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아홉번째(영진골프랜드~두창리고개) "사월(四月)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추억(追憶)과 욕망(慾望)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T.S.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1차대전 직후의 암울한 현실을 빗대 노래했던 잔인한 달 '사월'을 떠나 보냈다. 마침내 '오월'이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피어나고 생기 없었던 뿌리가 봄비 맞아 깨어나니 잔인한 달 이후의 오월은 제법 희망에 젖을 만한 계절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오월을 일러 '계절(季節)의 여왕(女王)'이라 불렀다. 나 역시 오랜 세월 오월을 찬란한 계절로 기억하고 또 부푼 가슴으로 맞이하였다.
그러나 지난 오월은 바램처럼 그렇게 찬란하지만은 않았던 계절이었다. 허망한 회사 인사 결과, 부진한 업무 내용, 그동안 주변 사람들이 권력의 변화에 따라 보였던 찌질한 행동들, 그리고 이사하면서 느꼈던 갈등(葛藤)들... 그런 잡다한 주변 인생사가 복잡다단(複雜多端)하고 지리멸렬(支離滅裂)했던 탓이다.
하지만, 이대로 이 멋진 계절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오월의 마지막이나마 찬란하게 장식하고자 한남정맥(漢南正脈) 길에 들어섰다. 아직 며칠이지만 오월은 남아 있고 그 며칠이면 찬란할 시간은 충분할 것이었다.
오월의 숲은 연초록 신록(新綠)으로 생기 넘친다. 그 숲속엔 계절마다 제 때에 맞는 꽃들이 순서대로 피고 진다. 오월이 끝나가는 이 계절의 숲에는 아까시꽃 물러가고 하얀 찔레꽃이 지천으로 피어 그 강렬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노래하는 이 '장사익'이 너무나 슬퍼 밤새워 울었다고 노래한 그 찔레꽃 향기. 이맘때 산길 걷자면 찔레꽃 향기는 참으로 강렬하게도 다가온다. 그 향기에 취해 산길 걷노라면 찔레꽃 향기가 진정 "찬란하게도 슬프구나!" 이런 표현이 절로 들게 된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 하얀꽃 찔레꽃 순박한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 아 ~ 찔레꽃처럼 울었지 찔레꽃처럼 노래했지 / 찔레꽃처럼 춤췄지 찔레꽃처럼 사랑했지 / 찔레꽃처럼 살았지 찔레꽃처럼 춤췄지/ 찔레꽃처럼 울었지 찔레꽃처럼 사랑했지 / 찔레꽃처럼 울었지 찔레꽃처럼 울었지 / 당신은 찔레꽃 찔레꽃처럼 울었지.
- 장사익의 찔레꽃
장사익의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절창(絶唱)이라고 밖에 표현을 할 수가 없다. 가슴 밑바닥에서 토해내는 그의 노래는 인생이 녹아든 삶 전체의 노래이다.
나는 장사익의 찔레꽃 중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이 대목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사실 그 대목만 중점적으로 기억한다. 때문에 신행 내내 그 대목만 계속 반복하여 불렀다.
찔레꽃을 노래한 것 중에는 '이연실'의 노래도 유명하다. 오래 전 시를 읊듯 노래하는 가수 이연실을 참으로 좋아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청아함 그 자체이다. 그녀의 노랫말은 우리 유년 시절의 이야기 그 자체이기도 하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 밤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 하얀 발목 아프게 내게 오시네 /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꿈 / 산등성이 넘어로 흔들리는 꿈 //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우는 밤 / 초가집 뒷산길 혼자 오실 때 /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 마루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 마루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 이연실의 찔레꽃.
그러고 보니 찔레꽃 노래는 모두 슬픈 노래이다. 장사익도 그러하고 이연실도 그러하고...
지지리도 못 살던 옛 시절 여린 찔레순 껍질 벗겨 허기를 달래며, 일 나가신 엄마를 기다렸던 우리네 어린 시절의 슬픈 감정이 녹아들었나? 찔레순 껍질 벗기느라 가시에 찔려 엉엉 울어서 그런가? 눈물 번진 어린 눈망울에 비친 하얀 찔레꽃이 너무 예뻐서였나? 보잘것없이 작은 꽃에서 내뿜는 향기가 너무 강렬해서였나?
아무튼, 2006년 5월 마지막 해의 날 한남정맥에서 만난 찔레꽃 향기는 강/사/랑에게도 찬란한 슬픔이었다.
찬란하게 슬픈 찔레꽃 향기!!!
구간 : 한남정맥 제 9 구간(영진골프랜드~두창리고개)
거리 : 구간거리(26.2 km), 누적거리(159.2 km) 일시 : 2006년 5월 28일 세부내용 : 영진골프랜드(08:20) ~ 부아산(08:55) ~ 운동시설 ~ 부이산(09:15) ~ 공원묘지 ~터널/하고개(09:35)/휴식 ~ 갈림길2 ~ 공원묘지 ~ 338봉(?) ~ 공터 ~ 산불감시탑(10:28) ~ 송전탑 ~ 함박산(10:44) ~ 알바 ~ 신기마을 거쳐 정맥길 복귀/고개(11:32) ~ 묘지 ~ 신무네미고개(11:40) ~ 절개지 상단 알바/무네미고개(11:59) ~ 은화삼골프장 정문/우회/9번홀 티잉 그라운드 ~ 송전탑 점심/휴식(12:45出) ~ 갈림길3곳 ~ 무명봉 ~ 송전탑/무명봉 ~ 무명고개 ~ 하얀차돌 무명봉 ~ 운동시설/무명봉(13:33) ~ 송전탑 ~ 갈림길/무명봉 ~ 고개/옹벽(13:58) ~ 292.4봉(14:20) ~ 39번 송전탑 ~ 무명봉3 ~ 374봉 우회 ~ 32번 송전탑 ~ 무명봉 ~ 십자가탑(15:14) ~ 344.6봉/송전탑(15:20) ~ 무명봉 ~ 재주봉 ~ 바래기산(16:08) -> 26번 송전탑 ~ 망덕고개(16:20)/휴식 ~ 무명봉3 ~ 정자갈림길(17:04) ~ 통나무계단 ~ 갈림길2 ~ 석유비축기지 ~ 문수봉(17:52) ~ 산죽밭 ~ 마애석불 ~ 약수터 ~ 갈림길3 ~ 미리내마을/도로(18:42) ~ 전원주택단지 ~ 삼거리 ~ 공터/절개지묘지 ~ 시멘트고개/삼거리(19:06) ~ 임도/백색전원주택 ~ 주택/공장사이 ~ 57번 지방도(19:14) ~ 동진건설 ~ 삼거리 ~ 조림지 ~ 무명고개 ~ 갈림길3 ~ 사거리 ~ 포장도로 ~ 갈림길2 ~ 시멘트도로 ~ 패밀리 승마목장 ~ 가재울 도로 ~ 극동기상연구소 ~ 두창리고개(20:30)
총 소요시간 12시간 10분.(휴식, 알바 포함). 5월 마지막 주말은 백두대간 댓재 ~ 백복령 구간이 예정되어 있었다. 지난달 이 구간을 진행하다가 마눌이 컨디션 악화로 중간에 포기하는 바람에 이 구간을 예정하고 계신 해리님 부부께 마눌과 같이 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마침 용또산님도 같이 가 주시기로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주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도저히 하늘이 도와주질 않는다. 주말 전국적으로 비 예상, 일부 지역 폭우 예상. 금욜날 날씨 정보를 시간대별로 점검해 보지만 한결같은 예보다.
