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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여섯번째(목감사거리~지지대고개)-한남은 알바와의 전쟁이다!!! 본문

1대간 9정맥/한남정맥 종주기

[한남정맥]여섯번째(목감사거리~지지대고개)-한남은 알바와의 전쟁이다!!!

강/사/랑 2007. 6. 28. 23:07
[한남정맥]여섯번째(목감사거리~지지대고개)

 

  
4월 29일 흙의 날에 한남정맥 시흥시 구간을 하고 집에 들어 왔더니 마눌 표정이 별로 안 좋다. 며칠 뒤로 다가온 이사할 걱정이며 준비며 혼자서 폭폭거리고 있었나 보다. 이럴 때는 연타를 날려 완전 KO를 시켜야 한다.

옷만 욕실에서 벗어 놓고 산행 보따리를 현관에 그대로 두었더니 배낭 정리 왜 안 하느냐고 묻는다. "음~ 내일 한남정맥 한 동가리 더 하려고." "뭐라구요?"


"내일은 우리 동네 뒷산인 수리산 구간인데 같이 하시겠소?" 마무리로 한 방 더 날려 완전히 넋을 빼놓았다. "같이 갔다가 한남에 또 코 꿰이면 어떡해요?" 내일 산에 못 가게 한다는 상황은 사라져 버리고 같이 안 간다는 상황만 남았다. ㅎㅎㅎ...


"산행 다녀와서 이사 준비 도와주리다! 산에 미친 사람이 발동이 걸렸으니 어쩌겠소. 이 한남정맥은 짧은 산맥이니 탄력 붙었을때 칠장산까지 한 걸음에 마칠 작정이오. 그 이후에 함께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 합시다!"

 


한남은 알바와의 전쟁이다!!!


구간 : 한남정맥 제 6 구간(목감사거리~지지대고개)
거리 : 구간거리(15.6 km), 누적거리(97 km)
일시 : 2006년 4월 30일. 해의 날.
세부내용 :


목감사거리(09:55) ~ 고속도로 통로 ~ 중장비 ~ 고개/철문(10:00) ~ 원두막 ~ 고개 ~ 무명봉 ~ 고개 ~ 잡목지대 ~ 고개 ~ 철망/수도시설 ~ 군대철조망 ~ 205봉 ~ 원형철조망 ~ 무명봉 ~ 223봉(11:15) ~ 철계단/전망바위(11:35) ~ 335봉(11:50)~ 성당갈림길 ~ 주차장갈림길 ~ 소나무쉼터 ~ 수암봉(12;15)/휴식 ~ 헬기장 ~ 초소/무명 ~ 451봉 ~ 공터 ~ 군부대정문 우회/암릉구간 ~ 슬기봉(13:40) ~ 검은색 PVC관 ~ 공터 ~ 정자/쉼터 ~ 258봉(14:45) ~ 감투봉(15:25) ~ 신기마을 먹거리촌 ~ 안양베네스트CC ~ 용호사거리 ~ 주공아파트 단지 ~ 경부선 지하도 ~ 한세대학교 ~ 큰말고개 ~종가집쌈밥 ~ 조림지 ~도로공사 마루금 절단지 ~ 고인돌(16:50) ~ 고고리고개(17:15) ~ 배수지 ~ 공동묘지(15:30) ~ 동물이동통로 ~ 165봉(18:00) ~ 수원시 경계 이정목(18:09) ~ 갈림길 ~ 쉼터 ~ 고개/수원시경계 ~ 14번 송전탑 ~ 30분 알바 ~ 167봉 ~ 지지대고개(19:00).

총 소요시간 9시간 5분.(휴식, 알바 포함). 만보계 기준 36,460보.



4월 30일. 해의 날이자 잔인한 4월의 마지막 날이다. 집 근처에서 출발한다고 하지만 너무 늦잠을 잤다. 부랴부랴 씻고 먹고 버리고 준비하니 9시 30분이네? 마눌 더러 오늘 택배 한 번만 더 하라고 하니까 이미 포기했는지 순순히 따라 나선다.

그런데 주차장에 내려와 차에 타는 순간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늘 일기예보에 오전 중에 비가 조금 오고 황사도 예보하더니 벌써 시작하려나 보다. 마눌은 걱정스레 비 오는데 가지 말라고 만류한다. "오늘 진행되는 구간이 집에서 가까우니 비가 많이 오면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오겠소."

