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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명산]5-1(지리산)화대종주2-지리의 품에서 세운 의지! 본문

산이야기/100대 명산

[100대명산]5-1(지리산)화대종주2-지리의 품에서 세운 의지!

강/사/랑 2010. 7. 2. 16:23
 [100대명산]5-1(지리산)화대종주2-지리의 품에서 세운 의지!


<1편에 이어>

 

간밤에 잘 때 휴대폰 알람을 2시 30분에 맞춰 두었는데, 휴대폰이 울기도 전에 저절로 눈이 뜨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알람을 미리 해제하고 좀 더 게으름을 피우다 3시가 되어서야 짐 챙겨 밖으로 나온다.

 

벽소령은 벽소명월(碧宵明月)로 유명하지만 하늘 올려다보니 구름 가득하여 깜깜한 하늘엔 달은 고사하고 별 하나 뵈질 않는다. 비가 오면 않되는데...

 

핫쵸코 하나 끓여 마시고 가볍게 몸 푼 후 짐 챙겨 하루의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 세석대피소, 촛대봉, 삼신봉, 연하봉, 장터목대피소, 제석봉, 천왕봉을 거쳐 중봉, 써리봉, 치밭목대피소, 그리고 길고 긴 하산길이 기다리는 유평리와 대원사까지 아주 먼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끄으응!

여전히 배낭은 무겁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03:30. 벽소령 대피소를 출발한다.

 

 

# 넓은 등로를 꾸준히 진행한다. 우측 아래론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지고 좌측엔 역시나 높은 절벽이 계속 등로를 따라온다. 길게 진행하다가 이정목이 있는 '넓은 공터'를 만난다. 벽소령에서 1.1km를 걸어 왔고 세석까지는 아직 5.2km를 더 가야 한다.

 

 

# 공터에서 한숨 돌리며 쉬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니 어느새 구름이 모두 걷히고 벽소명월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호라!  팔 벌려 달을 우러러 그 기운을 흠뻑 마시고 오늘 하루 무사산행을 기원해 본다. 이곳부터 공터 정면 숲으로 들어 간다.

 

 

숲으로 들어가 오르내리다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안부가 나온다. 조망이 트인 우측 아래로 절벽이 있고 그 방향 하늘 위로 교교한 달빛이 쏟아지는 참으로 좋은 조망처이다. 역시나 팔 벌려 달빛을 마음껏 마시고 혼자만의 달빛잔치를 벌인다. 조쿠나!

 

건너편에 검은 산이 우뚝하다. '덕평봉'이다. 꾸준히 밀어 올려 1425가 찍히는 봉우리에 오르면 통나무로 된 자리가 있어 잠시 한숨 돌린다. 잠시 후 숲 너머로 한 발 물러난 덕평봉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선다.

 

덕평봉은 1521.9m 의 산이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출발하지만, 전방으로 곧장 오르지 않고 산의 우측 사면을 길게오르내리며 진행하라 한다.

 


 

#  그러다 길게 아래로 내리면 '선비샘'에 도착하게 된다.

 

 

# 선비샘은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 역시 좋다.

 

 

# 어제 벽소령에서 채운 물을 모두 버리고 선비샘의 물로 수낭을 채운다. 선비샘은 예전에 비박할 공간이 여러 곳 있었는데 국공파들이 비박을 못하게 공터 이곳저곳 모두 돌을 박아 두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달빛이 여전히 좋아 한참을 달구경을 한다. 광량이 부족한 새벽이라 사진이 흔들렸다...

 

 

# 선비샘에서 한참을 쉰 후 다시 길을 나선다. 곧 우측으로 산을 휘감더니 위로 밀어 올리고 고개에서 아래로 떨어지더니 이후 오르락내리락을 계속한다. 어느새 주변이 뿌옅게 밝아 온다. 어제처럼 오늘도 안개가 짙게 밀려 든다.

 

 

# 꾸준히 고도를 높여 올라 가면 해발 1576m 인 '망바위'에 오른다.

 

 

# 이곳은 전방으로 기가 막힌 조망을 보여 준다.

 

 

# 중봉, 천왕봉, 제석봉, 연하봉, 삼신봉, 영신봉, 촛대봉 등 가야 할 지리의 주요 봉우리들이  한 눈에 들어 온다. 그런데 구름이 그들 앞의 세석까지 이르는 산줄기를 넘고 있어 환상적인 구름넘이를 연출하고 있다.

