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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일곱번째(검마산휴양림~창수령)-창수령(蒼水嶺)과 이문열(李文烈)!! 본문

1대간 9정맥/낙동정맥 종주기

[낙동정맥]일곱번째(검마산휴양림~창수령)-창수령(蒼水嶺)과 이문열(李文烈)!!

강/사/랑 2008. 5. 29. 00:21
 [낙동정맥]일곱번째(검마산휴양림~창수령)



2008년 초여름 대한민국은 끝 모를 '광기(狂氣)'에 들떠 있다. 그 광기의 중심에 '촛불'이 있다. 원래 촛불이란 자신을 불태워 어둠을 밝히는 고귀함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 때 이르게 무더운 여름밤 대한민국의 촛불은 의도된 선동(煽動)과 맹목적 부화뇌동(附和雷同)으로 온 나라를 불태우는 광기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그 광기의 촛불은 드디어 스스로 주장하는 진보를 넘어 파쇼적 형태로 진면목(眞面目)을 드러내고 있다. 누구라도 자신들의 대열에 서지 않고 반대한다 싶으면 떼로 몰려들어 이빨을 드러내고 물어뜯는다. 썩은 고기를 찾는 하이에나에 다름없다.


이런 면에서 80년 당시 위컴 주한 미 사령관의 한국인의 맹목적인 떼거리 행태를 비유한 '들쥐 발언'은 일면 타당한 점이 있다! - 당시엔 위컴의 발언에 나도 분노했었지만...

촛불보다는 생활 속의 질서가 더 중요하다는 발언을 한 방송인 정선희는 방송에서 쫓겨났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어느 여자 탤런트는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그녀가 TV에 나와 맛있다고 호들갑을 뜬 도미노 스테이크 피자에도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갔다는 것을 그 여자아이는 알고나 있을까?

이런 광기의 폭풍 속에, 지식인이랍네 큰소리치던 사람들이 모두들 촛불의 불똥이 무서워 입을 굳게 다문 시점에 이문열(李文烈) 작가가 강력한 일침을 날렸다. "불장난을 오래 하면 불에 데게 된다. 쇠고기 얘기하던 사람들이 '공영방송 사수'라고 하면서 무슨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쇠고기 문제는 하나의 구실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더라도 쇠고기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짐작을 했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계는 이미 좌파가 점령했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가릴 것 없이 모두 왼쪽으로 한참 기울어 있다. 세상 모든 좌파는 원래 민족주의(民族主義)로 수렴된다. 우리나라는 오랜 분단의 격전지다. 정리되지 못한 사상(思想)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리하여 반미(反美), 반제국주의(反帝國主義), 친북(親北)은 민족의 탈을 쓰고 춤을 춘다.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다.


그 기울어진 사상의 전쟁이 가장 가열찬 곳이 문화예술계이고 그곳의 승자는 이미 좌파 친북주의자들이다. 그곳에서 '자유'. '시장경제', '경쟁', '순수예술' 등을 얘기하면 '수구꼴통'으로 매도된다. 그런 일방적 전장에서 거의 필마단기(匹馬單騎)로 외로이 싸우는 이가 이문열 작가이다.


공격 대상을 찾아 무리지어 날뛰는 하이에나떼에 둘러싸인 그곳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문화예술인은 차라리 침묵을 선택한다. 그렇게 모두가 입을 굳게 다물고 엎드려 있는 이때 '아니오!'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그의 모습은 커다란 울림 그 자체다.

'변경(邊境)',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英雄)',' 황제를 위하여', '금시조(金翅鳥)'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무수한 작품으로 8, 90년대를 대표했던 소설가인 이문열은 영양군(英陽郡)이 배출한 당대 최고의 작가이다.

그는 작품에서 자신의 고향인 영양을 배경으로 많이 사용했다. 그의 대표적인 소설 중 하나인 '젊은 날의 초상' 역시 자신의 고향인 영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그는 고향 영양에서 동해바닷가 영해(寧海)로 넘어가는 '창수령(蒼水嶺) 고개'를 등장시켰다.

 

소설 '젊은 날의 초상'에서 주인공 영훈이 방황을 하다 '칼갈이'와 만나는 장소가 바로 창수령이다. 작가가 표현한 창수령은 이렇다.

"창수령 해발 700미터. 아아, 나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보았다. 창수령을 넘는 세 시간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세계의 어떤 지방 어느 봉우리에서도 나는 지금의 감동을 다시 느끼지는 못하리라.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완성된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을 나는 바로 거기서 보았다. 오, 그 아름다워서 위대하고 아름다워서 숭고하고 아름다워서 신성하던 그 모든 것들…."

창수령 고개는 영덕군 창수면과 영양을 이어주는 918번 지방도가 지나는 곳이자, 낙동정맥(洛東正脈) 일곱 번째 구간의 종착지다. 지금이야 자동차 씽씽 달릴 수 있는 포장도로가 되었지만, 90년대 초반까지도 창수령은 흙먼지 풀석이는 가파른 산길이었다. 영양읍 화천리와 무창리를 거쳐 반변천을 따라 구절양장 고갯길을 올라 가면 한순간 앞이 열리면서 영덕 창수리 너머 동해바다가 열렸을 것이다.


이문열 작가는 그 고갯길 꼭대기에서 완성된 아름다움의 실체를 보았던 모양이다. 그곳에서는 이념도 정치도 광기도 없이 고갯마루를 넘어 오는 시원한 솔바람과 푸른 소나무 가지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동해바다의 물결만 위대하고 숭고하고 신성하게 만건곤(滿乾坤)하였으리라!


