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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호남정맥]세번째-Part2(활인동치~조약봉)-짧지만 굵은 금호남!! 본문

1대간 9정맥/금남호남정맥 종주기

[금남호남정맥]세번째-Part2(활인동치~조약봉)-짧지만 굵은 금호남!!

강/사/랑 2008. 11. 4. 00:22
 [금남호남정맥]세번째-Part2(활인동치~조약봉)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은 길이가 짧은 정맥이다. 총 거리가 약 67km 정도에 불과하다. 백두대간(白頭大幹) 영취산(靈鷲山)에서 출발해서 장안산(長安山), 사두봉(蛇頭峰), 신무산(神舞山), 팔공산(八公山), 성수산(聖壽山), 마이산(馬耳山), 부귀산(富貴山)을 거쳐 조약봉(鳥躍峰) 분기점에서 끝을 맺는다. 정맥이 지나는 인간세의 강역(疆域)도 전북 장수군과 진안군 두 개의 군(郡) 뿐이다.

 

현재 우리가 걸을 수 있는 남녘 땅 아홉 개 정맥 중 가장 짧은 것이라 일부 산꾼들은 호남정맥의 일부로 편입해서 계산하기도 한다. 낙동정맥이 410km, 호남정맥이 430km인 점을 감안하면 그 거리가 얼마나 짧은지 알 수 있다. 구간도  4구간이면 그 끝을 볼 수 있고 발걸음 빠른 이들은 밤새워 3일 정도를 한꺼번에 몰아서 해치워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강/사/랑이 금남호남정맥 네 구간을 두 발로 걸으며 느끼고 검증해 본 결과, 금남호남정맥은 결코 호남정맥에 편입해서는 안 될 당찬 정맥이다. 그 혼자로서도 존재 가치가 충분한 산맥인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그 시작과 마지막이 모두 호남지방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산맥을 호남정맥에 포함시키면 금남정맥의 존재가 사라지게 된다. 호남정맥에서 갈라지는 금남정맥은 존재할 수 없다. 원래 정맥은 백두대간(白頭大幹)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맥의 구분은 산길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물길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금남호남정맥은 큰 강(江)의 발원지를 두 개나 품고 있다. 비단강으로 불리는 '금강(錦江)'과 두꺼비 강인 '섬진강(蟾津江)'이다.


금강은 호남과 충청 지방을 아울러 흐르다 서해로 잠긴다. 길이 394.79km로 천리에 가까운 먼 길이다. 금강의 발원지는 '뜬봉샘'이다. 봉황이 날아 올랐다는 이 샘은 금남호남정맥이 출발하는 영취산에서 장안산을 넘고 수분치(水分峙)에서 한 숨 돌린 후 솟아 오른 신무산 우측에 있다.


섬진강은 모래가 고운 강이다. 그래서 다사강(多沙江)이라고도 불렀다. 길이는 222km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경계하며 흘러 남해로 합해진다. 섬진강의 발원은 신무산 지나 우뚝 솟은 팔공산 자락에 있는 '데미샘'이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팔공산이 아니라 전북 임실군 성수면 화암리 소재의 이름없이 높이로만 존재하는 1110봉 좌측 사면에 있는 샘이다. 그 산이 이름을 얻지 못해 흔히 팔공산 자락이라 칭한다.


어쨌거나 금남호남정맥은 두 개의 큰 강으르 발원시킨 모성(母性)의 산맥이다. 물길은 산길과 조화를 이루며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길과 독립된 산길은 정맥이 될 수 없다. 금남호남정맥은 금강의 흐름과 출발을 함께 한다. 그것이 이 짧은 산맥을 정맥으로 편입한 또하나 이유다.


금남호남정맥이 온전한  정맥인 마지막 이유는 이 산맥의 기운에 있다. 금호남은 짧은 산맥이다. 산맥이라 부르기도 난감할 정도이다. 하지만 충실하다. 짧지만 단 한순간도 허술하게 흐르지 않는 산세(山勢)를 가졌다.