 

 

# 땡기면 천왕봉, 중봉, 제석봉, 연하봉이 잡힐듯 가깝다.

 

 

# 구름에 뜬 산봉우리들이 섬처럼 보인다.

 

 

# 우측 대성골쪽은 구름바다이다.

 

 

# 세상에~~ 지리에서 이런 멋진 장관을 보다니...

 

 

# 입이 딱 벌어진다.

 

 

#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의 주능선.

 

 

#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장관에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하염없이 넋을 잃고 바라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그 장관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시간대별로 넓게 펼쳐 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구름이 점점 물러 난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그러면서 가야할 지리의 주능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황홀한 구름넘이 감상 후 다시 길을 나선다. 아래로 내렸다가 올리면 '칠선봉'에 올라 서게 된다.

 

 

# 이후 천사오백미터대의 고도를 길게 오르내리며 진행하다 '1556봉'을 넘게 된다. 눈개승마 군락. 

 

 

# 백당나무.

 

 

# 영신봉 오르는 나무계단을 길게 올라 가는데 어제처럼 오늘도 일출은 구름 속에서 진행된다. 불쑥 잠깐 얼굴을 보여 주는 걸로 끝이다.

 

 

# 조망이 좋은 영신봉 전 암봉.

 

 

# 지나온 산줄기가 구름속에 아련하다. 저멀리 반야똥꼬가 보인다.

 

 

# 구름 위에 섬처럼 뜬 반야봉을 땡겨본다.

 

 

# 우측 거림쪽에서 밀려온 구름이 영신봉에 부딛쳐 위로 솟구쳐 오른다.

 

 

# 벽소령쪽 안부 위로 구름이 넘어가고 있다.

 

 

# 푸른 소나무와 하얀 구름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 산호가지처럼 하얗게 굳은 고사목.

 

 

# 반야여! 내 조만간 그대를 만나러 가리라!

 

 

# 천왕봉쪽 조망.

 

 

# 섬이 된 반야.

 

 

# 기가 막힌 경치를 보여준 암봉을 내렸다 잔봉 하나를 넘고 다시 우측 사면을 오르면 '영신봉'에 오르게 된다. 저 이정목 뒤로 가면 김해 동신어산까지 가는 낙남정맥길이 이어진다.

 

 

# 전방에 촛대봉과 세석평전, 그리고 세석산장이 보인다.

 

 

# 07:05.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 단체산객들이 식사를 하고 출발하려고 한다. 거림으로 하산한단다.

 

 

# 세석평전엔 연무가 가득하다.

 

 

# 초여름 철쭉으로 화려했을 세석평전.

 

 

세석평전이 건너다 보이는 대피소 아래에 자리 하나 잡고 아침을 끓여 먹는다. 세석대피소는 우측으로 거림과 좌측으로 백무동과 연결되는 곳이라 항상 산객들로 붐비는 곳이고, 방문할 때마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가는 몰상식한 인간들을 만나 기분을 잡치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도 예외없이 내 앞에 식사를 하고 간 젊은 녀석들이 먹다 남은 스팸 통조림과 봉지를 그대로 두고 가 버린다. 도대체 저런 인간들의 머리속엔 뭐가 들었는지?

 

화장실도 다녀오고 아래 식수대에 들러 수낭도 보충한다. 오늘도 어제 아침 노고단에서 처럼 대피소에서 1시간 30분이나 시간을 보내고 짐 꾸려 다시 길을 나선다. 08:30

 

 

# 연하봉을 배경으로 자리한 세석대피소.

 

 

# 세석평전 자연관찰로를 따르다 길게 위로 촛대봉을 향해 올라 간다. 곧 넓은 평원이 나오고 박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뙤약볕에 노출되어 헉헉대며 오르면 '촛대봉' 정상에 이르게 된다.

 

 

# 한껏 기분을 내고 있는 산꾼.

 

 

# 삼신봉 가는 길에 만난 소낭구.

 

 

# 촛대봉을 내렸다가 오르며 수많은 암봉을 통과한다.

 

 

# 지리는 천왕봉에 가까워질수록 더 멋진 절경을 보여 준다.

 

 

# 종덩굴이던가?

 

 

# 우측 거림쪽 계곡.

 

 

# 영신봉에서 흘러내린 낙남정맥길.

 

 

# 향기가 너무나 좋았던 정향나무. 라일락이다.

 

 

# 정말 꾸준히 오르내린다.

 

 

# 계속되는 오르내림과 높은 기온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힌다.

 

