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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정맥]두번째 걸음(피암목재~싸리재)-피암목재의 밤은 언제나 길다! 본문

1대간 9정맥/금남정맥 종주기

[금남정맥]두번째 걸음(피암목재~싸리재)-피암목재의 밤은 언제나 길다!

강/사/랑 2011. 7. 18. 11:05
 [금남정맥]두번째 걸음(피암목재~싸리재)

 

  

제각기 홀로 산길 걷던 홀로 산꾼들이 금남정맥(錦南正脈)을 같이 걸어 보기로 하고 종주대(縱走隊)를 결성하여 '피암목재'에 모인 것이 작년 가을이다. 시월 말 때이른 추위에 몸이 움츠려들었지만, 빨간 단풍잎 곱게 물들던 그 날. 연석산과 운장서봉을 넘고 어두워진 후에야 피암목재에 도착했다. 


피암목재는 완주군 동상면과 진안군 주천면을 이어주는 732번 지방도가 지나는 구절양장의 고갯길이다. 고개 높으니 지나는 길손을 위한 휴게소가 있었는데, 시절 변하여 오가는 이 적어 휴게소는 문을 닫았고 길손 많을까봐 고개 위 숲속에 짓던 식당 건물은 공사 중간에 손을 놓고 말았다.


폐건물은 지붕과 벽체만 올린 후 멈춘 상태라 우리 같은 종주 산꾼이 하룻밤 이슬 피하기에 적당해 보였다. 그리하여 우리 종주대는 그날 그 폐건물을 아지트로 삼고 하룻밤을 유했다. 제각기 짐 풀고 저녁상을 보았다. 저마다의 배낭에서 갖가지 술과 안주가 쏟아져 나왔다.


긴 밤이었다. 술 많고 안주 풍족하니 오가는 술잔 부지런하였다. 그렇게 모두 둘러앉아 밤새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그 밤에 기어이 가을비가 내렸다. 돌아가는 술잔에 "연분홍 치마" 노랫소리 이어졌다. 그 연분홍 치마가 "봄비"로 연결되고, 연분홍 치마가 봄비를 맞다 못해 울음이 되어 터지던 긴 밤을 보냈었다.

 

그리고 뒷날 아침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핑계 삼아 아침부터 술잔을 다시 기울이니 피암목재의 밤은 아침이 되어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침이로되 밤의 여흥은 계속 이어지고 산길은 '비 내리니 이제 그만!'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은성한 뒷풀이가 더 기억나는 금남(錦南)의 산길은 그 길로 다들 생활 전선의 어려움으로, 혹은 홀로 이어가는 산길의 일정 탓으로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계절을 두 번이나 바꾸고도 개점휴업상태였다.


참으로 기이한 금남 종주대이고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정맥 진행 방법인데, 그 종주대 누구도 그 늘어짐에 반론(反論)이 없으니 의견통일 하나는 남다른 팀이다. 어쨌거나 이 팀의 애초 모토가 함께 산길 걷고 함께 졸업하자이니 함께 할 수 있는 일정 조정만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시작 후 곧바로 개점휴업의 종주대 모습이 계절이 두 번 가도록 변화가 없었는데, 이제는 한 번쯤 모여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소리들이 간혹 들리기는 하였다. 그러다 한 달이 넘게 계속 비를 퍼붓던 길고 긴 장마가 끝나려는 7월 셋째 주말. 드디어 금남길을 이어가 보자는 사발통문이 돌았다.


누군가 앞장서 소리 지르기 힘들어 그렇지 한 번 사발통문이 도니 금세 모두 의기투합하게 되고 그 결과 이 희한한 종주대가 다시 피암목재에 모이기로 하였다. 작년 시월 이후 무려 9개월 만의 금남길 출동이다.


피암목재의 밤은 언제나 길다!


구간 : 금남정맥 제 2구간(피암목재~싸리재)
거리 : 구간거리(8.2 km), 누적거리(22.8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1년 7월 16일. 흙의 날.
세부내용 : 피암목재(09:25) ~ 675.5봉(09:55) ~ 외처동 사거리 ~ 밤목리 갈림길 ~ 787봉/성봉(11:05) ~ 
성터 간식 후 12:00 出 ~ 장군봉/휴식 ~ 암릉 로프구간 ~ 암봉 ~ 암봉(13:50)/점심 후 15:00出 ~ 헬기장 ~ 장군봉2 ~ 갈림길 주의구간 ~ 654봉 ~ 싸리재(16:30)/ 이후 진동마을 임도방향으로 탈출.

