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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네번째(장명이고개~장수IC)-봄바람, 꽃향기 가득한 한남길! 본문

1대간 9정맥/한남정맥 종주기

[한남정맥]네번째(장명이고개~장수IC)-봄바람, 꽃향기 가득한 한남길!

강/사/랑 2007. 6. 28. 23:03
 [한남정맥]네번째(장명이고개~장수IC)

 


가정을 책임 진 소시민적 가장이다 보니 온전히 백두대간 종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2월 26일. 어두운 밤중 찬바람 휘몰아치는 백두대간 댓재에 내려선 후, 여러 가지 대소사(大小事)가 연속으로 이어져 백두대간은 근처에도 못 갔다.


노환(老患)의 장모님 편찮으셔서 병원에 모시고 간병하느라, 또 2주일 만에 돌아가셔서 영결(永訣)하고 슬픔 갈무리하느라, 다음 주는 아버님 기일이라 제사 모시느라, 또 그다음 주는 돌아간 형님 산소에 술 한 잔 올리려 진주 다녀오느라...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여러 일과 관혼상제(冠婚喪祭)의 많은 행사 겹치니 이래저래 백두대간 종주는 꿈도 못 꿀 일이다. 마눌은 이 모든 일과 행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연속으로 집안 행사 강행군을 했으니 몸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몇몇 행사 마무리 한 뒤 덜컥 고장이 나 버렸다.


처음에는 몸살 때문에 고생하더니 급기야 지독한 기침 감기를 함께 앓아 엄청나게 힘들어 한다. 병원 가서 검사하였더니 폐렴 초기증세로 진단한다. 심하진 않아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요양이 필요했다.


폐렴은 쉬운 병이 아니다. 관리 잘 못해 깊어지면 심각해지는 병이다. 평소 건강한 사람이지만, 일주일 넘게 고생을 하고 있다. 밤엔 기침하느라 잠을 통 못 잔다. 옆에서 보기에 안타깝다. 그래도 워낙 운동량 많고 건강하여 그럭저럭 극복하고는 있다.

며칠 전 홀로 산꾼들의 번개모임이 있었다. 사당동 모임에 참석했다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갔는데, 마침 그날이 마눌 생일날이었다. 작년 생일 때는 소백산 박달령에서 휘영청 둥근 보름달을 같이 보았었는데, 올해는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미리 선물 준비를 못했다. 모임까지 있었으니 퇴근도 늦고 마눌 생일 당일은 그날임을 깜빡 잊었다.

 

뒷날 생일 잊었다고 투덜대는 마눌에게 몇 가지 선물 사 주는 걸로 대충 앞가림을 하였다. 그래도 늦게나마 축하 식사는 해야겠기에 동네 근처 횟집을 찾았다. 시각이 너무 늦어 마땅히 알맞은 식당이 없었던 탓인데, 그 집 초밥을 먹고 둘 다 덜컥 식중독이 걸려 버렸다. 늦은 시각이라 횟집 끝물의 재료를 사용해서 탈이 난 모양이다.

마눌 생일 뒷날부터 며칠 동안 둘 다 복통과 두통에 화장실 들락거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러다 나는 급기야 치아까지 탈이 났다. 그리하여 치과에 들러 이를 뽑고 치료하고... 목하(目下) 두 부부가 졸지에 종합병동이 되어 버렸다.

"이 일을 우야노? 대간 들어가야 하는데.... 댓재~백복령 구간이 대간길에서 제일 힘든 구간 중 하나인데... 일이 이렇게 자꾸만 꼬여가니 이 일을 우야꼬? 아이고, 배 아프고 머리 아프고, 치아까지 아파라!"

 

 


봄바람, 꽃향기 가득한 한남길. 그러나 또다시 알바!!!


구간 : 한남정맥 제 4 구간(장명이고개 ~ 장수IC)
거리 : 구간거리(19.9 km), 누적거리(62.5 km)
일시 : 2006년 4월 16일
세부내용 :


장명이고개(07:25) ~ 무명봉 ~ 중구봉(07:50) ~ 폐초소/286봉(08:10) ~ 헬기장1 ~ 헬기장2 ~ 헬기장3 ~ 철마산/헬기장4(08:38) ~ 226봉 ~ 군초소 ~ 아나지고개(09:34) ~ 22번 송전탑 ~ 134봉 ~ 삼거리/돌탑 ~ 164.3봉 ~ 철마정(10:18) ~ 원적산(10:30) ~ 도로/세사미아파트 철계단(10:50) ~ 철마산(11:15) ~ 27번송전탑 ~ 산불감시초소 ~ 장고개 ~ 3번 송전탑 ~ 30번 송전탑/136봉 ~ 구루지고개(12:24) ~ 2번송전탑 ~ 6번송전탑/136봉(12:37) ~ 도로(12:54) ~ 백운공원/점심식사 휴식(13:40) ~ 전철길 ~ 시멘트계단 ~ 산불감시초소 ~ 46번 도로 ~ 팬더아파트/휴식 ~ 나무계단 ~ 만월산(15:00) ~ 팔각정 ~ 송신탑 ~ 도로 ~ 무명봉 ~ 고속도로 톨게이트 뒤 ~ 공원묘지 임도 ~ 쉼터 ~ 철마산(16:30) ~ 187봉 ~ 군부대 후문 ~ 비루고개(17:30) ~ 이가백숙/장수 IC(17:40).

총 소요시간 10시간 15분.(휴식, 알바 포함). 만보계 기준 41,000보.


