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둘레길]두 번째/태산아파트~신대호수 - 일일삼성(一日三省)!!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증자왈 오일삼성오신 위인모이불충호 붕우교우이불신호 전불습호)
"증자 말하기를 나는 매일 세 가지로 스스로를 살핀다. 남을 위해 일을 함에 있어 충실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벗을 사귐에 있어 신의를 버리지 않았는가? 익히지 않은 것을 남에게 전하지는 않았는가?"
'증자(曾子)'는 공자(孔子)의 제자이다. 안회(顔回)와 함께 공자가 가장 아꼈던 애제자(愛弟子)로 알려진 인물이다. 공자보다 46세가 아래로 공자 제자 중 후기 인물이다. 출신은 공자와 같은 노(魯)나라 사람이다. 이름은 '삼(參)'이요 자(字)는 '자여(子輿)'이다.
증자는 공자의 가르침을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에게 전한 사람이다. 자사가 다시 맹자(孟子)에게 학문을 전했으니 증자는 공자 학맥(學脈)의 중요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제자이다.
윗글은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문장으로 매일매일 반성하여 스스로를 살피는 선비의 치열한 정신세계를 잘 나타낸 명문이다.
비슷한 말로 '신독(愼獨)'이란 말이 있다. '삼가할 신(愼)', '홀로 독(獨)'이다.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가하고 조심하라는 말이다. 선비는 평생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며 홀로 있어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더욱 삼가하라는 뜻이다.
공자님 말씀하시길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라 하셨다. "나이 칠십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를 어기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다. 인류의 스승인 공자께서 그럴진대 우리네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야 눈 감기 전에 그 경지를 알 수 있겠는가?
증자도 그러하였는지 눈 감기 전 제자들에게 말씀을 남겼다.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冰(전전긍긍 여임심연 여리박빙)' "두려워하고 조심하라. 마치 깊은 물가에 있는 듯, 얇은 얼음을 밟는 듯."
매사를 물가 거닐 듯, 얇은 얼음판을 걷듯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지 살피고 경계하라는 뜻이다. 이 말은 증자 자신의 말이 아니라 시경(詩經)에 나온 것을 인용한 것인데, 증자 정도의 대학자에게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이 행동하기란 평생을 전전긍긍해야 할 일이었던 모양이다.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 죄지음 없이 법도에 어긋남 없이 남에게 불성실함이 없이 살아가기가 이렇게나 힘든 일인 것이다. 함부로 생각나는 대로 몸 가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우리들이 생각하기에 등골 오싹한 가르침이요 실천이다.
이 어려운 생각과 행동의 지침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전불습(傳不習)하는 이유는 수원 둘레길 두번 째 길을 걸으며 서호천변(西湖川邊)에 세워진 어느 자동차 몸통에 새겨진 이 글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주인이 일일삼성(一日三省)의 도(道)를 알고 붙인 것인지는 알 길 없으나 길 가는 나그네의 등짝에 찬물 한 그릇 들이붓듯 서늘한 경각심을 느끼게 만든 글귀였다. 그로서 그는 아주 훌륭한 일을 한 셈이다.
일일삼성(一日三省)!! 일시 : 2015년 10월 17일. 흙의 날. 거리 : 23.5km 누적 35.5km 세부내용 : 오목천동 태산아파트 ~ 황구지천 ~ 고색교 ~ 서호천 ~ 세류역 ~ 곡반정지하차도 ~ 안룡초등학교 ~ 윗반정 ~ 신동사거리 ~ 원천천 ~ 신대호수
우리 집 대문에서 출발하는 또다른 길인 수원둘레길을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 눈 돌려 주변을 살펴보니 이렇게 가깝고도 좋은 길이 있음을 알았으니 마저 이어 감이 마땅하다.
대신 한 번에 끝내지 못하는 길이라 지난 번 종료한 오목천동까지 점프하여 갈 일이 조금 귀찮기는 하다. 하지만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 둘레길 접근 거리 생각하면 이건 뭐 산책하러 대문 나서는 일이다.
오목천동은 집에서 가까우나 대중교통 한 번에 닿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동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수원역 뒷쪽으로 남하하여 오목천동에 도착했다. 지난 번 캄캄한 밤중에 내려 왔던 태산아파트 담벼락에 주차하고 수원 둘레길 두 번째 길을 이어간다. 광교호수공원
<이곳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수원둘레길 지형도. 두 번째 구간. 곡반정동 지나 윗반정에서 오렌지색 길따라 영통으로 가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 원천천을 따라 북상해 버렸다. 영통 구간은 뒤에 보충해야겠다.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수원둘레길 첫 구간 할 때 밤중에 도착한 오목천동 태산아파트 앞 도로이다. 이곳에서 두 번째 구간을 출발한다.
