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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열네번째PART2(아화고개~땅고개~외항재)-이어보세! 본문

1대간 9정맥/낙동정맥 종주기

[낙동정맥]열네번째PART2(아화고개~땅고개~외항재)-이어보세!

강/사/랑 2009. 1. 1. 17:12

 [낙동정맥]열네번째PART2(아화고개~땅고개~외항재)


 

2일차 이야기!




이어보세!


 


건천의 좁은 모텔방에서 밤 늦게까지 얘기꽃을 피우던 우리 낙동팀. 넷이서 사이좋게 잘 자고 아침을 맞이했다. 누군가 내 귀에 대고 코를 마구 고는 바람에 쬐끔 잠을 설치기는 했지만...^^

 

24시 김밥집에서 맛과는 거리가 먼 음식으로 허기만 면하고, mt주왕님의 차로 어제 내려섰던 땅고개로 향했다. 땅고개는 바람골이라 그런지 많이 춥다. 일단 옷을 든든히 입고 출발했다.(07:30) 

 

 

           

# 하루의 산행을 준비한다. 쨍하게 추운 날씨다. 옷 든든히 입고 살 노출된 곳 없게 막았다.


  

먼 길 달려와 격려해주신 주왕님은 대구로 가시고, 우리는 고개 넘어 임도 좌측에 있는 들머리로 올라갔다. 시작부터 가파르게 밀어 올리기 시작한다. 준비 덜 된 몸이 힘들다고 야단이다.

 

꾸준히 올라 이정목과 묘지가 있는 능선에 도착했다. 좌측으로 꺾어 길고 길게 올라 간다. 묘지에서 1,200걸음을 걷고서야 '능선삼거리'에 도착했다. 다시 꾸준히 올려 봉우리에 오르고, 한 차례 더 올라가야 '662봉'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다시 아래로 떨어져 내려야 한다. 전방에 산들이 우뚝한데 이렇게 떨어지면 어떡하냐? 고도를 100m나 떨어뜨리고서야 안부에 도착했다. 하지만, 곧장 위로 다시 밀어 올린다. 계단식으로 서너 차례 밀어 올려 '689봉'에 도착했다. 지도에는 이곳에서 정맥이 우측으로 꺾이게 되어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갈림길이 없다. 좀 더 가보자 하고 단석산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니 '단석산 갈림길'이 나온다.(09:00) 

 

           

# 임도에서 좌측으로 올라 오늘 산행을 시작했다.


 

# 능선삼거리. 단석산 방향으로 꺾는다.


 

 # 662봉.


 

# 멧돼지 출몰지역이다. 총 맞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 단석산 갈림길. 갈 길 급한 우리는 단석산은 못 가고 그냥 정맥길로 방향을 잡았다.


 

이곳은 경주국립공원 단석산지구에 속하는 곳이라 표지기가 전혀 없다. 궁립공파들이 어슬픈 짓들을 해 둔 것이다. 단석산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한차례 밀어 올려야 갈 수 있다. 돌(石)을 자른(斷) 산이라는데 뭔가 전설이 있을 법하다.

 

잠시 한숨 돌리는데 갑자기 우측 아래에서 총소리가 연속으로 들린다. 어제 땅고개 휴게소 안주인에게서 이 지역에 사냥꾼 수백 명이 풀렸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중 몇 사람인가 보다. 총소리에 놀라 얼른 출발했다. 어느 방향에서 총알이 날아올지 몰라 바짝 쫄아서 발걸음을 빨리 했다. 가는 도중에도 총소리가 몇 차례 더 들린다.

 

평탄한 마루금을 가는 형태라 바람이 강하게 마루금을 넘어 가고 있다. 길게 고도를 낮추며 가다가 작게 봉우리 몇 개를 넘었다. 우측 산 아래에서 음악소리가 크게 들린다. OK 그린연수원인가 보다.

 

이곳은 원래 목장인데 언제 연수원으로 바꼈지? "노바디 노바디 원츄~" 음악소리에 맞춰 발걸음이 빨라진다. 잠시 후 '갈림길'을 지나고 곧 숲을 벗어나며 '방주교회'가 나타난다.(09:30) 

  

           

# 갈림길을 지나면, 


 

# 독특한 형태의 방주교회가 나온다.


 

방주교회는 노아의 방주에서 컨셉을 가져온 듯하다. 산꼭대기에 교회를 세운 걸 보니. 그런데 여기까지 어떤 교인들이 올라와 예배를 올릴까? 방주 교회 전방은 골프장처럼 드넓은 고원지대가 펼쳐진다. 저 멀리 물이 가득한 저수지도 있다. '수의지'다.