4월 15일 흙의 날. 몸이 이곳저곳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회사 행사 때문에 다른 생각은 올 스톱이다. 오전 일찍 치과에 들러 치료하고 기능을 상실해버린 이 하나는 뽑아 버렸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곳이 치과인지라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더니, 결국엔 몸은 몸대로 고생하고 돈은 돈대로 무지막지하게 잡아먹게 생겼다.

옛날에 읽은 책 중에 치과엘 죽기보다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 이유가 독특하였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독립운동가였다. 일경에 붙잡혀 입에 나무막대로 재갈을 물리고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 그 끔찍한 고통의 트라우마로 아들 역시 그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치과엘 가기 싫어하는 내용이었다.


난 아버님이 독립운동을 하시지도 않고 고문을 당하시지도 않았는데 치과는 끔찍이도 싫다. 내 담당 치과의사. 내가 세상에서 자기 일터를 제일 싫어하는 줄 알았는지 복수하느라 드릴로 내 머리통을 뚫어버릴 기세다. 드드드드... 으아아아아~~

치료 끝내고 의사에게 물었다. "내일 산행을 가야 하든데 괜차커스니까?" (마취가 덜 풀려 발음이 요 모양이다.) "얼마나 걸리시는데요?" "한 열 티간뜸..."(역시 마취가 덜 풀려...) "좀 곤란한데요. 너무 오래 걸으면 통증이 올 수도 있어요."

치료 후 회사 행사장엘 갔는데 한두 시간 있었더니 마취가 풀리면서 욱씬욱씬 쑤시기 시작한다. 아이구, 안 되겠다. 집에 가자! 집에 돌아와 마눌더러 지금 대간 갈 수 있겠냐고 했더니, 자기 몸도 엉망이지만 당신 그 몸으로 어딜 가겠다는 거냐고 난리다. "음, 알았소."

TV 보다가 책 좀 보다가 해보지만 영 집중이 안 된다. 안 되겠다. 한남이라도 들어가자. 배낭 꺼내고 이것저것 짐 챙기자 마눌 혀를 끌끌 찬다. "참, 당신도 대단하요. 뭐 하나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리니..." "내가 원래 좀 그런 면이 있지? ㅎㅎㅎ"


철마산/鐵馬山

계양산의 한 줄기가 서쪽으로 뻗어 높이 뭉친 산을 철마산(鐵馬山) 이라 부르고 있으나 원래의 이름은 천마산(天馬山)이다. 이 산의 유래는 암석에 말발굽(馬蹄) 이 많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 계곡을 용마가 나타난 곳이라 부르는데 이 산에서 천마가 나왔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 산 기슭에는 고려 때부터 살아 왔다는 합천 이씨와 백천 조씨가 많이 산다. 조선조 중기 이 이씨 문중에는 한 장사가 태어났는데 그 아기는 태어난 지 일주일만에 걸음을 걸었다 하며 아기의 양어깨에 날개가 달려 하늘을 오르내렸다 한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장사가 나면 나라님께 반역할까 두려워하여 장사를 없애버리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 장사의 부모들도 벌벌 떨며 외인이 알기 전에 이 아기장사를 죽이고자 다듬이 돌로 눌려 죽이려 할 때 천마산에서 천마가 나타나 큰 소리를 내어 울며 아기장사의 집을 빙빙 돌다가 아기장사의 목숨이 끊기니 천마도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씨 문중에는 많은 인물이 배출되었으나, 그런 후에는 큰 인물도 나지 않았다고 하며, 그래서 이산을 神聖視 하고 天馬山, 馬蹄峯 이라 부르고 있다.

만월산/滿月山

원통산→주안산→만월산으로 바뀌었다.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 있는 만월산(187.1m)은 옛 인천부 朱雁面에 소재한 朱雁山이다. 이 산의 흙과 돌이 모두 붉은 빛이라 朱자와 산의 형국이 기러기가 나는 것 같다하여 雁자를 붙이어 주안산이라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1861년에 간행된 고산자의 대동여지도에는 한문 표기에 '雁을 岸'으로 바뀌어 朱岸山으로 되어 있다. 이 주안산을 주산으로 한 지봉이 서해바닷가를 휘돌아 해안에 접하고 있었으니 朱岸山이라 함도 그리 잘못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 만월산은 한일합방 후 인천지방의 지지조사에 의하면 인천부 주안면 元通山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1986년에 발간된「한국지명 총람」에 「원통산-선유산, 간석동과 만수동 경계에 있는 산, 높이 187m, 신선이 놀았다고 함」이라 기록되어 있다. 옛부터 부평사람들은 주안산으로 부르지 않고 이산을「원통산」 으로 불러 왔으며 지금의 시립묘지 입구인 십정동에서 약사사로 넘어가는 고개를 "원테이 고개"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 산 중턱에 약사암을 창건하며 '東方滿月世界 藥師如來 淨瑠璃國'이라는 佛國을 건설하여 일체 중생의 질병을 치료할 것을 서원하고 본래 산이름인 주안산, 원통산을 「滿月山」이라 고쳤다.

아나지고개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무학대사로 하여금 도읍지가 될 만한 곳을 두로 살펴보게 하였다. 산수가 좋은 곳을 찾아 다니던 무학대사는 부평에 이르러 들이 넓고 기름지며 가까이 한강까지 끼고 있으므로 도읍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도읍 터는 백 개의 봉우리를 가져야 하는데 세어 보니 봉우리가 꼭 백 개였다. 그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이성계는 부평 땅이 능히 도읍이 될 만한 곳이라 기뻐하며, 주안산(만월산)에 있던 주안사로 무학대사를 보내어 산신께 제사를 지내도록 당부하고는 흡족한 마음으로 개성으로 돌아갔다. 뒤에 다시 백관을 이끌고 찾아와 확인하니 백 개였던 봉우리가 아흔 아홉 개밖에 되지 않았다. 한 개의 봉우리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개의 봉우리는 원통해서 주저앉아 원통이 고개가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99번째 봉우리로 가는 고개는 지금도 아흔 아홉 번째라는 뜻의 '아나지 고개'로 불리고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남정맥 제 4 구간 장명이고개 ~ 장수IC 개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4월 16일 해의 날. 집 바로 뒤로 지나가는 외곽순환도로 타고 '계양 IC'로 나와 곧장 직진하기만 하면 계양산 자락의 '장명이고개'가 나온다. '이종환의 쉘부르'라는 카페 담벼락에 주차하고 가볍게 스트레칭한 후 길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 구간 들머리 앞에 섰다.