# 도로따라 동진하여 잠시 걸으면 오목천교가 나온다.
# 황구지천을 만난 것이다. 수원둘레길은 이 황구지천을 따라 남하한다.
# 예전 수인선 협궤열차가 지나던 철교가 황구지천에 남아 있다. 황구지천 라이딩과 황구지천 서호천 이어걷기를 할 때는 천의 좌안을 따라 남하했는데 오늘은 우안을 따라 내려간다.
# 그러다 권선동 천변 체육공원 근처에서 천을 건너 좌측으로 내려간다.
# 길게 황구지천을 따라 남하하면 서호천 합류점이 나온다. 이 길은 지난 번 두 개의 천을 이어걷기 할 때 걸었던 길이다. 그 길을 똑같이 따른다. 오목천교에서 2.5km 정도 걸어 내려왔다. 수원위생처리장을 끼고 좌측으로 돌아 서호천을 따른다.
#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서호천을 따라 북상한다.
# 불과 두어 주 전에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걷는다.
# 공장과 고물상 등이 즐비한 갈림길에서 두 물길 잇기 때와 마찬가지로 우측 길로 간다. 합류점에서 1.8km 정도 걸었다.
# 둘레길은 묘덕사 방향이다.
# 둑길을 따라 오백 미터 쯤 걸어 올라가면 수인선 협궤열차 철교가 나온다.
# 폐철교 인근 공터에 주차된 자동차에 증자(曾子)의 글을 붙인 자동차가 서있다. 불충(不忠), 불신(不信), 불습(不習) 세 가지를 매일 반성하였다는 높은 뜻이다. 잠시 서서 그 뜻을 새겨보았다. 마지막 구절에 있는 절선자공자적논어(節選自孔子的論語)라는 말은 공자의 논어에서 일부 발췌했다는 뜻일 것이다. 마크로 보아 천도교나 증산도쪽 인것 같기도 하다.
# 이정목의 방향이 이상하다. 길이 없는 방향으로 가리키고 있다.
# 일단은 지난 번 서호천을 따라 걷던 그 길로 가 보기로 했다.
# 증보교 아래로 내려갔다. 원래는 저 증보교를 따라 우측으로 가야하는데 그때는 몰랐다.
# 두 개의 물길을 이어며 야간에 통과했던 길이다.
# 둘레길 표지판이 아니라 삼남길 이정목이 나온다. 증보교 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길을 찾아 증보교 주변을 뱅뱅 맴돌았다. 수원둘레길은 손바닥 만한 보라색 표지판이 길안내의 전부이다. 그나마 갈림길이나 길찾기 어려운 곳에 정확하게 있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한참을 헤매다 겨우 지도 확인해서 방향을 잡았다.
# 한참을 헤맨 후 증보교를 건너 자동차 매매상 단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곳에서 표지기를 다시 만났다.
# 우리도 오래된 차를 처분하고 차를 바꿔야 하는데...
# 벌말교차로에서 우측 영통 방향으로 꺾는다. 그곳에도 온통 중고차 매매상들이 밀집해 있다.
# 세류동 방향으로 접근한다.
# 건너들이란 이름을 가진 들판이다. 수원 도심과 가까운데 아직은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 세류지하차도 곁 지하도로 내려간다.
# 곁의 차도로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엄청나게 많이 다녔지만 이 지하보도는 처음 걸어본다.
# 세류동 길을 걷는다. 좌측의 큰 도로는 덕영대로이다.
# 세류고가도로 곁을 통과한다.
# 이 다리는 언제나 페튜니아꽃으로 장식을 한다. 네이버 위성지도를 확대해보니 그 사진에도 다리 난간이 꽃빛인 보랏빛으로 칠해져 있다.
# 수원천이 우측으로 이어져 있다. 이 수원천은 오산 황계동에 있는 황계교에서 황구지천과 합류한다.
# 세류사거리를 통과한다. 자동차 많이 다니는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세류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 길게 내려가면 세류역을 만난다.
