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산행]민둥산/禿山 - 2012년 10월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님의 침묵(沈默) 中>
만해(卍海) 스님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아, 스스로 님의 향기로운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얼굴에 눈멀었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만해의 님은 생명의 근원(根源)이기도 하고 불도(佛道)나 불타(佛陀)이기도 하고 조국과 민족이기도 하고 아예 진짜 님이기도 했을 것이다. 때문에 님과의 첫 키스는 깨달음의 첫 순간이기도 하고 운명의 첫 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굳이 도를 깨우친 선각(先覺)이 아닐지라도 첫 만남, 첫 느낌의 강렬함이 운명(運命)을 좌우함은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종종 경험하는 바다. 그 경험의 깊이 저마다 다를지라도 강렬한 기억이야 오래 남을 일이다. 간혹, 그 첫사랑의 날카로운 추억으로 인해 평생 가슴 한쪽에 찬바람 소리 들으며 사는 이들도 있다.
살다 보면 사람과의 만남에서만 이러한 강렬한 첫 만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만났던 특정 지역이나 사물, 강물이나 산봉우리 등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에게 있어 강원도 증산(甑山)에 있는 '민둥산(禿山)'이 바로 그러한 날카로운 첫 느낌의 산이다.
민둥산과의 첫 만남은 십수 년 전 마눌과 함께 떠났던 강원도 정선(旌善)으로의 가을 여행이다. 나는 그때 낚시꾼이었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가을 강물 냄새 맡으며 견지낚시를 했다. 가을 강물은 차다. 하루종일 여울 속에 서 있었더니 몸이 얼었다. 저녁에 아우라지 강가 어느 식당에서 매운 갈비와 소주 한 잔으로 몸을 녹였다.
그때 식당 벽에 걸려 있는 사진으로 민둥산을 만났다. 길쭉한 산등성이 전체를 은빛 억새물결이 뒤덮고 있는 사진이었다. 식당 주인에게 그 사진의 정보를 얻었다. '민둥산'이었다. 뒷날 그 억새 보고 싶어 간편한 차림으로 민둥산을 찾았다.
당시의 증산은 강원도의 한적한 시골 마을이고 민둥산 역시 전문 산꾼들 사이에서만 억새 산행지로 알려져 있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찾는 사람 별로 없고 한적하였다. 하루종일 사람들 말소리 들을 일 없이 호젓한 산길을 둘이서만 오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낚시에 미쳐 살 때였다. 자동차에 늘 낚시 장비를 싣고 다니며 좋은 물가를 만나면 낚싯대 담글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산행은 장비도 없고 그저 등산화만 하나 차에 싣고 다녔다. 때문에 그냥 작은 배낭에 초간단 채비를 하고 산행을 했었다.
초보 산꾼이 산책하듯 설렁설렁 나선 길이었다. 그런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한차례 땀 흘린 후 능선 마루금에 올라섰다. 그곳에서 우리는 눈 앞에 펼쳐지는 별천지(別天地)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은빛 장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억새의 바다였다. 