우측엔 눈썰매장과 스케이트장이 조성되어 있고 아이들이 신이 나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이 지역은 원래는 OK그린 목장이었는데 연수원으로 바꾸었다. OK그린이란  이름은 그대로 유지했다. 한 쪽을 전원주택단지로 조성하면 대박이 날 것 같다.

 

어쨌든 경치 좋은 곳이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따뜻한 잔디밭에서 배낭 내리고 막걸리 한 잔씩 돌렸다. 이런 곳에서 살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즐기기라도 해야지.


휴식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넓은 잔디밭 사이로 난 길을 걸어 길게 내려가면 512봉이 앞에 버티고 섰는데, 지도 확인하고 그냥 우측 도로를 따라 내려 갔다.

 

수의지를 지나 길게 도로 트레킹을 하고 가는데 이 연수원의 규모가 엄청나게 큼을 알 수 있다. 도로는 정맥길과 나란히 길게 아래로 내려가다가, 정문 매표소 쪽에서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고 우리는 좌측 임도길로 올라갔다.

 

길게 위쪽으로 올라 가는데, 결국 512봉 생략한 그 높이 전부를 올려야 했다. 임도 따라 위로 올라 갔다. 좌측에 '메아리 농장'이 나온다. 우측 산 사면에는 넓은 밭이 조성되어 있고 중장비가 공사 중이다. 한참 올라 가는데 메아리농장 강아지들이 뛰어 나와 반겨준다. 건빵을 몇 개 주었더니 얼른 받아먹고 앞장서서 정맥길로 뛰어 올라 간다.

 

길게 올라 정맥길에 합류하고 우측으로 임도따라 올라 갔다. '605봉'은 지도에 좌측으로 지름길이 있었는데 선두조가 못보고 지나치는 바람에 억새밭을 지나 끝까지 올라 갔다.(11:13)

  


           

# 골프장처럼 넓은 평원지대가 펼쳐집니다.


 

 # 정맥은 저 산을 넘어 이어진다.


 

 # 경치 좋은 곳이라 막걸리 한 잔하며 경치 구경했다.


 

# 산꼭대기에 있는 방주교회. 원래 노아의 방주는 직사각형 모양인데 이곳 방주는 피라미드 모양을 했다.


 

 # 수의지. 이쯤에 보금자리를 꾸미면 환상이겠다.


 

 # 아이들 데리고 오면 좋을 것 같다.


 

 

# 눈썰매장과 스케이트장이 있다.


 

 

 # 경치가 훌륭한 곳이다.


 

 

 # 메아리농장 강아지. "아저씨, 건빵 하나 더 주세요! 네?"


 

 # 건빵 몇 개 얻어먹고 신이난 강아지들이 앞장서서 605봉을 오른다.


 # 605봉에서 돌아본 지나온 정맥길.

 

# 저멀리 방주교회와 그 뒤에 우뚝한 단석산.


 

 # 정상은 억새밭을 헤치고 오른다.


  

정상을 너머 내려가다가 좌측으로 휘감는데, 우측으로 하산해야 하는 길을 지나쳐 그냥 계속 진행했다. 북진하는 사람들이 정상을 생략하고 직진하는 쪽 길이 더 뚜렷하고 표지기들이 많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진행하면 숲을 벗어나게 되고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어째 낯이 익은 장소이다. 주변 확인하니 메아리농장에서 올라온 길이다. 605봉을 한바퀴 휘감아 원위치 해버렸네다. 도로 따라 오면서 절약한 시간을 다 까먹었다.

 

다시 605봉 뒤쪽으로 돌아가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떨어져 내린다. 이곳에서 소호고개에서 출발했다는 부부 정맥꾼을 조우했다. 오늘 땅고개까지 간단다. 우리가 외항재까지 간다니까 아이구~ 탄식을 하신다. 그 이유는 나중에 뼈저리게 알게 된다.

 

부인은 남편보다 뒤쪽에서 올라 오는데, 605봉 오름이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헉헉대며 얼굴도 못 들고 인사를 해도 대답도 잘 못한다. 그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눌하고 함께 백두대간할 때 생각이 소록소록 난다. 파이팅 외쳐주고 우리는 길게 아래로 내려 갔다.

