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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그 마지막(두창리고개~칠장산)- 의도하지 않았던 한남의 졸업! 본문

1대간 9정맥/한남정맥 종주기

[한남정맥]그 마지막(두창리고개~칠장산)- 의도하지 않았던 한남의 졸업!

강/사/랑 2007. 6. 28. 23:14
 [한남정맥]열번째(두창리고개~칠장산)

 

 
세상 살다보면 어떤 특정한 행위(行爲)를 진행함에 따라 삶의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 행위의 중요도(重要度)나 난이도(難易度)에 따라 그 변화는 크기가 달라진다.


나에게 있어 '백두대간(白頭大幹) 종주'가 그러했다. 백두대간 종주는 내 일생에 전례(前例)가 없었던 도전(挑戰)이자 몰입(沒入)이었다. 따라서 생활방식이나 삶의 자세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는 좋은 방향이기도 하고 나쁜 방향이기도 했다.


그 변화의 호오(好惡)를 대별(大別)하자면 이렇다.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 이래 좋아진 점은 호연지기(浩然之氣)와 무심(無心)이요, 나빠진 점은 강박관념(强迫觀念)과 집착(執着)이라 할 수 있다. - 호연지기나 무심, 그리고 강박관념과 집착은 대척점에 있는 단어들이라 공존(共存)이 어려울 것 같지만, 우리네 어리석은 중생은 늘 그 대조적 관념에 오락가락 사로잡혀 산다.


좋아진 점은 남들이 "좋아진 것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 할까 봐 논외(論外)로 하고, 나빠진 점인 강박관념이나 집착은 참으로 큰 무게감을 가지고 내 생활을 압박하였다. 나빠진 그 두 가지는 대간길을 걸을 때 뿐아니라 밥벌이를 하고 일상을 영위하는 삶의 전부를 내도록 따라다니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2005년 3월 대간길에 첫 발걸음을 디뎠으니 벌써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는데, 그 기간의 60여 번 주말 중 30번 대간行을 했으므로 절반인 30번은 강박관념에 시달렸다는 얘기다.

 

대간길에 못 나선 30번의 주말은 밥벌이나 인간관계 때문에 주말을 투자해야 하거나, 마눌이 아프거나 내가 좋지 않거나 등등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가 어쨌건 대간에 못 들어간 그 절반의 30번은 내내 짜증, 초조, 불안 등등 여러가지 심리적 갈등 요소에 시달려야 했다.

대간에 들어간 30번의 주말의 경우에도 마음이 마냥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막상 대간 속에서 즐거이 산행을 하지만, 느긋하게 산천경개(山川景槪)를 구경하기보다는 정해진 시간 안에 산행을 마쳐야 하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늘 심리적으로 쫓기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네 종주 산꾼들의 숙명 같은 것인데, 구간 구간 숙제처럼 하루 분량의 산행길의 거리와 산행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렇다. 그 하루 분량의 시간과 거리는 대부분 10시간, 20km 내외이다.

이 시간과 거리를 경계로 백두대간은 고개와 고개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해진 거리를 시간 내에 걸어야 다음 고개를 통해 인간세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홀로 산길을 걷는 홀로 산꾼이다. 우리는 산길에서는 홀로이지만, 사이버 세상에서는 동무들이 많다. 모두 같은 산길을 같은 목표를 향해 걷는 사람들이라 산길의 정보나 대간의 여러 이야기를 디지털 공간 속에서 함께 나눈다. 그러다보니 각자 걷고 있는 산길의 이야기를 공유하게 되는데, 알게 모르게 비교도 하게 되고 은근히 경쟁심을 갖기도 한다. 


그리하여 누군가 며칠씩 몰아치기로 씽씽 내달려 나갔다는 소식, 누가 며칠 만에 졸업했다는 이야기, 백두대간을 이미 종주한 누군가가 다시 두 번째 종주에 들어갔다는 소식 등을 접하자면, "도대체 나는 뭐 하고 있나? 나는 언제나 이종주를 끝내나?" 등등 또 이런 집착과 갈등에 시달리게 된다.

"산이 어디 갑니까? 느긋하게 하십시오." 언젠가 대간 속에서 만난 어느 산꾼이 이렇게 말하며 대간 졸업에 강박증 보이는 나를 위로하였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산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때는 그렇게 맞장구 쳤지만 세월 흐르니 도로아미타불이다. 미천한 이 중생에게 그런 경지는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버려야 하느니!!! 버려야 하느니!!!
放下着!!!放下着!!!
放!
下!
着!


그리하여 산길에서나 인간세에서나 가리지 않고 따라붙는 강박관념과 집착이 싫어 백두대간 종주를 끝내고 나면 정맥 종주는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 다만 100대 명산 정도나 솔방솔방 하자 계획하였다. 하지만 지난 3, 4월 장모님의 노환과 입원, 그리고 영결(永訣) 등 불가항력의 의지가 나를 의도하지 않았던 정맥길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게 시작한 정맥길은 백두대간과 또 다른 산행의 세계를 나에게 열어 주었다. 특히 한남정맥은 개발로 인한 정맥 길의 단절(斷絶)과 왜곡(歪曲)이 너무나 심해 우리 다음 세대는 한남정맥의 존재조차 모를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다. 따라서 지금 한남정맥을 종주하는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기는 하였다.

그리고 산행을 하면서 산에다 땀방울과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자는 원칙을 깨고 표지기를 만들어 붙이기 시작한 것도 한남정맥에서 매번 길을 잃고 알바를 하면서 뒷사람들에게 올바른 발자취를 보여 주기 위해 시작했고, 산행기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세히 적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게 김포 보구곶리에서 시작했던 한남정맥(漢南正脈)이 드디어 오늘 마지막 졸업의 발걸음을 나에게 요구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일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한남정맥, 드디어 졸업하다!!!

구간 : 한남정맥 제 10 구간(두창리고개~칠장산)
거리 : 구간거리(22 km), 누적거리(181.2 km)(접속거리 포함)
일시 : 2006년 6월 6일. 불의 날.
세부내용 :

