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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열두번째(피나무재~가사령~한티재)-산이 부르면 가야지! 본문

1대간 9정맥/낙동정맥 종주기

[낙동정맥]열두번째(피나무재~가사령~한티재)-산이 부르면 가야지!

강/사/랑 2009. 1. 1. 00:36
 [낙동정맥]열두번째(피나무재~가사령~한티재)

  

 

산이 부르면 가야지

산이 날 보자 한다 / 어제도 다녀 간 산이건만 // 산이 외로운지 / 오늘도 나를 보자한다. // 산이 날 오라 부르니 / 나도 산을 위해 노래 부른다. // 가녀린 날개에 바람을 얻고 / 산등선 굴곡 따라 푸르르 거리며 // 숨가쁘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 어제 만난 잡목과 바위들이 나를 반긴다. // 십 수년간 산과 속삭이며 데이트한 / 기암괴석으로 꾸민 그 아담한 곳을 // 상수리나무 잎 덮은 울창한 숲 속의 공간 / 더울수록 해맑은 쪽빛 하늘을 가려 // 수줍어하는 내 얼굴을 감춰 / 마음 편하게 해주는 그곳을 // 나는 오늘도 다시 찾아가 / 산과 은밀히 대화를 나누며 // 싱그러운 산의 품에 안겨 / 경쾌한 소리로 노래를 들려준다. // 내일도 산이 나를 부르면 / 나는 싫다하지 않고 // 감사하는 마음으로 / 그렇게 또 산에 오를 것이다.

- 여산 김지명(如山 金之明)


이 시는 김지명 시인의 '산이 부르면 가야지' 란 시다. 산을 닮고자 해서 지은 듯한 '여산(如山)'이라는 호를 사용하는 김지명 시인은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린 유명 시인은 아니다. 


다만 그는 관악산 지킴이로 꽤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직함이 많은 사람이다. 장승 깎는 목공예가, 시인, 인명구조 대장, 재소자 교화 활동가 등등...


그는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 작업장을 열고 그곳에서 장승을 깎는다. 또 관악산 인명 구조대 대장으로 활동하면서 위험에 처한 많은 인명을 구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전쟁고아 출신으로 사회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사고도 많이 친 모양이다. 그런 이유로 교도소 재소자들에 대한 교화 활동에 적극적이다.


파란만장한 그의 삶은 시(詩)가 되어 세상에 나왔다. 삶의 곳곳에서 부딪치는 여러 감정들을 그는 꾸밈없는 시어(詩語)로 승화시킨 모양이다. 그렇게 탄생한 800여 편의 시가 네 권의 시집으로 묶였다.


이 시도 산을 사랑하는 그가 산이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며 쓴 시다. 나는 그동안 이 시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관악산은 우리 동네에 있는 산이다. 그동안 수십 차례 그 산을 찾았으니 오며가며 김지명 시인을 보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알지 못하면 스쳐 지날 뿐이다. 다만, 어느날 산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이 시를 발견했다. 그리고 여산 김지명이란 시인에 관한 내력도 알게 되었다. 단순하고 꾸밈없으며 생활 속의 살아있는 언어로 쓰여진 시였는데, 읽는 순간 바로 느낌이 왔다.


화려(華麗)한 시어(詩語)도 없고, 압축(壓縮)된 의미(意味)도 없고, 농익은 은유(隱喩)도 없는 시(詩)인데, 한 줄 싯귀가 너무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이다.

 

"산이 부르면 가야지"

 

산이 좋아 늘 산을 향하는 우리 산꾼들의 마음이 이 한 줄 싯귀에 고스란히 들어 있는 듯하였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동네 뒷산 매일 찾는 아줌마들이 더 나을 테고, 사람이 좋아서라면 이곳저곳 좋은 모임들 찾아 가면 될 테고, 돈 들지 않는 운동이라면 운동화 끈 동여매고 새벽 골목 뛰면 될 터인데, 우리는 매주 고생보따리 둘러메고 천 리 먼 고장의 낯선 산길을 낑낑! 헉헉! 누비고 다닌다.

