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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병상일지 4(2015년 10월)/病床日誌 4 본문
세상 살다 보면 맑은 날도 궂은 날도 있다.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고 늘상 겪어온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살 좋아 날 맑으면 콧노래가 나오고 날 궂어 비라도 내릴라치면 금세 우울감에 빠진다.
흐린 날이 있어야 맑은 날도 있는 것이고 흐려 비가 내려야 세상 만물 생명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그 짧은 흐림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 무너진 듯 절망에 빠지는 것이 어리석은 사람들 일상이다.
허리 병을 얻고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하늘 궂어 비라도 내리는 날엔 하루종일 허리가 묵직하고 불편하다. 꾸준히 운동하고 아침마다 사우나에 들러 뜨거운 탕에 담가 관리하는 데도 그렇다.
또, 굳이 날씨가 나쁘지 않은 날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평소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우울 모드에 빠진다. 꾸준히 운동하고 자기 관리하여 많이 회복되었음에도 잠깐의 악화를 견디기 어렵다.
허리 병이란 것이 묘해서 단번에 완치가 되지도 않고 증상이 좋았다 나빴다를 늘 반복한다. 아직 발병 삼 개월차이니 쾌차나 정상화를 이야기하기는 이르지만 한 번 좋아졌으면 계속 그 방향으로 갔으면 좋으련만 그게 말처럼 되지가 않는다.
어떤 때는 컨디션이 좋아 지금 당장 무거운 야영 배낭 둘러메고 백두대간 속으로 뛰어들어도 될 것 같은데, 또 어떤 날은 허리나 등이 묵직하게 불편하거나 무릎이나 골반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참으로 어렵다. 그리하여 몸 관리는 물론이고 마음 관리도 해야만 할 일이다.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굳건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병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도 않지만 단번에 나빠지지도 않을 것이니 긴 호흡으로 꾸준히 자기관리를 해야 할 일이다.
공쯔(孔子) 술이편(述而篇)에 말씀하시기를 "군자탄탕탕 소인장척척(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이라 하시었다. 군자는 늘 평안하여 너그럽고 소인은 언제나 근심 걱정으로 지낸다는 뜻이다.
작은 변화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노라면 어느 날 무거운 야영 배낭을 멘 채 다시 백두대간 산 마루금을 걷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리라!
# 병상일지.
* 10월 1일. 목요일 매일 10km 내외, 만오천 걸음 내외 걷기는 계속 진행. 일이 바빠 퇴근이 늦을 경우 밤 열두 시에라도 호숫가를 한 바퀴 돌아 목표 걸음 수를 채웠다. 때문에 늘 새벽 한 시 이후에 잠자리에 든다. 아침 다섯 시 50분에 일어나니 일일 수면 시간이 다섯 시간이 못 된다. 이거 좋지 않다.
* 10월 2일. 금요일 시월 들어 왼쪽 다리의 저림 현상은 많이 좋아졌다. 아직 발목 근처 피부가 가려운 현상이나 잔잔한 저림은 간혹 있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다. 대신 허리와 등의 불편함이 새로 생겼다. 등의 불편함은 크런치나 레그레이즈 같은 근력운동 때문인 듯한데 허리 불편함은 디스크 결과가 분명하다.
다리의 방사통이 사라지고 허리 통증이 생기는 것을 '중심화 현상'이라 하여 병이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증상이 그것이었으면 좋겠다.
* 10월 3일, 토요일 날씨 좋은 토요일이다. 가을 냄새 맡고 싶어 도보여행을 계획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집 정리 좀 하고 지도를 펼쳤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물길을 따라 걷는 것이 좋다. 물길은 가을 들판을 따라 흐르기 마련이고 그 들판에는 가을이 바싹바싹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지도를 보니 우리집 앞에 있는 왕송호수에서 발원한 황구지천이 금곡동, 호매실동을 거쳐 흐르다 고색동 끝에 있는 평리들에서 서호천과 만나게 되어 있다. 황구지천을 따라 걷다가 그곳에서 서호천으로 갈아타고 북상하여 서호를 만난 후 물길을 벗어나 우리 집으로 걸어오면 되겠다.
햇살 뜨거운 날이었다. 들판과 물가엔 과연 가을이 익어 가고 있었다. 황금빛 들판과 하얀 억새, 뜨거운 햇살을 마음껏 즐겼다. 두 시 반 넘게 집을 나섰더니 서호천 중간에서 날이 저물었다. 서호에 도착하니 시각이 저녁 일곱 시를 넘고 있다. 화서역 근처에서 저녁 먹고 다시 걸어 성대역으로 갔다.
시각도 늦고 힘도 들어 마을버스 타고 귀가했다. 22km, 삼만 걸음 넘게 걸었다. 아주 긴 거리였다. 발병 이후 가장 길게 걸은 셈이다. 하지만 뒷날 쌩쌩하였다.