집 뒤 외곽순환도로에 올라 서해안 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목감사거리로 내려섰다. 딱 10분 만에 도착했다. 백두대간 강원도 구간까지는 가는 데만 4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막히면 6, 7시간도 좋고. 한남정맥의 최대 장점이 접근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고 특히 오늘 구간이 그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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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修理山

수리산은 군포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군포市의 진산이다. 수리산 명칭 유래는 빼어난 산봉의 방위가 마치 독수리같아 "수리산"이라 하는 설이 있고, 또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현재 속달동에 위치하고 있는 절이 신심을 닦는 성지라 하여 修理寺라고 하였는데 그 후 산명을 "수리산" 이라 칭하였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조선조 때에는 왕손이 수도를 하였다 하여 "修李山"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리산 지형은 청계산(618m), 광교산(582m), 관악산(629m), 백운산(564m)등 광주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산지 중의 하나로, 군포시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가장 큰 산으로 태을봉(해발 489m)을 중심으로 남서쪽으로 슬기봉(해발 451.5m), 북쪽으로는 관모봉(해발 426.2m), 북서쪽으로는 수암봉(해발 395m)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계는 수리산(태을봉 489m, 슬기봉 451.5m)이 군포시 서측에 남북으로 형성되어 안산시, 안양시와 경계를 이루며 수리산 능선이 동서로 뻗어 군포시를 양분하고 있다. 속달동에는 경기도유림 327ha가 있어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에서 각종 수목에 대한 연구 . 조사를 하고 있으며, 속달동 '구릉터 당숲'은 지금도 음력 10월 1일이면 이틀간 洞祭가 치러지는 아름다운 마을 숲이다. 약 100년에서 300년 가량 된 고목들이 우거져 있는 이 숲은 조선 중기의 문신 정재륜 (鄭載崙,1648-1723)과 그의 부인 숙정(淑靜)공주의 무덤 부근에 조성한 숲이라는 역사적인 배경 말고도 민속학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어 주의를 끌고 있다. 숲의 가장 깊숙한 곳에 당집이 자리잡고 있고, 이곳은 중부지방 서해안 일대에 발달된 '터줏가리당'이며, 2002년에는 생명의 숲 및 산림청에서 주최한 『제3회 아름다운 숲』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할 정도의 아름다운 숲이 있다.

지지대(遲遲臺)고개

경기도 수원시 파장동에 지지대고개라는 노송지대가 있다. 조선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 갇혀 비통하게 돌아가신 것을 슬퍼하여 화성군 대안면 안녕리에 있는 부친의 능인 융릉을 자주 참배하고 심지어는 도읍지를 수원으로 옮기려는 천도 계획까지 추진하였었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임금이 능에 참배하러 갈 때 이 고개에 오르면 능이 빤히 바라다 보이는데 행진이 빠르지 않아 "왜 이리 더디냐(遲遲)"고 역정을 냈으며, 참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갈 때에는 으레히 이곳에서 행렬을 멈추게 하고 뒤돌아서서 융릉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행차가 늦어졌으므로 '지지대고개'라 하였다고 한다.
고개 위에는 당시 정조의 행차를 기념하여 순조 때에 세운 지지대비가 있다. 한 번은 능소에 송충이가 만연하여 솔잎을 먹으므로 송충이를 잡아오라 하더니 씹어 삼키고는 "네가 아무리 미물인 버러지이기로서니 친산의 솔잎을 갉아 먹을 수 있느냐. 차라리 내 오장을 먹어라"고 하였다. 이에 좌우의 군신들이 대경실색하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날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무수히 덤벼들어 묘소의 소나무에 있던 송충이를 잡아 먹었다고 한다. 정조의 지극한 효심은 그가 죽은 뒤에 부친의 능 옆에 자신의 능을 쓰게 한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남정맥 제 6 구간 목감사거리 ~ 지지대고개 개념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목감사거리에 나를 내려주고 떠나는 마눌과 강아지.

 

 

 

# 전방 지하차도 위에서 좌측으로 가면 안산이고 우측이 목감사거리다.

 

  

마눌과 헤어져 좁은 포장 도로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우측으로 '중장비 주차장'이 나오고 자그마한 '체육시설'이 있다. 조기축구회 회원들이 공을 차고 있다. 이곳을 재개발할 계획인지 마을 곳곳에 재개발 반대 플래카드를 걸어 두었다.

마을로 들어가자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로 들어서서 냉동회사와 공장 사잇길로 올라가니 좁은 '고개'가 있다. 고개 정상엔 '붉은 철문'이 있는 '조림지'가 있고, 철문 좌측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다.

  


# 중장비주차장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올라간다.

  

 

# 고개위 빨간 철문 옆의 들머리.

 

 

가볍게 몸을 풀고 들머리로 들어섰다. 조림지 정상엔 '빨간 목조 원두막'이 있다. 여기 주인 가족이 작업겸 휴식겸 사용하고 있는 곳인 듯하다.

