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간 9정맥/금북정맥 종주기

[금북정맥]아홉번째(각흘고개~차동고개)-아무도 이길을 강요하지 않았다!

강/사/랑 2008. 1. 15. 00:04
 [금북정맥]아홉번째(각흘고개~차동고개)


 

새벽 5시. 머리맡의 휴대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어댄다. 겨울철 새벽 5시는 아직 캄캄한 밤중이다. 커튼 드리워진 침실에는 어둠이 깊다. 잠귀신은 아직 내 몸 가득 매달려 있다. 음악을 끄고 다시 잠에 빠져든다. "조금만 더 자자!"

그러나 정확히 5분 뒤 다시 귓속을 파고드는 알람 소리에 천근 무게의 눈꺼풀을 밀어 올리고 일어나야만 했다. 비몽사몽 간에 비틀비틀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고 온몸에 들러붙어 있는 잠귀신을 몰아냈다.

 

양 어깨에 매달린 피곤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채 먹고 화장하여 산행 출발 준비를 했다. 옷 갈아입으려다 곤히 잠든 마눌 쳐다보니 나도 몰래 따뜻한 침대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마치 커다란 자석이 끌어 당긴 듯했다. 스르르 눈이 절로 감겼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때가 제일 힘이 드는 순간이다. 늘 그랬다. 처음 백두대간 종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도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새벽 일찍 따뜻하고 안락한 집을 두고 고생보따리 챙겨 나서야 하는 그 순간이 제일 힘이 들었다.


그래도 그때는 마눌이랑 둘이서 부부 종주로 백두대간을 진행해서 함께 짐 꾸려 길을 나섰기 때문에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맥은 혼자서 진행하다 보니 이렇게 늘 혼자 짐 챙겨 길을 나서게 된다. 둘이서 서로 격려하기도 하고 자극하기도 하면서 준비하면 게으름이 덜하는데 이렇게 홀로 가려다보니 자꾸 미련이 생기는 것이다.

갈등(葛藤)의 순간이다. 안락(安樂)과 의지(意志)의 투쟁이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스한 잠자리 두고 이게 무슨 청승인가 싶은 것이다. 이불 속은 따스한데, 바깥 세상은 춥고 험난하다. 그 춥고 바람 가득한 길로 나가야 할 이유 무엇이란 말인가? 돌이켜보면 아무도 내게 이 길을 걸어가라고 강요(强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사서 하는 고생이란 말인가?

그러나,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기에 따스한 안락함을 포기하고 나서는 이 길이 더 의미가 있는 길일 것이다. 세상 누구에게도 약속하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홀로 걷는 이 산길이 의미 있는 삶의 노정(路程)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무릇 세상 일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일상과 인생 전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리하여 오늘 내 일정 하나가 내 삶 전체를 규정하는 것이다.

자, 이제!
"자꾸만 온몸을 잡아채는 따스한 안락함의 유혹을 뿌리치고 침대를 벗어나자!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도 약속하지 않았지만, 내 삶의 중요한 약속이자 의미가 될 '우리 산하(山河) 두 발로 느끼기'에 나서 보자!"

그러자면 일단 이 이불을 걷어내야 한다!!

  


아무도 내게 이 길을 강요하지 않았다!!


구간 : 금북정맥 제 9구간(각흘고개~차동고개)
거리 : 구간거리(16.9 km), 누적거리(112.3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7년 12월 8일. 해의 날.
세부내용 :

각흘고개(08:45) ~ 351봉(09:10) ~ 송전탑 ~ 385봉 ~ 390봉(09:47) ~ 봉수산갈림봉(10:42) ~ 송전탑 ~ 460봉(11:13) ~ 옛고개 ~ 천방산(12:25) ~ 옛고개 ~ 403봉(12:52)/점심 후 13:30出 ~ 부엉산(13:45) ~ 억새밭 ~ 350봉 ~ 옛고개 ~ 354봉 ~ 극정봉(14:50) ~ 묘지 ~ 옛고개 ~ 명우산 ~ 동굴 ~ 절대봉(15:55) ~ 320봉 ~ 불운리고개 ~ 340봉 ~ 서재(16:35) ~ 불모골고개 ~ 묘지 ~ 서낭당고개 ~ 294.2봉 ~ 묘지群 ~ 차동고개(17:18).

총 소요시간 8시간 33분. 만보계 기준 27,900보. 


12월 8일. 해의 날. 기상청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겠지만, 한낮엔 포근하겠단다. 날씨는 일단 긍정적이다. 감사한 일이다.


