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지리산둘레길]2구간(운봉~인월)-윤기 흐르는 고장, 인월!! 본문
하지만 그런 열혈 낚시꾼도 어쩔 수 없이 낚싯대를 접어야 하는 순간이 있으니 그것은 혹한의 겨울철이다. 물론 간혹 강화도 내가지나 구반월의 반월지, 춘천 소양호 등지에서 얼음낚시를 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물고기의 활성도(活性度)가 떨어져 재미가 덜하고 혹한이 주는 제약 때문에 자주 가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강원도 화천에서 산천어 축제가 처음으로 열리는데, 엄청난 양의 산천어와 송어를 방류해서 손맛을 실컷 보게 해 준다는 소식이 들렸다. 마침 겨우내 비린내 그리워 좀이 쑤시던 참이라 직장 후배를 꼬셔서 신새벽 어둠을 뚫고 화천으로 달려갔었다.
미끄러운 눈길을 헤치고 달려간 화천엔 과연 호수처럼 넓은 구역을 꽁꽁 얼린 후 얼음 낚시터를 꾸며 두었고, 얼음 아래에는 3, 40cm가 넘는 큰 산천어와 송어들이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겨울철 놀이문화가 부족한 시절이라 뜻밖의 축제소식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물고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얼음 위에서 낚시한다고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태생적으로 소란스러움을 싫어하고 낚시에 관한한 섬세하고 우아함을 주장하던 시절이라, 낚시라기보다는 놀이공원 야바위 같은 그 분위기가 싫어 잠깐 낚시하는 시늉만 하다 돌아오고 말았다.
그렇게 산천어 축제는 내 관심에서 멀어졌는데, 1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화천 산천어축제는 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방문객이 백사십만 명이 넘어 CNN에서 세계 겨울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을 정도가 되었다. 해마다 겨울에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물고기 잡느라 야단인 모습이 놀라워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화천의 겨울 이미지, 산천어라는 축제 소재의 차별성, 겨울철 여가 문화의 부족 등이 결합한 결과일 텐데, 겨울철 눈 내린 얼음나라에 가서 생소한 산천어를 낚아보자는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에게 어필한 바 컷을 것이다.
사실 산천어는 송어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민물고기가 되어 버린 육봉형(陸封型) 물고기로 화천이 주 서식지가 아니다. 오히려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오십천이나 연곡천 등이 서식지인데, 화천에서 스토리텔링에 성공하면서 화천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그로써 화천의 이미지 상승과 지역경제 발전에 일등 공신의 역할을 한 것이다.
며칠 전 발표된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하루에 7개의 축제가 어디선가는 열리고 있고, 모두 합하여 2,429개의 축제가 연간 열린다고 한다. 이 엄청난 수의 축제 중 성공하는 곳은 손을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 부실한 콘텐츠와 홍보 부족, 유사축제의 남발로 막대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란다.
이러한 결과는 자기 실적 과시에 급급한 지자체장들의 욕심과 영혼 없는 공직자들이 합작으로 빚어낸 총체적 부실일 텐데, 그로 인해 낭비되는 혈세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무엇 하나가 잘 된다면 큰 고민 없이 너도나도 비슷한 내용의 정책을 시도하고 보는 상상력 부재가 개탄할 일이다.
축제와는 별개로 제주 올레길의 성공과 건강한 삶이나 여가 활동에 대한 관심의 증대, 걷기 열풍의 대두로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개발되고 있는 각종 둘레길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2013년 현재, 전국적으로 960여 개의 각종 올레길, 둘레길이 개발되어 있다 하니 각종 축제의 남발과 다를 바가 없다. 저 길들을 개발함에 있어 적지 않은 세금이 투입되었을 것이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어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어야 할 텐데, 과연 몇 개의 둘레길이 그것을 충족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은 차별화된 스토리의 발굴,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 등이 우선적으로 갖춰져야 할 일이다. 거기에 활발한 홍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노력은 필수적이고.