 

그러다 두어 차례 오르내린 후 아래로 내려가면 임도에 내려 서게 되는데, 이 곳이 '창우농원'이다.(11:45). 창우농원은 이제 농사는 접고 전원주택단지로 개발하는 모양이다.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가 바람 없고 따뜻한 곳이 나와 배낭 내리고 점심상을 펼쳤다.(12:00)

 

          

# 길게 내려 임도에 내려선다.

 

 # 장승들이 도열해 있다.


 

 # 창우농원.


  

어묵탕 끓이고 막걸리 한잔을 곁들이느라 오늘도 우리 팀의 점심시간은 1시간 10분이나 소요되었다. (13:10). 다시 짐 챙겨 출발했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고개를 따라 올라가서 정맥길에 합류해 우측으로 올라간다.

 

곧바로 화끈한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눈이 많이 쌓여있어 매우 미끄럽다. 그 길을 고도 200m나 높이며 치고 올라 간다. 그러다 숨이 턱에 찰 무렵 '헬기장'에 도착했다.

 

한숨 돌리고 다시 계속 밀어 올려 '685봉'을 넘었다. 작게 오르내리다 '700봉'을 넘고 계속 가다가 길게 내려 갔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위로 치고 올라야 한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난다. 그렇게 치고 올라 '700.1봉'을 넘고 길게 아래로 내려가면 '소호고개'에 내려서게 된다.(14:50) 

 

 

           

# 고개에서 숲으로 들어가 가파르고 길게 올라 가야 한다.


            

# 700.1봉


 

 # 소호고개. 이제 그만! 하고 싶은 맘 굴뚝이다.



이제부터 백운산과 고헌산이란 엄청난 산 두 개가 떡 버티고 있다. 지난 달 낙동길 이후 연속 4주간 비박산행으로 편하게 보냈더니 장거리 종주산행이 버겁다. 이곳에서 그만! 하고 외치고 싶은데 선두 두 분은 벌써 고개 넘어 올라 가버리고 없다. 하긴 어떡하든지 외항재까지는 마쳐야 중간에 꾾어진 낙동길을 이을 수 있으니 가기는 가야 한다.

 

큰 한숨 한번 내쉬고 고개를 건너 오르막에 몸을 맡겼다. 일단 백운산까지 2시간 동안 죽기 살기로 밀어 올리는 일만 남았다. 오르막을 꾸준히 올려 '송전탑'을 지나고 더 올려 암봉에 올라 섰다. 잠시 평탄하게 가다가 쩍 갈라진 '쩍바위' 를 지나고 계속 고도를 높여 간다.

 

숨이 턱에 차게 가파르게 올라 '전망대 바위'에 겨우 올라 섰다. 바위 위에 서면 지나온 정맥길이 돌아 보인다. 다시 계단식으로 가파르게 치고 오른다. 전방에 산이 뾰족하게 솟아 있어 그곳을 정상이라 믿고 쎄가 빠지게 오른다. 그러나 올라보니 어머나~! 정상은 뒤도 그냥 뒤가 아니라 저멀리 한참이나 뒤에 물러나 있다.

 

맥이 빠져 한참이나 넋을 빼고 있다가 다시 출발했다. 오르락내리락 하며 한참을 더 가면 기가막힌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후사방으로 완벽하게 툭 트인 조망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지나온 정맥길, 정맥의 좌우, 가야 할 정맥길, 그리고 저 멀리 영남알프스의 흐름까지...


힘들고 지쳐 정신없는 가운데서도 기가 막히게 멋진 조망 때문에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다시 백운산 정상을 향해 꾸준히 오른다. 아무 생각도 없다. 그냥 하나, 둘, 셋 발걸음 세며 발을 옮길 뿐이다. (16:50). 소호고개에서 출발한지 정확히 두 시간만에 '백운산 정상'에 올라섰다. 