 

도대체 왜 우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가라 하지 않은 이 산길을 어제도 오늘도 걷고 있는가? 그것은 시인의 말처럼 산이 부르기 때문이다. 산의 부름이 우리 심장을 뛰게 만들고, 우리 혈관 속에 산을 향한 그리움의 피가 흐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고생보따리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산이 부르면 가야지!"




산이 부르면 가야지!!



구간 : 낙동정맥 제 13,14구간(피나무재~가사령~한티재)
거리 : 구간거리( 39.4 km), 누적거리(249.3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8년 10월 18,19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피나무재(09:15) ~ 임도삼거리 ~ 임도트래킹 ~ 정맥복귀 ~ 611.6봉(10:45) ~ 헬기장 
길주의구간 ~ 질고개(11:45)/점심 후 12:50出 ~ 산불감시초소 ~ 580봉 ~ 옛고개 ~ 의구간 여럿 ~ 헬기장 ~ 헬기장 ~ 785봉(16:10) ~ 간장현(16:35) ~  700봉/휴식 ~ 통점재(17:40) ~ 묘지 ~ 776.1봉 ~ 묘지 ~ 팔공,보현지맥 분기봉(19:00) ~ 가사령(19:35)/가사령에서 야영 1박.

가사령(06:15) ~ 599.6봉 ~ 630.5봉 ~ 안테나 ~ 709.1봉/헬기장(07:27) ~ 796봉 ~ 사관(08:35)/휴식 ~ 묘지 여럿 ~ 배실재(09:50)/휴식 ~ 492.4봉 ~ 628봉 ~ 막실재 ~ 701.5봉 ~ 침곡산(12:04)/점심 후 12:55 出 ~ 철탑 ~ 서당골재(13;12) ~ 서낭당 ~ 산불감시탑(14:12)/휴식 ~ 605봉 ~ 422봉 ~ 먹재 ~ 한티터널 ~ 한티재(15:30).

                
총 소요시간 19시간 35분.(1일차 10시간 20분, 2일차 9시간 15분)

 


10월 17일 쇠의 날. 20:30. 산본에서 조우한 우리 낙동팀, 또 머나먼 낙동길에 나섰다. 영동, 중앙고속도로 갈아타고 계속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가 서안동 나들목으로 나와 국도로 올라섰다. 안동을 지나 청송에 들어서는데 안개가 너무너무 짙게 온 누리를 뒤덮어 버렸다.

 

시정거리가 1~2m에 불과해서 거의 엉금엉금 기어서 진행했다. 조금만 이상해도 브레이크를 밟으며... 혼자 운전하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뒷자리에 앉은 낙동 동지 두 분은 꿈나라를 헤매고 있다.

 

그러다 높은 고개 하나를 엉금엉금 기어서 넘는데, 갑자기 차 앞으로 멧돼지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논에서 실컷 노략질을 하고 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로를 건너는 중인가 보다.

 

얼마나 놀랐던지 급브레이크를 밟고 고함을 질렀더니 두 분 깜짝 놀라 일어난다. 돼지란 놈도 놀랐는지 한동안 꼼짝 못 하더니 몸을 돌려 논으로 도로 뛰어 내려갔다. 두세 살 정도의 수컷 중퇘지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후 다시 길을 나서는데 마땅히 야영할 만한 정자가 통 나타나질 않았다. 혹 있다 해도 안개 때문에 발견하기도 어렵다. 그러다가 부남면에 들어섰는데 마침 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부남초등학교 안으로 들어갔더니 아크릴로 지붕을 만든 멋진 회랑이 있다. 그 아래 침낭 던져 잠자리를 만들었다.