            
총 소요시간 7시간 5분.


 

2011년 7월 15일. 쇠의 날. 간만에 회사에서 정시 퇴근하여 차 몰고 주차장을 나섰다. 그러나 장마철 주말의 퇴근길은 골목 골목이 모두 차들로 넘쳐나서 아예 움질일 생각을 안 한다.


평소 자전거로 2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자동차로 무려 1시간 30분이나 소요한 후에야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석수역에서 만나기로 한 낙동 동지 두 분은 이미 도착을 했다고 연락이 온다. 부랴부랴 먹고 씻고 짐 꾸려 석수역에 나가니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 오버해 동지 두 분에게 죄송한 맘 한 가득이나, 두 분은 이미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 만고강산의 상태다.

 

밤 9시. 석수역을 출발해서 안양, 의왕 지나 봉담-과천고속도로, 봉담-평택고속도로 거쳐 경부고속도로에 합류하는데, 천안쯤 이르자 본격적인 주말 정체가 시작되고 있다. 

 

경부에서 무려 1시간 이상이나 오버한 후 천안-논산고속도로 분기점쯤에서야 겨우 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데, 그동안 호남길 다니던 버릇이 있어 내비게이션은 직진을 가리키지만 무심코 천안-논산고속도로로 접어드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래도 뻥 뚫린 고속도로를 위안 삼아 속도를 높이지만, 그동안 회사일로 바쁜 나날을 보냈더니 피곤이 쌓여 금세 졸음이 몰려 온다. 여러 차례 까무룩 졸아 아찔한 순간을 넘긴 후 허벅지 꼬집고 눈 부릅 뜨며 정신차려 호남고속도로, 익산 고속도로 거쳐 익산 나들목을 나서고 이후 국도 여러 곳을 열심히 달리다 구불구불 동상 저수지 길을 달려 올라가니 피암목재가 나타난다.

 

가파른 산길을 얼마나 열심히 달려 올라왔는지 자동차 바퀴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피암목재 휴게소 뒷쪽에 있는 폐건물의 공터로 가니 서울 두 팀, 익산 한 팀의 네 산꾼이 먼저 도착해서 이미 전작(前酌)을 지나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 순간이니 시각은 벌써 새벽 1시를 넘기고 있다. 

 


장군봉/將軍峰 

 

전북 완주군 동상면과 진안군 주천면 경계에 자리한 산이다. 높이는 735m이다. 장군봉은 등산객의 발길이 드물어 등산로가 희미하고 표지기도 거의 없는 산이다. 대부분의 등산로가 잡목과 가시나무로 덮여 있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고 여름에도 긴팔과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 정상에서 남쪽 성봉을 향해 100m정도 내려가면 물웅덩이를 안고 있는 커다란 바위가 보이는데 이곳에서의 조망이 일품이다. 하산길에 직벽에 가까운 5-6미터 정도의 암봉이 있어 로프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구수리 마을에 도착하면, 구수산장 부근에 주차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 야트막한 개울을 건너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오르면, 차량 출입 차단기가 보이고 이곳을 좀 더 지나면 군 초소가 나타난다. 군대 훈련기간에는 출입이 금지되지만, 그렇지 않을땐 항상 비어있게 된다. 산길은 이 초소 바로 옆 오른편 길을 따라 가면 된다. 전체 산행 시간은 원점회귀시 4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좀 늦은 시간에 산행을 시작해도 큰 무리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 삼례 I.C를 나와 삼례읍에서 799번 지방도와 17번 국도를 이용, 고산면 읍내리까지 진행한다. 읍내리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732번 지방도를 타고 진안군 주천면 방향으로 가다가 신월리 용연 마을을 지나 5분 정도 가면 좌측으로 산행기점이 되는 구수리 마을까지 접근할 수 있는 포장도로가 나온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금남정맥 제 2구간 피암목재~백령고개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9개월 만의  종주대 재회라 환영이 요란하다. 짐 풀기도 전에 술잔이 오가는 폼이 아무래도 내일 정상적인 산길 이어가기는 어렵겠다. 그러나 "산길은 산길이고 지금 중요한 것은 피암목재의 재회이니 그에 갈음하여 마음껏 마셔 보세! 새로이 안주가 준비되고 새 술병이 개봉되니 술 냄새, 안주 냄새, 사람 냄새 좋구나!"