조림지를 넘어서자 바로 고개가 나오고, 고개 좌측 아래엔 목장이 있다. 고개 건너 다시 야산 하나를 넘자 다시 고개가 나온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직진하여 숲으로 들어가자 아카시 고목이 군데군데 쓰러져 있고 잡목이 아주 무성히 자라고 있어 등로 찾기가 아주 곤란하다. 짐작으로만 잡목을 헤치고 나가니 다시 고개가 나온다. 고개에서 11시 방향으로 틀어서 본격적인 오름을 시작한다.

 

위쪽에 철망을 사방으로 두른 묘지가 나타나서 누구의 묘지이길래 철망까지 둘렀을까 궁금했는데, 가까이 가보니 묘지가 아니라 '수도시설'이다.

 

# 세 번째 고개에서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철망 두른 수도시설.

 

  

철망 따라 올라가서 길이 잠시 헷갈렸는데 정맥길은 철망 바로 뒤에서 위로 이어진다. 이곳 역시 등로가 희미하고 잡목이 우거져서 길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야간에 이곳을 지난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낑낑 올라가니 정상 부근에 도달하게 되고 '군부대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누군가 째려 보고 있어 흠칫 놀랬는데 자세히 보니 표적지로 사용하는 군인 모형을 참호 위에 위장용으로 세워 두었다.

 

 
# 205봉 정상의 군부대.

  

 # 사계청소가 되어있어 조망이 툭 트였고 지나온 정맥길과 목감사거리, 어제 지나온 정맥길도 보인다.

 

  

철조망을 따라 우측으로 진행하다가 아래로 가파르게 오른 만큼 떨어져 내린다. 바닥까지 완전히 내려가자 산복숭아꽃과 노란 애기똥풀이 만발한 넓은 안부가 나온다.

애기똥풀은 이 시기에 야산이나 들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초다. 줄기를 꺾으면 노란 진액이 흘러 나와 꼭 애기의 응가 색깔같은 느낌이 난다고 얻은 이름이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야생화의 이름을 짓는 사람들의 상상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 노란 애기똥풀의 꽃잔치가 벌어진 안부.

 

  

안부를 지나 다시 전방으로 올라갔다. 한바탕 치고 올라가니 정상에는 '원형 철조망'을 둘러쳐서 접근할 수가 없고, 산의 9부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진행한다.

다시 군부대 철조망을 만나고 아래로 계속 떨어져 내린다. 철조망을 따라 계속 내려가니 고개가 나오고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나 보다. 이어서 다시 산 정상까지 철조망을 따라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간만에 산다운 산을 타고 오르려니 땀이 비오듯 하고 숨이 턱에 찬다.

비 소식이 있고 습도가 높아서인지 아주 무덥다. 중간중간 물 섭취를 했다. 낑낑 올라 정상에 오르니 정상부는 암반으로 되어있다. 접근할 수가 없어 우회하는데 모두 너덜지대이다. 조심스레 우회해야 한다. 다시 철조망을 만나고 멀리 수암봉이 조망된다. 아직 몇 개의 봉우리와 능선을 더 이어가야 한다.

 



# 군부대 철조망을 다시 만난다. 멀리 수암봉이 조망된다.

 

  

철조망이 끝나고 원형철조망 지대가 나온다. 잠시 진행하다가 다시 철조망을 따라 간다. 암반으로 되어 있는 정상을 만나 암반지대를 완전히 한바퀴 돌아 정상에 오른다. '235봉'이다.(11:15)

 

 
# 235봉에서 바라본 수암봉.

 

 

 # 이 능선을 타고 올라 다시 우측으로 능선을 이어가야 한다.

 

  

235봉의 암봉 위에 올라서자 주변 조망이 아주 훌륭하다. 하늘이 잔뜩 찌뿌려 있고 황사 현상도 나타나 깨끗한 조망은 아니지만 나름 시원한 풍광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한숨 돌리며 쉬었다. 가야 할 정맥길의 수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조망된다.

수암봉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암봉에서 내려와 표지기 하나 달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안부까지 내려섰다가 철조망을 따라 길게 올라야 한다. 중간중간 참호가 앞을 가로막아 돌아 가거나 뛰어 넘어야 했다.

철조망과 헤어져 작은 고개 하나를 지나면 본격적인 등로가 시작된다. 잠시 후 작은 '철계단'이 세워져 있는 '전망바위'에 도착했다. 11:35.


황사로 인하여 시야는 나쁜 편이지만 안산 시내, 목감동, 고속도로와 가야 할 수암봉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고 있어 오래 서 있기가 힘들다.

 


# 연노랑색의 병꽃.

 

 

 # 철계단이 있는 전망바위.

 

  

# 외곽순환고속도로.

 

 

 # 지나온 정맥길.

 

 

다시 넓은 등로를 낑낑 올라가니 삼각점과 참호가 있는 '335봉'에 나온다. 고도계 시계가 정확하게 335m를 가리키고 있다. 신기한 느낌이다. 이렇게 정확하게 맞아 보기는 처음이다.