# 세류역에서 화장실을 쓰고 잠시 쉬다가 길 건너에 있는 커피숍에 들러 다시 쉬었다. 십여 년 만에 카푸치노를 마셔 봤다. 젊을 때는 카푸치노의 부드러운 거품을 참 좋아했다.
# 커피숍에서 너무 오래 쉬었다. 다시 둘레길에 섰을 때 이미 해가 세류역 너머로 넘어 가고 있다.
# 노을빛을 오른쪽 몸으로 받으며 동진한다.
# 비행장 삼거리를 지나 오산 영통 방향으로 길게 진행한다. 이 도로명은 정조로이다.
# 대황교동 사거리에서 도로 아래 굴다리로 좌회전한다.
# 지나자마자 다시 건널목을 건넌다.
# 수원팔색길 안내판이 서있다.
# 대황교동의 유래를 적어 두었다. 그다지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 대황교 지하도를 통과한다. 오늘 하루만 두 번째 지하도 통과이다.
# 지하도를 나오면 수원여객 차고지가 있고 그 곁에 안내판이 있다.
# 그 골목으로 들어가 안룡초등학교를 휘감는다.
# 그리고는 곡반정로를 따라 북상한다. 이미 주위는 어둠이 내렸다.
# 길게 북상하여 삼성레미안 아파트를 지난다. 그리고 노인요양병원을 만나 좌측 골목으로 들어간다.
# 그 골목부터는 인간세에서 약간 멀어져 캄캄한 밤길이다.
# 요즘 우리는 매일 이렇게 밤길을 걷게 된다. 평일에 모자란 잠을 주말에 보충하다보니 언제나 출발이 늦어 그렇다.
# 그 길 끝에 원천리천을 만나 좌측 천변을 따른다. 이후 영통에서 권선구로 넘어가는 다리 아래를 지난다.
# 원천리천의 이름 없는 다리를 건넌다. 곧 좌틀하고 화룡비철이라 적힌 간판 앞에서 우측으로 공장들 사이로 꺾는다.
# 공장 골목으로 들어가면 남수원교회와 목양교회가 보인다. 남수원교회 앞에서 좌회전하여 다시 원천리천의 지천을 만난다. 표지판은 지천의 우측으로 올라가라 한다. 그런데 이 곳은 논밭 뿐이어서 가로등이 없다. 잠시 천변을 따르면 전봇대에 우측으로 꺾어 라는 표지판이 매달려 있는데, 당시 너무 캄캄하게 어두워 그 손바닥 만한 팻말을 못 보고 지나쳐 버렸다. 이렇게 헷갈릴 만한 곳에는 좀 큰 이정목을 세웠어야 했다. 원래 둘레길은 그 논길로 들어가 목양교회 뒤를 지나 망포동과 영통을 휘감아 다시 원천리천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그때는 영통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그냥 안내판을 따라 잘 왔고 원천리천을 따라 북상하면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지천의 천변을 따라 올라 가는데 갑자기 길이 희미해진다. 이럴 때는 다시 원위치해야 하지만 빨리 목적지에 가자는 생각에 우측 농로를 따라 휘감았다. 농로를 한바퀴 감아 원천리천에 복귀하면 둘레길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캄캄한 윗반정 들판을 크게 휘감아 권선동 쪽으로 갔다.
# 그렇게 한참을 엉뚱한 들판에서 헤맨 후 곡반정교 위에 올라섰다. 저쪽 아래에 권선지하차도 사거리가 보인다.
# 정신 차리고 지도 꺼내 가만히 복기해보니 목양교회 근처에서 길을 잃었음을 알 수 있다. 영통을 돌아야 하는데 엉뚱한 들판을 휘감은 것이다. 영통의 상당 부분을 못 걷게 되었지만 오늘은 날이 어두워 어쩔 도리가 없다. 그곳은 나중에 다시 걸어보기로 하고 일단 원천리천으로 내려가 정확한 둘레길을 만나는 것이 급선무이다.
# 원천리천 일대는 원래 삼성전자 공장들과 논밭이 있던 곳이데 지금은 택지로 개발되고 근린 휴양시설들도 잘 갖춰있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천변을 길게 따라 북상하는데 아직 둘레길은 만나지지 않는다.
# 어두운 밤길을 3.7km 정도 걸은 이후에야 겨우 둘레길과 재회했다. 원래 둘레길 보다 한 1.5km 정도 적게 걸은 듯하다. 윗반정 들판에서 한참 헤맨 결과이다.
# 원천호수 우측의 아파트 단지를 통과하여 북상한다.
# 그곳에 오늘의 목적지인 신대호수가 있다.
# 예전에는 산속에 있는 이름 없는 작은 낚시터에 불과했던 신대저수지가 지금은 우아한 야경을 자랑하는 휴양 명소가 되었다. 정말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한 느낌이다.
# 야경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지친 상태이다. 길 잃고 헤매느라 지치고 배가 매우 고프다. 야경 감상은 잠깐으로 만족하고 이곳을 떠날 일이 우선이다.
# 호수 바로 아래 공원에 짐 내리고 몸부터 풀었다. 잘 꾸며둔 공원이다.
이후 짐 챙겨 대중교통 몇 번 갈아 타고 차 회수하여 귀가했다. 오늘 하루 한 23.5km 정도 걸은 모양이다. 긴 거리였고 힘든 길이었다. 원래의 둘레길은 그다지 힘들 일이 없지만 막판에 길을 잃고 어두운 들판을 헤맨데다 다시 야간 트레킹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의 내 몸상태로 이 정도의 거리를 걸을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먼 곳의 이름난 산길과 들길만 바라보던 눈을 가까이 돌려 동네에 있는 친근한 길을 찾은 덕분이다. 당분간은 이런 소소한 기쁨을 찾아 볼 작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