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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2코스/미포~대변항-달빛유감(有感)!! 본문

길이야기/해파랑길

[해파랑길]2코스/미포~대변항-달빛유감(有感)!!

강/사/랑 2018. 8. 16. 15:44
 [해파랑길]2코스/미포~대변항


   

李白斗酒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이백두주시백편 장안시상주가면 천자호래불상선 자칭신시주중선 ; 이백은 한 말 술에 시 백 편을 짓고는 장안성 저자의 술집에서 잤다. 천자가 오라 하여도 배에 오르지 않은 채 스스로 칭하기를 '신은 술의 신선입니다' 하였다.)


이 시는 중국 성당기(盛唐期)의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시선(詩仙) '이백(李白)'을 노래한 글이다. 두보와 이백은 '이두(李杜)'라 하여 천재 시인의 대명사로 후세에 칭송된 이들이다. 둘의 만남은 하늘의 뜻이었다. 두보가 허난성 뤄양(洛陽)에서 진사시(進士試)에 낙방하고 방랑할 때 역시 천하주유 중이던 이백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동양 제일의 시인으로 역사에 기록될 두 천재 시인은 곧바로 의기투합하였다. 두보는 이백보다 열한 살 연하(年下)였다. 그러나 둘은 곧 친구가 되었고(忘年之交) 함께 여행하며 술을 마시고 시를 지었다. 시성(詩聖)과 시선(詩仙)의 만남이었으니 두주(斗酒)에 백 편의 시(詩百篇)가 탄생하였다.


천재는 천재가 알아보는 법이다. 두보의 눈에 이백은 시의 신선이었다. "筆落警風雨 詩成泣鬼神(필락경풍우 시성읍귀신 ; 붓을 들어 글을 쓰면 비바람이 놀라고 시가 이뤄지면 귀신조차 울었다.)"


이렇듯 시성(詩聖)의 극찬을 받은 이백(李白)은 잘 알려져 있듯이 시선(詩仙)이자 주선(酒仙)이었다. 술을 사랑한 시인은 늘 취해 있었고 대취(大醉) 후 절창(絶唱)의 시를 이뤄냈다. 당나라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는 그의 천재적 재능을 사랑하고 아꼈다. 그러나 이백은 평생 벼슬을 하찮게 여겨 연연하지 않고 권력에 아부하지 않았다.


당시 당나라의 권력은 환관인 고력사(高力士)의 손아귀에 있었다. 하지만 이백은 고력사로 하여금 술에 취한 자신을 부축하여 배에 오르게 하고 술이 깨도록 얼굴을 씻기게 했으며 고력사에게 자신의 신발을 벗기도록 하였다.(扶以登舟 以水灑面 力士脫靴 ; 부이등주 이수쇄면 력사탈화)


물론 이백의 천재성을 사랑한 당 현종(玄宗)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지만, 권력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부하지 않은 이백의 기개(氣槪)가 돋보이는 일화이다.


탈속(脫俗)의 적선(謫仙), 즉 인간 세상에 떨어진 신선이었던 이백은 칼 한 자루와 그 칼보다 더 날카로운 붓을 품은 채 천하를 떠돌았다. 한편, 시와 술을 사랑한 이백은 그에 못지않게 달(月) 또한 사랑하였다. 한 말의 술을 마시고 휘영청 밝은 달빛을 감상하며 상월(賞月)의 노래를 쏟아냈다.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화간일호주 독작무상친 거배요명월 대영성삼인 월기불해음 영도수아신 잠반월장영 행락수급춘 아가월배회 아무영영란 성시동교환 취후각분산 영결무정유 상기막운한 ; 꽃밭에 술 한 동이 안고 / 홀로 술을 마시네 / 잔 들어 밝은 달을 초대하니 / 그림자와 더불어 세 사람이 되었네 / 달은 술을 마실 줄 모르고 / 그림자는 나를 따르기만 하네 / 달과 그림자를 동무하여 봄밤을 마음껏 즐기네 /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이고 /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함께 춤추네 / 깨었을 때는 함께 즐기고 / 취하여서는 각자 흩어지네 / 영원히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을 맺어 / 아득한 은하수에서 다시 만나세.)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신다'는 '월하독작(月下獨酌)'은 달빛을 사랑한 시선(詩仙)의 상월가(賞月歌)중 단연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절창이다.


