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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세번째(방아재고개~장명이고개)-알바, 알바, 또 알바!!! 본문

1대간 9정맥/한남정맥 종주기

[한남정맥]세번째(방아재고개~장명이고개)-알바, 알바, 또 알바!!!

강/사/랑 2007. 6. 28. 23:02
[한남정맥]세번째(방아재고개 ~ 장명이고개)

 
 
지난주 장모님을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드렸다. 홀어머니를 여윈 마눌의 슬픔은 천붕(天崩)이어서 매일매일이 눈물바다다. 나 역시 최선의 효도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결혼 이후 모시고 살던 어른을 여의고 나니 그 슬픔이 참으로 크다.


그러나 내 슬픔이 마눌의 하늘 무너진 크낙한 슬픔에 비할 수 있겠는가? 육친(肉親)을 떠나보낸 그 슬픔은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아픔이라 쉬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어렵다. 다만 함꼐 손 모아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기도하고 마눌 손 잡아 그 슬픔에 공감할 따름이다.


그 슬픔 공유하며 함께 세월을 보내다보면 시간의 흔적 그 위에 켜켜이 쌓여 슬픔도 무뎌지고 아픔도 희미해질 날 올 것이다. 그렇게 보낸 분의 기억을 공유하며 남은 자의 삶을 보내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한편으론 우리 인생이 참으로 허망함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와 농담하시고 멀쩡하셨던 분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시다니...

 
우리네 인생이 살아갈 때는 천 년을 살 것처럼 내일을 모르고 아둥바둥 하지만, 정작 떠날 때는 한 줌 재 밖에 남기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절감했다.

물질적으론 한 줌 재 밖에 남길 게 없는 인생. 살아생전 아무리 천금의 재산을 가졌던들 떠날 때는 한 줌 재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인간사의 진실이다. 결국엔 정신적 자산을 남길 수밖에 없는데, 과연 어떤 정신을 남기고 갈 것인가가 문제일 것이다.

평소 세상을 살면서 맑고 올곧은 정신을 차곡차곡 쌓아 가야 나중에 생을 접을 때 아름다운 이름이나마 남길 수 있을 텐데.... 작은 욕심 하나에 허덕이고 허접한 명예욕에 집착하며 더럽고 때 묻은 정신을 쌓아가고 있지나 않은지......?


두렵고 두렵다.

 


알바, 알바, 또 알바!!!


구간 : 한남정맥 제 3 구간(방아재고개 ~ 장명이고개)
거리 : 구간거리(10.2 km), 누적거리(42.6 km)
일시 : 2006년 3월 25일(흙의 날)
세부내용 :


방아재고개(08:40) ~ 아파트 공사현장(이후 백석 스포렉스까지 알바) ~ 정맥길은 아이파크공사장 ~ 기아자동차 서비스 공장 ~ 문고개 ~ 하티스트 매장 ~ 헬기장 ~ 천주교공원묘지 ~ 고물상 ~ 할메산 ~ 송전탑 ~ 82봉 ~ 백석스포렉스(10:30) ~ 신생요양원 ~ 골막산 ~ 갈림길에서 다시 40분간알바 ~ 송전탑 ~ 98번도로 ~ 에덴조경(11:25) ~ 소나무숲길 ~ 철조망 ~ 군부대정문 ~ 철조망 ~ 군 훈련장 ~ 절개지 ~ 둑실마을 간판 ~ 경인운하(12:15) ~ 공항고속도로 지하도 ~ 절개지(12:55) ~ 점심 및 휴식 ~ 꽃메산 ~ 133봉(13:30) ~ 군부대 후문(13:55) ~ 계단길 ~ 207봉(14:25) ~ 203봉 ~ 송전탑(15:00) ~ 작은 장리고개 ~ 계양산(15:30) ~ 장명이고개(16:10).

총 소요시간 7시간 30분(알바 2시간 30분 포함). 만보계 기준 33,600보.
 


3월 25일 흙의 날. 마눌은 아직 산에 갈 정신적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이럴 땐 오히려 산에서 땀 뻘뻘 흘리며 몸을 혹사 시켜 버리는 것이 더 나은 법인데...

