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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꽃잎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강/사/랑 2011. 4. 22. 12:52
 [일상]꽃잎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꽃잎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한 잎 주워 찻잔에 띄우면 그만이지!

 

오래전 남도 여행길에 들른 지리산 쌍계사 앞 화개골 어느 찻집 벽면에서 본 글귀이다. 글귀가 하도 이뻐 확인해보니 조지훈 시인의 '낙화(落花)'란 시에서 모티브를 얻은 구절이었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지훈의 낙화 全文>

 

 

올봄 제대로 된 꽃구경 한 번 못했는데, 꽃은 어느새 아우성치듯 일제히 피어나 온 세상을 하얗게 빛내다 채 며칠도 화려하지 못하고 시샘 많은 봄비에 다 떨어져 버렸다. 출근길 전철역에서 본 벚꽃길은 나뭇가지 대신 보도블록이 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그래,

꽃잎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빗물을 탓하랴!

한 잎 주워 찻잔에 띄우는 호사나 즐겨 볼까나...

 




 

 

 

# 금정역 앞 벚꽃길의 이 하얀 절정은 내년 봄에나 다시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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