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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4코스/임랑해변~진하해변-소망의 바다, 간절곶!! 본문

길이야기/해파랑길

[해파랑길]4코스/임랑해변~진하해변-소망의 바다, 간절곶!!

강/사/랑 2018. 10. 10. 20:18
 [해파랑길]4코스/임랑해변~진하해변


   

'곶(串)'은 바다로 돌출한 육지의 선단부(先端部)를 말한다. 해수부에서 편찬한 '해양용어사전'에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갑(岬)이라고도 하지만 표준어는 곶이다. 세 면이 물로 둘러싸인 땅을 의미하며, 바다 또는 호수로 뾰족하게 내민 육지의 끝을 곶이라 한다. 곶은 반도(peninsula)보다 작은 개념이다. 육지의 일부가 침강하면 산골짜기에 바닷물이 침입하여 입강 또는 좁은 만이 되고 그 사이에 있던 산줄기는 곶으로 남게 된다."


땅이름 전문가 '배우리'씨에 의하면 '곶'은 돌출을 의미하는 우리 말 '곧'에서 변한 말이다. 표기를 위해 한자어 '관(串)'을 차용해 '곶(串)'으로 썼다. 달리 '갑(岬)'이라고도 하는데, 때로는 단(端)·각(角)·취(嘴)·말(末) 등을 쓰기도 하였다. 모두 끝이나 뾰족한 것을 뜻하는 한자이다. 바다를 향해 돌출된 지형인 곶의 형상화인 것이다.


처음 한자를 배울 때 '곶(串)'이 한자어인 것이 의아했었다. 저런 발음의 한자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표기를 위해 '익힐 관(串)'을 차용하였다는 것을 알고 이해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돌출된 해안 지형 '곶'으로 유명한 곳은 '호미곶(虎尾串)'과 '간절곶(艮絶串)'이 있다. 호미곶은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장기반도의 끝에 있고 간절곶은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에 있다. 둘 다 지도에서 보면 바다 끝으로 뾰족하게 돌출되어 있는 곳이다.


이 두 곳의 '곶(串)'은 라이벌이다. 이 두 곳이 라이벌이 된 것은 '대한민국 내륙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 어디이냐는 쟁점(爭點) 때문이다.


원래 일출 명소로 알려진 곳은 호미곶이었다. 호미곶은 예전에 '장기곶(長鬐串)'이라 불리던 곳이다. 원래 이곳이 장기군에 속한 곳이었기 때문인데, 한반도라는 호랑이의 꼬리 부분에 있는 곳이라 2001년 그 이름을 호미곶으로 변경하였다.


지형상 내륙에서 가장 동쪽으로 돌출된 곳이라 오래전부터 새해 일출 명소로 알려졌고 해마다 새해가 되면 수많은 인파가 일출 감상을 위해 호미곶을 찾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울산시에서 '간절곶'이 호미곶보다 일출 시간이 빠르다는 측정 자료를 앞세워 새로운 일출 명소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호미곶보다 약 1분이 빠르다는 구체적인 측정 자료가 있으니 반박이 어려운데, 울산시는 간절곶 일대를 일출 감상에 맞게 개발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관광객 흡수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호미곶이라고 가만히 앉아 당하지만은 않았다. 호미곶 나름의 경위도 상 위치와 일출 시각 측정 자료를 제시하여 여전히 호미곶이 한반도에서 가장 일출이 빠름을 주장하였다. 기득권을 놓치기 싫은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지만 두 지자체는 제법 다툼이 진지하였다. 각종 지역 매체를 앞세워 자기 주장이 치열하였다. 다툼 있으니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자료를 찾아보니 둘 다 맞기도 하고 둘 다 틀리기도 하였다.


그것은 계절에 따라 일출 시각이 다르다는 사정 때문이었다. 구체적 측정 결과 대부분의 경우 호미곶이 빠르지만, 겨울에는 간절곶이 빠르게 조사되었다. 호미곶과 간절곶은 경도상 1도 이상 차이가 난다. 표면적으로는 당연히 호미곶의 일출이 빨라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것은 지구의 자전 각도와 계절에 따른 태양의 위치 및 고도 때문이었다. 지구는 지축(地軸)이 23.5도 기울어져 있다. 그리고 겨울에는 해가 남쪽으로 낮게 위치한다. 따라서 겨울철 북반구 지역은 남쪽 지역이 태양과 더 가깝게 배치된다. 경도상 더 동쪽에 있다고 해서 일출 시각이 빠를 수 없는 이유다. 간절곶이 호미곶보다 경도상 서쪽에 있지만 겨울철에 1분 정도 일출이 빠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새해 일출이 있는 동절기에는 간절곶이 떠 빨리 해를 볼 수 있으니 새해 해맞이로는 간절곶의 주장이 더 적합하기는 한 셈이다. 그래 봐야 1분뿐이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크기', '높이', '넓이'나 '빠르기' 등에 집착을 보이는 민족이다. 뉴스에 '동양 최대', '세계 최초' 등의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곳이 우리나라이다. 그것은 체면(體面)과 명분(名分)을 중시하였던 옛 정서가 이어진 탓일 것인데, 실질(實質)을 숭상하여야 할 현대에도 그런 구습이 이어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호미곶과 간절곶의 일출 시각 논쟁 역시 그러하다. 1분 먼저 뜨고 짐에 무슨 대단한 일이 있기에 겨울엔 우리가 빠르니 여름엔 우리가 빠르니로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두 지자체의 논쟁에 또 다른 경쟁자가 뛰어들었다. 주인공은 양산시다. 양산시는 '천성산(千聖山)'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출이 빠르다는 측정 자료를 발표했다. '한국천문연구소'의 연구 결과인데 천성산이 간절곶에 비해 4분 48초 이상 빠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것은 '높이'라는 변수 때문이었다. 일출은 단지 위경도의 영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높은 곳이 태양과의 직선거리가 가까우니 당연히 일출 시각이 빨라지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출이 빠른 곳은 해발 922미터의 천성산 정상이었다.