이렇게 술과 시와 달을 사랑했던 이백은 말년에 술 동무였던 최종지(崔宗之)와 함께 채석강(采石江)에 배를 띄우고 달빛을 즐기게 되었다. 대취하여 올려다보니 하늘에 달이 둥실 떠 있고 고개 숙여 강물을 바라보니 강물 위에도 달이 하나 떠 있었다. 하늘의 달은 너무 멀어 닿을 수 없고 강물 위의 달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으리라 하였다.


그 밝은 달을 잡고자 강물 속으로 뛰어든 이백은 생을 마감하고 달빛과 하나가 되었다. 이윽고 고래를 타고 하늘로 올라 영원히 달빛과 하나가 되는 신선이 되었다. '채석착월(采石捉月)'과 '기경상천(騎鯨上天)'의 이야기다. 이백을 사랑한 뒷사람들의 각색이 들어갔을 터이지만 시선(詩仙), 주선(酒仙), 적선(謫仙)다운 결말이기는 하다.


시와 술과 달빛을 사랑하였던 이태백(李太白)을 또한 사랑하고 높게 우러렀던 나는 오랜 세월 어설프게 나마 이백의 시주풍월(詩酒風月)을 닮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매 주말 산더미 같은 등짐을 둘러메고 이 땅 곳곳의 산정(山頂)에 올라 술 한 잔 앞에 두고 달빛을 즐거이 희롱하고는 했다.


비록 태생이 아둔한 자질의 사람이라 한 말 술에 백 편의 시를 이뤄내지는 못해도 휘영청 밝은 달빛 즐기노라면 "연분홍 치마" 한 소절 정도는 저절로 흥얼거리게도 되었다. 시주풍월(詩酒風月)은 못되어도 가주풍월(歌酒風月)의 흉내는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꽤 오래 좋은 달빛 찾아 산정을 찾던 내가 요즘은 산정에 오른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고 달빛 감상한 지가 어느 세월이었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주말이면 늘 분주히 보따리 챙기고 적으나마 맛난 음식과 한 병 술을 준비하던 마눌도 이제는 야영 이야기는 물론이고 달빛 감상의 달이란 말조차 꺼내지 않는다. 그리하여 내 등짐과 야영 장비들은 장비 방에 처박힌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그것은 어처구니없고 뜬금없기는 하여도 하 수상한 시절(時節)의 탓이기도 하고 '달빛'을 입에 달고 사는 무리들의 무도(無道)한 행태에 질린 탓이기도 하다.


지금 이 나라는 자유(自由)가 부정되고 법치(法治)가 사라진 무도한 세상이 되었다. 헌법 질서와 시장경제에서 자유는 부정되고 시장은 파괴되고 있으며 공정해야 할 법은 제멋대로의 잣대로 농단(壟斷)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과 이미 과학적 검증이 끝난 낡은 이데올로기에 매달린 그자들은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로 대표되는 세계사의 흐름에 귀 막고 북쪽 무리의 인류사 최악의 패악한 행태에 눈 감은 채 그들 마음대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고자 한다.


그들이 이런 무도하고 패악한 짓을 서슴지 않는 것은 그들 뒤에 늘상 민족과 자주를 입에 달고 사는 철없고 맹목적인 홍위병(紅衛兵)집단이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그들 무리는 긴 세월 우리 공동체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진지(陣地)를 구축하였다. 그들은 끈질기고 집요하다. 그리고 뻔뻔하며 위선적이다. 때문에 늘 큰 목소리와 폭력적 행동으로 무장한 채 무리지어 움직이고 전투적으로 행동한다.


그들은 달빛을 사랑한다고 한다. 나는 오래 달빛을 사랑하였다. 그들이 사랑하는 달과 내가 사랑하는 달은 철저히 다르다. 아예 비교할 수도 없고 애초에 거론할 대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 때문에 달빛이란 말 자체가 멀게 느껴지고 저어하게 되었다.