335봉에서 방향이 우측으로 꺾여 편안한 능선길을 걷게 된다. 이정목이 하나 나오는데 '순례자성당 갈림길'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 성당갈림길.

 

  

계속해서 편안한 길을 이어 간다. 우측에서 등산객 한 사람이 올라오더니 전방으로 씩씩하게 올라간다. '수암봉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이제부터는 가족 단위의 편안한 차림새의 유산객들을 많이 보게 된다. 잠시 가자 '소나무쉼터'가 나오고 아래로는 외곽순환도로 수암터널이 지나고 있다.

등로 주변으로 애기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아직 꽃을 피우지는 않았다. 유산객들과 섞혀서 잠시 진행하니 거대한 암봉을 되어 있는 수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엔 많은 사람들이 올라 있다. 밧줄구간이 나와 잠시 줄을 잡고 오르니 '수암봉' 정상이다. 12:15

 

 
 # 수암동 주차장 갈림길.

 

 

 # 수암봉 정상부.

 


 

수암봉(秀巖峯).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암봉이란 뜻이다. 수리산을 매의 모습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할 때, 수암봉은 그 부리에 해당되는 곳이다.

 

아주 시원하고 전후좌우 조망은 최고인데 날씨만 좋았다면 금상첨화일 듯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백여 명 이상의 사람이 올라서 있고 이곳 저곳 무리지어서 난장을 이루고 있다. 중년 여성들의 아~하하하하 웃는 조심성 없이 내지르는 웃음 소리 가득하다.

그래도 주변 경치가 좋아 참아 넘길만 하다. 전방으로 수리터널과 태을봉의 모습, 이어서 칼바위 능선 통해 슬기봉으로 이어지는 수리산의 주능선이 보인다. 우리 동네 뒷동산이라 수십 차례 지나간 길이다. 슬기봉의 당당한 모습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 지나온 정맥길. 중앙의 335봉과 좌측으로 223봉으로 내려 가는 길.

 

 

 

 # 수리터널과 수리산의 주봉인 태을봉. 그 너머에 우리집이 있다. 황사 탓에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

 

 

# 태을봉에서 넘어오는 능선과 슬기봉의 군부대. 저 아래 헬기장을 지나 군부대가 있는 슬기봉까지 가야 한다.

 

 

# 아래쪽에 있는 헬기장을 땡겨보니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 정상 한켠에 조막걸리를 팔고 있어 한잔 시원하게 들이켰다.

 

  

사람들이 계속 무리 지어 오르고 있어 소란스럽기 이를 데 없다. 편안히 쉬기도 앉아서 간식 먹기도 어렵다. 마침 막걸리를 팔고 있길래 한 잔 달래서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켰다.


요근래 한 달여 동안 식중독에, 목 염증이 심한 기침 감기에, 치과 치료 등등 이유로 술을 전혀 못 했는데, 한 달 만에 마신 막걸리 한 잔이 감격스럽다. 한 잔 더 했으면 좋으련만 그랬다가는 오랜만에 마신 술에 헤롱거리느라 산행을 이어 가지 못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가파른 암릉 길을 줄 잡고 스틱에 의지해 내려가다 조금 더 가니 '헬기장'이 나옵온. 헬기장에도 막걸리 장수가 있고 여기저기 둘러앉아 파티가 한창이다. 어딜가나 여성들의 째지는 하이톤의 웃음소리는 여전하고...

 

 
# 헬기장에서 돌아다 본 수암봉. 

 

  

헬기장에서 슬기봉 가는 길엔 '초소가 있는 무명봉'과 '451봉'이 버티고 있다. 철조망을 따라 가파르게 오름을 오르는데 수암봉 전후로는 표지기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수리산 구간은 아는 구간이라 걱정은 없다.

초소가 있는 무명봉을 오르고 다시 전방의 451봉을 힘들게 올라갔다. 안양 쪽에서 올라 온 사람들이 이 길을 통해서 수암봉으로 많이 가고 있다. 일반적인 등산객과는 다른 차림이 신기한지 힐끔거린다. 호기심 강한 한 부부는 어떤 종류의 산행을 하는지 기어코 물어 본다. 한남정맥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해주니 그런 일을 왜 하느냐는 표정이다.

451봉에서 좌측으로 꺾어 내려 산의 사면을 가파르게 내려 가니 '넓은 공터'가 나오고 군용 트럭 두 대가 주차되어 있다. 공터 바로 앞은 공군부대로 올라가는 '넓은 도로'다.

 

 


# 슬기봉의 군부대를 땡겨 본다.

 

 

# 초소가 있는 무명봉을 올라야 한다.

 

 

# 다시 451봉까지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 451봉에서 숨을 고르며 돌아 본 모습. 수암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 공군부대로 오르는 넓은 도로.

