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1코스/시흥광치기 올레-새로운 도전, 올레길!!
올레길은 제주 출신의 서명숙이란 이가 제안한 도보여행 코스이다. 올레란 말은 '집 대문에서 마을 길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을 이르는 제주 토종말이다. 결국, 좁은 골목길을 일컫는 말인데, 이를 마을 바깥으로 확장하여 들길과 산길 그리고 해변 길로 연결하였고 마침내는 제주를 한 바퀴 걸어서 돌 수 있게 만든 길이다. 2007년 제주 시흥리에서 광치기 해변까지 이어지는 1코스가 처음으로 개장되었다.
서명숙이란 이는 시사저널 편집장 출신의 언론인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은 이후, 그 길과 같은 도보 여행길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단다. 그 후 고향 제주로 내려가 끊어진 길을 잇고, 잊혀진 길을 찾으며, 사라진 길을 불러내어 올레길을 만들었다.
그 길이 삶의 무게에 시달리고 빠른 속도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을 제주로 불러들였고, 급기야는 전국적인 열풍으로 번져 평화와 행복과 치유의 순례(巡禮) 행렬을 이끌어 내었다. 2013년 현재 21개의 정규코스와 5개의 부속 코스가 개장되었고, 매년 수십만의 올레꾼들이 그 길을 걷고 있다.
뭐 한가지가 좋다 하면 앞뒤 재지 않고 몰려들거나 따라 하는 것이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습성이라 현재 전국적으로 무수한 올레의 아류(亞流)가 지자체장들의 치적(治績)으로 포장되어 개발되고 있다. 개중에는 지리산 둘레길, 서울 성곽길, 북한산 둘레길처럼 나름의 위치를 확보하고 사람들의 호응도 얻은 길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듣도 보도 못한 이름과 코스로 개발되어 지역주민들조차 알지 못하는 길들이 허다한 실정이다.
아류들의 부진과는 달리 제주 올레는 히트상품이 되었다. 올레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단순히 처음 생겨난 원조 도보 여행길이라 그런 것이 아니고, 그 길 속에 제주의 역사와 제주 사람들의 오랜 삶이 녹아든 갖가지 이야기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올레길 이전에도 국내에는 도보 여행가들 사이에 알려진 몇몇 도보 여행길이 있기는 했다. 옛날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영남대로', 목포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1번 국도 여행', 동해 바닷가를 따라 고성에서 울산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 여행'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길들은 몇몇 도보 여행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었지 올레처럼 전국민적 관심을 얻지는 못하였다. 그것은 제주 올레가 화산섬이라는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그곳에 이어져 온 옛이야기들을 잘 녹여 스토리 텔링에 성공한 데 기인할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창조 경제'란 말이 국정의 중심 화두로 대두되고 있으나 그 창조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지향점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난무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제주 올레의 성공이 바로 창조 경제인 듯하다.
오늘날의 창조란 예전처럼 세상에 없던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왕에 있었지만 의미 없이 잊혀져 있었거나 사라졌던 것들을 발굴하여 그것들을 엮는 의미를 적절하게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제주 올레가 바로 그러했다. 비록 모티브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에서 얻었지만, 구간 구간 모두에 제주만의 독특한 자연 풍광과 그곳에 깃든 인간세의 스토리가 결합하여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 길이 탄생한 것이다.
다만, 제주 올레길은 제주도의 자연과 인간세가 어우러져 성공을 하기는 했지만, 제주라는 지역적 격절성(膈絶性)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기는 하다. 나 역시 그러하여서 진작부터 올레길을 걸어 볼 바램은 있었으나 제주까지의 접근 거리와 시간 확보가 만만치 않아 늘 생각만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러다 설악에 이미 눈이 내린 시월 말에 드디어 뒤늦은 여름 휴가를 가게 되어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오래 미뤄 두었던 올레길에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다.
새로운 도전, 올레길!!
