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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3구간(인월~금계)-찔레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본문

길이야기/지리산 둘레길

[지리산둘레길]3구간(인월~금계)-찔레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강/사/랑 2015. 5. 27. 15:13
  [지리산둘레길]3구간(인월~금계)

 


방랑시인 김삿갓(金笠)이 술 한 잔과 시(詩) 한 수로 천하를 떠돌 때의 이야기다. 전하기를 충청도 음성이라고도 하고, 황해도 개성이라고도 하는 분명치 않은 어느 고장에 들렀던 모양이다. 그때 마침 그 동네에서 제법 콧방귀를 뀌고 사는 이의 환갑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방랑자 김립이 술 한 잔 얻어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어찌 놓치겠는가? 그 집 문전에 들러 접객(接客)을 청하는데, 인심이 그다지 좋지 못하였는지 김립의 초라한 행색 때문이었는지 손님 대접이 시원찮았다. 어찌어찌 술 한 상 얻어먹고 나니 그 집 장자(長子)가 와서 축시(祝詩)를 한 수 청했다.

 

술 한 잔 들이킨 김립이 일필휘지(一筆揮之) 한 구절을 써서 읊으니 이와 같다. "彼坐老人非人間(피좌노인비인간)", "저기 앉은 노인 사람 같지 않구나"란 뜻이다. 글귀가 이러니 금세 잔칫집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러나 다음 구절을 읊자 좌중(座中)은 모두 무릎을 쳤다. "疑是天上降神仙(의시천상강신선)",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 같도다." 처음에는 사람 같지 않다고 해서 모두들 화를 냈는데, 신선 같다고 찬양을 하니 어찌 탄복지 않겠는가?

 

이윽고 또 한 구절을 듣고는 다시 모두들 불같이 화를 냈다. 그 구절은 "膝下七子皆盜賊(슬하칠자개도적)"으로 슬하의 일곱 자식을 모두 도적놈이라고 칭했으니 어찌 화를 내지 않으리오.  

 

하지만 마지막 구절을 듣고는 모두 박수를 치며 칭송을 하였다. 그 구절은 이렇다. "偸得天桃獻壽宴(투득천도헌수연)." 偸(투)는 '훔칠 투'이다. 하늘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장수(長壽)하시게 회갑잔치에 올렸다는 뜻이다. 도적은 도적이로되 부친의 장수를 위해 하늘의 천도복숭아를 훔친 효자라는 의미이니 대단한 반전(反轉)이다.

 

김삿갓의 천재성과 장난끼가 돋보이는 일화이고, 한시라는 장르가 주는 함축(含蓄)과 풍자(諷刺)의 멋진 조화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이야기이다. 약간 놀림을 받기는 했지만, 부친을 신선으로 칭송하고 자신들을 효자로 올려 주었으니 자식들로도 흡족할 일이다.

 

강/사/랑네도 팔도(八道)의 산길 들길 물길을 찾아 방랑하는 삶을 살고 있어 여러 고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이번 지리산 둘레길 순례(巡禮)에서도 그러하여서 첫날 저녁 야영 자리를 찾다가 어느 가족의 모임에 초대받았다. 할머니를 위시한 대가족의 모임이었는데, 화기애애하고 단란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저절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가족 모임의 주인공은 할머니였다. 청상(靑孀)으로 일찍 홀로 된 부인이 억척스레 2남 4녀를 훌륭하게 키워냈고, 그 자식들과 손자들이 함께 모여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해 주는 자리였다.

 

홀로 세상 풍파를 헤치고 나온 어머니의 노고(勞苦)와 헌신(獻身), 그 고된 인고(忍苦)의 세월이 헛되지 않게 훌륭히 자라 일가(一家)를 이룬 자식들, 그리고 그 본을 받아 장차 동량(棟梁)으로 자랄 손자 손녀들. 자식들은 자기 가족의 단란함과 어머니의 건강이 자랑스러웠고, 어머니는 훌륭한 자식들과 손주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껏 흡족하고 자부스러워했다.

 

뜻밖의 초대로 그 가족의 잔칫상에 합석하여 술 한 잔 얻어 마셨는데, 내 재능 부족하여 김립(金笠) 같이 멋진 한 구절 싯귀로 답례하지 못했음이 못내 아쉬웠다. 다만 잔 들어 부인의 만수무강(萬壽無疆)을 빌어 드림으로 둔재(鈍才)의 헌사(獻辭)를 갈음하였다.