 

낙동정맥이나 호남정맥은 그 길이가 긴 만큼 그 흐름 속에 갖가지 사연과 역사와 볼거리를 숨겨 두고 있다. 하지만, 길이 길어지니 허술해지기도 한다. 길이가 늘어지다보니 한순간 그 흐름이 약해져 맥이 흐려질 때가 있다. 인간세 사이를 걷기도 하고 비산비야(非山非野)의 구릉을 지나기도 한다.

 

그러나 금호남은 그 짧은 흐름 속에 단 한 차례도 맥을 잃는 경우가 없고, 전 구간에 걸쳐 다양한 사연과 역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조망 역시 전 구간에 걸쳐 군데군데 멋진 조망을 지녔고, 오르내림도 지지부진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화끈함을 가졌다.

 

이런 여러 이유때문에 금남호남정맥은 그 홀로 정맥이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산맥이다. 단지 길이가 짧고 그의 시작과 끝이 호남지방 속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홀대하거나 아예 다른 정맥에 편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금남호남정맥은,

한마디로 정의해서 '짧지만 굵은' 정맥이다.

  


 

짧지만 굵은 금호남!!

구간 : 금남호남정맥 제 4구간(활인동치~조약봉)
거리 : 구간거리(15.5 km), 누적거리(69.9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8년 11월 2일. 해의 날
세부내용 : 
활인동치(07:15) ~ 398봉 ~ 마을길 ~ 과수원 ~ 벌목지 ~ 462봉 ~  475봉 ~549봉 ~ 637봉 ~ 산양산삼단지 ~ 절골갈림길(09:10) ~ 부귀산(09:35)/휴식 ~ 암봉전망대 ~ 653봉/복호봉(10:47) ~ 우무실재 ~ 645봉 ~  질마재(11:49) ~ 600봉(12:20)/점심 후 12:55 出 ~ 가정고개(13:12) ~ 옛성터 봉우리 ~ 가죽재(14:02) ~ 520봉(14:40) ~ 615봉(15:12) ~ 622봉 ~ 645봉 ~ 641봉(16:30) ~ 623봉 ~ 세봉임도 ~ 조약봉(17:00) ~ 호남정맥 길 헬기장 ~ 모래재 ~ 모래재 휴게소.               

 

총 소요시간  9시간 45분.

 


11월 2일. 해의 날. 진안읍내에 있는 작은 모텔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새벽 5시에 기상했다. 더운 물 부어서 먹는 누룽지와 찬 만두로 아침을 해결하고 씻은 후 출발 준비를 했다. 창밖을 보니 캄캄하고 스산해서 길 나설 마음이 선뜻 생기질 않는다.

 

TV 켜서 뉴스 보며 시간 보내다가 날이 밝는 걸 보고 길을 나섰다. 어제는 모르고 진안까지 택시를 타고 왔지만, 오늘은 그냥 걸어서 활인동치로 향했다.


 

진안군/鎭安郡

 

북동쪽은 무주군, 남동쪽은 장수군, 서쪽은 완주군, 남서쪽은 임실군과 접하며, 북쪽은 충남 금산군과 도계(道界)를 이룬다. 1개 읍 10개 면으로 이루어졌고, 군청 소재지는 진안읍 군하리(郡下里)이다. 인구는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197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이촌향도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주거지는 진안읍에 집중분포한다. 노령산맥 동쪽 사면과  소백산맥서쪽 사면 사이에 위치한 산간 고원지대로, 80.22%가 산악지대이다. 고랭지채소 재배가 활발하며, 도립공원인 마이산이 있다.  서부는 노령산맥의 주능선인 해발고도 800∼1,000m의 산지로서, 朱川面과 富貴面의 경계에 운장산(雲長山:1,126m)과 만덕산(萬德山:762m) 등이 있고, 그 사이에 곰치재[熊峙:420m]가 있다. 여기서부터 진안읍·마령면(馬靈面)·성수면(聖壽面)·백운면(白雲面) 등지에 해발고도 500m의 진안고원이 넓게 전개된다. 진안고원의 중앙부인 진안읍과 마령면의 경계에 2개의 역암(礫岩) 봉우리를 거느린 마이산(馬耳山:678m와 685m)이 솟아 있다. 남동부는 소백산맥의 서사면으로, 진안읍 남부에 성수산(聖壽山:876m), 백운면과 장수군의 경계에 팔공산(八公山:1,151m) 등의 산지가 있다. 하천은 진안고원에서 북류하는 금강(錦江)과 남류하는 섬진강(蟾津江)이 분수계를 이루는데, 그 최상류가 진안군을 흐른다. 섬진강은 팔공산 등지에서 발원해 백운면·마령면·성수면 등을 지나 임실군 관촌면(館村面)·신평면(新平面)으로 남류하며, 금강은 마이산 북사면에서 발원해 진안읍·상전면(上田面)·정천면(程川面)·용담면(龍潭面)을 지나 무주군으로 북류한다.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계는 진안읍 서남쪽, 전주와 진안을 연결하는 도로상의 낮은 고개인 해발고도 350m의 활인동(活人洞) 고개 지점이다. 특히 섬진강은 상류의 성수면과 임실군 관촌면에서 심하게 감입곡류(嵌入曲流)한다.  