그런 면에서 지리산 둘레길은 위의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성공한 이야기 길이라 할 수 있다. 현지에서 본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이라는 우리나라 유일무이(唯一無二)한 품 넓은 모성(母性)의 산천과 그곳에 깃들어 살아온 인간세의 역사가 적절히 녹아들어 발길 닿는 곳곳마다 독특한 풍광과 이야기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을 흙냄새나는 모성의 고향으로 불러 모아 스스로 치유받고 돌아가게 만들고, 침체되었던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리하면 된다. 960여 개 이름 모를 올레길, 둘레길도 그 점에 초점을 맞추면 해결책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상상력(想像力)'이다!
윤기 흐르는 고장, 인월!! 거리 : 구간거리(9.4km), 누적거리(25.1km, 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3년 11월 24일. 해의 날. 세부내용 : 운봉읍 ~ 서림공원 ~ 북천마을 ~ 신기마을 ~ 황산대첩비 ~ 비전마을 ~ 군화동 ~ 대덕리조트 ~ 흥부골자연휴양림 ~ 월평마을 ~ 인월면.
2013년 11월 24일. 운봉의 새벽은 온통 안개속이다. 우리 텐트는 홑겹의 싱글월 텐트여서 결로에 취약하다. 게다가 오늘처럼 안개가 많이 끼고 외기가 낮아 안팍의 기온차가 심한 날은 특히 심하다. 짐 무게 줄이느라 타프를 가져 오지 않았더니 더욱 그렇다. 결국, 새벽에 텐트 안벽을 휴지로 닦아 내야 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안개 자욱한 서림 공원은 불빛 하나 없이 캄캄한데, 부지런한 노인 몇 분은 벌써 아침 산책을 나오셨다. 너무 오래 있다가는 원숭이 신세되겠다. 얼른 일어나 밥 챙겨 먹고 짐 정리해야겠다.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동천리와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를 잇는 10km의 지리산길. 본 구간은 오른쪽으로 바래봉, 고리봉을 잇는 지리산 서북 능선을 조망하고 왼쪽으로는 고남산, 수정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운봉고원을 걷는 길로 옛 통영별로길과 제방길로 구성된다. 운봉-인월구간은 너른 운봉들녘을 따라 지리산 서북능선과 백두대간을 조망하며 호쾌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10km 전 구간이 제방길과 임도로 되어 있어 길 폭이 충분히 넓어 여럿이 함께 걷기에 좋은 평지길이고, 황산대첩비, 국악의 성지, 송흥록 생가 등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요소들을 골고루 즐기면서 걷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하룻밤 잘 보낸 운봉의 서림공원.
# 서림공원의 숲은 오래된 서어나무 다섯 그루와 사십여 그루의 느티나무로 구성되어 있다.
# 공원 규모가 적고 관리도 잘 안되어 있다.
# 우리 텐트는 홑겹의 텐트라 결로때문에 간밤에 약간 곤란하였다.
# 주변 깔끔히 정리하고 서림공원을 나섰다.
# 서림공원 입구에는 석장승 두 기가 서 있다. 남자를 상징하는 방어대장군과 여자를 상징하는 진서대장군이다. 장승은 흔히 나무로 만든다. 옛이야기속 변강쇠도 장승으로 불을 붙이다 천벌을 받았다. 하지만 운봉땅에는 이런 석장승이 흔하다. 백두대간 할때 아영면의 여원재에서도 석장승을 보았었다.
# 입구에 주차장과 화장실, 그리고 수도가 설치되어 있다. 그곳에서 화장하고 물도 보충한다.
# 서림공원에서 오래 지체하였다. 오늘 구간이 짧아 부담이 적은 탓이다. 지리산둘레길 2구간은 서림공원을 출발해서 북천, 신기, 비전마을을 거쳐 대덕리조트로 가고, 덕두산 자락을 휘감아 흥부골자연휴양림을 통해 인월로 내려 가면 된다. 전체 길이가 9.4km에 불과하고 소요시간도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 람천 강둑을 따라 북상한다. 이 강변은 벚나무가 길게 나래비를 서 있다. 봄날이면 멋진 꽃길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오늘은 강력한 맞바람이 불고 있다. 오늘 기상청에서는 전국적으로 오후부터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예상하고 있다.
