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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열세번째PART1(한티재~시티재~아화고개)-삼포 가는 길! 본문

1대간 9정맥/낙동정맥 종주기

[낙동정맥]열세번째PART1(한티재~시티재~아화고개)-삼포 가는 길!

강/사/랑 2009. 1. 1. 00:40
 [낙동정맥]열세번째PART1(한티재~시티재~아화고개)

 

 

화면 가득 온통 하얀 눈 천지였다. 떠돌이 노무자 '안병경'은 밥집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 남편에게 들켜 도망을 나왔다. 넉 달 동안 머물던 공사판의 공사가 중단되자 어차피 밥값을 떼어먹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겸사겸사였다. 그러다 교도소 출신의 '문오장'을 만나 동행(同行)하게 되었다.

 

둘은 문오장의 고향인 '삼포'로 가기 위해 눈 덮인 들길을 걸었다. 그 길을 가다가 하얀 눈밭에 오줌을 누고 있던 '차화연'의 희멀건 궁둥이를 보게 되었다. 술집 여자인 차화연은 일하던 술집에서 도망친 몸이었다. 이제 그들의 동행은 셋이 되었다. 그렇게 떠돌이 인생 세 사람은 동행이 되어 길을 나섰다. 그들의 목적지는 삼포(三浦)였다.

 

그들이 걷던 하얀 눈길. 하늘도 산도 길도 모두 하얗게 뒤덮었던 그 하얀 화면. 끝없는 눈길을 터벅터벅 걷던 하얀 길 위의 세 사람. 문오장의 고향 삼포는 그들의 지친 영혼이 쉴 수 있는 안식처(安息處)였지만, 결코 그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유토피아(Utopia)였다. 유토피아는 원래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理想鄕)이다.

 

황석영(黃晳暎)의 소설 '삼포 가는 길'을 나는 옛날 'TV문학관'으로 처음 봤다. 떠돌이 노무자 '영달' 역할은 무당이 된 안병경, 교도소 출신인 '정씨' 역할은 목사로 변신한 문오장, 술집 작부 '백화'역은 차화연이 맡아 열연했었다.

 

이미 강산이 몇 번 변할 정도의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내게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은 원작의 책 내용보다는 TV문학관에서 본 내용이 더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아마도 영상(映像)의 힘에 더 끌린 탓이리라.

 

70년대 산업화의 그늘에 도시로 밀려 나가 하층민이 되었던 영달, 정씨, 백화는 떠돌이로 살아가는 서로의 처지와 삶의 밑바닥에 깔린 슬픔의 근원(根源)을 공유하며 잠시나마 동행이 되고, 길 위에서 서로에게 공감하고 서로를 감싸 안게 되는 내용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그들에게 '삼포 가는 길'은 고단한 그들 삶의 안식처인 고향이었다. 하지만, 온갖 역경 끝에 찾아간 삼포는 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의 안식과 행복이 손에 잡히지 않은 것처럼 삼포는 무존재(無存在)의 이상향이었던 것이다. 원래 이상향이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의 나라이다. 따라서 삼포는 그들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피안(彼岸)의 나라였다.


이렇듯 삼포 가는 길은 1970년대 산업화(産業化)가 초래한 고향 상실(喪失)의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황석영 작가는 세 떠돌이 인생의 마지막 안식처이자 이상향의 대상으로 삼포(三浦)를 설정했다. '물가 포(浦)'가 들어 있으니 삼포는 어느 바닷가 고장쯤 될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말에 의하면 '삼포'는 실제는 없는 가상(假想)의 공간이다. 어느 특정의 장소가 아니라 상징적 존재였던 것이다. 다만 삼포란 이름이 그렇게 희귀한 지명은 아니므로 어느 바닷가엔가 있는 삼포란 지명이 모티브가 되기는 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자료를 찾아보니 경남 진해시에 삼포란 지명이 있고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도 삼포가 있다. 소설 속에서는 삼포를 남쪽에 있는 바닷가로 표현하였다. 따라서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토록 찾아 나섰던 삼포는 아마도 진해에 있는 '삼포'가 그 대상이 아닐까 짐작만 해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닷가가 아닌 깊은 산속인 경북 영천시 고경면(古鏡面)에도 삼포란 동네가 있다. 그곳은 원래 산 높고 골 깊어 물을 품고 있기 좋은 곳이었다. 가뭄에도 늘 물이 풍부하여 바닷가 이름인 삼포로 불리운 동네이다. 삼포가 된 것은 상계, 수흥, 월성 3개 부락이 합쳐진 동네여서 그렇다.