두창리고개(08:00) ~  240봉(08:26 ~ 282.7봉(08:46) ~ 두창저수지 갈림길(09:03) ~ 운동시설 갈림길 ~ 전원주택 ~ 벤치 쉼터(09:24) ~ 석술암산 갈림길 ~ 구봉산(09:57) ~  산불감시 초소 ~ 무명봉 ~ 465봉(10:22) ~ 달기봉 갈림길 ~ 달기봉(11:08) ~ 고개 ~ 운동시설 ~ 임도 ~ 송전탑(11:41) ~ 고개1, 2 ~ 천주교 공동묘지(12:04) ~ 346.6봉(12:22) ~ 가현지(12:50) ~ 철조망 ~ 무명봉 ~ 삼거리 ~ 상봉(13:24) ~ 식사후 출발(13:50) ~ 헬기장 ~ 돌탑/고개 ~ 고개 ~ 국사봉(14:17) ~ 철탑 ~ 임도 ~ 헬기장 ~ 갈림길/30분 알바 ~ 갈림길 다수 ~ 포장도로/넓은 공터(15:30) ~ 대성사노인 복지원 ~ 포장도로 ~ 시멘트 도로 ~ 마을길 ~ 뜨락음식점(16:05)/10분 휴식 ~ 도로 따라 직진 ~ 삼죽노인회관 ~ 삼거리 ~ 삼죽면사무소 ~ 묘지1,2,3 ~ 죽산휴게소(16:40)/30분 휴식 ~ 공사장 ~ 갈림길 ~ 녹배고개(17:28) ~ 갈림길 다수 ~ 무명봉 다수 ~ 도덕산(18:00)~ 공터/10분 휴식 ~ 갈림길 다수/무명봉 다수 ~ 임도 사거리 ~ 임도 ~ 철조망 ~ 관해봉(19:00) ~ 칠장산(19:15) ~ 헬기장 ~ 3정맥분기점 ~ 칠장사(17:40)

총 소요시간 11시간 15분.(휴식, 알바 포함). 만보계 기준 41,000보.



드디어 한남정맥의 졸업이다.  3월 12일 김포 보구곶리에서 처음 출발했으니 3개월 만의 졸업이다. 이렇게 빠른 졸업은 한남정맥이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의 산줄기라 길 나서는데 부담이 없고 집중하기 쉬웠던 탓이다.


한남정맥 마지막 걸음의 출발지인 두창리고개는 용인시 원삼면과 백암면을 이어주는 326번 지방도가 지나는 그다지 높지 않은 고개다. 고속도로에서 그다지 멀지 않아 집에서 접근거리도 좋고 시간도 그다지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출발했다.



구봉산/九峰山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외사면에 있고 높이는 469m이다. 구봉산은 속리산에서 뻗어 나온 한남금북정맥 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산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봉우리로 이루어진 구봉산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예전 구봉산 자락인 용인군 원삼면 일대가 도읍지가 될 자리였는데 당시 1백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구봉산이 어느날 큰 홍수로 끝봉우리가 떨어져 나갔고 이로 인해 이곳이 도읍지가 되지 못했다고 한다.

국사봉/國師峯


높이는 438m 이다. 국사봉은 인근 보개면이나 삼죽면에서는 가장 높은 영산으로 국사신앙터라고 할 수 있다. 국사봉 정상에는 거대한 바위 3개가 서 있는데 흡사 기자바위 같기도하고 조각을 하다가 중도에 그만둔 석불의 형상같기도 하다. 국사봉에 자리잡은 흔한 바위신의 전형적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국사신앙은 마을에서 마을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올리는 당굿이나 서낭굿, 당산굿 따위와 달리 보다 포괄적이고 넓은 지역을 관장하는 신앙성을 보여준다.으례 국사당, 혹은 국사봉 같은 식으로 신앙대상이 정해지는데 기솔리 국사봉은 세 바위가 경배대상인 것이다.

칠장사/七長寺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사찰.1983년 9월 19일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24호로 지정되었다. 창건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10세기 경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1014년(현종 5) 혜소국사가 왕명으로 중건했다는 설이 있다. 사찰의 이름은 혜소국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일곱 명의 악인을 교화하여 현인으로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고려시대 1383년(우왕 9)에 충주 개천사에 있던 고려역대실록을 이곳으로 옮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389년(공양왕 1)에 왜구의 침입으로 전소된 것을 조선시대 1506년(중종 1)에 흥정이 중건했다. 대웅전, 사천왕문, 원통문, 명부전, 나한전 등을 비롯하여 12동의 건물이 있으며, 혜소국사탑, 탑비, 철제당간 등의 유물이 남아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남정맥 제 10 구간 두창리고개 ~ 칠장산 개념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졸업 산행이라고 했더니 마눌 흔쾌히 옷이며 간식이며 챙겨주었다. 잘 다녀오란 배웅 받고 집을 나섰다. 영동 고속도로 양지 나들목을 나와 17번 도로 타고 계속 내려가다가 '가재월 사거리'에서 우틀해서 진행했다. 잠시 가다가 '백암' 방향 이정표 보고 좌틀해서 올라가니 지난번 밤중에 비 맞고 내려왔던 '두창리고개'가 나온다.


 


# 두창리고개. 좌측 갈림길이 극동기상연구소로 통하는 길이고 들머리는 우측 숲길이다.

 

 

 

스트레칭한 후 보따리 둘러메고 길 건너 절개지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스틱으로 헤치며 올라야 한다. 잠시 후 개인호와 교통호들을 지난다. 평탄하기는 하나 잡목이 우거진 마루금을 지나고 곧 '고개'를 만난다. 우측에 표지기들이 달려 있다.

일기예보에서는 오전 중 한차례 소나기를 예보하고 있다. 숲속은 안개가 자욱하고 습도가 높아 벌써부터 무덥기 시작한다. 서서히 경사를 높여 땀이 흐르기 시작하는데, '작은 임도'를 지난 후 넓은 '벌목지'를 만난다. 벌목지는 잡목과 수풀이 무성해서 길 찾기가 어렵다. 잠시 올라 다시 '작은 임도'를 만나는데 등로가 사라져 버린다.

수풀을 헤치며 억지로 올라가는데 뱀이 있을까 봐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러다 희미한 등로를 발견했다. 주변에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특히 오늘 구간은 '으아리'와 '엉겅퀴'가 등로를 따라 계속 나타난다.

 


# 오늘 구간의 대표 야생화 '으아리'

 

 

 

# 인동(忍冬)꽃. 한때 저 꽃을 상징으로 삼은 정치인이 있었다. 나중엔 노욕(老欲)밖에 안 보이던데...

 

 

 

# 백미꽃. 그러나 꽃색깔은 이름과 달리 자주색이다.

 

 

 

# 시들어가는 불두화(佛頭花).

 

 

 

# 족도리풀. 한방에서는 세신(細辛)이라 부르며 진통, 두통 등에 쓴다.

 

 

 

# 은대난초. 산지의 나무그늘에서 자란다. 무리지어 피는 하얀 꽃이 특징적이다. 

 

 

 

# 산골무꽃. 벌깨덩굴과 비슷한데 꽃이 작고 결정적으로 털이 없다. 

 

 

 

# 덜꿩나무. 인동과이다. 가을에 붉은 열매가 달리는데 선창협미자(宣昌莢迷子)라 부르며 기미 주근깨에 약용한다.

 

 

 

 

# 쥐똥나무. 꽃향기가 아주 강렬했다. 가을에 쥐똥처럼 까만 열매가 달린다. 

 

 

 

습도가 높고 무더워 땀이 줄줄 흐른. 잠시 후 '공터와 하얀 차돌이 있는 무명봉'에 이른다.(08:26) 아마도 '240봉'인가 본데, 고도계는 290을 가리키고 있어 다시 고도를 셋팅했다.