# 건너편으로 바래봉과 덕두산이 따라 오고 있다. 조만간 지리태극종주를 한번 해야 한다.
# 길게 올라 신기교를 지나고 람천 좌측 둑길로 북상한다.
# 강력한 맞바람때문에 걸음 걷기가 어렵다.
# 잠시 후 신기리에 도착한다. 신기리는 한자로 新基, 우리말로는 새터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지명 1위가 신촌, 혹은 신기이다. 우리말로는 새말, 혹은 새마을인 셈인데, 새롭게 동네 터를 잡을 때 흔하게 붙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신기마을 입구에 왕릉 크기 만한 작은 동산이 있다.
# 초봉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원래는 거북바위가 있어 귀암(龜巖)이라 불렀는데, 풍수지리상 이 마을이 와우혈이라 소가 먹는 풀(밥구시)을 의미하는 초봉으로 바꾸었다 한다. 무덤 만한 크기의 작은 동산이 제법 거창한 이름과 유래를 가지고 있다.
# 람천의 갈대가 역광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다.
# 신기마을 입구의 사반교에서 다리를 건넌다. 오늘 구간은 내내 이 람천을 따라 북동진한다. 람천은 그 이름이 참 특이하다. 한자로는 '넘칠 濫'자를 쓴다. 이 람천은 지리산 고리봉에서 발원해서 황산과 덕두산 사이의 좁은 협곡을 지나 인월면으로 흐르고, 산내면을 지나 임천으로 합류한다. 저멀리 정면으로 황산이 보인다.
# 사반교를 지나 강 우측의 둑을 따라 진행한다. 바람이 아주 거세다. 어제와는 달리 옷을 두텁게 입고 얼굴은 버프로 꽁꽁 싸맨다. 하지만 장갑이 얇아 손이 시리다.
# 이 길은 지리산 서북능선을 내내 우측으로 바라 보며 걷는 길이라 꽃 좋은 시절엔 바래봉 철쭉 물결을 보며 걷는 눈호사하는 길이다. 하지만 오늘은 고삐 풀린 바람이 휘몰아 치고 있다.
# 중간에 벤치가 있어 쉬어 가라 하지만 찬바람 강해 그냥 지나친다.
# 람천이 우측으로 휘감는 지점에 참나무 울창한 작은 동산이 나온다. 이성계의 황산대첩기념비지이다.
# 그 위쪽에 다리가 있고 우측에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 한켠엔 운치있는 명패와 둥근 매점이 있다.
# 커피 생각이 나서 들렀는데 문이 잠겨 있다. 바람 피해서 한참을 쉬었다.
# 대첩교를 지나면 바로 황산대첩기념비를 모신 사당이 나온다. 황산대첩은 1380년 고려 우왕 6년 9월에 이성계가 이곳 황산에서 왜구를 크게 물리친 전투이다. 최영장군의 홍산대첩과 함께 왜구 토벌의 전기를 마련한 전투이고 이후 이성계의 정치적 입지를 높혀 군벌로 성장하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보수공사를 하는 중이라 어수선해 보여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 대첩비 바로 곁에서 판소리 가락이 크게 들린다. 가까이 가보니 비전마을이 나오고, 마을 안에 송홍록과 박초월의 생가를 복원해 두었다. 비전마을은 Vision이 있는 마을이 아니라 '비석 碑', '대궐 殿'자를 쓴다. 황산대첩비가 세워지고 그 비각을 관리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들이 만든 마을이라 그렇다. 조선 왕조 개국조의 기념비이니 소홀히 할 수 없었으리라.