결국, 백두대간行은 뒤로 미뤄지고 해리님 부부는 만수산으로 번개 치러 가시고, 나는 마눌 이사 뒷정리하는 것 도와주며 토욜을 보냈다. 나름대로 약간의 성의를 보인 뒤 배낭을 챙겼더니 마눌 입이 또 나온다.
'週末不山行이면 口中生荊棘이라'. 주말에 산에 가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마눌, 다녀오마!
문수봉/文殊峰
높이 404.2m, 용인시 동부동-원삼면 경계에 있다. 원삼면 문촌리 내동 뒷산 문수봉은 예전에 있던 문수사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문수봉에는 문촌리 산25번지에 위치했던 문수사지에서 50m 떨어진 곳에 고려 초기에 제작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도지정 유형 문화재120호 문수산 마애보살상이 있다. 높이 약 3.5m 정도의 두 바위를 편평하게 다듬어 보살입상 2구를 양쪽으로 대칭되게 새겼는데, 얕은 부조와 선각을 함께 사용하였다. 문수봉을 오르는 코스는 원삼면 내동에서 오르기와 곱든고개 정상에서 오르기가 있다. 한반도의 근간을 이룬 백두대간은 속리산에서 북진한 한남금북정맥을 낳고, 안성의 칠현산에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선다. 칠현산을 출맥한 漢南正脈은 칠장산→보개산을 거쳐 용인시로 뻗어왔고, 상하 기복과 좌우 요동하며 전진하여 문수봉(404m)으로 솟아났다. 문수봉에서는 용인북부와 광주 땅을 이룬 기맥이 한남정맥에서 분기되고, 한남정맥은 용인 땅에서 함박산→부아산→석성산→마성터널→법화산으로 이어진 다음 수원의 광교산을 거쳐 의왕→군포→안양→광명을 지나 인천의 계양산으로 솟고 다시 구릉선 김포평야를 지나 강화 앞쪽의 문수산성에서 전진을 멈춘다.
부아산/負兒山
옛날 삼가리에 홀로 된 시아버지를 모시고 외아들을 키우며 사는 한 시골부부가 있었다. 이들 부부는 비록 가난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부친을 잘 봉양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관가에서 시키는 부역 때문에 여러 날 동안 집을 비우게 되었다. 남편이 없는 동안에도 부인은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셨고 시아버지는 아들 대신 나무를 해서 시장에 내다 팔았다.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돌아올 때쯤이면 항상 아이를 등에다 업고 배웅나가 고갯마루에서 시아버지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일인지 밤이 깊어가고 있는데도 시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등에다 아이를 업은 부인은 조금 더 조금 더 하면서 산 쪽으로 올라 가다가 모르는 길에 들어 헤매게 되었다. 한참을 헤맸을까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그곳에서는 시아버지와 호랑이가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부인은 호랑이를 크게 꾸짖으며, 네가 정말 배가 고파서 그런다면 내 등에 업힌 아이라도 줄 터이니 우리 시아버님을 상하게 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어린아이를 호랑이 앞에 주자 호랑이는 아이를 물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겨우 정신을 차린 시아버지는 손주를 잃은 슬픔에 오열을 금하지 못하였으나 며느리의 간곡한 애원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나는 이미 늙었으니 죽어도 한이 없을 터인데, 어찌해서 어린아이를 죽게 했느냐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부인은 어린아이는 다시 낳을 수도 있으나 부모는 어찌 다시 모실 수 있겠습니까 하며 마음 상하지 않으시길 새삼 부탁하였다. 부아산(負兒山)은 바로 이때 부인이 아이를 업고 헤매었던 곳이라고 하며, 시아버지를 찾던 고개라는 뜻의 멱조현(覓祖峴)은 어린아이의 할아버지를 찾아 넘던 고개라는 데서 연유하였다고 한다.
망덕고개/望德峙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신부이자 성인으로 모셔진 김대건신부가 사목할동을 할 때 넘나들던 고개이고, 체포후 순교하여 운구가 모셔진 고개로써, 천주교 신자들의 성지 순례길 중 하나이다. 信德고개(은이고개), 望德고개(해실이고개), 愛德고개(오두재고개)를 三德고개라 한다.
무네미고개
용인에서 송전 쪽으로 가다보면 남동을 지나 이동면과의 경계를 이루는 야트막한 고개가 나온다. 이 고개를 무네미고개라고 하는데 비가 오면 떨어진 물이 용인쪽에 떨어지면 경안천을 통해 한강으로 흐르고 송전 쪽에 떨어지면 안성천을 통해 서해로 들어가게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즉 무네미고개는 分水嶺이 되어 물을 양쪽으로 나눈다는 뜻인데 무네미 또는 무내미라고 하는 말은 「물넘이」「물이 넘어가는 곳」이란 뜻이 된다. 무네미를 한자로 적을 때 水餘가 되는데 이는 물이 남는다는 뜻으로 이해해 붙인 표기이고 峴은 야트막한 고개에 주로 붙이는 고개 이름이다.
<이곳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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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정맥 제 9 구간 영진골프랜드 ~ 두창리고개 개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일기예보에서는 일요일 오전까지 비를 예보하고 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거실 커튼을 열어보니 반가운 햇살이 비취고 있다. 얼른 먹고 씻고 보따리 꾸려 출발했다.
영동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 -> 수원나들목 -> 신갈오거리 -> 민속촌 -> 지곡리 거쳐 지난주 내려온 영진골프랜드가 있는 고개에 도착했다. 그러나 좁은 2차선 도로 위에 주차할 곳이 없어 조금 내려가 영진골프랜드 주차장에 주차하고 짐 챙겨 출발했다. 일욜날 아침부터 딱딱 공 치는 사람들이 많다.