그래도 잘 다녀오라고 아침은 챙겨 준다. 갔다 올게, 당신도 집에만 있지 말고 바람도 좀 쐬고 하시게! 마눌 어깨 두드려 격려해주고 집을 나선다.



계양산/桂陽山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산동에 있는 산. 높이 394m로 강화도를 제외한 인천광역시에서 가장 높다.《동국여지승람》에는 진산 또는 안남산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안남산이란 이름은 '안남도호부'가 자리 잡고 있는 산이란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계양산이란 이름은 일찍이 이 산에 계수나무와 회양목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각각 '계'자와 '양'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산엔 계양구의 꽃인 진달래가 유난히 많이 핀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서쪽으로는 영종도와 강화도 등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며, 동쪽으로는 김포공항을 비롯한 서울특별시 전경이, 북쪽으로는 고양시가, 남쪽으로는 인천광역시가 펼쳐진다. 산 아래에는 계양문화회관과 경인여자대학교, 백용사, 성불사, 연무정 등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남단에는 1986년에 도시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계양공원이 들어서 있으며, 계양산성과 봉월사터,봉화대의 유적지와 고려시대의 학자 이규보가 거처하던 자오당터와 초정지가 위치한다.

굴포천/掘浦川

계양구 산곡동에서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으로 길이 9.3km에 달한다. 이 하천이 굴포천으로 불리우게 된 것은 김포 굴포(金浦 掘浦)가 시도되었기 때문인데, 김포 굴포란 인천쪽 서해안과 김포쪽 한강을 연결하려던 운하계획을 말한다. 이 계획은 고려의 최우(崔瑀) 때부터 시도되던 것으로 조선 중종조에 이르러 김안로에 의해 착공되었다가 원통이 고개에 막혀서 중단된 것이다. 원통이 고개 굴착에 실패한 것이 당시의 기술부족 때문인지 풍수지리 사상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이래 김포굴포에 집착하게 된 것은 삼남지방에서 해로로 운송되던 세곡선들이 강화의 손돌목(孫乭項)에서 자주 전복되었기 때문이다.

장명이고개

서구 공촌동에서 계양구 계산동으로 넘어가는 계양산 서쪽의 고개로 일명 장맹이 고개, 징매이고개 라고도 한다. 길이가 8km나 되는 인천 지역에서 가장 길고 높은 고개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수많은 도적들의 은거지가 되었고, 한때 임꺽정(林巨正)이 이곳 계양산을 소굴로 삼았다고도 한다. 이 고개의 도적들은 사납기로 소문이 나서 이 고개를 천명고개라고도 했다는데, 그것은 이 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천 명의 사람이 모여야 가능했기 때문이란다. 연해의 관문이었던 이곳에 들끓었을 도적들의 위세와 이곳을 거쳐가던 商團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게 하는 전설이다. 백제 초기부터는 현재의 공촌동 지역에서 생산된 소금을 계양산의 징매이고개를 넘어 서울 신정동 토성을 거쳐 지나던 소금통로 구실도 했다고 한다

<이곳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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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 구간 방아재고개 ~ 장명이고개 개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외곽순환도로 타고 김포 거쳐 검단으로 향했다. 방아재고개엔 마침 '영진아파트'가 정맥길에 있어 주차하기가 편하다. 아파트에 주차하고 '방아재고개'에 내려섰다.(08:40)

 

 


# 방아재 고개. 사거리다. 길 건너 좌측 건물이 검단고등학교.

 

 

 

신호 맞춰 '건널목'을 건넜다. 사거리 우측으로 절개지 담벼락에 표지기 하나가 매달려 있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 주변을 찾아보지만 절개지 너머엔 대규모 공사 중이어서 올라설 수가 없다.

아래 위로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방아재 고개 사거리로 다시 돌아와서 우회전(영진아파트에서 볼 때 직진)하여 야산 옆 도로를 따라 올라 가 본다. 좌측에 '검단고등학교'가 있다. 고개 위에 올라가니 우측 야산의 날머리에 표지기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이곳은 야산을 완전히 까 없애는 공사 중이어서 진입하지 못하도록 입구를 막아 두었다. 표지기를 보니 제대로 찾아 왔나 보다.