 

그나저나 술잔이 돌면 돌수록 내일 산길 걸어 갈 계획보다는 장마철 불안정한 날씨에 산길은 웬말이냐는 놀고 먹자판이 슬슬 형성이 되려고 한다. 뭐, 그 역시 내일 일이니 내일 걱정하기로 하고 오늘밤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저 보름달을 마음껏 구경하며 술잔을 나눠볼 일이다.

 

그렇게 오래오래 달빛 구경하며 술잔을 나누는 관월연(觀月宴)을 즐기다가 각자 침낭 속으로 노곤한 몸을 누인 것이 새벽 네시는 족히 넘은 시각이다.

 

 

# 피암목재 호텔에 9개월 만의 금남길 종주대 베이스 캠프가 설치되었다.

 

 

# 파산적, 어디를 그렇게 쳐다보시나?

 

 

# 오호라! 해리님 머리 뒤로 휘엉청 둥근 달이 구름을 희롱하고 있구나!

 

 

# 긴 술자리가 이어졌다.

 

 

두어 시간 눈 붙이고 일어나 침낭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참으로 맑고도 높다. 서울엔 아직도 비가 오락가락 한다는데, 이 곳은 일단 쾌청인 상태다. 다만 기상청은 불안정한 대기 때문에 오후 한 때 소나기를 예보하고 있다.

 

간밤에 좀 오래 달린 이들은 자리 털기가 어려운지 미적거린긴 했지만, 다들 짐 정리하고 아침 끓여 먹은 후 금남길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 그렇지만 우리 종주대의 금남길은 애초부터 에해라 만고강산이라 오늘 구간 종착지인 백령고개까지 갈 수 있을 거라 믿는 이는 아무도 없고, 다만 나 혼자만 백령고개까지 가야 하지 않겠냐고 당위성만 내세울 뿐이다.   

 

 

# 그렇게 질기게도 오던 비가 멈추고 한 달여 만에 맑은 하늘을 구경한다.

 

 

# 벌써 세 번째 밤을 보낸 피암목재 호텔.

 

 

# 피암목재 휴게소 건너편 절개지 좌측 사면이 오늘 구간의 들머리다.

 

 

# 피암목재 휴게소는 재개장을 위해 준비 중인 모양이다.

 

 

# 우측 아래는 진안 주천면 동상리.

 

 

# 쨍하고 무더운 휴게소와는 달리 운장산은 짙은 구름 속이다.

 

 

휴게소 건너편 좌측 절개지 사면에 오늘 구간의 들머리가 있어 오랜만에 표지기 하나 달고 금남길 두 번째 걸음을 시작하니 출발 시각은 09:25분이다. 남들 같으면 벌써 서너 시간은 산길을 걸었을 시각인데, 만고강산 우리는 이제서야 정맥길을 출발한다.

 

절개지 사면을 따라 오르다 잠시 진행하면 암릉 전망대가 나타나고, 전방으로 운장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에 올라 서게 된다.

 

 

# 전망대.

 

 

# 운장은 구름 속에 숨어 진면목을 보여 주지 않는다.

 

 

# 운장(雲長)이란 이름이 잘 어울리는 경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한 차례 올려 봉우리를 하나 넘고, 키를 넘게 자란 산죽밭 사잇길로 진행한다. 아래로 내렸다 다시 위로 올리면 '높은 울타리'라 적힌 팻말이 서 있고 낡은 목책이 앞을 가로막는다. 아마도 이 곳이 옛날 군부대 각개전투 훈련장이었나 보다. 

 

오늘 구간인 장군봉은 암릉이 발달한 산이라 군데군데 전망대가 나타나 눈호사를 시켜준다. 다시 나타난 전망대를 지나 가파르게 올리면 삼각점이 있는 '675.5봉'에 이르게 된다. 09:55.