* 10월 5일 ~ 8일. 아침 5시 50 분 기상. 가볍게 몸 풀고 양치 후 출근. 회사 도착하면 6시 50분. 헬스클럽에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 사우나에서 반신욕. 매일 10km, 만 오천 걸음 내외 걷기 계속.
다리 방사통은 미미하나 오후쯤 되면 허리는 늘 불편하다. 퇴근하여 왕송호수 한 바퀴 돌면 허리 불편함은 사라진다. 하지만 늘 찜찜하다. 대신 호수 한 바퀴, 6km 쯤 돌며 듣는 음악이 정말 좋다.
* 10월 9, 10일. 금, 토요일 한글날 삼일 연휴이다. 주중엔 언제나 잠이 모자라니 휴일엔 늘 늦잠이다. 푹 자서 피로를 회복한 후 짐 꾸려 집을 나섰다. 해마다 추석 전에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벌초를 하는데, 올해 나는 허리때문에 처음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늦게나마 어른들께 성묘를 올릴 생각이다. 삼일 연휴라 길이 아주 많이 막혔다. 진주에 도착하니 이미 날이 어둑어둑하다. 얼른 준비해서 산으로 올라 갔다. 성묘 도중에 날이 어두워졌다. 등불 밝히고 어른들께 술을 올렸다. 산소 주변엔 멧돼지 흔적이 많다. 우리 부부는 늘 야간산행을 하던 사람이라 괘념치 않고 절 올리고 느긋하게 음복까지 하였다.
축제로 번잡한 진주를 떠나 상경하다가 원지 강가 모텔에서 하루 묵었다. 뒷날 원지 강가의 풍광이 정말 고왔다. 산청에 들러 남명 조식(南冥 曺植)선생 선비문화축제를 보았다. 남명선생은 평생을 경(敬)과 의(義)를 지표로 삼으신 어른이다.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 "안에서 밝히는 것은 경이요, 밖에서 결단하는 것은 의다"라는 뜻이다. 덕산의 산하도 정말 아름다웠다. 두 곳 모두 살고 싶은 곳이었다.
* 10월 12 ~ 16일. 증상 : 왼쪽 다리는 이제 지릿지릿한 저림도 많이 사라졌다. 어쩌다 한 번씩 나타나는 정도. 대신 저림이 있던 복숭아뼈 왼쪽이 자주 가렵다. 꼭 벌레 물린 것처럼 자주 가렵다. 그리고 새롭게 오른쪽 다리에 지릿지릿한 전기가 등장했다. 오른쪽은 허리 디스크와는 무관한 곳이다. 몇년 전 무리한 자전거 라이딩으로 얻었던 장경인대염이 다시 시작하는 모양이다. 런지 동작과 장요근 스트레칭을 하면서 허벅지 근육을 너무 과하게 신전시킨 결과인 듯하다.
원래 14일부터 늦은 여름휴가를 떠날 생각이었다. 결재까지 받아 두었는데 이런저런 일 때문에 뒤로 미뤘다. 예매했던 비행기표는 취소. 회사일로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일주일 내내 허리가 불편하였다. 입술도 부풀어 짓물렀다. 별스럽게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는 사람이 혼자 요란스럽다.
* 10월 17일, 토요일 간만에 늦잠 좀 잤다. 늘 잠이 모자란 상태인데 주말 야영산행을 못 가니 이런 반대급부도 있다. 느지막히 아점 먹고 지난 번 칠보산 넘어 고색동에서 멈춘 수원 둘레길을 이어 가기로 했다. 고색동에서 출발해서 황구지천을 따라 걷다가 수원위생처리장에서 서호천을 만나 다시 북상했다. 이 길은 지난번 두 물길 이어가기 할 때 걸었던 길이다.
벌말교차로 지나 경부선을 지나고 세류역도 만났다. 곡반정동을 지날 때 쯤 날이 저물었다. 반정 들판 목양교회 앞에서 길을 잃었다. 원래는 영통쪽으로 동진해야 하는데 들판을 헤매다 원천천을 만났다. 어두운 천변을 따라 북상해서 둘레길을 다시 만나고 신대저수지에서 2구간을 마무리했다. 먼 길이었다. 벌판에서 길을 잃어 좀 황당하기도 했다. 한 20km 걸은 모양이다.
