해 두었는데, 주인이 쬐끔 불친절하다. 그래도 산행으로 적당히 피곤 기분으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아주 맛나다.

 

 

 

# 땅거미 내리기 시작하는 산길을 길게 내려간다.

 

 

 

# 늦가을 어둠은 빨리도 찾아와서 6시를 조금 넘겼을 뿐인데 벌써 캄캄한 밤중이다. 밤길을 길게 걸어 운길산역에 도착하고 오늘의 산행을 종료한다.

 

 

 

이번 산행은 회사 직원과 동행하여 전철로 접근할 수 있는 근교의 예봉과 운길산을 이어 수종사로 내려오는 단촐한 코스를 다녀왔지만,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정말 좋은 산행길이었다.

 

다만 하루종일 짙은 안개가 온 산하를 뒤덮어 조망이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북한강의 푸른 물결을 볼 수 없었음이 옥의 티였다. 하지만 산천은 의구하니 그 푸른 물결 볼 날 다시 얼마든지 있으리니 무얼 아쉬워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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