장명이고개엔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고 있어 기온을 체크하니 3도 밖에 안 나간다. 자켓을 벗고 시작하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그냥 입고 가기로 했다. 이날 종일 바람이 강하게 불고 기온이 낮아 쌀쌀한 날씨였다. 들머리엔 표지기 몇 개가 강하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대간을 진행해오면서 대간길에 땀방울과 발자국 외엔 아무것도 남기지 말자고 마눌과 약속을 한지라 표지기는 애초에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코 푼 휴지조차 비닐봉지에 담아 올 정도로 나름대로 결벽증을 보였었는데, 밀재 하산길, 은티재 하산길 등에서 몇 번 심각한 알바를 하면서 표지기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한남정맥을 하면서 지도 없이 개념도만 들고 진행하느라 지난 구간에서 정말 엉뚱한 곳을 두시간 반이나 헤매고 나니까 표지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이 갈라지고 꺾이는 곳에서 표지기 하나만 제대로 붙어 있었다면 그렇게 헤매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지난주 표지기를 300장 만들었다. 꼭 필요하다 싶은 곳에만 최소한으로 붙여 보자는 생각이다. 그래야 뒷사람이 나 같은 알바를 하지는 않을 테니.

그래도 표지기 만들고 첫 들머리이니 이곳에는 한 개 붙여 보자! 첫 표지기여서인지 어째 조금 경건해질려고 하네?

 

 

 

# 오늘 구간 들머리.

 

 

 

시작부터 제법 가파른 오름이 이어진다. 종합병동으로 아픈 몸이라 컨디션이 별로인데, 어제 치아 뺀 자리가 조금씩 욱씬욱씬 거린다. 그래도 등로 주변에 꽃분홍으로 곱게 치장한 진달래 무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꽃향기로 환영을 해 주어 힘든 줄 모르고 올라갔다. 참 곱게도 피었구나 眞眞이!!!

문득 빼재 너머 덕유삼봉산 정상에 누군가 새겨 두었던 진달래에 관한 절창(絶唱)이 생각난다.

진달래 밭에서/너만 생각하였다// 연 초록빛 새순이 돋아나면/ 온몸에 전율이 인다는/ 眞眞이// 이제 너만 그리워하기로/ 사나이 눈감고 맹세를 하고// 죽어서도 못 잊을/ 저 그리운 대간의 품속으로/ 우리는 간다.// 끊어 괴로운 인연이라면/ 구태여 끊어 무엇하랴.// 온산에 불이 났네./ 진달래는 왜 이리/ 지천으로 피어서/ 지천으로 피어서

 

 


# 꽃분홍 진진이의 환영 인사.

 

  

첫 번째 오름을 올라 조금 꺾여서 다시 오르니 전방으로 중구봉의 모습이 보이고, 우측 뒤쪽으로 군 초소가 있는 278봉이 조망됩니다. 중구봉과 278봉에는 등산 나온 사람들이 점점이 보인다.


(07:50) 중구봉에 도착했다. 중구봉 정상 입구엔 철조망이 둘러쳐 있고 '철문'이 달려 있다. 동쪽 계양구 쪽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고 있다. '중구봉' 정상엔 이정목과 커다란 돌탑이 세워져 있다. 차가운 바람이 씽씽 불고 있고, 뒤쪽으로 계양산이 우뚝 솟아 있다.

 


# 우측으로 정상에 군초소가 있는 278봉이 조망된다.

 

 

 

# 중구봉, 돌탑이 보인다.

  


# 중구봉 이정목.

 

 

 

# 중구봉 정상의 거대한 돌탑.

 

 

 

# 지난 구간에 만났던 인천의 진산 계양산의 위용.

 

 

 

중구봉을 지나 278봉 가는 길은 편안한 길이다. 일요일 아침의 신선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중간중간 만난다. 잠시 진행하니 군초소와 누군가 만들어 둔 그늘막이 있는 '286봉'에 도착한다.(08:10)


'286봉' 정상엔 강풍이 휘몰아 치고 있어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그러나 전망이 아주 좋아 인천 시내와 가야 할 정맥길, 그리고 멀리 영종도로 들어가는 영종대교가 한 눈에 조망된다. 옛날에 영종도에 놀러 가려면 페리호 타려고 몇시간씩 자동차에 타서 줄을 서야 했는데...

 


# 가르마 같은 저 길을 걸어 초소가 있는 286봉으로 간다.

 

 

 

# 강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286봉.

 

 

 

# 영종대교(Zoom In).

 

 

 

# 우측 산줄기를 타고 가야 한다.

 

 

 

286봉 역시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고 진입구를 제외하고 나가는 문이 두 곳이다. 직진하는 문으로 나가면 산줄기를 타고 효성동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맥길은 초소 바로 뒤에 있는 문으로 나가 둥글게 구부러진 산줄기를 타야 한다.