 

낙동정맥 열세 번째 길을 나선 우리 낙동 종주대는 경주 안강면과 포항 기계면의 경계를 오르내리다 높이 702m의 도덕산(道德山)을 눈앞에 두고 '삼포리 임도'를 만났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도덕산은 높게 앞을 가로막았다. 그 길에 만난 삼포리 임도는 도덕산 자락을 굽이굽이 휘감아 삼포리와 오룡리로 내려가고 있었다. 


"임도파(林道派)인 우리 종주대가 임도를 만났으니 어찌 이 임도를 따르지 않으리오! 게다가 이미 날이 어두워졌으니 임도를 따르는 것이 여러모로 나은 판단이로다!"


그리하여 우리 임도파는 도덕산을 오르는 도덕적인 인물이 되기를 포기하고 임도를 따르는 임도파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기로 했다. 사위는 이미 어두워 하얀 산길만 구불구불 보이는 캄캄한 밤길을 걷자니 입에서는 저절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돌다 보면 한 발 두 발 한숨만 더하네..." 삼포리 임도를 만나 삼포리로 내려가다 보니 강은철의 '삼포 가는 길'이 절로 흥얼거려진 것이다. 처음에는 홀로 부르던 노래가 이윽고는 합창이 되어 어두운 숲길을 흔들었다.

 

영달과 정씨, 백화에게 '삼포'는 그들의 지친 떠돌이 삶을 안주할 유토피아일 텐데, 우리 정맥꾼 세 사람에게 이 캄캄한 밤중에 걸어가는 '삼포'는 어떤 의미일까? 저 길 끝에 있는 삼포는 우리에게 오늘 밤 편안한 안식을 줄 수 있을까?

 

"아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우리의 노랫소리는 삼포 가는 어두운 임도에서 반복되고 또 반복되었다. 그 길 끝에 삼포리가 있었다.



삼포 가는 길!


구간 : 낙동정맥 제 15,16구간(한티재~시티재~아화고개)
거리 : 구간거리(26.3 + 24.2 km), 누적거리(299.8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8년 11월 22,23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한티재(07:45) ~ 임도 ~ 545봉(09:07) ~ 옛고개 ~ 490봉(09:45)/35분 휴식 ~ 블랫재 ~옛고개
~ 421.2봉 ~ 원각사 갈림길 ~ 왕바위(12:44) ~ 운주산 갈림봉(13:10)/점심 후 13:45 出 ~안국사 갈림길 ~ 수성리 갈림길 ~ 식탁바위 ~ 인비리 갈림길 ~ 돌탑봉 ~ 621봉 ~ 625봉 ~ 이리재(15:25)/휴식 ~ 봉좌산 갈림봉(16:25) ~ 491.2봉 ~ 삼포리임도/배티재(17:15)/휴식 ~ 오룡고개(18:15) ~ 시티재(20:20)/시티재 청용모텔에서 1박.

 

시티재(07:00) ~ 317봉 ~ 385봉 ~ 호국봉(07:38) ~ 폐철조망 ~ 철조망 고개 ~ 벙커봉 ~ 옛고개(09:05) ~ 송전탑 ~ 어림산(10:35) ~ 마치재(11:05)/휴식 ~ 목초지 ~ 남사봉 임도 ~ 사유지잔디밭/점심 후 出 ~ 한무당재(13:25) ~ 316.5봉 ~ 넓은 묘지 ~ 관산(15:30)/휴식 ~ 322봉 ~ 318봉 ~ 임도 ~ 축산단지 ~ 임도 ~ 만불산 ~ 아화고개(17:30).

총 소요시간 23시간 5분(1일차 12시간 35분, 2일차 10시간 30분).



제각기 삶의 시간표가 잘 맞지 않아 한 달 넘게 낙동 길에 나서지 못한 우리 낙동 동지 3人.
드디어 시간을 맞춰 보따리 둘러메고 11월 21일 쇠의 날 늦은 밤, 강남 고속 터미널에서 반갑게 만났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두 분은 이미 한 잔 기분 좋게 하셨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낙동길 더듬으러 가 봅시다요!!"