잠시 내려 '갈림길'을 만나고, 좌측길로 길고 완만하게 내려 뱀잡이 그물이 땅에 방치되어 있는 '고개'를 지난다. 다시 완만하게 올라 한순간 숲을 벗어난다. 좌측으로 벌목 후 잡목이 숲을 형성해가는 마루금을 올라가다가 다시 숲으로 들어가 고도를 높여 간다. 그렇게 삼각점과 갈림길이 있는 282.7봉에 오른다.(08:46)

 


# 삼각점과 갈림길이 있는 282.7봉.

 

 

 

잠시 휴식을 취하며 땀도 닦는다. 이곳은 정상이 갈림길이라 좌측길로 내려가야 한다. 나무가 쓰러져 대문처럼 되어 있다. 그 아래를 지나 넓고 편안한 등로를 길고 완만하게 진행하다가 무명봉의 사면 좌측으로 우회하여 방향도 좌측으로 꺾여 간다.

완만하게 계속 가다가 '고개(임도 사거리)'를 지나 잠시 오르자 희미한 갈림길이 나오고 직진하여 무명봉을 넘는다. 잠시 후 '두창저수지 갈림길'에 도착했다.(09:03)

 

 


# 두창저수지 갈림길.

 

 

 

이정목을 지나 직진하여 바로 뒤에 씀바귀와 꿀풀이 만발한 묘지 1기를 지나고, 잠시 올라 '운동시설이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좌측 직진길로 가야 한다. 잠시 오르내리다 꾸준히 올라 우측에 '전원주택'을 만난다. 새파란 잔듸와 통나무 주택이 멋지게 어울려 운치가 있으나 방범에는 무방비 상태인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바로 위에는 짓다만 '폐 건물'이 있다. 전원주택 단지를 구성하다 실패한 모양이다.


선답자들은 조망이 좋다고 했는데 수풀이 우거져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단지 널찍하고 그늘이 있어 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 운동시설이 있는 갈림길.

 

 

 

# 정맥길 바로 옆에 있는 전원주택.

  

 

 

# 짓다만 전원주택. 이곳이 전원주택단지로 개발하다가 중단한 곳인가 보다.

 

 

 

이후 제법 가파르고 힘들게 올라 '벤치가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좌측으로 "원삼면 두창리 골안마을 가는 길"이란 파란 팻말이 세워져 있다. 계속 직진하여 '큰 바위와 벤치가 있는 쉼터'를 지나는데, 바로 뒤에 구봉산이 떡 버티고 있다.(09:24)

곧 바로 가파른 오름이 시작된다. 이내 종아리가 땡기고 숨이 턱에 찬다. 높은 습도 탓에 땀이 비오 듯한다. 로프구간까지 나오는데, 로프를 지나 조금 오르니 바위가 몇 개 있는 '석술암산 갈림길'이 나온다.(09:38)

우틀하여 다시 가파르게 올라 무명봉을 하나 넘고, 다음 무명봉은 정상 직전에서 우회한다. 이후 편안한 마루금을 진행하다가 다시 봉우리가 나오고 9부 능선에서 우회한다. 이게 뭐야? 왜 이리 싱거워?

잠시 진행하니 안부가 나오고 가파른 오름이 시작된다. 음~ 저기가 정상인가 보다! 헉헉 대며 봉우리를 치고 오르니, 어? 정상이 아니네? 싱겁다고 한 것 취소! 안부로 내렸다가 가파르게 오르자 비로소 등로에서 몇 걸음 뒤쪽으로 벗어난 곳에 '구봉산'정상이 나온다.(09:57)

 


# 갈림길. 우측 아래로 골안마을 가는 길.

 

 

 

# 미끄러운 로프 구간.

 

 

 

# 석술암산 갈림길. 좌측 석술암산, 정맥길은 우측.

 

 

 

# 구봉산 정상은 등로 몇 걸음 뒤쪽에 있다.

 

 

 

힘들게 올라온 것에 비해 구봉산 정상은 너무나 보잘것 없다. 잡목에 둘러싸여 조망은 전혀 없고 삼각점만 홀로 있다. 구봉산은 어디선가 '거북 龜' 자를 쓴다고 보았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아홉 九' 자를 쓰고 백에서 하나 모자란다는 의미의 9에 관한 전설이 있다.

정상에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산 아래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아, 오늘이 현충일이었지!!! 얼른 자세 바로 하고 잠시 묵념으로 선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상에서 물러 나와 잠시 내렸다가 완만하게 오르는데, '갈림길'이 나온다. 그런데 양쪽 모두에 표지기가 달려 있다. 아마도 좌측길은 우회로인 듯하다. 직진하여 오름을 오르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무명봉'이 나온다.

 



# 산불감시초소.

 

 

 

# 개스 때문에 조망은 별로다. 태영골프장이 내려다 보인다.

 

 

 

전망이 좋다고 선답자들이 얘기한 곳인데, 오늘은 개스가 심해 온통 흐릿하기만 하다. 전방에 태영 골프장이 흐릿하게 보이고 하얀 전동카트가 지나 다니고 있다.

가파르게 내려 우회로와 다시 만나고, 안부에서 편안하게 마루금을 가다가 슬쩍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갑자기 벌레 한마리가 우측 귀속에 뛰어 든다. 놀래서 고개를 도리질 하고 귀를 털었다. 다행히 바로 빠져 나간 것 같은데 계속 귓속에 이물감이 남아 있어 귀를 만져야 하고 신경이 쓰인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 무명봉을 넘고 잠시 안부로 내렸다가 가파르게 오른다. 땀에 목욕을 하며 오르자 삼각점이 있는 '465봉'에 이른다.(10:22)
10여 분 휴식하며 간식도 먹었다. 곧 잠시 내려 다시 오르자 '달기봉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목이 지시하는 대로 좌측으로 로프따라 떨어져 내렸다.


로프구간을 통나무계단 따라 가파르게 내려가고 이어서 다시 길게 계속 내려갔다. 고도를 약 130m나 까먹고 나서야 안부에 도달했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 가는데 바람 한 점 없고 습도는 높아 무더운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땀이 줄줄 흐르고 힘들어 죽겠는데 검은등 뻐꾸기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벗어 재끼라고 부추기고, 딱따구리란 넘은 드르르르륵 며칠 전 다녀온 치과 드릴 돌아가는 소리를 내어서 저절로 온 몸에 힘이 들어가게 만든다.