 

활인동/活人洞

 

옛날 마을 앞에 있던 고목의 나무가지가 마치 활처럼 휘어져 있어서 사람들은 활 모양의 귀목나무 가지를 날마다 바라보면서 대단히 귀하고 소중한 나무로 생각하고 가꾸어 왔었다 한다. 마을 사람들은 활 모양을 하고있는 귀목나무가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지켜준다고 생각하여 마을 이름도 활인동이라 부르게 됐다 한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금남호남정맥 제 4구간 활인동치~조약봉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이 동네 모텔은 전부 원형 침대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진안읍내를 걸어 활인동치로 향했다. 진안읍 입구로 나가자 제일 먼저 마이산이 반겨준다. 진안읍 입구의 램프를 돌아 올려 전주와 장수를 잇는 26번 도로에 올라서고 잠시 걸어 올라가면 '활인동치'에 서게 된다.


활인동은 진안군지(鎭安郡誌)에 의하면 활처럼 굽은 귀목나무가 있어서 얻은 이름이라 하고, 국립지리원에 의하면 마을에 임중화(林中花) 또는 연화도수(蓮花倒水)의 명당이 있어 '화림동'이라 불렀는데, 발음이 변해서 활인동이 되었다고 나온다.


한자 표기가 '活人洞'이라 뭔가 사람을 살려낸 아름다운 전설을 기대했는데 기대 밖이다. 이 고개는 원래 '강정골재'란 이름이 더 유명하다. 하지만, 나는 활인동의 어감이 좋아 활인동치로 부르는데 적극 동참한다.

 

요즘 TV를 보면 온통 남을 깔아뭉게고 막말하고 함부로 하는 넘들이 인기 연예인이라고 짓고 까불고 난리다. 학교에서도 스승은 사라졌고, 기업도 상생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정치판은 더하다. 남을 짓밟아야 일어서는 이 오욕의 세상에 '活人洞'이라니! '사람을 살리는 동네!' 저 동네 사람들은 다 의인(義人)일 것 같은 느낌이다.

 

07:15. 도로 우측 절개지로 치고 오르며 산행을 시작했다.

 

 

 

# 진안은 마이산과 더불어 살아 갈 수 밖에 없는 고장이다. 이 동네 어디서나 눈에 들어 온다.

 

 

 

# 금호남 마지막 구간의 들머리인 활인동치.

 

  

어제와는 달리 날씨가 잔뜩 흐리고 바람도 일어나면서 스산하다.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온다. 쟈켓을 벗지 못하고 입은 채 올라갔다. 표고버섯 단지가 이어지는데 길 찾기가 조금 애매하다. 한차례 위로 올리면 요상하게 생긴 정자가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398봉'이다.


이 동네는 로보트 태권브이와 관련이 많다. 이 정자는 만화영화에 나왔음직한 모습을 하고 있다. 태권브이의 머리모양을 닮았다. 땅을 파면 태권브이의 몸통이 나올 듯한 느낌이다. 그냥 나 혼자의 실없는 생각이다.