슬픈 일이다. 꼭 그럴 것까지는 없는 일인데 내 마음이 자꾸 그리된다. 그리하여 나는 요새 달빛이란 말만 들어도 기분이 이상하고 자꾸 고개를 돌리게 된다. 슬프다!!

 

 


달빛유감(有感)!!


구간 : 해파랑길 2코스(미포~대변항)
거리 : 구간거리(16.3km), 누적거리(43.0km)
일시 : 2018년  08월 15일. 물의 날.
세부내용 : 미포 ~ 문탠로드 ~ 바다전망대 ~ 화장실 ~ 청사포로 ~ 전망대 ~ 송정해변 상가 ~ 송정해수욕장 ~ 죽도공원 ~ 송정포구 ~ 기장해안로 ~ 공수항 ~ 시랑산 해안길 ~ 해동용궁사 ~ 수산과학관 ~ 동암항 ~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 군부대 ~ 오랑대 공원 ~ 기장해안로 ~ 서암마을 ~ 대변항

  

광복절 휴일이다. 이번 광복절은 주중에 끼어있다. 때문에 휴일을 보내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번거러운 일정을 잡을 수가 없다.


홀로 휴일을 보내야 하는 마눌에겐 좀 미안했지만, 이번 휴일은 각자 보내기로 하고 나는 지난 번에 시작했던 해파랑길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것이 시간 낭비와 교통비 낭비를 줄이고 해파랑길도 진행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길이었다.


출발점이 숙소에서 가까운 곳이라 느긋하게 일어나 짐을 꾸렸다. 오랜만의 주중 휴일과 가까운 여정 등 장점 많은 길이기는 한데, 유래를 찾기 어렵게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걱정이기는 하다.

 


해파랑길 2코스

 

해운대의 삼포라 불리는 미포, 청사포, 구덕포를 거쳐 대변항에 이르는 코스다. 삼포 중 미포~청사포 구간은 특히 ‘문탠로드’라고 한다. 달맞이공원 어울마당으로 가는 오솔길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청사포 방향으로 이어진다. 구덕포는 철길 굴다리를 통과하면 나오고, 송정해변까지는 해안도로를 따른다. .


교통편

- 1코스 시작점 : 미포
  부산역에서 급행버스 1003번 이용, 문탠로드 입구 정류장 하차 후 도보 450m.
- 시내버스:115-1,141,39번 이용.
- 마을버스: 2,8,10번 이용.

택시

- 부산남구 제일운수 051-625-2536
- 부산해운대구 그린콜택시 501-728-2552
- 부산해운대구 콜밴 051-752-5522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해파랑길 2코스 미포~대변항 개념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동네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 승차 한 번으로 해운대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 안은 냉방 빵빵하여 시원한데, 바깥은 지글지글 끓는 염천이다.




# 버스는 나를 미포 입구의 오거리에 내려주고 떠났다. 여름철은 식중독에 취약한 계절이다. 나는 어제부터 갑자기 식중독 증세가 조금 있다. 홀로 사는 홀애비 살림이라 냉장고 음식 관리가 소홀했던 모양이다. 복통이 있고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마침 길가 상가에 약국이 있길래 약 좀 지어먹고 상담도 받았다. 식중독 증세가 있는데 이 뜨거운 날 트레킹은 위험하다고 말린다. "네.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사례하고 길을 나섰다.




# 오거리에서 바로 출발해도 되지만 출발점 다시 확인하고 싶어 미포 바닷가로 내려갔다. 햇살이 어마어마하게 강렬하다. 요즘 한반도는 뜨거운 찜통 속 같은 날씨의 연속이다. 내 기억으로 예전에는 이런 무지막지한 더위가 없었지 싶다. 뜨거운 대기 너머로 오륙도가 보인다. 해파랑길의 출발지인 저곳에서 지난 번에 1코스 출발을 했었다.