오늘 구간의 들머리인 각흘고개는 39번 국도상에 위치해 있다. 39번 도로는 집에서 5분 거리인 구반월사거리에서 곧장 각흘고개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굳이 서해안고속도로를 탈 필요가 없다.

6시 50분 집을 나서서 구반월, 발안, 청북, 안중, 아산만방조제, 아산을 거쳐 충남 공주시 유구읍 방향으로 곧장 가기만 하면 된다. 총기 탈취범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인지라 군인을 가득 실은 트럭들을 계속 지나치고 중간중간 검문도 수 차례 당했다. 아산쯤 들어서자 들판 너머로 겨울 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8시 15분. 금계령 주유소가 있는 각흘고개에 도착했다. 고갯마루엔 아직 햇살이 없고 찬바람만 가득하다. 기온을 체크하니 영하 5도이다. 갑작스런 기온변화에 조심해야 하는 건강을 가진지라 바로 출발을 못 하고 차 안에서 음악 들으며 햇살이 퍼지기를 기다렸다.

 

봉수산/鳳首山

높이는 534m이다. 충남 예산군 대술면과 공주시 유구면 및 아산시 송악면에 걸쳐 있다. 산세가 봉황의 머리를 닮아서 봉수산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현재 산의 모습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산도 높지 않고, 코스도 단순하여 나들이 겸 등산 코스로 좋다. 산기슭에는 887년(진성여왕 1)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봉곡사(鳳谷寺)가 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47년(인조 24)에 중창하였다. 금북정맥 제 7구간인 각흘고개에서 출발하면 바로 봉수산에 다다르는데 아산, 예산, 공주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이 산은 봉황새 머리를 닮았다 하여 봉수산이라 부른다. 북쪽에 있는 봉곡사 방향이 봉황의 왼쪽 날개에 해당되며, 남쪽의 천방산(478.9m) 능선이 우측 날개에 해당되며, 대술면 상항리 갈막고개가 봉황의 꼬리에 해당한다. 따라서 봉수산 정상은 봉황의 머리가 되는 셈이다. 이 산은 남북으로 날개를 펼친 채 동쪽에 있는 광덕산(699.3m)을 향해 날아가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차동고개

공주 유구읍과 예산 신양면으로 넘어가는 곳에는 차동고개가 있다. 차서방이 몸져 누운 어머님을 위해 산신령으로부터 산삼을 얻은 고개라 하여 차동고개라 불린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금북정맥 제 9구간 각흘고개~차동고개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08:45. 햇살이 고갯마루에 퍼지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 각흘고개를 출발했다. 각흘고개에 설치되어 있는 해태 상(像)에게 눈인사하고 오르막에 몸을 맡겼다. 기온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온몸을 꽁꽁 싸맸지만, 깜빡하고 동계장갑을 준비하지 못해 손가락이 시렵다.


워밍업을 위해 최대한 천천히 오르막을 올랐다. 곧 능선 마루금을 만나 우틀했다. (09:10), 첫 번째 봉우리인 '351봉'에 오른다. 조금 내렸다가 다시 오르면 정상 좌측에 송전탑이 있다.


오늘 구간은 산줄기의 지형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크게 한 바퀴 휘감는 형상이라 저 송전탑을 바라보고 그냥 직진해 버리면 탑곡리 마을을 지나 천방산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겠다. 그러면 두세 시간 정도는 절약할 수 있겠는데... 그러나 그런 편법은 산줄기를 벗어나고 물길을 지나게 되어 정맥 산행과는 거리가 있다.

 


    

# 해태 상이 지키고 있는 각흘고개. 유구로 넘어가는 39번 도로 상에 있다.

 

      

# 며칠 전 내린 눈이 낙엽과 뒤섞혀 팥빙수 분위기가 난다.

 

 

 

# 좌측 전방에 천방산이 보인다. 직진하여 마을을 가로지르면 한 시간 이내 거리이지만, 한 바퀴 휘감아야 하며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10여 분 후 '385봉'을 넘고 전방에 가야 할 390봉, 380봉과 봉수산이 보인다. 편하게 진행하며 작게 오르내린다. 한 차례 오르다 정상 부근에서 우회하고 계속 편하게 진행한다. 기온은 낮으나 바람이 없어 체감온도는 좋다.