그 산 능선에는 가을 햇살에 알맞게 익은 하얀 억새꽃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좌측 산의 사면을 타고 오르는 바람 때문에 일제히 우측으로 몸을 기울이며 춤을 추는 억새들은 적당히 서늘하고 적당히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은빛 몸을 눕혔다 일어날 때마다 와사사와사사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산불감시초소 하나 덩그러니 있을 뿐인 정상에 오르면 산의 정상부는 온통 빛나는 억새밭의 물결이고, 좌측 화암약수 방향의 산등성이는 억새밭 중간중간 키 작은 소나무들이 달마시안의 무늬처럼 점점이 박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인적 없는 정상에서 정말 오래오래 그 황홀한 경치에 넋을 잃고 있었다. 이윽고 춥고 배고파 좌측 화암약수 방향으로 하산하였다. 하산길에 배추밭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을 만났다. '발구덕 마을'이라 불리는 이 마을은 석회암 지대의 특징적인 움푹 파인 '돌리네' 지형 속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발구덕 마을 끝자락에는 두 채의 집이 있었다. 한 채는 제법 규모를 갖추었고 한 채는 그야말로 오막살이였다. 대문 없고 담장 없는 단 칸의 오막살이집에 할머니 한 분이 저녁 군불을 지피고 계셨다. 그 댁 툇마루에 앉아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도 오래 나누었다.
잠시 후 우리 뒤로 어느 중년 부부가 산에서 내려왔다. 할머니를 비롯한 우리 두 부부는 툇마루에 낮아 헤이즐넛 커피를 나눠 마셨다. 헤이즐넛은 맛보다는 향이 좋은 커피다. 이후 우리는 헤이즐넛 향기만 맡으면 그날의 여운이 오래오래 남았다.
이처럼 민둥산은 우연히 찾았다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 산이었다. 그 느낌이 좋아 그 이후 사오 년 만에 다시 찾아갔었는데, 그때는 이미 관광지로 변모해버린 뒤였다. 때문에 찾는 이도 많을뿐더러 근처에 있는 카지노의 영향으로 난잡한 분위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그래도 아쉬워 그 이듬해 다시 찾았는데, 해가 갈수록 한적하고 사색적이었던 옛 정취는 찾을 길 없고 소란스럽고 천박한 패거리들만 넘쳐나 결국은 발길을 끊고 말았다.
이후로 민둥산은 우리 기억에서 사라지고 오랜 추억의 잊혀진 산이 되어 버렸다. 사람의 천박한 때가 너무 많이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세월이 흘렀다. 1대간 9정맥이 거의 끝나가고 주말에 딱히 산줄기 찾아갈 곳 없어 방황하였다. 그런데 마눌이 오랜만에 같이 민둥산에 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였다.
"가만있자, 우리가 민둥산에 가 본 지가 만 8년이 넘었구나!" 비록 사람 때 많이 묻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산이니 한 번쯤 다시 가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리하여 가볍게 당일 산행으로 지고 갈 등짐 챙기고 차편도 알아보았다.
우리 순이도 민둥산 산행 경험이 있는 강아지다. 하지만 녀석은 이제 너무 늙고 병들어 혼자서 거동도 불편하다. 아픈 강아지 홀로 집에 주고 야영 산행으로 일정 잡기 어려웠다. 때문에 당일 산행과 자가용 아닌 대중교통을 선택하게 되었다.
증산에는 열차가 다닌다. 인터넷으로 열차표를 검색했다. 토요일 온종일 매진 상태이던 민둥산행 열차표가 새벽 한 시쯤에 드디어 빈자리가 생기고 용케 돌아오는 열차표 역시 그 시각쯤에 구할 수가 있다.
민둥산행도 정말 오래간만이고, 마눌과 산행길 나서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구나... 기대만발이다!