아이고~ 덥고 힘들다~ 헉헉대며 무명봉을 넘고, 평탄하게 이어지다 바위지대를 지난다. 이후 잠시 가파르게 올라 '달기봉'에 오른다.(11:08)

 



# 달기봉 갈림길. 좌측 로프구간으로 급하게 떨어져 내린다.
 

  

 

 

# 소박한 달기봉 정상목.

 

 

 

'달기봉'은 이름이 특이하다. 혹시 고대 중국의 은나라를 망하게 한 경국지색(傾國之色) 달기와 관련이 있으려나 생각해본다. 달기는 은나라 주왕의 후궁으로 '주지육림(酒池肉林)'이란 고사를 만들어 낸 독부(毒婦)다. 주왕이 달기와 음탕한 향락을 즐기기 위해 궁궐에 연못을 파서 술을 채우고, 연못가 나뭇가지에 고기를 걸어 고기 숲을 만들어 남녀가 모두 벌거벗고 먹고 마시고 놀아서 결국은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다는 고사(故事)이다.


주지육림이라! 음~ 부럽다! ^^* 그러나 이곳 달기봉은 닭과 관련된 지명이다. '닭봉'이 음이 변하여 '달기봉'이 된 것이다. 이렇게 닭과 관련된 지명은 이곳 외에도 '달기목', '닭목령', '달기소' 등 전국에 수천 곳이 있다.

달기봉 정상이 413m이니 해발고도를 거의 100m나 올렸다. 정상엔 소박한 나무의자가 만들어져 있어 지친 산꾼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정상엔 갈래길이 있어 좌측으로 내려야 한다. 달기봉 하산길은 길고도 길게 내려가는데, 우측으로 언뜻언뜻 하얀 시멘트 도로가 터진 숲 사이로 보인다. 계속해서 길고도 꾸준히 내려 통나무계단을 내려가니 좁은 '고개'가 나온다.(11:22)

고도를 확인하니 280m다. 정상에서 133m나 고도를 낮췄다. 고개는 우측에 있는 임도와 연결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는 '안성 보개면'으로 이어지고 좌측으론 '석천리'로 내려 간다.

잠시 휴식하다가 고개 너머 통나무 계단을 올라 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우측길로 가자 바로 위에 '운동시설이 있는 쉼터'가 나온다. 이후 내리막이 이어지다가 우측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난다. 임도 따라 올라가다가 좌측 숲으로 들어가서 잠시 올라 '송전탑'에 도착했다.(11:41)

엄청난 규모의 송전탑 아래를 지나 숲으로 들어가면 편안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편안하고 길게 진행하다가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연속으로 오르내린다. 이후 내리막이 길게 이어지다가 '오래된 고개'를 만났다.(11:52)

고개 건너 좀 가파르게 올라 무명봉을 넘자 바로 또 낙엽 가득한 '고개'가 나오고, "번호108, 정찬진씨 텃밭"이라고 기록된 하얀 팻말이 서 있다.

 



# 달기봉에서 길게 내려 통나무계단이 있는 고개에 이른다.

 

 

 

# 고개 우측으로 임도와 이어져 안성시 보개면으로 내려간다.

  

 

 

# 숲을 지나 임도를 만나 좌측 숲으로 들어간다.

 

 

 

# 묘지가 나오는데 봉분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대신 꿀풀이 무덤자리에 만발하다.

 

 

 

# 팻말이 있는 두 번째 오래된 고개.

 

 

 

고개를 지나 꾸준히 오르면 경사가 급해지면서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 길은 송전탑을 지나 임도를 통하는 우회로이고 정맥길은 우측으로 낑낑 올라야 한다. 그러다 한순간 앞이 툭 트이면서 무명봉에 오르는데, 전방에 거대한 '천주교 공동묘지'가 눈 앞에 펼쳐진다. (12:04)

납골당과 묘지가 구역별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규모가 엄청나다. 좌측으론 높은 절개지 아래 송전탑과 우회하여 이어지는 임도가 위로 올라가고 있고, 전방의 공동묘지 상단에 346.6봉이 솟아 있다. 햇살이 너무 강렬하여 모자챙을 내리고 고글을 착용했다. 오늘 기상청에서 오존주의보를 발령했다.

무명봉을 내려와 공동묘지 절개지 위의 철망을 따라 올라갔다. 절개지가 마사토로 이뤄져 있어 자칫 미끄러지면 큰일 날 수도 있겠다. 철망이 끝나면 잠시 공동묘지 잔디 위를 걷다가 좌측 절개지를 차고 올라야 하는데, 이곳 역시 마사토여서 이곳으로 무리하게 오르면 절개지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

조심해서 올라서서 위로 올라가니 다시 공동묘지 최상부와 만난다. 후답자들은 절개지 위로 오르지 말고 공동묘지 도로로 올라서 이곳에서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햇살이 너무 강렬해 힘이 들고 낑낑 올라 '346.6봉'이다.(12:22)

 


# 엄청난 규모의 천주교 공동묘지. 전방에 346.6봉과 송전탑이 보인다.

 

 

 

 # 이런 형태의 야외 납골묘는 처음 본다. 스틱과 비교해 보면 각각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 공동묘지 도로가 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므로 도로 따라 올라오는 것이 좋을 듯. 절개지가 마사토 재질이어서 쉽게 부서져 내린다.

 

 

 

# 346.6봉 정상에서 돌아본 지나온 정맥길의 모습.

 

 

 

햇살이 너무 뜨거워 얼른 숲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진행하자 산불감시초소가 파손되어 어지럽고 정상 너머에 송전탑이 버티고 서 있다. 우측으로 진행해 나가는데 숲속엔 온통 쓰레기 천지다. 성묘객들이 버리고 간 모양인데 천주교 신자들도 별수 없나 보다.

이곳에서는 갈림길이 여러 개여서 헷갈리게 만든다. 선답자의 산행기도 생략되어 있고 표현도 애매한데, 결정적인 것은 공원묘지 안쪽으로 표지기 세 개가 붙어 있다. 그 표지기를 따라 공원묘지 안쪽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헤매게 된다. 10여 분 어디로 갈지 몰라 이곳저곳 헤맸다.

'이곳에서는 길이 희미하고 수풀 때문에 진행이 어렵지만 무조건 우측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러면 공동묘지 상단을 걷게 되고, 한참 진행해 가다가 숲을 벗어나 다시 공동묘지 '우측 끝부분'으로 나오게 된다. 소나무 한 그루 서 있고 그 너머에 아래로 내려가는 도로가 있다. 도로 따라 내려가자 바로 아래 좌측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고 그 옆에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다.

그러나 수풀이 우거져 길은 전혀 보이지 않고 거의 정글 수준이다. 수풀이 너무 우거져서 들어가기가 무서워 우측으로 도로 따라 내려 가 볼까 고민하다가 일단 부닥쳐 보기로 하고 스틱 앞세우고 눈 감고 밀어붙였다. 정글 헤치고 나가기가 그야말로 악전고투라 오늘 마눌 데려 오지 않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봤으면 정맥엔 발도 들여놓지 않으려고 할 것 같다.