'390봉'에 서면 전방에 봉수산이 올려다보이고 편하게 가다가 한차례 올려 '380봉'에 서는데, 갑자기 인기척이 나더니 7~8명의 정맥꾼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맞은편에서 올라온다. 차동에서 출발해서 이 시각에 벌써 여기에 왔다면 밤새 잠 한숨 안 자고 걸었다는 말일까? 간밤에 탑곡리로 탈출했다가 새벽에 다시 접속한 정맥꾼들이란다.

홀로 정맥꾼이 같은 정맥꾼 눈에도 이상해 보이는 모양이다. 금북을 시작한지 아홉 번 만에 처음으로 만난 정맥꾼들과 인사 몇 마디로 헤어지고, 다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었다. 
이제는 체온이 올라 하드쉘을 벗어 배낭에 넣고 간편하게 복장을 갖춘다.

 



# 금북 아홉 번 만에 처음 만난 정맥꾼들.

 

 

 # 숲 너머로 가야 할 봉수산이 보인다.

 

 

 

봉수산 오름은 한바탕 찐하게 밀어올려 줘야 한다. 산행 시작한지 두 시간여 지나 몸이 풀린 데다 2주일 사이에 낙엽들이 모두 풀이 죽어 있어 그다지 미끄럽지 않아 지난 구간에 비하면 거저 먹기다. 그래도 땀을 한바탕 찐하게 흘린 후에 '봉수산 갈림봉'에 올라 섰다.(10:42)

 


    

# 정상 8부 능선쯤에 제단이 하나 있길래 무속인들 작품인가 했더니, 제단이 아니라 이정표다.

 

 

 # 

 

 

 # 봉수산 갈림봉 정상.

 

 

 # 이곳에도 이정표가 있다.

 

 

 # 숲 너머로 진짜 봉수산이 보인다. 봉황(鳳)의 머리(首)를 닮았나?

 

 

 

고도계에 525가 찍힌다. 봉수산이 535m이니 10m 낮은 셈이다. 봉수산은 이곳에서 150m 떨어졌다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바빠 눈인사만 건네고 천방산을 향해 출발했다.

천방산까지는 좌측으로 떨어져 내렸다가 좌측으로 휘감아 돌아야 한다. 이곳의 산세는 봉수산을 기점으로 각흘고개에서 천방산까지 유구읍 탑곡리를 휘감고 있는 형상이다.

대간길 이화령 가는 은티마을의 산세와 닮은꼴이며 금북길 몇 구간 앞의 압실마을과도 같은 산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 이곳도 음기가 강한 곳일 테고 그와 관련한 전설도 있을 법하다. 그렇지만 지자체도 문화원도 자료관리는 허술해서 추측만 할 뿐이다.

봉수산 내리막은 올라왔을 때의 고도를 거의 다 까먹게 가파르게 내려간다. 내리막 시작점인 정상 부근의 좌측엔 송전탑이 있고 그 너머로 각흘고개에서 봉수산으로 다시 천방산으로 이어지는 오목한 산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 북사면엔 눈이 가득하다.

 

 

# 정상의 조망. 각흘고개에서 송전탑을 따라 봉수산까지 올라오고, 다시 우측 산줄기를 따라 천방산으로 휘감아 내려가는 금북길이 잡힐 듯 보인다.

 

 

# 가야 할 산줄기.

 

 

 

고만고만하게 오르내리다 한차례 불끈 밀어 올리는데 북사면의 눈 때문에 아주 미끄럽다. 아이젠을 준비 못해 계속 미끄러지며 올라갔다.

(11:13). '460봉'에 오른다. 돌아보면 봉수산의 위용이 보인다. 봉수산 정상이 갈림봉보다 약간 더 높다는 것을 예서 알 수 있다.

460봉 내리막은 시작부터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곧 좌측으로 방향을 틀더니 급경사 내리막으로 길게 떨어져 내린다. 동진하는 사람들은 고생 꽤나 하겠다. 고도를 100m나 까먹고 나서야 안부에 도착했다.

오늘 구간은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꾸준히 오르내린다. 하긴 지금까지 금북의 대부분의 산세가 그러했다. 올랐다 하면 내리고 내렸다 하면 올리는...

봉우리 하나를 올라서 막 내려가려고 하는데 전방 숲속에서 개 짖는 소리가 여럿 들린다. 그러더니 잠시 후 큰 사냥개 여러 마리가 산의 사면을 타고 올라온다. 큰일났다! 저것들이 어디서 나타났냐?

타구봉법(打狗棒法)을 구사하기에는 개들의 덩치가 너무 크고 네 마리라 홀로 대항하기에는 무리다. 나무 뒤에 숨어 바짝 쫄아 있는데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리며 개들을 불러 모은다. 잠시 후 할아버지 엽사가 엽총을 매고 나타난다. 멧돼지 사냥 중이라며 나더러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움직이면 개들이 공격한다고...