 

 

# 높은 울타리라 적힌 목책이 앞을 가로 막고,

 

 

# 살아있는 나무 덩걸에 뿌리를 내린 솔씨.

 

 

# 군데군데 전망대가 나타난다.

 

 

# 헬기장이 있는 675.5봉.

 

 

요근래 계속된 비 때문에 모두들 산에 갈 일 없었고 이래저래 힘든 일 많았던 이들이 있어 체력들이 영 별로다. 게다가 장마철 잠깐 갠 날이라 습도 높고 무더워 온몸이 땀범벅으로 변하는 게 금방이라 다들 많이 힘들어 했다.

 

한참을 후미조 기다리다 다시 길을 나섰다. 깊고 가파르게 떨어져 내리면 작은 고갯길이 나타나니 바로 '외처사동 사거리'다. 고개를 지나 다시 치고 오르다 암릉을 지나고 곧장 가파르게 밀어 올리는데, 숲속엔 바람 한 점 없어 무덥고 땀이 너무 흘러 무척 힘이 들었다.


헉헉대며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뙤약볕 강렬한 넓은 헬기장이 나타나니 지도상 '787봉'인데, 정상 한 켠에 있는 이름표엔 '성봉'이라 적혀 있다. 11:05. 아마도 정상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허물어진 옛 성터 때문에 누군가 성봉이라 이름 지었나 본데, 정작 지도상에는 없는 이름이다.

 

넓은 헬기장으로 조성된 정상에 서면 사방 조망이 트여 경치가 훌륭하다. 하지만 뙤약볕이 너무나 강렬해 오래 서 있지 못하고 정상을 벗어나 숲으로 피신했다. 잠시 진행하면 무너진 성터가 나타나 그곳에 짐 풀고 막걸리병 나래비 세우며 산상 주연을 벌인다.

 

 

# 외처사동 사거리.

 

 

# 오르막 중간에 밤목리 갈림길이 나타나고 , 그 방향으로 표지기들이 매달려 있어 잠시 고민하였다. 표지기들이 평소 정맥 종주를 하는 이들의 것이라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 가파르게 치고 오르는데 숲속은 바람 없고 무더워 많이 힘들었다.

 

 

# 787봉.

 

 

# 성봉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 헬기장 규모가 크다.

 

 

# 기린초.

 

 

# 운장서봉에서 중봉, 동봉 거쳐 구병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가 전방에 펼쳐진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그 산줄기 안에 작은 소류지가 보인다. 계곡형 저수지라 물빛이 아주 푸르다.

 

 

# 787봉은 무너진 옛 성터다.

 

 

# 뚜벅은 첫 번째 봉우리에서부터 술자리를 펴자고 성화가 대단하니다. 습하고 무더워 힘든 산행이라 한 잔 막걸리가 주는 기쁨에 다들 마냥 행복해 한다.

 

 

# 나도 맛나게 한 잔!

 

 

출발 늦은 데다 진행까지 느려 오늘 백령고개까지 가기는 틀렸다는 분위기가 이곳저곳 연출되고, 이왕 늦은 것 느긋하게 쉬자는 기분으로 오래 휴식한 후 12:00에 다시 길을 나섰다.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가 곧 암릉길을 오르내리는데, 중간에 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는 조망이 트이고 그 조망이 앞으로 가야 할  장군봉 일대의 뾰족뾰족한 산군이라 다들 걱정이 태산이다.

 

다시 아래로 내렸다가 가파르게 치고 오른다. 정상부에 가까워지자 암릉구간이 나타난다. 낑낑대며 암릉을 밀어 올리면 드디어 훌륭한 조망을 보여주는 '장군봉' 정상부에 이르게 된다.

 

 

# 딱총나무의 새빨간 열매.

 

 

# 물레나물. 꽃의 모양이 바람개비처럼 생긴 물레나물은 나물이란 이름이 있으니 어린 순을 식용으로 한다. 약용으로도 쓰는데 간을 다스리고 부기에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 산죽밭을 다시 만나지만 아까와는 달리 등로 확보가 되어 있어 편하다.