고개 위 철망 끝나는 곳 옹벽으로 올라가 하루의 산행을 시작했다.(08:20). 백두대간과는 달리 한남정맥은 집에서 가까운 지라 당일 아침에 집을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산행 출발은 언제나 늦다.
# 영진골프랜드에서 올라가며 바라본 지곡리 고개의 모습. 좌측 옹벽으로 올라간다.
새벽까지 비가 계속 내린 후라 수풀이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가 그대로 나에게 뿌려댄다. 금방 상의와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진다. 혹시나 해서 비옷을 준비해 왔지만 일단은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온 뒤여서 공기는 너무나 상쾌하고 신선하다. 지난주는 송홧가루 때문에 내내 기침을 하면서 산행을 했는데 오늘은 호흡하기가 아주 편안하다.
숲속엔 찔레꽃이 군데군데 하얀 꽃잔치를 벌이고 있고 특유의 아찔할 정도로 강렬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검은등 뻐꾸기란 놈은 아침부터 "홀딱벗고, 홀딱벗고" 야한 노래를 불러 재낀다.
# 때죽나무
# 국수나무. 가지를 부러뜨리면 속이 국수가닥처럼 나온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 나뭇잎들이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 이슬 한방울이 온세상을 담고 있다. '갈림길'을 만나 좌측길로 올라가면 오름을 만난다. 헉헉대며 오르다 보면 '송전탑'이 나타난다. 다시 '갈림길'을 만나 좌틀하고 이후 바로 작은 안부로 내려 편안한 마루금을 길게 가다가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가파른 오름을 만난다. 준비 덜된 몸이 힘들어 하는데 낑낑 오르니 '안테나'가 있는 시설물을 지나자 바로 '부아산' 정상이 나온다.(08:55)
# 정상 직전의 로프 구간.
# 정자가 있는 부아산 정상. # 베스 자원이 많은 신갈저수지와 너머에 영통신도시가 보인다. 부아산은 시아버지에 대한 며느리의 지극한 효성이 서린 전설이 있는 곳이다. 지난 주 멱조고개를 지나면서 "찾을 覓", "할애비 祖" 때문에 조상을 찾아나선 고개인가 하고 추측했더니 그 말이 맞아서 시아버지를 찾아 나선 고개여서 얻은 이름이었다.
정상에서는 갈림길이 있어 좌측길은 삼가리로 내려 가는 길이고, 정맥길은 우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통나무 계단을 내려갔다가 '벤치가 있는 무명봉'을 하나 넘고, 안부에 이른다. 편안한 마루금을 걸어 나즈막한 무명봉을 하나 넘어 길게 내렸다가 벤치와 운동시설이 있는 '부아산2 구조지점'을 지났다. 잠시 후 오르막을 오르자 '부이산' 정상이 나온다.(09:15)
# 갈림길이 있는 부이산 정상.
부이산은 아마도 부아산 때문에 덤으로 얻은 이름인 듯하다. '부아산의 두 번째 봉우리'쯤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이곳에도 갈림길이 있어 우측은 상덕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맥길은 좌측 용인대 방향이다.
계속해서 아래로 길게 내려 '송전탑이 있는 갈림길'을 만나고 우틀하여 가면 '공동묘지'를 만난다.이곳에서는 여러 갈래 길이 있어 잠시 헷갈리게 만든다. 우측에 비교적 잘 나 있는 길은 묘지 통해 하고개로 내려가는 길이고 숲길을 헤치고 '하고개' 터널 위에 내려섰다.(09:35)
# 공동묘지가 나오고 하고개 건너엔 더 큰 규묘의 공동묘지가 나온다.
# 용인을 가로지르는 333번 도로가 지나는 하고개. # 하고개 터널 위는 축구장 넓이 만한 규모의 동물이동통로다.
# 깨끗한 이미지의 으아리.
# 선씀바귀.
# 씀바귀.
# 꿀풀.
# 오늘의 주인공 찔레꽃. 향기가 숨이 막힌다.
# 족제비 싸리. 족제비 꼬리를 닮아 얻은 이름이다. # 나팔꽃과 흡사한 메꽃. 나팔꽃은 외래종이고 이 메꽃이 토종이다.
# 백선.
# 산딸나무.
# 백당나무. 자세히 보면 벌레가 우글우글 많다.
하고개 터널 위는 넓은 축구장 만한 공터가 자리하고 있다. 각종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아래 하고개엔 차소리가, 좌측 용인대 쪽에선 학생들 축구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고개는 돌아가신 장모님을 생전에 모셨던 요양원 가는 길목이어서 자주 넘던 고개다. 물론 그때는 이곳이 정맥길인지, 이름이 하고개인지도 몰랐다.
건너편 절개지 사면을 따라 꼭대기에 올라섰다. 이곳 저곳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맞은편 절개지 쪽에 산꾼 한 사람이 불쑥 내려오더니 큰 소리로 인사를 건낸다.
공터에서 야생화 구경하고 사진찍느라 한참을 지체했지만 일단 그 분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다음 카페 '산사랑'의 회원이시라 한다. 오늘은 망덕고개까지만 간다고 한다. 이런 저런 산얘기로 한참을 담소하며 휴식하곤 출발했다.
"저는 걸음이 늦은데다 사진 찍고 기록하느라 지체가 심하니 먼저 가십시오!"
# 절개지를 올라 마루금에 복귀해야 한다.
# 하고개에서 만난 산꾼. 다음 카페 산사랑회원이란다.
절개지 상단부에서 마루금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올라갔다. '갈림길' 두 곳이 나와 둘 다 우측길로 올라가면 일순간 앞이 툭 트이면서 공동묘지 상단부 임도에 내려서게 된다.
가족 단위로 산소를 단장하는 사람들이 10여 명 있다. 공동묘지 상단부에서 다시 숲으로 들어가서 잠시 가자 바로 삼각점이 있는 '338봉'이 나온다. 그런데 삼각점에는 고도를 이백몇 미터로 기록해 두었다. 내가 갖고 있는 고도계시계에는 330으로 나오는데?
다시 가파르게 내려 송전탑을 지나 안부에 내려섰다. 안부는 '넓은 공터'로 되어 있고 곧바로 '임도'로 연결된다. 이후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임도를 만나고, 다시 숲, 다시 임도, 다시 숲으로 올라 송전탑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무명봉에 오른다.(10:28)
# 공동묘지 상단에서 건너다 본 부아산에서 하고개로 이어지는 정맥길.
# 산불감시초소.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편안한 마루금을 진행하다가 전망이 툭 트이는 '송전탑'이 있는 개활지를 만나고 전방에 함박산이 우뚝 서서 반긴다. 길게 내려 안부를 지나 땀을 뻘뻘 흘리며 오름을 치고 오르니 '함박산' 정상이다.(10:44)
# 송전탑에서 바라 본 함박산.
# 함박산 정상. 함박산은 홍수에 관련된 옛날 이야기가 어린 산이다. 오랜 옛날 홍수가 나서 이 산 아래에 있는 무네미고개까지 물이 넘쳐 이 일대 봉우리가 모두 물에 잠기고 이 산봉우리만 함지박만큼 남았던 모양이다. 함박산이란 이름은 그렇게 얻어진 이름이다. "얼마나 큰 비가 와야 이 산이 함지박만 하게 남을까?"