10월이 중순을 넘어 가을이 깊어 갈 무렵에야 드디어 여름휴가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직원들 휴가 다 보내고 마지막으로 휴가를 잡다 보니 그리되었다. 그나마 휴가 예정 이틀 전에야 일정을 확정할 수 있었다.
원래 계획은 영남알프스 종주나 한라산 등반을 할 작정이었으나, 양쪽 다리 모두에 찾아온 장경인대염 때문에 산행은 불가능한 몸 상태이다. 몸 회복을 위해 3주일 동안 자전거 출퇴근을 멈추고 주말 산행도 멈추었다. 매일 소염제 맛사지에 스트레칭도 꾸준히 실시했다. 덕분에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통증 없이 걸을 만은 하다.
그래서 오르내림 많은 산행 대신에 제주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올레길은 진작부터 종주를 생각하고 있던 길이라 이렇게 몸 상태 좋지 않을 때 대안으로는 안성맞춤이다. 급히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짐도 꾸린다.
다만, 나야 원래 한뎃잠 자기 좋아하는 종주 산꾼이니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기보다는 전 구간을 야영으로 진행할 작정을 했다. 그랬더니 짐이 다시 산더미처럼 높아진다. 양다리 모두에 장경인대염이 걸린 환자가 25kg 배낭을 메고 장거리 도보여행을 할 수 있으려나?
시원찮은 남편 무릎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 마눌에게 제주 올레길을 야영으로 모두 마친 사람은 흔치 않으니 자부심을 가지라 격려한다. 대신, 다리 상태가 나빠지면 중간에 멈출 각오를 하고 무릎보호대, 진통제, 소염제 등 대비 물품을 챙겨 집을 나섰다.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하며, 통상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이다. 도보여행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은 언론인 서명숙씨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개발한 것이다.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변, 총 15km)가 개발된 이래, 2012년 5월까지 20코스까지 개장되었다. 각 코스는 일반적으로 길이가 15km 이내이며, 평균 소요시간이 5-6시간 정도이다.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여 구성되며, 제주 주변의 작은 섬을 도는 코스도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는 지속적으로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존 길을 탐사하고 걷기 좋은 길을 선별하여 서로 연결하여 코스를 만드는 형태이며, 필요한 경우 폭을 넓히거나 장애물을 제거하는 식으로 걷기 좋게 만들어주는 작업이 수행된다. 계획적인 코스 개발과 홍보를 통해서 도보여행지로 성공한 제주 올레길은 제주도의 관광사업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도보여행 열풍을 가져왔다. 올레길의 성공 이후 전국에서 도보여행 코스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곳저곳>
# 제주 올레길 1코스 개념도.
# 휴가 확정이 늦어 출발 하루 전에 급히 비행기를 예매했다. 그래서 출발이 오후 3시 20분으로 늦다. 마침 상갓집에 문상 갈 일이 생겨 오전에 문상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저가 항공을 예매했더니 비행기가 아담하다.
# 비행기 여행은 영 적응이 잘 안 된다. 늘 이륙하는 순간이 무섭다. 몸이 뒤로 넘어가게 계속 상승하더니 비행고도에 이르러 수평을 확보한다. 창밖으로 한강 하구와 일산의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인다.
# 서해까지 서진하더니 기수를 남으로 돌린다. 그 아래에 무의도가 보인다. 좌측의 호룡곡산과 우측의 국사봉이 우뚝하고 오른쪽 끝에 실미도가 보인다. 몇 년 전 여름에 홀로 저 호룡곡산 정상에서 야영하고 국사봉 거쳐 섬을 일주 했었다.
# 서해바다의 해안선을 따라 길게 남하한다. 순식간에 새만금 방조제가 나타난다.
# 방조제 안의 섬들이 붓으로 그려 놓은 듯하다.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보고 있자니 우리나라 서해안 지방의 지형들이 대부분 구분이 가능하다. 지난번에 자전거로 종주하였던 금강 하구, 영산강 하구의 모습이 생생하였다.