이곳에도 헷갈릴 수 있겠다 싶어 표지기 하나 매달고 내리막길로 내려갔다. 순하고 편한 길을 걸어 내리자 '첫 번째 헬기장'이 나온다. 잠시 한숨 돌리고 다시 원형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 등로를 따라 가다 보면 중간중간 쉴 수 있는 나무 의자들이 있다.

안부를 지나 잠시 올라가니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육각정'이 나오고, 이정목도 서 있다.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나 운동코스로 많이 이용되는 듯하다. 육각정을 지나 두 번째 헬기장, 다시 조금 더 진행하여 세 번째 헬기장을 지나고, 다시 완만하게 올라 삼각점이 있는 '네 번째 헬기장'에 도착했다.(08:38)

아무 표식도 없지만, 이곳이 바로 '철마산(221m)'이다. 그러나 이 철마산도 오늘 구간 중에 있는 숱한 철마산 중 하나일 뿐이다.

 


# 첫 번째 헬기장에서 돌아 본 286봉.

 

 

 

# 아무 표식이 없이 삼각점만 있는 네 번째 헬기장(철마산1)에서 본 가야 할 정맥길.

 

 

 

철마산 정상 역시 전후좌우 조망이 훌륭하고 바로 앞으로 폐막사가 있는 226봉이 잡힐 듯 보인다. 편안하게 잠시 걸어 폐막사와 벤치가 있는 '226'봉에 오른다.(09:00)

폐막사 안에는 각종 쓰레기와 낙서가 가득하고 누군가 큰 글씨로 "명희야 사랑해!" 라고 적어 두었다. 명희에 대한 사랑은 그대 혼자 간직하시고 이런 공공 장소에 이름을 남겨 명희씨를 욕되게 하지 말아라!


벤치에 앉아 배낭 벗어 두고 물 마시며 휴식하였다. 간식을 좀 먹어 둬야 힘이 날 텐데 식중독 이후 음식 먹기가 두려워 참기로 했다.

 


# 226봉 가는 길.

 

 

 

# 폐막사와 벤치가 있는 226봉 정상. 전망이 훌륭하다.

 

 

 

226봉을 지나 다소 가파르게 하산하다가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을 해보니 군부대 철조망에 막히게 되고 개념도에 표시된 대로 우측길로 내려간다. 좀 더 가파르게 한참을 내려가자 주민들이 무단으로 경작을 한 곳이 나온다. 무단으로 경작한 곳을 무단으로 훼손할 사람들이 걱정되는지 허술한 비닐테이프로 울타리를 이곳저곳 만들어 두었다.

경작지 아래는 군 사격장이다. 맨 위쪽이 영점 사격장이고, 그 아래는 PRI 교장이다. 군 사격장의 우측으로 내려가자 지역 등산객들이 주차해 둔 차들이 많이 있고, 하나아파트단지가 나온다. 하나 아파트를 지나 대우아파트 앞으로 해서 한참 내려오니 4차선 포장도로인 6번 국도와 만난다.

좌측 위쪽 언덕이 '아나지고개'다. 아흔아홉 번째 고개란 뜻이다. 우측으로 육교가 있어 사차선 도로와 경인고속도로를 넘어가게 되어 있다.

육교를 올라서니 등산객 한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철마산 종주를 하느냐고 묻는다. 한남정맥을 한다고 말씀드리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같이 가다 보니 벚꽃이 만발한 공원이 나온다. 마침 깨끗한 화장실이 있길래 먼저 가시라 말씀드리고 근심을 풀고 꽃구경도 하고 놀다 간다.

 


# 아나지고개 아래 육교, 6번국도와 경인고속도로를 넘어 간다.

 

 

 

# 꽃이 만발한 공원

 

 

 

공원을 지나 잠시 올라가니 다시 2차선 도로가 나온다. 신호 기다려 건너가니 좌측으로 깔끔한 모텔이 있다. 일요일 오전인데 차들이 많이 있다. 모텔 우측으로 JY정공이란 작은 간판을 단 건물이 나온다.

JY정공 앞으로 해서 조금 오르면 농가와 경작지가 있다. 농가 끝에서 경작지로 오르는 입구에 복사꽃이 꽃몽우리를 밀어 올리려고 애쓰고 있는 나무가지 높은 곳에 무심이님의 표지기가 홀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표지기가 깨끗한 걸로 봐서 지나가신지 얼마 안된 듯한데 한남 땜빵하셨다더니 혹시 이 구간을 하셨나?

 


# 2차선도로를 지나면 좋은 이름을 가진 모텔이 나온다. 
 

 

 

 

# JY정공 건물 앞으로 올라간다.

 

 

 

# 송전탑을 기준으로 올라간다.

 

 

 

# 복숭아나무에 홀로 매달려 있는 무심이님 표지기.

 

 

 

# 처음 공개되는 강/사/랑의 표지기.

 

 

 

송전탑을 기준으로 작은 야산을 올라서면 산등성이 전부가 온통 무단경작지다. 무단으로 경작을 하고서는 모두들 자기 소유권을 주장하려는지 작은 울타리들을 모두 만들어 두어서 완전히 미로찾기 하는 기분이다.

능선을 올라가자 바위가 있는 134봉을 지난다. 오늘 구간의 가장 유명한 곳인만큼 많은 사람들로 등로가 붐빈다. 형형색색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도 많지만, 아이들과 편안하게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올라온 사람들도 많다. 완전무장하고 가는 모습이 신기한지 전부들 힐끔거린다.