 

 

 

넓은 도로를 따라 '공군부대 정문'까지 올라갔다. 정문 직전에 '통신케이블 매설'이라는 작은 팻말이 붙어 있고, 군부대 때문에 정맥길은 이곳에서 우회해야 한다. 이 '우회로'는 아주 가파르고 위험해서 특히 동절기에는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우회로 시작점에 표지기 하나 달고 아래로 떨어져 내린 후 다시 슬기봉을 향해 가파르게 올라 간다.

정상 8부 증선쯤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아랫쪽 길에 표지기가 하나 붙어 있지만, 사실은 위쪽 길로 가는 것이 더 좋다. 위쪽 길로 오르면 암릉이 나오고 암릉 너머 내리막에 밧줄이 매달려 있다.


암릉에 서면 지나온 정맥길과 앞의 군부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밧줄 잡고 내렸다가 다시 잠시 오르면 슬기봉 우회로가 끝난다. 13:40

 


# 산괴불주머니.

 

 

# 올해 처음 촬영한 개별꽃.

 

 

# 밧줄을 타고 가파르게 내려야 한다.

 

 

# 동절기엔 상당히 위험한 곳이다.

 

 

# 암릉에서 바라 본 풍광. 태을봉에 연결된 수리산의 주능선이 보인다. 태을봉 우측 능선으로 내려가면 우리집이 나온다.

 

 

# 암벽에 몸을 붙인 眞眞伊.

 

 

 

슬기봉 우회로가 끝나는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산본에서 슬기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나무 계단길이 나오고 그 길은 용진사로 이어진다.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바로 앞 봉우리가 가짜 슬기봉이다. 슬기봉이 군부대 때문에 못 오르게 되어 있어 산본 사람들은 그 앞 봉우리를 슬기봉이라고 부른다.

그 능선을 타고 계속 나가면 수리산의 주봉인 태을봉으로 이어지고 그 곳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 관모봉 거쳐 산본으로 내려 가는 길과 안양 창박골로 내려가는 길로 갈라진다.

그러나 정맥길은 슬기봉 우회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우측으로 산의 정상을 휘감아 돌아 가다가 아래로 급격하게 떨어져 내려야 한다. 이곳 하산길은 아주 가파른 길이라 평소에도 조심을 해야 하는 길인데, 잘 알면서도 낙엽에 미끄러져 한바탕 자빠링을 했다.

잠시후 '검은색 PVC 관'을 만났다. 이 관은 공군부대 상하수도관이다. 관을 따라 아래로 내려 가는데 관속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가파른 내리막을 한참 내려 오다가 넓적하고 편안한 바위가 하나 나오길래 배낭 벗어 두고 점심을 먹었다.

 

 


# 군부대 상하수도관.

 

 

 

과일 등 간단한 행동식으로 점심 먹고 한참을 쉬다가 다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 용진사로 갈라지는 '넓은 공터'를 만나다. 잠시 더 진행하면 '정자'가 있는 '오거리 쉼터'가 나온다.

이곳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총집결하는 곳이다. 이 구간이 MTB 하는 사람들의 메카 같은 곳이라 잔차
탄 사람들이 중요부분이 툭 튀어 나온 민망한 차림으로 모여들기도 하고, 슬기봉을 올랐던 안산 사람들이 거쳐 가는 곳이기도 하고, 마라톤 동호인들도 많이 모여 들고, 산책나온 가족들도 꼭 거쳐 가는 곳이다. 이른바 '만남의 광장'이다.

나도 평소에 집에서 출발해서 관모봉, 태을봉, 칼바위능선, 슬기봉, 이곳 정자, 감투봉 거쳐 산본 3단지 뒤까지 이어지는 C 자 형태의 수리산 종주를 자주 했다. 쉬엄쉬엄 가면 5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오늘도 잔차 동호인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스바 장수가 매일 나오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정자 뒤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 정자가 있는 오거리 쉼터. 만남의 광장.

 

  

산불초소에서 정맥길은 우측으로 꺾여서 편안한 산책길로 이어진다. 산본사람들의 운동코스인지라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수시로 스쳐 지난다. 완전무장한 내 모습이 요상한지 모두들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고글을 착용했다.

이 길도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은 곳이다. 몇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길게 한 번 올라가서 쉼터가 있는 '258봉'에 오른다. 14:45

이틀 동안 계속 걸었더니 이제는 완전히 지쳤다. 편안한 이 길에서도 터덜터덜 발걸음이 무겁다. 258봉 내리막에서 지인을 한 사람 만났다. 얼마 전까지 같이 근무하다 사직했던 동료인데, 산본으로 이사 왔다 한다. 그만 두었지만 회사일에 관심이 많아 이번 대폭적인 인사에 대한 얘기며 그동안의 안부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보니 30여 분을 후딱 까먹어 버렸다.