 

11시 30분 포항행 심야고속버스 타고 출발했다. 요즘 계속 고단함의 연속이었는지라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눈 뜨니 벌써 포항 터미널이다. 03:30.

 

금호남길 나설 때 전주터미널에 몇 번 갔는데 그곳은 심야에 터미널 불 끄고 적막강산으로 객을 맞이했는데, 포항 터미널 대합실은 작지만 깨끗하고 따뜻하며 불도 환하게 밝혀 두었다. 각기 의자 몇 개 차지하고 드러누었다. 찜질방 찾아가기에는 애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TV를 계속 켜 놓아 잠을 잘 수가 없다. 1시간여 누워서 뒤척이다가 포기하고 일어났다. 짐 챙겨 주변을 둘러보니 마땅한 해장국집이 눈에 띄질 않았다. 길 따라 조금 가니 순댓국집이 눈에 들어왔다. 고기 못 먹는 나는 맨밥에 김치만 먹고, 두 분도 어제 저녁을 순대국밥으로 먹었다고 국물만 몇 술 뜨고 만다. 대신 뜨뜻한 방바닥이 좋아 1시간여 시간을 보내고, 다시 터미널로 와서 각기 화장을 했다.

 

무슨 성당 앞에서 죽장행 버스를 타야 한다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택시기사도 모른단다. 결국, 택시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그냥 이 택시 타고 한티재로 가자는 얘기가 있었지만, 의견이 엇갈려 버스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터미널 앞에서는 죽장 가는 버스는 없고 기계면 가는 버스만 있다. 이런~~~. 조금 기다렸다가 기계 가는 700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삼포리/三浦里

 

경상북도 영천시 고경면에 있는 리(里)이다. 태백산맥의 최하단인 천장산 기슭에 자리잡은 산촌으로 북으로는 천장산을 경계로 임고면 수성리와 접하고 있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작은 계곡의 좌우에는 기암이 많아 절경을 이루고 있다. 비가 올 때면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마치 폭포같이 아름다우며, 마을 앞에는 농업용수로 이용되는 큰 못이 있다. 자연마을로는 월성, 삼계, 수흥 등이 있다. 수흥은 마을 앞의 개울에 항시 물이 흐르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하여 수흥이라고 부른다. 삼포리는 상계, 수흥, 월성 3개 부락을 합쳐 한 마을을 형성하였다 하여 삼포라 부르게 되었다.


운주산/雲柱山

 

경북 영천시 임고면에 있는 산. 높이는 806.2m이다.운주산은 영천시 임고면과 포항시 기계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항상 구름이 주위를 감싸고 있어서 구름이 머물러 살고 있는 산이라는 데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산은 낙동정맥에 위치해 있으며, 낙동정맥의 길이 열리면서 알려진 산이다. 산세는 보기에 둥그스레하면서 완만해 보이나 매우 가파른 곳도 있고 험준한 면도 있어 임진왜란 때는 산세 덕에 왜적을 방어하기 좋아 김백암 장군이 이곳에 성을 쌓고 진터를 설치하였다고 한다. 이를 대변하듯 이 산의 남쪽 아래에는 守城里 마을이 있다. 능선부에 올라서면 완만한 육산의 형태를 이루고 있어 워킹산행길로 알맞다.또 대구 이남의 위치에 있으면서 겨울에 눈이 많이 쌓여 있어 남쪽의 산꾼들에게는 눈길 산행지로도 좋은 곳이다.

 

도덕산/道德山, 봉좌산/鳳座山

 