 


찔레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구간 :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인월~금계)
거리 : 구간거리(20.2km), 누적거리(45.3km, 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5년 5월 23, 24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인월
 ~ 중군마을 ~ 수성대 ~ 배넘이재 ~ 노루목 당산소나무 ~ 장항마을 ~ 60번도로 ~ 매동마을/고사리밭 야영 ~ 서진암갈림길 ~ 묵답 ~ 중황마을 ~ 상황마을 ~ 등구재 ~ 창원마을 갈림길 ~ 와불전망대 ~ 샘터 ~ 창원마을 윗당산 ~ 금계마을.

 

 

햇수로 2년, 정확히는 1년 7개월 만에 지리산 둘레길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와 사연이 모여 둘레길은 뒤로 밀려 있었다.

 

하지만 지리산에 대한 열망이야 늘 한결같다. 그 품속을 거닐고 싶은 생각은 물론이고 언젠가는 그 품에서 삶을 영위해 가고 싶은 바람까지 아직은 굳건하다. 그러나 지금 지리산엔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보적인 절대 권력의 기관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과 조우하지 않으면서 지리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둘레길이 제격이다.

 

그리하여 봄이 막바지로 치닫는 오월 마지막 주말에 짐 꾸려 지리로 향했다. 짐 챙겨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시각은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인월에 두 시 반쯤 도착해서 세 시쯤 출발하면 중간에 있는 등구재에 저물기 전에 도착할 수 있겠고, 그 인근에서 야영하면 좋을 듯하였다.

 

그러나 그런 계획은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는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수도권 모든 사람들이 남도 쪽으로 나들이 방향을 잡았는지 최악의 교통정체가 앞을 가로막는다.

 

끔찍한 정체를 겪은 후 인월에 도착하니 시각은 이미 오후  여섯 시를 넘기고 있다. 부지런히 짐 챙겨 둘레길에 들어선다. 인월 광천 둑길엔 이미 노을빛이 서려 있다. 하지만 마음은 느긋하다. 가다가 날 저물면 어디 적당한 곳 찾아 집 짓고 쉬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택한 둘레길 순례 방식의 묘미이다.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인월~금계)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19km의 지리산길. 지리산북부의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옛 고갯길을 주로 걷는 구간이다.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고, 넓게 펼쳐진 다랑논과 6개의 산촌 마을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지리산을 조망하며 작은 산촌을 걷고 있자면 사람살이가 무엇인지, 따스한 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지리산 앞에 사람은 작아지지만, 산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면 그 사람은 산이 된다. 인월-금계 구간에서 만나는 산촌 사람들은 이미 산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다.  주요 구간으로는 인월면을 시작으로 중군마을, 수성대와 장항마을, 창원마을을 지난다. 창원마을 지나 만나게 되는 등구재를 건너면 남원땅에서 함양땅으로 넘어서게 된다. 등구재를 지나 함양땅 금계마을을 만나게 된다. 인월-금계 구간은 제방길, 농로, 차도, 임도, 숲길 등이 전 구간에 골고루 섞여 있다. 또한 제방, 마을, 산과 계곡을 고루 즐길 수 있으며 2008년 기개통 구간이 포함되어 있어 이미 널리 알려진 구간이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인월~금계)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엄청난 교통정체를 겪은 후 예정보다 훨씬 늦게 인월에 도착했다. 인월을 가로지르는 광천 너머로 덕두산이 우뚝하다. 겹쳐 있는 뒷 봉우리는 바래봉일 것이다.

 

 

 

# 얼른 짐 챙겨 길을 나선다. 어탕집은 오늘도 손님이 많다. 내일 일정 모두 마치고 맛볼 생각이다.

 

 

 

# 구인월교 다리 곁에 3 코스 출발점이 있다.

 

 

 

# 1년 7개월 만에 같은 자리에 선다. 출발이 늦어도 표정은 느긋하다. 틀에 박힌 일정을 잡지 않은 탓이다.

 

 

 

 

 

# 이팝나무 하얗게 꽃을 피운 강둑을 따라 둘레길 3 코스를 시작한다. 이때 시각은 이미 오후 6시 15분을 가리키고 있다.

 

 

 

# 이팝나무는 쌀밥나무란 뜻이다. 하얀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마치 김 모락모락 나는 쌀밥을 연상시켰나 보다. 배 고프던 시절에 우리 조상님들은 쌀밥 구경은 꿈 같은 이야기이고 저런 꽃무리에서나마 대리만족을 하였을 것이다.

 

 

 

# 붉은 토끼풀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이 넘은 유럽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원래는 사료용으로 도입했는데, 씨앗이 퍼져나가 야생이 되었다. 홍차축조(紅車軸草), 홍삼엽(紅三葉), 금화채(金花菜)라고도 한다.