안부사거리를 지나 돌탑이 있는 삼거리를 지나자 배드민턴장이 나온다. 한쪽엔 막걸리장수가 나와 있고 여러 사람들이 둘러 앉아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고 있다. 같이 앉아 한 잔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속이 좋지 않으니 나에게는 그림의 떡. 다만 침만 꼴딱꼴딱 삼킬 따름이다. 막걸리 생각을 떨쳐내느라 속도를 올리고 잠시 후 '철마정'에 이른다.(10:18)

 


# 철마정.

 

 

 

# 아기장사의 전설이 어려있다. 아기장사의 전설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철마정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막걸리 장수가 나와 있다. 한쪽 그늘에서 한숨 돌리고 조망도 구경했다. 철마정에서 편안한 산길을 조금만 진행하면 바로 '원적산'에 오르게 된다.(10:30) 원적산은 오늘 구간 중 유일하게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 철마정 바로 앞에 원적산이 있다.

 

 

 

# 원적산.

 

 

 

원적산 정상은 넓은 공터이고 내려가는 길이 좌측과 우측으로 갈라진다. 누군가 좌측길에 표지기 하나를 붙여 두었지만 우측길이 정맥길이고 표지기도 많이 붙어 있다.

잠시 진행하면 넓은 공터에 이 지역의 특징적인 삼각점(피라미드형 철구조물이 있는)이 있는 무명봉이 나온다. 이곳에도 간이 매점이 있다.

내려가는 하산길과 6차선 도로, 급 절개지, 건너편 철마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너편 철마산의 정상 부근 사면엔 진달래들이 군락을 이루어 온통 꽃분홍 물결이다. 급경사길을 한참이나 걸어 내려가자 6차선 도로와 길 건너 새사미 아파트가 나온다.(10:50)

 


# 특이한 삼각점이 있는 무명봉.

 

 


# 철마산2 가는 길. 맥이 끊기지 않았다면 지척인 거리인데,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고개 건너 다시 절개지 따라 올라 가야한다.

 

 

 

# 절개지가 아주 높고 가파르게 잘려 있다.

 

 

 

# 새사미아파트.

 

 

 

건널목 건너 '새사미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갔다. 세서미 스트리트란 TV프로에서 따온 이름인지 아님 새삶에서 따온 이름인지 알 수 없으나 특이한 이름의 아파트다. 그러나 아주 오래되고 낡은 5층짜리 아파트다. 배가 고파 슈퍼에 가봤지만 장사를 안 하는지 문이 잠겨져 있다. 새사미 아파트 정문 우측에 작은 철계단이 있고 계단으로 올라가서 가파르고 높은 절개지 사면을 따라 올라 갔다.

5시쯤 집에서 과일 몇 쪽 먹은 게 전부인지라 허기가 지고 체력이 떨어져 오름을 오르기가 힘들다. 중간중간 간식을 먹었어야 하는데 배 아플까봐 참았더니 영 힘이 안 난다. 뙤약볕 아래 헉헉대며 올라가니 넓은 공터에 삼각점과 안테나가 서 있는 두 번째 철마산이다.(11:15)

 


# 양지 바른 곳에 머위가 꽃을 피웠다.

 

 

 

# 진달래 물결의 철마산 사면.

 

 

 

# 철마산 정상.

 

 

 

# 지나온 정맥길. 우측 멀리 계양산이 보인다.


 

 

 

철마산 정상엔 특이하게 삼각점이 두 개나 있다. 바로 곁에 넓은 공터가 있고 지나 온 정맥길이 한눈에 조망된다. 오늘 구간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보니 희한하게 철마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네 개나 나온다.


천마산이 철마산으로 변하였다는 전설은 알겠는데 그 이름이 얼마나 좋다고 네 개의 봉우리에 똑 같은 이름을 지었을까? 데이비스 러브 3세란 프로골퍼의 조상처럼 이름짓기 귀찮은 조상이 있었나?

아까 만났던 등산객은 원래 하나의 산인데 길을 내면서 고개를 절개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고 말씀을 하시던데, 그렇다면 중간에 끼여있는 원적산이나 만월산은 또 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두 번째 철마산을 지나 잠시 진행하면 갈림길이 있는 무명봉이 나온다. 허기가 지고 체력이 떨어져 도저히 진행할 수가 없어 좌측길의 나무그늘 아래에서 배낭 벗어두고 쵸코파이 두 개와 두유로 간식을 먹었다. 육포도 몇 개 꺼내서 입에 넣었다.

15분 정도 휴식하고 쉬다가 배낭 둘러메고 그 길로 그냥 진행했다. 개념도 상으로는 지금쯤 산불감시초소가 나와야 하는데 군부대 철조망이 나온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좀 전 무명봉에서 직진해야 정맥길이고 그곳에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지형을 보니 이 길로 내려 가다가 안부를 치고 올라가면 정맥길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도 길은 좌우로 나뉘는데 좌측 바로 아래에는 절이 있는지 염불소리가 들린다. 우측으로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내려 가다가 경작지를 지나 안부로 치고 올라가자 정맥길과 다시 조우한다.

 

군부대 담장이 있는 '장고개'가 나온다. 이곳에서 군부대 배수로 때문에 작긴 하지만 물을 건너야 한다. 우측으로 범양아파트가 보이고 정맥길은 군부대와 경작지를 따라 다시 올라가야 한다. 이후로는 갈림길이 무지하게 많이 나오는데 무조건 직진해야 한다. 이곳엔 이상하리만치 표지기가 없다.

잠시 후 운동시설과 송전탑이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목도 서 있고 좌측 정상방향이라고 이정목에 씌어진대로 따라 갔다. 거대한 송전탑이 나오고 이제부터는 계속 송전탑을 따라 가면 된다. 송전탑을 따라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를 올라가면 그 너머에 송전탑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가 다시 나온다. 내도록 송전탑 타령이다.