다음에 쐬주 한 잔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시 몇 번의 오르내림과 갈림길을 지나게 된다. 잠시후 산본에서 외곽으로 빠져 나가는 도장터널 위를 지난다. 도장터널은 내가매일 출퇴근하는 길이다.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가 예쁜 길이다. 지쳐서 헉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오름을 하나 치고 오르니 '감투봉'이 나온다. 15:25.



# 산불초소가 있는 감투봉.

 

  

감투봉에서 직진하면 산본 3단지 체육공원까지 연결되는 길이다. 정맥길은 감투봉에서 우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우측으로 길게 내려가면 식당이나 카페들로 구성되어 있는 신기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원래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으나 몇 해 전부터 한 두집씩 식당이며 카페며 들어서더니 먹거리촌이 되어 버렸다.

몇몇 집은 음식맛이 상당히 좋아 인근 주민들로 늘 붐비곤 한다. 뽕칼국수 샤브샤브집이 내 입맛엔 꼭 맞던데... 스머프 집처럼 꾸민 '신기명가'란 집과 '문스힐'이란 하얀 카페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신기마을의 시멘트길 따라 쭈욱 내려가면 우리나라 부의 상징인 '안양 베네스트골프장' 정문이 나온다. 이곳에서 건널목을 건너도 되고 좌측으로 꽃집들을 지나 내려가서 '용호사거리'에서 건널목을 건너도 된다.

 



# 길가에 있는 볼록거울에 셀프 샷을 한방 날렸는데 사람은 콩알만하게 나오고 아파트만 잡혔다. 저곳 아파트로 이번 달 말에 이사할 예정이다.

 

 

# 안양베네스트 골프장 정문. 우리나라 최고 부자들의 놀이터다.

 

 

# 용호사거리. 건널목 건너 길 따라 쭈욱 가야 한다.

 

  

용호사거리 건널목을 건너 '용호 초등학교'를 지나 아파트 사이의 도로를 따라 쭈욱 내려간다. 오전엔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제는 날씨가 너무 무덥다. 아파트 슈퍼에 들러 생수를 사서 물 보충도 하고 아이스 바도 하나 사 먹었다.

길 따라 쭈욱 내려 가다가 사거리가 나오면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야 한다. 정면으로 경부선 철길이 지나가고 경부선 아래로 지나가는 '지하차도와 지하도'가 나란히 있다. 지하도 입구는 '군포시 노인복지회관' 바로 앞에 있다.

 

여학생 두 명이 지하도로 들어 가다가 내 모습을 보고는 겁이 나는지 따라 오질 않고 멀찍이 서서 망설이고 있다. 내가 그렇게 험악하고 범죄형으로 생겼나? "음~ 이놈들아! 죄 많은 사람이지만 항상 세상을 바르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맑고 향기롭게!!!"를 삶의 모토로 하고 있단 말이다!"

지하도를 나오면 정면에 '한세대학교'가 보인다. 순복음신학대에서 얼마전 이름을 바꿨다.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한세대 정문으로 들어가서 언덕을 넘어 큰말고개로 갔다고 되어 있지만, 이곳은 평소에 자주 지나 다니는 길이라 내가 길을 잘 안다. 우측의 '성원아파트'와 '대우아파트' 사이의 길로 올라가면 바로 큰말고개에 갈 수 있다.

성원과 대우 아파트 자리는 몇 년 전만해도 판자촌이었다. 도시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이곳에서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고단한 생활을 이어 갔었는데,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변모했다.

큰말고개를 넘어 가면 의왕시 부곡동으로 넘어 가고 부곡저수지나 부곡IC, 수원 정자지구로 넘어갈 수 있다. 큰말고개의 '종가쌈밥집'은 작년쯤 마눌과 한번 들렀다가 불쾌한 기억만 가지고 나온 집이다.

 


# 노인복지회관 앞의 지하도로 들어 가야 한다.

 

 

# 한세대학교. 정문으로 가지 않고 바로 우회전해서 길따라 올라 가면 된다.

 

 

# 큰말고개에 있는 쌈밥집.

 

  

쌈밥집 정문 앞에 있는 야산을 올라가면 철망이 앞을 가로 막고 철망을 넘어가면 조림지가 나온다. 조림지를 넘어서자, 어렵쇼? 도로공사를 한다고 정맥의 마루금을 완전히 절단해 버렸다. 최근에 공사를 시작했는지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는 전혀 언급이 없던 광경이다.