# 오륙도와 이기대, 그리고 동백섬이 건너다보인다.





# 저곳 이기대 해안길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명품 산책 코스이다.


 



# 해운대는 지금도 곳곳에 공사 중이다.




# 미포 항구 앞 광장. 해운대 해수묙장을 거쳐온 해파랑길은 이곳 광장에서 위로 올라 가 문탠로드와 합류한다.




# 미포는 '아름다울 美'가 아닌 '꼬리 尾'를 쓰는 尾浦이다. 미포라는 지명은 이곳이 와우산(臥牛山)의 꼬리 부분에 해당 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와우산은 장산 자락에 위치한 산으로  미포에서 청사포에 이르는 해안가에 소가 누은 듯 길게 형성된 산을 말한다. 


미포 표지석 어루만져 해파랑길 출발을 신고했다. 표지석은 뜨거운 햇살에 한껏 달아올라 손으로 만지기 힘들게 뜨겁다. 




# 조금 오르면 옛 동해남부선 철길이 있다. 동해남부선은 부산진역과 포항역을 잇던 철도로 일제시대 때 건설된 임해(臨海)철도이다. 세월 흘러 KTX 들어오고 도시 팽창하여 해안에서 벗어나 장산을 관통하는 터널로 이설되고 동해선 본선에 편입되었다. 열차 다니지 않는 철길은 관광지로 변해 해운대를 찾은 외지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소가 되어 있다.




# 좀 전에 버스에서 내렸던 미포오거리로 복귀했다. 이곳부터는 달맞이길과 합류한다. 달맞이길은 미포에서 송정해수욕장까지의 8km 구간을 말한다. 정월대보름날 이곳에서 바라보는 달맞이가 일품이라 이런 이름을 얻었다.


87년 7월. 나는 첫직장의 말단 사원이었다. 부산에 출장왔다가 기장 거쳐 울산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버스는 나를 비롯한 승객 십여 명을 태우고 이곳 달맞이길의 해안로를 구불구불 달리고 있었다. 그때 우측 바다가 까매지면서 거대한 폭풍우가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태풍 셀마였다. 셀마는 345명의 인명 피해를 남긴 초강력 태풍이었다. 앞을 볼 수 없게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버스는 갓길에 정차해야만 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도로에 물이 차오르더니 버스 바닥이 잠길 정도로 도로에 물이 불기 시작했다. 그대로 있다가는 침수될 지경이었다. 급히 버스는 비바람을 뚫고 출발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버스는 어찌어찌 힘들게 진행해서 기장까지 무사히 도착하기는 했다. 31년 전 이야기다.




# 해파랑길은 이곳에서 달맞이길과 함께 한다.




# 길가에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다. 저곳에서 하룻밤 보내며 야경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 조망 좋은 곳이다. 오륙도에서 해운대에 이르는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 이곳 해안선의 스카이라인은 나날이 변화한다.




# 뜨거운 여름 열기에 에너지를 얻은 바람이 바다 위에 여러 무늬를 그리고있다.




# 인간의 풍경은 이렇게 한 발 물러나 바라보면 한없이 아름답다. 그 속에 인간세의 온갖 욕망과 죄악이 난무할지라도 원경(遠景)의 모습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 전망대 사면 풀밭에 누군가 구근을 심었을 백합이 하얗게 피어 있다.




# 조금 진행하면 문탠로드 입구가 나온다.





# '문탠로드'는 달맞이길에 새롭게 조성된 걷기 코스이다. 원래부터 있던 달맞이길을 문탠로드란 이름으로 각색하여 재창조한 모양이다. '문탠'은 '달빛 쬐기'란 뜻으로 만든 것인데, 해변같은 야외에서 햇볕을 쬐는 '선탠'에서 착안한 조어(造語)이다. 어찌 생각하면 괜찮은 듯도 하고 어찌 생각하면 억지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데 웬만해선 저런 조어에 관대한 편인 나는 이 조어 만은 기분이 좋지 않다. 그것은 '문'과 '달빛' 등의 단어가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달빛을 아주 많이 그리고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달빛을 좀 더 오래 가까이 감상하고자 산정에 헝겊집 한 채 세우고 밤을 보내는 취미도 가졌다.