 

 

 

# 광천 넓은 초지에 누렁이 모자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그 모습 예뻐 보여 한참을 지켜보았다.

 

 

 

# 늦은 오후라 그림자가 많이 길어졌다.

 

 

 

# 인월 들엔 벌써 모내기가 끝났다. 농촌 떠난지 오래 되어 모내기철이 이른지 늦은지 알 길이 없다.

 

 

 

# 가벼운 차림으로 둘레길을 마무리하는 부부가 우리 짐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 이윽고 구인월에서 중군마을로 넘어가는 도로에 올라선다.

 

 

 

# 차량통행 적은 길이라 공기가 맑다. 그 공기 속에 꽃 향기 가득하다. 오랜만에 만난 고광나무. 꽃 향기 강렬하다.

 

 

 

# 국수나무도 앙증맞은 꽃을 피웠다.

 

 

 

# 하지만 이 시기 우리 산하를 꽃향기로 뒤덮는 주인공은 바로 찔레꽃이다. 그 향기 너무나 황홀하여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번 이틀 간의 둘레길 내내 이 강렬한 찔레꽃 향기에 취해 걸었다. 그리하여 내내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로  시작되는 장사익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었다.

 

 

 

# 모퉁이를 돌아가자 중군마을이 나온다. 그 입구에 성곽처럼 꾸민 집이 있다. 민박집인 모양이다.

 

 

 

# 둘레길은 중군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 중군마을에서 만난 할머니가 우리 짐 무게를 걱정하신다.

 

 

 

# 중군마을은 고려 말기에 형성된 마을이다. 임란 당시 군사 요새지였고 부대 편성 중 중군이 주둔한 곳이어서 마을 이름 그렇게 불렀다 한다. 지금은 민속관광마을로 지정되어 있다.

 

 

 

# 고추 모종을 세우고 있다. 옆에선 두 분이 훈수하시고...

 

 

 

# 둘레길은 저 광천의 우측으로 길게 이어질 모양이다.

 

 

 

# 잠시 진행하다 갈림길을 만난다. 둘레길은 아랫쪽 길이다.

 

 

 

# 시멘트 포장도로가 길게 이어진다. 꽃 향기 가득하다.

 

 

 

# 그러다 광천을 벗어나 산쪽으로 길게 밀어 올린다.

 

 

# 그곳에 작은 계곡이 있고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우리가 올라 오는 동안에 이 집 주인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트럭 편으로 퇴근하였다.

 

 

 

# 막걸리가 찬 계곡물에 담겨 있다. 마눌은 이곳에서 야영을 하자고 주장한다. 물도 있고 막걸리도 있으며 넓은 공터도 있으니 야영 자리로 최고라는 것이다. 막걸리는 마신 만큼 돈을 두고 가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이제 겨우 한 시간 정도 걸었고, 이번 구간 길이가 21km로 장거리라 오늘 어두워지더라도 좀 걸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투덜거리는 마눌 달래서 출발했다. 백련사 갈림길을 지난다.

 

 

 

# 고개를 오르던 둘레길은 이곳에서 아랫쪽 숲으로 내려간다.

 

 

 

# 바로 아래에 계곡이 있다.

 

 

 

# 이 일대를 수성대라 한다. 수성대란 이름은 임란 당시 이곳에서 외성을 수비하던 수성군이 잠복하여 얻은 이름이다.

 

 

 

# 이곳에도 쉼터가 있다. 역시나 물 있고 막걸리 있으며 쉴 평상 있으니 하룻밤 묵어 가기에 적당한 곳이다. 

 

 

 

# 그러나 역시 갈 길 멀어 그냥 패스했다.

 

 

 

# 계곡을 건넌 둘레길은 산허리를 휘감아 돈다.

 

 

 

# 역시 우리는 포장길 보다 산길 체질이다. 푹신한 흙을 밟으며 산허리를 휘감는다. 둘레길은  수성대를 지나 고개를 하나 넘고 있다.

 

 

 

# 배넘이재이다. 노아의 홍수처럼 우리 옛 전설에도 대홍수의 이야기가 많다. 그리하여 전국 곳곳에 배넘이, 배달은, 무너미, 고리봉 등의 이름을 가진 고개나 산이 많다.

 

 

 

 

 

# 배넘이재를 넘자 전방으로 조망이 트인다.

 

 

 

# 저멀리 등구재가 보인다.

 

 

 

# 등구재 우측 백운산에 붉은 노을이 걸렸다.

 

 

 