 


# 운동시설과 송전탑이 있는 삼거리. 좌측 정상 방향으로 간다.

 

 

 

#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로 올라가야 한다.

 

 

 

# 너머에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 또 송전탑과 산불초소가 있는 봉우리가 있다.

 

 

 

송전탑 무리들을 지나 잠시 비탈길을 내려가자 장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둔 듯한 쉼터가 나오고 그 아래 수레길인 비포장 '구루지 고개'가 있다. 좌측으론 포장도로와 연결이 되는 것 같고 우측으로 넘어가는 곳에 표지기 하나가 붙어 있지만, 정맥길은 고개를 가로질러 통나무길로 올라가야 한다.

2번 송전탑을 지나 계속 올라가자 6번 송전탑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이른다. 제때에 에너지 공급이 안되어서 지친데다 좀전에 먹은 간식 탓에 배가 뒤틀리며 아파 오기 시작한다. 아니 무슨 식중독이 이렇게 질기냐?

이후론 하산하여 백운공원으로 가야 하는데 배가 아파 주의력이 떨어져서인지, 봉우리에서 좌측으로 가야 하는데 직진을 해버렸다. 갈림길이 있는지도 몰랐고 표지기도 못 보았다.

한참 내려가다 이상하다 싶어 주변 지형지물을 살펴보니 좌측 산줄기가 정맥길이다. 또 알바를 했다. 마침 희미한 산길 하나가 그 방향으로 나 있길래 산의 사면을 휘감아 돌아 원정맥길 쪽으로 하산했다. (12:54) 송학사와 백운공원 이정표가 있는 6차선 도로의 건널목 앞에 섰다.

 


# 구루지 고개.

 

 

 

# 산불감시초소와 송전탑이 있는 무명봉.

 

 

 

# 백운역 앞 6차선 도로. 송학사 방향으로 갔다.

 

 

 

건널목을 건너 가니 오른쪽에 백운공원이 나온다. 가족 단위로 나와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공원 한 켠에 작은 매점이 있길래 들어가서 먹을 것을 청하니 컵라면 밖에 없는데 그나마 더운 물이 없다고 한다. 기다릴테니 물을 끓여 달라고 하고 배낭 벗어 휴식했다.


매점 아저씨가 크게 틀어 놓은 라디오 음악소리를 들으며 컵라면을 먹고 생수도 사서 보충하였다. 대간과 정맥을 시작한 이래 중간에 점심을 사먹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아까부터 뒤틀려 오던 배가 이제는 견딜 수 없이 아프다. 일단 화장실부터 다녀와 보고 오늘 구간을 계속할지 말지 그 이후는 결정하자. 공원 한 쪽에 화장실이 있길래 들어가서 근심을 풀었다.

해우(解憂)를 했더니 아직도 배가 아프기는 하지만 조금 견딜만 해서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백운공원엔 벚꽃이 절정이다. 그 벚꽃의 일제히 내지르는 함성이, 꽃향기가 너무 아까워 벤치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 백운공원 벚꽃의 화려한 절정.

 

 

 

(13:40). 점심 먹고 한참을 쉰 후 도로 따라 뒤쪽으로 올라가니 전철길을 넘어가는 다리가 나오고 앞쪽으로 '백운역'이 보인다. 이 다리를 '십정과선교'라 하는 모양이다.

전철길을 넘자 녹색 펜스 철망이 있는 시멘트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올라 조금 가면 산쪽으로 펜스가 터진 곳이 있다. 오름을 치고 올라 능선길을 한참 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초소 우측으로 아주 넓은 공터가 나오고 우측으로 신동아아파트가 보인다.

 


# 백운역.

 

 

 

# 시멘트 계단길로 올라간다.

 

 

 

# 능선에 올라서면 산불감시초소와 우측으로 신동아 아파트가 보인다.

 

 

 

공터는 아주 넓어 축구를 해도 될 정도다. 공터를 넘어 서자 멀리 다음 포스트인 팬더아파트가 보인다. 무명봉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면 녹슨 철조망이 나오고 철조망 터진 곳으로 통과하여 내려가자 산 바로 아래에 건축자재를 쌓아둔 개인소유의 야적장이 나온다.

이 야적장으로 가로질러 가면 바로 팬더아파트로 가는 건널목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만 야적장 대문이 굳게 잠겨 있어서 지나갈 수가 없다. 할 수없이 시멘트 펜스를 따라 우측으로 내려가자 늦바람님의 표지기가 우회하라고 홀로 손짓을 해주고 있다. 외롭지 않게 표지기 하나를 바로 옆에 달아 주고 계속 우회를 하는데 개인소유의 공장들이 계속 이어져 있어 우회길이 아주 멀다.

한참을 돌아 내려가서 골목길에 내려 서고 다시 도로를 따라 처음 만났던 야적장까지 돌아온다. 직진하면 몇 초면 될 것을 20분 가까이 허비했다.

 


# 아래로 내려서서 노란 팬더아파트 뒤 봉우리로 올라야 한다. 멀리 만월정이 보인다.

 

 

 

6차선 도로인 46번 도로다. 건널목을 건너 '팬더아파트'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팬더의 정확한 외래어 표기는 '판다'다. 판다아파트, 어감이 영 별로다. 팬더아파트 역시 오래된 5층짜리 아파트다. 아파트 끝 지하에 슈퍼가 있길래 들어가서 건전지 몇 개 사고 물티슈도 사고, 아이스바도 하나 사서 먹었다.

아파트 그늘에서 한참을 쉬었다 출발했다. 아파트 도로 바로 뒤에 들머리가 있는데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어느 쪽으로도 표지기가 없다.