함박산 정상엔 작은 돌탑에 소박한 정상목을 세워 두었다. 한 평 남짓한 좁은 정상 좌측에 앞이 툭 트인 전망대가 하나 있고 등산객 한 사람이 앉아서 쉬고 있다가 아래로 내려간다.
전망대에 서니 송전탑 하나가 바로 앞에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명지대학교와 용인시가지가 조망된다. 물 마시고 한참을 쉬면서 조망을 구경하다가 무심코 등산객이 내려간 방향으로 따라 내려갔다. "아, 이것이 심각한 알바의 시작일 줄이야..."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함박산 정상 아래에는 50번 송전탑이 있고 사방으로 잡목이 우거져 전망은 없다. 함박산에서 우측 완만한 길로 내려가다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함박산 정상에서 '우측'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등산객이 앉아 있다가 내려간 전망대에서 쉬다가 무심코 그 사람 따라 내려간 것이며, 선답자의 산행기에 송전탑 아래로 갔다는 말에 '좌측' 송전탑 아래로 내려가면서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
송전탑을 지나 잠시 내려가자 나무 팻말에 '명지등산로'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 역시 이 길이 명지대 쪽으로 내려가는 잘못된 길이란 표시인데도 때는 아무 의심도 없이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 묘지를 지나고 다시 한참 내려 갈림길이 나오는데, 양쪽 방향 모두에 노란 표지기가 붙어 있다. 자세히 보니 둘 다 송전탑 관련 표지기다. 이 표지기 때문에 지지대고개 근처에서도 알바한 적이 있는데...
개념도와 산행기를 아무리 훑어보아도 이곳 지형과 일치하지 않고 선답자의 산행기에 우측 얘기가 많이 나와 일단 우측길로 내려갔다. 다시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니 역시 "명지등산로" 라고 적힌 팻말이 있는 갈림길이 오는데 선답자의 산행기에 좌측이라는 말이 나와 이번에는 좌측으로 내려갔다. 잠시후 산을 벗어나 도로에 내려서는데 전방에 '신기저수지'가 나온다.
이제 100% 알바인 것을 알 수가 있다. 개념도를 보니 정맥길에서 좌측으로 벗어나 있다. 일단 도로 따라 아래로 내려가서 정맥길로 합류하자는 생각에 한참을 내려가니 개념도에는 나오지 않는 신기마을이 나타난다. 주변 지형을 살피니 저 멀리 한참 아래에 신무네미 고개로 보이는 신설도로가 보이고 신기마을 뒷 산줄기 따라 송전탑이 내려오고 있다. "음~ 저기가 정맥길이군. 일단 저 송전탑쪽으로 산을 치고 올라가 보자!"
신기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우측으로 고개 쪽으로 올라가는 임도가 나 있다. 임도 따라 쭈욱 올라가서 마지막 외딴집을 돌아가다가 길가 야생화를 찍고 있는데, 갑자기 집안에서 커다란 삽삽개 두 마리가 뛰어나온다. 그리곤 컹컹 짖으며 덤벼들려고 한다.
얼른 카메라 집어넣고 스틱으로 무장했다. 동물과의 대치상황에선 절대 눈을 떼선 안된다. 앞쪽 큰 삽살개의 두 눈을 응시하고 한껏 째려보았다. 이넘들 잠시 주춤하며 덤벼들지 않고 가까이서 으르릉대기만 한다.
스틱을 앞쪽으로 내밀어 삽살개 코 앞에 들이대곤 두 개를 딱딱 부딪치며 저리 가! 저리 가! 위협을 하면서 옆걸음으로 조심해서 녀석들과 거리를 두었다. 다행히 더이상 놈들이 덤비지를 않아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옛날 중고등학교 시절에 탐독했던 무협지에 보면 거지들로 이뤄진 개방의 고수들이 항상 지팡이를 소지하고 다니는데, 그 지팡이 이름이 '타구봉(打狗棒)'이다. 이름 그대로 '개를 두들겨 패는 몽둥이'이다. 오늘부터 내 스틱을 '타구봉'이라 불러야 할까 보다.
임도 따라 한참을 올라서니 함박산에서 내려오는 '임도'와 만나게 되고, 비로소 정맥길에 복귀한다.(11:32)
# 한동안 대치했던 삽살개 두 마리.
# 40여 분 헤맨 끝에 정맥길과 합류. 정맥길엔 산꾼 한 사람이 막 휴식을 끝내고 출발하려고 하고 있다. 신갈에 거주하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산꾼인데 정맥꾼은 아니지만 집 근처의 정맥구간을 다니고 계시단다.
이 분과 같이 출발하여 묘지를 지나고 잠시 진행하자 엄청난 절개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신무네미고개'이자 신설도로인 '45번 국도'다.(11:40)
# 45번 국도의 엄청난 절개지. 저 철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철계단 꼭대기까지 가지 말고 풀이 나있는 3단에서 좌측으로 가야 마루금을 만난다.
# 뒤쪽으로는 가야 할 은화삼 골프장의 모습이 보인다. 절개지 상단부에서 건너편으로 건너갈 방안을 강구하지만 차량통행이 많아 무단횡단하기가 마땅치 않고 이쪽 절개지 따라 좌측으로 한참을 내려가서 국도 아래 '굴다리'를 지나 반대편 절개지로 '우회하는 길'도 있을 것 같다.
신갈 산꾼은 우회하자고 하지만 그냥 무단횡단하자고 주장을 하곤 앞장섰다. 그동안 한남정맥하면서 숱한 도로를 만나고 무단횡단에 익숙한 몸인지라 양쪽 차량 흐름이 모두 끊기기를 기다렸다가 재빨리 중앙분리대를 넘어 횡단했다. 그분도 약간 망설이더니 이내 따라 횡단한다. 그리고 함께 절개지 철계단을 올라갔다.
