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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정맥]첫걸음(모래재~피암목재)-동지와 함께 시작한 금남길! 본문

1대간 9정맥/금남정맥 종주기

[금남정맥]첫걸음(모래재~피암목재)-동지와 함께 시작한 금남길!

강/사/랑 2010. 10. 25. 09:07
 [금남정맥]첫걸음(모래재~피암목재)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은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을 백두대간이라는 한반도의 큰 산줄기와 이어주는 가교(架橋) 역할을 하는 산줄기다. 비록 그 길이는 짧지만, 단 한차례도 맥(脈)이 끊어지거나 웅장한 위용을 잃지 않는 당찬 산맥이다.

 

금남호남정맥이 백두대간 영취산(靈鷲山)에서 갈래쳐 장안산(長安山)을 이루고, 전북 장수군의 수분치(水分峙)를 지나 한차례 솟아 오르니 이름하여 신무산(神舞山)이다. 신무산은 우측 산자락에 작은 샘 하나를 품고 있다. 그 샘이 '뜬봉샘'이다. '뜬봉'이란 이름은 봉황이 날아 간 곳에서 솟은 샘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뜬봉샘'은 작은 샘이나 그로부터 394.79km '비단강(錦江)'의 큰 흐름이 발원(發源)한다. 비단강은 전북과 충청남북 3개도의 인간세를 적셔 주는 은혜로운 강이다.  유역면적이 9,900제곱 킬로미터가 넘으니 그 넉넉함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뜬봉샘에서 발원한 '비단강(錦江)'은 두 개의 커다란 산줄기를 거느리고 호서(湖西)지방을 휘감아 흐르다 군산 앞바다에서 서해로 합쳐진다.

 

위쪽 산줄기는 '금북정맥(錦北正脈)이다. 이 산줄기는 속리산(俗離山)에서 출발해 한남금북정맥의 구봉산, 국사봉, 선두산, 좌구산, 보광산, 보현산, 소속리산을 거쳐 경기도 안성땅 칠장산(七長山)에서 한남정맥(漢南正脈)과 헤어져 분기한다.

 

이후 서진(西進)하여 칠현산(七賢山), 성거산(聖居山), 차령(車嶺), 광덕산(廣德山), 백월산(白月山), 오서산(烏棲山), 수덕산(修德山), 가야산(伽倻山), 백화산(白華山), 지령산(知靈山)을 거쳐 태안반도 안흥진 바다로 잠겨든다.

 

아랫쪽 산줄기는 '금남정맥(錦南正脈)'이다.  이 산줄기는 영취산에서 출발해 금남호남정맥의 장안산, 신무산, 팔공산, 마이산, 부귀산을 거쳐 모래재 조약봉에서 호남정맥(湖南正脈)과 분기한다.

 

그리고 북상하면서 연석산(硯石山), 운장산(雲長山), 장군봉(將軍峰), 왕사봉(王師峰), 대둔산(大屯山), 개태산(開泰山), 계룡산(鷄龍山), 망월산(望月山) 등을 솟아올린 후 부여 부소산의 조룡대(釣龍臺)를 거쳐 구드레 나루에서 백마강(白馬江)으로 잠기게 된다.

 

금남정맥은 그 길이가 120여 km 정도의 비교적 짧은 산줄기다. 하지만 운장, 대둔, 계룡 등의 산으로 이어져 호서지방의 주요 뼈대를 이룸은 물론, 그 기상이나 영험함은 으뜸이라 불러 모자라지 않는 여러 산들을 솟구치고 있어 다른 정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산줄기다.

 

강/사/랑의 산행 방식은 기본적으로 홀로산행이다. 대부분의 정맥길을 그 방식으로 종주하였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이 금남정맥 만큼은 산동무들과 함께 진행하자고 약속을 해 두었던 참이다.

 

이 산동무들은 백두대간을 비슷한 시기에 종주했고, 지금 제각기 걷고 있는 정맥길도 그 진행 정도가 유사한 점이 많다. 따라서 잘만 맞추면 1대간 9정맥 완주의 기쁨을 부여 굿드레 나루에서 같이 나눌 수도 있겠다 싶어 그런 약속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각기 삶의 무게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 가는 생활인들인 우리는 함께 정맥길 걸어 갈 약속을 일시에 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하여 언제나 말로는 같이 하자고 하면서도 막상 같이 산길 걷기는 차일피일 미뤄만 두고 있었다.

 

그러다 전국 유명산에 단풍 관광객들이 몰려 조용한 산 찾아들기가 어려워진 시월 말, 어찌어찌 사발통문이 돌아 다섯 명의 홀로 산꾼이 운장산(雲長山) 자락 피암목재에 함께 모이게 되었다.


그렇게 오랜 숙제의 종주대를 구성하여 막걸리 한 잔 나누며 애초에 약속했던 정맥길을 같이 걸어 보기로 했으니 그 정맥길은 금남정맥이요, 일시는 10월 22일 쇠의 날 밤이다.

 


동지와 함께 시작한 금남길!

구간 : 금남정맥 제 1구간(모래재~피암목재)
거리 : 구간거리(14.6 km), 누적거리(14.6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0년 10월 23일. 흙의 날.
세부내용 : 모래재 ~ 세봉 임도(09:20) ~ 조약봉/3정맥 분기봉(09:30) ~ 568봉 ~ 입봉(10:27) ~ 보룡고개
(10:55) ~ 무명봉 ~ 675.4봉/점심 후 12:45 出 ~ 황새목재(13:25) ~ 664봉 ~ 암봉/30분 휴식 ~ 연석산(16:40) ~ 늦은목 ~ 운장산 서봉(18:00)/30분 휴식 ~ 할목재 ~ 피암목재(19:50)

            
총 소요시간 10시간 30분.