대반전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애초에 두 지자체가 일출의 빠르기 논쟁을 벌인 것은 해맞이 관광객의 유치 때문이었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수많은 사람이 일출을 보고자 호미곶이나 간절곶 등 동해안으로 달려간다. 관광객 몰리면 자연히 돈도 모인다. 그것이 이 논쟁의 숨은 목적이었다.


그런데 새해 아침에 일출 보고자 천성산 꼭대기에 오를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것이 천성산의 한계였다. 안타깝지만, 천성산은 우리나라에서 일출이 가장 빠른 곳이라는 상징성만 가져야 할 모양이다. 돈벌이는 호미곶과 간절곶에서 할 것이다.


'가장 빠름'을 강조하여 관광객 불러 모으기에 성공한 간절곶은 원래 '이길곶'이라 불리던 곳이다. '이길봉수대(爾吉烽燧臺)'가 있었다 기록이 있어 옛 지명을 알 수 있다. '이길'은 넓고 길다는 의미라 한다. 간절이라는 이름은 조선지지자료에 나타나는데, 조선 후기 때부터 그 이름으로 변한 듯하다.


'간절'이라는 이름은 이곳의 지형이 '간짓대'를 닮았기 때문이다. 간짓대는 감을 따는 긴 장대의 지방 말이다. 간절곶은 멀리서 보면 가늘고 긴 장대처럼 생겼다. 한자로는 '간절곶(艮絶串)'으로 적었다.


원래는 일제시대에 세운 등대만 있던 한적한 바닷가였다. 그러다 일출 마케팅을 하면서 해맞이 공원을 조성하였고 새로운 스토리 텔링도 창조하였다. 그것은 '간절한 소망'이다. 사람들은 새해 일출을 보면서 소원을 간절하게 빈다. '해맞이'와 '간절한 소망'은 서로 어울리는 말이다.


그것은 정말 잘하였다. 그러한 개연성 있는 의미 부여는 얼마든지 칭찬할 일이다. 의미 연결 잘 되니 사람들 모두 공감하였다. 그리하여 때를 가리지 않고 간절한 소망을 빌고자 간절곶을 찾는다. 칭찬할 일이다.


해파랑길 4코스는 울주군 서생면 일대의 해안선을 더듬는 길이다. 그 길 중간에 간절곶이 있다. 간절곶은 해맞이 명소이고 간절한 소망의 장소이다. 우리네 세상살이는 험난한 여정이다. 그 앞길은 파도 높고 바람 거세다. 간절한 소망 하나쯤 앞세워야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이다.


간절곶 바다 끝에 서서 두 손 모아 간절히 비노라면 동해 용왕께서 나의 작은 소망 하나쯤은 이뤄주시리라 믿어진다. 그런 간절함 안고 간절곶에 섰다.

 


소망의 바다, 간절곶!!


구간 : 해파랑길 4코스(임랑해변~진하해변)
거리 : 구간거리(19.1km), 누적거리(82.6km)
일시 : 2018년  10월 3일. 물의 날.
세부내용 : 임랑해수욕장 ~ 월내리 ~ 봉태산숲길 ~ 효암천 ~ 사래들 ~ 연산3길 ~ 연산교 ~ 위양천 ~ 신리삼거리 ~ 신리해변 ~ 신암1리방파재 ~ 서생중학교삼거리 ~ 해맞이로 ~ 나사해수욕장 ~ 평동방파제 ~ 간절곶 ~ 송정해변 ~ 송정공원 ~ 솔개공원 ~ 솔개해수욕장 ~ 대바위공원 ~ 진하해수욕장

  

10월 3일은 기원전 2333년인 무진년(戊辰年)에 단군(檀君) 할아버지께서 우리 민족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하신 날이다. 하늘을 열어 하늘과 인간세를 이은 날이라 '개천(開天)'이라 불렀다.


이보다 124년 전 환웅(桓雄)께서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태백산 신단수(神檀樹)로 내려와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大業)을 여셨으니 상원 갑자년(上元 甲子年)인 기원전 2457년 음력 10월 3일의 일이다.


하늘이 열린 날이라 우리 후손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 휴일을 갖는다. 예전에는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는 개천절 노래도 부르고 기념식도 하고 천제도 올리고 했는데, 지금은 개천을 기리는지 어쩐지 흐지부지하고 다만 휴일이라 다들 편하게 잘 쉬기만 한다.