 

 


# 검단고등학교 언덕. 문제의 지점. 이곳에서 건너편 야산을 보고 직진하는 바람에 심각한 알바를 하게 된다.

 

 

 

이곳에서 '아스팔트 길'은 '우측'으로 꺾여 가는데, 저멀리 막다른 길로 보이고 아무 표식도 없다. 좌우측으로 아파트 공사 중인데 정면 12시 방향으로 절개되어진 작은 야산이 보인다.

한남정맥을 하면서는 지도를 구하지 않고 진혁진님의 개념도만 가지고 다니는데, 이런 경우 전혀 독도를 할 수가 없다. 우측 도로를 따라서는 전혀 정맥길 다운 냄새가 안 고 전방에 산줄기가 보이길래 그곳이 정맥길이라 판단하고 일단 직진했다. 이것이 심각한 알바의 시작일 줄이야...

 

 


# 아파트 공사장 사이의 야산. 알바의 시작이다.

 

 

 

목표로 삼은 야산의 절개지를 올라 서 보니 산줄기가 길게 남동쪽으로 뻗어 있고, 그 너머에 계양산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그래 이 길이 맞다.(얼씨구?)

야산을 넘어 서자 체육공원이 나오고 산줄기가 우측의 기존 아파트 단지와 아파트 공사장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다. 평소 이 산길은 이 동네 아주머니들의 산책 장소인지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성들이 간혹 보인다. 가슴에 지도와 카메라 달고 쌍스틱에 제법 큰 배낭을 멘 모습이 낯선지 힐끔거리고 자기들끼리 수군대며 지난다.

 

그 중 대담한 아주머니 두 분이 내 귀에 들리게 듣기 좋은 말을 한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멋진 사람이 다 있네?" "저기 멋진 사람은 아니지만 말씀 좀 묻겠습니다. 기아자동차 서비스공장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몰라요." "하티스트 매장은요?" "역시 몰라요." "할메산은?" "할배산도 몰라요." "천주교 공원묘지는요?" "아, 그건 알아요. 저기 거대한 공사장을 지나고 도로를 건너고 대우아파트를 지나 산을 넘어 가면 나와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야산을 내려와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해 버린 개발지를 지나가다가 만난 사람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니 역시 똑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제대로 왔나 보다. 대우 아파트 뒤 야산을 넘어 서자 넓은 도로가 나온다.


마침 젊은 부부가 산책을 나왔길래 개념도를 보여 주고 천주교 공원묘지를 물어보니 이 길 따라 위쪽으로 계속 올라가라고 한다.

 

 


# 정면 저 고개 위 좌우측이 거대한 공동묘지다.

 

 

 

고개를 올라서자 좌우측이 모두 거대한 공동묘지이고 우측 절개지를 따라 올라서자 거대한 공동묘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천주교 묘지가 아니라 일반 공동묘지다.

 

주변을 아무리 찾아 보아도 표지기 하나 보이질 않고 나침반을 꺼내 확인해 보지만 지도가 없으니 정확한 독도는 불가능하고 다만 방향만 짐작할 뿐이다.

 

 


# 거대한 공동묘지. 천주교 묘지가 아니다.

 

 

 

일단 공동묘지 가장자리를 따라 계속 나아 가 보기로 했다. 지금쯤이면 백석스포렉스에 벌써 도착해야할 시각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일단 직진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전방에 계양산이 보이니...

표지기가 전혀 없는 산줄기를 따라 계속 가자니 좌측으로 공장들이 있고 차량 통행이 많은 4차선 도로의 고개에 도착한다. 도로 안내판이 전혀 없어 이 도로가 무슨 도로인지 알 수가 없다. 도로 건너편에 또 거대한 공동묘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 이름 모를 4차선 도로를 만나고 그 너머에 또 공동묘지가 나온다.

 

 

 

차량 흐름이 끊어질 때를 기다려 도로를 건너 올라서자 이곳이 바로 천주교 공동묘지다. 규묘가 엄청나게 큰 공동묘지이고 비교적 단장이 잘 되어 있다.