도덕산(703.1m)과 봉좌산(620m)은 경북 경주시 안강면과 포항시 기계면의 경계지점 일원에 솟아 있는 산이다. 낙동정맥이 남쪽을 내리 뻗히면서 이곳에 운주산(806.2m), 봉좌산(620m) 도덕산(702m), 천장산(694.8m), 삼성산(578.2m), 어래산(563m) 등의 산군을 형성했다. 운주산을 거쳐 이리재에서 솟아 오른 봉좌산, 그 조금 남쪽에 더 크게 솟은 산이 도덕산이다. 봉좌산에서 동남쪽에 이어지는 능선상에는 어래산이 솟아 있고, 도덕산의 남쪽 끝자락에는 자옥산(562m)이 있다. 봉좌산과 도덕산의 최고봉(정상부)는 낙동정맥의 로드에서 모두 약간 살짝 비껴있다. 봉좌산과 도덕산의 정상부는 암봉을 이루고 있으며, 주변의 여러 산을 호령하듯 그 위용이 대단하다. 특히 봉좌산은 암봉산이므로 기계면 방향에서 바라보면 우람하고, 험준해 보이기도 하며 산면도 많이 가파르다. 안강 방향 옥산리의 자옥산에서 도덕산과 봉좌산을 거쳐 어래산을 잇는 능선은 옥산리를 빙둘러 말발굽 모양의 형세를 하고있다. 이 산들은 산행기점의 해발이 낮아(100m정도) 정상부에 오르는 고도는 높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옥산리에는 조선 중종 때의 정치가이며 학자(성리학의 대가) 회재 이언적(李彦迪)의 고택(古宅, 동락당), 그리고 그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옥산서원(보물413호, 사적154호)과 정혜사지 13층석탑(국보40호)이 있어 그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낙동정맥 제 13,14구간 한티재~시티재~아화고개 지형도.




     

# 심야의 강남 터미널. 먼 곳 산길 다니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밤중에도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

 

 

조그만 면 소재지인 기계면의 아침은 한적하고 조용하다. 버스 정류소에서 물으니 죽장 가는 버스는 한참 있어야 온단다. 기계 택시에 전화를 해보지만 웬일인지 계속 전화를 받질 않는다. 그냥 포항에서 택시 타고 올 걸 몇 번이나 후회하였다.

 

07:20. 기계에서 죽장으로 넘어가는 버스 타고 출발했다. 버스 기사님께 부탁을 해서 한티터널 앞에서 하차했다. - 이것도 잘못된 선택이었다. 터널을 지나서 내려야 하는데...

 

  

        

# 적막한 기계면의 아침.

 

 

# 한 달 전 내려섰던 한티 터널 앞 공원에 도착했다.

 

 

# 잘못된 선택으로 출발이 아주 늦다.

 

 

07:45. 가볍게 몸 풀고 '한티 터널'을 출발했다. 출발이 너무 늦어 걱정이다. 결국 이 늦은 출발 때문에 나중에 큰 곤란을 겪게 된다.  공원 좌측 잡풀 무성한 임도를 따라 올라 갔다. 다른 사람들은 임도 정상까지 택시를 타고 올라 갔다던데??

 

임도는 잡풀이 무성한데, 특히 도깨비가시가 밀생하고 있어 금방 온몸이 도깨비가시로 뒤덮혔다. 대간 정맥하면서 도깨비가시나 도꼬마리 등의 공격을 받은 적은 많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계속 우와 우와!! 소리를 지르며 올랐다. 임도 정상 '한티재'에 오르면 한티터널을 넘어온 정맥길과 만나게 된다.

 

 

 

# 도깨비가시의 공격으로 온 몸이 완전히 고슴도치가 되어 버렸다. 정말 어마무시한 광경이다. 언뜻 보면 털복숭이 짐승의 모습 같다. 대참사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다.

 

 

온몸을 뒤덮은 도깨비 가시 떼어내느라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수십 여분을 넘게 씨름을 하지만, 워낙 가시가 많고 단단하게 옷을 파고 들어 전부 제거를 못 하고 그냥 출발했다. 무릎 윗부분을 뒤덮은 넘들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뾰족한 가시 끝이 간간이 살을 파고 든다. "아야~ 아야~"

 

한티재에서 임도를 따라 오르면 따스한 묘역이 나오고 정맥은 좌측 산길로 올라간다. 임도는 우측으로 산을 휘감는데, 나중에 지도 확인하니 임도를 따르면 봉우리 하나는 생략하게 된다. 길고 빡세게 밀어 올려 봉우리에 올랐다. 땀이 흘러 옷을 두 개나 벗어 배낭에 집어 넣었다.

 

다시 계단식으로 가파르게 밀어 올린다. 코가 땅에 닿게 경사가 급해지고 참나무 낙엽이 두껍게 깔려 한 발 한 발이 힘에 겹다. 09:27. '490봉'에 오른다.