佳士里/가사령

 

포항시 죽장면에 있는 里이다. 산지에 위치해 있으며 가사천이 마을을 가로질러 흐른다. 자연마을로는 가시내골, 가매골, 독골 등이 있다. 가시내골은 이곳에서 생산되던 솥의 질이 워낙 뛰어나서 장안의 기방(妓房)에까지 소문이 자자한지라 이에 빈정대는 뜻으로 부른 이름이라고 한다. 가시내골이 한자로 음역되어 가사리가 된 듯하다.

 

청송군 부남면 이현리/질고개

 

산으로 둘러싸인 산촌마을로, 고개와 골짜기가 발달한 곳이다.질고개 밑이 되므로 이현리라 하였다. 자연마을로는 이현, 구억뜸, 주막뜸, 밤나무뜸, 못안마을 등이 있다.이현마을은 본 리가 시작된 마을로, 지명유래 또한 이현리의 그것과 같으며, 질티 또는 질고개라고도 불리운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낙동정맥 제 13, 14구간 피나무재~가사령~한티재 지형도(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아침 끓여 먹고 화장도 한 후 하룻밤 잘 보낸 부남초등학교와 작별하였다. 다시 길을 나서 오늘 지나가야 할 통점재를 넘어 상옥리에 들어서고 조금 더 올라가면 가사령이 나온다.

 

가사령에 차 세워두고 택시 불러 출발지인 피나무재로 향했다. 구불구불 피나무재를 올라서는데, 지난번 여섯 시간 동안 비 쫄딱 맞고 사투를 벌이며 내려섰던 밤이 생각나 다시 한 번 아찔한 기분을 금할 수 없다. 09:15. 오늘도 우리의 출발은 늦기만 하다.

 

 

# 하룻밤 신세를 진 부남초등학교. 새벽 안개 가득하다.

 

 

# 가사령에 도착해 차를 주차했다. 오늘 구간의 종착지다. 낙동정맥 중인 J3클럽 회원 두 분을 만났다.

 

 

# 택시 불러 피나무재로 올라 갔다. 피나무재의 들머리는 철재 펜스 아래로 통과하는 모양새이다. 덕분에 민망한 모습을 연출해야 하는 들머리로 진입할 수 있다..

 

 

지난 구간 비 쏟아지는 밤중에 엄청난 사투를 벌이며 내린 것과는 다르게 오늘은 온순한 산길이 이어진다. 좌우로 우회하며 가다가 묘지 두 개를 지나고 '임도 삼거리'를 만난다.


삼거리에서 우측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른다. 곧 임도는 정맥을 넘어가고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들어가 올랐다. 숲 밖을 보니 다시 임도가 좌측으로 따라 올라오고 있다. 계속 임도를 따라도 되었다는 얘기다.

 

잠시 후 임도와 만나는 지점이 나와 임도를 따라 진행했다. 이후 긴 임도 트레킹이 이어졌다. 임도 좌우로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익어가는 가을을 즐기느라 시간이 계속 지체된다. 임도 우측으로 자작나무 군락지가 길게 이어지고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데, 임도가 우측으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지도에 없는 임도라 주변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곳이다. 주변 지형 살피다가 임도를 벗어나 좌측으로 산의 사면을 치고 올랐다. 한차례 밀어 올리니 정맥과 다시 합류하게 된다. 그곳에서 길게 한차례 밀어 올리니 삼각점이 있는 '611.6봉'에 도착한다. 10:45.


 

        

# 임도삼거리.

 

        

# 임도가 다시 정맥을 따라 온다.

 

 

# 우리네 임도파는 오늘도 임도를 따른다.

 

 

# 가을이 익어가는 모습들.

 

 

# 고들빼기.

 

 

# 보랏빛이 이쁜 구절초.

 

 

# 작살나무의 보랏빛 열매가 강렬하다. 

 

 

# 한가롭게 가을을 즐기며 진행했다.

 

 

# 큰 말벌집도 보고.

 

 

# 가을 속으로 걸어 갔다.

 

 

# 쉬엄쉬엄! 허위허위!

 

 

# 자작나무 군락이 이어진다.

 

 

# 허물어진 성터가 있는 611.6봉.

 

 

허물어진 옛 성터인 정상을 지나 잠시 가면 '헬기장'을 만나고, 좌측으로 내려간다. 이후는 온순한 길이 길게 이어진다. 모두들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풀 한 포기 없는 적분을 만나 우틀하게 된다. 지도상 '길주의 구간'이다.

