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사진으로 만나는 세상

[일상]이거이 山行인가 酒行인가?

강/사/랑 2012. 6. 12. 13:09
[일상]이거이 山行인가 酒行인가?


1년에 딱 하루만 산문(山門)을 일반에게 개방하는 문경 봉암사. 봉암사는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로 60여 년 전 청담, 성철, 자운, 보문, 우봉스님들이 시작한 '봉암사(鳳巖寺) 결사(結社)'로 유명한 사찰이다.

 

봉암사 결사란 조선의 억불정책과 일제의 식민지정책으로 인한 불법(佛法)의 쇄락과 근본정신의 타락을 타파하고자 "부처님 법(法)대로"  살아보자는 불교쇄신 운동으로써 한국불교의 근본 정신을 재건한 획기적인 수행운동이었다.

 

그 정신과 전통을 살리고자 봉암사는 수행도량으로써 청정지역을 선포하고 산문을 닫아 걸었다. 대신 일반인에게는 1년에 딱 하루 부처님 오신 날에만 개방을 하게 된다. 덕분에 백두대간 종주꾼들은 희양산 구간에서 봉암사 젊은 스님들과 은티재 골짜기에서 가네 못가네 실랑이도 많이 벌여야 했다.

 

홀산의 몇몇 산꾼 중에도 봉암사 산문 개방처럼 연중행사를 하는 이들이 있으니 1년에 딱 하루만 정맥길에 나서는 '홀산 금남정맥 종주대'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단기속성에, 밤낮불문에, 거리불문에 찌든 한국 산악인들의 1대간9정맥 종주 방식에 과감히 반기를 내걸고 최대한 천천히, 최대한 느긋하게, 최대한 오랜 기간에 걸쳐 금남정맥을 함으로써 "자연의 법대로" 걸어보자는 획기적인 산행 방식을 주장한다.

 

그리하여 만고강산, 흥청망청, 고주망태의 정신으로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권주가 부르며, 쉬면서 마시면서 산길을 걷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이들이 과연 산꾼인지 술꾼인지 헷갈리는 점 상당하다 하겠다.

 

 


 

 

# 대둔산 아래 어느 쉼터 마루를 하루 빌려 오랜만에 다시 재회한 기념으로 새벽 3시까지 막걸리 잔을 돌렸다.

 

 

 

# 아침밥 끓여 먹으면서 또 해장술 마시겠다고 막걸리를 따고 있다. 불과 두 시간 전에 잔 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작취미성(昨醉未醒)인데도 그러하다.

 


                                 

# 산행출발지인 오항동 고개 정자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뚜벅. 산행 시작 전부터 전을 펼치고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 말로는 올라가서 먹자 하면서도 술냄새 맡고 하나 둘 모여 든다. 손에손에 개인화기 지참하였다.

 

 

# 뙤약볕 아래 땀 뻘뻘 흘리며 배티고개에 도착.

 

 

                                 

# 뭐, 딴 거 없다. 그냥 막걸리병부터 꺼낸다.

 

 

 

# 한차례 땀 찐하게 흘리기는 했다. 대둔산 낙조산장에 도착.

 

 

 

# 땀으로 빠져 나간 수분은 막걸리로 채워야 한단다!

 

 

 

이후는 길 잃고 어쩌고 하면서 술 먹을 정신없이 잘 참았다. 산 속에서 길 찾기 바빠 그랬다. 그러다 대둔산 수락주차장으로 하산해서 택시 기다리며 막걸리 잔 한 차례 또 돌렸다.

 

 

 

# 차 회수해서 대둔산 자락 어느 물가에 헝겊집 세 개 짓고.

 

 

 

# 닭백숙 안주있으니 소맥 폭탄이 마구 돌기 시작한다.

 

 

 

# 개구리 소리 정겹고 하늘에 별 총총하니 어찌 그냥 잘 수 있으리. 밤이 이슥도록 술잔은 돌고 또 돈다.

 

 

 

# 뒷날 월성봉 정상에 올라 또 전을 펼친다.

 

 

 

 # 마, 그냥 좋탄다!

 

 

 

 # 산 봉우리 몇 개 넘고 바람골 하나 만났다. 다시 시작이다. 틈만 나면 주저앉아 마신다.

 

 

 

 # 이날 산행길을 만만하게 여겼다가 된통 혼이 난 이후 서로 위로 하며 또 한 잔씩 돌린다.

 

 

 

이후 산행 마치고 차 회수해서 깔끔하게 목욕하고 귀경길에 추부에 들러 추어탕 끓여 두고 마지막으로 한 잔 씩 돌린 후 각자의 서식지로 향하다.

 

 

"여러분 보시기에 이들이 산꾼이겠습니까? 술꾼이겠습니까? 또, 이들이 산행을 하는 걸까요? 주행을 하는 걸까요? 과연 이들의 금남정맥이 언제나 끝이 날까요? 그날 부여 굿드레 나루앞의 강물이 물빛일까요? 술빛일까요?"

 

궁금타! 또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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