마침 관리 사무실에 관리인이 있길래 개념도를 보여주고 물어 보지만, 그 역시 주변 지형은 전혀 모르겠다고 하고 이 묘지를 넘어 가면 계양산 가는 길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관리인과 헤어져 언덕 위에 올라서자 십자가와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전후 좌우 조망이 좋은데, 남쪽 방향으로 전방에 계양산이 우뚝 서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 규모가 아주 큰 천주교 공원묘지.

 

 

 

# 전방에 계양산이 보인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계양산 방향으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관리인이 올라오더니 백석스포렉스가 골프연습장이 맞냐고 묻는니다. 그렇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방향이 아니고, 우측 저 멀리 있는 핑크색 건물이 백석 스포렉스라고 한다.

 

뭐라고라고라? 우측으로 보니 저 멀리 스모그속에 핑크색 건물이 희미하게 보이고 카메라 줌으로 최대한 당겨보니 골프연습장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껏 정맥길의 동남쪽 산줄기를 타고 헤매고 있었단 얘기다. 개념도엔 나와 있지 않지만 이곳에도 규모가 큰 천주교 공원묘지가 있어서 사람들이 모두 이곳을 가르쳐 준 것이다. 아이구야~~~ 이 일을 우야꼬?????

 

 


# 묘지 관리인이 가르쳐 준 백석스포렉스. 줌으로 최대한 당겨 보니 정말 맞다.

 

 

 

묘지 관리인에게 고맙다 인사하고 부랴부랴 묘지를 내려와 공장지대를 가로질러 큰 도로에 들어섰다. 차량통행이 많고 황사먼지가 가득하여 길 따라 걷기가 힘들다. 고글을 꺼내 착용하니 조금 나아진다.

얼마나 먼길을 동남쪽으로 내려와서 헤맸는지 한참을 걸어도 도착되어지지가 않는다. 천주교 공원묘지 꼭대기에서 꼬박 30분을 걸은 후에야 차량 통행이 아주 많은 '305번 도로'가의 '백석스포렉스'에 도착한다.(10:30)

 

 


# 우여곡절 끝에 찾아 온 백석스포렉스. 오른쪽 산줄기를 타고 왔어야 했다.

 

 

 

# 길 건너의 신생요양원.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산꾼이 산에서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도심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니... 3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무려 1시간 50분이나 걸려서 도착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백석 스포렉스를 뒤로 하고 길 건너 '신생요양원' 우측 공터를 지나 절개지 도수로 쪽으로 올라 갔다. 누군가 가파른 경사지에 밧줄 하나를 매어 두었고, 빨간 표지기 하나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표지기야, 너 정말 반갑다!!! 두시간 만에 처음 보는 표지기다.

 

 


# 신생요양원 우측 절개지 도수로.

 

 

 

절개지를 올라서자 밭이 하나 나오고 밭 뒤쪽 야산으로 치고 올라가니 73.6봉인 '골막산'이다. 아무 특징없는 봉우리를 지나 조금 진행하니 길이 갈라지는데, 갈림길 우측 너머에 송전탑이 보인다. 개념도에 철탑을 따라 가게끔 되어 있어 우측길로 내려갔다.

송전탑 아래 공터엔 햇살이 따스하고 아늑하여 잠시 쉬기로 했다. 엉뚱한 곳에서 두 시간 동안 헤매고 길따라 맞바람을 안고 걸은 후라 쉬 피로해진다. 노란 꽃잎을 밀어 올리고 있는 생강나무도 구경하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오리나무 꽃술도 카메라에 담아 본다.

 

 


# 생강나무.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다.

 

 

 

# 오리나무 꽃술.

 

  

 

선답자의 산행기에 송전탑 좌측으로 내려가라고 되어 있어 그대로 따른다. 한진고등학교가 나오고 마을 길을 따라 한참 가자 넓은 도로와 만난다. 이곳이 98번 도로인 모양인데, 이제는 마리아꽃집과 선우 엔지니어링 간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개념도에는 나오지 않는 주유소와 육교가 나오고 어디에도 꽃집은 보이질 않는다.