우리 낙동정맥 종주팀은 낙동길 일곱 번째 길에서 이문열 작가의 고개 창수령을 만났다. 그 고갯마루에 서서 금강송 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 들으며 창수령과 이문열 작가의 일갈(一喝)을 떠올렸다. 그리고 방향 잃은 광기(狂氣)에 휩싸인 오늘을 돌아보며 홀로 탄식하였다. "아, 대한민국! 어디로 가려나?"

 



창수령(蒼水嶺)과 이문열(李文烈)!!

구간 : 낙동정맥 제 7구간(검마산휴양림~창수령)
거리 : 구간거리(29.1 km), 누적거리(124.5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8년 5월 24,25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검마산휴양림(08:45) ~ 휴양림갈림길(09:30) ~ 임도갈림길(10:30)/휴식 후 11:00 出 ~ 검마산(11:35) ~ 휴양림분기봉 ~ 주봉(12:15) ~ 918봉 ~ 임도삼거리(13:20)/점심후 14:30 出 ~ 778.9봉(14:52) ~ 백암산분기봉(16:00) ~ 암봉전망대 ~ 옛성터 ~ 임도(16:40) ~ 옛고개 ~ 942봉(17:44) ~ 전망대 ~ 921봉/매봉산(18:30) ~윗삼승령(19:05) ~ 아랫삼승령(20:20)/아랫삼승령에서 일박.

아랫삼승령(07:20) ~ 688봉/학산봉 ~ 묘지 ~ 고개안부(07:57) ~ 쉰섬재(08:33) ~ 저시재(09:
03) ~ 방호벽 ~ 옷재 ~ 608봉 ~ 낙엽송조림지 ~ 지경 ~ 임도(12:00)/휴식 후 12:40 出 ~ 독경산(13:38) ~ 창수령(14:10).
총 소요시간 17시간 25분(1일차 11시간 35분, 2일차 6시간 50분).
        


5월 23일 쇠의 날.
갈수록 한 팀으로서 유대감이 깊어지는 우리 낙동 삼인방은,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엔 아직 간극이 있어 산길 대신 약속 장소에서 한바탕 알바를 했다. 나는 산본역에서, 뱌그라님은 사당역에서, 뚜버기님은 인덕원역에서 제각각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인덕원에서 합류, 오후 10시에 출발했다.

근래 들어 회사일로 무리를 해서인지 장거리 운전이 부담스럽다. 졸음 참아가며 고속도로 두 개 갈아타고 가다가 풍기나들목을 나와, 31번 도로 타고 영주 지나 울진방향으로 가다가 졸음 때문에 엉뚱한 길로 빠져 도로에서 또 한바탕 알바를 했다.

지도 확인하고 겨우 길 다시 찾아 88번 도로 지방도로 갈아타고 구불구불 한티재를 넘어 영양군 수비면 발리에 도착했다.(03:40). 애초에 계획했던 검마산 휴양림까지는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그만큼도 못 가겠다. 이곳에서 취침! 


발리 마을 입구의 성황당 숲에 멋진 정자가 하나 있어 얼른 집 한 채 세웠다. 아무리 피곤해도 산꾼들 잠자리에 한 잔 술이 빠질 수가 있나? 가볍게 술 한 잔씩 돌려 피로를 씻고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듣는 개구리 소리 참 정겹기도 하네.... 음냐, 음냐 ...ZZZ



백암산/白巖山

경상북도 울진군 온정면과 영양군 수비면의 경계에 있는 산. 이 1,004m. 태백산맥의 줄기인 중앙산맥에 딸린 산으로, 주위에 오십봉(五十峰:827m)·금장산(金藏山:848m)·칠보산(七寶山:810m)이 솟아 있다. 사방의 비탈면은 경사가 급하며, 계곡과 늪이 많다. 서쪽 기슭에서는 장파천(長坡川)이 발원하며 높이 40m의 백암폭포가 있다. 동쪽 기슭에서는 평해남대천(平海南大川)의 상류 수계(水系)가 발원하고 온정리에는 백암온천이 자리한다. 산에는 소나무·참나무 숲이 울창하고, 평해~백암온천 간 버스와 울진~백암온천 간 버스가 각각 운행된다.

 

창수면/蒼水面


면적 152.29㎢, 인구 2,603명(2001)이다. 13개 리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으로 병곡면(柄谷面), 서쪽으로 영양군 석보면(石保面), 남쪽으로 영해면(寧海面), 북쪽으로 울진군 온정면(溫井面) 및 영양군 수비면(首比面)과 접한다. 서쪽은 태백산맥의 분수령으로 지세가 험하며 주위의 칠보산(七寶山:810m)·등운산(謄雲山:767m)·독경산(獨慶山:683m)·형제봉(兄弟峰:704m) 등이 경계가 된다. 이들 산으로 둘러싸인 중앙부는 작은 분지를 이루고, 송천(松川)이 남동쪽으로 흘러 동해로 들어가며, 그 유역에 좁은 충적지가 전개되어 있다. 연 평균기온은 12.7℃이며 동해와 멀지 않으나 지형 관계로 한서의 차가 심하며 연 평균강수량은 1,016mm이다. 경지율은 낮으나 농가율이 높아 영세농이 많다.최근 담배 등 특용작물의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산간지대에 위치하여 도로교통이 불편하며 동쪽으로 영해면을 거쳐 동해안 지방과 통한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낙동정맥 제 7구간 검마산휴양림~창수령 지형도(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지나가는 차 소리에 알람 필요 없이 저절로 눈이 떠졌다. "발리에는 식당들이 많아 밥 끓일 필요 없으니 짐이나 챙깁시다." 마침 한 곳의 식당에서 아침 식사가 된다고 해서 그곳에서 밥 먹고 화장도 마쳤다. 그리곤 지난번에 내려왔던 검마산 휴양림으로 이동했다.

 

 


# 새벽에 도착하여 발리마을 입구 정자나무가 있는 쉼터 정자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 최고의 야영지다. 수백 년 묵은 나무들의 정기를 듬뿍 받았다.