 

길게 가다가 다시 우측으로 꺾어야 하는 곳이 나온다. 이후 편하게 속도 내며 가다가 길게 내려갔다. 다시 작게 오르다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면 '질고개'에 내려 서게 된다. 11:45.

 

         

# 잠시 트인 곳이 나와 주왕산 구간의 별바위를 돌아본다. 지난 구간 비 오는 밤중에 저곳에서 엄청난 사투를 벌였었다. 

 

 

# 질고개.

 

 

# 질고개 한 켠에서 마음에 점 하나 찍었다.

 

 

질고개에서 점심과 막걸리 한 잔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12:50에 출발했다. 우리의 점심은 언제나 1시간을 초과한다. 막걸리를 네 잔, 맥주를 한 잔 마셨더니 술이 알딸딸하게 취한다.

 

술 취한 몸으로 오르막에 붙으니 너무나 힘이 든다. 억지로 힘을 내어 한차례 밀어 올리니 '산불감시 초소'가 나온다. 초소에서는 지난 구간의 별바위와 주왕산, 청송 얼음골 등이 조망된다.

 

 

        

# 모데미풀.

  

 

#  산불감시초소.

 

 

# 청송 나리쪽 조망.

 

 

# 저멀리 별바위와 비 내리는 밤중에 모르고 지나쳐서 곤욕을 치르게 했던 주산재. 그리고 우설재가 보인다.

 

 

잠시 가다가 다시 위로 치고 오른다. 낑낑 올라 '580봉'을 넘고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치고 오른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는데 봉우리를 넘어 아래로 길게 떨어져 내려 '옛고개'를 지났다.

 

전방의 봉우리는 우측 사면으로 비스듬히 올라 우측으로 방향을 꺾어 흐른다. 그러다 다시 한차례 밀어 올려 300을 세고서 능선에 오르면 우측으로 잠시 가다가 다시 위로 세게 밀어 올린다.

 

다시 400걸음을 빡세게 밀어 올려 봉우리에 오르고 이후 대여섯 차례 잔펀치를 얻어 맞는다. 그러나 한 차례 길게 어퍼컷을 쳐 올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퍼컷의 꼭대기는 넓은 평원이다. 너무 힘이 들어 배낭 멘 채 드러누워 3분 정도 눈을 붙였다. 다시 길게 한차례 밀어 올려 '페헬기장'을 만났다. 고도계에 710이 찍힌다. 15:37.

 

우측으로 나와 다시 위로 길게 밀어 올리면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잠시 내렸다가 다시 치고 오르면 역시 헬기장이 있는 '785봉'에 오르게 된다. 16:10

  

 

                              

# 전사자 한 명 발생.

 

 

# 샘터가 있는지 펫트병이 꽂혀 있지만 물은 확인치 못했다.

 

 

#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

 

 

# 헬기장이 있는 785봉.

 

 

# 두루님의 출석부.

 

 

# 숲 너머로 가야 할 정맥길이 보인다.

 

 

길고 가파르게 아래로 내렸다가 길게 진행하며 두어 차례 오르내렸다. 그러다 아래로 내리면 옛고개인 '간장현'에 도착한다. 16:35

 

죽장면 하옥리와 부남면 간장리를 잇는 간장현을 지나 한 차례 찐하게 밀어 올린다. '706봉'이다. 힘들게 올랐으니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아무리 늦어도 우리 팀은 막걸리 타임을 지나치지는 않는다.