 

2010년 10월 22일. 쇠의 날. 퇴근하여 먹고 씻은 후 전날 미리 챙겨 둔 보따리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산본역에서 낙동 동지인 뚜벅을 태우고, 단풍철 막히는 영동, 경부 고속도로를 피해 39번 국도 타고 청북으로 내려가 평택 안성 고속도로를 거쳐 안성에서 경부에 합류했다.

 

이어 천안 논산과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전주, 완주를 지나고, 동상면 동상저수지 따라 구불구불 겁나게 위험한 도로를 길게 올려 피암목재에 도착하니 시각은 이미 11시에 가깝다.

 

피암목재엔 먼저 도착한 해리님 내외와 대명님이 공사 중인 휴게소 처마 밑에 집 한 채 지어 놓고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문 잠긴 화장실 앞 공터에 얼른 잠자리를 준비하고, 선입주자 집에 둘러 앉아 막걸리 한 잔으로 오랜만의 재회에 갈음했다.

 


금남정맥 분기점의 명칭

 

금남정맥 분기점의 명칭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다. 먼저 산경표를 보면, 29頁 백두대간 長安峙에서 分二歧, 87頁로 넘어와 금남호남정맥이 기재되면서 馬耳山에서 分三歧하여, 웅치로 호남정맥이 이어가고 금남정맥은 “주화산(珠華山)”으로 내려가는데, 여기서 금남정맥(錦南正脈)이 ‘錦山正脈’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 이어, 88頁로 넘어가서는 마이산 아래칸에 “주줄산(珠崒山)”으로 기재된 채 금남정맥이 시작된다. 주화산이냐 주줄산이냐에 대해서는, 대동여지도와 택리지 등에 주줄산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주화산은 일단 표기상의 오류로 보고 -주화산은 없다-, 다음으로, 주줄산의 현 위치가 어디냐는 것. 즉, 현재의 3정맥 분기점인 565봉이 주줄산이냐는 것이다. “龍潭 西삽십리, 高山 東사십오리, 錦山 南사십리”의 산경표 표기로는 정확한 좌표를 찍기가 용이치가 않고, 대동여지도에 표기된 주줄산은 고산과 용담을 잇는 직선상의 중간쯤으로, 반일암 서쪽, 주자천의 북쪽에 위치한 산으로 현재의 운장산이나 장군봉쯤 되 보인다. 호남정맥을 하면서도 그랬지만 현재의 565봉은 옛 문헌에서 얘기하는 주줄산으로 보기에는, 그 위치로나 글자가 가진 뜻으로 보나 (珠崒 : 구슬 주, 산높을 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조약봉(鳥躍峰)으로 보는 견해가 합당해 보인다. 현재 지형도에 565봉 아래쪽으로 조약치(鳥躍峙), 조약골이 나오므로, 새가 뛰어 넘는다는 '鳥躍'이 아담하고 나지막한 마을 뒷산인 565봉에 어울리는 이름이다.<조은산님 글 中>

 

연석산/硯石山 


전주에서 소양을 경유하여 동상면까지는 약 32㎞이다. 연석산은 동상면 소재지를 미처 못가는, 전주에서 26㎞ 지점에 있는 사봉리 연동부락 동쪽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다. 연동부락은 감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10여 호 정도의 마을로 공해도 없고,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이 항상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계곡을 갖고 있다. 연석산 입구에 연석사라 부르고 있는 사찰이 있는데 낡은 건물을 헐고 '93년에 새로 大雄殿을 웅장하게 지었다. 연석사를 지나 정상을 향하여 500m쯤 가면 산신령에게 소원성취를 기원하기 위하여 촛불을 켜놓고 아낙네들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바로 이곳 산제당에서부터 산행은 시작된다. 숲으로 우거진 등산로를 타고 10여 분 정도 오르면 각시소가 나온다 각시소를 지나 숲과 숲으로 덮여있는 낭떠러지에서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는 폭포는 우리의 마음을 한결 시원스럽게하여 피로를 씻어준다. 폭포 바로 위에는 여인이 베를 짜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베틀바위가 나온다.전설에 의하면 각시가 베틀바위에서 베를 짜면서 피로와 외로움을 잊기 위하여 폭포 아래에 있는 소(沼)에서 목욕을 하였다 하여 각시소(沼)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연석산은 해발 960m로 정상까지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다.정상에 오르면 진안군 부귀면과 완주군 동상면 경계에 있는 해발 1,125m인 운장산이 눈앞에 전개되며 운장산 정상까지는 1시간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연동부락에서 밀림지대의 숲속을 헤치며 정상까지 가는데는 2시간이면 족하다. 이 산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오염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된 산이다. 연석산은 전주에서 가까운 곳으로 등산인에게 앞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될 것이다.

