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산행]태백산/太白山 
문득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더이상 가슴 떨리는 설레임을 느끼기 힘들 때, 맹렬한 열정(熱情)의 심장 소리가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을 때. 이렇게 마냥 밍밍한 세월만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자각(自覺)이 고개를 든다. 사십을 훌쩍 넘긴 이 내 몸. 참 멀리도 왔구나! 부딪히고 깨지며! 그런데 그동안 이뤄 놓은 게 뭐지? 이 세상에 무엇을 창조하여 내어놓았지? 무엇을 바라 여기까지 왔을까?
가만 돌아보면 나름 홀로 생각에 많은 걸 봐 왔고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세울 만한 것은 별로 없다. 그럼 눈으로 본 것은 무엇이고 몸으로 느껴본 것은 또 무엇인가를 찾아보지만, 막상 내 나라 내 땅도 다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2005년을 맞으며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좋다 떠나자! 내가 태어난 이 땅을 내 두 발로 걸어 보자!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땀방울 누적시키다 보면 이 땅의 여러 길들을 어느정도 둘러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름의 구호(口號)를 앞세우기로 했다. 이름하여 '우리 산하(山河) 두 발로 느끼기!'다. 내가 태어나 자란 이 산하를 두 발로 느껴보고자 한 것이다. 두 발로 대지를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원초적이며 숭고한 행위이다. 우리 인간은 그 행위를 통해 이동하고 획득하며 소통하였다.
우리 산하를 두 발로 느껴나가다 보면 얻어지고 소통되어지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설레임으로 계획을 세웠고 1차적으로 백두대간(白頭大幹) 종주(縱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러자면 술, 담배, 스트레스에 찌든 몸을 우선 좀 씻어내고 정갈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할 일이다. 마침 백두대간 상의 각 국립공원이 봄철 산불방지를 위해 입산 금지를 해 둔 곳이 많다. 따라서 백두대간은 잠시 뒤로 미루고, 입산 금지가 해제되는 4월 말까지는 단일 산들을 올라 보기로 했다.
이런 사정에 꼭 들어맞는 겨울 산행으로 제일 먼저 태백산(太白山)이 떠올랐다. 태백산은 그 웅장하고 큰 이름이나 몸체에 비해 산행길이 비교적 쉬운 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고 웅장하여서 겨울 산의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산이어서 그렇다.
그리하여 등짐 둘러메고 세속에 찌든 우리의 심신을 씻어 줄 크고 밝은 산, 태백을 향해 길을 나섰다.

눈 덮인 겨울 태백산!
일시 : 2005년 2월 6일. 흙의 날.
상세내용 : 유일사주차장 ~ 유일사삼거리 ~ 유일사쉼터 ~ 주목군락지 ~ 장군봉 ~ 천제단 ~ 망경사 ~ 반재 ~ 백단사 매표소 ~ 유일사주차장.
태백산/太白山
태백산은 높이가 1,566.7m로 강원도 태백시와 경북 봉화군에 걸쳐 있다. 옛부터 삼한의 명산, 전국 12대 명산이라 하여 '민족의 靈山' 이라 일컫는다. 태백산은 가파르지 않고 험하지 않아 초보자나,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다. 2시간이면 천제단에 이르고 하산까지 4시간이면 족하다. 따라서 가족산행으로도 적합하다. 산 정상에는 고산식물이 자생하고 봄이면 산철쭉, 진달래가 만개하고 여름에는 울창한 수목과 차고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며, 가을에는 오색단풍으로 수놓으며 겨울에는 흰눈으로 뒤덮인 주목군락의 설경을 이룬다. 산 정상에 태고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다. 천제단은 둘레 27m, 폭8m, 높이3m의 자연석으로 쌓은 20평 가량의 원형 돌제단이다. 