나는 지금 일시적 부산 시민이다. 주중에는 부산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귀경하여 부산을 벗어난다. 그런데 이번처럼 주중에 쉬는 날이 있으면 부산에서 홀로 휴일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이런 날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해파랑길 걷기에 딱 알맞다. 쉬는 날 귀가하지 않고 혼자 있게 만드는 것이 불만이기는 해도 오고가는 시간과 교통비 낭비 때문에 마눌도 찬성이다. 바닷가 걸으며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 들으며 해파랑길 준비를 했다.

 

해파랑길 4코스

 

임랑해변에서 진하해변까지는 동해안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코스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간절곶이 이 구간에 있다. 해송숲과 나사리, 송정리를 지나는 해안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끼게 한다.


교통편

- 4코스시작점: 임랑해변
 부산역에서 시내버스 1003번 이용, 청강사거리정류장에서 하차 후 시내버스 188번으로 환승, 임랑해수욕장 정류장 하차 후 도보 (약220m)
- 시내버스: 715번 이용.
- 마을버스: 기장군3번 이용.

택시

- 부산남구 제일운수 051-625-2536
- 부산해운대구 그린콜택시 501-728-2552
- 부산해운대구 콜밴 051-752-5522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해파랑길 4코스 임랑해변~진하해변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걱정 많은 마눌의 당부가 하도 많아 출발하기 전 준비물을 점검했다. 내가 직접 만든 도시락과 간식, 커피와 물. 갈아입을 옷, 바람막이, 비상용품, 비상약품, 예비 배터리, 뙤약볕 막아줄 우산, 오가며 읽을 책까지. 침대에 늘어놓으니 한 짐이다. 홀로 당일 걷는데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지는지...




# 보따리 둘러메고 집 앞에 있는 동해선 센텀역으로 갔다. 동해선 열차는 배차 간격이 길다. 플랫폼에서 책 읽으며 오래 기다렸다.




# 일광역에 도착했다. 뙤약볕 강렬하다. 동해선은 이용객이 적어 역광장이 어디나 한산하다.




# 일광역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소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기분이 이상해 지나가는 학생에게 버스편을 물었다. 반대쪽이었다. 일광역 길 건너편 윗쪽에 있는 버스정류소였다. 물어보기 잘했다. 188번 버스와 기장군 마을버스 3번이 임랑으로 가는 버스다.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 커피숍에서 커피맛 즐기며 기다렸다.




# 마을버스는 이곳저곳 들러는 곳이 많다. 한참만에 임랑해변 입구에 데려다 준다. 집 나선 후 두 시간 정도 걸렸다.




# 지나치게 한가했던 지난 번과는 달리 임랑해수욕장은 이곳저곳 공사중이다.




# 어수선한 공사 현장을 피해 얼른 출발했다. 하지만 오는 동안 지체가 많아 출발은 이미 11시 반을 넘겼다. 아담한 규모의 임랑항을 지난다.




# 임랑항 옆 작은 해변에 서핑하는 이들이 많다. 서핑 강습을 하는 모양이다. 모두 초보자들이고 파도 역시 약해 본격적인 서핑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 임랑항 뒷쪽 마을 안으로 해파랑길은 들어가라 한다.





# 온산으로 넘어가는 해맞이로에 올라선다. 동해안 자전거 길이 이어지는 곳이라 잔차족들을 간간이 마주친다. 




# 잠시 도로를 따르다 이내 해변길로 내려서게 된다.




# 그곳 해변에 멋진 전망대 데크가 있다. 저곳에서 야영하면 파도소리 질리게 듣겠다.




# 해변로에서는 테트라 포트를 만들고 있다. 방파제 건설에 쓰이는 저 테트라 포트는 무게가 수 톤에서 수십 톤이 나가기 때문에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제작한다. 라틴어로 숫자는 Mono(1), Di(2), Tri(3), Tetra(4)... 등으로 나간다. 저 콘크리트 블록은 네 개의 발이 사면체를 이룬다. 그래서 테트라 포트라 부른다.




# 이미 설치된 테트라 포트 위에 선 조사(釣士)가 원자력 발전소를 배경으로 열심히 캐스팅 중이다.





# 잠시 후 월내항에 도착했다. 월내는 2일과 7일에 오일장이 지금도 열리는 곳이다. 동해남부선 열차가 서는 마을이라 낭만 여행이 가능한 동네이다.




# 오늘은 장날이 아니어서 한가하다. 대신 낚시배들만 간간이 드나든다.




# 해파랑길은 다시 항구를 벗어나 마을 안으로 들어가라 한다. 해맞이로를 건너 마을 깊이 들어가게 되어 있다. 지도 확인하니 그냥 이 도로를 따라도 되겠는데 혹시 뭔가 이색적인 것이 있을까봐 표지기 시키는대로 걸었다.