  

운장산/雲長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 정천면, 부귀면, 완주군 동상면에 걸쳐 있으며 남쪽과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으로 유입되고, 서쪽 계곡으로 흐르는 물은 완주군 동상면을 지나 만경강으로  흘러 금강과 만경강의 발원지 구실도 하고 있다. 금남정맥에 자리잡은 제일의 전망대이다. 운장산은 해발 1,125.9m의 높이로 호남지방 금남정맥중 제일 높은 산으로 운장산의 서쪽 완주,익산,김제,정읍일대는 넓디 넓은 평야지대이고 평균 고도가 해발 290여m인 진안고원에는 높은 산이 없으므로 조망은 그야 말로 훌륭하다. 북두칠성의 전설이 담겨 있는 칠성대를 지나 한참 더 올라 가면 오성대가 있는데 조선조 중종 때의 서출 성리학자 송익필(1534 - 1599) 이 은거하였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래의 산이름은 주출산이었는데 송익필의 자를 따서 운장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정상에서의 조망이 무척 뛰어나다. 북쪽으로 대둔산과 계룡산이, 동으로는 덕유산국립공원, 남쪽으로는 마이산과 그 뒤로 지리산 전경이 웅장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남북에서 볼 때 거대한 기와 지붕처럼 우람하게 보이는 운장산 주릉에는 동,서와 가운데 세 봉우리가 있는데 가운데 봉우리가 가장 높지만 모두가 비슷비슷해서 어느것을 주봉으로 내세우기 어려우나 그중 암봉으로 우뚝하게 남쪽 가까이에 깍아지른 낭떠러지의 벼랑을 이룬 오성대가 있는 서봉이 운장산 제일의 명소라고 할 수 있겠다. 오성대는 바위 암봉이지만 발디딜곳이 많아 그리 어렵지는 않다 ) 운장산에는 골짜기도 많다. 이름난 운일암.반일암을 제외하고도 쇠막골(정천 봉락리 가리전에서 각우목재로 오르는 길), 늑막골(학선동에서 복두봉에 이르는 길) 이 양쪽의 기암괴석 사이에 자리잡고있는 비경이다. 산첩첩 물겹겹의 산악지대는 각종 동식물의 번식지이고 계곡에 길게 형성된 작은 평야에 '삿갓배미' 일망정 논밭이 일구어지고 있으며, 산수조화의 극치라 일컫는 명승 운일암.반일암을 품고 있는 산.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금남정맥 제 1구간 모래재~피암목재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오랜만에 산꾼들이 만났으니 이곳 저곳 배낭 속에서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밀렸던 산 얘기, 사는 얘기들에 술잔들이 오가기 바쁘다.

 

풀어 놓는 얘기 보따리가 수북히 쌓이고 오고 가는 술잔에 취기도 도도해지건만, 도대체 잠자리에 들 생각들을 않는다. 오래 즐기다가 새로 두 시쯤에나 각자 침낭 속에 들어 갔나 보다.

 

 

 

# 피암목재 공사중인 휴게소 처마밑에 뚝딱 집 한 채 세웠다.

  

 

 

# 막걸리 좋아하는 산꾼들이 오랜만에 만났으니 주연이 쉬 끝나질 않는다. 그리하여 밤이 늦도록 오래 술잔이 돌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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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늦게 잠자리에 들었으니 일어나는 시각도 늦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나를 제외한 네 사람은 이미 작년에 금남정맥 첫구간에 한 번 나섰었고, 그때 보룡고개까지 마쳐 두었기 때문에 오늘 구간은 거리가 짧고 출발도 여유가 있다. 작년에도 막걸리 잔 돌리느라 피암목재까지 못가고 보룡고개에서 끊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만...

 

반면 나는 오로지 한 구간을 다 마쳐야 하므로 서둘러야 하는데, 어찌된 것이 마음이 느긋하기만 하다. 오늘 구간 막바지에 연석산 오름과 운장서봉 오름이 장난이 아니라는데...

 

 

 

# 피암목재의 빈 휴게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 음...늦게까지 남은 코스모스가 쓸쓸하구나!

 

 

 

# 가을이 깊어가고 있구나.

 

 

 

# 뭐, 단풍구경은 이렇게 하면 되지...

 

 

 

# 고개 너머 운임암반일암 쪽 하늘에 아침 노을이 번진다.

 

 

 

# 바람이 가을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 단풍철이고 이쪽도 경치가 멋진 곳인데, 어째 한산하기만 하다.

 

  

아침 끓여 먹고 차 한 대는 피암목재에 두고 내 차로 먼저 보룡고개로 접근했다. 우리 다섯 일행 중 나를 제외한 넷 모두가 보룡고개까지 이미 마쳤지만, 낙동 동지인 뚜벅이 나 혼자 심심하다고 금남정맥 첫 출발지인 모래재 조약봉에서 나랑 같이 출발해 주겠단다.

 

그러고 보니 보룡고개에서 출발하는 해리님 내외와 대명님도 같이 낙동정맥을 종주한 낙동 동지이고, 뚜벅과 나도 천리길 낙동 산길을 같이 걸은 낙동 동지다. 이거 오늘은 낙동 동지들끼리 짝을 맞춰 금남길을 걷는구나. 다만 우리 낙동팀 중 뱌님만 빠졌다. 이때 같이 있었음 좋으련만...

 

보룡고개에 세 분을 내려 주고 다시 차를 몰아 고개를 내려갔다. 화심온천 갈림길에서 유턴하여 우측 산길로 구불구불 겁나게 올라 가면 모래재 터널이 나오고 터널 지나 우측에 모래재 휴게소가 나온다.

 

 

 

# 금남호남정맥 졸업할때, 호남정맥 출발할때 들렀으니 이제 세 번째 방문하는 모래재 휴게소.

 

  

모래재 휴게소에 들러 낮에 먹을 간식으로 이 집에서 유명한 쑥떡을 사러 들어 갔다. 그런데 부산에서 이주해 와 휴게소를 운영하던 연세 드신 부부는 안뵈고, 젊은 청년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아드님이냐고 물었더니 그 부부에게서 이 집을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한다. 쑥떡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장사가 잘 안되었나?" 속 깊은 얘기는 못했어도 정맥길 다니면서 안면을 익혔던 사람인데 얼굴을 못보니 서운하다.