 

 

# 중간에 전망대를 만나지만,

 

 

# 가야 할 장군봉 일대 산군(山群)의 위용에 다들 걱정부터 앞선다.

 

 

# 저 아래 전기없다는 밤목리가 내려다 보인다.

 

 

 

# 갈길이 힘들지언정 경치 하나는 죽이는구나! 우측 정맥길과 그 좌측 전방으로 전북완주 일대의 산군.(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장군봉에 가까울수록 암릉길은 가팔라진다.

 

 

# 장군봉은 훌륭한 조망을 선사한다. 지나온 정맥길. 저 멀리 피암목재와 그 뒤로 당당한 운장산과 우측 연석산의 위용.

 

 

 

# 정맥길을 정중앙에 두고 넓게 펼쳐 본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정맥길은 높고 멀리 보면 그 유장한 흐름을 알 수 있다.

 

 

# 작년 10월 어두워진 후에 올랐던 운장서봉의 모습을 땡겨본다.

 

 

# 조망바위 끝에 성혈(聖穴)이 있다. 그 속에 빗물이 맑고 고요하게 세상을 담아내고 있다.

 

 

# 여름 하늘을 배경으로...

 

 

# 낙동 동지인 뱌님, 참 오랜만에 같이 산길을 걸어본다.

 

 

# 정맥 우측 전북 완주 일대의 멋진 파노라마. 이곳에서 만난 지역 산객이 찬조 출연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구수리 마을을 가까이 땡겼다.

 

 

장군봉의 암봉에서 멋진 조망 구경을 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곧 날등의 암릉을 지나고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바로 앞에 장군봉 정상석이 서 있는 정상이 나오지만, 우측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매달려 있어 무심코 우측 갈림길로 내려가 버렸다.

 

이곳이 정상 전 갈림길로 정상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그냥 좌측으로 내려가 알바를 하는 길주의 구간인데, 우리는 알바는 안했지만 정상석도 보지 못하고 그냥 내려가고 말았다. 잠시 후 동절기 사고위험이 높아 1대간 9정맥 구간 중 위험하기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장군봉 직벽 내림길'이 나타난다.

 

언뜻 보아 백두대간 대야산 직벽보다는 난이도가 낮아 보이지만, 어제까지 한 달 이상 계속된 장마로 암벽이 모두 젖어 있어 상당히 주의해야 했다. 스틱 먼저 아래로 던져 놓고 밧줄에 의지해 조심조심 내려갔다. 사면이 꺾어지는 곳은 아래가 잘 보이지 않아 잠시 헤매기는 하지만, 철판으로 발판을 만들어 두어 크게 어렵지는 않다.

 

한 사람씩 조심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내려왔음에 안도하지만, 동절기에는 꽤 위험하겠다는 느낌이 든다. 

 

 

# 기차바위 같은 날등을 지나고,

 

 

# 장군봉 직벽 내리막 구간을 만났다.

 

 

 

# 발판을 만들어 두어 다행이다.

 

 

# 예전엔 저 철판이 없어서 대롱대롱 매달려 내렸다고 한다.

 

 

# 이왕 작업하는 것 계단을 설치하면 얼마나 좋아? 

 

 

# 이딴 무책임한 안내판이나 달아두지 말고!

 

 

장군봉 전 암봉전망대에서 볼 때 세 개의 암봉이 나란하더니 곧 두 번째 암봉을 오르는데, 이곳에도 밧줄 구간이 나타난다. 이윽고 암봉을 넘어 내려가는 곳에도 또 밧줄 내리막이 있다. 그리고 암봉 하나를 또 하나 치고 오르면 내 마음대로 이름 지은 '장군3봉'에 오르게 된다.

 

13:50. 이곳에서 20여 분을 기다려 종주대 전원이 집결하고 짐 내려 점심상을 펼쳤다.