 

큰 길가엔 맨땅이 노출된 곳이 많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흙먼지가 날리고 있다. 바람이 아주 강하여 주유소 담벼락에서 한참을 흙바람을 피해야 했다.

육교 건너편에 백석초등학교가 있고 그 너머에 군부대 표지판이 있다. 육교를 넘고 백석초교를 지나 군부대 앞까지 가 보지만 어디에도 표지기는 없고 개념도와 일치하는 곳이 아니다. 이런!!! 또 알바다!!!! 오늘 도대체 왜 이런다냐????

물 한 모금 마시고 개념도를 놓고 가만히 분석해 보니 아까 그 갈림길에서 잘못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 개념도에 적힌 송전탑만 보고 무조건 우측 길을 택한 것이 잘못되었다. 갈림길에서 좌측길로 가면 바로 코 앞에 98번 도로가 나오는데...

개념도를 자세히 확인해보니 이 군부대 길로 올라가면 중간에서 정맥길과 바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한번 알바로 고생한 후라 매사 불여튼튼! 일단 원위치해서 고갯길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군부대 입구에서 다시 큰길로 나와 버스정류장 세 개를 지나자 복잡한 '98번 도로' 사거리가 나온다. 5분 거리를 40분 걸려 왔다. 꽃집들이 몇 개 연달아 있는데 마리아꽃집은 잘 보이질 않더니 골목길 좌측에 작은 간판에 '마리아꽃집'이라고 적혀 있다. 우측에 '에덴꽃집'이라고 큰 간판이 있는데 하필 작은 간판을 기점으로 삼았을까?

에덴꽃집 옆 골목으로 들어가자 '선우엔지니어링'이란 간판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 키 낮은 '잣나무 숲'이 있다.

 

 


# 98번 도로 사거리의 에덴꽃집.

 

 

 

# 간판 우측 잣나무숲으로 들어간다.

 

 

 

잣나무 숲은 키가 낮아 웅크리고 지나야 하고 낙엽이 많이 쌓여 등로가 희미하다. 좌측으로 철조망이 있어 그것을 기준으로 올라가니 소나무숲 사이로 편안한 등로가 길게 이어진다.

 



# 편안한 소나무 숲길.

 

 

 

잠시 후 군부대 철조망이 길게 이어지고 '시멘트 도로'와 '군부대 정문'이 나타난다. 이 길이 아까 만났던 바로 그 길이다. 거기서 길따라 올라오면 이곳과 만날 수 있다.

도로를 건너 다시 군부대 철조망과 나란히 나아간다. 한참을 진행하다가 철조망과 헤어지고 등로는 아래로 향하는데 등로 양쪽으로 가는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군부대에서 작전용으로 달았는지, 산악자전거 트랙용으로 만들어 두었는지 용도는 알 수 없다.

이곳은 온 산이 '군 훈련장'이다. 각종 훈련교장이 정맥길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이런 길을 한참 가다가 한순간 앞이 툭 트이면서 그 유명한 '경인운하'와 '공항고속도로'가 앞을 가로막는다.

 

 


# 군부대 정문의 시멘트 도로.

 

 

 

# 비닐 줄로 등로 양쪽을 구획지어 두었다.

 

 

 

# 인천공항고속도로와 경인운하, 뒤쪽의 계양산.

 

 

 

말로만 듣던 경인운하와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니다. 그 규모가 너무나 엄청나 말문이 막힌다. 이곳이 바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칙이 인공적으로 깨진 곳이다. 물길은 산에서 비롯되고 산은 절대 물을 건너지 않는다는 원칙이 이곳에서 여지없이 부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굴포천'이란 이름이 우리 조상때부터 이곳 치수(治水)를 염원해 온 소망이 담겨진 이름이고, 1987년에도 대홍수가 있었다는 기록을 보고 개탄할 일 만은 아니란 생각이다.

