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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제주올레길]11코스/모슬포무릉 올레-우중(雨中) 올레!! 본문
다섯 나라에 걸쳐 있는 아마존의 유역면적(流域面積)은 700만 제곱킬로미터로 남미 전체 면적의 약 40%에 달하고, 한반도의 30배가 넘는 열대우림(熱帶雨林)의 정글지대이다. 이 열대우림 때문에 아마존 밀림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른다. 이는 이곳의 식물들이 지구 전체 산소량의 4분의 1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남미에 아마존이 있다면 제주에는 '곶자왈'이 있다. 곶자왈은 제주 말(言)이다. '곶'은 큰 숲을 말하고, '자왈'은 수풀이 우거진 덤불을 말한다. 표준어 '곶(串)'이 바다로 돌출된 육지의 끝부분을 말하는 것과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결국,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자연림(自然林)을 이룬 지역'을 의미한다. 이 지역들은 화산폭발 때 용암이 크고 작은 암괴(岩塊)로 쪼개지면서 요철(凹凸)지형을 이루고, 그 위에 오랜 세월 암석이 부서진 알갱이와 부엽토 등이 쌓이면서 지하수를 품고 보온보습효과를 가져와 다양한 식생(植生)이 자리하게 되었다.
곶자왈에서 자라는 식생은 아주 다양하여서 열대의 북방한계식물과 한대의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고, 제주고사리삼, 창일엽 등 미기록종이거나 희귀종 식물들이 서식하는 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독특한 식생환경은 이곳 제주 곶자왈이 세계 유일한 곳이라 한다.
곶자왈은 흙이 없이 부엽토(腐葉土) 위에 형성된 숲이라 경작지로 활용할 수 없어 오랜 세월 불모지(不毛地)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빗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지하수를 형성하고 무성히 자란 상록 숲으로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켜 주는 '제주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아마존의 숲이 무분별한 벌목과 개발로 파괴되어 가듯이 제주의 곶자왈도 전체 1억 900만 평방미터의 곶자왈 면적 가운데 18.78%인 2,060만 평방미터가 골프장이나 관광시설로 개발되었고 갈수록 그 개발 면적은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아마존 숲을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여 이를 보존하고 보호하는 운동이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듯이 곶자왈 역시 같은 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국가적으로 특별 보호구역을 지정해 더이상의 파괴를 막고 보존하는 대책의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제주의 곶자왈은 용암이 분출되어 형성된 지역에 따라 한경~안덕, 애월, 조천~함덕,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 등 네 지역에 분포하여 있다. 그중에서 강/사/랑이 진행한 올레 11코스 모슬포무릉 올레가 한경~안덕곶자왈을 지나고 있다.
결국, 올레 11코스는 곶자왈 코스이다.
우중(雨中) 올레!! 거리 : 구간거리(17.5km), 누적거리(82.3km, 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4년 5월 4일. 해의 날. 세부내용 : 무릉생태학교 ~ 인향동사거리 ~ 인향동 마을연못 ~ 정개왓광장 ~ 신평곶자왈 ~ 신평사거리 ~ 정난주마리아성지 ~ 모슬봉 ~ 대정여고 ~ 모슬포항/하모체육공원.
5월 3일. 제주로 날아와 작년 가을에 멈춘 올레길을 이어가기 위해 시외터미널에서 온평행 700번 버스를 탔다. 하지만 동일주 버스가 아닌 서일주 버스를 타는 바람에 온평으로는 가지 못하고, 한경면 용수리에 하차하여 3코스 대신 12코스를 진행하였다.
수월낙조(水月落照)를 감상하고 수월봉에서 야영한 이후 신도리를 돌고 돌아 무릉리에서 12코스를 마무리하였다. 무릉리로 오는 내내 빗방울이 오락가락하여 다음 코스 이어갈 일이 걱정이다. 게다가 원래 계획이었던 3, 4, 5코스가 아니라 12코스를 진행하였기에 다음 코스 선정이 난감하다.