이 지역은 시간이 있는 누군가 낫이나 톱 등 연장을 사용해 길을 개척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어찌어찌해서 정글을 뚫고 나와 짧은 임도를 거쳐 2차선 도로가 지나는 '가현치'에 내려섰다.(12:50)

 

 


# 숲을 나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공동묘지 끝부분으로 나온다.

 

 

 

# 아무런 길의 흔적도 없는 저 수풀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 뙤약볕이 강렬한 가현치.

 

 

 

가현치는 상당히 높고 구불구불한 고갯길 꼭대기다. 간간이 차량통행이 있는 편이다. 도로를 건너 좌측 도로 안내판 뒤에 들머리가 있어 나무 아래에서 잠시 한숨 돌리다 출발을 했다.


이곳도 만만치 않은 수풀의 연속이다. 가시가 달린 수풀에 긁히고 붙잡히면서 연신 아야야! 소리를 내면서 전진하다가 마루금에 복귀하자 이제부터는 등로가 아주 좋다.

이후 계속 고도를 높여 올라가는데 산의 7부 능선쯤에서 길이 갈라진다. 아마도 우측길은 우회로인 듯하지만 수풀이 우거지고 확신이 없어 직진하여 철조망을 지나 오름을 올라갔다. 낑낑 올라가는데 용도를 알 수 없는 낡은 철조망이 온 산의 나무들을 전부 파먹어가며 정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도 345가 찍히는 무명봉을 지나 잠시 내렸다가 안부를 길게 갔다. 곧 철조망을 지나고 다시 가파르게 올라 '삼거리'를 만나고 좌틀해서 잠시 가면 아무 특징도 감회도 없는 '상봉'에 오른다. (13:24)

그러나 가현치에서 이곳 상봉까지 오르는 길은 아주 힘이 들었다. 수풀을 헤치고 나가기가 어려웠고, 날씨까지 푹푹 찌게 무더운 데다 시간적으로 체력이 떨어질 무렵이 된 탓이겠지.

상봉에서 잠시 진행하다가 바람이 시원한 마루금에서 배낭 벗어 두고 김밥으로 마음에 점 하나를 찍었다. 오늘 구간은 인기가 없는 구간인지 산책객이나 등산객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바람이 너무나 시원해서 간만에 훌렁 벗어 재끼고 거풍(擧風)도 즐겼다. 음~~ 좋쿠나!!!

식사 후 안부로 잠시 내렸다가 다시 오르니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이 나온다. 혼자 생각에 차라리 이곳이 상봉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13:53)


곧 비교적 가파르게 내려가다가 다시 길게 내려 '돌탑이 있는 고개'에 이른다. 나도 돌탑에 돌 하나 얹어 소원을 빌었다. 다시 길게 올라 무명봉에 오르고 좌로 꺾어서 잠시 내려가자 '오래 묵은 고개'가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모기떼가 덤벼들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쫓아도 끈질기게 따라 오며 쉴 때마다 얼굴이며 팔이며 침을 박아 넣는다. 와 ~~ 나중엔 막 히스테리가 나오려고 한다. 쉬지 말자, 쉬면 물린다!!!

이후는 길고도 길게 조금씩 고도를 높여 가며 오름을 올라가야 한다. 아휴~ 힘들어!! 길게 오르다 산의 사면을 따라 우회하다가 '갈림길'을 만나는데, 정맥길은 좌측으로 떨어져 내리는 길이고 우측이 국사봉 가는 길이다.

 

국사봉은 정맥길에서 벗어나 있지만, 날이 날인 만큼(현충일) 올라 가 보기로 하고 우틀했다. 그러나 이곳 국사봉은 '國思峰'이 아니라 '國師峰'이고 충절이 아니라 민간신앙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낑낑 올라가니 세 개의 바위가 있는 '국사봉' 정상이다. (14:17)

 


# 헬기장. 이곳이 상봉인가?

 

 

 

# 돌탑이 있는 고개. 소원을 빌었다.

 

 

 

# 국사봉 정상. 전하는 말에 의하면 보잘 것 없는 저 세 개의 바위가 미륵의 현신(現身)이다.

 

 

 

안성 땅에는 미륵신앙과 관련된 전설이 아주 많고, 후백제 시대의 풍운아 궁예 역시 이곳 안성땅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남기고 있다. 국사봉 정상 좌측 너머엔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이 건너다보이지만, 정맥길은 아래로 다시 원위치해서 갈림길로 돌아가야 한다.

갈림길로 돌아가니 아까는 그냥 지나쳤던 나무에 매달린 페인트 통을 발견한다. 누가 왜 이걸 나무에 매달았을까? 혹시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 진부령 내려서는 마산의 쇠종처럼 저 페인트 통을 두들기며 한남정맥 졸업을 자축하란 얘긴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냥 갈 수가 없다. 스틱으로 뺑끼통을 두들기며 "만세! 한남정맥 졸업이다!" 외쳤다.

 



# 국사봉 갈림길. 정맥길에서 벗어나지만 우측으로 올라가면 국사봉.  누군가 나무에 매달아 
둔 제비표 페인트 통. 종 대용으로 두들겼다.

 

 

 

나 홀로 억지 타종식(打鍾式)을 마치고 다시 아래로 길게 내려 고도를 낮춰 간다. 커다란 바위群을 만나고 정맥길은 그 바위들을 우회하여 다시 길게 내려 안부에 이른다. 안부엔 바람이 너무나 시원하게 불고 있어 가기가 싫은데 모기떼가 다시 극성을 부려 출발할 수밖에 없다. 아, 졸립다!!!

안부를 지나 오름을 올라 무명봉을 치고 오르자 거대한 '송전탑'을 만나는데, 송전탑 아래는 온통 족제비싸리 군락이다. 바로 임도를 만나지만, 표지기들이 바로 좌측 숲길로 불러들인다. 임도 따라 올라가도 될 것 같은데...

숲속은 수풀이 우거져 헤쳐 나가기가 힘들지만 마루금에는 바람이 아주 좋다. 전방의 무명봉을 치고 오르자 수풀이 우거진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 아래로 계속 내려야 한다. 한참을 내려가자 무너진 벙커가 있는 무명봉이 나오고 '갈림길'이 있는데, 양쪽 모두에 2개씩 표지기가 붙어 있다.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헬기장을 지나 3분 거리에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으로 내려간다 "고 기록되어 있다.

좌측 방향에 표지기 하나 달고 좌측 아래로 내려갔다. 계속 내려가는데 표지기가 전혀 나타나질 않는다. 그러다 표지기가 하나 나오는데 '대전 *들 산악회' 표지기다. 이것 아까 무명봉에서 직진 방향에 붙어 있던 녀석인데...

다시 갈림길이 나오고 어느 방향에도 표지기가 없다. 좌측길이 더 뚜렷하게 잘 나 있어 좌측에 표지기 하나 달고 좌측으로 내려갔다. 한참 내려 가는데 표지기가 하나 나온다. '천안 *교 산악회' 표지기다. 이 녀석도 아까 무명봉에서 직진 방향에 붙어 있던 둘 중 하나이다.