그런데 지금은 달빛이란 말이 귀에 거슬린다. 그것은 달빛을 입에 달고 사는 무리들 때문이다. 그들 무리의 무도함과 패악이 세상을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길 걷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 무거운 내 마음과는 달리 시원한 숲길을 찾아 이 길로 들어온 사람들이 간혹 있다.




# 바닷바람 시원하고 솔향기 가득하기 때문이다.




# 잠시 진행하면 바다를 향해 툭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 솔숲 사이로 난바다가 열려 있다. 그곳으로 바닷바람 마구 들어온다.




# 우측 너머로는 오륙도와 이기대가 보인다.




# 이기대 절벽 아래 파도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고 있다.




# 전망대 앞 바다에는 어선 몇 척이 조업 중이다.




# 솔숲 좋은 곳이다.




# 길은 청사포로 계속 이어진다.






# 잠시후 갈림길이 나온다. 아래로 내려가면 청사포가 나오고 해파랑길은 위로 올라가라 한다.



# 원래 달이란 차면 기울기 마련이다. 올바른 세상이 어서 오기를 일구월심(日久月深)으로 바라는 바이다.




# 달빛이라는 단어 때문에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예 속에 탈이 났다. 다행히 오르막 끝 무렵에 화장실이 있다. 해우(解憂)하였다. 찜통 더위 속에 계속 걷다가 멈췄더니 땀이 비오듯 하였다. 화장실 밖으로 나오니 옷에 물기 가득하였다. 




# 다시 숲길을 걸었다. 중간중간 갈림길이 있다. 이곳에서는 아래쪽이다.




# 구덕포 방향.





# 얼마 후 숲을 벗어나 도로에 내려섰다. 이 도로는 청사포로 내려가는 도로이다. 청사포는 해운대 달맞이길 끝자락에 위치한 포구이다. 이곳에는 미포, 청사포, 그리고 구덕포 등 세 개의 포구가 있다. 청사포는 '푸른 뱀'의 전설이 있어 '靑蛇浦'라 불리던 곳이다. 훗날 지명에 뱀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것을 싫어해서 '모래 沙'로 바꿔 지금은 '靑沙浦'가 되었다.




# 해파랑길은 구덕포 방향이다.




# 도로를 따라 잠시 오르면 구름다리 아래 구덕포로 가는 숲길이 열려 있다.




# 이곳 숲길에도 백합꽃이 곳곳에 피어 있다.




# 숲길을 따라 일 킬로미터 쯤 구불구불 진행한다.




# 숲길 중간에 하늘이 열린 곳이 나온다. 바다쪽으로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다.




# 바람 강하게 부는 전망대에 서니 절벽 아래에 더 멋진 전망대가 있다. '다릿돌전망대'이다.




# 좌측 해안선 너머로 송정 일대가 조망된다.






# 다릿돌 전망대는 2017년에 만들었다 하니 최근에 건설된 스카이워크이다. 위에서 보니 푸른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아마도 청사포(靑蛇浦) 옛 전설을 표현한 듯하다. 다릿돌이란 말은 징검다리를 말한다. 이 전망대 전방에 다섯 개의 암초가 점점이 머리를 내 밀고 있는데, 주민들은 그 암초를 다릿돌이라 불렀던 모양이다. 그 다릿돌이 이 전망대의 이름이 되었다.





# 청사포의 전설은 망부석과 같은 내용의 서사구조를 가졌다. 이 포구에 살던 어부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날 고기잡이 나갔던 남편이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바닷가에 서서 남편을 기다리던 어부 아내는 망부석이 될 지경이었는데 그를 가련하게 여긴 용왕이 푸른 뱀을 보내 아내를 용궁으로 데려왔고 그곳에서 남편을 만나게 했다. 하지만 남편은 불귀의 몸이라 영원히 함꼐 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이 포구가 푸른 뱀의 포구란 이름을 가지게 된 전설이다. 