대형 트럭이 계속 드나들고 포크레인이 쉴 새 없이 땅을 파 헤치고 있다. 화물 터미널로 들어가는 전용도로를 건설하는 모양이다. "학교 앞에 화물전용도로가 웬말이냐?" 라고 적은 도로건설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난감하다. 어디로 가야 하나? 일단 '절개지'의 최상단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도로공사장을 가로질러 좌측 절개지 끝으로 가서 절개지 사면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산을 절개하면서 나무들을 베어 넘겨서 절개지를 치고 올라가기가 만만치 않다. 절개지 꼭대기에 올라가니 전방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이 보인다.

 

 
# 정맥 마루금을 끊어 도로를 내고 있는 현장.

  

  

정맥길에 복귀해서 다시 한참을 진행하자 고개가 나오고 고개 좌측으론 주말농장이 보인다. 고개를 가로질러 다시 오름이 시작되고 한바탕 치고 올라가니 '고인돌'이 나온다. 16:50

감투봉에서 이곳까지 1시간 25분이나 걸렸다. 산이 아닌 도로 건너고 아파트 사이 걷고 절개지에서 헤매고 하면서 1시간이나 소모했다. 시간 지체가 심했지만 고인돌 위에 앉아 한숨 돌렸다.

 

 

# 고인돌. 수천년 세월이 느껴진다.

 

  

고인돌을 지나 야산 하나를 밀어올렸다. 양지 바른 곳에 묘지 3기가 있다. 정맥길은 잘 뻗어 있는 산 위쪽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꺾어 떨어져 내린다. '오봉산 갈림길'이다.

잠시 진행하자 송전탑이 있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니 4차선 포장도로가 앞을 가로막는다. 절개지를 따라 좌측으로 가서 도로가에 내려 섰다. '고고리고개'다. 17:15

 

 
# 무덤가에 예쁘게 피어 있는 조개나물.

 

 

# 오봉산 갈림길. 우틀해야 한다.

 

 

# 고고리 고개. 이동고개라고도 한다.

 

  

고고리고개란 말은 처음 들어 본다. 이 동네에서는 이곳을 다들 이동고개라고 부른다. 도로를 건너 고개 위쪽으로 올라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길 따라 직진하면 부곡동이, 우회전하면 큰말고개의 쌈밥집이 나온다. 이 고개 위 삼거리가 '이동고개 삼거리'다.

고개 정상엔 '버스 정류장'이 있고 정류장 바로 뒤에 '배수지 철망'이 있다. 배수지 철망에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다. 배수지 철망을 따라 가는데 철망안에서 진돗개 한마리가 덤빌 듯이 짖어댄다. 철망이 'ㄴ'자로 꺾여있어 따라 올라가면 '송전탑'이 나오고, 잠시 더 올라 '공동묘지'에 오른다. 17:30

공동묘지 상단부로 진행하다가 공동묘지를 따라 우측으로 진행한다. 공동묘지를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간다. 잠시 숲길을 걷는데 누군가 숲속에 유골단지를 버려 두었다. 매장하거나 납골할 형편이 되질 않아 이 숲에다 산골(散骨)을 한 모양인데 유골단지를 그냥 버려 두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다시 길게 진행해가니 봉담~과천간 고속화도로가 앞을 가로막는다. 저 멀리 좌측으로 '동물이동통로'가 보인다.


 


# 공동묘지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할미꽃. 왜 할미꽃은 꼭 무덤가에 피어 날까?

 

 

# 참취와 꽃이 비슷한 솜방망이.

 

 

# 봉담~과천간 고속도로와 에코 브릿지.

 

 

 

고속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길게 내려가서 에코 브릿지를 건넌다. 통로 위에는 돌탑이 두 개 세워져 있다. 차량 통행이 아주 많다.

다시 우측으로 길게 올라 정맥길과 합류해야 하는데 나무계단을 낑낑 올라가니 잘 가꿔진 '대형 묘지'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틀해서 묘지 위로 올라갔다. 묘지 위에 서니 조망이 훌륭하다. 어느새 태양이 많이 기울었다.

다시 오름에 올라 헉헉 낑낑대며 올라서면 '165봉'이 있다. 18:00. 그런데 이곳에서도 고도계가 정확하게 일치된 수치를 보여준다. 잠시 더 진행하니 길이 넓고 평탄하게 잘 나있는데 '수원시 경계'란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16:09

 

 


# 수원시 경계 이정목.

 

 

 

김포, 인천, 부천, 시흥, 군포, 의왕을 거쳐 드디어 수원시 경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되는 순간이다. 잠시 진행하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정맥길은 좌측으로 넓은 길을 따라 이어진다.


이내 나무 의자가 있는 '쉼터 삼거리'에 도착하고, 직진하여 '송전탑'을 지나 내려가면 다시 '수원시경계 이정목'이 있는 '고개'에 도착한다.