 

모래재에서 수낭에 물 채우고 다시 차를 몰아 길 건너 추모공원으로 들어가 세봉 임도로 올라 갔다. 원래 차를 모래재에 세워 두고 산행을 시작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워낙 출발이 늦어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마침 두루님이 이번 주는 산에 가지 않고 피암목재에 와서 같이 하룻밤 보내기로 하고 내 차를 가져가 주기로 해서 세봉임도까지 차를 몰고 올라 갔다.

 

 

 

# 휴게소 건너에 있는 추모공원.

 

 

 

# 세봉임도. 

 

 

 

세봉임도는 수풀이 자라 잡목들이 차를 마구 긁어 댄다. 올라 가서 확인하니 차 표면이 잡목에 긁혀서 난리가 났다. 큰일이다!

임도 한 켠 공터에 주차하고 짐 꾸려 산행을 시작했다. 09:20

 

출발이 너무나 늦어 걱정이 많다. 게다가 오늘은 찬바람이 장난이 아니게 불어 어느새 가을을 넘어 겨울로 성큼 다가간 듯한 분위기의 날씨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폭염 속에 혀를 빼물고 산길 걸었는데, 계절의 변화가 무쌍하다. 때문에 바람막이에 우모복까지 챙겨 입고 산행을 시작했다.

 

세봉임도에서 한 10여분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그 이름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러면서도 산 높이나 규모에 비해 세 정맥의 분기점이라는 무게감이 큰 '조약봉/565봉/분기봉'에 올라 서게 된다.

 

 

 

# 삼정맥 분기봉. 오늘로 세 번째 서게 된다.

 

 

 

# 호남정맥 방면.

 

 

 

# 주줄산, 주화산, 조약봉 등  다양한 이름만큼 다양한 논란거리가 되고있는 봉우리다. 산은 의연하고 다만 인간들 만이 서로 옳다 주장할 따름이다.

 

 

 

# 오늘 금남의 산길엔 바람이 장난이 아니게 몰아 친다.

 

 

 

오늘로 세 번째 올라 서게 되는 조약봉엔 가을을 건너 뛴 겨울바람이 불고 있다. 찬바람에 차갑게 얼어 있는 스테인레스 이정목 붙잡고 무사한 금남길을 기원하였다. 이윽고 우측 산길을 내려 금남길 대장정에 나섰다.

 

참나무 낙엽 가득 깔린 등로를 따라 내려 갔다. 능선길로 휘몰아치는 찬바람이 아주 강하다. 짚티에 우모복, 바람막이까지 입은 상태이지만, 아직 땀이 돌지 않고 한기가 들어 그냥 입은 채 진행했다. 참나무 낙엽은 언제나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만든다. 아래로 내렸다가 이후 완만하게 고도를 낮추며 가다 잔봉을 하나 넘고 '무명 고개'를 지났다.

 

다시 봉우리 두 개를 연달아 넘는데, 두 번째 봉우리가 지도상 '568봉'이다. 이곳에서 우모복을 벗어 배낭에 패킹했다. 건너편 숲 너머로 산 하나가 우뚝한데 삿갓 모양을 하고 있다. 입봉(笠峰)이다.

 

삿갓의 옆구리는 가파른 오르막 형태라 헉헉 소리가 절로 난다. 언제나 그렇듯 숫자를 세면서 올랐다. 1,100걸음을 걷고서야 정상에 올라 설 수 있다. '입봉'이다. 10:27.

 

 

 

# 등로는 미끄러운 참나무 낙엽으로 덮혔다.

 

 

 

# 찬바람이 정맥길을 넘고 있다.

 

 

 

# 잔봉을 두어 개 넘었다.

 

 

 

# 간만에 동무가 있는 산행이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여유가 있다.

 

 

 

# 숲 너머에 입봉이 삿갓처럼 뾰족한 모습으로 서 있다.

 

 

 

# 좌측으로 트인 곳이 나와 조망이 허락되는데, 55번 도로와 그 뒷쪽의 원등산 일대 山群이 보인다.

 

 

 

# 뒷쪽의 산은 아마도 종남산인 듯하다.

 

 

 

# 입봉. 넓은 헬기장이 있다.

 

 

 

# 보랏빛 용담.

 

 

 

앞서 보룡고개에서 출발한 팀들이 작년 이 입봉을 오르며 엄청난 고생을 했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잔뜩 긴장하고 왔는데, 예상시간보다 훨씬 단축되고 그다지 힘이 들지도 않았다. 아마도 작년 그날 술들을 엄청 마셨다고 하니 그 숙취때문에 컨디션이 나빠 힘이 많이 들었지 않나 싶다.

 

입봉 정상엔 넓은 헬기장과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산이름을 굳이 한자로 입봉(笠峰)이라고 부를 이유가 있나? 그냥 삿갓봉이라 부르면 뜻도 잘 통하고 좋을텐데...

 

삿갓봉에서 좌측으로 떨어져 내렸다. 오를때처럼 급경사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깊게 떨어져 내리다 우, 좌로 틀면서 두어 번 볼록거린 후에 철조망이 설치된 능선길을 따르게 된다. 철조망은 목장 울타리인듯 가축 분뇨 냄새가 강하게 나고, 잠시 후 '보룡고개'에 내려선다. 10:55.