 

 

 

출발이 늦지만 오늘은 아랫삼승령까지만 가면 되니 서두를 건 없다. 휴양림 주차장 한켠에 주차하고  짐 챙겨 출발했다.(08:45)

 

일기예보에서는 오전 중 한차례 비 예보를 했지만 흐리기만 할 뿐 비는 내리지 않는다. 임도 따라 길게 올라가는데 요 근래 많이 가물었나? 지난 번 내려올 때 물이 풍부하던 계곡은 완전히 말라 버렸다. 이 구간을 연속 종주 할 경우 이 계곡만 믿다가는 큰일나겠다.  (09:30).휴양림 갈림길에 복귀했다.

 

 

  

# 휴양림을 출발,  임도 따라 길게 올라갔다.

 

 

 

# 임도 따라 오르다 잠시 돌아다본다.

 

 

 

# 휴양림 갈림길에 복귀. 출발 전 기념사진 한 방!

 

 

 

기념 촬영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다만 이곳에서 '918.2봉'을 넘느냐 마느냐로 잠시 설왕설래하다가 임도파는 임도로 마루금파는 마루금으로 각각 올라갔다. 아, 나야 당연히 임도파다.

 

임도 따라 오르니 우측으로 조망이 트여 "거 정말 좋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낙동은 언제나 캄캄한 숲속을 끝도 없이 오르내리기만 해야 하니 임도에서 바라보는 이 정도의 조망도 감지덕지다.

 

중간중간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는 임도를 길게 올라가는데, (전국 어디나 임도는 왜 항상 이렇게 찔끔찔끔 포장을 했을까??) 갤로퍼 한 대가 임도 위에서 내려오더니 아래에서 차를 돌려 다시 우리를 추월하고 1남 2녀의 나물꾼이 차에서 내린다. 

 

여자분 중 한 사람이 우릴 보고 "뭐 하는 사람입니까?" 라고 공격적으로 질문한다. "그러는 댁은 뭐 하는 사람입니까?" 웃으면서 카운터 펀치 한 대답 날렸더니 나물 캐는 사람이란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는 정맥꾼들이오!"

 


나물 많이 캐시라 인사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길고 길게 올라 '임도 갈림길'에 도착했다.(10:30). 때마침 마루금파도 숲에서 내려온다. 결국, 휴양림 갈림길에서 918.2봉을 넘어도 한 시간이요, 임도를 따라도 한 시간이다. 재회의 기념으로 막걸리 한 잔 해야 쥐이??  30여 분 막걸리 한 잔 하고 휴식한 후 다시 출발했다.(11:00)

  

 

 

# 마루금파는 마루금으로 임도파는 임도로...

 

 

 

# 다양한 식생이 숲을 가득 메우고 있다.

 

 

 

# 지나치는 산 마루금엔 금강송이 일렬로 도열해 있다.

 

 

 

# 임도 따라 오르니 이런 멋진 광경도 볼 수 있다.

 

 

 

# 함박꽃.

 

 

 

# 미나리냉이도 활짝.

 

 

 

# 붉은 병꽃의 색이 아주 강렬하다.

 

 

 

# 임도파와 마루금파가 같은 시각에 도착했다.

 

 

 

# 임도가 정맥을 가로질러 인간세로 내려가고 있다.

 

 

 

# 빨리 묵고 잔 돌려라! 뱌그라님 표정이 강렬하다.

 

 

 

# 막걸리 한 잔 나눈 후 검마산으로 고고!

 

 

 

이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좌측 숲으로 올라갔다. 임도는 좌측으로는 수비면 신원리로 내려가고, 우측으로는 검마산을 완전히 한 바퀴 휘감아 차단기 있는 곳에서 정맥과 합류한다.

 

숲으로 올라가자 계단식으로 점차 고도를 높여 가는 형세다. 계단 하나를 올릴 때마다 경사가 급해진다. 남다른 건강 때문에 비상용품을 모두 챙기고 대형 카메라를 매다는 바람에 짐을 줄여 줄여도 배낭 무게는 25kg짜리 대형이다. 그 무게가 그대로 어깨를 파고들어 힘이 많이 든다.


짐 짊어지는 산행은 나에게는 아무래도 무리인가? 돌아가면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장비를 전부 초경량으로 바꿔야 할까 보다. 낑낑 올라 '검마산'에 오른다.(11:35)

 

 

 

# 이 산을 검마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아니라고 반론한 사람이 공존한다.

 

 

 

검마산은 지형도에 없는 이름인데 그 정상도 이론(異論)이 있다. 이곳을 검마산, 다음에 있는 봉우리를 주봉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 이곳을 가짜 검마산, 주봉을 검마산 정상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10분 휴식하고 다시 출발했다. 평탄하게 가다가 '휴양림 분기봉'을 만났다. 이 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휴양림으로 갈 수 있나 보다.


아래로 내렸다가 한차례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 잠시 내렸다가 다시 위로 한차례 쎄게 밀어 올린다. 밧줄 구간을 지나고 이윽고 '주봉'에 오른다.(12:15 )


 

 

 

# 휴양림 분기봉. 이정표는 좀 전의 그 봉우리가 검마산 정상이라고 말한다.

 

 

  

# 오늘 구간의 대표주자 큰앵초.

 

 

 

# 주봉. 검마산이라고 팻말이 달려 있다.

 

 

 

# 여기도 땅에 박히지 않은 삼각점이 있다.

 

 

 

#  큰앵초 한방 더!

 

 

 

# 검마산 주봉 정상 주변엔 졸방제비꽃이 대세다.

 

 

 

주봉엔 삼각점과 헬기장이 있고 검마산이라고 팻말을 매달아 두었다. 이곳을 검마산 정상으로 하고 좀 전의 봉우리는 전위봉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정상을 지나 가파르고 길게 내려갔다. 고도를 100M나 내린다. 내리막 숲속은 온통 앵초밭이다. 짙푸른 숲속에서 앵초의 강렬한 핑크색이 인상적이다.