# 이 섬은 보길도에 부속된 넙도라는 섬이다.
# 그러더니 육지를 완전히 벗어나 남해의 난바다로 접어든다.
# 바다낚시의 메카인 추자도이다.
# 제주에 가까와지자 구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지금 태풍이 제주 쪽으로 접근하다가 급 우틀하여 일본을 덮치고 있다. 그 영향인 듯하다.
# 드디어 제주 상공으로 접어들었다.
# 제주의 농토는 전부 돌담을 둘러 퍼즐을 맞춘 듯하다.
# 고도를 낮춰 공항에 접근하는데 우측 너머로 한라산이 우뚝하다.
# 제주 공항에 안착.
# 마눌과는 신혼여행 때 와 보고 처음이다.
이번 올레길 출발은 급하게 결정돼서 준비가 시원찮다. 코스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고 간략한 개념도 한 장만 챙겨왔을 뿐이다. 마침 공항에 올레길 안내센터가 있어 지도를 구해보지만 준비된 것이 없단다. 뭐냐?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에서 스탬프 찍는 패스포트와 지도를 판매한다는데, 설명도 없었다. 다만, 시흥초등학교 가는 교통편만 안내받았다.
공항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시외터미널로 향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700번 버스를 타면 시흥리로 간다. 그런데 소요시간이 무려 1시간 20여 분이나 걸린댄다. 결국 밤이 되어서야 도착을 할 모양이다.
덜컹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조천, 함덕, 김녕을 지나 구좌읍에 들어선다. 이번 나들이에는 의식주 가운데 식재료는 전혀 챙기질 않았다. 공항검색대 거치는 것도 그렇고 제주야 전체가 관광지이니 어디든 먹을 것 구할 데 없으랴 싶었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오니 의외로 마땅한 식당도 드물고 식재료 구할 마트는 더더욱 찾아 보기 힘들다.
버스 안에서 지역 주민에게 물으니 1코스 출발지인 시흥리에는 식당도 마트도 전혀 없단다. 그래서 구좌읍 세화리에서 하차하여 바닷가로 걸어가 횟집을 찾았다.
# 인터넷 검색해서 맛집으로 나오는 소라횟집이란 곳을 찾았다. 자리물회나 한치물회, 쥐치회 등이 먹고 싶었는데, 메뉴판에만 있고 실제로는 육지에서도 흔한 광어, 우럭회만 판매하고 있다. 결국 양식어류만 취급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회는 취소하고 우럭매운탕을 시켰다. 1인분에 만원인데 양이 많고 맛도 보통은 넘었다. 처음 맛보는 제주 생막걸리도 먹을 만은 하더라.
# 저녁식사 후 다시 정류소로 가서 700번 버스를 탔다. 하도리, 종달리를 지나 시흥리에 도착했다.
# 캄캄한 시흥리 정류소에서 출발지인 시흥초등학교를 찾지 못해 잠시 헤매었다. 우측으로 조금 가니 갈림길이 나오고 올레 1코스 출발점 표지가 나온다. 저 파란색 말 모양의 상징물이 제주 올레의 주요 이정목인 '간세'이다. 간세는 제주 조랑말을 형상화 한 것으로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인 제주토속어 '간세다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저 말머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그 앞의 상자 안에 인증스탬프가 있는데, 그때는 인증제도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만큼 준비없이 나섰다.
# 시작점 인증하고 출발이다.
# 캄캄한 농로를 따라 길게 북상한다. 오랜 산꾼 생활을 한 지라 이제 마눌도 이런 밤중의 산행에 많이 적응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 올레 1코스는 얼마전에 홀로 올레길에 나선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그 때문에 코스가 한동안 폐쇄되기도 했었다. 겁 많은 마눌이 놀랬까봐 저 때는 비밀로 했다.
# 음식물이 빠져 있음에도 배낭은 많이 무겁다. 공항에서 검색하면서 무게를 재니 마눌 배낭은 17kg, 내 배낭은 22kg이 나가더라. 15kg 이상은 추가 요금을 받는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냥 통과시켜 주었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이 빠졌는 데도 무게가 저 정도이다. 무릎통증 때문에 짐을 많이 두고 왔는데 말이다. 아픈 다리가 저 무게를 견뎌 줄지 의문이다.