 

 

 

# 가축분뇨 냄새가 강하게 나는 철조망 울타리를 따른다. 

 

 

 

# 여전히 바람은 강하다.

 

 

 

# 보룡고개.

 

 

 

지도에는 2시간 20분을 예상했는데, 1시간 30분만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을 해서 오늘 산행이 순조로울 것으로 생각되어졌다. 이 추세면 보룡고개에서 먼저 출발한 이들도 금세 따라 잡을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이것은 뚜벅과 함께 산행할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막걸리 타임과 후반전에 급격하게 떨어지는 나의 저질체력을 감안하지 않은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보룡고개는 완주와 진안을 잇는 26번 국도가 지나는 4차선 도로이다. 중앙에 높은 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어 우리네 정맥꾼에겐 장벽으로 작용하는 곳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땡땡이 치느라 학교 담 넘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겐 식은죽 먹기다.

 

차량 통행 뜸할 때를 이용해 재빨리 중앙분리대를 넘고, 진안군을 알리는 안내철문을 지나면 좌측으로 시멘트 포장 임도가 있다. 임도를 따라 오르다 우측 숲으로 들어갔다. 곧 다시 철문 있는 쪽으로 복귀한 후 본격적으로 위로 치고 오르기 시작했다.

 

표고버섯 재배단지를 지나면서 등로는 급격하게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입봉을 넘으면서 가졌던 자신감이 이 이름도 높이도 없는 무명 봉우리 앞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무슨 놈의 봉우리가 이렇게 바짝 가파르냐?

 

진땀을 흘리며 능선에 올라 선 후 좌틀하더니 다시 치고 오르라고 한다. 아이고~ 소리가 날 때쯤 정상에 올라 서게 된다. 11:38

 

 

 

# 중고딩때 땡땡이 꽤나 친 솜씨다. 전라도에서는 땡땡이를 놀랍게도 '빠구리'라 부른다.

 

 

 

# 햇살 따스한 임도를 오른다.

 

 

 

# 표고버섯 단지를 지나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 이름도 높이도 얻지 못한 봉우리가 코가 땅에 닿게 가파르고 힘이 많이 든다.

 

 

 

# 진을 한 차례 뺀 후에야 정상에 설 수 있다.

 

 

# 술 고프지?

 

 

 

고도계엔 695가 찍힌다. 정맥길은 이 봉우리에서 우틀하여 진행하는데, 다행히 평탄하게 마루금을 따르게 한다. 키높이의 산죽밭을 지나 암릉지대가 나타나니 술 고픈 뚜벅, 배낭 내리더니 막걸리 병을 꺼낸다.

 

"한 잔 하시고 가시죠?"

"커 됴티!"

 

 

 

# 한차례 정신없이 밀어 올리더니 잠시 평탄하게 진행한다.

 

 

 

# 좌측으로 조망이 트인 암릉지대가 나와 배낭을 내렸다.

 

 

 

# 원등산이다.

 

 

 

# 저 멀리 전주시내가 조망된다.

 

 

 

# 막걸리만 한 잔 하고 가려다 시각을 보니 점심 때라 아예 짐을 모두 풀고 느긋하게 마음에 점 하나씩 찍었다.

 

 

 

# 막걸리 한 잔 마시니 비로소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 오는데, 군데군데 가을이 불타고 있구나!

 

 

 

 

 

막걸리 곁들인 점심을 느긋하게 즐긴 후 12시 45분에 출발했다. 너무 오래 쉬었다! 잠시 가면 바로 삼각점이 있는 '675.4봉'이 나온다. 그곳에서 우측으로 내렸다가 지도에도 없는(국립지리원 지도에 보룡고개라고 적힌) 뾰족한 봉우리를 치고 오른다. 오늘 구간은 이름없는 봉우리가 더 힘이 든다. 

 

낑낑 올랐다가 좌측으로 꺾어 떨어져 내린다. "얼라? 이 내리막이 왜 이렇냐? 무시기 이렇게 떨어져 내리냐?" 이 내리막은 오늘 구간의 모든 고도를 한꺼번에 다 까먹겠다는 기세로 깊고 깊게 떨어져 내린다. 고도 510까지 떨어지니 한꺼번에 160을 까먹었다. 고도를 다 까먹은 이 안부가 '황새목재'다.

 

 

 

# 삼각점이 있는 675.4봉.

 

 

 

# 숲 너머로 가야 할 연석산이 보인다.

 

 

 

# 깊게 떨어져 황새목재에 도착했다.

 

 

 

황새목재는 우측으로 열린 과수원 지대인데 원형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사과나무가 심어져 있다. 우측 아래로는 진안 궁항리가 내려다 보인다.

 

이곳 고도가 500이니 오늘 최고봉인 운장서봉까지는 600m 이상을 밀어 올려야 하고, 그나마 그냥 600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올려야 하니 앞으로 갈길이 험난하구나!

 

철조망을 넘어 임도를 따르다 다시 철조망을 넘어 과수원을 벗어 났다. 그리고 맞은편 비탈길에 붙어 본격적인 오름질을 했다. 이곳 역시 이름없는 봉우리가 급경사로 되어 있어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은다. 황새목재란 이름이 그냥 붙은 게 아니구나, 양 옆 산줄기가 황생목처럼 길고 가팔라 그런 이름을 얻었구나!