30분간 휴식하였다. 휴식 후 아래로 내렸다가 두어 차례 오르내린 후 아래로 길게 내려가면 '통점재'에 도착한다. 17:40. 

 

        

# 간장현.

 

 

# 포장도로가 지나는 통점재.

 

 

통점재는 부남과 죽장을 잇는 68번 도로가 지나는 포장도로다. 통점재에서는 가파른 절개지를 내렸다가 다시 절개지를 치고 올라야 한다. 이제 가사령까지는 두 시간을 더 가야 한다. 그렇다면 한 시간 이상을 이마에 불 밝혀야 한다는 얘기다.

 

계단식으로 길고 가파르게 밀어 올려 '776.1봉'을 치고 오른다. 18:29. 정상에서 좌틀하여 묘지를 지나고 다시 쎄가 빠지게 올라가 30분을 더 치고 오르면  '744.8봉'에 올라설 수 있다. 19:00.

 

744.8봉은 팔공, 보현지맥 분기점이다. 우측길로 가면 달의령 지나 구암산을 지나는 지맥길이 이어지고, 정맥길은 좌측길로 길고 가파르게 내려가야 한다. 가파른 내리막이라 몇 번이나 자빠링을 거듭했다. 그러나 안부에 이르고 마지막 봉우리는 넘지 않고 우측 임도길로 내려서면 종착점인 '가사령'에 내려서게 된다. 19:35.

 

 

# 통점재 지나 돌아본 706봉.

 

 

# 744.8봉.

 

 

# 아침에 차를 주차해 둔 가사령에 내려 첫날 산행을 종료했다.

 

 

몸에 묻은 먼지 대충 털고 차 몰고 구불구불 가사령을 내려 상옥리로 갔다. 상옥리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라 식당이 흔치 않다. 한참을 찾아 헤맨 끝에 작은 식당을 하나 찾아 허기를 달래고, 술 한 잔 돌려 무사한 산행도 자축했다.


식당 화장실에서 대충 몸을 씻고 다시 차 몰고 상옥리 지나 가사령으로 올라갔다. 가사령 오름길 중간에는 짓다가 중단한 농원 휴게소가 있다. 아마도 자금이 부족했거나 이곳의 시장성이 없어 공사를 중단한 모양이다.

 

사실 가사령은 69번 도로가 지나는 고갯길이지만 한적한 산길이라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편이다. 이곳에 휴게소를 차린다는 것은 망하겠다는 얘기다. 어쨌든 우리 낙동꾼에게는 더없이 멋진 야영장소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공사 중인 팔각정 안에 들어가 잠자리 꾸미고 술 한 잔 더 한 후 피곤한 몸을 누였다.


 

        

# 우리 팀의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재미인 전국 맛집 순례.


 

 

많이 피곤하였던지 꿈 하나 꾸지 않고 깊게 잠들었다. 푹 잔 후 다음날 4시 30분에 눈을 떴다. 서둘러 아침 끓여 먹고 화장하고 차 몰아 가사령으로 올라갔다. 어제 하루종일 차 세워뒀던 그 자리에 다시 주차하고 짐 챙겨 출발했다. 06:15.


날씨가 싸늘해 옷을 완전무장하였다. 도로 방호벽을 올라 가파른 절개지 사면을 치고 오른다. '599.6봉'을 올라 이후로도 꾸준히 고도를 높였다. 그러다 '630.5봉'에 올라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다시 출발했다. 애써 올린 고도를 모두 까먹고 다시 길게 치고 오르면 '안테나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게 된다.

 

다시 내렸다가 치고 오르는데 정상에 서자 일출이 시작된다. 몇 년 만에 보는 일출인가? 가슴 열고 태양의 뜨거운 기운을 마음껏 받아 들였다. 숲 너머로 먼 곳의 산부터 차례로 불을 켜기 시작한다.