# 고개 너머로 고사리밭이 연이어 나타난다. 둘레길 걷는답시고 우르르 몰려와서 남의 농작물을 아무 죄책감 없이 훔쳐가는 몰상식들이 아직도 많은 모양이다.

 

 

 

# 장항마을과 일성콘도가 눈 앞이다.

 

 

 

# 장항마을은 지붕이 모두 기와로 덮혀 있다.

 

 

 

# 삼정산의 세 봉우리가 우뚝하다. 멀리서 바라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 산정에서 보낼 하룻밤을 꿈꿔 본다.

 

 

 

# 해가 길어 이 늦은 시각에도 사위가 밝다.

 

 

 

# 장항마을 언덕 위에 천년송 한 그루가 독야청청하고 있다.

 

 

 

# 물과 막걸리만 준비되어 있다면 이 천년송 아래서 하룻밤 보내는 것도 멋질 것이다.

 

 

 

# 아쉬운 맘에 돌아보니 천년송이 노을 속에 빼어나다.

 

 

 

# 장항마을은 노루목을 한역(漢譯)한 것이다. 긴 長, 목 項을 쓴다. 노루목이란 지명은 전국 각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지명이다. 노루목, 노루메기, 노리미 등등의 이름으로 변음되기도 한다.

 

 

 

# 이 고개가 노루목 고개인가?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듯한 쉼터가 있다.

 

 

 

# 지리산 둘레길을 다시 세분하였나? 남원 신선둘레길이란 말은 처음 들어 본다.

 

 

 

# 아마도 둘레길 남원 구간을 다시 재구성한 모양이다. 바래봉 아래와 달궁 거쳐 정령치쪽으로 연결되지 싶다.

 

 

 

# 곧 인월과 마천을 잇는 60번 지방도에 이른다.

 

 

 

# 주위는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는데 저 콘도 건물만 밝게 빛난다.

 

 

 

# 둘레길은 건널목을 건너 대정리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우선 마실 물과 막걸리 등을 구입해야 해서 인근 가겟집을 찾았다.

 

 

 

# 민박을 겸하고 있는 동네 가게에서 이것저것 구입하고 시원한 아이스 바도 하나씩 사 먹었다. 어느새 날은 어두워졌다. 야영지를 찾자면 어느 정도 야간 산행이 불가피하여 헤드랜턴 착용하고 정비를 하였다. 오랜만의 야간 산행이라 마눌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충분히 휴식하였다. 그때 어디선가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곡인 유모레스크가 들려온다. 서투른 솜씨이긴 하지만 그 소리 듣기 좋아 같이 흥얼거렸다. 이 집은 민박을 겸하는 집이다. 어느 일가족이 나들이를 와서 야외 파티를 하는 모양이다. 바이올린 연주한 꼬맹이에게 박수 쳐주고 막 출발하려는데 그 댁에서 강력하게 초대를 한다. 평소 낯가림 심한 편이라 감사드리고 사양하였지만, 그 댁 장자(長子)가 손을 잡아끈다. 지나친 사양도 예의가 아니라 부득이 그 댁 잔치에 참석했다.

 

 

 

# 전라도 어느 곳이 고향이라는 일가족이 할머니의 생신을 맞아 함께 여행을 왔다 한다. 손녀딸이 할머니 생신 축하공연 중이다. 1부는 유모레스크, 2부는 내 나이가 어때서 이다.

 

 

# 이것저것 음식을 내놓으며 권한다. 특히 해남에서 바로 공수했다는 소고기 육사시미가 일품이다. 바비큐와 수박, 떡 등도 자꾸 권한다. 우리 배낭 속에 든 음식물을 오늘 저녁에 먹지 못하면 내일까지 지고 다녀야 해서 양해 구하고 몇 점씩 맛나게 먹었다.

 

 

 