12코스 마무리하면서 지도를 확인하니 무릉리에서 14-1코스 저지무릉 올레가 출발하고 있고, 저지에서 다시 13코스인 용수저지 올레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12, 13, 14-1코스를 모두 이으면 동그란 원 하나가 형성되어진다. 옳커니 다음 코스는 14-1코스인 저지무릉 올레로 결정이다!
어쨌건 무릉리에서 산동무인 홍도를 다시 상봉하여 그 동네에 있는 식당에서 닭볶음탕 안주로 막걸리 한 잔 나누었다. 그 자리에서 홍도는 우리의 무거운 박배낭을 걱정한다. 다음 코스인 저지무릉 올레는 대부분이 곶자왈지대라 박배낭으로는 통과가 어렵고, 이렇게 비까지 오락가락하니 더욱 힘이 들거란 얘기다.
그러면서 박배낭은 자기가 나중 저녁에 일 마치고 차로 도착지인 저지에 갖다 줄 테니 가볍게 작은 배낭을 메고 가라 한다. 아이고, 우리야 不敢請(불감청)이언정 固所願(고소원)이지! 마침 내일 한라산 등반 때 쓸려고 공격용 작은 배낭도 가져 왔으니 딱 알맞다.
"그나저나, 홍도야, 곶자왈이 뭐냐?" "곶자왈이요?" 마땅히 대답하기 어려웠든지 홍도가 식당 주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형님, 곶자왈을 뭐라고 해야 하오?" "곶자왈? 곶자왈이 곶자왈이지 뭐야!"
맞기는 맞다. 곶자왈은 곶자왈이다. 예전 드라마에서 장금이도 말했다. "나는 이 음식에서 홍시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말한 것입니다. 어떻게 홍시 맛을 알았느냐고 물으시면 저는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숲을 뜻하는 '곶'과 수풀이 우거진 곳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 만든 제주 고유어로, 나무ㆍ덩굴식물ㆍ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을 이루게 된 곳을 일컫는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 등으로 쪼개지면서 요철(凹凸) 형태의 지형이 생성된 것으로 용암지대에 분포하는 독특한 지형이다. 용암제방, 용암수형, 용암돔, 부가용암구 등 특이한 지질구조들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또,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빗물이 그대로 지하로 유입되는 토질을 가지고 있어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지하수가 풍부하고 보온ㆍ보습 효과가 뛰어나 많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예컨대 천량금을 비롯해 개가시나무, 가시딸기, 제주고사리삼 등 희귀 특산물이 자생한다. 한편, 곶자왈 지대는 형성된 용암에 따라 크게 한경∼안덕, 애월, 조천∼함덕,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 등 네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이곳저곳>
# 27kg짜리 박배낭을 메고 걷다가 가벼운 당일 배낭으로 걸으니 발걸음이 날아간다. 무릉리에서 도로를 따라 길게 진행한다. 14-1코스는 인향동사거리에서 출발하고 11코스는 무릉생태학교에서 마을길을 따라 무릉2리 교차로에서 곶자왈로 들어간다.
# 무릉오거리를 지나 인향동사거리에 도착했다. 오락가락하던 빗방울은 다행히 그쳤다.
# 인향동 버스정류소에 14-1코스 출발 인증소가 있다.
# 마을 안으로 올레는 이어진다. 큰 느티나무에서 우틀하여 간다.
# 잠시후 인향동 마을 연못을 만났다. 작고 아담한 연못이 잘 가꿔져 있다. 아마도 마을에서 잉어를 양식하는가 보다. 연못 구경을 한 후 다시 출발하려는데, 우측으로 잉어 모양의 방향표시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우측 멀리에서 올레 리본이 나풀거리고 있다. 그래서 연못 앞에서 우틀하였다. 이것이 새로운 알바의 시작이었다. 14-1코스는 이 연못에서 좌측길로 직진하여야 했다...