좌측 위쪽으로 표지기 하나가 있길래 그쪽으로 올라가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돌아와 표지기를 확인하니 낡은 산불조심 리본이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확인하니 우측으로 가다가 갈림길에서 좌측길로 올라가라고 한다. 그대로 올랐더니 중간중간 갈림길이 많고 봉우리 위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도로에서 좌측으로 올라도 이곳에 도착할 것 같다.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니 나무계단이 정상까지 길게 이어진다. 이곳 역시 가족단위의 등산객들이 아주 많다. 나무계단을 낑낑 올라 가니 이 지역 특유의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가 나오는데, 정상인듯 생각되나 정상은 그 너머에 있다. 잠시만 가면 벙커가 있고 국기게양대가 있는 만월산 정상이 나온다.(15:00) 쉬고 알바하고 하느라 시간지체가 심했다.

정상 바로 아래엔 팔각정이 있는데 전망이 아주 좋다. 인천 전역이 바로 한눈에 들어온다. 인천 앞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배들과 부두의 모습, 도심, 문학경기장, 멀리 영종도까지 눈이 시원해진다. 팔각정엔 바람이 아주 거세게 불고 있어 오래 있기가 힘들다. 그래도 구경 실컷하고 일어섰다.

 

 


# 만월산 올라가는 나무계단.

 

 

 

# 만월산 정상의 팔각정.

 

 

 

# 멀리 문학경기장의 하얀지붕이 보인다.

 

 

 

# 가야 할 정맥길. 고개를 또 넘어야 한다.

 

 

 

# 좌측으론 거대한 규모의 공동묘지가 보인다.

 

 

 

만월산을 지나 잠시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직진하여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KBS에서 운용하는 송신탑이 있다. 송신탑을 지나 완만하게 내려 운동시설이 있는 갈림길을 지나고 이후 좌측 부평농장 방향으로 내려가면 된다.

다시 약간 가파르게 한참을 내려가면 산을 벗어나게 된다. 이곳이 바로 국도와 고속도로 진입로가 2중으로 만나는 곳이다.(15:30)

 

 


# KBS 송신탑.

 

 

 

# 운동시설이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산을 벗어 나지만 도로와 산 입구를 높은 시멘트 구조물과 철제 펜스로 막아두어 도로로 바로 내려 설 수가 없다. 우측으로 한참을 내려가서 도로로 뛰어내려 다시 고개 쪽으로 거꾸로 거슬러 올라와야 한다. 도로엔 차량통행이 아주 많은데 차안에서 신기한듯 쳐다본다. 언덕을 올라가자 'SK 주유소'와 '진돗개 방범회사'의 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언덕 오름의 절개지 도수로 쪽으로 표지기 세 개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는 주유소 뒤쪽 공장 안으로 들어 가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러나 표지기 중 하나가 낯익은 분의 것이라서 그 가리킴대로 도수로를 따라 올라갔다.

그러나 이것이 짜증나는 또 한번의 알바의 시작이다. 도수로를 따라 절개지를 가파르게 올라서니 봉우리 정상에 폐 컨테이너가 하나 있고 살림을 하다가 이사를 갔는지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분위기가 음산한 것이 야간엔 무서울 것 같다.

그러나 그 곳에서 길이 갑자기 없어져 버리고 고속도로 톨게이트 뒤쪽의 아주 가파르고 높은 절개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절개지 사면은 가파르고 미끄러워 아주 위험하다. 만약에 눈비가 오거나 해빙기의 질척한 상태라면 극도로 위험할 것 같다.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 서자 톨게이트 사무실 뒤가 나온다. 철제 펜스로 막혀 있고 길은 보이지 않고 나를 이쪽으로 끌어들인 3개의 표지기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좌측으로 언덕을 다시 올라가면 공장이 나오는데 그 쪽은 아닌 것 같고 고속도로 건너에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뚜렷하지만, 그 방향이 맞는 지도 알 수가 없고 일단 고속도로를 건너 갈 수가 없다.

개념도, 산행기 꺼내 놓고 한참을 고심하다가 일단 앞쪽 숲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길이 없어 잡목을 헤치고 일단 산 마루금쪽으로 치고 올라갔다.


속으로 짜증이 막 난다. 아마도 산길만을 고집하시는 분 중 한 사람이 이쪽 길을 개척했고 들머리에 표지기를 하나 달아 두자 다음 사람들이 무심히 뒤 따른 모양이다. 그러나 이렇게 위험한 길을 중간에 아무 표식도 없이 들머리에 표지기 하나만 달랑 붙혀 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또 내가 정확한 산마루금만 고집한다고 해서 그곳에 표지기를 달아 남들에게 강요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특히나 한남정맥은 개발에 의해 도로나 공장, 아파트 등으로 지형이 변해버린 곳이 허다한데 무조건 산마루금만 고집한다는 것도 모순인 것 같다.

산마루금을 바라보고 잡목숲을 헤치고 한참을 올라오니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나오는 능선길과 만나게 된다. 5분만에 올 수 있는 길을 30여분 불안하고 위험하게 헤맸다. 능선길을 따라 잠시 올라 가다가 산의 사면을 우회하여 나가니 놀랍게도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이 아스팔트 도로는 산 전체의 마루금을 휘감아 돌아 넘어 간다. 도로 좌측으론 거대한 공동묘지인데 내가 지금껏 봐 왔던 그 어떤 공동묘지 보다 규모가 크다.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 가다보니 우측에 10번 송전탑이 나오고 잠시 더 올라가자 우측 숲속으로 고개 위에서 봤던 동일한 분들의 표지기가 3개 달려 있다. 이분들의 표지기를 믿고 싶지 않아 잠시 망설이다 숲으로 들어가니 도로와 나란히 올라가는 길이다.