 

 

# 길 찾기가 애매한 표고버섯 단지를 올라갔다. 

 

 

 

# 태권브이 만화영화에 나왔음직한 정자.

 

  

봉우리 내리막은 밤나무밭인데, 길을 못 찾아 잠시 헤매다가 아래로 내려가니 시멘트 도로를 만난다. 길 건너 과수원을 따라 올라가면 묘지가 나오고 돌아보면 그곳에서도 마이산이 보인다.

 

 

# 시멘트도로를 만나고 과수원으로 올라갔다.

  


# 묘지에서 본 모습. 마이산과 마이종합학습장이 보인다. 활인동치에서 저 건물 쪽으로 길 따라 오는 게 더 편하다. 시간 절약도 많이 되고...

    

  

마침 일출이 시작되고 있어 가슴 열고 태양의 정기를 받아 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해는 곧 구름 속으로 들어 가 버리고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한차례 올려 능선에 오르고 우틀하여 가다가 벌목지를 만나 좌틀하여 계속 오른다. 묘지 있는 봉우리에 올라 좌틀하여 가다가 벌목지를 만나 북서진했다. 숲 아래에서 분뇨냄새가 바람을 타고 진동한다. 축사가 있나?

 

이곳 지형은 부귀산을 향해 북진하여 봉우리를 오르고 좌틀하여 서진하며 마루금을 타다가 다시 봉우리를 향하여 북진하여 오르는 지그재그 형식으로 고도를 높이며 북서진하는 형태다. 그런 식으로 462봉, 475봉, 549봉, 637봉을 차례로 고도를 높여 가며 올라갔다.

 

어느 순간 우측 사면에 '산양 산삼단지'가 나타나고 진입하지 못하게 막은 철조망이 부귀산 정상 부근까지 길게 이어진다. 꾸준히 고도를 높여 '절골 갈림길'에 도착했다.(09:10)

 

 

 # 일출이 시작되었으나 곧 구름 속으로 숨어 버렸다.

 

 

 

# 아침 안개 속에 희미한 진안읍. 

 

 

 

# 벌목지에서 올려다 본 부귀산. 이후 더 이상 부귀산 조망은 끝이다. 

 

 

 

# 개가 새끼 세 마리를 품고 엎드린 형상이라 개실이라 한다는 개실마을.

 

 

 

# 앞으로 나란히!

 

 

 

# 분뇨냄새를 풍기던 건물. 마이산도 이후는 더이상 볼 수가 없다. 

 

 

 

# 아직은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숲길.

 

 

 

# 로프길도 지그재그다.

 

 

 

# 절골 갈림길.

 

  

부귀산 정상까지는 아직 800m 더 올라야 한다. 산삼단지 철조망을 계속 이어지고 있고 그 안에는 관리막사도 보인다.  꾸준히 올려 마루금에 오르고, 좌틀하여 조금 더 오르면 '부귀산 정상'에 도착한다.(09:35)

 

 

 # 산삼단지 관리막사.

  

 

# 정상 부근은 연무가 가득하다.

 

# 부귀산 정상.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어 춥다. 연무가 짙게 끼어 있어 조망은 전혀 없다. 이러다 혹시 오늘 비 오는 것 아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정상에서 나 홀로 세러머니를 하고 간식 먹으며 휴식했다. 활인동치에서 2시간 20분 동안 올라왔다. 충분히 휴식하고 9시 50분에 출발했다.

 

부귀산 정상엔 묘지가 있는데 그 너머로 정맥길이 이어진다. 잠시 가면 '암봉 전망대'가 나온다. 아래에서 봤을 때 모자챙처럼 튀어나온 곳이 바로 여기다. 평상시에는 멋진 조망을 보여 주는 곳이지만, 오늘은 짙은 연무 때문에 한 치 앞도 구별하기 어렵다. 아쉽다!! 멋진 곳인데...