  


# 넓고 편안한 길을 따라 간다.

 

 

# 수원시 경계 이정목이 있는 고개.

 

  

고개에서 직진하여 오름에 들어서면 송전탑을 지난다. 다시 낑낑 올라서니 '공터'가 나오고 '14번 송전탑'이 있다. 이곳에서 길이 갈라진다.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여기서 내려가면 마루금은 우측으로 휘어지면서 내려가게 되고..."라고 기록되어 있다.


직진길은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는 길이고 우측길은 아래로 떨어지는 길인데, 노란 표지기 하나가 붙어 있다. 우측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나도 표지기 하나를 그 옆에 붙여 뒷사람에게 알려 주고는 우틀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편안한 내리막을 길게 내려 서니 송전탑이 나옵온. 선답자의 산행기에 34번 송전탑이 나온다고 되어 있어 번호를 확인하니, 어렵쇼? 35번 송전탑이네?

이쯤에서 원위치해서 직진길을 살펴 봐야 하는데, 지친 몸으로 다시 그곳까지 올라 간다는 것이 영 내키지를 않았다. 선답자가 번호를 착각했을 수도 있다고 마음 편한대로 생각하고 다시 내리막 길을 걸어 내려가니 묘지와 납골가족묘 등이 나온다.

이런 것이 나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일단 완전히 하산해서 주변을 확인해보고 판단하자." 좀더 내려가니 공장인지 관공서인지 건물이 나오고 저 멀리 고속도로 방음벽이 보인다. 알바다. 짜증이 나고 부실한 판단력에 신경질이 난다. 결국 막판에 이렇게 큰 알바를 하고 마는구나.

선답자의 조금 애매한 표현, "내려가면 우측으로 휘어진다"와 우측에 붙어 있던 표지기 탓에 전혀 엉뚱한 산줄기를 타고 내려 와 버렸다. 이곳의 표현은"12번 송전탑이 있는 공터에서 직진하여 가다가 다시 우측으로 휘어져..." 라고 바꿔야 할 것 같다.

기분같아서는 이곳에서 산행을 마치고 지지대로 돌아서 올라 갔으면 싶지만,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에 붙여 둔 내 표지기를 그냥 두면 뒷사람이 또 나같은 알바를 할 것 같아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

A~ C~ 소리를 연발하면서 다시 산을 타고 올라 갔니다. 낑낑 헉헉! 짜증이 나니 더욱 힘이 든다. 30분을 꼬박 알바를 한 후 12번 송전탑이 있는 공터에 복귀하고, 내 표지기를 제거했다. 우측에 붙어있던 노란 표지기는 산꾼의 표지기가 아니고 송전탑 안내 표지기다.

공터에서 직진하여 오름을 올라가자 등로는 우측으로 90도 꺾여가게 되어 있고, 갈림길에는 보이지 않던 표지기가 필요 없어 보이는 이곳에 붙어 있다.

조금 더 가니 문제의 34번 송전탑이 이제서야 나온다. 안부로 내렸다가 다시 올라서 '167봉'에 도착한다. 알바 때문에 시간 오버가 심해 마음이 급하다. 진작에 끝냈을 시각에 이제 겨우 지지대고개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 '遲 더딜 지' 자를 사용하는 지지대고개여서 이렇게 더딘가? 그래도 숲을 벗어나자 '지지대 비각'이 나온다. 19:00.

 

 


# 지지대비각.

 

 

# 지지대란 이름은 정조대왕의 갸륵한 효심이 서려 있다.

 

  

지지대 고개 휴게소에 마눌이 기다리고 있다. 고집 센 남편 둔 덕에 '포기'란 말을 접수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왕 운짱 한 것 완벽하게 한다고 날머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휴게소 화장실에서 세수 좀 하고 나왔더니 맛있는 저녁을 사달랜다. 좋다, 당신 오늘 고생했는데 내가 한 턱 쏘지.

지지대고개 노송지대엔 유명한 수원갈비집이 많이 있다. 원래 수원갈비의 원조집은 법원 근처에 가야 있지만, 지지대고개 노송지대에 있는 갈비집도 몇 번 가 봤는데 갈비맛이 좋았길래 마눌 데리고 갔다.

  


# 이틀 연속 산을 타서 허기가 짐에도 맛이 별로 였던 수원갈비.

 

 

식사 도중 산동무인 임호빈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지대고개까지 계획을 했는데 슬기봉 아래 정자 쉼터에서 멈췄다고 한다. 오늘 하루 만에 새사미아파트에서 지지대까지는 아무리 준족이라도 좀 무리다.


우리 동네까지 오셨는데 택배해 드리고 같이 저녁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지금 지지대에서 식사 중이라 마음만 있지 그렇게 해드리질 못했다. 다음을 기약할 밖에...

세상살이가 한결같기는 어려운 일인가? 인간관계도, 삶의 방식도... 여기 수원갈비집도 그러한지 갈비가 영 맛이 없다. 옛날에는 상당히 맛있는 집이었는데...

'한결같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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