결국, 이 두 산악회도 이곳에서 방향을 잃고 이곳저곳 표지기만 붙여 놓고 헤맸다는 얘기다. 그냥 아래로 내려 가볼까 하다가 내가 붙여 둔 표지기 두 개가 마음에 걸려 일단 원위치하기로 했다. 바로 위 갈림길로 돌아가 표지기 회수하고 직진길로 가 보지만 표지기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가 더 위쪽 처음 갈림길을 만난 곳으로 낑낑 돌아갔다.

그곳에 붙여 둔 내 표지기를 회수하고 주변 지형을 살펴보고, 선답자의 산행기와 개념도를 꼼꼼히 들여다보지만 간략한 표현과 그림으로는 주변 지형과 전혀 매치를 시킬 수가 없다. 천안산악회의 리본에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전화로 물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엉뚱한 방향에 붙여 둔 표지기를 회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화로 물어본다는 것도 좀...

일단 다시 헬기장으로 돌아 가 보기로 하고 완전히 원위치하자! 헬기장 쪽으로 투덜투덜하며 올라가는데 헬기장 바로 아래에 우측(헬기장에서 내려오자면 좌측 방향)에 표지기들이 붙어 있다. 세상에 저걸 못 보고 그냥 지나치다니!

위쪽에서 다시 내려오면서 확인해보니 등로 구조상 못 보고 지나치게 되어 있다. 약간 꺾이는 곳에 갈림길이 있는 데다, 직진길은 내리막에 뚜렸하게 잘 나 있고 좌측길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30분 알바 했다. 한남정맥은 마지막까지 알바를 하게 만듣나. 뚜렷하게 잘 나 있는 직진길에 뒷사람을 위해 쓰러진 나무를 하나 주워 막아두고 좌측으로 내려갔다.

(정리)
헬기장에서 내려오면 바로 좌측으로 꺾이는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길이 뚜렷이 잘 나 있어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봉우리로 오르고 무너진 참호와 갈림길이 있다면 알바이니 바로 돌아갈 것.

 


# 알바의 시발점이 된 헬기장.

 

 

 

# 무심코 직진하기 쉬운 갈림길. 내가 직진길에 나무로 막아 두었다.

 

 

 

한남정맥! 마지막까지 꿋꿋이 알바하게 만드는구나!!!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파르게 내려 안부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여 바로 위에 무명봉의 갈림길을 만나 좌틀하고 다시 길게 내려가다가 갈림길에서 좌틀. 이후에도 몇 차례 갈림길을 만나지만 표지기들이 잘 붙어있어 걱정이 없고 숲을 벗어나자 '아스팔트 도로'위에 내려서게 된다.(15:30)

도로 우측엔 바로 도로가 끝이 나고 축구장만큼이나 넓은 공터가 있다. 주변 지형을 살펴보니 아까 알바한 곳에서 그냥 하산하면 이 축구장 공터로 내려올 수 있을 것 같다.

도로 건너편 절개지에 빨간표지기가 하나 붙어 있어 절개기 돌 무더기로 올라서려고 주변을 살피니 절개지 위쪽에 표지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선답자 산행기를 확인하니 도로 따라 가라고 한다. "제발 엉뚱한 곳에 표지기 좀 달지 마세요!"

도로 따라 잠시 진행하면 좌측 아래에 '대성사 노인 복지원'이 나오고, 정문 조금 아래 은행나무에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다.

 



# 30분 알바후 내려 선 아스팔트 도로. 우측에 넓은 공터가 있다.

 

 

 

# 대성사 노인복지원.

 

 

 

# 정문 아래 은행나무 뒤에 들머리가 있다.

 

 

 

은행나무 뒤 숲으로 들어가 봉우리를 하나 우회한 후 우측 능선으로 진행한다. 이 길은 복지원 가는 길의 도로 위 절개지 상단을 따라 진행하는 길이다. 한참을 진행하다가 절개지를 만나는데 이상한 잿빛 흙이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절개지에 쌓여있다.

 

절개지 중간에 야생오디나무가 까만 열매를 잔뜩 매달고 있다. 이게 웬 횡재냐? 절개지 경사면에 억지로 중심을 잡고 오디를 닥치는 대로 따다가 입에 넣었다. 입술이 까매지도록 먹기는 했지만 별로 단맛이 나지는 않았다. 어릴 때 뽕밭에 가서 따 먹던 오디와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

절개지를 내려와 도로 위에 서니 등산화며 바짓가랭이가 이상한 그 흙투성이다. 대충 털고 주변 지형 확인하니 방금 지나온 그 낮은 야산 길은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는 길이다. '그냥 대성사 복지원 앞에서 길 따라 내려오면 된다.'


 


# 야생오디. 그다지 맛은 없었다.

 

 

 

# 복지원에서 내려오는 도로. 그냥 이 도로 따라 내려오면 된다.

 

 

 

도로 건너 숲으로 들어가 능선길로 올라서고 이후 능 선따라 길게 내려 간다. 등로를 따라 군용 PP선 네 가닥이 끝없이 이어진다. 중간중간 갈림길이 계속 나오지만 PP선만 따라가면 된다.

그러다 한순간 묘지가 나타나 앞이 툭 트이고 바로 앞에 공장과 그 너머 멀리 가야 할 산줄기들이 보인다. 묘지를 통해 시멘트도로에 내려서고 좌측으로 길 따라 내려갔다. 그러자 내가 한 걸음 빨리 숲을 벗어 난 듯, 표지기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하얀 전원주택' 앞을 지나고, '삼거리'에서 '붉은 벽돌건물 우측 길'로 들어 섰다. 이 주변에는 표지기가 전혀 없어 우측길 복숭아 나무에 표지기를 하나 매달아 뒷사람에게 알렸다. 임도를 따라 가다가 '축사'를 만나고 축사 뒷쪽 야산으로 들어가 축사를 우회해서 다시 도로로 내려 섰다. 조금 가면 바로 '뜨락 음식점'을 만났다.(16:05)

 


# 숲을 벗어나자 개망초 만발한 묘지와 공장이 나타난다.

 

 

 

# 마을 안 삼거리에서 벽돌집 우측으로 갔다.

 

 

 

# 뜨락 음식점. 이 길 따라 계속 가야 한다.

 

 

 

뜨락음식점 뒤를 지나는데 주방에서 문을 열어 놓고 있어서 물을 얻을 수 있는지 물으니 흔쾌히 주시겠단다. 오늘 워터백에 물 3리터, 마눌이 챙겨준 홍삼 꿀물 1리터, 초코우유 2팩을 가져 왔는데, 워낙 무덥고 땀을 많이 흘려 물 소비가 심해 벌써 물이 다 떨어졌다.

 

워터백을 드렸더니 사용법을 몰라서 그런가? 주방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더니 3리터 가득 챙겨 준다. 이왕 기다린 것 쉬어가기로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뜨락 음식점 앞에 서니 좌측으로 덕산저수지의 파란 제방이 보이고, 아스팔트 도로는 삼죽면 소재지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정맥길은 뜨락 음식점 뒷산에서부터 삼죽면사무소 뒤쪽의 산줄기로 이어져야 하지만, 마을과 논밭, 도로가 끊어 먹고 있어서 이 도로를 따라 길게 내려갔다.