# 우리나라의 판소리는 섬진강을 기준으로 운봉, 구례, 순창 등지를 동편이라 하고, 광주, 나주, 보성 등지를 서편이라 부른다. 서편제는 부드럽게 시작해서 느리게 끌고 가다가 미세한 장식으로 진한 맛을 내고, 동편제는 장중하게 시작하여 박진감있게 끌고 가며 윤곽이 뚜렷한 음악을 구사한다고 한다. 소리에 어두우니 서편, 동편을 구별할 귀는 없다. 다만 가왕 송홍록이 동편의 중시조라 한다고 하니 그의 생가에서 녹음된 소리이나마 잠시 소리 감상을 해 본다.
# 비전마을을 나와 잠시 올라 가면 군화동이 나온다. 군화동은 1961년 운봉 일대에 대홍수가 나서 화수동 이재민들을 위해 군인들이 마을을 지어 주었는데 그를 기념해서 마을 이름을 軍花洞이라 바꿨다 한다. 군화동 버스정류소에서 바람을 피했다.
# 도로 건너편으로 대덕리조트가 보인다.
# 화수교를 건너 대덕리조트 안으로 들어 간다. 대덕리조트는 그동안 영업을 중지했다가 재개장을 위해 지금 리모델링 중인 모양이다.
# 리조트 안에 편의점이 있길래 따끈한 커피로 몸을 녹인다. 운봉에서부터 내내 찬바람을 맞으며 올라 왔더니 몸이 얼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중간중간 매점이 있어 맨몸으로도 걸을 수 있겠다.
# 대덕리조트 편의점에서 오래 쉬었다. 둘레길은 리조트 안을 통과해서 위로 올라 간다. 리조트 바로 위에는 옥계저수지가 있다. 이 저수지는 도대체 그 용도를 알 수 없다. 농업용이라면 아랫마을 쪽으로 수로가 연결되어야 할텐데 그냥 람천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방용인가? 무넘기를 넘어 흐르는 물소리가 차르르 차르르 구슬이 굴려 가는 소리를 내고 있다.
# 저수지 둑 아래를 통과해서 앞산을 휘감아 저수지 좌측으로 올라 간다.
# 그 휘감는 오름 도중에 간이 매점이 있다. 좀전에 리조트 편의점에 있을 때 지나 갔던 단체팀이 이곳에서 막걸리파티를 벌이고 있다.
# 옥계저수지는 덕두산과 바래봉의 물이 모여 드는 곳이다. 저수지가 꽤 규모가 있다.
# 큰일났다. 졸지에 단체팀과 보조가 같아지게 되어 버렸다.
# 이 임도는 덕두산 끝자락을 휘감아 고개를 넘어 흥부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진다. 응달에는 잔설이 남아 있다.
# 우려했던 대로 단체팀과 함께 가는 길은 고역이다. 남쪽 어느 섬에서 온 이 산악회는 시끄럽고, 산에서 담배 피며, 뽕짝 음악 소리 요란하다.
# 산에서 이런 무리를 만나면 대부분 불쾌한 기억이 남는다.
# 고개를 넘자 흥부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오늘 내도록 찬바람 강한 강둑을 걸어 온지라 바람 없는 산길이 아주 반가웠는데, 단체팀 때문에 호젓한 산길을 즐기지 못했다.
# 이 팀은 인솔대장이 없는지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들과 헤어질 찬스다. 얼른 좌틀하여 산 아래로 향한다.
# 휴양림 도로를 잠시 내려가다가 우측 숲길로 들어 간다.
# 편안한 낙엽송 숲길이 나온다.
# 무릎통증때문에 자꾸 뒤로 쳐진다.
# 잠시 산길로 하산하다가 다시 도로와 만난다.
# 길가에 농가 주택이 하나 있고 외로움에 지친 강아지가 격하게 반가워 한다. 빵 두어 조각 주었더니 완전히 환장을 한다.
# 도로를 버리고 다시 숲길로 내려 간다.
#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벤치 하나 있길래 한 숨 돌리고 간다.
# 월평마을로 내려 섰다. 월평(月坪)마을은 마을의 생김새가 반월형이라 월평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팔랑치에 뜬 달빛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어서 그리 불렀다는 설도 있다.