# 이 바위가 망부석인가?




# 전망대를 나와 다시 해파랑길에 올라 섰다.




# 산길은 구불구불 아래로 내려가더니 구덕포 입구에서 다시 위로 올라가게 된다.




# 다시 1km 정도 산길을 구불구불 오르내리다 숲을 벗어나게 된다.




# 부산의 유명 가족 해수욕장이 있는 송정리에 도착한 것이다. 날머리에 바로 카페가 있다.




# 송정리 상가 사이로 진행하는데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기 시작한다.




# 그러더니 느닷없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 갑작스런 소나기인데 폭우 수준이어서 순식간에 도로에 물이 가득하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챙겨 오기는 했지만, 빗줄기가 강해 아랫도리가 금세 다 젖어 버렸다. 가까운 곳에 보이는 햄버거 집에 들어가 비도 피하고 민생고도 해결했다.




# 한 시간 가까이 쏟아지던 비가 거짓말 처럼 멈췄다. 점심 후 비 그친 것 확인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 해파랑길은 송정해수욕장을 통과한다.




# 송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산에 놀러와서 해수욕했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 하도 오랜 옛일이라 구체적 내용은 잘 모르겠고 광안리나 해운대에 비해 조용하고 가족적이었다는 느낌만 남아 있다.




# 그런 특성은 지금도 계속 이어진 모양이다. 유독 가족 단위의 놀이객들이 많다.




# 해수욕장 끝에 죽도공원이 있다.




# 해파랑길은 이 죽도를 한바퀴 돌아 나가게 되어 있다.




# 비 그치고 햇살이 다시 비취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바다에 뛰어 든다.




# 죽도 끝에 팔각정이 있다.




# 팔각정에는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많다. 정자에 오르자 저멀리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가 건너다보인다.




# 장산에서 흘러내린 저 산줄기를 와우산(臥牛山)이라 부른다. 과연 소 한 마리 누워있는 듯한 모습이다.




# "시원하시겠습니다." 땀 범벅인 나는 지금 저들이 너무 부럽다.




# 절벽 중간에 홀로 앉아 있는 저 강태공도 부럽고.





# 작은 섬이라 금세 한 바퀴 돌아 나온다.




# 멀리 시랑산이 보인다.




# 송정포구를 돌아 기장으로 가는 기장해안로에 올라선다.




# 송정포구와 죽도가 돌아다보인다.




# 언덕을 치고 오르면 이곳부터 기장군이 시작된다. 휴가철을 맞아 도로는 피서차량으로 정체가 이어진다.




# 기장군에 접어들자마자 우측 포구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 공수포구 통과.




# 포구를 지나자 전망 좋은 카페가 있는 언덕을 오르라 한다.




# 우측 너머로 '시랑산(侍郞山)'이 보인다. 시랑산은 '시랑대(侍郞臺)'에서 기원하였다. 영조 9년 기장 현감 '권적(權摘)'이 자신의 벼슬인 '시랑(侍郞)'을 따서 시를 짓고 바위에 '시랑대(侍郞臺)'란 글을 새긴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국지명유래집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시랑 벼슬은 원래 신라와 고려때 벼슬이고 현감이라는 벼슬이 있는데 또 무슨 시랑 벼슬인지 앞뒤 분간을 잘 못하겠는 지명 유래이다.





# 바람 많이 부니 파도가 점점 높아진다.




# 시랑산으로 넘어가는 언덕은 공사 중이어서 길찾기가 어렵다.




# 어찌어찌 입구를 찾았다.





# 이쯤에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저들은 빗방울 계속 떨어지는데 꿋꿋이 놀고 있다.




# 비에 젖어 물기 머금은 풀숲이 앞을 가로막는다. 7부 바지 차림이라 저 풀숲을 지날 자신이 없다.




# 풀숲 피해 바다로 내려가 길을 잡았다.




# 다행히 그곳에 길이 열려 있다.




# 시랑산 해안길을 따라 한바퀴 휘감는 형국이다.




# 잠시 트인 곳이 나와 지나온 송정과 구덕포, 그리고 청사포가 건너다보인다.




# 짙은 비구름이 장산을 휘감고 있다.




# 중간중간 해안으로 열려 있는 곳이 나온다. 좋은 낚시 포인트가 산재해 있다.




# 이곳 시랑산 길은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수풀이 많이 자라 있다. 날카로운 풀잎이 다리를 할퀴어 나중에 확인하니 상처가 많아 생겼다.




# 시랑산 동쪽 끝자락에 철수한 군부대가 있다. 해안초소의 막사가 땅속에 잘 위장되어 있다. 나는 저런 해안초소에서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런 풍경이 익숙하다. 