절개지를 내려서자 공사 차량들이 지나 다니는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나오고 눈에 빤히 보이는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좌측으로 한참을 올라가서 임시 철교와 고속도로 아래 지하도를 건너야 한다. 차량 통행이 너무 많아 아주 위험한 길을 올라가니 '둑실마을 간판'이 나오고 지나다니는 차 안에서 신기한 듯 쳐다본다.


오른쪽 운하공사장에서는 중장비 돌아가는 소리들이 요란하고 발파작업을 하는 듯 쿵쿵 하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린다.뙤약볕 속을 차량 통행이 많은 길을 가자니 힘이 너무나 든다. 막판엔 옛고을까지 올라가지 않고 절개지를 미끄러져 내려 공사장을 가로질러 운하를 가로지르는 '임시 철교'에 도착했다.

 

 


# 엄청난 규모의 운하 공사장. 건너편 절개지 위까지 돌아 가야 한다.

 

 

 

# 도로를 따라 둑실마을 간판을 지나 계속 올라 간다.

 

 

 

# 고속도로 아래에 모인 물이 까마득한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 운하를 가로지르는 임시 철교.

 

 

 

# 엄청난 규모의 경인운하.

 

 

 

철교를 지나 고속도로 아래 '지하도'를 지나자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 직진 방향에 표지기 몇 개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아마도 이 방향으로 곧장 계양산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길이 가장 빠른 길이긴 하지만, 정맥길은 맞은편 절개지와 곧장 건너다 보이는 곳까지 내려가야 한다.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내려가자 드문드문 표지기가 보인다. 길가에 검정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다. 가까이 가자 중년 남녀가 이상한 짓을 하다 나를 보고 놀라 떨어진다. 그리고 차 시동 걸고 후다닥 도망간다. 음~ 시설 좋은 러브호텔로 가라, 그래야 그 사람들도 먹고 살지! ^^;

뙤약볕 속을 한참 걸어 내려가자 고속도로 안쪽은 전철길이 가설되어 있다. 고속도로 차량들을 위한 '광고판'을 지나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절개지로 올라가자 '군 참호'가 있고 이곳이 건너편 절개지와 직선으로 마주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12:55)

 

 


# 지하도 건너 사거리. 직진 길에 표지기가 있지만 정맥길은 우측으로 가야 한다.

 

 

 

# 전철길. 미술시간에 배운 소실점을 체험할 수 있다.

 

 

 

# 길에서 만난 털복숭이.

 

 

 

# 광고판을 지나 절개지로 올라간다.

 

 

 

# 절개지에서 바라본 광경. 차량들이 휭휭 날아 다닌다.

 

 

 

정맥길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5분 거리일 것을 빙 돌아 왔더니 40분이 걸렸다. 절개지에서 바라보니 정맥길을 전철길, 고속도로, 운하, 지방도 순으로 가로질러 가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이동 수단이고, 우리 홀로 산꾼들의 주특기인 '두 발'이 이곳에선 소외된 존재다. 인간이 발명한 물질 문명에 오히려 인간 그 자체가 소외된 현장이라고나 할까?

씽씽 내 달리는 고속도로 차량 흐름과 우르르 쾅쾅 운하 공사 현장의 부산함을 내려다 보며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고 간단한 행동식으로 배도 채웠다. 점심 먹고 휴식 취한 후, 절개지 위쪽으로 올라섰다. 


'무명봉' 하나를 넘고 다시 봉우리 하나를 오르자 해발 95m의 '꽃메산'이다. 잠시 내렸다가 다시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오르자 군 벙커와 훈련장 안내판이 있는 '133봉'에 도착한다. 벙커 위쪽엔 굴뚝 두 개가 있다.

 


# 벙커 굴뚝이 있는 133봉.

 

 

 

# 좌측 전방에 계양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 우측으로 휘감아 저 세 개의 봉우리를 넘어 가야 한다.

 

 

 

133봉에서 직진하면 계양산으로 바로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정맥길은 우측 전방의 세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내림길을 한참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정맥길은 좌측이다. 좌측으로 안부로 내려서서 다시 전방 봉우리의 좌측으로 우회하더니 봉우리를 올라 군부대 철조망을 좌측으로 두고 계속 나아간다.