 

안부에서 작게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 다시 위로 밀어올리는데 좌측 길도 없는 곳에 표지기들이 매달려 있다. 어디로 가라는 걸까?? 지도 확인해보니 아마도 신원리쪽으로 탈출하는 길인가 보다.

 

직진하여 암봉으로 된 '918봉'을 넘고 이번엔 아주 길게 내려갔다. 무릎이 아파올 무렵 '차단기가 있는 임도삼거리'에 내려섰다. 전방에 백암산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13:20 ) 

 

 

 

# 임도삼거리 내려서기 전 바라본 백암산 줄기.

 

 

 

# 임도삼거리.

 

 

 

# 차단기가 열려 있다.

 

 

 

"밥 묵고 갑시다!" 무거운 배낭 벗고 털썩 주저 앉았다. "아이고~ 힘들다!" 때마침 검마산 임도에서 만났던 나물꾼들의 갤로퍼가 도착하고 그들도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펼친다.

 

대간, 정맥 시작한지 4년만에 낯선 여성들과 도시락을 같이 먹기는 처음이다. 경상도 사람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순박하신 분들이다. 1시간 10분간의 긴 점심 후에 나물꾼들은 나물 캐러, 정맥꾼들은 맥을 캐러 각자 길을 나섰다.(14:30).

 

 

 

# 새끼 진드기가 피를 빨자고 덤벼든다.

 

 

 

# 넌 누구냐? 냉이 종류같은데?

 

 

 

# 식사 전에 막걸리부터 한 잔!

 

 

 

# 낯선 여인들과 산에서 처음으로 동석하였다.

 

 

 

막 출발하려는데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순식간에 사위가 캄캄해진다. 오전에 검마산 오르며 괜히 우비 챙겨 오느라 짐만 무거워졌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더니 그 불평을 듣고 우비 챙겨온 보람있게 만들려고 하는 모양이다.

 

얼른 하늘 보고 한 말씀 올렸다. "무효, 무효! 아침에 불평한 것 무효입니다. 더이상 불평하지 않을 테니 비옷 입을 일 없게 해 주소서!! 비야,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 우리 누나 시집간단다~"

 

비 오지 말라고 노래까지 한 곡 불렀더니 다행히 약발이 먹혔는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점심 후에 만나는 첫 포스트는 778.9봉인데, 정상까지는 계단식으로 3단을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한다. (14:52). 삼각점과 고목이 쓰러져 있는 '778.9'봉에 도착했다.

 

곧바로 아래로 잠시 내렸다가 높지는 않지만 꾸준히 오르내리며 아주 길~게 진행했다. 열댓 차례는 오르내렸나 보다. 지겹단 소리가 나올 즈음 한차례 찐하게 밀어 올려 '백암산 분기봉'에 오른다.(16:00)

 

 

 

# 층층나무.

 

 

 

# 뚜버기와 강사랑의 절묘한 조화. 이 분은 뚜버기와 강/사/랑이 낙동 동반이 될 걸 알았나 보다. 뚜버기의 닉과 강사랑의 슬로건이 합쳐졌다.

 

 

 

# 그늘사초  푸르게 자란 이 무렵의 숲바닥을  정말 좋아한다.

 

 

 

# 고목이 쓰러져 있는 778.9봉.

 

 

 

# 아직 붉은 색을 띄지는 않은 산앵도.

 

 

 

# 네!

 

 

 

# 은대난초.

 

 

 

# 백암산 분기봉.

 

 

 

# 코팅된 안내판이 땅에 떨어져 있다.

 

 

 

고도계에 910이 찍힌다. 배낭 벗어 던지고 옷도 훌렁 벗어 땀을 식혔다. 백암산은 정맥에서 좌측으로 한 발 빗겨 앉아 있는데, 정상 구경할려면 아래로 내렸다 다시 올려야 한다. 조망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오늘은 안개 짙어 숲속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백암산 조망 기대하기는 틀렸다. 하긴 조망이 좋다고 한들 정맥 벗어나 있는 산 일부러 찾아갈 우리가 아니다.

 

백암산은 숲 너머로 눈길 한 번 주는 걸로 만족하고 우측으로 내려갔다. 아주 가파르게 내려가는데 올렸던 고도를 전부 다 까먹는다. 당연히 또 내렸던 것 만큼 올라야 하겠지. 어깨를 파고드는 배낭 무게에 짓눌려 힘들단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억지로 이름도 없는 봉우리를 올라서지만 금방 또 떨어져 내린다. 이 봉우리의 정상부는 옛 성터다. 이 정도 산세면 굳이 성을 쌓지 않더라도 적이 올라오기는 어려울텐데 굳이 성을 왜 쌓았나??

 

잠시 후 '암봉 전망대'가 나오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는 것은 없다. 아쉽다. 낙동에서 이런 전망대 만나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숲속의 나무들이 안개를 모아 물방울을 만들었다가 비 뿌리듯 후두둑 후두둑 떨어뜨린다. 아래로 계속 내려가자 한순간 앞이 툭 트이며 '임도'가 나타난다.(16:40)

 

 

 

# 짙은 안개가 숲속을 가득 채워 축축하다.

 

 

 

# 파란 숲길을 걷는 정맥꾼. 뒷모습에서 무거운 배낭 무게가 느껴진다.

 

 

 

# 암봉전망대.

 

 

 

# 그러나 안개 때문에 조망은 이렇다.

 

 

 

# 다시 만난 임도. 그러나 바로 숲으로 다시 들어 가야한다.

 

 

 

임도파가 힘든 와중에 임도를 만났으니 이 아니 반가울쏘냐? 그러나 아쉽게도 지도 확인하니 임도는 정맥을 한참 벗어나서 구불구불 마음껏 산을 휘감다가 윗삼승령과 만나게 되어 있다.