 

당신 같으면 홀로 산속에서 저렇게 큰 사냥개들과 마주쳤는데 가만 있을 수만 있겠습니까? 빨리 개들 데리고 가 달라고 했더니 산을 넘어 개들과 함께 사라진다.

느닷없이 나타난 사냥개들 때문에 10여 분 공포에 떨었다. 얼마나 쫄았는지 카메라 꺼낼 생각도 못했다. TV를 보니 저런 넘들이 커다란 멧돼지도 물어 죽이더라. 이 지역이 수렵지역임을 나중에 알았다. 그넘들을 다시 만날까 두려워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묵은고개'를 하나 만났다.(11:50)

 


    

# 봉수산과 전위에 있는 갈림봉. 10여m의 표고차를 확인할 수 있다.

 

 

# 햇살 집중된 옛고개.

 

 

 

묘지를 지나고 '340봉'은 우회하는데 전방에 천방산이 우뚝 가로막고 있다. 천방산 오름은 아주 빡세다. 그나마 한번에 정상을 허락하지 않고 2단으로 올라야 올라설 수 있다. (11:25) '천방산' 팻말이 매달려 있는 정상에 올라 섰다.


그러나 이곳은 천방산 정상이 아니고 전위봉일 뿐이다. 천방산 정상은 정맥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우틀하여 아래로 편하게 떨어져 내린다. 정맥은 이곳에서부터 방향을 틀어 탑곡리와 멀어진다.

이후 편하게 가다가 갑자기 고도를 급하게 떨어뜨린다. 그렇게 '묵은고개'까지 내려 가더니 내린 만큼 당연히 또 고도를 올린다. 다시 낑낑대며 '403봉'을 오른다.(12:52) 이곳에서 휴식하며 마음에 점 하나를 찍었다.


 



# 가짜 천방산.

 

 

 
# 정맥길에 만난 딱따구리.

 

 

 

점심 후 13:30에 출발했다. 봉우리 두어 개를 오르내렸다. 이 구간 참 꾸준하다. (13:45). '부엉산'에 오른다. 전방에 극정봉이 건너다보인다. 한참을 오르내려야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측으로 떨어져 내리는데 지도상에 표기된 '억새밭'이 나온다.


억새밭을 지나 길게 능선 마루금을 따르는데 좌측 아래로 유구읍 머그네미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극정봉까지는 봉우리 세 개를 연이어 넘어야 한다. 무명봉 하나를 넘고 다시 '350봉'을 넘더니 급격하게 떨어져 내린다. 그러다 '이름 없는 옛 고개'에 도착했다. 공주 유구읍 머그네미 마을과 예산군 대술면 소거리 마을을 이어주던 고개다.


 

 


# 부엉산에서 올려다 본 극정봉이 위압적이다.

 

 

# 억새밭.

 

 

 

# 머그네미 마을.

 

 

 # 송전탑 너머가 오늘 구간 출발지인 각흘고개다.

 

 

 # 머그네미와 소거리를 이어주던 옛고개.

 

 

 

내렸으니 당연히 내린 만큼 다시 올려야 하겠지? 입에서 단내가 나게 헉헉낑낑 올라 '354봉'을 올라서면 정작 극정봉은 뒤로 저만치 물러나 앉아 있다. 그나마도 작은 봉우리를 두어 개 넘어야 안부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름에 붙는데 우측으로 우회하는 길이 보인다. 잠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지극히(極) 높은 꼭대기(頂)를 어찌 안보고 갈 수 있나? 그치만 이내 곧 후회한다. 그냥 우회할걸!!

극정봉 오름은 가팔라 아주 힘이 든다. 종아리가 팍팍하게 당긴다. 극정봉 사면은 벌목지다. 그래서 능선에 올라서자 지나온 정맥길이 바로 조망된다. 오늘 구간의 최고 조망지다. 다시 위로 조금 더 올라가자 삼각점이 있는 '극정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14:50)

 


    

# 극정봉.

 

 

# 지나온 정맥길. 저 멀리 봉수산이 보인다. 참 많이도 걸어 왔구나.

 

 

# 우측 각흘고개에서 송전탑을 따라 12시 방향 제일 뒷쪽의 봉수산, 다시 천방산을 거쳐 이곳까지 이어진 정맥길이 한눈에 들어 온다.

 

 

# 삼각점이 있는 극정봉 정상.

 

 

 

정상에서 우측으로 떨어져 내린다. 다음 포스트인 명우산 가는 길은 대여섯 차례 잔펀치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우회로가 있어 그것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다 햇살 따스한 묘지를 만나고 전방에 명우산이 조망된다. 오르내리다 '옛고개'를 다시 지나고 '명우산'은 우회로가 있어 그냥 지나치게 된다.