# 월평마을은 대부분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바래봉 철쭉과 겨울 눈꽃, 그리고 둘레길 순례객들이 많이 찾아드니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을이 윤택해 보인다. 이는 인월도 마찬가지여서 동네 전체가 시골마을답지 않게 기름기가 좌르르 흐른다. 이야기있는 둘레길의 탄생이 지역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웅변으로 보여 주는 동네이다.
# 월평마을을 지나 구인월교에 구간의 시종점이 있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3구간으로 바로 들어가도 좋을 터이지만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멈춰야 한다.오늘 구간 진행 도중에 집안에 상이 생겼다는 연락이 와서 진주로 문상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 인월로 들어가 강둑을 따라 한참 올라 가면 인월안내센터가 나온다. 이곳 관리인은 점심식사하러 차 타고 가다가 등짐 지고 오는 우리를 발견하고 차 세워 아는 체를 해 주더라. 덕분에 헛걸음을 면했다.
# 인월센터에서 인증수첩을 구입했다. 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완주 후에 출발점인 주천안내소가 아니라 이곳 인월로 와야 완주 도장을 받을 수 있단다. 무슨 그런 경우가 있나? 도장 하나 받겠다고 다시 인월까지 와야 한다고? 게다가 수첩은 허접하기 이를데 없다. 자전거 국토종주 수첩의 경우 가격은 4천원이지만 소장가치 있는 좋은 재질로 수첩을 만들었고 완주 후에는 완주증과 메달 등을 집으로 발송해 준다. 지리산 둘레길 운영 주체에서 참고해야 할 일이다.
# 탱자나무 울타리에 참새가 가득하다.
# 인월에 왔으니 인월 명물인 어탕을 먹어 줘야 한다.
# 어탕에는 제피가루가 들어 가야 제격이다. 제피는 흔히들 모양새가 비슷한 산초와 많이 헷갈리는 향신료이다. 산초는 기름을 짜거나 약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제피는 강력한 향의 향신료로 사용한다. 그리고 제피는 산초에 비에 잎이 두껍고 잎끝에 작은 돌기가 있으며 잎에도 향이 강하다. 제피란 이름은 경상도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표준명은 초피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젠피라고도 부르더라. 어릴 때부터 늘 먹어 와서 우리 입맛에 딱이다.
# 다만 단체손님들이 너무나 시끄러웠고, 장사가 너무 잘 되어서인지 손님에게 소홀한 것이 흠이다.
어탕집에서 초스피드로 머리를 감았다. 상가에 들러 문상을 해야 하는데 새집 지은 머리로 갈 수는 없는 탓이다. 다만 배낭 메고 등산복 차림으로 가는 무례는 어쩔 도리가 없다. 복장때문에 서울로 올라 갔다가 다시 내려올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침 둘째형이 간밤에 내려 와서 문상을 하고 그냥 귀경하지 않고 우리를 데리러 와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시간절약을 위해 함양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인월 개인택시를 불러 함양으로 갔다. 택시기사는 주업이 고깃집을 한다는데, 인월에서 삼겹살이 맛나기로 유명한 집이란다. 인월은 집집마다 만나는 이 마다 윤기가 흐르는 동네이다. 택시비는 만육천원을 주었다.
# 함양시외버스 터미널.
이후 형님 차편으로 진주로 가서 문상을 마치고 다시 그 차편으로 귀경하였다. 다행히 오후부터 온다는 비는 귀경하는 고속도로 상에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휴일 오후에다 비까지 내려 교통체증이 극심하였다. 집에 도착하니 무려 다섯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형님 덕분에 편하게 돌아 올 수 있었다.
이로써 지리산 둘레길이란 새로운 길 위에 서게 되었다. 이 길은 아픈 다리 때문에 산길 걷지 못하는 대안으로 선택한 길이다. 그리하여 최대한 천천히 사부작사부작 걸어 볼 참이다. 전 구간을 한뎃잠을 자면서 최대한 지리산의 숨결을 느껴볼 생각이기도 하다.
그런 걸음으로 둘레길 걷다 보면 지리산 자락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러다보면 우리도 그 어느 산자락에 깃들 기회를 얻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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