# 이 어르신이 오늘의 주인공이시다. 삼십대에 홀로 되셔서 2남 4녀를 혼자 힘으로 훌륭하게 키우셨다. 두 아들이 모두 대학교수였다. 조선대와 영남대에 재직 중이었다. 할머니가 홀로 싸워 오셨을 긴 세월이 눈에 선하다. 그 덕분에 자식들은 모두 훌륭하게 성장하였고, 각자 다시 일가를 이루었다. 자신의 노고로 이룬 좋은 결과 앞에 할머니는 마음껏 자랑스러워 했다. 웃음 가득한 할머니의 얼굴에 자부심과 기쁨이 가득하였다. 좋은 詩 한 首 올릴 재주 없는 몸이라 만수무강하시라 축원의 말씀만 드렸다. 갈 길이 바쁘지만 않았다면 이 댁 잔치에 오래 머물며 같이 어울리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갈 길이 멀고 잠자리를 확보해야 했다. 환대에 감사드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 건널목을 건너 감식초 공장 입간판 옆으로 올라갔다. 매동마을 뒷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이곳에도 펜션이 몇 개 영업 중이고 잔디밭에서 바비큐 파티가 한창이다.  펜션을 지나 우측으로 꺾이더니 다시 위로 올라간다. 길 옆에 과수원과 고사리밭이 연이어 나타난다. 잠시 오르니 등로 좌측에 넓은 고사리밭이 나타난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나무 그늘 아래 텐트 칠만한 공터가 있다. 원래 계획은 매동마을 뒷산에 있는 소나무숲 속에서 야영할 생각이었지만  앞서 잔칫집에서 너무 시간 지체가 많았고, 마눌이 빨리 쉬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그만 이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 우리는 의식주에 필요한 도구들을 등에 짊어지고 다닌다. 따라서 준비한 음식물을 소비하지 않으면 등짐 무게가  줄어들지 않는다. 잔칫집에서 권하는 음식을 양껏 먹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이다. 곰배막걸리는 처음 마셔 본다. 안주는 연어회를 얼려 왔다.

 

 

 

# 인사드리고 나오는데 할머니가 극구 챙겨 주신 떡이다. 유난히 떡을 좋아해 별명이 떡돌이로 불리는 나에겐 최고의 선물이다.

 

 

 

# 고요하고 바람 없는 곳에 잠자리를 만들었다. 밤이 깊어지자 밤새가 찾아와서 울었다. 밤 공기에 처량하게 흔들리는 새 울음소리 때문에 마눌은 조금 겁 먹었다.

 

 

 

# 뒷날 이곳보다 훨씬 훌륭한 야영지를 연달아 만나게 되지만, 당시로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나름 훌륭하였다.

 

 

 

# 소변 보러 밖으로 나왔는데, 하늘 가득 별이 초롱초롱하였다. 북두칠성이 보인다.

 

 

 

# 편안한 밤이었다. 커다란 나무 아래 집을 지어 바람 없고 고요했다.

 

 

 

# 넓은 고사리밭이 펼쳐저 있다. 뒷쪽의 산은 촛대봉이다. 저 산자락에 서진암이 있다.

 

 

 

# 통통한 고사리들이 올라 오고 있다.

 

 

 

# 부지런한 둘레 순례자들이 벌써 길을 나서고 있다.

 

 

 

# 우리는 느긋하게 아침 끓여먹고 하루 분량의 걸음을 준비했다.

 

 

 

# 기념사진 한 방 남기고.

 

 

 

 

# 주변 정리 후 고사리밭을 떠나 둘레길로 합류했다.

 

 

 

# 오르막길이 길게 이어진다.

 

 

 

# 소나무숲 속의 길이라 솔향기 그윽하다.

 

 

 

# 중간중간 숲속으로 샛길이 있다. 잠시 살펴보니 매동마을로 내려 가는 길들이다.

 

 

 

# 한차례 길게 올라가자 서진암 갈림길이 나온다. 이 삼거리는 넓고 솔갈비 떨어져 있어 폭신하다. 이곳에 집을 지었어도 좋았을 듯 싶다.

 

 

 

# 우틀하여 숲길을 따른다.

 

 

 

# 아직 이른 아침이라 기온 높지 않고 솔숲의 향기 좋은 곳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 이 거목은 생명의 흐름이 끊겼어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멋진 야영지를 만났다. 네모 반듯하고 평평하며 솔갈비 수북해 포근하다. 이장한 묘지인지 이곳에 많은 묵밭 중 하나인지 구분키 어려우나 묵밭이라면 최고의 야영지이다.

 

 

 

# 이 숲속길은 꽤 길고 구불구불하다.

 

 

 

# 중간중간 순례객들을 위한 쉼터가 있다. 하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은 탓인지 생각보다 순례객이 적은 탓인지 대부분 비어 있다.

 

 

 

# 공터 갈림길을 만났다. 일찍 산책을 나선 이들과 지나친다. 맨발로 편안하게 숲길을 즐기고 있다.

 

 

 

# 고개 하나를 길게 치고 오른다.

 

 

 

# 그곳에도 영업하지 않는 쉼터가 있다. 쉼터마다 평상이 있어 그곳에서 하룻밤 신세 져도 좋을 듯하였다.

 

 

 

# 축대처럼 돌을 쌓아 둔 곳이 나타난다. 화전민들 집터인가 했는데, 묵밭이다. 예전에는 이런 산기슭 대부분에 다락논을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세월 흘러 농사를 그만 두니 자연은 그 자리를 숲으로 되돌리고 있다.