 

암봉 좌측에 로프가 설치되어 있고 급경사길이라 조심스럽다. 낙엽이 무릎 깊이까지 쌓여 있다. 잔뜩 조심을 했지만, 한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며 발이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졌다. 굴러내리는 도중에 엉겁결에 작은 바위를 움켜쥐고 매달려 멈췄다. 그 바위를 붙잡지 못했으면 저 아래 암반지대로 굴러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일어나서 확인해보니 다행히 다친 곳은 없고 이곳저곳 좀 뻐근하였다.

 

"조심하세!" 흙먼지 털고 다시 길을 나섰다. 잠시 후 갈림길이 나오고 양쪽 모두 표지기가 매달려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위쪽 암봉 아랫쪽으로 표지기들이 더 많이 매달려 있다. 이상한 생각이 들지만, 표지기들이 워낙 많이 매달려 있어 위쪽 길로 올라갔다. 낙엽 때문에 중심잡기가 어려운 길을 낑낑 올라 가니, 이런 제길슨! 이 길은 전망대 암봉에서 우측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빠꾸 오라이!"

 

아랫쪽으로 급경사 사면을 엉금엉금 미끄러져 내려오니 갈림길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긴 급경사 길을 조심조심 내려갔다. 참나무 낙엽이 너무 두껍게 쌓여 있고 급경사에 바닥에 잔자갈이 많아 잠시만 긴장을 늦춰도 주루룩 미끄러진다.

 

이후 봉우리 두어 개를 넘어 길게 가다가 한차례 밀어 올려 '653봉'에 이른다.(10:47) 누군가 리본에 '복호봉(伏虎峰)'이라 적어 두었다. 호랑이가 엎드려 때를 기다리고 있는 봉우리란 뜻이다. 지도에 없는 이름인데 크고 거창하다. 조금 더 가다가 좌틀하여 봉우리 하나를 넘고 내려서면 '우무실재'에 도착한다.  

 

 

 # 부귀산 정상의 묘지.

 

 

 # 정상의 암봉 전망대. 오늘은 연무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 그저 이걸로 만족해야 한다.

 

 

# 너무나 미끄러운 참나무 낙엽.

 

 

 # 우무실재. 

 

  

우무실재엔 대구 '산사자 부부'가 이름표를 매달아 두었다. 처음 백두대간을 시작할 때 같은 부부 대간꾼들이라 이 분들의 산행기를 많이 참조했었다.

 

봉우리 하나를 넘고 다시 한차례 밀어 올리면 '645봉'이 나오고, 이후 좌우로 깎아지른 날등의 마루금을 길게 진행한다. 그러다 595가 찍히는 봉우리에서 좌틀하여 아래로 내렸다 잠시 진행하다 깊게 떨어졌다. 전방에 큰 봉우리가 버티고 있어 걱정이 된다. 안부에 이르면 고개가 나오고 '질마재'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11:49)

 

 

# 날등의 마루금을 길게 걸어 갔다.

 

 

# 질마재. 흔한 이름 중 하나다.

 

 

전방의 610봉은 계단식으로 찐하게 밀어 올리다 정상 부근에서 고맙게도 좌측으로 우회한다. 이후 잔펀치 몇 방 맞고 한차례 길게 올리면 '600봉'에 오른다.(12:20)  이곳에서 점심 먹고 거풍도 하다가 12:55에 출발했다.

 

 

# 600봉.

 

 

# 간소한 밥상. 그러나 오늘은 막걸리가 있어 행복하다.

 

  

정맥은 이곳에서 우틀하여 떨어진다. 길게 아래로 내려가면 '가정고개'에 내려서게 되고 한차례 올리면 우측으로 우회로가 있는데 표지기들은 모두 전방을 가리키고 있다.