  

                                      

# 쩍 갈라진 쩍바위.


 

 

 # 백운산까지는 두 시간을 더 가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발걸음 느린 나는 선두와 한참이나 떨어졌다.

 

           

# 전망대에서 돌아본 모습. 멀리 송전탑 아래가 소호고개다.


 

           

# 사진에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난다. 저 멀리 끝에 아침에 올랐던 단석산이 보인다.


            

# 우뚝 선 바위를 지났다.

 

           

# 정상까지는 아직 반도 못 왔다.


            

# 소호리와 종착지인 고헌산 우측의 외항재가 보인다.

 

           

# 외항재 너머로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산군(山群)들이 보인다.


            

# 정맥 우측의 산내면 일대의 인간세.


          

# 저멀리 아득한 저곳은 어딜까? 도덕산?


           

# 종착지인 외항재를 땡겨본다. 저기까지 언제 가나??

   

       

# 고헌산. 우뚝한 그 모습에 한숨만 난다.

           


# 정상인줄 알고 쎄가 빠지게 올랐는데, 정작 백운산 정상은 아직 한참 남았다.


          

# 지도에 없는 천마산이라 적힌 봉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5m 밖에 안되는데 지쳐서 그냥 지나쳤다.


            

# 바위 전망대에 먼저 오른 뚜벅.


          

# 바위 전망대에 올라 백운산 정상을 바라본다.


 

 

# 기가 막힌 조망을 보여준 바위 전망대에서의 파노라마. 좌로부터 백운산정상, 고헌산, 종착지인 외항재, 그 뒤로 영남알프스의 흐름, 지나온 정맥길. 정상으로 착각하게 만든 봉우리와 저 멀리 단석산.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음.) 


           

# 고헌산의 위용. 긴 산행길 마지막에 있는 봉우리로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 올라야 하는 구간이라 걱정이 태산이다.


            

# 백운산 정상에 우뚝 선 뚜버기. 그림이 되어 있다.

 

           

# 지나온 저 뾰족한 봉우리를 백운산 정상으로 착각했었다.


 

 

#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백운산 정상.


 

 

백운산(白雲山)이란 이름은 참으로 흔한 이름이지만, 이 백운산은 그 어느 백운산보다 힘들고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반면 뛰어난 경치를 보여주는 산이다. 오늘처럼 이렇게 긴 종주산행 끝에 지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 산만 목적으로 와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주변 구경을 해 볼만한 산이다.

 

백운산 정상에는 정상석이 서 있는데, 고도를 907m라고 적어 두었다. 지도에는 892m로 되어 있고 내 고도계도 890을 가리킨다.

 

정상을 넘어가면 바로 눈앞에 고헌산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이구야! 이 지친 몸으로 저기를 또 넘어야 한다구? 백운산 하산에 1시간, 고헌산 오르는데 1시간, 하산에 1시간 해서 앞으로도 3시간이나 더 가야 하는데... 지금이 5시이니 그럼 8시나 되어서야 하산할 수 있다!

 

이렇게 막막할 때는 막걸리 한 잔 하면서 한숨 돌리고 기분 전환도 해야 한다! 마지막 남은 막걸리와 간식을 모두 비우고 미리 이마에 등불 착용하고 출발했다.

 

정상을 넘어가면 넓은 임도가 길게 아래로 이어진다. 백운산은 오르는데 2시간이나 걸렸는데 내려 가는데도 1시간이 예상된다. 도대체 왜 그런가 하고 주변 지형지물 확인하니, 그냥 하산하는 것이 아니라 길게 내렸다가 다시 치고 올라 692.7봉을 넘고 우틀하여 오르내리며 길게 가야 하는 형상이다. 음~~ 정말 대단한 산이군!!

 

정상에서 임도 따라 길게 내려가는데 이 임도는 오프로드 차량들의 놀이터인지, 바닥이 온통 자갈길이고 자동차 바퀴자국들이 어지럽다.  

 

돌길을 가파르고 길게 아래로 내렸다가 위로 치고 오르는데, 이곳 조차 그냥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올라야 한다. '692.7봉'을 넘고 두어 차례 오르내리다가 다시 급경사 길을 치고 오른다. 백운산은 끝까지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그렇게 계속 오르면 '소호령'에 이르게 된다.

 

소호령은 넓은 도로가 아니라 그냥 좁은 비포장 산길일 뿐이다. 이정목에 고헌산 2km라고 적혀 있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주변은 캄캄하지만, 고헌산 오르는 길은 넓은 오프로드 도로 따라 눈이 덮혀 있어 등불 안 켜고도 하얀 길만 따라 오르면 된다. 대신에 산 정상까지 울트라 캡숑 초절정 비탈길이 쉼 없이 이어진다.

 

눈을 뒤집어 쓴 돌길이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어 매우 미끄럽고 힘이 든다.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고 숨은 턱에 차고 심장은 터질 듯하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기계적으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는데 선두와는 간격이 자꾸 벌어진다.