# 동해남부선 철길을 따르게 되어 있다. 가림막 막아 눈에 뵈지도 않는 이 철길 보여주려고 여기로 들어오라 했던 모양이다.




# 이 동네에는 곳곳에 방사선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다. 원자력 발전소가 가까이 있어 그렇다.




# 월내교에서 다시 해맞이로와 합류한다. 별 쓸데없이 마을 안길로 한 바퀴 돈 셈이다.




# 장안천이 바다와 만나는 기수역이다. 바다 바로 앞에 있는 월천교가 보인다.




# 해맞이로를 따라 걷다보면 원자력 발전소 입구를 지나 언덕길로 접어든다. 마을버스 정류소 뒤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이곳에서도 도로를 따르는 것이 빠른 길이기는 하다. 그러나 해파랑길은 좌측 마을과 산길을 많이 돌게 되어 있다.




# 다시 갈림길을 만나 좌측 방향의 내륙으로 들어간다.




# 구불구불한 농로를 따라 길게 들어간다. 좌측 언덕 위로는 발전소 직원 사택들이 단지를 이루고 있다.




# 햇살이 아주 강렬하다. 우산 펼쳐 햇볕을 막았다.




# 터널 공사 현장을 만난다. 대형 차량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다닌다. 재빨리 공사 현장을 떠났다.




# 지도에 갈구재골이라 적힌 동네를 지난다. 그곳 농장 우측으로 길이 세 갈래 갈라진다. 해파랑길은 가운데 짙은 숲길로 들어가야 한다.




# 좁은 산길이 위로 이어진다.




# 지금 이 숲에는 야생 밤이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숲에 떨어져 벌레 먹이가 된 것이 수백 개이고 깨끗한 상태의 것도 아주 많다. 이 노다지를 보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배낭 내리고 밤을 줍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줍다보니 비닐 봉지에 한 가득 모인다.




# 밤 줍느라 시간 지체가 많았다. 짐 챙겨 다시 길을 나섰다. 지금 이 길은 다니는 사람 별로 없어 수풀이 우거졌다. 7부 팬츠에 얇은 운동화를 신었더니 수풀에 찔려 다리와 발등에 상처가 많이 났다.




# 무더운 날씨다. 땀 뻘뻘 흘리며 고개 하나를 치고 올랐다.




# 이 산의 이름은 봉태산이다.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산이 봉수대가 있었던 봉대산인데, 이 산은 봉태산이라 불린다. 아마도 봉대산 곁에 있어서 비슷한 이름을 얻은 모양이다.




# 송전탑 통과.




# 산길을 길게 내려가면 온곡리에 있는 고갯길을 만난다. 애견농장이 있다.




# 애견농장 앞에서 좌측으로 간다. 우측은 고경사라는 절로 가는 길이다.




# 숲을 벗어나면 '천산로'가 나온다. 온곡리를 지나는 마을길이다. 이 고개에서 우측으로 간다.




# 온곡2교 앞에서 다시 우틀하여 효암천을 따라 바다 방향으로 간다.




# 농로를 따라 길게 내려가다가 효암천을 건너게 된다.




# 작은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물이 많아 건널 수가 없다. 한참 궁리했지만 방법이 없어 신발과 양말을 벗어야 했다.





# 신발 벗은 김에 작은 다리 위에 짐 내리고 휴식했다. 땀 닦고 간식도 먹으며 한참 동안 쉬었다.




# 이곳에서도 길가에 알밤이 간간이 눈에 띈다. 때문에 시선은 자꾸 아래로 가고 허리 숙일 일이 자주 생긴다. 잠시 아래로 내려 가다가 다시 다리를 만나 효암천을 건넌다.




# 온곡리 사리들이다. 이 동네는 미나리 농사를 많이 짓는다. 들판이 온통 파란 미나리로 덮혔다. 지자체 안내 자료에 의하면 이곳 서생미나리는 물이 맑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토질이 사양토라 미나리의 맛과 향이 우수하다고 자랑한다. 청도 한재 미나리 유명한 것은 아는데, 이곳 서생 미나리는 처음 듣는다. 그렇지만 맛나다 하니 그런 줄 안다.




# 한가로이 농장을 지키던 진돗개가 낯선 나그네를 보고 엄청 짖어댄다. 네이놈! 호통 치니 멈칫 한다. 옛날 윤치호선생 말하기를 "물 수 없거든 짖지도 마라"고 했다. 조용히 해라! 친일의 변명이기는 하다만...




# 도로를 건넜다가 다시 들길로 나갔다.




# 잠시 후 들길을 벗어나 연산3길에 올라선다.




# 휴게소를 지나 연산교를 만나면 해파랑길은 다시 넓은 도로를 버리고 좌측 마을 안으로 들어가라 한다.




# 용연마을 버스 정류소를 지나 위양천을 따라 위로 길게 올라 간다.




# 얼마나 걸어 올라 갔을까? 아무래도 이상해서 지도를 확인하니 해파랑길을 지나쳤다. 다시 한참을 걸어 갈림길로 복귀했다. 저 전봇대에 작게 표지기가 붙어 있었는데 못 보고 지나친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인 곳이다.




# 지나다니는 사람 없어 사라진 길을 따라 산 아래로 접근한다.




# 길가 습지에 부들풀이 많이 자라고 있다. 곧 씨앗을 터뜨려 하얗고 커다란 솜뭉치를 휘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부들로 방석도 만들고 부채도 만든다. 신선이나 도사의 필수품이다.