아스팔트 도로를 길게 내려 '삼죽노인회관'을 지나고 '삼거리'를 만났다. 삼거리에는 좌로는 장호원, 우로는 안성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붙어 있고, 우틀하면 바로 길 건너 '삼죽면사무소'가 나온다.

면사무소 정문으로 들어가면 좌측에 면사무소 건물이, 정면에 복지회관 건물이 있고, 복지회관 건물을 돌아가면 뒷쪽 담벼락 끝나는 곳에 표지기들이 많이 달려 있다.(16:29)

 



# 길 따라 내려가 삼죽노인회관을 지난다

 

 

 

# 삼거리를 만나 우틀.

 

 

 

# 삼죽면사무소.

 

 

 

# 정면 복지회관 뒤에 들머리가 있다.

 

 

 

절개지를 올라가면 바로 묘지가 나오고, 수풀이 우거져 표지기가 잘 안 보이지만 묘지 뒤로 올라가면 다시 묘지 1기, 또 잠시 후 묘지 1기를 또 만난다. 이곳에서 무명봉을 오르면 앞이 툭 트인 날등을 오르게 되고 지나온 정맥 줄기와 전방으로 공장이며 산줄기들이 보인다.

 

 


# 지나온 정맥 줄기가 보이는데,  우측에 덕산저수지의 모습과 정맥 줄기 우측에 '아가월드'란 
건물이 보인다. 혹시 옛날 뉴스에 나왔던 "아가님을 경배합시다" 뭐 어쩌고 하던 그 우스꽝스런 곳인가?  앞쪽의 짙은 산줄기와 마을로 끊긴 곳, 뒤쪽 좌측으로 이어지는 것이 정맥길이다.

 

 

 

절개지의 상단을 걸어가다가 숲으로 들어가고 다시 길게 진행한다. 무더위에 헉헉대며 '작은 고개'를 하나 넘고, 꾸준히 오르고 올라 묘지를 만나는데, 묘지에선 앞이 트여서 전방에 가야 할 정맥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덕산이 만만치 않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묘지 아래쪽으론 차 소리가 들려오고 조금 진행하자 바로 깎아지른 절개지 상단에 서게 된다. 이곳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좌측으로 계속 전진해서 수풀을 헤치고 나가 죽산휴게소 뒤쪽으로 내려간다. (16:40)




# 가야 할 도덕산의 모습.

   

 

# 길 건너 저 절개지 상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 죽산휴게소.

 

 

 

휴게소 뒤쪽엔 화장실이 있고 옆에 수도꼭지가 있어 마침 좋다. 볼일 보고, 수도에서 세수하고 목이며 가슴이며 하얗게 서려 있는 소금기를 씻어 냈다. 시원한 기분을 만끽하며 휴게소로 들어가 아이스바도 하나 사 먹었다. 휴게소에 있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 본다.

시원하게 씻고 문명의 냄새 가득한 도로 휴게소에 앉아 있으니 갑자기 가기가 싫어진다. 알바하느라 시간이 이미 많이 지체되고 중간에 너무 많이 쉬어서 또 지체가 되었는데 가기가 싫어지니 큰일이다.

다리가 아프거나 몸이 힘들지는 않은데, 너무 무덥고 땀을 많이 흘렸더니... 결국, 30분이나 죽산휴게소에서 쉰 후에야 출발하였다.(17:10)

도로를 건너 절개지 공사장 안으로 들어간다. 휴일이어선지, 공사가 끝난 건지 알 수 없지만 현재 공사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막막하다.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가 없다. 선답자는 공사 중일 때 와서 설명한 것을 알아 먹기 힘들고...

2.0을 자랑하는 600만불 사나이의 시력으로 뚜뚜뚜뚜 주변을 둘러보니, 우측 절개 상단의 나무에 하얀 표지기 몇 개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공사장을 가로질러 우측으로 가 보니 이곳이나 공사장 맨 좌측 말고는 절개지를 따라 올라 갈 곳이 없다.

그러나 이곳 절개지는 겉모습은 돌같이 생겼으나 손으로 만지면 부서져 내릴 정도로 푸석한 재질의 마사토같은 돌이다. 절개지 끝의 철망 늘어진 것을 붙잡고 매달리는데 돌이 계속 부서지며 발이 미끄러진다. 억지로 매달려 올라가는데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중간에 내려 올 수 도 없고 발보다는 손힘을 이용해서 아이구 아이구 소리 내며 어찌어찌해서 올라는 갔다. 올라가서 내려다 보니 가슴이 떨린다.

후답자들은 이쪽 말고 공사장으로 들어서서 좌측 폭발물 보관창고 옆으로 올라가서 능선으로 올라가서는 능선 따라 계속 우측으로 가면 삼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이곳이 정맥길이니 좌틀해서 가면 된다.

 


# 휴게소에서 도로를 무단횡단하였다.

 

 

 

# 공사장으로 들어가 우측 절개지끝 쪽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아주 위험하니 정문 정면 좌측의 창고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 철망 철끈을 붙잡고 올라 가는데 돌이 계속 부서져 내려 아주 위험하였다.

 

 

 

절개지로 올라섰지만 어느 쪽으로도 길이 보이질 않아 절개지 따라 계속 가다가 정면 골짜기로 올라가서 일단 능선까지 길을 개척하며 올라가 보았다.

한참 낑낑대고 또 불안해 하면서 치고 올라가니 능선길과 만나게 되고, 일단 우측으로 진행해 나가니 '갈림길'이 나온다. 만일 길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이 우측길로 와서 계속 직진하는 것이 정맥길이다. 그러나 나는 중간에 능선으로 치고 올라와서 우측으로 가다가 이 갈림길을 만났으니, 좌틀해서 가야 한다. 좌틀해서 길게 가다가 갈림길이 나와 좌틀해서 가면 비포장 임도인 '녹배고개'에 이른다.(17:28)



# 비포장임도 녹배고개.

 

 

 

# 현수막을 꼬아 만든 밧줄을 타고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녹배고개에 내려서니 건너편 숲속으로 올라가는 길이 괜히 겁을 준다. 무성한 숲속으로 현수막을 이용해 만든 밧줄을 잡고 올라 가야 한다. 그리고 길게 길게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서도 갈림길이 계속 나오지만 표지기 덕분에 걱정이 없고, 단지 가파르게 오름이 이어져서 지친 산꾼을 힘들게 한다.

가파른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오르며 이곳이 도덕산인가 했지만, 도덕산은 저 너머에 떡 버티고 있다. 잠시 내렸다가 위로 오르며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고, 로프구간이 나오는데 코가 거의 땅에 닿을 듯 힘들게 올라갔다. 로프 구간을 지나 낑낑 올라 가보지만 그 위도 정상이 아니다.