 

그렇게 죽을똥살똥 오르다 보니 나무로 만든 '전망대 데크'가 나온다. 정상까지 300m 남았다 한다.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부는데 좌측 아래로 언양읍의 불빛이 화려하다. 나무데크 길을 올라 마루금에 오르고 우측으로 꺾어 진행한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계속 올라 가면 드디어 '고헌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19:00) 

 

 

            

# 백운산 정상에서 임도 따라 길게 내렸다가 692.7봉을 오르고 다시 우측으로 한참을 더 가야 소호령이 나온다.



# 고헌산 우측으로 노을 진다.


 

 #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오른 고헌산.



 

# 692.7봉에 올랐지만 아직 몇 차례 더 오르내린 후 소호령에 도착하고 또 길게 쎄가 빠지게 올라야 고헌산이다. 하늘로 향해 길게 뻗은 하얀 길이 한숨이 절로 나게 만든다. 



# 전망대에서 본 언양읍의 불빛. 바람에 흔들려 결과물은 이렇다.


 

 # 전망대 데크.


 

 

 # 사투 끝에 도착한 고헌산.


 

모두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아무 말이 없다. 신경이 날카로워 마치 싸운 사람들 같은 분위기다. 그만큼 힘이 들고 어렵게 올라온 산이다.

 

힘든 산행이 끝나간다는 감격을 누릴 겨를도 없이 빨리 내려갈 생각과, 서울로 돌아갈 차편 걱정이 더 앞선다. 일요일에도 근무하시는 두루님께 전화해보니 언양에서 서울가는 심야버스가 12시 30분에 있다고 한다. 언양택시를 콜해서 한 시간 뒤에 외항재에서 만나기로 하고 정상을 나섰다.

 

출발에 앞서 고헌(高獻)하는 산이니 돌탑 끌어안고 소망을 비는 것은 잊지 않았다. 정상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는데 앞에 봉우리가 하나 또 있다. 결국 그냥 내려가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아이구야!!!

 

아래로 내렸다가 한차례 오르면 역시 돌탑이 있는 봉우리가 나온다. 이제부터는 길고 길게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고헌산 하산길은 역시나 넓은 오프로드 돌길이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진다. 게다가 오를 때처럼 경사가 가팔라 아주 미끄럽고 힘이 많이 든다.

 

점심 이후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후 내내 걸었더니 무릎이 무지무지 아프다. 평소 무릎이 별로 좋지 않은데 중간중간 돌길이 많아서 충격이 가중되었나 보다. 스틱을 최대한 활용하며 조심조심 내려갔다. 길고 길게 내려 숲을 벗어나자 드디어 목적지인 '외항재'에 도착하게 된다.(20:00)

 

외항재는 언양 가는 921번 도로가 소호리로 갈라지는 포장도로인데, 차량 통행이 자주 있는 편이다. 고헌산 정상에서 예약해둔 언양택시가 출발할때 전화를 한다고 하더니 연락이 없어서 전화해 보려고 하는데, 지나던 차 한 대가 서더니 우리 보고 타라고 한다. 이렇게 감사할 데가!!

 

울산분이신데 자신도 산악회 활동을 하고 있어 산꾼들 마음을 잘 안다면서 산에서 내려오는 우릴 보고 자진해서 우릴 태워 주신 것이다. 게다가 언양에는 차가 자주 없으니 울산으로 가보자고 하시니, 빨리 올라갈 방법 찾고 있는 우리야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다.

 

고마운 울산분 덕분에 울산터미널까지 한방에 도착하고 서울행 10시 심야버스를 예매했다. 얼마나 급히 그 자동차를 얻어 탔는지 울산터미널 대합실에서 아이젠을 벗었다.

 

울산터미널 앞 식당에서 혀가 마비되는 세상에서 가장 매운 아구찜을 맛 보고 그 집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옷도 갈아 입었다. 그리고 심야버스 타고 강남터미널에 도착하니 새벽 2시 30분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낙동길 열네 차례 산행 중 멀고 먼 태백의 면산 구간과, 비 쫄딱 맞고 밤길 걸은 주왕산 구간과 더불어 세 손가락에 들게 힘든 고헌산 구간 산행을 마쳤다.

  

 

           

# 고마운 울산 분 덕분에 울산에서 10시 심야버스를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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