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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우리 집에 보금자리 튼 까치가족 본문

산이야기/사진으로 만나는 세상

[일상]우리 집에 보금자리 튼 까치가족

강/사/랑 2008. 3. 28. 18:26
 [일상]2004년 봄. 우리집에 보금자리 튼 까치가족

 

 

까치는 예로부터 길조(吉鳥)로 사랑받아 왔다. "喜鵲聲 賓客來(희작성 빈객래), 기쁜 까치 울음소리에 반가운 손님이 온다네." 이런 싯구절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요즘은 극성스러운 까치의 생명력과 습성 때문에 유해조수로 비난받고 사냥당하는 신세이다. 시골에서는 농작물을 망치는 애물단지로 천대받고 도심에 사는 까치는 쓰레기를 뒤지기 위해 아파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네 정서 속에 까치는 길조(吉鳥)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옛사람들은 까치 들어간 민화를 통해 희작성(喜鵲聲)을 기대하였다. 지금의 우리도 아침에 까치 소리 들으면 그날 하루 기쁜 소식을 기대하게 된다. 기쁜 소식은 희망의 메시지이다. 여러 지자체나 단체에서 까치를 상징 동물로 지정하고 있는 것도 그 까닭이다. 


까치는 지능이 뛰어나 자기가 사는 마을의 사람들 얼굴도 기억하고 목소리까지 기억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시끄럽게 경고의 소리를 낸다. 까치가 소리를 낸다는 것은 낯선 이, 즉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얘기이다. 결국, 희작성빈객래의 옛말이 허튼소리가 아닌 것이다.

 

그런 길조가 얼마 전 우리 집 베란다 창틀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 올 봄, 우리 아파트 앞동에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 (방충망 때문에 화질이 나쁘다) 

 

 

 

# 하루하루 부지런히 드나들더니 거의 완성되었다.

 

 

 

그런데, 그 집에서 까치의 보금자리가 거의 완성되어 갈 무렵에 그 집을 헐어 버렸다. 진작에 못 짓게 하든지...


집이 헐려 갈 곳을 잃은 까치 부부, 어느 날부턴가 우리 집 베란다에 나무가지를 물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우리 강아지가 까치만 보면 짖고 난리가 나기 때문에 나 역시 그 집을 헐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리 마눌님, 눈물까지 흘리면서 결사적으로 못하게 말린다. 별수 없이 베란다 앞 창문에 커다란 종이를 붙여서 강아지가 볼 수 없게 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 까치 부부가 쉴새없이 나뭇가지를 물고 와 이렇게 외부 틀을 둥글게 만들었다.

 

 

 

# 이넘이다. 암놈인지 수놈인지는 모르겠다.

 

 

 

# 다른 놈이다. 부부 중 어떤 놈이 수컷이고 암컷인 지는 끝까지 모르겠더라. 어쨌든 엄청난 대공사다. 약 1주일 정도 잠시도 쉬지 않고 부리만으로 건축공사를 한다.

 

 

 

# 어느 날 베란다에 나가 봤더니 얼룩무늬 알을 일곱 개나 낳아 두었다.

 

 

 

# 이때부터는 까치 부부의 신경이 날카로워 되도록이면 베란다 출입을 삼가고 멀리서 바라만 봤다. 어느 날 보니 한 마리 한 마리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온다.

 

 

 

# 일곱 마리 모두 무사히 알을 깨고 세상과 조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놈들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내년에는 절대 못 짓게 해야지....

  

 

 

# 운좋게 새끼들이 離巢(이소)하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어미의 부름 따라 하나둘 다 떠나고 이 두 놈이 마지막으로 보금자리를 떠날 준비를 한다.

 

 

 

# 그렇게 어미도 새끼도 모두 떠난 까치 보금자리. 아직 냄새는 많이 난다.

 

 

새끼 모두 키워내고 나니 더이상 우리 집을 찾지 않고 빈 둥지만 남게 된다. 녀석들 집 짓고 새끼 키워내는 동안 베란다를 사용할 수가 없었는 데다 기생충 등 위생 문제가 있어 둥지를 철거하기로 했다.

 

어느 비 오는 날, 둥지를 허물어 아래로 떨어뜨리고 내려가서 잔해물을 정리하니 그 양이 손수레 하나는 채울 양이다. 작은 새 두 마리가 부리로만 물어서 저 많은 양의 나뭇가지를 날라 오고 또 집을 지은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대단하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일곱 마리의 새끼를 키워낸 까치 부부의 자식 사랑에 고개가 숙어진다. 비록 짐승이기는 하나 두 부부가 보금자리를 꾸미고 알을 낳고 교대로 알을 품고 부화한 새끼들을 키워내서 이소시키기까지 그 놀라운 과정이 우리 인간에 다를 바 없음에 탄복할 따름이다.


아이를 키워보지 못한 우리 부부가 까치 부부에게서 자식 사랑을 배운 놀라운 경험이었다. 일곱 마리 모두 무사히 잘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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