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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궁시렁]세상 참 좁고 묘하다!

강/사/랑 2014. 5. 28. 10:13

[궁시렁궁시렁]세상 참 좁고 묘하다!


 
온 나라가 세월호와 함께 바다속으로 침몰해 버리려는 듯 어두운 바다속인양 온통 앞도 안 보이고 세상 인심도 뒤숭숭하다.

 

세월호란 말 한 마디면 다른 모든 이는 입을 꼭 다물어야 하고, 노란 리본 하나 매달고 있으면 마치 나라를 구하는 이순신장군이 된 듯 삼척장검을 휘두르며 세상 모두를 단죄하려고 한다.

 

그 틈을 타고 온 나라를 광기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광우병의 망령이 스물스물 되살아나고 있고, 사패산, 천성산, 방패장, 제주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등등에서 보이던 얼굴들이 다시 머리띠를 두르고 죽창을 벼리고 있다.

 

세상 분위기 이렇게 뒤숭숭한데, 이 모든 일의 단초를 제공한 유병언이란 작자는 무기력한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비웃으며 이곳저곳 다람쥐처럼 잘도 숨어 다니고 있다.

 

이 모든 진토의 혼란이 뵈기 싫어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살고자 하나 우리네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미디어의 촉수를 벗어날 길이 없어 듣지 않을래야 안 들을 수가 없고 보지 않을래야 안 볼 수가 없다.

 

퇴근하여 씻고 늦은 저녁을 먹으며 습관적으로 TV를 켜는데, 유병언이 전라도 순천에서 구원파 소유의 연수원에서 숨어 있다가 검찰이 덮치기 직전에 도망쳤다는 뉴스가 나온다. 리포터는 연신 현장을 가리키며 유병언의 잠복 장소와 도주로 등을 예상한다.

 

그런데... 가만... TV에 나오는 저 건물이 참으로 눈에 익다. 고개 이름이 뭐라고? 송치? 전라도에 있는 송치? 연수원...?

 

기억을 더듬어 보니 송치는 예전에 호남정맥 종주할 때 지났던 고개이다. 그때는 초봄이었는데 바랑산을 넘어 송치고개에 닿기 전, 익산 산꾼 파키라가 마중을 와 주었었지. 

 

또, 저 고개를 기점으로 뚜벅과 나 외에 해리님 부부가 합류하여 세팀 네명의 호남종주대가 결성되었고, 마지막 남은 호남정맥을 줄곧 같이 걸었지. 음... 그리고 저 연수원에서 하룻밤 잘 보낸 기억도 있구만.

 

처음 결성된 우리 호남종주대가 저 연수원 처마 밑에서 하룻밤 묵으며 막걸리 한 잔 나눠 산꾼의 정을 나누기도 했었구나!

 

그러고보면 우리는 구원파나 유병언에게 작으나마 신세를 진 셈이다. 먼 길 나서는 산꾼들이 그들의 처마 밑에 하룻밤 이슬을 피할 공간을 얻었으니...

 

세상 참으로 좁고 묘하다!!

 



 

 

 

# 호남정맥이 조계산을 넘고 다시 바랑산을 넘병풍산으로 오르는 길목의 잘록한 고개에 송치(松峙)가 있다. 송치는 순천 서면의 학구리에서 월등면의 계월리로 넘어가는 옛고개이다. 지금은 산 아래로 터널이 뚫려 고개는 한가하다. 그 고개 꼭대기에 연수원이 있다. 우리는 저 연수원이 구원파의 연수원인지는 꿈에도 몰랐다.

 

 

 

# 그렇게 규모가 크지 않고 일반 기업연수원처럼 활발히 활용되지도 않아 보였다.

 

 

 

# 호남종주대 결성 후 첫 산행을 이곳 송치 연수원에서 시작하였고, 그 곳 처마밑에 하룻밤 유했었다.

 

 

 

# 옛사진을 가만 보니 산행 첫날인데 막걸리가 한 박스나 준비되어 있었구나!

 

 

 

# 하룻밤 이슬을 피한 데다 화장실을 쓰고 물도 얻었으니 일단 우리는 그들에게 좋은 신세를 진 셈이다.

 

 

 

신세를 졌으니 그들이 잡히지 않기를 바래야 하나?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명색이 한 무리를 이끌고 옳든 그러든 구원을 설파했던 지도자라면 떳떳이 나타나 죄의 유무를 다투어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죄가 있다면 그 벌을 달게 받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다만 다치지 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모든 일의 진상을 밝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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