 

한참을 그렇게 일출감상 하다가 다시 가파르게 한차례 밀어 올려 봉우리에 오른다. 그러다 잠시 더 올려 진행하다 살짝 올라가면 헬기장이 있는 '709.1봉'에 도착한다. 07:27


   

                              

# 새벽달이 뜬 가사령.

 

  

# 시작부터 꾸준히 오르내린다.

 

 

# 안테나가 있는 봉우리. 

 

 

# 숲 너머로 일출이 시작된다.

 

 

# 709.1봉. 

 

 

헬기장 한 쪽에 삼각점과 안내판이 서 있다. 숲 너머에서 아침 잠을 깬 고라니가 컹컹 짖어 댄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성법령에 이르게 된다. 정상을 지나 잠시 내렸다가 다시 치고 오르면 암반지대가 나오고, 계속 밀어 올려 정상에 오르고 이내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밀어 올리면 '796봉'에 도착한다. 오늘 구간 대단하다. 오르내림이 장난이 아니다.

 

796봉엔 전망대가 있어 모처럼 조망을 허락한다. 이후 살짝 내렸다가 봉우리 하나를 더 넘고 모처럼 평탄하고 길게 진행했다. 이곳에서 안내 산악회 단체산행객 선두조를 만났다. 그런데, 그들은 얼굴이 벌게진 채 폭주 기관차처럼 앞으로 내달리기만 했다. 저 사람들 밤새 앞사람 궁둥이만 보고 내달렸을 것이다. 이후 길게 한차례 올리면 '사관령'에 오르게 된다. 08:35.  

 

                              

# 꾸준히 오르내린다.

 

 

# 오르내림이 많아 체력소모가 심하다.

 

 

# 모처럼 조망을 허락한 796봉.

 

 

# 사관령에서 뻗어나온 산줄기들이 조망된다.

 

 

#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산하. 

 

 

# 사관령. 단체 산악회 선두조와 만났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단체 산행객들이 연달아 도착한다. 왁자지껄한 소음이 싫어 얼른 짐 챙겨 출발했다. 길고 가파른 급경사길을 내려 아래로 떨어졌다. 고도를 230m나 까먹고 안부에 이르는데, 바람이 좋아 우리 팀들 먼저 보내고 홀로 거풍을 즐겼다.

 

이후 꾸준히 오르내리지만, 고도차가 적어 걷기 좋다. 묘지를 지나 편하게 가다가 한 차례 올려 '574봉'을 넘고 좌측으로  떨어진다. 구불구불 깊게 떨어지면 '배실재'가 나온다. 09:50.

  

 

        

# 배실재.

 

 

# 낙동정맥 중간점이다.

 

 

# 낙동정맥 반환점을 돈 기념으로 한 잔 돌렸다.

 

 

배실재는 벼슬재라고도 한다. 낙동정맥의 중간 지점이란 안내판이 매달려 있다. 우리는 이미 영남 알프스 구간을 했으니 중간은 넘었지만, 나름 이 의미 있는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배낭 내리고 막걸리 한 잔씩 돌려 그동안의 수고를 자축했다.

 

20여 분 휴식한 후 다시 출발하여 한차례 올려 '492.4봉'을 넘는데, 숲 너머로 침곡산 전위봉인 628봉이 보인다. 아래로 내려 옛 고개를 지나고 다시 치고 오른다. 계단식으로 너댓 차례 가파르게 치고 오른다. 아까 보았던 '628봉'에 오르고 T자형 갈림길에서 우틀하여 정상 쪽으로 가다가 좌측 사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숲 너머로 침곡산이 보인다.

 

아래로 내리면 희미한 옛 고개인 '막실재'를 지나고 봉우리를 하나 넘어 안부에서 본격적인 침곡산 오름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침곡산까지는 고도를 200이나 높여야 했다. 급경사 오르막이 가파르게 이어져 숫자세기를 하면서 낑낑 올랐다. 그렇게 '701.5봉'에 오르고 다시 위로 올라 1,980걸음을 세고서야 '침곡산 정상'에 도착했다. 12:04. 