 

임도에서 곧바로 좌측 숲으로 올라갔다. 계단식으로 가파르게 밀어 올리면 숲에 둘러싸여 천장만 뻥 뚫린 뾰족한 봉우리가 나온다. 정상 너머로 임도가 우측 산허리를 휘감는 것이 안개 속에 언뜻언뜻 보인다. 잠시 내렸다가 이내 칼날 같은 마루금 위로 진행했다. 좌우로 천 길 낭떠러지라 발 잘못 디뎌 떨어지면 바닥 구경하기 힘들겠다.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길게 내려 '옛고개'를 지나고 가파르게 한 차례 밀어 올린 후 이번에는 길고 길게 고도를 높여 올라갔다.

 

정말 '낙동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구간이다. 대간, 정맥하면서 힘들 때마다 몇 가지 조어(造語)를 해 봤는데, 예를 들면 '마지막 30분 증후군'과 '금북스럽다' 같은 말들이 되겠다.

 

'마지막 30분 증후군'은 대간할 때 만들었는데, 구간 구간 마다 날머리 도착하기 30분쯤 전이면 어김없이 봉우리들이 쉴 새 없이 나타나 지친 산꾼을 완전히 그로키로 몰아가는 현상을 빗대 만들어 봤고, '금북스럽다'란 말은 금북정맥의 특징인데, 별로 높지도 않은 산들이 끝도 없이 나타나고 그 산들이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오르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오늘 '낙동스럽다'란 말을 하나 더 만들어 본다. 낙동이 오지 중의 오지를 통과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도에 표시되지도 않은 봉우리들이 무수히 많다. 특히 지난 구간과 오늘 구간에 그런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한 포스트에서 다음 포스트까지 가노라면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봉우리를 기본적으로 수십 개는 각오를 해야 했다.


아마도 낙동이 잔봉들이 워낙 많아 일일이 지도에 전부를 표기하기 어렵기도 하고, 조망이 전혀 없이 하루종일 숲속만 걷다 보니 거리감이나 고도감이 무뎌져서 더 힘들게 느껴져서 그런가 보다.

 

아무튼, 정말 낙동스러운 구간이다. 봉우리를 도대체 몇 개나 지났는지 알 수가 없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소리가 나올 때쯤 작은 공터가 있는 봉우리에 도착했다. '942봉'니다.(17:44) 

 

 

 

# 하늘만 뻥 뚫린 뾰족한 봉우리.

 

 

 

# 좀 전에 만났던 임도가 산자락을 휘감고 있다.

 

 

 

# 작은 공터가 있는 942봉.

 

 

 

지도상 식수 삼거리는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다음 봉우리를 완만하게 오르면 좌측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는데, 잠시 후 전망이 트이며 눈 앞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바다다. 영덕군 창수면 쪽에서 형성된 운해들이 정맥을 넘어가고 있다.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대자연이 주는 감흥에 젖는다. 구름바다 위로 가야 할 921봉이 섬처럼 떠 있다. 

 

 

 

# 한순간 앞이 툭 트이며 멋진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 가야 할 921봉 안부로 구름넘이가 시작되고 있다.

 

 

 

# 저멀리 섬처럼 떠있는 산봉우리에 햇살이 비추고 있다.

 

 

 

 # 파노라마로...(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멋진 광경에 넋을 잃은 뚜버기!

 

 

 

아래로 내려 잔봉 하나를 넘고 안부에서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오른다. 힘들 때마다 하는 버릇인 숫자세기를 하는데, 540개를 세고서야 '921봉' 정상에 오른다.(18:30) .


921봉엔 낙동 특유의 미니 헬기장(기능이 애초에 없어 보이기도 하고 현재는 잡목 때문에 완전히 기능이 사라진...)이 있고, '매봉산'이란 이름표가 매달려 있다. 역시 지도에는 없는 이름이다.

 

921봉 내리막은 가파른 급경사다. 무릎이 시큰거릴 즈음 안부에 이르고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더니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간다.  (19:05). 윗삼승령에 도착했다. 


 

 

 

# 921봉.

 

 

 

# 921봉은 '매봉산'이란 지형도에도 없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 두루님의 낙동 출석부.ㅋㅋㅋ

 

  

 

# 윗삼승령. 힘들게 도착했다.

 

 

 

시간 여유 있다고 중간중간 휴식을 너무 많이 했나 보다. 아직 해가 넘어 갈 시간은 아닌데 흐린 날씨 탓에 주위가 어둑하다. 아랫삼승령까지는 아직 1시간 20분을 더 가야 한다. 그러자면 이마에 불 밝히고 산길 걸어야 하고 무엇보다 지금 아랫삼승령의 계곡이 말라 물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결국, 이곳에서 우측으로 임도 따라 저시마을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저시마을에서 물을 구하는 것이 제일 우선이다. 나머지는 임도신공(林道神功)으로 해결하자!!" 

 

 

 

# 물을 잔뜩 머금어 솜방이가 된 민들레 홀씨!

 

 

 

# 임도 따라 저시마을로 물 구하러 갔다.

 

 

 

 

저시마을은 영양읍 기산리에 속하는데, 기산리라는 이름은 산세가 기이하고 험하여 얻은 이름이다. 임도 따라 길게 내려 저시마을에 도착한 후 외딴 농가에 들어갔다. 농사일을 나가셨는지 아무리 불러도 주인이 나오질 않는다. 아니면 우리 셋을 무장공비쯤으로 보고 숨 죽이고 계신 건지도 모르겠다.