* 10월 18일, 일요일 순이를 만나러 수리산으로 갔다. 생시에 녀석이 좋아하던 삶은 고구마를 갖다 주었다. 우리 순이 잠들어 있는 곳은 여전히 아늑하다. 다만 산행 왔다 응가 마려운 인간들이 이곳저곳 지뢰를 많이 버려 두었다. 주변 정리하고 가까이 못 오게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이후 수리산 임도를 한 바퀴 돌았다. 평상시 도심의 평지만 걷다가 오랜만에 산길을 걸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임도라지만 오르내림 있는 곳이라 마눌의 걱정이 많았다. 11km에 불과하지만 산길이라 평지와는 비할 바 못된다. 역시 오늘도 마지막 A 코스에서 날이 어두워졌다. 마지막 한 시간 정도는 산길을 거의 뛰었다. 이틀 연속 밤길을 걷게 했더니 마눌의 불만이 많다.
* 10월 19일, 월요일 월요일은 일찍 임원회의가 있다. 5시 40분 기상, 6시 50분에 회사 도착해서 세면도구 챙겨 회사앞 사우나에 갔다. 스트레칭하고 뜨거운 물 반신욕으로 허리를 지졌다. 가볍게 시작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하지만 회의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왼쪽 골반이 불편했다. 이후 하루종일 그곳이 좋지 않았다. 가끔 가벼운 통증도 있다. 휴일 이틀 동안 너무 무리하게 걸었고 어제는 산길을 뛰었는데, 그것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저녁에 도림천으로 나가 11km 빠르게 걸었다. 처음에는 왼쪽 골반 부위가 제법 불편했는데 다 걷고 나니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추이를 조심스레 지켜봐야겠다.
* 10월 19 ~ 23일. 정신없는 한 주였다. 여러 일들이 난마(亂麻)처럼 꼬여 애를 먹였다.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치에 이르러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자연히 몸 컨디션도 나쁘다. 한 주일 내내 좌측 골반은 불편하였고 우측 다리의 전기는 계속 되었다.
하지만 운동은 쉬지 않았다. 만 보를 채우지 못한 날은 밤 12시가 넘어도 나가서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들어왔다. 인적 없고 불빛도 없는 어두운 호숫가이지만 걷는 그 순간은 스트레스도 골반의 불편함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힘든 한 주를 보냈다.
* 10월 25일 일요일. 토요일은 회사에 일이 있어 출근했다. 오후엔 쇼핑 좀 하고 부곡동 체육공원에서 운동하였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일요일 아침에 느지막이 침대에서 눈을 떴는데 우측 다리 장경인대와 허벅지 앞쪽 큰 근육에 감각이 이상하였다. 지금 내 증상은 원래 아팠던 좌측 골반의 미세한 불편함과 새롭게 생긴 우측 다리의 저림 현상이다.
좌측 다리야 원래 아팠던 곳이지만 우측은 허리병과는 관계가 없던 곳이다. 그래서 나는 몇 년 전 앓았던 장경인대염을 의심하고 있다. 요근래 근력운동을 좀 심하게 하였고 스트레칭의 강도도 높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에 침대에서 가볍게 몸을 풀려고 하는데 우측 큰 근육의 감각이 영 이상한 것이다. 10여 분 주물러 풀고 일어났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 걱정이 되어서 이후 다리쪽 근력운동, 특히 런지와 장요근 스트레칭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후에는 의왕 산들길을 걸었다. 원래 산들길의 출발지는 부곡체육공원인데 자주 가던 곳이라 의왕에서 만든 여러길 중 달바위길을 따라 시작하였다. 월암동 일대를 휘감는 달바위길은 시골 마을과 들녘을 돌게 되어 있다. 1구간을 걸은 후 산들길에 합류하고 이후 의왕톨게이트 옆 맛집인 만두가게까지 가서 저녁 먹고 돌아왔다. 한 12.5km 걸었다.
* 10월 26 ~ 30일 여전히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이 계속 됨. 바로바로 결과를 낼 수 없는 여러 일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음. 하루가 또 한 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분간할 수 없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7일에는 고대구로병원을 다시 방문. 변화된 몸 상태에 대한 문의와 약 처방을 받을 목적이었음. 젊은 교수는 여전히 무척 바쁨. 점심 시간 지나서까지 진료에 정신없는 그를 보니 내 말이 아주 빨라짐. 오른쪽 허벅지 통증은 허리와 관계없어 보이고 약물 복용 필요 없으며 운동 열심히 하라고 함.
지금 내 운동량이 너무 지나칠텐데 정신없는 그의 모습에 더이상 질문 못하였다. 약은 두 달치를 처방해 달라고 하였다. 아직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예비용으로 필요하기도 하다.
29일 목요일은 임원 워크숍이 있었다. 낮 12시 점심식사를 시작해서 회의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다. 완전 마라톤 일정이었다. 허리 아픈 사람은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제일 어렵고 나쁘다.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가 넘었다. 하루종일 앉아 있었으니 걸음 수가 삼천 걸음에 불과하다. 자정이 넘었지만 마눌과 함께 나가 아파트 두어 바퀴 돌고 돌아와 씻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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