 

 

        

# 숲 너머로 628봉이 보인다.

 

 

# 침곡산이 보인다. 

 

 

# 침곡산. 정상 앞엔 묘지가 있다. 

 

 

# 침곡산 정상.

 

 

침곡산 정상엔 묘지가 있고 숲 그늘이 있어 이곳에서 점심상을 차렸다. 먼저 정상에 오른 포항지역 산꾼들이 점심을 먹고 있어 자연스레 합석했다. 낙동정맥이나 지역 산꾼들에 대한 정보도 많으신 분들이다. 점심 후 더덕을 캐시던 지역 분들이 먼저 하산하시고 늘 그렇듯 한 시간 이상을 휴식한 후 우리도 출발했다.

 

침곡(針谷)이란 이름값을 하는지 급경사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올라온 고도를 모두 까먹고 바닥에 닿을 무렵 '철탑'을 지나고 더 내려 '사당골재'에 도착했다. 13:12.

 

다시 이번에는 급경사 오르막을 500여 걸음 걸어 '서낭단'에 오르고 바로 길게 내려갔다. 전방에 산이 우뚝한데 이렇게 내려가다니...  긴 오르막을 투덜대며 990걸음이나 올라서야 '묘지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게 된다. 13:50. 이후 잡목이 가로막는 길을 헤치고 계단식으로 밀어 올리면 '산불감시탑'이 있는 '768봉'에 오르게 된다.

 

  

# 사당골재.

 

 

# 돌탑이 무너져 있는 서낭단.

  

 

# 이 동무는 묘지가 있는 봉우리에서 어제에 이어 또 쓰러진다.

 

 

# 전방으로 가야 할 정맥길이  펼쳐진다.

 

 

# 산불감시탑이 있는 768봉.

 

 

# 기계면의 들판이 조망된다.

 

 

# 정맥의 산그리메들.

 

 

768봉은 지도에 없는 '태화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전방으로 기계면 쪽 조망이 펼쳐진다. 그런데 지도에는 768봉이라는데 고도계는 695가 찍힌다.

 

한참을 경치 구경하다가 우측으로 내려갔다. 계곡 방향으로 내려가길래 이상하다 했더니 곧 좌측으로 크게 꺾으며 떨어져 내린다. 계속 고도를 낮춰가다가 한차례 올려 605가 찍히는 봉우리를 오르고, 바로 좌측으로 꺾어 떨어져 내린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내리막을 길고 깊게 떨어져 내리다 묘지가 두 개 있는 '422봉'에서 좌측으로 꺾어 또 깊게 내려갔다. 무릎이 얼얼할 무렵 고도계가 295를 가리키는 '먹재'에 도착했다.

 

곧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올라 400걸음을 걸어 봉우리에 오르고 계속 진행하여 '한티 터널' 위를 지났다. 잠시 진행하면 좌측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오고, 아래로 내려 한티 터널 좌측의 거리공원으로 하산하여 산행을 종료했다. 15:30.

 

        

# 가을 숲 너머로 기계면 감곡리 마을이 보인다.

 

 

# 산부추.

 

 

# 먹재.

 

 

# 한티 터널을 지나 잠시 가면 좌측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 한티 터널.

 

 

# 이틀 동안 수고하신 낙동 동지들.

 

 

터널 앞 거리공원엔 넓은 잔디밭이 있고 몇 무리의 사람들이 야유회를 즐기고 있다. 배낭 내리고 온몸에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기계택시 불러 가사령으로 돌아가 차를 회수했다. 그리고 다시 기계면으로 가서 메기 살점을 으깬 특이한 메기 매운탕을 먹고, 그 집에서 간단히 씻은 후 고속도로 열심히 달려 귀경했다. 

 

 

# 하룻밤 신세를 진 상옥 농원휴게소.

 

 

# 기계면의 특이한 메기 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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