# 길은 계속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다. 절벽 위를 휘감는 데크길이 보인다.





# 이곳이 이곳 지명의 유래가 된 시랑대이다. 지형을 보니 난바다의 파도가 곧바로 부딛치는 곳이라 언제나 파도가 높은 곳이다. 해안 절벽에 부딛치는 파도소리가 우뢰처럼 크고 우렁차다. 혹시 시랑은 '볼 시(視)', '물결 랑(浪)'이 아니었을까? 언제나 높은 파도를 볼 수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 하얗게 부딛치는 파도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시랑대를 지나 산언덕을 치고오르니 해동용궁사 담벼락이 나온다.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내린다.




# 좋은 길이 절집 담벼락을 따라 이어지는데, 갑자기 앞이 막히며 좌측 산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 절에서 통행을 막은 모양이다. 가까운 길을 두고 먼 산길을 둘러 가게 생겼다.




# 빗물에 젖어 산길이 미끄럽고 수풀이 발에 휘감겨 아랫도리가 다 젖는다. 산언덕을 넘어 내려가자 절 입구 광장이 나온다.




# 해동용궁사이다. 용궁사는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懶翁和尙)이 창건했다 전해지는 역사 깊은 사찰이다.




# 절집 입구에 춘원 이광수의 시비가 있다. 춘원이 이곳 용궁사를 다녀갔던 모양이다.




# 절 바깥으로 십이지신상이 서있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자기의 띠동물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 황금빛 기둥으로 된 일주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관음성지(觀音聖地)란 글이 적혀 있다.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등이 관음성지로 유명한데 이곳 역시 그런 모양이다.




# 이곳은 비 내리는 와중에도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관음성지라 그 영험한 기운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 파도 들이치는 바닷가 절벽 위에 세워진 절이다. 바다의 기운을 받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발길 넘쳐난다.



#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 갈 길 바쁘고 관광객 너무 많아 용궁사는 바깥에서만 보았다. 좌측으로 바닷가에 금불상을 모셔 두었다.




# 해변을 따라 가면 국립수산과학원이 나온다.




# 해파랑길은 수산과학원 담벼락을 따라 이어진다.




# 멀리서 돌아본 해동용궁사.




# 수산과학원은 관람객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 두었다. 빗속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




# 동암포구 너머로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호텔이 보인다.




#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바다는 회색빛이다.




# 제주의 바다 같은 분위기가 난다.




# 동암항에 도착했다.




# 포구 끝에 작은 정자가 있다.




# 대변까지는 4.2km 남았다.




# 오후 내내 비를 맞고 걸었더니 신발 속이 다 젖어 버렸다. 정자에 올라가 신발 벗고 퉁퉁 분 발을 말렸다.





# 트레킹 여건이 아주 나쁜 날이었다. 제법 힘이 많이 들었다. 정자에 누워 오래 쉬었다. 쉬면서 체력 회복하고 젖은 발도 말렸다. 여벌로 가져간 양말을 갈아 신고 신발 안은 마른 휴지 넣어 물기 빨아냈다. 정비 하였더니 도보 여건이 훨씬 좋다.