 

지도에는 우회해도 되게 되어 있는데? 그렇지만 전방으로 표지기들이 하도 많이 매달려 있어 표지기를 따른다. 낑낑 올라보니, 웬걸? 그대로 우측으로 떨어진다. 조망도 의미도 아무것도 없는 작은 봉우리다. 에이 쒸이~~~

 

이후 잔펀치를 몇 개 얻어 맞으며 길게 진행하다가 깊게 떨어져 내렸다. 그러다 한차례 치고 오르는데 정상은 '허물어진 성터'다. 성터를 넘어 길게 내려가면 4차선 도로가 지나는 '가죽재'에 내려선다.(14:02)

 

 

# 가정고개.

 

 

# 빨간 산열매가 유혹적이다.

 

 

# 간만에 조망이 있는 곳이 나온다.

 

 

# 정맥 우측 오룡동에 있는 저수지.

 

  

# 밝고 선명한 까마귀밥나무 열매.

 

  

# 오룡동 고개 직전의 옛성터가 있는 무명봉. 

 

 

# 26번 도로가 지나는 가죽재.



가죽재는 26번 도로가 지나는 곳에 있고 '오룡동 고개'라고도 한다. 오룡동은 다섯 봉우리의 산에 둘러싸여 있고 오룡농주(五龍弄珠)의 명당이 있어 얻은 이름이라 한다. 지도 확인하니 과연 다섯 개의 산이 둘러싸고 있다. 굳이 센다면 더 될 수도 있겠지만...

 

도로 방호벽에 앉아 잠시 한숨 돌리다 건너편 묘지 옆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파평 윤씨들의 묘지가 연속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꾸준히 위로 밀어 올렸다. 사점이 왔는지 다리가 풀려 무척 힘이 든다.

 

부귀산 내리막에서 미끌어지며 나뒹굴 때 근육이 놀랬는지 그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었는데, 오룡동 고개 지나 520봉을 오르며 힘이 많이 부치는 걸 느낀다. (14:40) '520봉'에 오르는데, 우틀하여 진행하면 전방에 615봉이 우뚝하다. 아이구야~~!

 

615봉 오름은 무척 가파른 데다 갈잎이 두텁게 깔려 매우 미끄럽다. 숨이 턱에 차고 심장은 터질 듯 쿵쿵댄다. 낑낑 올라가는데 위에서 정맥꾼 세 분이 내려온다. 호남정맥 종주를 오늘 끝내고 내친김에 금호남에 들어서서 오룡동고개까지 간단다. 자기들은 혼자서는 무서워서 정맥 못 한다고 날 보고 대단하다 칭찬한다.

 

"혼자 하는 산행도 재미있답니다!" 산악인 엄홍길씨는 혼자 산 타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하더라만... 세 분과 헤어져 다시 낑낑 올라 '615봉'에 오른다. 산동무 백곰님이 이 봉우리에 622봉이라고 이름표를 매달아 두었다.

 

 

# 오룡동 고개 지나 520봉 오름의 우측 풍경. 저쪽으로 올라가도 될 것 같은데 자신이 없어 그냥 오른다.

 

 

# 경사가 급하고 미끄럽다. 경사지에서 만난 정맥꾼 세 분도 엉금엉금 자세를 낮춰 내려가고 있다.

 

 

# 615봉.

 

 

 

지도에는 다음 다음 봉우리가 622봉인데? 지도를 믿어야 되는데 좀전에 우회로 두고 표지기 믿었다가  고생한 것도 있고 해서 백곰님 이름표를 그냥 믿기로 했다. 이 봉이 622봉이면 다음 봉우리는 645봉이고 645봉은 정상에서 좌측으로 꺾어지니 좌측사면으로 우회하면 되겠다.

 

이렇게 잔머리 굴리고 봉우리 하나를 넘고 다음 봉우리에서 좌측을 살피니, 마침 좌측으로 희미한 우회로가 눈에 들어온다. "음.. 그렇다면 처음 봉우리가 615봉이고, 좀 전의 봉우리가 622봉, 이 봉이 645봉이다! 그럼 저 길로 가면 우회할 수 있다!"

 

잔머리 굴리며 좌측으로 우회하여 마루금에 오르자 역시나 정상에서 내려오는 등로가 있다. 좋쿠나! 쾌재를 부르며 아래로 내려가는데 표지기가 전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다닌 흔적도 안 보인다. "이런?? 알바다!!"