# 버스정류소에서 1km 정도 걸어 올라가니 올레길 안내소가 나온다. 야간이라 문이 잠겨 있다. 다시 위로 올라 조금 더 가면 우측에 말미오름 들머리가 나오고 그곳에 정자가 하나 있다. 비행기 안에서 인터넷 검색해서 찾은 곳이다. 저곳에서 야영할 생각으로 왔는데 정작 현지에 가보니 선객(先客)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다행히 정자 한쪽에 텐트 두어 동 칠 공간이 있어 그곳에 설영을 하였다. 한 달 계획으로 왔다는 선객은 불미스런 사건이 있었던 장소에서의 홀로 야영이라 좀 무서웠든지 술기운이 제법 도도하였다. 네이버 백패커 카페의 운영진 출신 회원이라고 한다. 닉을 들으니 안면이 있는 사람이다. 나야 회원이기는 하나 눈팅만 하는 유령회원이지만... 이런 곳에서 산동무를 만나면 술 한잔 같이 나누는 것이 상례인데, 오늘은 술안주가 부실해서 그러질 못하겠다. 안주래야 좀 전 식당에서 나온 밑반찬 몇 가지 챙겨 온 것이 전부이고 막걸리도 한 통 뿐이다. 김치 쪼가리 몇 개로 어찌 손님을 청하겠는가? 게다가 밥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술이 땡기질 않는다.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잠자리에 든다.
# 그런데, 이 분 코골이가 엄청 심하다. 술이 좀 과한 탓도 있었겠지만 밤새도록 한 번도 쉬지 않고 탱크 지나가는 소리를 내었다. 게다가 발정 난 노루들이 정자 주변을 맴돌며 장단 맞춰 밤새 컹컹 짖어 댄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어 텐트 밖으로 나와 짱돌 던져 노루를 쫓아냈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찾아와서 컹컹 짖어 대고, 옆 손님의 코골이도 계속 이어졌다.
# 긴 밤을 거의 뜬눈으로 지내고 아침을 맞았다. 혹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하고 밖으로 나오니 일출 대신 일출봉이 눈에 들어온다.
# 십몇 년 만에 다시 보는 일출봉이다.
# 좌측 전방으로 우도가 길게 누워있다.
# 땡겨보니 우도봉의 등대는 여전하다.
# 뜬눈으로 지샌 말미오름 들머리의 소망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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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소망을 담은 나무팻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서낭당 분위기가 난다.
# 어느 여자아이의 소망-오빤 여자 만나면 죽는다!
# 아침 끓여먹고 본격적인 올레 1코스에 나선다.
# 들머리는 나무 계단길이다.
# 말미오름은 목장이라 등로 곳곳이 소똥 범벅이다. 자칫 한눈 팔면 철버덕!
# 제주의 오름은 작은 동산 규모라 긴 호흡 한 번으로 정상 가까이 이른다.
# 능선 마루금에 이르러 올라온 방향의 조망을 넓게 펼쳐 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그 마루금 위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 성산항 일대와 일출봉이 눈앞이다.
# 이제 일출봉은 하루 종일 보게 된다.
# 능선따라 조금 더 가면 정상이다.
# 말미오름은 두산봉이라고도 부른다. 한자로는 '斗山峰', 혹은 '頭山峰'으로 부른다. 斗山峰은 이 오름의 모양이 둥근 말통의 모양을 하고 있어 얻은 이름이고, 頭山峰은 '말'은 '머리', '미'는 '뫼'에서 유래하였다. '머리산' 혹은 '主山'이란 뜻이다. 이 오름이 인근의 머리산으로 산줄기를 이어 종달리의 지미봉에서 마무리되게 되어 있어 얻은 이름이다. 실제로 이 오름은 항공지도로 보면 화산활동으로 둥근 성곽처럼 산이 외벽을 두르고, 그 안에 알오름이 중심을 잡고 솟은 모양을 볼 수 있다. 곡식 담는 말이나 머리산으로서의 의미가 분명해 보인다.