# 동암항을 떠나 해안 언덕을 올라가니 오시리아 해안산책로가 나온다. 이곳은 분위기가 완전히 제주의 어느 바닷가를 옮겨온 것 같은 느낌이다. 잘 꾸며진 호텔과 해안 산책로, 난바다와 검은 해안 등등.




# 태평양으로 열려 있는 바다라 바람이 아주 거세다. 비는 이제 멎었다.




# 힐튼호텔이 이곳에 새 호텔을 건설했나 보다. 듣기에 성수기엔 방 구하기 힘든 모양이다. 야외수영장에 비키니 차림의 젊은 여성들이 많다.




# 붉은 해안산책로를 따라 길게 진행했다.





# 파도 소리가 굉장하다.





# 비 그친 하늘에 구름 가득하다. 어두운 그 구름 아래 가야 할 대변항이 보인다.




# 산책로가 끝나고 산길이 시작된다. 그 산길 따라 위로 올라간다.




# 군부대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돌아가고 나는 철조망 좌측의 좁은 길을 따라 산허리를 휘감아 돌았다.




# 언덕을 내려가면 넓은 길이 나타난다.




# 오랑대 공원이 나온다. 이곳도 피서지로 잘 알려진 곳인 듯하다. 가족 단위의 피서객이 많다. '오랑대(五郞臺)'는 '미랑대'라고도 부른다는데, 네이버지도에는 오랑대 앞 돌출부를 '원앙대'라 적고 있다. 오랑대는 이곳으로 유배온 다섯 명의 선비가 술 마시며 즐긴 곳이었다는 설도 있고 오랑캐가 쳐들어와 오랑대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 오랑대 앞 암초 위에 작은 기도처가 조성되어 있다. 용왕단이라 부르는데 아마도 용왕을 모신 곳인 듯하다.





# 지도에는 용왕단 우측의 돌출부를 '원앙대(鴛鴦臺)'라 적고 있다. 무슨 전설이 있을 법한데 알 길이 없다.




# 캠핑카가 수십 개 있어 개방된 오토캠핑장인줄 알았더니 캠핑카를 이용한 숙박시설이다.




# 한적하게 피서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 아담한 해변에 소수의 가족들이 피서 중이다. 그들의 한가한 여유가 부럽다. 함께 물에 풍덩 뛰어들었으면 싶었다.




#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앞쪽으로 대변항이 보인다.




# 바닷가 해변길을 벗어나 기장해안로에 올라섰다.




# 길은 연화리(蓮花里)로 이어진다. 연화리는 좌측 봉우리인 연화봉(蓮花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 갈맷길은 꾸준히 해파랑길과 함께 한다.





# 연화리 서암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신암마을 앞 죽도가 보인다.




# 지나온 길을 돌아보다.




# 다시 해안길을 걸어 신암마을에 들어갔다. 신암해변에는 깨끗한 건물의 횟집 단지와 포장마차 형식의 횟집들이 아주 많다.




# 이윽고 대변항으로 들어갔다.





# 대변항 좌측 입구에 해파랑길 인증소가 있다.




# 인증도장 찍어 2코스를 마감했다. 인증수첩을 집에 두고 와서 아침에 약국에서 산 약봉지에 임시로 찍었다.





# 인증사진도 하나 남겼다. 힘든 코스였다. 오전에는 어마무시한 폭염 때문에 힘들었고 오후에는 내내 내린 비 때문에 어려웠다. 땀에 젖고 빗물에 젖은 하루였다. 기억에 남겠다.




# 이후 몸에 묻은 먼지 털어내고 버스 정류소로 갔다.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 정류소 앞 편의점에 들렀다. 고생한 나를 위로하는 의미로 시원한 아이스바 하나와 아이스 커피 한 잔 마셨다.




# 그리고 버스 편으로 해운대까지 오고 다시 열차편으로 센텀까지 돌아 왔다.




이번 2코스는 아주 힘든 구간이었다. 구간 자체는 어렵게 구성되어 있지 않았지만, 폭염과 예보에 없던 비 때문에 고생하였다. 땀과 빗물에 젖은 하루였다. 때문에 내내 눅눅한 몸으로 걸었다.


하지만, 이 코스는 경치가 마치 제주의 어느 바닷가를 연상시키듯 독특한 해안 경치를 보여주는 곳이라 내내 눈은 즐겁게 호사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히 좋은 코스였다.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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