# 그러자 곧 곶자왈 지대가 나타난다. 좌틀하여 곶자왈의 숲길을 따른다.
# 도입부는 길도 넓고 밀림이 우거지지도 않다. 다만 바닥은 역시 화산암반이다.
# 갈수록 점점 수풀이 무성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몸이 가벼우니 진행속도는 아주 빠르다.
그런데 위치 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검색하니 14-1코스는 좌측에서 올라 가고 있고, 우리가 있는 위치와는 5,60m 이상 거리가 이격되어 있다. 오잉? 이게 뭐지? 숲속이라 GPS가 위치 파악을 잘 못하나?
다시 위쪽으로 몇백미터를 더 진행하는데 갑자기 숲길이 우측으로 꺾이며 지도상 올레길과 더 멀어진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급우틀하여 왔던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 간다. 뭔가 잘못되었다.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현재 우리가 있는 곶자왈은 14-1코스가 아니라 11코스인 신평곶자왈이다.
아이고, 큰일났다. 어디서 잘못되었지? 처음부터 지도를 찬찬히 복기하여 보니 좀전 인향동 마을 연못에서 우틀한 것이 원인이다. 그곳에서 좌측 길을 따라 직진하였어야 되는데 우리는 우틀하여 가는 바람에 14-1코스를 벗어나서 마침 우측에 4,50미터 정도 떨어진 11코스로 진입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분명히 우측으로 표시된 방향표시를 보고 왔는데, 그곳에 설치된 물고기 모양 표시기와 올레 리본은 도대체 뭐지?
어쨌거나 다시 선택을 해야 한다. 14-1코스로 재진입할 거냐? 아니면 이왕 들어 온 것 11코스로 갈 것이냐? 결론은 쉽게 났다. 걸어온 거리가 더 먼 곳을 선택하면 되는 일이다. 결국 이곳에서 느닷없이 다시 11코스로 방향선회가 이뤄졌다.
# 이번 제주 올레는 이틀 연속 엉뚱한 코스를 진행하게 된다. 예전에 마을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경작을 했었는지 대문 형태의 돌담이 있다.
# 모처럼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웃빌레질이다. 화장실과 정자 등이 설치되어 있다.
# 무릉리 곶자왈 탐방로를 안내하고 있다.
# 바닥이 전부 용암이 굳은 암반인데 수풀은 참으로 무성하게 잘 자란다. 공터 한 켠에 정자가 있어 한참 쉬었다.
# 제주에서는 논농사가 어려워 초가지붕을 볏짚 대신 자연에서 자라는 띠를 이용하여 지붕을 올렸다. 띠는 볏짚과는 달리 매년 갈 필요가 없어 실용적이었던 모양이다. 띠가 자라는 밭을 제주사람들은 새왓이라 불렀다.
# 잠시 진행하자 무릉곶자왈 숲길이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뽑혔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온다.
# 파호이호이 빌레질이다. 용암이 파도 물결처럼 넓게 흐르다 굳은 지형을 말한다. 제주 말이 참으로 독특하긴 하지만 파호이호이란 말은 더 희한하다 생각했는데 파호이호이는 제주 말이 아니라 하와이 원주민 방언이다. "매우 잔인하다"는 뜻을 가졌다는데 화산 활동 왕성한 하와이 지역의 말이 지질학용어가 된 경우이다. 하지만 빌레는 제주말이다. 평평한 암반지대를 말한단다. 파호이호이나 빌레나 특이하기는 그넘이 그넘이다.
# 갈수록 숲은 점점 우거지고 나무들의 간섭도 심해진다. 정말 박배낭을 메고 왔으면 고생 좀 하였겠다. 가렛(맷돌)머들 입구이다. 예전에 화산암으로 맷돌을 만들던 곳이다.크고 평평한 돌로는 연자방아를 작은 돌로는 맷돌을 만들었다 한다
# 지금 이곳 곶자왈 숲속엔 자벌레가 가득하다. 이 넘들은 거미줄처럼 긴 줄을 늘어 뜨리고 숲속 전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러다 머리며 어깨며 얼굴에 달라 붙는다. 벌레라면 기겁을 하는 마눌은 이 넘들 때문에 많이 놀래고 비명도 많이 질렀다.