# 산 아래 야생 밤나무 아래에 알밤이 많이 널려 있다. 다시 한참 허리 숙여 알밤을 줏었다. 갈 길은 먼데 시간 지체할 일이 자꾸 생긴다. 한참 욕심 부리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잠시 고개를 오르다 비닐하우스 많이 있는 언덕에서 우측으로 꺾어야 한다.




# 과수원이 있는 야산을 넘어라 한다.




# 배 과수원이 좌우로 있다. 길에 떨어져 상처 입은 배가 곳곳에 널려 있다. 한 개 주워 상한 곳 도려내고 깎아 먹어보니 꿀맛이 따로 없다. 서생은 배 농사가 유명하다. 일제시대부터 심었다는데 면민의 80%가 배농사를 짓는다 한다.




# 언덕을 넘자 다시 골짜기가 하나 나온다. 정면 전봇대 옆 푸른 나무가 밤나무이다. 그 아래 아주 크고 살찐 알밤이 여러 개 떨어져 있다. 다시 밤 줍느라 지체하였다.




# 그 봉우리 언덕을 넘어가면 신리삼거리가 나온다. 월내에서 해맞이로를 따라 계속 걸었으면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 좌측으로 가면 서생면이 나오고 해파랑길은 정면 바다쪽으로 가야 한다.





# 잠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신리교차로가 나온다. 이 일대는 전부 원자력 발전소 관련 시설이 있는 곳이다.




# 교차로에서 좌측 길로 들어간다. 신리 마을 입구에 오래된 소나무 여러 그루가 몸을 기대어 자라고 있다. 잠시 그 소나무들과 교감하였다.




# 마을 입구에 작고 소박한 벤치가 있어 짐 내리고 잠시 쉬었다.




# 신리포구에 도착했다. 포구 안이라 물이 푸르고 잔잔하다.




# 이곳은 바닷길이 막혀 있어 회센터 우측으로 올라가야 한다.




# 작은 언덕을 넘으면 다시 바다를 만난다.




# 이곳에서 길을 잃고 잠시 헤맸다. 해파랑길은 우측 길 없는 바다 곁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 길은 잘 안보이고 좌측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뚜렸해 그곳으로 잘못 간 것이다. 한참 올라 가다가 다시 바다로 내려왔다.




# 길 없는 해변을 가야 한다. 파도 높은 날은 지나지 못할 곳이다.





# 파도 높지 않아도 물이 밀고 들어오는 중이라 파도 뒤로 물러나는 순간을 포착해서 지나야 했다.




# 신암리 포구에 도착했다. 신암리는 대규모 테트라 포트 방파제가 설치되어 있다.




# 테트라 포트 위에는 물론이고 포구 안에도 낚시하는 이들이 많다.




# 신암해변을 지나 포구 안쪽 마을 언덕 위로 올라갔다. 당물길이라고 길 이름이 적혀 있다.




# 그러다 서생중학교 삼거리에서 해맞이로를 다시 만났다. 이곳에서 다시 우틀해야 한다.




# 해맞이로를 따라 길게 진행한다. 우측에 수산물 양식장들이 이어진다.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지 건물이 퇴락하였다.





# 다음 포스트는 나사해수욕장이다.




# 언덕 길을 올라가자 경치 좋은 편의점이 나온다. 바람 좋고 경치 좋은 곳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편의점에 들러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구입한 후 바다 경치 구경하며 오래 쉬었다.




# 좌측으로 나사해수욕장이 길게 누워 있다.




# 멀리 가야 할 간절곶 방향이 조망된다.




# 경치 좋은 곳이다.




# 편의점에서 오래 쉬었다. 조망 좋은 곳이라 자동차로 지나던 사람들이 수시로 들러 구경하고 가는 곳이다. 오래 쉰 후 양치까지 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곧 나사마을로 내려간다.




# 경치 좋은 해수욕장이 그곳에 있다. 나사해수욕장이다. 나사(羅士)마을은 원래 모래가 고와 모래 사(沙)를 이름으로 썼는데 나중에 학문을 닦는 선비가 많이 나오기 바라는 마음에서 선비 사(士)로 바꾸었다고 전해진다. 내 생각에는 행정 공무원이 한문으로 마을 이름을 적다가 오기(誤記)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 부산에서 울산에 이르는 이곳 해안은 발길 닿는 곳곳이 절경이다. 수도권에서 하도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 정보가 전혀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걸어보니 그냥 걸어 지나치기에 아까운 곳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곳 나사해수욕장의 모래는 먼지가 없는 깨끗한 육각모래로 유명하다. 동남쪽 멀리 숨어 있는 곳이라 경치에 비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 나사에는 해수욕장 정 중앙을 가로 막은 방파제가 있다. 그곳을 중심으로 바다가 갈라지는 느낌이다.




# 딱 보니 학공치 잘 나올 포인트다.





# 동부인(同婦人)해서 세월을 낚고 있다.




# 또 봄은 찾아 올 것인데, 내가 다시 찾아 올지는 잘 모르겠다.




# 돌고래 한 마리 파란 물 속을 헤엄치고 있다.




# 하얀 등대 앞에 있는 바위를 '대구장끝' 혹은 '대장끝'이라 부른다. 지역 자료에는 예전에 대장간이 있던 곳이라 그런 이름을 얻었다 기록하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왜란 때 서생포 왜성에 진을 치고 있던 왜군들이 대장간을 운영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 시각이 꽤 되어 해가 낮게 내려 앉았다. 저멀리 역광 속에 보이는 산은 해운대 장산인 듯하다.