 


# sk주유소가 있는 고개 언덕. 우측 도수로에 표지기가 붙어 있는데 그 쪽으로 가면 안 된다.

 

 

 

# 숲속을 헤매다 발견한 각시붓꽃.

 

 

 

# 공동묘지를 휘감아 도는 도로와 만난다.

 

 

 

# 엄청난 규모의 공동묘지.

 

 

 

잠시 올라가자 운동시설과 쉼터가 나오고 공동묘지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도로 위에는 중간중간 이동 매점이 있어 나들이 나오거나 성묘 나온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다가 다시 봉우리 하나를 올라가는데 정상 바로 앞쪽에서 길이 갈라진다. 그러나 양쪽 어느 방향에도 표지기는 없고 우회로로 진행하다 보니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과 다시 만난다.

그래서 안심하고 계속 직진을 하는데 10여 분 이상을 진행해도 표지기 하나 보이지 않고 주변 지형지물도 선답자들의 산행기와 일치하지 않는다. 마침 가족 단위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길래 개념도 보여주고 길을 물어 보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가야 할 산이 철마산인지라 철마산을 물어보지만 전부 지나온 철마산만을 알 뿐이다. 네 번째 철마산이라고 하니 알 턱이 있나? 심지어는 만월산이 가는 길에 하나 더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 인천 사람들은 좋은 이름 하나 지어 놓고 모든 산에 다 갖다 붙이기로 했나?

지도 없이 개념도만으로 가다보니 이럴 때가 제일 곤란하다. 독도를 할 수 없고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없으니... 이럴 때는 다시 원위치하는 것이 제일 상책이다. 짜증 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다시 원위치해서 갈림길로 돌아갔다.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조금만 올라가자, 세상에!!! 여기가 바로 네 번째 철마산이다. 바로 코앞에 두고는 엉뚱한 길로 내려가고 있었으니... 흰색 산불감시초소와 이정목에 철마산(202m)라고 적어 두었다.(16:30)

그리고 정상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아까 우회로와 다시 만나게 되고 정맥길은 초소 뒤쪽으로 원형철조망을 넘어가야 한다.

 


# 한참 알바 한 후 찾은 네 번째(철마정 포함) 철마산.

 

 

 

# 멀리 외곽순환도로가 보인다.

 

 

 

철마산을 내려와서 원형철조망을 따라 난 등로를 계속 내려갔다. 중간에 갈림길이 계속 나오지만 표지기는 어디에도 없다. 이럴 때는 무조건 직진하는 것이 옳다. 갈림길을 지나 가파르게 정상부로 올라가는 입구에 표지기 하나를 달아 뒷사람에게 알려주었다.

'187봉' 정상엔 벙커가 있고 나무에 폐타이어를 매달아 두었다. 이왕 늦은 것 좀 쉬었다 가자. 배낭 벗어두고 간식 먹으며 한참을 쉬었다. 알바하느라 열 받아서 그런지 이제는 복통도 안 난다.

한참을 쉰 후 다시 가파르게 하산하였다. 내리막의 좌우는 온통 군사훈련장이다. 곳곳에 참호나 돌무더기들이 설치되어 있다.

한참 내려가자 작은 재 하나가 나온다. 재를 넘어 다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자 다시 갈림길이 있는 고개가 나온다. 가파르게 씩씩대며 올라가자 군부대로 넘어가는 봉우리가 나오고, 여기서 정맥길은 우회하게 된다.

직진해서(직진하는 길은 없지만) 군부대를 따라서 갔다는 사람도 있지만, 우회로가 뚜렷하여 그 길로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군부대 후문과 만난다. 이제부터는 편안한 내리막길로 한참을 내려가니 4차선 도로인 비루고개에 내려서게 된다.(17:30)

 


# 참호가 있는 재를 넘는다.

 

 

 

# 비루고개. 주차한 차들이 많다.

 

 

 

비루고개엔 주차한 차들이 아주 많이 있고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고개를 올라오고 있어 무슨 일인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인천대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이 주차할 곳이 없어 이곳까지 올라와 주차한 모양이다.

비루고개를 내려 수현마을 지나 한참을 가자 좌측으로 이가백숙이 나오고, 충성아파트와 다음 들머리인 굴다리도 보인다.(17:40)

 

 


# 이가백숙.

 

 

 

이가백숙 건너편에 버스 종점이 있어 들어가 물어보지만 계양산 쪽으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다. 게다가 인천대공원에서 나온 사람들이 무더기로 거리를 메우고 있어서 택시 잡기도 어렵다. 마침 수현마을 버스 정류장으로 30번 버스가 들어 오길래 계양산 가냐고 물으니 근처까지는 간다고 한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버스비 900원 내고 냉큼 올라타지만 아차! 땀냄새 때문에 남들이 괴롭겠구나.

버스는 돌고 돌아 부평까지 가는데 전방에 계양산이 보이길래 내려서 택시로 바꿔 탔다. 장명이고개는 알지 못하고 이종환의 쉘부르라고 하니 금방 알아듣네? 택시비 3,100원에 장명이 고개로 돌아오니 쉘부르 담벼락 개나리 꽃그늘 아래 서 있는 내 차가 반갑다.

곧장 차 몰고 장수IC 근방에서 10여 분 지체한 후 씽씽 달려 집에 들어오니 겨우 19시 30분이다. 한남정맥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비용 적게 들고 집에 빨리 돌아오고...

대간 못 들어간 대타로 시작한 한남정맥. 치통과 복통을 안고 비틀비틀 거리며, 오늘도 어김없이 세 차례나 알바를 했지만 그래도 대간 못 들어간 한풀이는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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