 

다시 위로 낑낑 오르며 잔머리 굴린 고생을 한차례 한 후에야 '622봉'에 오른다. 622봉은 암봉이고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올려야 645봉이다.

 

한번 헛질을 했으면 그냥 지도대로 마루금을 타고 넘어야 하는데 괜히 오기가 난다. 25,000 지도에는 645봉에 좌측으로 꺾이게 되어 있으니 틀림없이 우회로가 있을 거다! 오름 중간에 보니 역시나 좌측으로 우회로가 있다. 이 길도 좀 전에 알바한 길처럼 지역 주민들이 다닌 길인데, 오기 부리며 또 그 길로 들어섰다.

 

한참을 우회하여 마루금에 올라서는데 제길슨! 또 알바다. 억지로 잡목 헤치고 능선길을 올라 '645봉'에 오른다. 오기 부리다 알바를 두 차례나 연속으로 했다. 지도대로 좌측으로 꺾어 떨어졌다. 길게 내려 고도를 낮춰 가다 잔봉 두어 개를 넘고 안부로 내려 갔다.

 

전방에 641봉이 까마득 하다. 그래도 올라야지!! 알바로 지친 몸을 이끌고 낑낑 오르면 작은 반석이 있는 '641봉'에 오은다.(16:30)

 

 

# 641봉 정상. 작은 반석이 있어 일부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출발했다.

 

 

이후 길게 길게 내려갔다. 숲 너머로 금호남 마지막 고비인 623봉과 마지막 봉우리인 조약봉이 보인다. "저 623봉을 또 올라야 한다고?" 갈림길을 두어 개 지나고 안부에 이른 후 623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 잠시 오르자 좌측으로 우회하는 길이 나온다. "아이구~ 다행이다!!"

 

잠시 후 '세봉 임도'에 도착했다. 이 임도 따라 내려가면 모래재 공원묘원과 터널앞으로 내려서게 된다. "자, 이제 마지막 봉우리를 향해 올라 가보자!" 세봉임도를 지나 한차례 밀어올리면, 드디어 금남호남정맥 마지막 종착점인 '조약봉(鳥躍峰) 분기점'에 오르게 된다. (17:00)

 

  

# 숲 너머로 623봉과 좌측에 종착점인 조약봉이 보인다.

 

 

# 세봉임도. 전방에 조약봉이 보인다. 

 

 

# 조약봉 3정맥 분기봉.

 

  

조약봉 분기점은 그 이름에 논란이 많은 곳이다. 주화산, 주줄산, 조약봉 등등... 이름이야 사람들이 짓는 것이고 그 이름이 무엇이든 이 봉우리는 3개의 정맥이 분기하는 뜻 깊은 곳이자 마지막과 새로운 출발이 교차하는 곳이다.

  

 

# 이러이러 하단다.

 

 

# 감사합니다. 천지신명이시여!!

 


간단한 의식으로 천지신명께 감사를 표하고, 다음 정맥인 호남정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남정맥은 9정맥 제일 마지막으로 걷기로 하고...

 

잠시 가면 넓은 헬기장이 나오고, 조금 더 진행하다가 좌틀하여 내려갔다. 어느새 땅거미가 찾아와 어둑어둑 해졌다. 뛰다시피 내려가면, 갈림길이 있는 '모래재'가 나온다. 좌측으로 산 아래로 내려가면 모래재 터널 옆으로 나오고, '모래재 휴게소'에 들어섰다.

 

  

# 호남정맥 상의 헬기장.

 

 

# 모래재 휴게소.

 

 

 

모래재 휴게소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옷도 갈아입어 냄새 나는 산짐승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휴게소 음식맛 볼 겨를도 없이 전주행 버스가 도착했다. 얼른 길 건너가 승차했다.

 

전주에서 택시 타고 고속터미널로, 고속버스로 강남으로 전철 두 번 갈아 타고 산본 집으로 돌아왔다. 이로서 짧지만 굵은 금남호남정맥 종주를 마무리했다.

 

내가 걸어야 할 다음 정맥은 구불구불 호남지방을 모두 아우르는 길고 오르내림 많기로 유명한 호남정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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