정상은 더 뒤쪽에 있고 다시 낑낑 올라가지만 그 곳도 아직은 아니고, 조금 더 진행해야 드디어 '도덕산' 정상이다.(18:00)

 



# 힘들게 올라 온 도덕산 정상.

 

 

 

오늘 구간은 한남정맥 마지막 구간의 이름값을 하려는지 어느 산 하나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대간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도덕산 정상은 수풀이 무성하고 정상석은 있으나 글이 새겨져 있지는 않고 대신 이름이 적힌 팻말 하나를 이름표처럼 달고 있다. 정상에서 좌측으로 나가자 바로 공터가 나오고 바위가 있어 휴식하기 좋다. 이왕 늦은 것 이곳에서 10분 휴식했다. 원래 계획은 6시에 칠장산에 도착하는 것이었는데, 중간에 알바하고 죽산에서 푹 쉬느라 1시간 이상 오버 했다.

휴식 후 잠시 가파르게 내렸다가 무명봉 하나를 치고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우 어느쪽에도 표지기가 없다. 선답자의 산행기에 좌틀이란 말이 나와서 좌측으로 내려갔으나 표지기가 계속 나타나질 않아 다시 원위치. '직진'하여 잠시 가니 표지기가 하나 나온다. 또 큰일 날 뻔 했다.

길게 올라 무명봉 하나를 넘고 우로 90도 꺾어 마루금을 진행하다가 무명봉에서 '갈림길'을 만나 좌틀한다.(선답자가 좌틀이라고 한 곳이 이곳인가 보다. 중간의 갈림길들을 생략해 버린 것이다.)

바로 무명봉 하나를 넘고 두 번째 무명봉을 올라 우측으로 90도 꺾어 진행하였다. 그러다 무명봉 3, 4를 계단식으로 올라 다시 좌로 90도 꺾어 내렸다.

길게 내려가다가 갈림길이 나오지만 좌측은 누군가 나무로 막아 두었다. 그래야지!!! 우측길로 가다가 숲을 벗어나 마루금을 걷는데 좌측으로 개발지가 있는 것 같은데, 수풀에 가려 자세하지 않고, 길게 가다가 '수풀이 우거진 개활지'를 만난다. 선답자는 '임도 사거리'라고 표현해 둔 곳이다. 지나는 사람이 없어 수풀이 우거져 구별하기가 어렵다.

직진하여 밤나무 아래를 지나고 수풀이 우거진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임도 좌측으론 목장 것으로 보이는 낡은 철조망이 따라 이어지고 있고, 잠시 후 임도를 버리고 좌측 능선으로 올라 철조망을 따랐다.

길고도 길게 올라가다 무명봉 하나를 넘고, 안부로 내렸다가 다시 무명봉 하나를 넘고 안부에서 내내 길게 올라갔다. 처음부터 철조망은 계속 등로를 따라 올라 오고 끝까지 올라가서 철조망과 헤어지고, 우측으로 90도 꺾어 올라갔다.

한참 후 무명봉을 오르게 되고 좌측으로 내렸다 다시 올라 아무 특징도 없는 '관해봉'에 오른다.(19:00) 마음이 급해 그냥 출발하여 관해봉에서 우측 노송지대로 내렸다가 다시 헉헉 낑낑 미끄러져 가며 가파르게 무명봉을 오르지만 아직 이 산은 칠장산이 아니다.

무명봉에서 안부로 잠시 내렸다가 조금 오르니 바로 오늘의 목적지이자 한남정맥의 끝자락인 '칠장산'에 오르게 된다.(19:15)


 


# 드디어 도착한 한남정맥의 마침표 칠장산 정상.

 

 

 

칠장산 정상석을 붙잡고 혼자서 조용히 만세를 외쳤다. 한남정맥! 너를 내 두 발로 모두 느꼈구나!!!

정상에는 한남정맥 종주를 기념해 매달아 둔 작은 현수막도 있고, 여기서 출발하기도 하고 마치기도 한 산꾼들의 표지기들이 많이 매달려 있다. 정상석엔 관해봉이라고 적어 둔 것을 누군가 지웠다. 이 산의 정식 명칭에 대해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었나 보다.

정상석 한 번 어루만져 주고 이내 출발했다. 정상에서 우측으로는 삼죽면 미장리로 내려가는 길이고 좌측으로 가야 한다. 뛰어 내려가니 잠시 후 헬기장에 도달하게 된다.

 

 


# 헬기장에 칠장산이라고 정상석을 세워 두었다.

 

 

 

# 이런 설명도...

 

 

 

# 한남금북정맥의 산줄기.

 

 

 

# 금북정맥의 산줄기. 칠현산.

 

 

 

헬기장은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밝은 날이었다면 정말 멋진 조망과 감회를 줄 것 같은데 오늘은 시각도 늦고, 하루종일 개스로 가득 차 이런 조망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3정맥이 이어지는 산줄기들을 한 곳에서 모두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다. 헬기장을 삥 돌며 눈도장을 찍었다.

헬기장을 나와 아래로 뛰어내려 가다 보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길로 올라 가보니 부산 건건산악회에서 세운 이정목이 있는 '3 정맥 분기점'이 나온다. 바로 옆에는 표석도 있다.

 



# 3정맥 분기점.

 

 

 

# 3정맥 표석도 있다.

 

 

 

분기점 한 번 어루만지는 걸로 감회를 대신하고, 칠장사를 향해 달려 내려갔다. 금북정맥 칠현산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능선 갈림길에서 좌측방향으로 내려 급경사 길을 내려 구불구불한 산죽길을 한참 내려가니 천년 고찰 칠장사에 들어선다.

 



# 혜소국사비각. 공사중이다.

 

 

 

# 설명이...

 

 

 

# 오래된 사찰 건물 앞엔 불두화가 만발하다.

 

 

 

# 칠장사 대웅전.

 

 

 

# 안양루.

 

  

천년고찰이라는 칠장사에는 인적이 완전히 끊겨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시간이 많다면 충분히 구경하련만 대충 겉핥기로 둘러보고 절 마당을 내려서니 입구에 매점 건물이 있다. 버스 시간을 물어 보니 벌써 끊겨 버렸다고 한다. 7시가 막차인데 지금이 7시 50분이니...

젊은 주인더러 아르바이트 한번 하라 하고, 주인의 승용차로 두창리고개로 돌아와서 한남정맥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게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얼결에 시작한 한남정맥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세상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길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삶의 나침반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방향을 바꿔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삶을 이끄는 것이다.

그렇게 거창할 것까지는 없지만 어쨌든 정맥길에 발을 들여놓았고, 그 한 줄기의 맥(脈)을 모두 밟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백두대간만 하고 정말 그만두려고 했는데, 원래 위치인 낚시꾼의 고향 강물 속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또 발을 들여놓았으니...

"삶이여! 또 나를 어디로 이끌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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