# 가파르고 높은 철계단을 올라간다.
무사히 도로를 횡단한 기쁨도 잠시 절개지 꼭대기에서 다시 방황하게 된다. 선답자의 산행기가 이곳에서 영 알아 먹기가 힘들게 기록되어 있어 둘이서 한참을 고민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그 분도 나하고 똑같은 산행기를 인쇄해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일단 직진하기로 하고 숲으로 들어가니 길이 희미하게 있긴 한데 수풀이 우거져 앞을 분간할 수 없고 표지기도 전혀 없다. 다시 원위치하여 주변을 살피니 우측에 표지기 하나가 붙어있지만 길도 전혀 없는 곳에 저것이 붙어 있을까 의문이 드는 녀석이다.
일단 좌측으로 가 보기로 하고 절개지 사면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니 좌측 구릉 위쪽에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고 뒤쪽 숲속으로 정맥길이 나 있다.
결국, 1.무단횡단을 한다면 4단까지 있는 철계단을 '3단'까지만 올라 '좌측'으로 잠시 내려오면 '절개지 상단'에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2.우회를 한다면 함박산쪽 절개지 상단에서 좌측으로 내려가서 도로 밑을 통과하여 절개지 사면을 따라 올라 오다 보면 역시 절개지 상단에 표지기들을 보게 된다.
표지기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 가는데 수풀이 우거져 진행하기가 어렵고,'묘지'를 지나 좌측으로 내려가자 '2차선 도로'가 지나는 '무네미고개'에 내려서게 된다.(11:59)
# 무네미고개. 은화삼CC와 한우촌, 세차장이 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가니까 오히려 길 찾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도로를 건너 '은화삼 골프장' 안으로 도로 따라 올라 갔다. 잠시 올라가자 위쪽에서 노란옷 입은 산꾼 한 사람이 내려오는데, 하고개에서 만났던 산사랑 회원분이시다.
입구에서 길을 못 찾아 헤매다 자기네 회원에게 전화로 물어 골프장 바깥으로 나가 송전탑을 보며 우회하겠다고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산행기에는 경비실 우측으로 올라가라고 되어 있던데... 확인해보니 이분도 우리 둘하고 똑같은 산행기를 프린트해 가지고 왔다. 똑같은 산행기를 세 사람이 들고도 헷갈려 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정확한 표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일단 경비실까지 가 보기로하고 올라가는데, 골프장 인부들이 차타고 내려오다가 우측 갈림길로 내려가서 시설동을 지나 가라고 알려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은화삼 골프장 도로따라 올라가다가 '경비실' 가기 전, '우측 시설동'으로 내려가는 갈림길'로 내려가면 바로 골프코스가 나타나고 골프장 전동카트 도로 따라 '우측'으로 잠시만 가면 우측에 '생나무 울타리'가 있고 '개구멍'이 나 있다. 개구멍으로 들어가서 '전방 숲 사면'을 따라 올라가면 정맥길과 합류하게 된다.
# 시설동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골프코스가 나온다.
# 공놀이 재미있습니까? 숲속 사면을 치고 올라가자 표지기들이 보이고 목표로 했던 '송전탑'을 지나게 된다. 함박산 하산길에서 알바하느라 지치고 힘들어서 두 분은 먼저 가시라 하고, 배낭 벗고 휴식하면서 삼각김밥과 과일로 마음에 점을 찍었다.
30여 분 쉬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정맥꾼 세 분이 나타난다. 오늘은 한남정맥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정맥꾼을 만나는 날이다. 그분들과 인사하고 나도 짐 챙겨 출발했다.
잠시 후 송전탑을 지나고 '갈림길'을 만나 좌틀했다. 편안하게 오르다가 무심코 발을 내딛다 한순간 흠칫 놀라 '얼음 땡'이 된다. 발 밑에 꽃뱀 한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냥 밟았다면 무슨 일을 당했을지... 등골이 오싹했다.
녀석 뭔가 배불리 잡아먹고 일광욕을 하면서 소화를 시키고 있는 듯 불룩한 배를 하고 등로 한 켠에 꼼짝도 않고 있다. 사진 한장 찍어 주고 잠시 진행하자 다시 골프장 안으로 들어와서 '티잉 그라운드' 옆을 지나게 된다.
골프장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티잉 그라운드'를 만나는데, 골퍼 한 사람이 티샷을 날리고 있다. 제대로 맞지 않았는지 탄도를 낮게 그리며 그다지 멀지 않게 날라 가는데 위에선 굿 샷!을 외치고 있다. '9번홀 티잉 그라운드'인가 보다. 이곳이 은화삼 골프장 제일 꼭대기다.
# 하마트면 밟을 뻔한 화사(花蛇).
# 다시 골프장 안에 들어와 티잉 그라운드를 지난다. # 9번홀 티잉 그라운드 상단에서 바라본 전망. 건너편 함박산과 골프장 전경이 조망된다.
# 줌인해보니 분수가 시원하게 솟아오르고 있다.
9번 홀 티잉 그라운드 상단에서 우측으로 꺾어 마루금을 따라 진행했다. '갈림길'을 만나 우틀하고 작은 갈림길이 두 곳 나와 모두 우틀해야 하지만 표지기가 모두 붙어있어 걱정은 없다.
숲을 벗어나 마루금을 따라 편안하게 걷다가 길고 꾸준하게 올라 삼각점이 있는 '무명봉'에 오른다. '갈림길'에서 좌틀하여 '39번 송전탑'을 지나게 되고, '무명고개'를 지나 오름을 올라 '하얀 차돌이 있는 무명봉'에 도착한다.
이내 안부로 내렸다가 오름이 시작되고 정맥길은 우측으로 꺾여 길고 가파르게 올라 로프구간을 지나 '운동시설이 있는 무명봉'에 이른다.(13:33)
# 운동시설.
잠시 휴식한 후 안부로 내렸다가 꾸준히 올라 송전탑을 지나고 다시 '무명봉'에 오른다. 이곳에서 무심코 직진하기 쉬우나 정맥길은 '우틀'하여 급격히 떨어져 내려 안부에 내려서게 된다. 바람이 너무나 시원하여 주위를 둘러 본 후 거풍(擧風) 한 번 하였다. "어허~~ 좋타!!"
안부에서 다시 올라 무명봉을 넘고 길게 내리자 절개지가 앞을 막는다. 우측으로 우회하여 '콘크리트 옹벽이 있는 고개'에 이른다.(13:58)
# 콘크리트 옹벽이 있는 고개. # 고개 우측 아래엔 개 사육농가가 있다. 고개 아래엔 축사가 여러 동 늘어 서 있고 개 사육 농가가 있어 개들이 자지러질 듯 짖어댄다. 절개지를 올라서 편안하게 가다가 숲속으로 들어가 오름을 오르는데, 이곳은 바람 한 점 없고 습도가 높아 무덥고 푹푹 찐다.