 

마당에 수도꼭지가 있어 주인 없는 집에서 물을 구했다. 그리고 임도신공을 발휘해서 아랫삼승령으로 올라갔다. 산속의 밤은 빨라 아랫삼승령 오르는 도중에 날이 어두워져 순식간에 주위는 캄캄절벽으로 변한다.

 

길게 올라 아랫삼승령에 도착하는데, 이런?? 아랫삼승령 정자에 불빛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정맥꾼 둘이 이미 정자를 선점하고 저녁 식사 중이다. "이거 큰일 났다!!" 나는 비박 텐트가 있지만, 두 동무는 침낭 커버뿐이기 때문이다. "뱌그라님은 산은 누구보다 잘 타지만 비박 경험이 없어 한뎃잠을 싫어 하시는데... 이 정자 믿고 그냥 왔는데 오늘 이슬 맞게 생겼다!!"

 

그런데 이 사람들, 같은 정맥꾼이 왔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보지도 않고 소주잔만 내민다. "아, 우리에게 급한 건 소주잔이 아니라 야영준비와 주린 배를 채우는 일입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일단 우리는 공터 한 켠에 짐 내리고 야영 싸이트를 구축했다. 그리고 뚜벅은 뱌그라님을 위해 그 사람들이 정자 안에 쳐 둔 텐트 두 동 사이에 침낭 하나만 깔자고 제안하러 갔다. 그런데 잠시 후 뚜벅이 입이 잔뜩 부어서 돌아온다. 자기들 물건 놓아두어야 한다고 안된다고 했단다.

 

"이런 DOG같은 경우가 있나? 자기네 텐트 자리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자 한 쪽에 침낭 하나만 깔겠다는데 안된다니! 그 정자가 당신들 거냐? 같은 정맥꾼으로서 어찌 그럴수가 있나? 자기들 짐 이슬 맞지 않게 하겠다고 같은 산길 걷는 산꾼은 이슬 맞게 하겠다고?? 에라이~ 고약한 인간들아! 그런 고약한 심사를 갖고 정맥 종주 백 년을 해봐라, 얻는 게 있는가!"

 

생각 같아선 달려가서 욕을 퍼부어 주고 싶은데 이 깨끗한 대자연 속에서 그 또한 더러운 오물을 쏟아내는 일이라 참기로 했다. 나쁜 기억은 빨리 잊는 게 좋은 법. 얼른 짐 풀고 밥 끓여 허기를 면하고, 한 잔 술로 무거운 짐에 깔려 고생한 심신을 달랬다.

 

그러다 문득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낙동의 험준한 산군(山群)들 위로 별들이 쏟아질 듯 총총하다. 아! 조쿠나!! 이 맛에 우리가 이 머나먼 낙동의 산속으로 들어와 이 고생을 사서 하지.... 한 잔 술로 서로를 바라보고 같은 산길을 걷는 동지의 정을 나누고 또 한 잔으로 고개 들어 하늘 우러러 이 대자연의 향연을 만끽했다. 

 

 

 

# 고약한 인사들이 아랫삼승령 정자를 선점해서 공터 한 쪽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 숲에서의 야영은 언제나 상쾌하다.

 

 

 

# 햇살이 퍼지는 낙동의 아침.

 

 

 

그렇게 낙동의 밤은 깊어간다. 밤새 바람이 많이 불어 텐트를 뒤흔드는 통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산속에서의 잠은 알람이 필요 없이 부지런한 산새들 울음소리에 저절로 눈을 뜨게 된다. 청량한 산속에서 낙동의 정기를 마음껏 받아서인가 모두들 개운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아침 끓여 먹고 화장하며 출발 준비를 했다.

 

간밤의 고약한 인사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미안했는지 온다간다 말도 없이 얼른 짐 챙겨 먼저 떠난다. 그치들 산속에서 다시 만나기 싫어 일부러 좀 더 미적거리다 주변 정리하고 우리도 짐 챙겨 출발했다.(07:20)

  


# 또 하루 낙동길을 걸어 보세!

 

 

 

# 백선.

 

 

 

# 민백미꽃.

 

 

 

시작부터 가파르게 밀어 올린다. 워밍업을 위해 조심조심 가파른 경사를 한차례 치고 오르면 '688봉/학산봉'에 오르게 된다. 그러다 좌측으로 꺾어 올랐던 그만큼 떨어져 내린다.


잠시 후 묘지를 하나 만나는데 어제 아침 이후 처음으로 휴대폰이 터진다. 마눌에게 전화했더니 어젯밤에 걱정이 되어 잠을 제대로 못 잔 모양이다. 검마산 휴양림에서 출발한다고 전화한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으니... 그래도 뚜버기님과 뱌그라님이 같이 동행해서 큰 걱정은 안했단다.

 

다시 길게 내려 '고개가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 고개 주변은 온통 멧돼지 목욕탕이다. 간밤에도 무리를 지어 한바탕 질탕하게 목욕을 즐기고 떠났는지 군데군데 둥근 목욕통이 조성되어 있다. 고개 우측 '기산리 느터지마을'쪽으로 표지기가 몇 개 매달려 있다. 아마도 물 구하러 갔던 흔적인 듯하다. 