 

 

# 한바탕 난리 후에 한티재를 출발.

 

 

# 가파르고 낙엽이 두터워 힘들게 올랐다. 545봉.

 

 

# 숲 너머로 운주산이 건너다보인다.

 

 

우측 아래로 갈림길이 있는데 이곳부터 정맥 우측은 영천시 구역이다. 좌측으로 길게 내려갔다. 낙엽소리가 와샥와샥 워낙 크게 들려 다른 사람 이야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대신 앞사람이 낙엽을 헤치고 나가는 모습이 마치 물결을 헤치고 나가는 듯하다. 두터운 낙엽들이 발 양쪽으로 물결 갈라지듯이 갈라지고 먼지가 하얗게 일어 물안개 피어 오르는 듯하다. 길게 내려 옛고개를 지나고 다시 가파르게 밀어 올렸다. 낙엽 때문에 미끄러워 힘을 주는 바람에 종아리가 땡긴다.

 

09:45. '490봉'에 오른다. 미끄러운 오름에 용을 썼더니 금방 힘이 들어 이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우리 팀이야 쉬었다 하면 막걸리 파티다. 배낭 안에는 제각기 일용할 막걸리가 가득하다.

 

뚜벅은 통 크게 사배(四拜)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고, 나는 소심하게 천지신명께 고수레 하여 무사한 산행을 기원하는 걸로 대신했다. 간만의 낙동길이라 이런저런 얘기꽃에, 주고 받는 술잔에 시작부터 산행길이 아닌 주행(酒行) 길의 조짐이 슬슬 보인다.


40여 분 휴식하고 출발하려는데 두 분은 막걸리 딱 한 병만 더 마시겠단다.ㅎㅎ. 술꾼들 남겨두고 먼저 출발했다. 급경사 내리막을 길게 내려가면 깨끗한 비포장 도로가 정맥을 가로지르는 '블랫재'에 내려선다. (10:43)

 

 

# 국태민안~~

 

 

# 우리 팀의 시작은 늘 이렇다. 막걸리 한 잔에 너무나 행복해 하는 낙동 동지들!

 

 

# 운주산이 우뚝하다.

 

 

# 저기까지 밀어 올리려면 고생 꽤나 하겠구나.

 

 

# 올록볼록 잔 펀치도 많다.

 

 

      

# 이름이 특이한 블랫재.

 

 

'블랫재'는 특이한 이름을 가졌다. 어디 낯선 외국땅 이름같기도 하다. 그러나 블랫재는 순수한 우리 말이다. 자료 확인하니 옛날 불씨가 귀하던 시절 삼대째 내려오며 화로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은 집안의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란다. '불래'가 '블랫'이 되었나 보다. '불태재', '화령현'이라고도 한다.

 

고개 건너 석물이 많은 무덤 뒷쪽으로 오른다. 봉우리를 두어 개 넘으면 옛 고개를 지난다. 길게 올라 봉우리를 하나 넘고,  다시 조금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421.2봉'에 이른다.(11:35) 

 

 

                               

# 블랫재 좌측 너머로 운주산 정상이 보인다.

 

 

# 421.2봉 삼각점.

  

 

잠시 내렸다가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정각사 갈림길'이 나오고, 이후 운주산까지는 계단식으로 꾸준히 밀어 올려야 한다. 대여섯 차례 계단식으로 계속 밀어 올려 입에 단내가 날 즈음, '왕바위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조금 내려가니 '왕바위'가 나오는데, 기가 막힌 조망을 선사한다 

 

 

        

# 기쁨산악회에서 지도에 없는 갈림길의 이름표를 달아 두었다. 

 

 

# 용트림하며 운주산을 올려다 보고 있는 소나무.

 

 

# 숲 너머로 보이는 산줄기. 맨 우측이 운주산 정상이다.

 

 

# 서낭당 금줄이 날아 왔는지 알록달록한 천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 왕바위 갈림길.

 

 

# 지도나 선답자의 산행기에 언급이 없는 왕바위.

 

 

# 전방으로 기가 막힌 조망을 보여 준다.

 

 

# 포항 기북면의  은천지와 파란지붕의 인간세.

 

 

# 지나온 정맥의 장쾌한 흐름. 저멀리 침곡산이 보인다.

 

 

# 가슴이 뻥 뚫린다.

 

 

# 산 너머너머에 희미하게 동해바다가 보인다.

 

 

# 동해바다와 내가 서 있는 왕바위를 하나로 이어본다.

 

 

왕바위에 오르니 힘들게 올라온 고생이 한 방에 다 날아 간다. 전방으로 완벽한 조망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오~~ 세상에~~~!