갈림길이 나타나 '좌틀'하고 송전탑을 지나 길고 완만하게 오르다가 다시 갈림길에서 '우틀'하여 계속 낑낑 올라 '292.4봉'에 오른다.(14:20)
안부로 내렸다가 뙤약볕 아래 가파르게 올라 '39번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를 도착한다. 다시 가파르게 내려 안부에서 무명봉 하나를 넘고 고만고만한 무명봉 두 개를 연속으로 넘었다.
지금쯤이면 374봉을 만나야 하는데 그만한 높이의 봉우리는 보이질 않고, 다른 봉우리보다 높은 무명봉 하나가 앞을 가로 막는다. 이녀석은 우회로가 있다. 아마도 이 녀석이 '374봉'이 아닐까 짐작한다.
다시 무명봉 하나를 넘고 낑낑 올라 '32번 송전탑이 있는 개활지'를 지나 무명봉을 넘어 안부에 이르는데 고도계가 300m를 가리킨다. 이곳에서 고도를 점점 높여 가며 오른다.
점점 몸이 지쳐 힘이 들고 헉헉 낑낑 소리를 내며 올라가니 '십자가가 있는 봉우리'에 도착한다.(15:14) 십자가 주변엔 나무들을 잘라 사계청소를 해 두었고 전방으로 '신원골프장'과 그 너머로 저수지가 보인다.
# 산을 깎아 먹고 있는 현장이 건너다보인다.
# 십자가가 있는 무명봉. # 신원골프장과 용덕저수지. # 저수지를 땡겨보니 좌대들이 전직 낚시꾼을 자극하는데, 골프장 농약들이 흘러 들어 수질은 별로일 듯. # 신원골프장은 워터 해저드가 많은 곳인가 보다. 십자가를 지나 잠시 가자 송전탑과 삼각점이 있는 '344.6'봉에 이른다.(15:20) 우측으로 석산 개발현장의 흉물스런 모습과 굉음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 송전탑 너머 석산의 흉뮬스런 모습.
# 땡겨서 포크레인과 비교해 보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안부로 내렸다가 길게 올라 아무 특징없는 무명봉을 오른 후 정상에서 좌측으로 내려 안부의 마루금을 간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올라가는데 역시 아무 표식도 없다. '재주봉'이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라 한다. 안부에 이르자 전방에 산 하나가 떡 버티고 있어 걱정이 되는데 중턱에서 우측으로 우회하게 된다. 이후 무명봉 두 개를 오르내려 완만하게 올라 아무 표식없는 '바래기산'에 오른다.(16:08)
좌측으로 내려 가다가 안부에서 무명봉을 오르다 좌측으로 우회하여 내려가면 '26번 송전탑'을 지나고 계속 내려 '망덕고개'에 이른다.(16:20)
# 김대건 신부 추모비가 있는 망덕고개.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이 망덕고개를 넘나 들며 사목(司牧)활동을 했고, 한강변 새남터에서 순교한 후 이곳을 통해 미리내 성지로 운구되었다고 한다.
처음 망덕고개가 천주교와는 상관없는 '잊을 忘' 자를 쓰는 '망덕(忘德)고개'인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望德', 덕을 기리는 고개다. 비문에 씌여진 글귀들을 구경하고 '망덕(望德)', '애덕(愛德)', '신덕(信德)의 삼덕고개 이야기도 느끼면서 비석 난간에 기대어 휴식하였다.
이곳 망덕고개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해실리 마을로 내려가게 된다. 하고개에서 만난 산사랑 회원분은 이곳으로 내려 갔을 것이다. 한참을 간식 먹고 쉰 후 고개를 건너 시멘트 도로 좌측의 숲으로 올라갔다.
# 망덕고개 시멘트 도로. 좌측 숲으로 들어 갔다.
절개지 숲으로 들어가 가파르게 낑낑 올라 무명봉 하나를 넘고 다음 무명봉은 정상 부근에서 우회하게 된다. 길고 가파른 오름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 '삼각점 있는 무명봉'을 오르고, 가파르게 내렸다가 다시 낑낑 올라 '정자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17:04) 정자 아래는 땅이 비었는지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물 마시며 쉬는 동안 벌써 활동을 시작한 모기들이 달려들어 물어 재낀다.
좌측으로 통나무계단을 내렸다가 무명봉 두 개를 지나고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은 '석유비축기지'로 가는 길이다. 정맥은 직진이다. 통나무계단을 길게 올라 '벤치가 있는 삼거리'를 만난다.(17:25)
# 정자가 있는 삼거리. 우측은 묵리, 학일리, 좌측이 문수봉 가는 길이다.
# 삼거리. 우측으로 고초골 낚시터, 좌측이 문수봉 가는 길.
문수봉 가는 길을 별 어렵지 않게 생각했었고 문수봉 넘어 미리내 마을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완전히 착각이다. 물론 걸음 느리고 체력 약한 탓도 있지만, 지친 몸으로 오르기엔 문수봉은 여느 대간길에 못지 않은 어려움을 주는 곳이다.
문수봉 가는 길은 삼거리 이후에도 계단식으로 봉우리를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어느 순간 좌측으로 '석유비축기지'가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철망을 따라 올라가자 초소에서 근무자가 무료하게 앉아 있다가 신기한 듯 쳐다본다.
옛날에 사용했음직한 고개를 넘어 통나무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가자 넓은 '문수봉 정상'이 나온다. (17:52) 망덕고개에서 1시간 20여 분 걸렸다.
# 석유비축기지.
# 문수봉 정상. 정말 힘들게 올라왔다. 지친 탓도 있지만 산의 구조가 정말 만만치 않다.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다. 문수봉이란 이름은 전국적으로 흔하게 많이 있지만, 특히 한남정맥의 경우 출발점인 김포 보구곶리의 문수산과 이곳 용인의 문수봉이 한남정맥의 시작과 끝지점에 위치하여 '수미쌍관(首尾雙關)의 묘(妙)'를 보이고 있다. 팔각정 계단에 배낭 벗어 두고 한참을 쉬면서 간식 먹으며 체력 보충했다.
문수봉 하산길은 갈림길이다. 좌측은 '곱든고개', 우측은 '매봉재' 방향이며, 정맥길은 매봉재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곱든고개'란 이름이 너무 이뻐서 아름다운 전설이라도 있나 하고 자료를 찾아보니, 굽은고개란 뜻의 '곱등고개'에서 음이 변한 것이라고 한다. "에이 싱거워!!"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마음이 급하다. 가파른 통나무계단을 급하게 내려가는데 키낮은 산죽밭이 길게 이어진다. 한참 후 우측으로 '마애불'가는 팻말이 붙어있다. "아무리 늦더라도 마애불은 보고 가야지."