# 삼가른 구석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조금 가면 예전에 삼을 재배하였던 곳이 나온다. 삼은 이런 숲속에서도 잘 자랐나보다.
# 경작하였던 곳인만큼 작은 방사탑이 있는 것이 인공의 흔적이 보인다.
# 이 곶자왈의 숲속에도 잣성이 보인다. 잣성은 제주 중산간에 있는 목장 경계용 돌담을 말한다.
# 넓은 광장 형태의 '정개왓'을 만났다. 왓은 밭을 말한다. 옛날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이곳에서 토지를 경작하며 살았다해서 그렇게 부른다. 육지말로 하면 '정가밭'쯤 되려나 보다.
# 곶자왈 속에는 갈림길이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안내판에는 혼자서는 곶자왈을 걷지 말라고 적혀있다. 평상시는 혼자 걸어도 큰 문제는 없겠으나 악천후 시에는 길 잃을 염려가 높다.
# 참으로 독특한 숲이다. 토양도 없는 곳에서 무성한 잡목이 밀림을 이루고 온갖 희귀한 식생들이 자라고 있다.
# 간간이 소나무숲길도 있다. 역시 솔숲길이 가장 편안하고 아늑하다.
# 지금 이 제주 곶자왈에는 소나무 재선충의 습격이 심각하다. 곳곳에 재선충 피해목을 훈증 처리한 곳이 나온다. 상당한 규모의 피해를 입은 듯 하다. 그런데다 재선충 방재를 위한 중장비의 출입을 위해 길을 내면서 또 숲이 파헤쳐지고 피해를 입었다.
# 한순간 앞이 툭 트이며 곶자왈 숲을 벗어난다. 몸이 가벼우니 순식간에 곶자왈을 통과해 버렸다. 쉬엄쉬엄 주변도 돌아보고 숲향기도 맡고 그래야 하는데 말이다.
# 대정읍 신평리로 나왔다. 신평리의 옛이름은 '웃날웨'이다. 넓은 들이란 뜻이라 한다. 이를 한자로 옮기면서 평평할 坪자를 사용하여 新坪이라 하였다. 육지말로는 '새들'쯤 되겠다. 경상도에 있는 내 고향 마을은 넓은 들을 가지고 있어 삭평(朔坪) 즉, '싹들'이라 불렀다.
# 수확을 포기한 건지 종자를 채종하기위해 꽃을 피운 건지 무꽃이 만발하다. 봉평 메밀밭 분위기가 난다.
# 마을길을 길게 내려 가니 1136번 지방도가 지나는 신평사거리가 나온다. 편의점과 길 건너에 파란색 가겟집이 있다. 그 파란색에 이끌려 그 가게로 갔다.
# 간식 사 먹으며 오래 휴식하였다. 몸 가벼우니 시간 걱정이 없다. 올레길 정도의 난이도라면 어떤 코스이든 무거운 박배낭 없는 빈몸일 때는 내달려서 서너시간만에 마칠 수 있겠다.
할망가겟집에서 간식 먹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원래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밤부터 5mm 안팎의 적은 양의 비를 예상했다. 그래서 우의를 챙기지 않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그 양도 많거니와 쉽게 그칠 비가 아니다.
가겟집에 들러 우산이나 우의를 찾으니 준비된 것이 없다 한다. 길 건너 편의점엘 가 봐도 마찬가지이다. 가겟집 처마 밑에서 한참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보지만 쉽게 그칠 비가 아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마을 공동 쓰레기 분리 수거장이 있고 그곳에 종이박스가 여러 개 있다. 급한 대로 그 종이박스를 뒤집어 쓰고 비를 피했다. 그 모양이 너무나 어설프고 우습다. 서로 마주 보고 한참을 낄낄거렸다. 오늘 참 여러 가지 경험을 한다.