삼국사기에 왕이 친히 천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고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신라에서 오악 가운데 태백산을 북악으로 받들어 봄, 가을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1991년 국가중요민속자료 제228호로 지정된 이 천제단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방백수령과 백성들이 천제를 지냈고, 구한말에는 쓰러져가는 우국지사들이, 일제 때는 독립군들이 천제를 올렸던 성스런 제단이다. 태백시에서는 매년 10월3일 개천절에 태백제를 개최하며 천제를 올린다. 천제단을 중심으로 5분거리인 북쪽 300m 지점이 태백산의 주봉인 가장 높은 장군봉, 남동쪽으로 능선을 타고 가면 멀리 수만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문수봉이 있다. 서울에서 내려온 한 처사가 쌓고 있는 조그마한 돌탑이 있다. 천제단에서 유일사 쪽으로 내려가는 능선 중간과 문수봉으로 가는 중간에 살아 천년,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찰로는 망경사, 백단사, 유일사, 만덕사, 청원사등이 있다. 태백산의 등산로중 유일사, 당골, 백단사 코스를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다. 겨울 설화산행은 대부분 유일사매표소-유일사 - 장군봉 -망경사 -당골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주목과 어우러진 환상적 설화가 유일사에서 장군봉 이르는 능선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방재 아래 유일사매표소에서 장군봉까지는 2시간이면 족히 오를 수 있다.매표소를지나 20분정도 오르면 갈림길 표지판이다, 오른편 길은 백두대간으로 올라서는 유일사 옛길로 이길로 올라야 능선의 바람이 만드는 주목과 어우러진 설화를 즐길 수 있다. 가파른 길을 20여분 오르면 능선에 닿는다.유일사 쉼터를 지나 매표소와 천제단을 알리는 표지판에서 장군봉까지는 30여분을 걸어야 한다. 장군봉까지의 등산로 주변에는 군데 군데 주목군락지가 있다.장군봉을 거쳐 천제단에 이르면 등산로는 망경사∼반재∼당골코스와 멀리 문수봉을 지나 당골로 바로 떨어지는 두 가지 길로 갈라진다.문수봉을 거치면 1시간정도 더 소요된다. 대부분의 등산객은 망경사 코스를 이용한다.
<이곳저곳>
<F11키를 누르면 보기 쉬움>
# 태백산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태백산 가는 길에 만난 잘 생긴 소나무. 
# 이번 태백산행은 유일사 코스로 올랐다가 반선코스로 하산할 예정이다. 먼 길 달려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유일사 주차장 부근의 풍경. 전형적인 겨울 산의 모습을 하고 있다. 
# 주차장 옆 낙엽송 군락. 
#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이젠 신고, 스패츠 차고 단단히 무장하여 출발한다. 눈길 걸으니 발 아래에서 수백 마리 개구리가 와글와글 소리를 지른다. 개굴 뽀드득 뽀드득, 개굴 뽀드득 뽀드득.... 金笠(김삿갓)이 "설(雪)"이란 한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飛來片片三月蝶, 踏去聲聲六月蛙 (비래편편삼월접, 답거성성유월와 : 날아 내려 조각조각 삼월 나비 같고, 밟으니 뽀드득뽀드득 유월 개구리소리 같구나)" 
# 일찍 산행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벌써 하산 중이다. 그 유명한 태백산 비료푸대 썰매 下山. 아이가 다치지 않게 하려는 아빠의 父情이 보기 좋다. 
# 태백산 주목 군락지 들머리. 늠름한 자태의 주목. 
# 주목군락지 안내판. 
# 그런데,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있다.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이런 짓을 하는지... 
# 유일사 쉼터로 연결되는 삭도(索道). 저 아래 눈 속에 유일사가 보인다. 
# 2.3KM를 걸어 왔고 천제단까지는 1.7KM가 남았다. 
# 허위허위 올라갔더니 주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 600년이라~ 임진왜란도 봤다는 얘긴가.... 
# 비틀리고 억눌려도 하늘을 향해 푸르게 가지를 폈다. 
# 천년을 이어온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 과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다. 
# 주목으로 이뤄진 대문. 세상에서 가장 귀한 대문이다. 
#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 공존한다. 