 

곧 150을 곧장 치고 올리느라 낑낑 죽는 소리가 난다. 이윽고 봉우리에 올라 서고, 좌틀하여 진행하며 봉우리 두어 개를 넘었다. 이 지역은 허물어진 옛산성터인지 성벽 흔적이 산재하다.

 

성벽 끝자락에 올라 서면 맞은편에 연석산과 운장산이 조망되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여 갈길에 걱정이 태산이다. 잠시 내렸다 완만하게 오르며 진행타가 암릉을 지나 봉우리 하나를 넘더니 이후 봉우리 네 개를 연달아 넘어라 한다. 그 네 번째 봉우리가 '664봉'이다.

 

 

 

# 황새목재 우측으론 궁항리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 수확하지 않은 사과가 아직 남아 있다.

 

 

 

# 또다시 이름없는 봉우리가 가파르게 앞을 가로 막는다.

 

 

 

# 정상부는 옛성터의 흔적이 산재하다.

 

 

 

# 숲 너머로 연석산과 운장산이 건너다 보인다.

 

 

 

# 운장 서봉과 정상인 중봉.

 

 

 

# 금남정맥 최고봉인 운장서봉을 땡겨 본다.

 

 

 

# 운장산 중봉. 작년 가을 모임 때 저곳을 올랐었다.

 

 

 

# 연석산. 올라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 정상부를 땡겨 보는데, 착시인듯 좌측 봉우리가 더 높아 보인다.

 

 

 

# 운장산에서 갈래쳐 나온 복두봉.

 

 

 

# 뾰족하다.

 

 

 

# 공터로 되어 있는 664봉.

 

 

 

이후 깊고깊게 떨어져 내리는데, 전방 숲너머로 연석산이 다락같이 높게 솟아 있어 주눅이 들게 만든다. 저렇게 높은 산을 올라야 하는데 왜 자꾸 내려가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다 안부에 이르러 잠시 평탄하게 진행타가 본격적인 연석산 오름이 시작된다. 계단식으로 밀어 올리라 한다. 작은 암릉구간을 지나자 코가 땅에 닿게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고, 다음으로 본격적인 암릉 구간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밧줄도 타면서 암릉을 올라서자 멋진 조망처가 나타난다.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이쪽저쪽 조망을 감상하다가 문득 정신차려 보니, 그 산줄기들이 금남호남정맥, 호남정맥, 금남정맥의 3정맥은 물론이요, 저멀리 덕유산 구간의 백두대간이 아닌가? 오호홋! 이럴수가! 이런 멋진 조망이!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구나! 이래 멋진 조망처에선 그냥 갈 수가 없지, 얼른 배낭 내리고 막걸리 한 잔 손에 든다.

 

 

# 깊게 내렸다 잠시 평탄하게 가다가,

 

 

 

# 작은 암릉구간을 지나고,

 

 

 

# 가파르게 비탈을 오른 후 다시 암릉 구간을 치고 오르게 된다.

 

 

# 복두봉 일대가 눈에 들어 오고,

 

 

 

# 그 우측 너머로 마이산이 보인다. 정말 뾰족한 말귀를 닮았다. 뒷쪽의 산은 팔공산인 듯.

 

 

 

# 조쿠나!

 

 

 

# 다시 암릉을 길게 치고 오른다.

 

 

 

# 오랜만에 바위를 만났다.

 

 

 

# 암릉 위는 멋진 조망처다. 운장산에서 구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금남호남의 산줄기, 호남과 금남의 산줄기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어허~참! 이런 멋진 조망처가 있다니!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궁항리 일대의 조망.

 

 

 

# 고요한 궁항지.

 

 

 

# 마이산까지 한 그림으로 본다.

 

 

 

# 저멀리 모래재 터널이 보인다.

 

 

 

# 무등인가?

 

 

 

# 부귀산, 마이산, 그리고 뒷쪽의 팔공산.

 

 

 

# 아니, 저 뒷쪽의 산줄기는 할미봉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이 아닌가?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땡겨 확인해 본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스마트폰으로 확인해 보니 그 방향에 삿갓봉, 남덕유, 할미봉이 있다고 표시해 준다.

 

 

#  성수산, 팔공산, 마이산, 부귀산을 거쳐 모래재로 이어지는 금남호남정맥의 산줄기.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오늘 걸은 금남정맥의 산길. 황새목재로 깊게 떨어진 흐름을 알 수 있다.

 

 

 

# 모래재에서 곰치 거쳐 만덕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의 산줄기. 우측 뒷쪽이 만덕산이다.

 

 

 

3정맥과 백두대간의 기막힌 조망에 취해 한참을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며 감상하다가 역시나 이 멋진 조망을 기념하기 위해 배낭 내리고 막걸리 한 잔을 나눴다.

 

또 30여 분 넘게 막걸리 잔 나누며 조망 감상을 하다가 갈길이 멀어 다시 짐 챙겨 나섰다. 위로 올라 봉우리를 넘고 다시 봉우리를 두 개 더 올라서는데, 연석산 정상은 저 뒤로 물러나 앉는다.