 

 

 

# 고개 안부. 우측 기산리 방향으로 팻트병과 표지기들이 매달려 있다.

 

 

 

#  고개 주변은 온통 멧돼지 목욕탕이다.

 

 

 

정맥은 고개를 지나 직진하여 다시 치고 오른다. 한차례 위로 밀어 올린 후 길게 고도를 높여 가며 완만하게 진행했다. 그러다가 턱이 땅에 닿게 가파르게 한차례 밀어 올려 무명봉을 하나 오르는데, 오르자마자 곧장 좌측으로 떨어져 내린다. "이런 씨이..."  길게 내렸다가 작게 한번 봉우리를 넘으면 '쉰섬재'에 내려 선다.(08:33) 

 

 

# 일액현상.

 

 

 

# 살갈퀴.

 

 

 

# 노랑갈퀴.

 

 

 

# 쥐오줌풀

  

  

이 고개 아래에 조(粟) 쉰 섬을 지을 땅이 있어 이런 이름을 얻었다 한다. 좌측 '백청리 잣나무골' 방향에 '낙동정맥 연결등산로'란 표지기가 매달려 있다. "저 잣나무골에서 조농사를 많이 지었나?"

 

재를 지나 계단식으로 빡세게 밀어 올린다. 쉰섬재에서 입에 문 사탕이 다 녹을 무렵 무명봉을 하나 넘고, 곧장 아래로 또 떨어져 내린다. 다음 포스트는 저시재인데 곧장 모습을 보이지 않고 봉우리를 하나 넘어 어둡고 축축하게 젖은 숲을 한참이나 걸은 후에야 비로소 모습을 나타낸다.  '저시재' (09:03) 

 

곧장 다시 치고 올라 길게 밀어 올렸다가 봉우리를 하나 넘고 잠시 내리더니 길게 진행한다. 안개가 숲을 완전히 덮어 빗방울로 변해 떨어진다. 때문에 숲은 완전히 비 온 날 모습이라 아랫도리가 완전히 다 젖어버렸다.

 

그러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좌측으로 내렸다 또 봉우리 하나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는다. 아이구야~~  이 봉우리들은 50,000 지도에는 전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것들이다. 그런 만큼 이런 봉우리를 만날 때마다 더 맥이 빠지고 힘이 든다. 그나마 정상은 한 번에 보여주질 않고 계단식으로 길게 밀어 올린니다. 계단 중간 부분에 현무암으로 만든 듯한 희미한 옛 성벽의 흔적이 보인다. 지도상 '방호벽'인가 보다.

 

길게 밀어 올려 봉우리에 올라서지만 이 봉우리는 이름도 없고 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봉우리다. 이 넘은 오를 때 아주 힘이 들더니 내리막도 아주 가파른 급경사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이 정도 오르내림이면 지도에 등고선으로 표현될만한데...

 

길게 내렸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오르는데 바람이 너무 좋다. 이 좋은 바람을 그냥 허비할 수가 없다. 배낭 내리고 홀라당 벗고 거풍을 즐겼다. 땀을 식힌 후 아래로 내려가면 고개가 하나 나온다. '옷재'다.(10:25)

 

전방에 시커먼 산줄기 하나가 성벽처럼 버티고 서 있다. 쉼호흡 크게 한번 하고 길게 밀어 올려 800걸음을 세고서야 봉우리에 올라 서고(608봉(?)), 잠시 평탄하게 마루금을 타고 가는데 좌측 아래는 깎아지른 급경사다. 전형적인 낙동의 동급서완(東急西緩) 지형이다.

 

곧바로 아래로 내려 잘록이에 이르고 다시 전방의 산을 길게 치고 오른다. 봉우리 세 개를 이어서 넘고 헉헉대며 아래로 길게 내려가면 넓은 평원이 나온다. 낙엽송 군락지다.(11:23)

 

길게 봉우리를 올라 '지경'을 지난다. 영양읍과 영덕군의 지경(地境)이란 뜻인가? 산의 좌측 사면을 따라 급격하게 떨어져 내린다. 그러다 봉우리 두 개를 연달아 넘는데, 두 번째 봉우리엔 갈림길이 있다.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자 '넓은 임도'가 정맥을 지나고 있다.(12:00) 

 

 

 

# 쉰섬재.

 

 

 

# 숲속은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안개가 자욱해 모든 것이 축축하게 젖었다.

 

 

 

# 제주도 돌같은 구멍 뚫린 현무암이 대세다.

 

 

 

# 아랫도리가 흠뻑 젖었다.

 

 

 

# 광대나물.

 

 

 

# 잠시 트인 곳이 나와 이런 조망을 허락한다.

 

 

 

# 고목 가운데 뿌리를 내린 특이한 넘. 생명의 승계인가?

 

 

 

축축한 숲속을 지나오느라 아랫도리가 완전히 젖어 이곳에서 전부 홀라당 벗고 장비 말리기를 했다. 간식도 먹고 휴식하며 마음껏 호사를 누렸다. "아, 가기 싫다! 그냥 이 쯤에서 그만!" 이라는 비명이 절로 난다.  그냥 이 임도 타고 내려가서 자래목이로 길 따라 걸어 올라 갈까? 그렇지만 오늘 구간의 제일 중요한 포스트인 독경산을 빼먹을 수야 있나..

 

(12:40)다시 정비하고 출발했다.  

 

 

 

# 햇살좋은 임도에서 홀랑 벗고 장비 말리기를 했다.

 

 

 

# 한잠 늘어지게 잤으면  딱 좋겠는데...

 

 

 

곧바로 봉우리 하나를 넘고 다시 길고 완만하게 봉우리 하나를 더 오른다, 그리고 곧 떨어져 내리는데, 묘지를 지나자 아예 깊숙히 떨어지라 한다.

 

안부에서 다시 위로 올려 봉우리에 오르면 우측 숲 너머로 독경산이 우뚝하다. 멀리서 보기에도 정상부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저 봉우리를 넘어야지!!

 

봉우리 두어 개를 넘은 후 다시 하나를 치고 오르면 '독경산 전위봉'에 오르게 된다. 돌아보면 지니온 정맥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음~ 저기가 백암산이고, 저기가 검마산인가?"  