 

전방으로 포항시 기북면의 인간세가, 좌측으론 낙동정맥의 장쾌한 흐름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저 멀리 산 너머너머에 동해바다가 희미하게 보인다. 이런 기가 막힌 곳에서 어이 그냥 가리오! 몸에 걸친 옷을 모두 훌렁 벗어 던지고 천지기운을 받아 들였다. 오~오~~오~~~

 

한참을 쉬며 경치구경을 해도 동지들이 나타나질 않는다. 나보다 몇 배나 걸음이 빠른 사람들인데 웬일이냐??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 계단식 봉우리에 빨간 모자의 동지가 모습을 나타낸다. 무슨 사연이 있나 보다.  다시 혼자 출발했다. 왕바위를 나와 조금 더 오르면 '운주산 갈림봉'에 오르게 된다.(13:10).


정상엔 돌탑이 있고 숲 너머로 운주산이 건너다 보인다. 운주산 정상의 헬기장엔 주말 산행을 온 사람들이 많이 서 있다. 잠시 후 동지들이 도착했다. 블랫재를 지나 잠시 알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배낭 내리고 마음에 점 하나씩을 찍었다. 당연히 막걸리도 한 잔 해야지. 13:45. 다시 보따리 둘러메고 출발했다.

 

 

# 운주산 갈림봉. 

 

        

# 받으시오~~

 

       

# 정상에서도 인간세가 내려다 보인다.

 

       

# 숲 너머의 운주산은 정맥에서 벗어나 있어 생략했다.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일어나 배낭 속에 넣어 두었던 겉옷 두 개를 다시 꺼내 입고 출발했다. 다음 포스트인 이리재까지는 계속 고도를 낮추며 내려간다. '안국사 갈림길'을 지나 알바하기 쉬운 '수성리 갈림길'도 지나고, '식탁바위'도 지났다. 다시 '안국사 갈림길'을 지나 길게 내려가면 옛 고개인 '인비리 갈림길'이 나온다. 


이리재까지 계속 내려만 가나 했더니 그렇게는 못 하겠단다. 첫 봉우리는 우측으로 우회하여 쉽게 가나 했는데 600급 봉우리가 연속으로 네 개나 나타난다.

 

정맥 좌측 아래로는 포항대구 간 고속도로와 921번 지방도가 나란히 정맥을 가로지르는데, 고속도로는 정맥안으로 파고들어 터널을 지나고 지방도는 구불구불 정맥을 넘어 간다.

 

'돌탑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621봉', '625봉'을 넘어간다. 매 봉우리 마다 전망이 모두 좋다. 전망 좋은 날등을 지나 625봉을 지나 길고 가파르게 내려갔다. 낙엽 때문에 어찌나 미끄럽던지 오르막 오르는 것보다 더 힘이 들 지경이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힘을 너무 줬더니 무릎이 시큰거리고 허벅지가 팍팍하게 땡긴다. 그렇게 길게 내려 '이리재'에 내려섰다.(15:25)

  

 

       

# 식탁바위.

 

 

# 숲 너머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보인다.

 

 

# 포항 시내와 바다도 보인다. 

  

 

# 포항시로 달려 가는 고속도로.

 

 

# 지대가 낮은 곳은 아직 단풍이 남아있다.

 

 

# 포항시내와 동해바다를 땡겨 본다.

 

 

# 짓다만 돌탑이 있는 봉우리.

 

 

# 이리재 너머의 봉좌산이 건너다 보인다.

 

 

# 봉황이 앉아 있는 모습인가?

 

       

# 날이 흐려 동해바다가 선명하지는 않다.

 

 

      

# 고속도로는 정맥 속으로, 지방도는 정맥 위로 구불구불 올라 온다.

 

 

# 고속도로는 하얀 길이다.

 

 

# 이리재.

 

 

'이리재'는 영천시 임고면과 포항시 기계면을 이어주는 지방도인데, '이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라 이리재라 부르게 되었다. 이동은 기계면 봉계리에 있는 마을이다.

 

그나저나 시간 지체가 너무 심해 큰일이다. 1시 전에 이곳에 도착을 해야 하는데, 2시간이나 넘게 지체했다. 그런데도 천하태평의 우리 낙동팀은 이리재에서 또 한참을 쉰 후에야  봉좌산 오름에 발을 올렸다.