 

연석산이 물러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이 곳은 봉우리마다 조망이 훌륭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모든 곳에서 휴식하며 조망 감상을 했다. 우측 너머로 운장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운데 가자면 또 한나절이겠지? 이후 계단식으로 봉우리 서너 개를 더 넘고 낑낑 밀어 올리면 '연석산 정상'에 올라 서게 된다. 16:40

 

 

 

# 운장산의 또다른 모습.

 

 

 

# 펼쳐 본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고개를 들어 정상을 땡겨보고.

 

 

 

# 고개 숙여 궁항리를 내려다 본다.

 

 

 

# 서봉까지 얼마나 치고 올라야 하는지...

 

 

 

 

# 오르막 걱정은 나중에 하고 우선은 경치 한번 좋~다!

 

 

 

# 정상까지는 아직 봉우리 몇 개를 더 넘어야 한다.

 

 

 

# 열정.

 

 

 

# 연석산과 운장산을 한 화면에 담아 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안부에서도 한번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 낙동길 이후 정맥길에 동무가 동행한 것은 처음이다.

 

 

 

# 억새밭 사이로,

 

 

 

# 마지막 오르막을 올리면,

 

 

 

# 연석산 정상에 올라 서게 된다.

 

 

 

# 음.. 이제 저 오르막을 올리는 일만 남았다!

 

 

 

# 아니지, 좌측 산줄기따라 피암목재까지 한 시간 넘게 또 내려 가야하는 길도 남았지!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서봉의 칠성대와 중간에 있는 상여바위가 보인다.

 

 

 

 

# 피암목재 방향의 산세.

 

 

 

연석산 역시 조망이 좋은 곳이라 이 방향 저 방향으로 조망 감상을 하다가 운장산을 향해 출발했다. 연석산이 930m이고, 운장 서봉이 1,126m이니 그냥 그 고도에서 올린다면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는 고도차이지만, 정맥길에서 그럴 일은 절대로 없다. 아래로 늦은목까지 한참을 내렸다가 다시 밀어 올려야 하니 막바지 지친 몸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늦은목이까지 내려가는 도중에도 암봉이 수시로 나타나 좋은 조망을 제공한다. 빼먹지 않고 조망 구경타가 길게 내려가면 늦은목이에 내려 설 수 있다.

 

 

 

# 연석산 사면에 단풍이 물들고 있다.

 

 

 

# 제법 알록달록 볼만 하다.

 

 

 

# 늦은목이에서 볼록볼록 여러 차례 계단식으로 올려야 하는구나.

 

 

 

# 좌측 저멀리 보이는 산이 대둔산인가?

 

 

 

# 너는 누구냐?

 

 

 

# 먼저 출발한 산꾼들이 서봉에 올랐을 텐데?

 

 

 

# 서봉 좌측의 상검태쪽 계곡.

 

 

 

# 산줄기가 갈비뼈처럼 나란하다.

 

 

 

# 파노라마로 넓게 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전망대에서 사진 한 장 남겼다.

 

 

 

# 깊게 내려 늦은목이에 내려 섰다.

 

 

 

늦은목이 고개에는 양쪽으로 희미한 길이 있고 고도계엔 700이 찍힌다. 이 고개를 어떤 지도에서는 만항치(晩項峙)라 한역하여 적어 두기도 했다. 그냥 부르기 쉽게 늦은목이라 부르는 게 훨씬 나아 보이는데 굳이...

 

서봉이 1126이니 이곳에서 400m를 곧장 치고 올라야 한다. "아이고~ 쉽지 않겠구나!"

 

 

# 늦었지만 단풍 구경도 잊지 않고,

 

  

# 계단식으로 올리는데 중간중간 조망처가 나온다.

 

 

 

# 연석산을 돌아 보고,

 

 

 

# 아직도 많이 남았구나!

 

 

 

 

계단식으로 오르며 전망대와 봉우리를 계속 지나 고도를 높혀 갔다. 그 중간에 854봉이 들어 있지만 어느 것인지 찾기 어렵고 멀리서 짙푸르게 보였던 잣나무 숲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익산 산꾼 파키라님과 통화가 되는데, 우리들 금남길 들어 갔다고 얼굴 보러 왔단다. 고개 들어 운장서봉을 올려 보니 칠성대 바윗돌 위에 우뚝 서서 우리와 통화를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정작 당사자는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겠단다.

 

잣나무숲에서 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어느새 숲속엔 어둠이 찾아와 이마에 불을 밝혀야 했다. 이 구간에서는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없이 그저 헉헉 거친 숨소리만 내뿜으며 한 걸음 두 걸음 옮겼다.

 

중간중간 암릉길이 나타나 밧줄을 타기도 하고, 암릉을 붙잡고 씨름을 하기도 하면서 그야말로 마지막 힘을 다 뽑아내서 밀어 올리면 드디어 '운장 서봉'에 올라 서게 된다. 18:00

 

 

 

# 저기까지 순간이동을 할 수는 없나?

 

 

 

# 서봉 꼭대기에 서서 우리와 통화중인 파산적.

 

 

 

# 찬바람 강하게 몰아치고 있는 운장서봉의 꼭대기.

 

 

 

 

# 서봉의 명물인 벤치. 추워서 앉아 보지도 못했다.

 

 

 

# 저멀리 전주시내의 불빛이 가깝게 보인다.

 

 

 

잣나무숲에서 정확히 2,000걸음이 걸렸다. 운장서봉은 금남정맥의 최고봉이고, 오늘 구간에서 제일 중요 포스트이다. 하지만 힘들고 지친데다 찬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고 있어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다.

 

또, 먼저 출발했던 세 명의 산꾼과 응원하러 온 파키라님과 두루님이 정상 바로 아래 바람타지 않는 바위 옆에서 기다리고 있어 감개무량은 생략하고 바로 정상을 물러 났다.