 

 

 

 

# 묵밭 위에는 평평한 공터가 많아 야영 자리로 그만이다.

 

 

 

# 잠시 진행하자 계곡이 나온다. 이 긴 가뭄 중에도 물이 흐르고 있다.

 

 

 

# 이윽고 언덕을 올라 소나무숲을 벗어나게 된다.

 

 

 

# 이곳에서 3코스는 딱 절반을 가리킨다.

 

 

 

# 그곳에서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 간다.

 

 

 

# 등구재 우측에 있는 백운산이 정면이다.

 

 

 

# 펜션에서 운영하는 작은 가게가 있다. 달콤한 캔커피만 있고 우리가 원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없다. 패스!

 

 

 

 

# 등구재까지는 아직 3.4km 더 가야 한다.

 

 

 

# 중황마을 윗길을 따라 휘감는다.

 

 

 

# 아까시꽃 지고 밤꽃 피는 시기이다. 양봉업자들은 꽃을 따라 전국을 헤맨다. 햇살 피어오르니 벌들이 꿀을 찾아 나서고 있다. 잉잉잉 벌소리 요란하다.

 

 

 

# 3코스는 지리산 둘레길 중 가장 유명한 곳이다. 그만큼 찾는 이도 많다. 이곳에서 촬영한 TV 프로 1박 2일의 영향도 크다. 따라서 곳곳에 민박이나 펜션, 쉼터가 성업 중이다.

 

 

 

# 둘레길은 중황마을 상단을 휘감아 다시 상황마을 상단으로 이동한다.

 

 

 

# 아침에 우리가 야영자리를 정리하고 있을때 초등학생 자녀들을 대동한 일가족이 고사리밭 옆 소나무 숲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싱그러운 아침 공기가 황홀하였던지 애기 엄마가 팔 벌리고 돌며 라라라~ 포카리 스웨트 CM송을 부른다. 그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하고 상쾌한 그 기분이 이해되기도 했다. 나중에 중황마을에서 다시 그들을 만났는데, 애기엄마의 표정이 불과 한 시간여만에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다. 상쾌한 기분을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요?

 

 

 

 

 

# 산 윗쪽으로 오르다 갈림길을 만나 그 갈림길로 들어간다.

 

 

 

# 이곳에도 쉼터들이 연달아 나타난다. 이 코스는 밥 굶고 술 굶을 일은 없겠다.

 

 

 

# 다시 잠시 산길로 접어 든다.

 

 

 

# 하루종일 찔레꽃 향기를 어찌나 많이 맡았던지 온 몸에 땀냄새보다 꽃향기가 더 날 지경이다.

 

 

 

# 묘지 있는 곳에서 잠시 조망이 트인다, 저곳은 지리산의 속살로 들어가는 길이다.

 

 

 

# 저 골안으로 861번 도로가 달궁 거쳐 성삼재로 올라 간다.

 

 

 

# 더이상 새 잎을 피워내지 못하지만 아직도 빼어나다.

 

 

 

# 다랭이논 상단에 서면 전방으로 멋진 조망이 기다린다.

 

 

 

# 삼정산은 오늘 내내 시야의 중심에 서 있다. 지리 동부 칠암자 순례를 할 때 내 그대를 찾으리다.

 

 

 

# 토안소류지를 만난다.

 

 

 

# 소류지 앞에 나무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다. 오늘 구간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다.

 

 

 

# 전방으로 중황리의 다랭이논과 지리산의 속살이 한 눈에 들어온다. 

 

 

 

# 바래봉에서 정령치로 넘어 가는 지리 서부능선.

 

 

 

# 그 전방의 조망을 넓게 그려 보았다. 백운산, 삼정산, 바래봉, 덕두산이 우뚝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햇살 강렬한 전망대 데크에서 가슴 뻥 뚫리게 시원한 조망을 한참동안 감상했다. 소류지를 돌아 아래로 내려가면 상황 마을 쉼터가 나온다. 시각이 일러서인지 문이 잠겨있다.

 

 

 

#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저 촛대봉, 서룡산의 산 아랫쪽 숲길을 구불구불 돌아왔다.

 

 

 

# 상황마을 윗쪽을 통과한다. 이 댁은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수확기를 놓쳐 고사리가 전부 피어버렸다. 외지에 나가있는 자식 내외가 일손을 도우러 온 모양이다. 뒤늦은 고사리 수확이 한창이다.