 

 

 

# 숲 너머로 독경산이 건너다 보인다.

 

 

 

# 독경산 정상을 땡겨본다.

 

 

 

# 전위봉을 넘고 다시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 전위봉에서 돌아본 모습. 백암산 산줄기가 장쾌하게 흐르고 있다.

 

  

전위봉 오르면서 이 봉우리를 넘고 아래로 깊게 내렸다가 독경산으로 또 치고 올라야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다행히 내리질 않고 바로 치고 오르게 되어 있다.

 

전위봉 아래 '독경산 고개'에서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급경사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는데, 뙤약볕에 노출되어 뜨겁고 숨이 턱에 차오른다.  헉헉대며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930개의 숫자를 세고서야 '독경산 정상'에 도착한다.(13:38)
 

  

# 독경산 정상부는 경사가 급해진다.

 

 

 

# 독경산 정상. 산이름이 독경이니 책을 한 권 읽고 가야 하는데...

 

 

 

독경산은 '독경(讀經)' 즉 경전을 읽으며 공부를 한 곳이라 얻은 이름인데,  나는 경문대신 힘들어 숫자를 하나, 둘, 셋... 세면서 올랐다.

 

정상엔 넓은 헬기장과 산불감시탑이 있다. 헬기장을 지나 숲으로 내려가는데 창수령을 지나는 차소리가 들린다. 이제 다왔다는 얘기다.

 

아이구 좋아라~ 하고 희희낙낙하고 있는데, 마지막 30분 증후군을 피해갈 수가 있나? 그냥은 절대로 못 보내 주겠단다. 아래로 내렸다가 봉우리 하나를 다시 치고 올라야 했다. 오래 전 어느 여자가수가 부른 '그것은 인생'이란 노래가 절로 나온다.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네..."

 

다시 한차례 낑낑 올라 '625'가 찍히는 봉우리를 넘고, 아래로 길게 내려가면 드디어 종착지인 '창수령/자래목이'에 내려서게 된다.(14:10)

 

 

 

# 창수령 직전 어느 안부. 터진 숲 너머로 다음 구간 맹동산 산줄기가 보인다.

 

 

 

# 줌으로 땡겨보니 마루금에 있는 OK목장이 건너다보인다.

 

 

 

# 이문열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젊은날의 초상'의 주요 무대인 창수령고개. 드디어 도착했다.

 

 

 

# 창수령에 서 있는 다음 구간 안내도.

 

 

 

아이고 정말 길고 힘든 이틀이었다. 가능하면 OK목장까지 갈 수도 있다는 서로간의 묵시가 있었지만, 모두들 "여기서 그만!" 이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창수령은 영해로 넘어가는 918번 지방도가 지나고 있어 차량통행이 많다. 한숨 돌리기도 전에 영해에서 올라오는 봉고트럭이 하나 있어 얼른 손 들어 차를 얻어 탔다. 이제 낙동에서 트럭 얻어 타는 데는 도사가 되었다. 고마운 두 부부 덕분에 무창리까지 한달음에 도착했다.

 

무창리 삼거리에 하차하여 시골 노인들께서 한담을 나누고 계신 가겟집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이틀 간의 땀을 식혔다. "아이구~ 조아라~~ "

 

 

 

# 이틀동안 같이 동고동락한 뚜버기님.

 

 

 

# 선두대장 뱌그라님.

 

 

 

# 무창리 가겟집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랬다.

 

 

 

잠시 후 수비택시가 도착해서 검마산 휴양림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 기사양반은 자동차를 비행기로 변신시킬려고 한다. 이유인즉 정맥꾼 한 사람이 한티재에 내려 오는데, 3시에 만나기로 했단다. 그 와중에 우리가 전화를 해서 그 사람과의 사전 약속과 겹쳐진 모양이다.

 

돌아가는 도중 그 정맥꾼이 한티재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온다. 서울 사람이라는데, 대중교통 차시간 때문에 빨리 오라고 성화가 대단하다. 시간이 맞지 않아 우리 택시기사는 그 손님을 포기하고 다른 수비택시를 불러준다. 서울 사람이란 소리를 듣고 택시기사한테 그 손님에게 다시 전화해서 우리하고 같이 서울로 올라 가자고 전화하라고 했더니 이미 다른 택시하고 통화를 하는지 전화를 받질 않는단다.

 

잠시 후 구불구불 한티재를 올라가는데, 맞은 편에서 택시가 빠른 속도로 내려온다. 두 택시가 휙! 스쳐 지나가는 순간, 맞은편 택시의 승객이 아는 얼굴인 듯한 느낌이 팍 든다. "솔숲향기님이닷!"

 

전화해보니 아니나다를까 솔숲향기님이 맞다. 이틀간 낙동의 정기를 받았더니 신기(神氣)가 내렸나? 며칠만 낙동의 정기를 더 받으면 미아리에 돗자리 깔아도 되겠다.

 

택시 돌린 솔숲향기님과 수비에서 반갑게 해후하였다. 그리고 같이 검마산 휴양림으로 돌아가 이틀 동안 주인 기다린 애마를 회수했다. 휴양림 샤워장에서 얼음보다 더 차가운 청량수로 열오른 몸을 식히고 이틀간의 땟국물도 씻어냈다.

 

좋타, 정말 좋타! 이틀간의 힘든 산속 생활이 있었기에 이런 청량감이 더 가치있는 일이다.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고마운 검마산휴양림과 작별하였다. 그리고 지난번에 안면을 익힌 춘양면의 매운탕집에서 매운탕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나누니,

 

"좋타! 더욱 좋타!!"

 

 

 

# 솔숲향기님과 뜻밖의 해후를 하고 휴양림에서 얼음같은 찬물로 샤워해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 온 후 기념사진 한장!

 

 

 

# 춘양 낙동강변에 있는 어느 식당의 잡고기 매운탕! 

 

 

 

# 산꾼들의 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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