# 파도소리 좋고 바다 경치 좋다. 전방으로 평동항이 보인다. 평동마을은 평평한 들이 많아 평동이라 불렀다 한다. 이 가파른 바닷가에 무슨 평평한 들인가 싶지만, 간절곶 일대의 야트막한 언덕은 이 부근의 가파른 해안 절벽에 비하면 평평해 보이기는 한 곳이다.




# 나사해수욕장을 나와 해변길을 따라 동진하였다. 경치 좋은 해변에는 펜션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그 언덕을 돌아 내려 가자 평동항이 나온다. 작고 아담한 항구이다. 오후 햇살이 평동을 비추고 있다.


평동은 전국 최대의 전복 어장이라 한다. 남해안 전복 양식장 같은 가두리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종패를 바다에 뿌려 자연산과 유사하게 어장을 관리하는 모양이다.





# 평동항을 지나 해안로를 걷는다. 이곳부터 우리나라 지도의 동쪽 부분이 완전히 시작되는 느낌이다. 부산과 기장 일대의 바닷가는 남동쪽 끝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이곳부터는 완전히 동해가 되는 것이다.




# 그러니 바로 우측으로 난바다가 펼쳐진다. 저멀리 대형 화물선이 북진하고 있다.




# 난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곶부리에 작은 광장이 만들어져 있다. '이응'자 두 개를 겹친 듯한 조형물이 있고 팻말에 '응응광장'이라고 적혀 있다. 울주군에서 간절곶 일대를 관광개발하면서 스토리 텔링으로 여러 이야기를 함께 발굴하거나 개발하였던 모양이다. 이곳은 '응'이라는 긍정적 대답을 상징하여 조성한 곳이다.


좀 뜬금없기는 하여도 '응'하는 긍정의 소리는 듣기 좋은 말이다. 무릇 긍정적이어야 세상을 좀 더 밝게 살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일출이나 일몰 감상지로 유명한 모양이다. 젊은 연인들이 차 타고 지나다 들러 셀카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 난바다의 파도가 아무 거리낌 없이 부딪히는 곳이다. 파도소리 높고 물결 거세다.




# 가슴 시원해지는 곳이라 한참동안 머물며 주변 풍광을 감상했다.




# 지역 주민이 파도 들이치는 순간에 맞춰 투망을 던진다. 한 번 그물질에 제법 여러 마리의 고기가 잡혀 나온다.




# 이 지역의 암초를 '어부돌'이라 부른다. 어부돌은 하나의 돌이 아니라 열합돌, 붉은 돌, 새우덤 등의 해산물 이름을 가진 여러 돌을 말한다. 그 해산물이 잘 잡히는 바위라는 의미다.





# 노을도 끝 무렵이 되고 서서히 어두워지자 찬바람이 일어난다. 해안도로를 잠시 걸어가면 간절곶이 나온다. 곶(串)이란 바다 방향으로 돌출된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간절'이란 이름은 감 따는 '장대'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 '간짓대'에서 유래했다. 이곳 지형이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니 정말 바다쪽으로 길게 뻗은 장대처럼 생겼다.




# 간절곶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라고 홍보되는 곳이다. 원래는 한반도 육지에서 제일 동쪽에 돌출되어 있는 포항 호미곶이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지만, 간절곶이 해 뜨는 시각을 측정하여 호미곶보다 먼저 뜨는 것을 증명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것도 항상 먼저 뜨는 것은 아니고 겨울에는 간절곶이 먼저 뜨고 여름에는 호미곶이 빠르다 한다. 그것은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 있기 때문인데. 새해 일출은 겨울에 뜨는 것이니 간절곶이 앞섬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양산시의 의뢰로 한국천문연구원의 어느 연구원이 연구한 바로는 호미곶도 아니요 간절곶도 아닌 양산의 천성산이 가장 빠른 일출 장소였다 한다. 해발 922m에 이르는 천성산의 높이 때문에 일출이 더 빠르게 시작된 것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들은 민관을 불문하고 가장 빠른, 가장 큰, 가장 높은, 가장 넓은 등등 순위(順位)에 집착하는데 못 말리는 집착이 있다. 그렇게 빨리 해 뜨는 것이 보고싶다면 배를 타고 자꾸만 동쪽으로 동쪽으로 나아가시라!