 

이리재에서 봉좌산 갈림봉까지도 역시나 계단식으로 빡세게 밀어 올린다. 이리재에서 너무 오래 쉬었나? 갑자기 사점(死點)이 찾아오며 체력이 뚝 떨어진다. 발이 천근만근이다. 겨우 지친 몸을 이끌고 '봉좌산 갈림봉'에 올라섰다.(16:25) 

 

 

                               

# 봉좌산까지는 계단식으로 몇차례 빡세게 밀어 올린다. 

 

 

# 좌측이 봉좌산, 우측이 갈림봉. 갈림봉이 고도는 더 높다.

 

 

# 봉좌산 갈림봉. 어느새 그림자가 길어졌다.

 

 

'봉좌산'은 600m이고 '갈림봉'은 614.9m로 이쪽이 좀 더 높다. 봉좌산은 정맥에서 한참 벗어나 있으니 생략하고 우측으로 떨어져 내렸다. 길게 떨어져 내리는 길이다. 그러나 안부에 이르고 이후 큰 고도차 없이 가지만 꾸준히 오르내리며 길게 진행한다. 숲 너머로 해가 가라앉고 있다. (17:15) '삼포리 임도'에 도착했다.

 

  

#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다.

 

 

# 숲 너머로 좌측의 도덕산과 우측의 천장산이 나란히 보인다.

 

 

# 삼포리 임도.

 

 

 

임도 한 켠에서 간식 먹고 휴식한 후 출발했다. 도덕산 오르막은 생략하고 우측 임도 탐구에 나섰다. 임도를 만났으니 당연히 임도를 탐구해 봐야지. 게다가 이곳은 '삼포가는 길' 아닌가? 또 도덕산은 어차피 정상이 정맥에서 빗겨나 있으니 올라봐야 중턱에서 내려야 한다. 뭐 이런 핑게의 말도 잊지 않고...

 

구불구불 삼포리 임도는 멀기도 하다. 도중에 해가 꼴깍 넘어 가 버리고 캄캄한 적막강산이 사방을 둘러 싼다.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구비구비 산길 걷다보면 한발두발 한숨만 더하네..." 다함께 노래 부르며 삼포리 임도를 따랐다. 이 임도길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다. 길도 편하게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이라 만만치는 않다.

 

한참을 걸어 천장산 안부에 도착하고 임도를 벗어나 마을길로 내려가면, 삼포리 윗수흥마을이 나온다. 6시에 이미 캄캄한 한밤중으로 변해버린 마을을 지나 한참을 내려 '오룡고개'에 도착했다.(18:10)

 

이후는 캄캄한 밤중의 산길이라 볼 것도 촬영할 것도 없고 그냥 그냥 걸어'삼성산 갈림봉' 지나 구불구불 긴 산길 걷다가 '365봉'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시티재'에 있는 '안강휴게소' 우측 아래로 내려서게 된다.(20:20) 

 

 

       

# 안강휴게소.

 

 

 

# 실망할 것이 많았던 안강휴게소.

 

 

안강휴게소는 비빔밥과 육개장, 딱 두 개의 음식만 된다. 뭔가 얼큰하고 따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데, 육개장은 못 먹으니 비빔밥으로 대신하고 어묵탕 시켜 두 동지는 쐬주로 난 맥주 한 잔으로 하루종일 고생한 서로를 격려했다.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늦은 출발에 알바까지... 게다가 오늘은 긴 거리에 오르내림은 또 얼마나 빡세고 많던지... 최악의 조건은 종아리까지 잠기는 참나무 낙엽때문에 미끄러워 걷기가 아주 어려웠다는 거...

 

"정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영천의 상징물이란다. 영천이 빛의 고장인가? 영천은 원래 거시기의 고장 아닌가? ^^;

 

# 소설 삼포가는 길에 나오는 여주인공 백화는 삼포리 인근 모텔 기둥에 홀라당 벗고 벽화가 되어 서 있다.

 

 

휴게소에서 내일 아침에 먹을 밥 챙기고 점심으로 김밥도 사서 배낭에 넣고 우측 고경면쪽으로 걸어 내려가서 청용모텔에 방을 잡았다.

 

따뜻한 물에 몸 담그니 하루종일 시달렸던 몸이 노곤하게 퍼진다. 맥주 한 잔에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보니 두 분은 이미 꿈나라다. 평소 늦게 잠자리에 드는 편이라 누가 더 구수하게 코를 고나 감상하다가  나도 꿈나라로 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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