 

 

 

# 한옥 황토집으로 지은 펜션 곁을 지난다. 각종 펜션이 정말 많다.

 

 

 

# 중황리 다랭이논이다. 남해 가천의 다랭이논에 비해 규모는 작지 않지만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은 아니다. 이곳도 항공 촬영을 하니 제법 볼만하더라.

 

 

 

# 소나무 숲 아래 있는 저 펜션은 입지조건이 참 탐난다.

 

 

 

# 이 소나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등구재 오름이 시작된다.

 

 

 

# 그 오름 초입에 작은 계곡이 있고 그늘 좋은 쉼터가 있다.

 

 

 

# 동남아 어느 여행기에 나오는 집 같은 분위기이다.

 

 

 

# 이 집은 큰 돈 들이지 않고 나무로 얼기설기 지은 집과 비닐하우스로 만든 식당을 차렸는데, 음식 솜씨가 좋은지 예약 손님이 엄청나게 많다. 가만이 보니 찬이 아주 깔끔하고 맛나 보인다.

 

 

 

# 작지만 그늘 좋은 계곡가에 있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 우리도 그 그늘에 앉아 상큼한 오미자 차 한 잔 마셨다.

 

 

 

# 쉼터에서 꽤 오래 쉬었다. 이곳에도 민박이나 쉼터가 즐비하다. 스토리 있는 테마길을 만들어두니 사람들이 모여들고, 함께 돈도 모인다. 덕분에 이 고장 사람들은 농사 외에 새로운 소득원이 생겼다.

 

 

 

# 어느 민박집 화단에 핀 작약꽃의 색깔이 아주 강렬하다.

 

 

 

 

# 이제 본격적인 등구재 오르막의 시작이다.

 

 

 

# 긴 오르막이다. 중간중간 쉬면서 뒤를 돌아본다.

 

 

 

# 배낭 무게 때문에 오르막이 힘들다. 긴 오르막 상단에 곤달비 농장이 있다. 농장 입구에 물이 철철 흐른다. 이 코스를 조금 일찍 출발한다면 이곳 등구재 정상에서 야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물이 가까이 있으니...

 

 

 

# 한차례 더 올려 드디어 등구재 고개 정상에 오른다.

 

 

 

 

 

 

# 긴 오르막이 제법 힘들었다. 이곳 등구재는 오늘 구간 중에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치가 있는 고개이다.  고갯길 정상을 힘들게 올라 그곳에서 휴식하는 모습이 제법 사진 구도가 좋다. 이 고개를 기점으로 전라북도와 경상남도가 경계 짓는다. 고개 좌측은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이고 우측은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이다.

 

 

 

 

 

# 고개 윗쪽으로 올라가 바람을 맞았다. 올라온 길도 돌아보고...

 

 

 

# 젊은 처자 둘이 땀 뻘뻘 흘리며 고개를 올라 왔다. 친구끼리 둘레길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다.

 

 

 

# 등구재는 거북등을 닮아 그렇게 불렀다고도 하고 거북이 넘어간 형상이라 등구재라 불렀다고도 한다. 그러나 정작 지도에는 거북 구(龜)가 아니라 오를 등(登), 아홉 구(九)로 적혀 있다. 구절양장으로 구부러진 고갯길이란 뜻이다.

 

 

 

# 등구재에서 한참을 쉰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부터 둘레길은 경상도 땅으로 들어간다.

 

 

 

# 남원 쪽 길에 비해 경사가 순하다.

 

 

 

# 한차례 내려 숲을 벗어난다.  갈림길이 있고 긴 임도가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휘감아 산허리를 돈다. 원래 둘레길은 이곳 갈림길에서 곧장 창원마을로 떨어져 내리게 되어있다. 하지만 둘레길 걷는답시고 떼로 몰려 와서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니 마을 주민들이 마을쪽 길을 폐쇄해 버렸다. 덕분에 길게 우회해야 한다.

 

 

 

# 입구 정자에 무인 농작물 판매대가 있다.

 

 

 

#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간다.

