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근교산행]청계산/淸溪山-홀로 청계산.안개낀 공동묘지를 가다!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근교산행]청계산/淸溪山-홀로 청계산.안개낀 공동묘지를 가다!

강/사/랑 2007. 7. 28. 14:41
 [근교산행]청계산/淸溪山

 


백두대간 병에 걸린 산꾼이라 한 주라도 산행에 나서지 못하면 안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3월 3일 금요일엔 회사 행사가 있어 밤새 술을 마셔야 하고, 4일 토요일엔 형제들 모임이 있어 이번 주는 대간길에 못 나서게 되었다.

마침 형님들과의 약속 장소가 의왕 백운호수에 있는 한정식집이란다. 그렇다면 청계산을 타고 넘어서 모임 장소로 가 보자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청계산은 여러 차례 다녀 왔지만 매번 원점회귀방식으로 다녀온 터라 이번엔 양재동에서 출발해서 청계산을 완전히 종주한 뒤 백운호수로 내려오면 되겠다는 생각이다.

마눌은 할일이 많다고 못 가겠다고 하고 혼자 보따리 챙겨 나섰다. 대간 중주길과 같은 기분을 내려고 일부러 이것저것 장비를 챙겨 넣고, 오랜만에 막걸리도 한 통에 안줏감도 챙겼더니 배낭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의외로 길이 많이 막혀 양재동 트럭터미널에 도착하니 세 시가 가까운 시각이다. 일곱 시까지는 식당에 도착해야 하는데, 시간이 빡빡하다. 트럭터미널 옆 들머리에 도착하니 이미 산행을 마치고 하산을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내려온다.

 

 


홀로 청계산. 안개낀 공동묘지를 가다!


일시 : 2006년 3월 4일. 흙의 날.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청계산 개념도.(원본은 진혁진님의 작품)
 

 

 



14:45. 양재동 트럭터미널 옆 들머리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완만한 경사길을 쉬엄쉬엄 올라 무명봉을 하나 넘자 안부가 나온다. 1차 포스트인 옥녀봉 가는 길은 좌측으로 꺾어야 한다. 우측길은 골짜기로 연결되는 길인데, 이쪽으로 올라오는 것이 약간 편한 길인가 보다.



#  양재동 트럭터미널 옆 들머리.

 

  


#  안부에서 좌측으로.

 

 

 

안부에서 계속 아래로 내려가던 길은 다시 위로 방향을 바꾸게 되고 솔밭 쉼터가 몇 개 이어서 나온다. 땀이 한바탕 돌 무렵 삼거리 길이 나오고, 이곳에서 다시 좌측으로 꺾어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하산하는 방향의 길 이름이 '입맞춤길'이다. 저 길로 가면 꼭 입을 맞춰야 하나? 저쪽으로 한번 내려 가볼까?  혹 이쁜 여자라도 오면 길이름 핑계 대고 입이나 한번 맞추자고 할까? 혼자 객적은 생각을 하면서 쉬엄쉬엄 30여 분 더 올라가니 옥녀봉이 나온다. 15:44.



#  쉼터.

 

 

 

#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입맞춤길이다.

 

 

 

#  옥녀봉 정상. 1시간 걸렸다.

 

 

 

#  경마장이 내려다보인다. 오늘은 경기가 없는 듯.

 

 

 

#  멀리 매봉과 망경대가 보인다.

 

 

 

잠시 한숨 돌리고 물도 마신다. 오늘부터 워터백을 다시 준비했다. 그동안 호스가 추위에 얼어붙는 바람에 워터백을 준비 못해 물 마시기가 불편했는데, 간만에 워터백을 가져 오면서 일부러 물을 3리터 가득 채워 왔다.

물 마시며 주변 경관 구경도 하고 가야 할 매봉과 망경대도 미리 조망해 본다. 막걸리 한잔 사 마실까 하다가 저런 불법 상행위에 동조하지 말자는 생각에 그냥 참기로 했다.

10여 분 내림길을 내려가니 원터골에서 올라오는 첫 번째 갈림길과 조우하고, 이후 매봉 정상까지 계단길이 쭈욱 이어진
다. 특이하게 계단 마다에 각기 번호를 붙여 두었다.

20여 분 오르니 삼각점이 있는 공터가 나오고, 다시 조금 오르니 소원을 빈다는 돌문바위가 나온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빌면서 돌문을 돌고 있고, 나는 카메라 뷰파인드에 모습을 담는 것으로 소원을 대신하였다.