2012년 10월의 만남! 
일시 : 2012년 10월 14일. 해의 날.

민둥산(禿山) 강원도 정선군 남면과 화암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는 1,117m로, 산의 이름처럼 정상에는 나무가 없고, 드넓은 주능선 일대는 참억새밭이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30여 분은 억새밭을 헤쳐 가야 할 정도이다. 억새가 많은 것은 산나물이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억새에 얽힌 일화도 있다. 옛날에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마을을 돌면서 주인을 찾아 보름 동안 산을 헤맸는데, 이후 나무가 자라지 않고 참억새만 났다고 전한다. 억새꽃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피며, 해마다 10월 중순에 억새제가 개최된다. 산 자락에는 삼래약수와 화암약수가 있다. 산행은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해발 800m의 발구덕마을에 이른 다음 왼쪽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억새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주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른 뒤 발구덕마을을 거쳐 증산마을로 하산한다. 약 9㎞ 거리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산은 정상에서 억새군락을 지나 북쪽의 지억산(1,117m)을 오른 뒤 불암사를 거쳐 화암약수로 내려오는데, 14㎞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자동차로 발구덕마을 입구에서 산행하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주변에는 가리왕산(1,560m)과 아우라지 나루터 등의 명소가 있다. 민둥산역(증산역) 주변에 숙박 시설이 있고, 화암약수 부근에 야영장이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민둥산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2012년 10월 14일, 해의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 끓여 먹고 홀로 남을 강아지 챙긴 후 짐 꾸려 집을 나선다. 어두운 아파트단지 도로에서 어렵게 택시를 잡아 타고 석수역으로 향한다. # 일요일 신새벽 전동차엔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 청량리행 1호선 전철이 들어오고 있다. 
# 동쪽으로 여행갈 때 꼭 들려야 하는 청량리역. 
# 강릉행 첫차에 탑승한다. 
# 일요일 첫 열차에는 등산복 입은 사람들이 많고, 민둥산역에도 많이 내린다. 
# 어라? 축제 중이네? 오늘 또 엄청나게 번잡하겠구나... 옛날에는 증산역이었는데 민둥산이 관광지가 되면서 역이름도 민둥산역으로 바뀌었다. 강원도는 요즘 이런 방식의 지명 개명(改名)을 여러 곳 하고 있다. 김삿갓면, 한반도면 등이 대표적이다. 
오랜만에 타는 교외 열차 여행이라 옛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옛날 청량리역에서 강원도행 열차를 타면 승객 대부분이 젊은 청춘들이었다. 청평이나 대성리로 여행가는 청춘들과 강촌이나 춘천으로 가는 젊은이들의 들뜬 열기가 열차 가득했었다.
시절 변하니 열차안 풍경도 변했다. 기타치며 노래하는 청춘들 대신 이제는 나이 든 등산객들이 열차를 점령하고 있다. 따라서 싱그러운 젊은 열기의 노랫소리 사라지고 주위 의식하지 않고 마구 내지르는 천박한 여인네들의 웃음소리와 떠들석한 잡담들이 난무한다. "에잇~ 젊은이들 노랫소리 듣기도 조용한 사색도 모두 틀렸구나! 모자란 잠이나 좀 자자!" 세 시간 넘게 시끄러운 소음에 시달리다 민둥산역에 도착하여 서둘러 짐 꾸려 플랫폼에 내려선다. "아~ 이 역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때는 이름이 증산역이었는데, 건물도 이름도 새롭게 바뀌었구나!" "어라? 그런데 억새축제중이란 현수막이 걸려있네? 아이고~ 오늘 크게 소란스럽겠구나!!" # 역광장을 나오자 저 멀리 민둥산이 올려다보인다. 
# 땡겨보면 정상부의 억새밭이 보인다. 
# 걸어서 증산초등학교쪽으로 이동하는데, 관광버스가 연신 도착하며 엄청난 인파를 쏟아낸다. 
# 우와~ 저 많은 인원이 산으로 쏟아져 들어갔다고?? 
# 증산초교 건너 들머리부터 사람들로 붐빈다. 
# 흐미~ 축제중인 줄 모르고 왔다가 이 난리를 보는구나! 
# 들머리로 조금 오르면 발구덕 마을쪽으로 가는 완경사길과 좌측 급경사길로 나뉘고, 다시 좌측으로 우회하는 완경사길과 직등하는 지름길로 나뉜다. 
# 그나마 사람들에게 덜 시달리려면 급경사길로 가야 한다. 
# 이 길도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 엄청나게 많은 사람, 때문에 먼지가 풀석풀석 날리는 가파른 등로, 고함소리, 음담패설, 종소리, 뽕짝음악소리 등에 시달리며 힘들게 경사로를 길게 올라가면 산을 가로지르는 임도에 올라서게 된다. 
# 예전엔 그저 벤치 두어 개 있던 곳인데, 이렇게 변했다. 
# 벤치에 앉아 물 마시고 휴식하다가 다시 들머리로 올라간다. 
# 아이고, 사람 많고 소음많고 먼지 많다! 
# 한차례 찐하게 치고 오르면 예전에 없던 전망대 데크가 나타난다. 
# 증산마을과 올라온 민둥산 사면이 내려다보인다. 
# 예전에 이 길로 오르기가 이렇게 힘들었나? 
# 이제는 길도 넓어지고, 먼지도 덜하다. 
# 첫 봉우리 초입부터 억새밭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 오, 민둥산 억새여, 참으로 오랜만이다! 
# 바람은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강하게 불고 있다. 
# 봉우리에 올라서면 비로소 억새밭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 하이고~ 사람 많구나! 
# 그런데 억새밭이 예전에 비해 많이 훼손되었다. 
# 여전히 멋진 뷰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 억새대신 잡풀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 사람들이 원인이겠지. 
# 그래도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 사람들의 소란함을 잠시 잊게 만든다. 
# 단풍은 아직이다. 
# 마눌과는 참 오랜만에 같이 산에 올라 본다. 
# 억새들 춤추는 소리는, 
# 여전하구나. 
# 사람이 너무 많아 한군데 머물 수가 없다. 
# 돌아보고, 
# 예전엔 저 오름 중간중간 억새로 움집을 지어 놓았는데... 
# 많이 아쉽다. 
# 그래도 아직은 볼만하다. 
# 정상은 완전 시장통이다. 
# 정상석 한번 만져보기 정말 어렵다. 
# 정상에도 예전에 없던 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산불감시초소는 철거되었고. 
# 억새평원과 저 아래 증산마을. 
# 십몇 년 전 처음 왔을 때는 사람은 없이 억새만 가득했는데... 
# 햇살에 익어가는 억새꽃은 여전하다. 