 

# 구름이 지리의 골골 구석구석 피어 오른다.

 

 

# 어제 오늘 지리의 날씨는 천변만화이다.

 

 

# 이 주목은 나무의 대부분이 말랐는데, 오직 한군데 길게 생명의 길을 연결해 푸르게 빛을 내고 있다. 이곳에 올때마다 늘 이 나무의 무사함을 확인한다. 아직 오백 년은 끄떡없으리라.

 

 

# 죽어서도 그 기백을 잃지 않은 고사목.

 

 

# 기상있게 살다 기품있게 죽었다.

 

 

# 헉헉대며 암봉을 하나 오르는데 누군가 길가에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사람을 닮은 천연 석장승이 서 있다.

 

 

# 나무 전체에 오직 한 개의 꽃만 피워 그 색이 남달랐던 붉은 병꽃나무.

 

 

# 세석에서부터 계속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산객들. 1807봉.

 

 

# 연하봉이 건너다 보인다.

 

 

# 지리 최고의 절경 중 하나인 연하선경이 길게 누워있다.

 

 

# 구름이 장터목에 부딛쳐 솟구쳐 오른다.

 

 

# 전방의 조망을 길게 펼쳐 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연하봉의 암봉.

 

 

# 연하선경을 걷다 1807봉을 돌아 본다.

 

 

# 연하선경.

 

 

# 역시 풍경엔 인물이 들어가야 그림이 살아난다.

 

 

# 대문처럼 문을 열어주는 봉우리를 오르면,

 

 

# '연하봉'에 오르게 된다.

 

 

# 연하봉을 넘어,

 

 

# 아래로 내리면,

 

 

#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한다.10:25

 

 

# 장터목에선 좌우로 중산리 계곡과 백무동 계곡, 전방으로 지나온 지리의 산줄기가 반야봉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지만, 오늘은 연무가 짙어 모두 오리무중이다.

 

 

# 백무동 방향도 구름속이다.

 

 

장터목엔 강렬한 뙤약볕이 내려 쬐고 있고 몇몇 산객들이 뙤약볕 아래 느긋한 여유를 즐기고 있다. 배낭 내리고 간식먹으며 한참을 휴식한 후 다시 무거운 배낭 둘러 메고 제석봉을 향해 길을 나선다.

 

 

# 제석봉 오름은 가파른 돌계단이 길게 이어져 시작부터 무거운 짐 진 몸을 힘들게 만든다. 수풀이 제거 된 곳이라 뙤약볕에 노출되어 땀이 너무 많이 흐르고 체력도 급격하게 떨어진다. 한차례 길게 올렸다 돌아보면 구름에 감긴 연하봉이 돌아다 보인다.

 

 

# 제석봉 고사목 지대.

 

 

# 제석봉 고사목들은,

 

 

# 이 몇 년 사이에 대부분의 나무들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 조만간 제석봉은 초원지대로 변할 모양이다.

 

 

# 바람 많이 부는 고산지라 그런지 생태복원이 쉽지 않다.

 

 

# 연하봉과 좌측으로 이어진 일출봉.

 

 

# 제석봉 전망대가 나타난다.

 

 

# 풀은 바람보다 먼저 눕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선다.

 

 

#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 연하봉과 일출봉 능선을 땡겨본다.

 

 

# 하얀색과 푸른색의 조화.

 

 

# 제석봉 정상부.

 

 

# 우측으로 천왕봉이 우뚝하다.

 

 

# 천왕봉을 올랐다 장터목으로 하산하는 산객들.

 

 

# 연무가 순식간에 온 지리산을 뒤덮어 버린다.

 

 

# 이들은 갈길 바쁜 나와는 달리 여유롭다.

 

 

# 동백꽃을 닮은 녀석인데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있어 그냥 줌으로 땡겨 관찰한다.

 

 

# 탈춤을 추듯 절묘한 춤사위를 보여준 고사목.

 

 

# 제석봉을 내렸다 암봉을 계속 오르내리며 진행한다. 덥고 배 고파 혀를 빼물고 앓는 소리 하며 걷는다. 비탈에 선 나무들.

 

 

# 천왕봉의 다램이.

 

 

#  통천문.

 

 

# 통천문은 해발고도 1820이 찍힌다. 천왕봉까지는 아직 100m를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이다.

 

 

# 통천문에서부터 곧장 위로 고도를 높혀 올리는데 이 구간이 어제, 오늘 종주 중 가장 힘이 많이 든 구간이었다.

 

 

#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한걸음 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 천왕봉의 스타 고사목 삼형제.