# 마눌에게 위에는 바람막이를 아래에는 늘 가지고 다니는 내 오버트라우저를 입히니 급한대로 비막이는 되었다. 그러나 종이 박스까지 뒤집어 쓴 그 모습이 너무나 우스꽝스럽다.
# 저런 희한한 모습으로 신평리 마을길을 길게 걸어가는데 맞은 편에서 젊은 청년 두 명이 비를 철철 맞으며 오고 있다. 그들은 오히려 우리의 종이박스를 부러워 한다. 그래서 마을 입구에 있는 분리수거장을 알려 주었다.
잠시 후 마을 길을 벗어나 아스팔트 길로 접어들었다. 간간이 자동차들이 지나가는데 비를 철철 맞고 가는 우리 모습을 보고도 아무도 서행하거나 태워주는 사람은 없다. 외지에서 온 올레꾼들이 하도 많으니 무신경해져서 그럴 건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데 그냥 외면하는 것은 좀 서운한 일이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서 아스팔트에 물이 고여 흐를 정도이다. 5mm가 아니라 그 몇 배는 올 모양이다. 빗줄기 굵어지니 종이박스가 비에 젖어 귀퉁이가 모두 떨어져 나가 버린다.
그대로 계속 갈 수가 없어 주위를 살피니 마침 태양열발전시설이 있고 축전소 지붕이 제법 길어 비를 피할 공간이 나온다. 일단 그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한다.
# 태양열 발전시설 처마밑에서 비를 피했다.
# 종이박스가 비에 젖어 못 쓰게 되었다. 비상용으로 늘 가지고 다니는 응급물품 중에 체온유지용 알미늄 호일 매트가 있길래 가운데 구멍을 뚫고 도롱이처럼 씌워 주었다. 또 주변에 자투리 은박보온재를 주워 구멍을 뚫어 망토를 만들어 주었다. 갑옷 입은 조선시대 병사 같은 차림이 되었다.
# 나는 짜투리 비닐을 주워 역시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도롱이를 만들었다. 바닥에 뒹굴던 것이라 흙이 잔뜩 묻어 있다.
긴급 제조한 비옷을 입고 다시 길을 나섰다. 길게 아스팔트 길을 따르다가 천주교 대정 성지 방향으로 우틀하였다. 잠시 진행하면 정난주마리아묘가 나온다.
정난주마리아는 다산 정약용의 맏형 정약현의 딸이다. 대원군때 천주교 박해사건의 계기가 된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웠던 그 유명한 황사영 백서 사건의 주인공인 황사영이 그녀의 남편이다.
남편이 순교한 후 두 살 난 아들을 데리고 그녀는 제주 대정의 관비가 되어 이곳 모슬포로 귀양을 왔고 이곳에서 생을 마쳤다. 제주도에 입도한 최초의 천주교인인 그녀를 기리기 위해 천주교에서는 이곳에 성지를 만들어 두었다.
비 쏟아지니 마음이 급하다. 정난주마리아묘는 스쳐만 지났다. 올레는 이 묘 때문에 이곳에서 농로를 한바퀴 크게 휘감게 조성해 두었다. 지도에는 이곳을 보성농로라 적어 두었다.
잠시 후 아스팔트 도로에 다시 복귀하였다. 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맞은편에서 올레꾼들이 여러 명 나타난다. 그래도 그들은 도시인 모슬포에서 출발한 관계로 우산이나 비옷을 입고 있다. 우리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고 많이들 놀라워한다.
잠시 후 모슬봉 앞 사거리를 만나고 그곳에서 우틀하여 모슬봉 오름에 접어든다.