# 오래오래 억새꽃 물결에 취해본다. 
# 정상 너머 저 뒷쪽의 지억산. 
# 민둥산의 자연 훼손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 지역. 이곳은 지하의 석회암지대가 침하하여 움푹 파인 돌리네지형으로 예전에는 억새밭과 그 사이사이 키 작은 소나무들이 멋지게 자라던 곳이다. 지금은 억새밭이 사라지고 잡목들이 그 자리를 점령해가고 있고 소나무들도 고사하였는지 사라지고 있다. 
# 화암약수 가는 저 능선길 좌우로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졌는데... 
# 사람의 발길이 이렇게 만들었나 보다. 


# 사람 참 많기도 하다! 경상도, 전라도, 서울 등등 전국 팔도에서 왔다. 
# 데크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점심상을 펼치는데 기타소리가 들린다. ㅎㅎㅎ 여성들에게 인기 좋다. 예전 우리젊은 시절에도 저랬다. 같이 몇곡 불렀 보았다. 
# 민둥산 막걸리도 한 잔 하고, 
# 맛도 괜찮고 목 넘김도 좋았는데, 나중에 깰 때 머리가 쬐끔 아프더라. 
# 후식 먹고 커피도 한 잔! 
# 주변의 산하는 아직 단풍 옷을 입지 않았다. 
# 이곳에 올 때마다 항상 저 길이 눈에 들어 온다. 
# 불과 8년 만에 억새밭이 많이 축소되었다. 



# 가을에 보내는 편지. 
# 인간의 발길에 훼손되어가는, 
# 민둥산의 모습이 안타깝다. 
# 소란스러워 오래 머물지 못하고 정상을 떠난다. 
# 하산은 발구덕마을쪽으로 내려간다. 
# 맞은편 산의 참나무 숲도 예전같지가 않구나. 
# 저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단풍도 볼만했는데... 
# 아쉬운 맘 가득 안고 산을 내려간다. 
# 이 쪽 길은 아주 편안하다. 
# 마을 입구 삼거리. 음식점들이 점령했다. 
# 단풍도 전체적으로 예전같지 않다. 
# 아래로 움푹 파인 돌리네 지형, 그 안으로 내려간다. 
# 저 집은 십몇 년 전에도 저랬는데 아직 허물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 저 마루금을 따라 작은 소나무들이 중간중간 서 있었고. 
# 두세 가구가 사는 발구덕마을. 
# 이 집은 여전하다. 그 할머니는 아직 저 집에 사실까? 저기 툇마루에서 오래 얘기를 나눴었는데... 

# 성황당 좌측으로 하산. 
# 사람 없고 먼지 없고 참 좋다. 
# 대부분 하산은 이 가파른 지름길로 하나 보다. 
# 증산초등학교 입구로 하산 완료. 
# 억새꽃 축제가 17회나 된다고? 그럼 내가 처음 왔을 때도 축제를 했다는 얘긴데?? 그 때는 정상에 딱 우리 둘 뿐이었는데?? 그 당시는 우리 회사를 비롯해 대한민국에서 몇 군데 회사만 주 5일제여서 그랬나? 
# 한두어 주 후에야 단풍이 들겠구나! 
# 마을을 지나 민둥산역으로 복귀한다. 

# 예전에 저런 모습이었다. 민둥산역에 걸려 있는 사진. 
# 5시 10분 열차를 기다린다. 

# 예전같지 않아 아쉽기는 하지만, 
# 간만에 억새꽃 구경은 실컷했다. 

# 저 멀리 민둥산을 한 번 더 돌아보고, 
#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은 이제 희미해진다... 다시 한 몇 년 후에 사람들 피해 야영하러 밤에 한번 올까나? 
# 날카로운 옛 추억만 가슴에 남겨 두고 증산을 떠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첫 만남이 너무나 강렬했던 민둥산! 이제 세월 흘러 나도 나이 들고, 그대도 사람들 발길에 밟혀 초라해져 가고 있구나! 날카로왔던 우리의 첫 키스는 옛 추억으로만 남으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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