다시 바로 위에 사람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없는 매바위가 있다. 119 구급대가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등산객 한 사람을 데리고 하산하고 있다. 산에서 술을 얼마나 마셔야 저 정도일까? 나도 술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참 별 사람이 다 있다 싶다. 이러다간 등산면허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동네 뒷산 오르는데 무슨 면허가 필요하며,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백두대간 곳곳에 쌓여 있는 쓰레기, 떼거지로 산에 몰려 와서 불 피우고 소란 피우고 담배 피워대는 사람들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런저런 상념에 조금 더 오르니 실질적인 청계산 정상인 매봉이 나온다. 16:35. 1시간 50분 걸렸다.



#  원터골 갈림길. 계단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  삼각점이 있는 공터.

 

 

 

#  돌문바위. 사람들이 쉴새없이 돌고 있다.

 

 

 

#  매바위.

 

 

 

 

#  매봉.

 

 

 

#  푸른 하늘 우러러 행복하다고 정상석 뒷편에 적혀 있다.

 

 

 

#  청마 유치환님의 바위.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는...

 

 

 

매봉 정상엔 사람들로 붐비고 막걸리 장사 주변으로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청계산의 모든 봉우리엔 이처럼 막걸리장사들이 꼭 있고 일부는 규모도 큰 편이다. 땀 흘리고 한잔 사 먹는 것이 좋게 보일 때도 있긴 하더라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상을 벗어나 잠시 내려 서서 양지바른 바위 위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오랜만에 정상주를 마시니 기분이 너무나 좋다. 어젯밤에 밤새 술을 마셨고 오늘 잠시 후 형님들과 또 마셔야 하는데, 정상주 한 잔에 이렇게 흐뭇해 하다니... 김밥도 너무나 맛나네?


점심 후 잠시 휴식한 뒤 다음 포스트인 망경대를 항해 출발했다.

 



#  하오고개까진 1시간 40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  청계산의 주봉인 망경대.

 

 

 

매봉에서는 하산길이 여러 갈래여서 잠시 헷갈리다 우측으로 돌아 내려가니 혈읍재가 나온다. 지난 여름 비 많이 오는날 이곳에서 길을 잃었는데...

이정표가 좀 애매하게 기록되어 있고 좌측은 옛골로 하산하는 길이 확실한데, 우측은 동물원으로 내려갔던 기억이 있어 직진하여 가파르고 미끄러운 눈길로 접어든다.

그러나 잠시 후 이 결정을 많이 후회했다. 우측길이 하산길이 아니라 석기봉으로 가는 우회로였던 것이다. 아주 미끄럽고 위험하지만 그런대로 쉽게 균형 잡아가며 오르니 군부대가 있는 망경대 정상이다. 전방으로 조망은 아주 좋아 가슴이 후련하지만 하산길은 장난이 아니다.

군부대 철조망 옆의 암봉지대를 어렵게 어렵게 조심해가며 내려서는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잔설로 바위가 미끄러워 아주 위험한데 아무도 지나는 사람이 없어 만약 사고를 당한다면 도움을 청할 방법이 없다.

억지로 내려서니 이쪽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철조망으로 막아 두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비집고 길을 만들어 두었다. 북진한다면 철조망 때문에 걱정이 없겠는데, 남진 방향에는 차단막이 없어 이쪽으로 무심코 오게 되어 있다.

마침 몇 분이 북진해오다가 바위틈에서 매달려 내리는 나를 보고는,"아이구, 깜짝이야, 산신령이 내려 오는줄 알았네!" 하신다. 그냥 허허 웃고 "이쪽으로 가지 마십시오"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허허허!!! 이 금스틱이 네 것이냐? 아니면 이 은스틱이 네 것이냐?" 라고 연못에서 금도끼 은도끼 장사하는 산신령 흉내를 냈다.

 

 


#  혈읍재. 오른쪽으로 하산해야 우회로.

 

 

 

#  아주 미끄러운 망경대 오름.

 

 

 

#  망경대.

 

 

 

#  멀리 석기봉과 이수봉, 국사봉이 조망된다.

 

 

 

#  .서울랜드, 경마장, 과천쪽 풍경.

 

 

 

바위면에 굴이 뚫려 있고 샘물이 얼어 붙어 있는 하늘샘이 나온다. 지도에는 마왕굴이라고 나와 있다. 하늘샘 오른쪽으로 석기봉 안부로 오는 가파른 돌길이 나오고 양쪽으로 줄이 매어져 있다.