잠시후 등로 좌측에 구멍이 뻥 뚫린 동굴 하나를 만났다. 자연동굴인지 인공의 흔적인 지는 알 수가 없다. 혹시 광산개발을 위해 팠던 흔적이 아닐까 짐작만 해 본다.

다시 잔펀치 두어 개를 맞고 비틀거리며 봉우리 하나를 오른다.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아래에 다시 동굴 하나가 있는 곳이다. 지도를 확인하니 이곳이 바로 '절대봉'이다.(15:55)

 


    

# 햇살 좋은 묘지. 명우산이 건너다보인다.

 

 

# 대문을 열어 두었다.

 

 

# 다시 옛고개를 지난다.

 

 

# 등로 한 켠에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 광산 흔적인 듯...

 

 

# 역시 동굴이 있는 절대봉 정상.

 

 

 

오늘 구간은 산 이름들이 굉장히 거창합니다. 봉수(鳳首), 천방(天方), 극정(極頂), 절대(絶對) 등등...

절대봉을 내려 아래로 고도를 낮췄다가 작게 한번 오르더니 길게 내려간다. 그러다 안부에서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올라 '320봉'에 선다. 건너편에 뾰족한 산 하나가 위압적으로 건너다보인다. 340봉이다. 아이고~ 정말 징하다!!!

아래로 길게 내려 희미한 옛 고개인 '불운리 고개'를 지나더니 제대로 한 방 길게 쳐올린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다. 다시 아래로 내렸다가 한 차례 더 밀어올려야 '340봉'에 올라설 수 있다.(16:20).


절대봉에서 건너다 본 뾰족했던 봉우리다. 이제 큰 산은 대충 다 끝난 셈이다. 아래로 내렸다가 편하게 고도를 낮추며 진행한다. (16:35). 임도가 지나는 '서재'에 도착했다.

 


    

# 340봉이 뾰족하게 서서 어서 오라고 한다.

 

 

# 힘들게 오른 340봉. 표지기들이 겨울 햇살에 단풍잎처럼 반짝인다.

 

 


# 천주교 묘지가 보이는 서재.

 

 

 

고개 좌측에 천주교 묘지가 보인다. 임도가 정맥과 나란해 보여 임도를 따를까 했지만 지도 확인하니 임도는 곧 정맥과 멀어진다. 고개를 건너 봉우리를 넘고 '불모골 고개'를 지나 편안하게 진행했다. 그러다 묘지를 지나 큰 당산나무 세 그루가 서 있는 '서낭당 고개'에 도달했다.(16:50).


오늘 구간 마지막까지 꾸준히 오르내린다. 때문에 '금북스럽다'란 말을 지어줄까 한다. 그다지 높지도 않은 산이 끝도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산길이란 뜻이다.

다시 '옛 고개'를 지나고 계속 잔펀치를 맞다가 드디어 오늘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294.2봉'에 올라섰다.(17:11)
.


 


# 서낭당 고개.

 

 
# 삼각점이 있는 294.2봉.

 

 

 

이제는 정말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우측 저 멀리 차동고개로 오르는 32번 도로가 구불구불 올라오고 있고 그 끝에 차동휴게소가 보인다. 다음 구간의 산줄기가 건너다 보이는 '묘지群'을 지나 아래로 계속 내려가자 32번 도로 상의 차동휴게소에 내려서게 된다.(17:18)

 


    

# 다음 구간의 산줄기가 보인다.

 

 

 # 백두대간의 이화령 휴게소 분위기가 나는 차동휴게소.

 

 

 

금북스럽게 끝도 없이 오르내리는 구간이었다. 그래도 무사히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와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휴게소 한켠에서 배낭 벗고 먼지 털고 있는데, 휴게소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유구택시 불러 각흘고개로 돌아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택시기사는 자기 고향 유구 사람들 욕을 시종일관 퍼붇는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유구 사람이 유구 사람들 욕을 그렇게 하면 어쩌누??

각흘고개에서 차량 회수하고 39번 도로 타고 그대로 올라 왔더니 집에서 샤워하고 8시 뉴스를 볼 수가 있다. 그것 참 좋타!!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의 다음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