 

아침에 같이 출발했던 산꾼들이 기다려 준 것도 고맙지만, 먼길 마다 않고 달려와 준 산꾼들의 우정에 머리 숙여 감사드릴려고 했는데.... 우릴 기다리다 막걸리를 다 마셔 버리고 딱 한 잔만 남겨 둔 것에 삐진 척을 했다! ^^

 

반가움과 격려로 잠시 환담하다 다시 길을 나섰다. 이미 1대간 9정맥을 모두 마친 두루님이 앞장을 서는데, 피암목재까지는 오로지 내려가기만 한다는 두루님의 설명에 모두들 안심하고 가파른 내리막에 몸을 맡겼다.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조심, 중간에 작은 해프닝도 겪으며 길게 내려 가면 운장산 등산코스 중 하나인 독자동 코스로 연결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할목재'다.

 

 

 

# 할목재. 우측으로 독자동으로 연결된다. 

 

 

 

할목재는 작년 가을모임 때 몇 사람이서 운장산 산행하러 이곳으로 올랐던 곳이라 눈에 익다. 이후 피암목재까지의 길은 다들 지친 상태라 의외로 멀고 힘들어 하며 진행해야 했다. 게다가 그냥 계속 고도를 낮춰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봉우리를 넘어 가며 내려 가야 하는지라 애꿎은 두루님께 모두들 원망을 쏟아부었다.

 

오늘 구간이 오르내림이 심해서인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 더욱 그러했는데, 다들 입이 한 발이나 나올때쯤 아침에 나섰던 '피암목재'에 도착하게 된다. 19:50

 

 

 

# 피암목재의 폐건물. 다들 많이 지친 상태로 도착했다.

 

 

 

피암목재 휴게소 바로 위에는 역시 휴게소처럼 짓다만 폐건물이 있어 우리 같은 산꾼들에겐 훌륭한 쉼터를 제공한다. 널찍한 공간에 도로와도 멀리 떨어져 있어 방해 받을 일도 없고, 지붕이 있으니 비가 와도 비 맞을 일 또한 없으니 한뎃잠 자기 예사인 우리에겐 호텔같은 장소다.

 

휴게소에 세워둔 차 몰고 올라와 짐 정리하고 일부 집도 두 채 짓고 먹거리도 꺼내어 피암목재의 느닷없는 잔칫자리가 마련되었다. 우리가 준비한 음식과 주류에 두루님과 파키라님이 가지고 온 먹거리를 더하니 잔칫집이 따로 없는데, 특히나 파산적은 막걸리를 한 상자나 안고 와서 술집을 차려도 될 듯하다.

 

이거 어째 내일 산행길 나서기가 심상찮타? 내일은 내일이고 일단 오늘 지치고 배 고프니 얼른 밥하고 음식 끓여 허기 달래고 막걸리 잔 돌려 취기 돋구세!

 

이후 밤이 깊도록 권커니 작커니 술잔이 파도 치며 돌아 가는데, 마침 비까지 내려 내일 산행을 못하게 만들고 운치까지 더해 주니 산꾼들이 술꾼으로 변하기는 딱 좋은 마당이라. 그 다음 일은 글로써 옮기기가 어렵게 바람 불고 파도 치며 광풍주풍(狂風酒風)이 휘몰아치는데,  버티다 버티다 지쳐 텐트 속으로 들어 갔다가 아침에 눈 뜨고 나와 보니 나래비 선 빈 술병으로 간밤의 주풍천지(酒風天地)를 짐작하겠더라!

 

 

 

# 위문공연 온 두 산꾼 때문에 피암목재에 때아닌 잔칫상이 펼쳐졌다.

 

 

 

# 밤 깊어 비까지 내려 산행길이 막히니 술길이 열린다.

 

 

 

# 날이 밝아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 참으로 알맞은 장소에 알맞은 형태로 존재하는 건물이다.

 

 

 

# 비 내리니 山行은 틀렸고 酒行이나 합시다!

 

 

 

# 간밤에 그렇게 마셔 놓고 또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 허허,,, 참!^^

 

 

 

# 잠깐 동안 또 빈병들이 나래비를 섰다.

 

 

 

# 그렇게 긴 밤과 오전을 보내니 어느듯 비도 멎고 더불어 술도 떨어졌다.

 

 

 

# 금남길 응원을 와 주신 두루님.

 

 

 

# 파산적.

 

 

 

# 은성했던 피암목재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각자의 서식지로 돌아갔다.

 

 

 

# 작별하고 뚜,대 두 분 태우고 구불구불 피암목재를 내려 가는데, 단풍 물든 산으로 병풍을 두른 동상저수지가 나타난다.

 

 

 

# 이 동네는 그야말로 산자수명(山姿水明)한 고장이다.

 

 

 

완주와 전주 거쳐 고속도로 몇 개 갈아타고 산본에 도착하였는데, 그냥 헤어지기 싫어 또다시 막걸리 몇 잔을 나눈 후 비로소 이별을 하니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평소 혼자서 우리 산하를 누비고 다니던 홀로 산꾼들이 어쩌다 금남길 출발점에 같이 모여서 뗴로 다니는 사람들 뺨치게 요란뻑적지근한 판을 벌렸으니 이게 웬일인지? 그래도 같은 산길 걷는 산꾼들끼리 간만에 같이 모여 정맥길도 걷고 막걸리 한 잔도 같이 나누니 그 재미도 예사롭지 않다.

 

그리하야 금남길은 서로 발을 맞춰서 몇 달에 한 번이라고 같이 가기로 합의하였다. 앞으로 우리의 금남길이 또 어떤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줄지 기대되는 바 자못 크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Com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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