 

 

 

# 뙤약볕 강렬하다.

 

 

 

 

# 용이 휘감듯 운치있어 보이나 실상은 엄청나게 무덥고 재미없는 길이다.

 

 

 

 

# 두어번 오르막과 산모퉁이를 휘감아 돌자 무인 쉼터가 나온다.

 

 

 

# 와불 전망대라 한다. 소원을 적은 쪽지들이 많이 매달려 있다.

 

 

 

 

# 머리 부분이 좀 낮은 형상이다. 우리도 소원 하나 빌었다.

 

 

 

 

# 길고 지루한 길이다. 그 긴 길 내리막 시작점에 잘 지은 주택 하나가 있다. 집 좌측에 산양삼 재배지가 있다. 요 근래 신축하였는지 한창 조경공사 중이다.

 

 

 

# 내리막 길에는 과수원이 이어지고 원두막도 중간중간 있다.

 

 

 

# 그 원두막에 쉬어가도 좋고 하룻밤 묵어가도 좋겠다.

 

 

 

# 이렇게 맑고 깨끗한 샘물까지 근처에 있으니 쉼터로는 최고이다.

 

 

 

# 원두막에 앉으면 바람 시원하고 작약꽃밭 예쁘다.

 

 

 

# 등구재 좌우로는 민박이나 펜션이 많은데, 저 댁은 전원주택인 모양이다.

 

 

 

# 인기있는 코스라 순례객들이 종종 눈에 띈다.

 

 

 

# 창원마을 입구에 웅장한 당산나무가 있다.

 

 

 

# 엄청난 크기의 느티나무 두 그루가 천년 세월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 그늘 좋고 나무의 기상 좋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일정 맞는다면 하룻밤 묵어 가도 좋을 곳이다.

 

 

 

 

# 마을 초입에 등구재에서 곧장 하산하는 길과 우회길이 만나는 곳이 나온다.

 

 

 

# 그 인근에 작은 찻집이 있다.

 

 

 

#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인생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방문객이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타인의 인생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찻집이다. 이 사람들의 부모가 '인간극장'이란 프로에 나왔다 한다. 지리산 자락에서 동물들과 오손도손 사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졌던 모양이다. 마눌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 댁을 방문해 보고 싶어 했다. 이번에 3코스를 하면서 일정이 맞지 않으면 아들 내외가 하는 찻집이라도 꼭 들렀다 가자 한다. 아들 내외도 그 프로에 나온 모양인데 새댁은 둘레길 순례 왔다가 인연이 되어 이 댁 아들과 결혼까지 하였다 한다. TV의 위력이 대단하다. 동네 어귀에 있는 이 작은 찻집에 손님이 아주 많다. 모두들 인간극장을 보았고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인 듯 동물들의 안부, 이 댁 부모들의 안부를 묻는다. 사람들은 TV 속 사람들을 제 3자가 아닌 인간관계의 당사자로 착각한다. 따라서 TV에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주목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어쨌건 이 젊은 부부는 TV 덕분에 지리산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게 되었다.

 

 

# 뜨거운 커피와 달콤한 팥빙수를 먹으며 오래 쉬었다.

 

 

 

# 대밭을 배경으로 찻집을 꾸몄다.

 

 

 

# 창원마을은 윗말 아랫말로 나뉘어 있다.

 

 

 

# 창원마을 상단에서 우측으로 다시 길게 진행한다.

 

 

 

# 긴 고갯길이 다시 나타난다.

 

 

 

 

 

# 산허리를 휘감아 금계마을로 넘어간다.

 

 

 

# 3코스는 거리가 만만치 않다.

 

 

 

 

# 농로를 벗어나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 뙤약볕 강렬한 농로보다는 이런 숲길이 훨씬 낫다.

 

 

 

# 숲이 트이는 곳이 나온다. 석산이 흉물스레 파헤쳐저 있다.

 

 

 

# 때죽나무 꽃잎이 바닥에 하얗게 그림을 그렸다.

 

 

 

# 숲길을 길게 걸어 금계마을에 다달았다.

 

 

 

# 금계마을에도 펜션이 많다.

 

 

 

# 마을 끝 엄천강가에 넓은 주차장과 둘레길 안내소가 있다.

 

 

 

 

# 그곳에서 인증도장 찍으며 3코스를 마무리했다.

 

 

 

인증센터에서 인증도장 날인하고 시각을 확인하니 딱 12시를 가리키고 있다. 매동마을에서 7시 50분에 출발했으니 4시간여 걸린 셈이다. 긴 휴식이 서너차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꽤 양호한 시간에 도착하였다.

 

가벼운 차림이라면 대여섯시간이면 충분한 코스이다. 다만 경치 좋은 곳이 자주 나와 발길을 잡힐 터이니 긴 휴식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3코스는 지리산 둘레길 중 가장 유명한 코스이고 특히 등구재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TV프로에 등장할 일이 많았고, 그 덕분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 모여드니 자연 지역 사회의 살림살이도 변화가 있고 윤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좋은 스토리를 갖춘 이야깃 길이 탄생하니 이런 좋은 일도 따라 온다.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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