# 간절곶 오르는 언덕에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아직 시절이 일러 꽃을 완전히 피우지는 않았다.




# 간절곶 언덕 위에는 두 개의 등대가 있다. 안쪽의 낡은 등대는 일제시대인 1920년에 세워진 것이고 팔각 한옥 지붕을 한 바깥쪽 등대는 2001년에 새롭게 건설된 것이다.




# 멀리서 본 간절곶은 가느다란 장대 모양이었는데 올라와서 보니 넓은 언덕이다. 노을 넘어가고 땅거미 찾아드는 시각인데도 간절곶 구경에 나선 관광객들이 많다.




# 유럽 대륙의 서쪽 끝이라는 '카보다호카' 기념비가 서 있다. 이곳은 한국의 일출 장소이고 그곳은 유럽의 일몰 장소라는 뜻인 모양이다.





# 원래 이곳은 하얀 등대만 있는 한적한 바닷가였는데, 2000년에 새천년을 맞아 한반도 제일 동쪽의 일출 장소로 알려지면서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공원을 조성하여 여러가지 기념물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니 사람들이 몰려 든 것이다. 사람들 몰리니 지역 경제도 살아나고 여러모로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지자체들이 '제일 먼저', '제일 크게'에 집착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너무 요란스럽지 않게 잘 꾸며두었다.





# 주변 경치가 훌륭하니 구태여 요란스럽게 꾸밀 필요가 없다.





# 표지석 뒷면에 여러 나라 말로 덕담(德談)을 새겨 두었다.




# 그 덕담에 고무되어 나도 사진 한 남겼다. 기념비 앞면에는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라고 새겨져 있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단다.




# 해마다 1월 1일이면 일출을 보겠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데 오늘은 일몰시간임에도 간절곶을 찾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 간절곶 바위 어루만져 간절한 소망 하나 빌어본 다음 다시 길을 나섰다. 해변으로 데크길이 이어진다.





# 땅거미 찾아들고 있는데 여전히 관광객들은 흩어지지 않고 호호깔깔 즐겁다.




# 나는 파도소리  들으며 간절곶을 떠났다. 간절곶 방파제 빨간 등대가 예쁘다.





# 언덕을 올라가자 무슨 드라마 촬영지였다는 장소가 나온다.




# 우측 바다쪽에 사람 허리처럼 잘록한 지형이 나온다. 중너리끝이다. 중너리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알 길 없다. 다만 뜬금없는 백허그 이야기가 적혀 있다. 잘록한 허리를 뒤에서 안는다는 생각인가? 뜬금없고 창의성 없다.




# 백허그해 줄 사람이 없어 그냥 중너리끝을 한바퀴 둘러보기만 했다.





# 갈 길은 아직 먼데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 간절곶회센터 있는 곳에서 길은 산속으로 연결된다. 소나무숲 안으로 들어가는데 날이 어두워 더듬더듬 조심스럽다.




# 숲을 돌아가자 송정항이 건너다보인다.




# 송정항 안에는 가두리 낚시터가 있다.




# 암반지대인 해안으로 길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편한 길이 아니라 계속 오르내리라 한다.




# 오래 걸었더니 골반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통증 때문에 계단길 오르내리기 힘들었다. 중간중간 스트레칭 하면서 걸었다.




# 송정항 도착. 이미 날이 어두워 항구와 등대에는 불이 들어왔다.




# 날이 어두워지니 마음이 급해졌다. 송정항을 돌아나가면 송정공원이 나온다. 공원을 통과하여 올라가니 진하로 넘어가는 해맞이로에 올라서게 된다. 잠시 도로를 따라 걷다가 솔개공원에 도착했다. 바다쪽으로 돌출된 곳에 작은 공원을 꾸며 두었다.


솔개공원에도 이야기를 만들어 두었는데 솔개라는 이름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두꺼비를 닮은 처녀의 이야기이다. 자료에는 솔개공원 앞 바다를 '섶자리'라 부르고 그곳에 있는 바위를 두꺼비처녀바위라 부른다 적고 있다.




# 솔개공원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솔개해수욕장이 나온다. 작고 아담한 해수욕장인데 민박집과 펜션 서너 곳이 불을 밝히고 있고 일요일을 알차게 보내려는 이들이 밤낚시를 하고 있다.


해수욕장을 지나자 길은 다시 해안절벽 길을 올라가라 한다. 데크 길이 해변을 감싸고 있는데 날이 어두워 더듬더듬 손을 짚으며 걸어야 했다. 배낭 속에 헤드랜턴을 가져 오기는 했지만 귀찮아 그냥 갔다.


커다란 바위가 무리지어 있는 해변길을 더듬어 올라가자 나무데크를 깐 대바위공원이 나온다. 해변에 있는 커다란 바위들을 대바위라 부르는 모양이다. 지치고 힘들어 그곳 벤치에 짐 내리고 쉬었다. 간식도 먹고 스트레칭도 하며 한참동안 쉬었다.




# 좌측에 불 밝힌 진하해수욕장이 보인다.




# 체력 회복한 후 대바위공원을 떠났다. 잠시 해변길을 걷자 진하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수욕장 초입에 소나무숲이 있고 캠핑장이 운영되고 있다. 철 지난 해수욕장에 야영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일요일 밤에도 야영하는 저이들은 내일 출근하지 않나?