토요일인데 부대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하다. 편안하게 길게 내려가다가 군부대 후문과 만난다. 철조망을 따라 잠시 걷다가 계단길로 가파르게 올라간다. 헉헉대며 계단을 올라 서니 '사격 통제대'가 나오고 컨테이너 박스와 안테나가 나온다.

 

 


# 내림길에서 좌측으로 가야 한다.

 

 

 

# 군부대 후문을 지나 계단을 치고 오른다.

 

 

 

# 군용 구조물을 만난다.

 

 

 

컨테이너를 지나 다시 가파르게 한참을 오르자 큰 '송전탑'이 나온다. 이때부터는 숲이 없어 햇살에 노출된다. 목덜미가 뜨거워져 온다. 낑낑대며 올라서니 '빨간 깃대'가 꽂혀 있는 '무명봉'에 이른다. 해발고도가 205m가 찍힌다. 정맥길은 좌측으로 꺾인다.

잠시 내렸다가 바로 올라서니 헬기장이 있는 '207봉'이 나온다.(14:25) 계양산이 바로 앞에 조망된다. 세 번째 봉우리 가는 길은 낡은 철조망을 오른쪽에 두고 다시 위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갈림길이 두 군데 있다. 아마도 우회길인 듯하다.

일단 세 번째 봉우리로 올라가 보기로 하고 낑낑대며 올라 서보니, 철조망 때문에 최고 정상까지는 올라가지도 않고 특별한 의미도 없다. 다만 전방의 계양산 바로 앞 '203봉' 가는 길이 가르마처럼 하얗게 보인다.

 


# 빨간 깃대가 있는 무명봉.

 

 

 

# 207봉 헬기장에 서면 계양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 낡은 철조망이 있는 세 번째 봉우리에 서자, 계양산 가는 길의 203봉 오름이 하얀 가르마처럼 보인다.

 

 

 

세 번째 봉우리의 내리막은 아주 가파르다. 해빙기라 등로가 녹아 질척하고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중간중간 밧줄도 설치되어 있고 두 군데의 우회로와도 만난다. 안부까지 한참을 떨어져 내린다. 그곳에서 등산객 두 사람을 처음으로 만난다.

203봉 오름은 뙤약볕에 완전히 노출되고 가파르다. 힘든 곳이다. 게다가 바람까지 많이 불어 뜨거운 곳은 뜨겁고 차가운 곳은 차가운 희한한 상태가 된다. 낑낑대며 오르니 '작은 공터'로 되어 있는 '203봉'이고, 바로 아래에 거대한 '송전탑'이 위용을 드러낸다.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녀석이다. 송전탑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고속전철 지나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곳부터는 등산객이 갑자기 많이 눈에 띈다. 송전탑 바로 아래가 '작은 장리고개'다. 정맥길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꺾여 계양산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여 나간다.(15:03)

 


# 거대한 철탑의 기하학적 위용.

 

 

 

# 계양산 정상부.

 

 

 

# 작은 장리고개. 정맥길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돌아간다.

 

 

 

# 장명이고개를 징매이고개라 기록해 두었다.

 

 

 

계양산이 인천의 진산이라고 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정맥길에서 벗어나 올라가 본다. 뙤약볕 속에서 많이 헤맨 탓인지 계양산 오르기가 아주 힘들다. 헉헉 낑낑 힘들게 산길을 오르며 마주치는 등산객들과 일일이 인사 나누며 오르니, 잘 정비된 '헬기장'이 나온다.

바로 뒤쪽에 계양산 정상이 보인다. 정상 바로 앞에는 거대한 '컨테이너' 형태의 군건물이 있고 그 위에 통신탑이 서 있다.

헬기장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데 우측으로 '전망대'가 나온다. 바위 위에 올라서자 전망이 툭 트이면서 오늘 걸어 온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나와 정상으로 올라서자 정상석 대신 '계양산'의 유래가 적힌 비석이 있고 많은 등산객들로 왁자지끌 붐빈다.(15:30)

 


# 전망대에 서니 오늘 지나온 정맥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측 위에서 구불구불 S자 형태로 진행해 왔다.


  

 

# 헬기장에서 본 계양산 정상부.

 

 

 

# 인천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 계양산 정상.

 

 

 

정상엔 사방에서 올라온 등산객들로 아주 붐비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오래 머물기가 어렵다. 칡즙이나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사람이 있어 막걸리가 있는지 물어보니 막걸리는 없단다. 실망, 실망!!