석기봉 역시 조망이 일품이고 이제 서서히 날이 어두워지려고 폼을 잡는다. 저 아래 넓은 헬기장이 보인다.



#  하늘샘.

 

 

 

#  정여창선생의 흔적이 서린 곳이다.

 

 

 

#  석기봉 오름의 밧줄구간.

 

 

 

#  석기봉 전방 헬기장.

 

 

 

봉우리 하나를 넘어 가자 다시 넓은 공터가 하나 나온다. 어떤 인간들인지 처드신 쓰레기를 박스에 담아 한쪽에 버려 두었는데, 호랑이로부터 산중 왕자 자리를 물려 받은 도둑고양이 한마리가 그 쓰레기를 뒤져 만찬을 즐기고 있다.


공터 바로 위에 절고개 능선이 나온다.

 


#  공터.

 

 

 

 

#  도둑고양이의 만찬.

 

 

 

#  절고개 능선.

 

 

 

절고개 능선엔 막걸리 장수가 바람막이용 비닐을 길게 처 두었고, 우측으로 가면 절고개 거쳐 과천쪽 매봉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선 좌측으로 가야 이수봉 가는 길이다. 535봉을 넘어 10분 정도 다시 올라가니 높다란 정상석이 있는 이수봉이 나온다. 18:00.



#  이수봉.

 

 

 

#  가야 할 국사봉.

 

 

 

이수봉에서 다시 좌측으로 가면 옛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국사봉은 우측으로 꺾어 간다. 어느새 땅거미가 어둑어둑해지고 망경대 우회로 이후론 사람 구경도 못했는데, 463봉 정상에 한 사람이 돌아 앉아 간식을 먹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크게 인사를 건네는데 들은 척도 않고 앉아 있다. 우이쒸이~~~

멋쩍은 마음에 발걸음을 빨리해 국사봉 오름에 접어들고 잠시 낑낑 오르니 어느새 캄캄해진 국사봉 정상에 이른다.18:30

望京, 國思 모두 忠節과 관련있는 이름이다. 국사봉 정상엔 진눈깨비 섞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고 멀리 외곽 순환도로의 불빛이 불을 뿜는 용처럼 구불구불 고개를 넘어간다.


        

#  국사봉 정상.

 

 

 

백운호수까지 걸어 가려고 했는데, 약속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눌더러 하오고개까지 와달라고 전화를 하고, 이마에 불 달고 하오고개를 향해 내려간다.

국사봉 하산길은 잔설이 남아 있어 미끄럽고 자욱한 안개에 진눈깨비 섞인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어 눈을 뜨기가 어렵다.

등불이 안개 때문에 흩어져서 시야도 좁고 모든 조건이 나쁜데, 갑자기 비행기 이륙할 때의 소리같은 굉음이 웅웅 크게 들린다. 곧이어 거대한 송전탑이 나타나고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이녀석이다. 송전탑 자체에서 나는 소리인지 바람 때문에 울려 나는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귀가 멍할 정도의 큰 소리이다.

송전탑을 두 개 지나자 헤드랜턴 불빛에 공동묘지의 봉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 공동묘지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등로가 공동묘지 사이로 나 있을 줄은... 으악~~~~

바람만 불지 않았으면, 안개만 끼지 않았으면 그나마 조금 나을 텐데 오늘 전설의 고향에 나올 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군 생활할 때 부대가 공동묘지 곁에 있어서 이런 분위기와는 비교적 친한 편인데,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영 적응이 않되고 무섭기만 하다.

국민여러분! 공동묘지 무덤가에 측백, 편백나무 같은 것을 심지 맙시다~~. 오늘같이 안개끼고 바람부는 날엔 머리 풀고 춤추는 것처럼 보입니다요~~~~ 그래도 공동묘지를 완전히 관통하지는 않고, 산마루를 넘어 정신문화원 방향으로 내려서니 옛날 의왕과 성남을 이어주던 하오고갯길이 나온다. 19:00

 



#  하오고개

 

 

 

마눌더러 고개 너머 포장마차있는 곳으로 오라고 했기에 그대로 고개를 넘어 가는데, 간간이 의왕쪽으로 넘어가는 차들이 나를 보고 움찔움찔하다가 비켜간다. 어두운 고갯길에서 아래 위 까만 옷을 입고 커다란 배낭을 메고 가는 사람이 자동차 불빛에 불쑥 들어오니 놀랠 수 밖에...

다행인 것은 산행 마치고 형님네들 만나 식사하는 도중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상 허접한 청계산 공동묘지 얘기였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의 다음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