# 모슬봉 사면은 거대한 공동묘지이다. 공동묘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구불구불 길게 고도를 높여 올라간다. 바람이 불 때마다 비닐이 휘감겨 걸음이 많이 불편하다.
# 두어 호흡 길게 치고 올라 정상부에 이르는데, 군부대가 정상에 위치하고있어 철조망으로 접근을 막고 있다.
# 군부대 때문에 정상엘 못 가고 좌측으로 한 바퀴 휘감으면 전방이 개방된 갈림길에 올레 인증소가 나온다.
# 비 때문에 사진 한 번 찍자면 혼자 난리를 쳐야 한다. 한 손으로 비닐 들어 올려 비를 막고 한 손으로 카메라 잡고 찍는 등...
# 전방으로 산방산과 뾰족한 단산이 보인다. 모슬봉의 이곳 사면 역시 커다란 공동묘지이다.
# 산방산 우측은 대정읍 사계리이고 우리는 더 우측의 대정읍의 모슬포로 가야 한다.
인증소에서 좌틀하여 공동묘지 사이로 난 내리막길을 길게 내려간다. 그러다 중간에서 우틀하더니 다시 모슬봉의 사면을 길게 휘감는다. 이곳에서는 그냥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오르내리며 모슬봉의 사면을 휘감는다.
그러다 좌틀하여 길게 내려가 모슬봉을 벗어난다. 남제주요양원과 대정여고를 지나 교차로에서 1132번 도로를 건넌다.
비는 점점 더 굵어져서 이제는 카메라를 꺼낼 수조차 없다. 마눌의 알미늄 호일매트는 바람에 펄럭이다 어깨 부분이 찢어져 손으로 움켜쥐고 걸어야 한다. 이쯤에서 마늘의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비를 많이 맞아 그럴 것이다.
대정청소년수련원을 지나 길게 내려가니 드디어 바다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좌틀하여 해안로를 따라 길게 진행한다. 모슬포항에 이를 무렵 마눌의 비옷이 완전히 누더기로 변해 버렸다. 할 수 없이 인근 편의점을 찾아 비닐 비옷을 구입해 입혔다. 신평사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우의를 팔았으면 이런 난리를 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모슬포항을 휘감아 돌다가 도로를 건너고 홍마트를 지나자 11코스 종점인 하모체육공원의 인증소가 나타난다. 힘들게 도착했다. 마눌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 우여곡절 끝에 11코스 종점인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 그 곁에 인증소가 있다. 인증 도장 하나 찍고는 비로소 웃음이 나나 보다. 고생하셨소!
홍도가 애초에 약속했던 저지 대신에 이곳 모슬포로 우리 배낭을 실어 주었다. 우리가 14-1코스로 출발했다가 곶자왈에 들어서자마자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11코스를 걸어 버린 탓이다.
이번 제주 올레길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틀 연속 처음 계획한 구간이 아니라 엉뚱한 구간을 걷게 되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우리 외에 이렇게 걸은 올레꾼은 또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돌파구는 있기 마련이고, 이런 느닷없는 의외성은 여행이나 도전에 있어 색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내일 하루는 올레길을 잠시 접고 한라산 산행을 할 생각이다. 애초에 계획은 모슬포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관음사 야영장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야영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하루종일 비를 맞고 걸어서 마눌의 컨디션이 최악이고, 홍도 역시 그 계획엔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래서 모슬포에 있는 모텔을 하나 잡아 여장을 풀고, 오늘은 더운물로 목욕한 후 따스한 실내에서 피로를 풀기로 했다. 더운물 목욕 이야기에 마눌 얼굴이 활짝 펴진다. 내일이 어린이날이니 홍도는 가족들에게 봉사를 해야 하므로 그와는 작별하였다. 반가운 만남이었다.
모텔로 들어가 더운물로 깨끗이 씻고 막걸리 몇 잔 마시니 비로소 기분 좋은 피로감이 나른하게 밀려든다.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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