# 기상이 느껴지는 주목. 
# 주목은 다른 나무에 비해. 
# 언제나. 
# 빼어난 자태를 뽐낸다. 
# 주목 군락지에서 바라본 눈 덮인 산하들. 
# 쨍하게 춥고 쨍하게 맑은 날이다. 
# 멀리 함백산의 광산 폐석댐도 눈으로 덮이고. 
# 한참을 주변 경치 구경하다 다시 정상을 향해 허위허위 올라간다. 
# 주목군락은, 
# 정상을 향해 
# 계속 이어진다. 
# 민족의 영산 태백산과, 
# 천년의 기상 주목은 너무나 잘 어울린다. 
# 주목의 기상과 주변 경치가 너무 아름다와, 
# 힘드는 줄도 모르고 올라간다. 
# 작은 주목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 드디어 최고봉인 장군봉에 도착. 이 곳의 높이는 1,567M이다. 
# 제단 안엔 무속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제를 올리고 있다. 
# 장군봉보다 낮으나 태백산의 주봉 역할을 하는 천제단(1561m)이 건너다 보인다. 
# 바람과 눈이 만들어 낸 걸작품. 
# 용의 비늘이나 말 갈기처럼 보인다. 
# "菊殘猶有傲霜枝(국잔유유오상지 : 국화 지고 서릿속 의연한 가지만 남았도다)" 란 소동파의 시가 생각나는 눈 속의 마른 수리취. 
# 눈 덮인 능선을 한달음에 걸어(수묵담채 분위기). 
# 드디어 천제단에 도착. 
천제단은 1991년 10월 23일 중요민속자료 제228호로 지정되었다. 높이 3m, 둘레 27m, 너비 8m의 제단으로 태백산 정상에 있다. 산꼭대기에 이와 같은 큰 제단이 있는 곳은 한국에서 이곳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제작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수령과 백성들이 이곳에서 천제를 지냈으며, 한말에는 쓰러져 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우국지사들이 천제를 올렸다 한다. 특히 한말 의병장 신돌석은 백마를 잡아 천제를 올렸고 일제 때는 독립군들이 천제를 올린 성스런 제단이다. 위쪽은 원형이고 아래쪽은 사각형이며, 녹니편암의 자연석을 쌓아 만들었는데, 이러한 구도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 때문이다.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사상이다. 10월 3일 개천절에는 이곳에서 천제를 지내며, 강원도민 체육대회의 성화를 채화한다.
# 천제단 주변에는 많은 이들이 북적인다. 쨍하게 추운 날씨에도 겨울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 정상에는 추운 데다 바람까지 심해 준비해 간 생수가 얼어붙었다. 
# 시산제를 지내는 사람들. 돼지머리까지 준비했다. 파란 옷 입은 이가 돼지 코에 돈을 꽂으며 "남북통일되게 해주소서"라고 축원한다. 
# 밖에서도 아주머니 한 분이 끝없이 절을 올리며 뭔가 축원을 한다. 그 간절한 소원 바라는 대로 이루시길!!! 
# 태백산 頂上石. 
# 천제단에서 바라본 희다 못해 푸른 산하. 
# 멀리 문수봉이 보인다. 문수봉 가는 길엔 하단이라는 제단이 또 있다. 
# 고려 말기 사람으로 경기체가 '관동별곡'이나 '죽계별곡'으로 유명한 안축(安軸)의 '등태백산(登太白山)'이라는 시가 씌여 있다. "자연 속에 들어서니"는 보라빛 운무 속에 들어서니"로 고치면 더 좋은데... 
# 천제단 이정표 앞에서 선 채 꽁꽁 언 김밥으로 허기를 면한다. 
# 천제단을 뒤로 하고 서둘러 반재 방향으로 하산한다. 사람들은 배낭에서 제각기 비료푸대나 비닐 등을 꺼낸다. 사전 준비가 없었던 사람들은 그냥 터벅터벅 걸어 갈 밖에... 
# 조심조심 눈길을 내려오니 단종비각이 눈속에서 반긴다. 
# 비운의 소년왕 단종은 이곳 태백산에도 흔적이 있다. 
# 비각 우측엔 망경사가 있다. 망경사의 살찐 냥이 한 마리. 유명한 약수 용정(龍井)은 비닐로 둘러 처 있어 보질 못했다. 
# 망경사의 풍경과 고드름. 
# 문수봉에서 당골로 이어지는 능선. 
# 망경사에서 파는 사발면. 추운 날씨에 꽁꽁 언 김밥으로 점심을 먹은 터라 맛은 꿀맛이었지만, 값이 아주 비싸다. 하나에 2,500원이나 한다. 
# 썰매 하산을 하면서 신이 난 사람들. 
# 아이들에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 비료푸대가 없는 사람들은 꿋꿋이 걸어 내려간다. 
# 사람들이 죄다 썰매로 하산하는 바람에 등로가 봅슬레이 경기장이 되었다. 
# 중간에 119 구급대의 베이스캠프가 있다. 
# 준비 없이 산에 올랐다가 골절상을 입은 청년을 후송 중이다. 썰매로 다져져서 길이 아니라 빙판인 탓에 아이젠 없이는 부상이 필연이다. 
# 적설량이 많아 등로를 벗어나면 걷기가 힘들다. 
# 하산길에 만난 어묵장수. 하얀 김이 무럭무럭 나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 곧게 뻗은 낙엽송 군락. 
# 동심에 빠진 아주머니. 신나셨다. 
# 유일사 매표소에서 출발하여 백단사 매표소로 하산. 총 5시간 동안의 산행이었다. 
#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는 태백산 줄기. 
# 태백산. 주목의 기상어린 민족의 영산에서 겨울산의 낭만을 만끽한 하루였다. 태백이여! 백두대간 종주 때 다시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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