# 말미오름 정상의 조망은 아주 훌륭하다.
# 일출봉 전방의 작은 봉우리가 올레 2코스에 있는 식산봉이다.
# 우도는 쇠머리오름이라고도 하는데, 내 눈에는 소가 누워있는 모양이라기 보다는 뱀 한 마리 누워 있는 듯하다.
# 제주는 화산재가 퇴적된 토양이라 흙이 온통 검은 색이다. 파란 것은 대부분 당근과 열무이다.
# 수크령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 목책 서 있는 마루금을 따른다.
# 좌측 숲속엔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 제주의 풀이나 나무들은 바람때문에 키가 아주 작다. 육지에서는 사람 키높이까지 자라는 엉겅퀴가 이곳에서는 땅바닥에 붙어 자란다.
# 말미오름을 내려 휘감아 돈다.
# 갈림길에서 간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꺾어 진다.
# 표지기도 좋은 길잡이가 된다.
# 시방 제주는 온통 억새 물결이다.
# 한 두어 주 뒤면 절정의 억새꽃을 볼 수 있겠다.
# 제주는 묘지이든 밭이든 모두 현무암의 담장을 둘렀다.
# 한바퀴 휘감아 말미오름을 외벽으로 두른 알오름에 오른다. 이곳의 모든 들머리와 날머리는 소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미로 형태의 철제 대문을 설치해 두었다. 그런데 우리가 멘 박배낭이 너무 커서 계속 그 쇠대문에 걸린다. 온 몸을 비틀거나 배낭을 밀어 올려야 통과가 가능하다.
# 새알을 닮아 알오름이라 부른다.
# 완만한 목초지를 따라 오른다.
# 이렇게 커다란 배낭을 메고 이곳을 오른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 능선에 올라 우틀하여 마루금을 따른다.
# 그곳에 알오름 정상이 있다.
# 밑둥이 노출된 삼각점이 있다. 알오름의 조망 역시 아주 훌륭하다.
# 저멀리 한라산의 모습이 웅장하다. 전방의 오름은 은월봉이고, 우측에 있는 오름은 다랑쉬오름이다.
# 그 조망을 파노라마로 펼쳤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바다쪽으로 두산봉의 꼬리인 지미봉이 우뚝하다. 그 아래 마을이 종달리이다.
# 멋진 조망을 오래 감상하다가 길을 떠난다.
# 리본이나 화살표 등이 잘 설치되어 있다.
# 제주의 대문이자 의사소통 통로인 정낭이다.
# 말미오름과 알오름으로 산길은 끝나고, 이후는 농로를 따라 구불구불 휘어진다.
# 할망들이 당근농사에 여념이 없다.
# 마을을 벗어나 도로로 나선다.
# 종달리 입구에는 식당이 있어 요기가 가능하다.
# 강아지들이 반겨준다. 강아지 좋아하는 우리는 이 넘들과 한참을 놀았다.
# 종달리 마을길로 접어 든다.
# 저 집엔 주인이 있으니 들어 오라는 뜻이다.
# 마을길을 휘감아 돌다가 갈림길이 있는 종달리 소금밭에 도착한다.
# 조선 선조때까지 제염의 역사가 올라 간다.
#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휴식한다. 남들이 보면 완전 술꾼인줄 알겠다.
# 소금밭 쉼터에서 오래 쉬었다. 커다란 우리 짐이 눈에 띄는지 오가는 사람마다 아는 체를 한다.
# 종달리 마을을 벗어나면 이후는 계속 해안도로를 따른다.
# 한치들이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 간다.
# 포장된 길을 계속 걷자니 발바닥이 아프다. 역시 산꾼들은 산길을 걸어야 한다.
# 작업중인 해녀를 보았다.
# 원래는 해녀의 집에 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마눌이 허기를 호소해 도중에 어느 밥집에 들렀다. 성게비빔밥과 해물탕을 먹었다. 식당 벽엔 이 집 밥맛에 반했다는 글귀가 가득한데 우리 입맛에는 별로 였다. 식재료가 싱싱해 보이지도 않았다. 값도 비싼 편이었다. 한데 주인 할망은 계속 맛있죠?를 반복한다.