 

 

#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가니 드디어 천왕봉이 눈앞이다.

 

 

# 정말 힘들게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다.12:00

 

 

# 연무때문에 인간세는 오리무중이다.

 

 

# 오, 천왕봉!

 

 

# 잠시 하늘이 열리며 지나온 지리의 주능선이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 땡겨보면 제석봉과 그 너머로 연하봉이 보인다.

 

 

# 중봉과 그 뒤로 하봉.

 

 

# 저 구름바다 아래에 남해바다가 있을텐데...

 

 

# 지나온 방향의 파노라마.(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가야할 방향의 파노라마.(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칠선계곡.

 

 

# 오늘 지리는 온통 구름의 향연이다.

 

 

# 중봉 안부에서 솟구쳐 오르는 구름.

 

 

화대종주는 지리의 주능선 전구간을 샅샅이 더듬어 진행하는 만큼 힘든 구간이 중간중간 몇 구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처음 화엄사에서 무냉기 까지 4시간 정도 계속 치고 오르는 구간, 연하천 가기 전 명선봉 구간, 연하천에서 벽소령 구간, 그리고 장터목에서 천왕봉 구간, 마지막으로 치밭목에서 유평리 거쳐 대원사까지 이어지는 끝도없이 긴 내리막 구간이 바로 그곳이다.

 

그 중에서 장터목에서 천왕봉 구간은 구간도 별로 길지 않고 천왕봉만 목표로 오거나 다른 지리종주할 때는 그다지 힘든 줄 모르고 천왕봉 간다는 기쁨에 쉽게 오간 구간인데, 오늘은 거의 엉금엉금 기어서 올랐다. 이 구간에서 死點이 와 버린 거다. 무거운 배낭 메고 이틀동안 잠을 거의 자지 않고 걸었더니 저질체력의 한계가 이곳에서 나타났나보다.

 

그래도 지친몸 이끌고 천왕봉에 올라 정상석 끌어 안으니 이번 화대종주의 주 컨셉인 意志 세우기가 불끈불끈 이뤄지는 듯한 느낌이다. 사람들만 없다면 그냥 홀라당 벗고 천지합일을 이루고 싶다만 그럴수는 없고 그냥 팔 벌려 사방으로 돌며 천지기운을 마음껏 받는 걸로 만족한다.

 

지금 이 순간! 한반도 남녘땅에서 내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음하하하~~~~!

 

천왕봉엔 평일인데도 산객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인 만큼  그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도 많은지 파리떼가 너무나 많다. 뙤약볕이 강렬해 마땅히 쉴곳이 없어 이곳저곳 찾아보다가 정상 암봉 아래 약간 그늘 진 곳에 무속인들이 촛불 켜고 기도한 흔적이 있는 곳이 있어 그곳에 자리 깔고 앉았다.

 

어제 먹다 남은 빵과 과일로 허기를 달랜다. 너무 지쳐 입맛이 떨어져 잘 넘어 가질 않지만 에너지 보충을 위해 억지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누워서 한참을 휴식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 대원사까지는 아직 갈길이 많이 남았다. 천왕봉 정상에 있는 대부분의 산객들은 중산리 방향, 혹은 장터목 방향으로 가고 중봉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 천왕봉 정상 너머 중봉 갈림길로 접어 들어 길고 길게 내려 간다. 그러다 우측으로 희미한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 도착해서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오른다.  중봉을 오르다 뒤로 돌아보니 천왕봉은 이미 구름 속에 숨어 버렸다.

 

 

# 천왕봉에서 1시간 넘게 쉬었지만 체력회복은 쉽게 되지 않아 중봉 오름도 무척 힘이 많이 들었다.13:30. '중봉'에 도착한다.

 

 

중봉에서 써리봉으로 가는 길은 지도상에 하봉을 향해 직진하다가 우측으로 90도 꺾어 떨어져 내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오늘 중봉 정상은 연무가 완전히 뒤덮어 멀리 볼 수가 없으므로 길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지도 믿고 진행하는데, 정상 바로 앞에 로프로 막아둔 곳이 나오고 우측으로 길은 꺾인다.