우측으로 잠시 가자 작은 철계단이 나오고 바위 벽면에 문수보살(文殊菩薩)과 보현보살(普賢菩薩)의 모습을 모셔 두었다. 두 보살님의 눈매가 참 인상적이다. 잠시 눈 감고 기원을 드린 후 출발했다.
# 지혜(智慧)의 상징인 문수보살.
# 자비(慈悲)와 이(理)의 상징인 보현보살. # 앞에 자세히 설명해 두었다. 정맥길로 복귀해서 산죽길을 내려가자 다시 우측으로 '약수터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역시 그냥 갈 수 없어 약수터쪽으로 가 보았다.
지역 주민 한 분이 약수를 받고 있다가 인기척에 깜짝 놀라 쳐다본다. 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산꾼이라 말씀드리니 먼저 먹으라고 하면서 이 물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거라고 한다. 한 바가지 받아 먹으니 시원은 한데, 좌측 입구에 용인시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어 식수로 부적격하다는 안내문을 붙여 두었다.
# 약수터. 바위 아래로 콸콸 나와 수량은 풍부하다.
약수터를 나와 정맥길로 복귀해서 다시 아래로 길게 내려갔다. 마음이 급해 뛰면서 갔다. 곧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여 길게 내려가니 '두 번째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정목'이 있다. 좌측으로 가면 '중소기업개발원'으로 내려 가는 길이다.
선답자의 산행기에 두 번째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내려 간다는데, 직진길, 좌측길 어디에도 표지기 하나 없다.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계속 내려가 보기로 했다. 내려가는 내내 불안하였다. "또 알바하면 안되는데..."
한참을 내려가자 다시 '갈림길'이 나오고 이곳도 '이정목'이 있는데, 좌측길이 '사암리'가는 방향이고 이 길이 정맥길이다. 좌측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다. 결국 약수터에서 내려와 '세 번째 갈림길'에서 좌틀해야 한다. '두 번째 이정목'이고 '사암리 방향'이다.
계속 내려가자 우측으론 '사찰 증축'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좌측으론 온갖 꽃들이 만발한 '꽃동산'을 만들어 두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꽃구경 실컷 하고 갔으면 좋겠다. 다시 '갈림길'이 나오고 이곳에서 좌틀하여 내려가자 '2차선 도로'에 내려 서게 된다.(18:42)
# 두 번째 갈림길이자 첫 번째 이정목.
# 세 번째 갈림길이자 두 번째 이정목에서 좌틀. # 2차선 도로. 우측 숲으로 들어가거나 좌측 미리내마을 간판 뒤 도로 따라 가도 된다. 절개지 우측으로 내려가서 도로를 건너 '도로 옹벽'을 치고 올라 숲속으로 들어갔다. 숲길 좌측에 '전원주택'이 나오고 사람들이 바비큐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갈길이 바빠 마음이 급하면서도 냄새에 끌려 입에 침이 고인다.
전원주택을 지나 철망 좌측 '묘지쪽'으로 내려가면 전원주택 앞쪽 '도로'와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도 선답자의 산행기에 생략된 곳이 많아 이해를 할 수 없어 한참 헤맸다.
도로에 내려 서는 곳에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다. 바로 앞에 건축폐기물을 쌓아둔 곳이 있으며 우측으로 건물 따라 들어가는 소로길이 보인다. 그 길따라 가 봤더니 맞은 편에 산이 있는데 물을 건너야 하는 형국이다.
다시 원위치해서 도로 앞에 서는데 임신을 했는지 배가 부른 백구 한마리가 길을 막고 서서 자지러지게 짖어댄다. "아, 어떡해야 하나?" 고민이다.
이곳 역시 길찾기 어려운 곳이라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묘지'를 지나 주택단지 '도로'에 내려 선다. 애초에 숲길로 들어 가지 않고 '미리내 마을 입간판' 뒤로 올라오면 이곳과 만난다. 정면에 '백구' 한 마리가 있고 우측에 농가가 있다. 백구를 지나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계속 직진하여 조금만 가면 좌측에 '공터'와 '절개지'가 나온다. 절개지 좌측으로 올라가면 표지기들이 보인다.
# 임신한 백구. 전혀 엉뚱한 녀석이 백구가 짖는 틈을 타서 젖을 훔쳐 먹고 있다. # 백구 곁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직진. # 삼거리 지나 잠시 가면 좌측에 공터가 나오고 절개지로 올라간다 절개지를 올라 숲속으로 들어 가는데, 잡목이 우거져 진행하기가 어렵다. 중간중간 길이 끊겨 짐작으로 가야 하는 곳도 있다. 잠시후 '2차선 포장도로 절개지' 위에 서게 된다. 절개지 따라 가다가 숲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묘지들' 위로 나온다.
이곳도 길이 분명치 않아 잠시 헤매다가 '시멘트 도로'가 지나는 '고개'에 내려선다. 내려오는 쪽에는 표지기가 하나 붙어 있는데, 반대쪽을 계속 찾아봐도 표지기가 없다.
이곳도 길 찾기가 어렵다. '시멘트 도로'인 '고개'에 내려서면 좌측으로 바로 아래에 '큰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애초에 2차선 포장도로를 만나면 '도로'로 내려가 길따라 가면 이 삼거리와 만난다. 삼거리에서 '가운데 길', '큰길 바로 우측 길(전봇대 있는 길)' 로 올라가면 우측에 '백색 전원주택'을 지나게 되고 그 길따라 계속 올라가면 도로가 끝나는 곳에 '전봇대'가 서 있고 입구를 막아 둔 곳이 나온다. 그곳을 통과하면 좌측은 '주택', 우측은 '공장건물'인데 계속 직진하여 '대문'을 지나고, '삼거리'가 나오면 역시 계속 직진하여 가면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57번 지방도'가 나온다.
# 도로 위 절개지 따라 가다가 우측 숲으로 들어가 다시 전방 무덤 쪽으로 나와 숲으로 들어가면 시멘트 도로가 지나는 고개에 내려서게 된다. 그냥 도로로 내려가서 길 따라 계속 가도 삼거리와 만난다.
# 삼거리. 우측 시멘트 도로에서 좌측으로 나와 이 삼거리에서 전봇대 있는 길로 올라간다. # 그러면 이 백색 전원주택을 지나게 된다. 계속 길 따라 직진. # 길이 끝나는 곳에 전봇대가 나오고 막아 두었다. 통과. 주택과 공장사이로 간다. # 삼거리 지나 계속 직진하면 이 도로와 만나고 길 건너 컨테이너 쪽으로 간다. 19:14. 57번 지방도와 만나 잠시 고민하였다. 7시쯤 오늘 구간을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하고개에서 너무 많이 쉬었고 함박산에서 엉뚱한 곳으로 내려가 알바했고, 문수봉 오름에서 지쳐서 너무 지체했다. "이곳에서 멈출까 아니면 계속 진행할까? 두창리고개까지는 도상거리가 4km나 되는데 그렇다면 2시간은 걸릴텐데? 에이~ 이왕 시작한 것 끝장을 보자!"