 

 

#  장군봉 암벽의 위용.

 

 

# 2봉도 밧줄 구간이 있다.

 

 

# 뙤약볕 강렬하고 습도 높아 다들 많이 힘들어 한다.

 

 

# 2봉에서 건너다 본 장군봉의 위용. 우측 암봉에 정상석이 있고 중간에 갈림길이 있는데, 우리는 좌측 암봉에서 조망 구경하다가 그냥 갈림길로 내려 왔다.

 

 

# 가야 할 정맥길.

 

 

# 저 3봉을 다시 치고 올라야 한다.

 

 

# 2봉에도 제법 조심해야 할 내리막이 있다.

 

 

# 다들 지쳐서 밥 앞에서도 굳은 표정이다.

  

 

무덥고 습하여 다들 체력소모가 많았고, 많은 휴식과 지체가 산행 리듬을 깨뜨려 일정한 리듬으로 속도감 있게 가는 것보다 오히려 더욱 힘이 많이 들었다. 점심 밥 앞에서도 굳었던 표정들이 막걸리가 몇 순배 돌고 나서야 풀리기 시작하고 일단 발동이 걸리면 막걸리 병이 여럿 자빠진 후에야 자리 털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래오래 쉰 후 15:00에 길을 나섰다. 잠시 진행하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금방 지나갈 소나기라 여겨져 그냥 진행했다. 잠시 가다가 살짝 밀어 올리면 '이정목이 서 있는 헬기장'을 만난다. 그리고 조금만 더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는 또 하나의 '장군봉'에 오르게 된다.

 

 

# 3봉에 있는 암봉 전망대.

 

 

# 정맥길에서 만나기 어려운 붓꽃.

 

 

# 표지기 전시장을 지나 헬기장에 오른다.

 

 

# 이정목이 서 있다.

 

 

# 헬기장을 또 만났다.

 

 

# 2장군봉의 삼각점.

 

 

이곳은 해발 724.5m로 직전의 742m인 장군봉보다는 낮고 조망도 없는 데다 정상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등로 중간에 오똑 잠깐 솟은 형상일 따름이지만, 사람과 산 지도에는 오히려 이 봉우리를 '장군봉'으로 크게 표기해 두었다.

 

어떤 연유로 그렇게 표기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특징 없는 곳이라 그냥 패스해서 진행하면 곧 '이정목이 서 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지도상 길주의 구간으로 좌측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도 표지기들이 많이 매달려 있어 그러한가 생각드는데 정맥길은 직진해야 한다.

 

 

# 길주의 구간의 이정목.

 

 

 

잠시 후 봉우리 하나를 넘는데,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지더니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기상청 예보가 오늘 만은 정확한 듯하여 기특하다. 거기에 맞춰 준비해 온 우의를 꺼내 입고 배낭 커버도 씌워 방비를 단단히 하지만, 정작 구멍 뚫린 낡은 등산화 때문에 발은 금세 젖어버리고 만다.

 

이 등산화는 대간할 때 낡은 등산화를 버리고 장만했던 넘인데, 대간 끝내고 정맥하는 동안 바닥이 닳아 창갈이를 하고 4~5년 잘 신어 왔지만, 너무 오래 신었더니 옆가죽이 갈라져 버렸다. 그래서 작년에 새로 등산화를 구입했지만, 불편한 새 신발보다는 정들고 발에 편한 이 넘을 계속 신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낡은 넘을 신고 왔는데, 발은 편했지만 빗물은 막아주질 못한다.

 

흔히들 사람 사이의 만남도 이와 같아서 새로운 만남보다는 오래되어 편안한 옛사람이 더욱 정이 가고 자주 찾아지게 된다. 그렇지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생각만 바꾸면 얼마든지 가슴 설레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고, 살아 있음과 정열의 활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음... 이제 새 신발과도 친해져 봐야 하겠군! 

 

 

# 빨간 하늘말나리.

 

 

# 중간에 비를 만나 우의로 무장했다.

 

 

가뜩이나 무덥고 습한 날씨에 우의를 입고 걸었더니 금세 옷 안이 땀으로 축축해져서 비를 맞으나 땀에 젖으나 매한가지가 되고 만다.

 

잔봉 서너 개를 연달아 오르내리며 길게 진행하다가 한차례 밀어 올려 '654봉'을 넘었다. 다시 아래로 제법 깊게 내려가면 옛고개가 지나는 '싸리재'에 도착하게 된다.