# 진하해수욕장은 규모가 아주 크다.




# 울산이나 부산에서 진하를 찾는 관광객이 많은 모양이다. 철 지난 해수욕장에 젊은 사람들의 웃음소리 울려 퍼진다. 폭죽소리도 요란하다.




# 진하해수욕장은 중앙에 있는 명선도를 중심으로 양쪽 날개를 펼친 형상으로 되어 있다. 명선도(名仙島)는 신선이 놀던 곳이라 '신선 仙'자를 썼다. 옛 이름은 매미가 많이 울어 명선(鳴蟬)이라 불렀다 전한다.




# 해수욕장을 따라 길게 가자 4코스 종점이 나온다. 바로 앞에 투썸플레이스란 카페가 있다. 찬바람 많이 불고 있어 으슬으슬 떨린다. 땀이 식어 그렇다. 배낭 내리고 수첩 꺼내 인증 도장 찍었다. 보온을 위해 바람막이도 꺼내 입었다.




# 힘든 하루였다. 중간에 밤 줍느라 시간 지체가 많았고 해변길 경치가 너무 좋아 경치 구경하느라 또 지체하였다. 결국 마지막 한 시간 이상 어두운 밤길을 걸어야 했다. 날이 어두워지면 마음이 급해지고 체력소모도 심해진다.


이제는 부산으로 돌아가는 일이 남았다. 진하에서 센텀까지는 교통 연결이 어렵다. 해수욕장 바깥으로 한참을 걸어나가 버스를 타고 서생으로 갔다가 다시 버스 타고 일광으로 가고 그곳에서 다시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 것이다. 다음에 만날 기약을 하고 해수욕장을 떠나는데 진하는 굉장한 번화가이다. 식당도 많고 유흥업소 및 숙박업소 등도 많다.


그곳에서 진하택시 사무소를 보았다. 버스시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 택시를 탔다.  꽤 먼 거리를 달려 서생농협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한참을 기다렸다가 일광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 일광역에 도착했다. 이곳이 열차 종점이라 열차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자리 잡고 책이나 읽으며 가자 하고 짐을 꺼내는데 책과 안경, 그리고 몇 가지 짐을 넣어둔 파우치가 없다. 어딘가에 두고 온 모양이다. 큰일 났다.


요즘 나는 이렇게 심각한 건망증을 앓고 있다. 툭하면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두고 온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대바위공원에서 쉬면서 간식 먹을 때, 진하에 도착해서 인증도장 찍을 때, 그리고 택시에서 택시비 계산할 때가 짐을 내렸을 때이다.


제일 먼저 택시회사에 전화를 해봤다. 나를 태웠던 택시를 수소문해서 뒷자리를 봐 달랬더니 짐은 없단다. 대바위공원은 바닷가 인적 드문 곳이니 그곳에 두었다면 잃어버린 것이다. 마지막 남은 것은 진하해수욕장 인증소이다. 기억 더듬어 보니 인증소 앞에 투썸플레이스가 있었다.


인터넷 검색해서 전화번호 찾아내고 그 커피숍에 전화를 했다. 알바하는 아가씨가 전화를 받는다. 미안한 부탁 하나만 하자 하고 커피숍 앞에 있는 해파랑길 인증소에 파우치가 있는지 살펴봐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지 의아해 하던 여성이 곧 이해하고 나갔다 오더니 파우치를 챙겨 왔다. 두 시간 정도가 지났는데도 그 자리에 얌전히 있었던 모양이다. 


감사한 일이다. 비싸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물건이 있었고 안경과 절판된 책도 있어서 잃어버리기 싫었던 탓이다. 알바 여성에게 여러번 감사하고 조만간 찾으러 갈테니 보관을 부탁했다. 참 여러가지 일이 많은 하루였다. 긴 하루를 보내고 지친 몸으로 귀가했다. 그렇게 해파랑길 4코스를 마무리 했다.




# 다음날 회사 직원 차편으로 진하를 다시 찾았다. 대중교통으로는 두 시간 반이 걸렸는데, 자동차로 가니 50분이면 충분하다. 투썸이라는 커피숍 바로 앞에 해파랑길 인증소가 있다. 그곳에 파우치를 두고 온 것이다. 제법 부피가 나가고 색깔도 밝은 주황색이라 잃어버리기 쉽지 않은 것인데 어찌된 일이지 잘 모르겠다.


커피숍에 들어가니 어제 그 알바 여성은 없다. 야간근무인 모양이다. 다른 분이 보관하고 있던 파우치를 내 준다.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만들었던 몇 가지 선물로 사례를 했다. 커피도 한 잔씩 마시고.




# 커피숍 바로 앞에 명선도가 있다. 어제 밤에는 불을 밝히고 있더니 낮에 보는 풍광은 자연스럽고 더 좋다. 동백꽃이 많이 피는 섬이라 '동백도'라고도 불렀다 한다.


진하해수욕장은 명선도를 중심으로 좌우 날개를 펼친 모습이다. 모래 좋고 경치도 좋은 곳이다. 여름에 피서여행 한번 오고픈 곳이다. 그날은 날이 흐리고 바람이 아주 거셌다. 카이트 서핑하는 이들이 그 바람을 즐기고 있다.




# 저 레저스포츠는 굉장한 체력이 필요해 보인다. 바람을 이겨내야 하고 연과 서핑보드를 컨트롤해서 하늘로 날아 오르거나 물살을 갈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그들의 유희를 구경하였다.





# 진하해수욕장은 참 매력적인 곳이다. 다음을 꼭 기약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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