57번 도로를 건너 '컨테이너 박스' 옆으로 올라갔다. 산길이 위쪽으로 이어져 있고 잠시 후 '동진건설'이라는 간판을 단 건물 앞에서 길이 좌측으로 꺾인다. 곧 '연안 김씨 합동연단'이라는 비석을 지난다. 이 임도를 따라 계속 가면 좌측으로 '석재공장'을 지나게 되고 계속 직진하여 올라가면 '삼거리'를 만난다.
우측 길로 계속 올라간다. 계속 올라가다가 좌측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오면, '우측 조림지쪽'에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다.
# 시멘트 도로 따라 올라가다가 갈림길에서 우측 조림지로 들어갔다.
조림지로 들어서는데 숲속은 이미 어둑어둑해져서 땅거미가 서려 있다. 조림지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지 않고, '좌측 능선쪽'으로 가는데, 진입구를 쓰러진 고목이 막고 있어 올라가기가 어렵다. 옆으로 돌아 능선에 올라 가서 진행한다. 수풀이 우거져서 가기가 어렵다.
마음이 급해 수풀에 긁히든지 말든지 마구 내달려 버렸다. 어둑어둑해져 버린 숲속은 수풀 탓에 등로마저 희미해져서 몇몇 군데에선 이곳저곳 헤매기도 하였다. 그렇게 '시멘트도로'가 지나는 '고갯마루'에 도착했다.
# 시멘트 도로에서 건너편 임도 따라 올라갔다.
이후 구간은 시간이 급하고 여유가 없어 사진도 찍지 못하고 기록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고갯마루를 지나 건너편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좌측 산길로 올라가 진행하였다.
숲속은 이미 어둠이 많이 찾아온데다 수풀이 우거져 길을 찾기가 어렵고 이곳저곳 마구 긁히기 일쑤다. 그래도 표지기만 찾으며 냅다 내 달렸다. 몇몇 곳 갈림길이 나와 헷갈리기도 하지만 다행히 표지기들이 요소요소에 붙어있어 달려도 길을 잃지는 않았다.
문수봉 오름에서 천근만근이던 다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하고 단지 땀이 온몸에 범벅이 되었다. 그렇게 '포장도로'에 내려섰다.
포장도로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이마에 등불 달고 재정비하여 출발했다. 도로 건너 숲속으로 들어가 능선길을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고 표지기따라 좌측길로 진행하다보면 다시 '갈림길'이 나와 좌측길로 접어든다.
중간중간 산새들이 내가 뛰는 발걸음소리에 놀라 후두둑 날아 오르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더 놀라게 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냅다 내빼서 달리는데, 잡목이 우거져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가야 했다.
그렇게 달려 '시멘트 도로'에 내려섰다. 마침 고개 아래에서 올라오던 봉고차가 나를 보고 놀란듯 속도를 떨어뜨리고 살펴보다 간다. 도로따라 고개 위로 올라갔다 내려가자 우측으로 '덤프트럭'들이 주차되어 있고, 기사들인지 족구시합을 하고 있다.
계속 진행하자 좌측으로 '패밀리 승마목장'을 지나게 되고 도로 따라 계속 나아가자, 2차선 포장도로인 '가재울 도로'에 도달한다. 길 건너 편으로 '극동기상연구소'의 커다란 접시 안테나들이 보인다. 도로를 건너 기상연구소를 바라보며 시멘트 길을 따라 가다가 '삼거리'에서 기상연구소 담을 따라 좌틀했다.
그런데 10여 분 전부터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던 빗줄기가 갑자기 굵어지기 시작한다. "햐~~ 이거 막판에 골고루 하는구만!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냥 갈까?" 하는 순간에 마구 쏟아지기 시작한다. 얼른 배낭 내려놓고 배낭에 매달아 둔 카메라와 지도, 기록수첩을 배낭 속에 집어넣고 배낭커버를 씌웠다. 그리고 윈드브레이크를 입고 후드모자도 뒤집어 썼다.
마침 마눌이 전화를 해서 빨리 안오고 뭐하냐고 독촉한다. "내일 출근 안할 거냐고? 음 ~ 지금 비가 와서 난리다. 끝내고 전화할게!"
채비를 단단히 하고 기상연구소 담장을 따라 전진했다. 이마 등불빛 속으로 떨어지는 빗줄기가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오늘 하루종일 흥얼거린 찔레꽃 노래를 이제는 제법 여유를 갖고 불러본다. 이제는 다 왔으니 뛰지도 않고 노랫가락에 맞춰 쉬엄쉬엄 갔다.
이 기상연구소는 중요국가시설인 듯 군부대처럼 담장과 초소를 갖추고 있다. 담장 따라 길게 가다보니 '정문'을 지나게 되고, 정문에서 정면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도 있다. 정문을 지나 계속 담장을 따라 '끝까지' 가다가 기상연구소와 헤어져 '좌측'으로 꺾여져 구불구불 올라갔다.
구부러진 길 옆에 세워 둔 반사경에 이마 등불빛이 반사되면 흠칫 놀래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언덕을 넘게 되고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두창리고개'에 이른다.(20:30)
12시간 10분이나 걸렸다. 그러나 57번 지방도에선 여기까지 도상거리 4km를 1시간 만에 왔다. 사진 생략, 기록 생략하고 냅다 내 달린 결과다. 집에 와서 확인하니 잡목숲을 내달려 그런지 이곳저곳 몸에 긁힌 곳이 많고 옷도 너덜너덜해진 곳이 많다.
두창리 고개는 캄캄한 어둠 속에 빗소리만 요란한데, 차량통행은 많지만 한 대도 세워주질 않는다. 어두운 산길 고개 위에 비는 철철 내리는데 배낭 멘 시커먼 도둑놈같은 이가 손을 드니 쉽게 세워 줄 리가 없다.
한참을 히치를 시도하다 우측 원삼면 방향으로 고개를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지나는 차들에게 계속 손을 들어 보지만 휙휙 비껴 가기만 하고, 어떤 녀석은 오히려 비키라고 빵빵 경적을 울리고 지나간다. "거 ~ 인심 한번 고약하다!!!"
고개를 완전히 다 내려가서야 다행히 버스 한 대가 저만치 지나쳤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세워 준다. 마침 용인 시내로 가는 버스다. 용인 시내에서 택시 타고 영진골프랜드로 가서 차량 회수하고 고속도로 달려 집에 들어오니 10시 30분이다. 군포엔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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