 

 

# 빗속에 도착한 싸리재.

 

 

# 비에 젖으나 땀에 젖으나 매한가지라 거추장스런 비옷을 벗어버렸다.

 

 

애초에 1차 탈출로로 정했던 작은 싸리재까지는 금강기맥 분기봉인 750봉을 넘어야 하지만, 다들 무더위에 지쳐 봉우리를 넘을 엄두를 못냈다. 결국 오늘은 이곳에서 스톱하기로 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뒷 사람들에게 사발통문 돌린 후, 우측 중리 진등마을 방향으로 탈출하였다.

 

고개를 내려가면 웅장한 서어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아래로 희미한 고갯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잡목이 무성하여 길을 찾기가 어려워 몇 차례나 잡목숲을 헤맨 후에야 겨우 작은 싸리재로 오르는 임도에 내려서게 된다.

 

임도에 도착하여 후줄근한 우의를 정리하고 퍼질러 앉아 쉬다가 다들 집결한 후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 잠시 후 휴대폰 통화가 되는 지역에서 주천택시를 호출했다. 주천택시는 SUV차량이라 고갯길도 문제 없고 우리 일행 모두를 채곡채곡 태우는데도 문제 없다. 정맥꾼들에게 잘 알려진 주천택시 기사님과 다음 구간 접선 약속을 하며 다시 피암목재 베이스 캠프로 복귀했다. 

 

 

# 길 없는 잡목 숲길을 헤치고 임도에 내려섰다.

 

 

# 우측에 작은 싸리재 안부가 보인다.

 

 

# 이제 고향집같이 정이 든 피암목재 베이스 캠프.

 

 

이후 짐 꾸려 익산 산꾼 파산적의 안내로 인근의 한적한 계곡으로 이동하여 정맥 모드가 아닌 캠핑 모드로 변신했다. 우리가 찾은 이 계곡은 한적하고 맑은 물 흘러 내리는 계곡도 갖추고 있지만, 너무 습하고 모기들이 많아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붕 있는 정자에 하룻밤 묵을 잠자리를 정하고 모기장 텐트 던져 베이스 캠프도 장만했다. 그리곤 다들 계곡으로 내려가 시원한 알탕으로 낮 동안의 열기에 익은 몸을 식히니 비로소 정신이 돌아온다. 몸 꺠끗해지니 짐승 냄새 사라지고 사람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본격적으로 캠핑의 밤을 즐겨 보려 둘러앉았다. 간밤의 은성한 술자리를 감안해 술과 안주를 충분히 준비하지만, 짧은 오늘 산행에서 다들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는지 막걸리 몇 순배 돌자 이내 파장 분위기가 나기 시작한다.

 

나 역시 막걸리 몇 잔 나눈 후 자리 정리하고 모기장 속으로 들어가 피곤한 몸을 누이니, 주위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금세 까무라치듯 이내 잠이 들고 말았다.

 

 

# 아무도 모르고 우리만 아는 휴양지. 그러나 장단점이 공존하는 곳이다.

 

 

뒷날 아침 일찍 해장국 끓여 먹고 운일암반일암으로 이동했다. 어제 산행하면서 비를 맞았더니 장비들이 모두 물구덩이다. 운일암반일남 주차장엔 햇살 가득하다. 그곳에서 축축한 장비를 말렸다.

 

긴 장마 이후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려는지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지만, 강렬한 햇살이 오늘 우리에겐 비에 젖은 장비 말리는데 그만이다. 장비 모두를 햇볕에 늘어놓고 한쪽 그늘 아래 모여 시원한 맥주 한 잔씩 마시니 여름휴가가 따로 없다.

 

한참을 그렇게 쉬다가 짐 정리하였다. 9개월 만에 만나 2박 2일 동안 함께 한 만고강산 우리 금남종주대는 다음을 기약하고 각자의 서식지로 헤어졌다.

 

첫 번째 모임 이후 9개월 만에 두 번째 모임이 이어졌는데, 다음 모임은 과연 몇 달 만에 결성될까?

과연 이 모임이 끝까지 인내심있게 이 멤버 구성 그대로 부여 굿드레나루에 내려설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만고강산 모임이 과연 몇 년 안에 이 금남길을 마칠 수 있을까?

 

심히 긍금해 지는 일이다.^^

 

 

# 장비 말리기.

 

 

# 저 멀리 명도봉이 보인다. 저곳도 꽤 괜찮은 산이라 한다.

 

 

# 여기가 '休' 그 자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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