와 하는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작은 매 한마리가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 눈높이에서 강한 맞바람을 타고 정지 비행을 하고 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라 너무나 신기하다. 아마도 산 중턱 절벽 지대에 먹잇감이 있나 보다.

자료를 찾아보니, 계양산의 경명현 서쪽에는 고려시대 나라에서 매방을 세웠던 곳이 있었다고 한다. 매방은 매를 길러 매사냥을 훈련시키는 곳으로 충렬왕 때 개경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단다. 매 사냥을 좋아했던 충렬왕은 이곳을 여러 차례 찾아와 매 사냥을 즐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 매는 고려 충렬왕이 길렀던 그 매의 후손일까? 역사의 연결고리를 보는 것 같아 그 느낌이 묘하다.

 

 


# 사람들 눈높이에서 정지 비행을 하고 있는 매 한 마리.

 

 

 

# 줌으로 당겨 보니 강한 바람을 기막히게 이용하고 있다.

 

 

 

# 정상 너머에도 헬기장이 있다.

 

 

 

# 계양산에서 흘러 내려 장명이고개를 넘고 다시 이어지는 정맥길이 조망된다.

 

 

 

 

정상에서 10여 분 머물며 매의 기막히는 정지비행 구경도 하고, 가야 할 정맥길도 더듬어 보고, 바글바글한 사람 구경도 하다가 작은 장리고개로 다시 내려와 내리막 열심히 내달려 '장명이 고개'로 내려온다.(16:10)

5시간 정도면 충분할 거리를 시작부터 알바, 정맥 복귀후 곧 바로 또 알바를 하는 바람에 7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그래도 굴포천의 역사며, 매방이며 참 여러 가지로 의미있는 구간이었단 생각이다.

장명이 고개는 그 옛날 번성했던 역사를 이어가듯 차량 통행이 무지무지 많다. 마침 검단으로 가는 1번 버스가 있길래 택시비 필요없이 900원에 돌아 올 수 있었다.

 


 

# 장명이고개. 장맹이고개, 징매이고개라고도 부다. 

 

 

 

 

# 계양구 표시 뒤로 다음 구간 들머리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 아침에 알바 한 것이 억울해서 백석스포렉스 부근에서 하차해서 거꾸로 더듬어 가 보기로 했다. 바둑의 복기와 같은 의미다.

백석스포렉스에서 출발해서 할메산 확인하고, 문고개의 하티스트 매장 확인하고, 기아자동차 서비스 공장도 확인을 했더니, 오늘 알바의 원인은 다름아닌 출발 직후의 첫 번째 갈림길에서 있었다.

영진아파트 앞의 방아재 고개 사거리에서 검단고등학교를 좌측에 두고 언덕을 올라가서 절대로 직진하면 안 된다. 그곳에서 우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장이 나오고 기아자동차 서비스 공장이 나온다. 여기서 우측으로 언덕을 올라가도 되고 아파트 안 도로를 따라 가도 된다. 바로 앞의 문고개에 하티스트 매장이 있고 그 골목 뒤에 정맥길이 열려 있다.

오, 이렇게 쉽게 연결하여 갈 수 있는데 섵부른 판단으로 검단고교 언덕에서 직진하는 바람에 하루종일 고생을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회전하라는 어떤 시그널도 없고 직진길이 정맥으로 착각하기 딱인 곳이란 점이 문제다. 역시나 한남정맥은 산 타기 보다 길 찾기가 더 문제인 곳이다.

 

 


# 영진아파트에서 사거리 지나 직진하여 언덕을 오른다.

 

 

 

# 야산 끝나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무조건 우회전. 절대 직진 금지.

 

 

 

# 기아자동차 서비스공장. 좌우측 모두 가능.

 

 

 

# 문고개의 하티스트 매장. 뒤쪽으로 정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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