# 식당에서 오래 쉬었다.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머리까지 감았다. 남자의 간편함이 마눌은 부러웠을 것이다. 배 수리소를 지났다.
# 종달리의 지미봉.
# 담벼락 아래 해국이 피어 있다.
# 성산 일출봉은 원없이 본다.
# 그 일출봉 아래 성산항을 향해 간다.
# 갑문을 막아 호수로 변한 안쪽에 작은 배를 띄우고 낚시가 한창이다.
# 길게 걸어 성산항에 도착했다. 원래 1코스는 성산항 입구에서 일출봉 방향으로 꺾이지만, 우리는 1-1코스인 우도 올레를 걷기 위해 성산항에 온 것이다. 이후 도선 타고 우도로 들어가 하룻밤을 묵었다. 뒷날 우도 올레를 마치고 다시 성산항으로 복귀했다.
# 뒷날, 우도를 나와 성산항 매표소 전방의 오솔길을 걸어 일출봉 방향으로 오른다.
#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아주 거셌다.
# 성산항에서 일출봉으로 향하는 길은 올레길은 아닌데, 아주 운치있는 길이었다.
# 억새와 바람 많은 언덕을 오르면 일출봉이 나타난다.
# 바람과 풀밭이 만들어 내는 그림이 참으로 좋았다.
# 바닷가에 제단이 설치되어 있다.
# 일출봉의 깎아지른 외벽.
# 바다와 바람과 일출봉이 내뿜는 기상이 하 훌륭해 저절로 팔이 벌어진다.
# 바람의 언덕이다.
# 성산포 시인인 이생진 시인의 싯귀들이 새겨져 있다.
# 이생진 시인의 시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이다.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 감성이 풍부해지는 언덕이다.
# ㅎㅎㅎ... 얼굴을 버프로 꽁꽁 싸맸더니 은행강도 같다!
# 장경인대염 걸린 다리로 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내도록 걸었다. 무릎보호대 꽁꽁 동여 메고 체중의 상당 부분을 스틱에 의지한 채 걸었다. 쉴 때는 계속 멘소레담 맛사지를 했고...
# 우도여, 안녕!
# 일출봉도 안녕!
# 동암사 주차장에서 올레길에 다시 합류하고 횟집들 앞을 지나 광치기해변으로 향한다.
# 광치기 해변이다.
# 썰물때 드넓은 평야가 펼쳐지는 모습이 광야 같아서 광치기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적혀 있다.
# 하지만, 옛날 제주의 거친 바다에서 조업 하다 조난을 당한 어부들의 시신이 이곳 해변으로 자주 떠내려 왔고, 마을 사람들이 관을 가지고 와 시신을 수습하던 곳이라 해서 '관치기'라 불렀던 것이 제주도 사투리의 강한 억양 탓에 '광치기'해변이 되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슬픈 전설이다.
# 1코스 마무리와 2코스 출발을 향해 더 진행한다. 그 길목에 문주란 자생지가 있다.
# 광치기해변을 즐기는 젊은 부자의 모습이 보기 좋다.
# 그렇게 1코스를 마무리 했다.
올레길 1코스는 15.8km거리이다. 처음 출발 부분의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제외하면 전부 평탄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어 힘들 일도 없다. 가벼운 짐차림으로 종주산꾼들 속도로 달리면 서너 시간이면 주파가 가능한 거리이다.
하지만 우리는 올레의 속살을 느끼고 싶어 야영짐을 선택했고, 놀멍쉬멍 올레의 걸음으로 걸어서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제주 올레의 아름다운 풍광이 발길을 붙들어 더욱 그러하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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