 

이곳이 바로 써리봉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지도에는 정상을 나와 한참 직진하다가 우틀하는 것으로 나와 있어 '써리봉 갈림길'이라 생각치 못하고 계속 진행하는데 가파른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이상타? 지금쯤이면 우측으로 꺾이는 곳이 나와야 하는데?? 이렇게 지친 몸으로 알바라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죽음이닷! 이곳저곳 수소문을 해보지만 확실한 답은 얻질 못하고 일단 알바할 만한 곳은 없었으니 계속 가보기로 한다. 나침반 확인하니 방향도 맞다! 이 길이 맞는 거여!

 

 

# 봉에서 써리봉 가는 길은 깊고 깊게 떨어져 내리라 한다. 고도를 170m나 떨어뜨리고 이후 오르락 내리락을 계속하다 철제계단이 오르내리는 곳을  만난다. 저 계단의 안부가 바람골이라 안부를 타고 넘는 바람이 너무나 시원하다.  비로소 이곳에서 홀라당 벗고 타인의 눈 의식치 않고 마음껏 거풍을 즐겨본다.

 

 

# 써리봉까지는 오르내림이 계속 이어진다. 곧 전방에 가파른 산 하나가 우뚝 솟아 앞을 가로 막는다.  저 넘을 어떻게 넘나? 걱정이 태산인데 다행히 좌측으로 우회하게 되어 있다.

 

 

# 이후 작게 오르내리다 다시 아까 것과 같은 규모의 산이 앞에 나타나 또 우회하지 않나? 하고 기대 해 보지만 잔말 말고 곧장 넘으라고 한다. 곧장 넘으면 암봉이 연달아 나타나는데 모두 철계단으로 오르내린다. 돌아보면 지나온 산들은 모두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 그러다 눈 앞에 '써리봉'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써리봉은 '써레봉'이라고도 하는데 산의 모양세가 물논을 정리할 때 쓰는 써레처럼 길게 뾰족뾰족하다 해서 얻은 이름이다. 써리봉까지 오면서 계속 오르내렸던 암봉들이 써레의 날인가 보다.

 

 

# 써리봉은 조망이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연무때문에 아무것도 뵈는 것은 없다.

 

 

# 써리봉에서 치밭목대피소까지는 고도를 200m나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냥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암봉을 오르내리면서 고도를 낮춰 가는 형국이다. 그러다 암봉 하나를 만나 직접 오르지 않고 좌측으로 우회하더니 살짝 올려 치밭목 1km란 팻말 이후부터 급경사 내리막을 길게 내려간다.

 

 

# 길고길게 내려 '치밭목 대피소'에 도착한다. 15:40

 

 

지친 몸으로 치밭목 대피소에 들어선다. 치밭목대피소는 지리의 여타 대피소와는 달리 인적이 끊겨 쥐죽은 듯 조용하다. 대피소 관리인 민대장은 뒤쪽에서 작업중이라고 메모만 붙여두었다. 배낭 내리고 100여m 뒤쪽 숲속에 있는 샘터에 들러 물을 보충한다.

 

물 긷고 다시 돌아와도 인기척이 없어 인사 나누고 라면이라도 한 개 끓여 먹으려던 계획을 변경하고 그냥 출발하기로 한다.

 

 

# 대원사까지는 7.8km를 내려 가야 한다. 어제 새벽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7km였으니 화대종주의 시작과 끝의 높이가 같은 셈이다. 그런데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어제 오르막 오른 것보다 오늘 내려 가는 것이 더 힘들었다.

 

 

# 고광나무.

 

 

# 처음엔 긴 나무계단이 길게 이어지고, 계속 내리막만 이어지길래 무릎만 조심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숲속은 습도가 높고 기온이 높아 엄청나게 덥다. 땀범벅이 되어 내려가는데 어둡기 전에 빨리 하산해야겠다는 생각때문에 마구 내달리느라 '무제치기 폭포'는 모르고 지나쳐 버렸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무제치기 다리에 도착해서야 폭포를 지나쳤다는 사실을 알았다.

 

 

# 이후는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오르내리면서 고도를 낮춰 간다. 새재 갈림길'이다.

 

 

# 정말 징그러운 하산길이다. 그냥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오르내리며 가야 하는 길이라 체력 소모가 많다. 습도가 높고 무더워 땀이 비오듯 한다. 사진을 찍으면 계속 렌즈에 습기가 차서 왜 그런가 살펴 보니 내 얼굴에서 떨어진 땀이 가슴에 매단 카메라 가방에 집중적으로 떨어져 카메라 가방이 비 맞은듯 축축하게 젖었다.


응급조치로 카메라 가방을 비닐로 감싸고 계속 오르내리며 내려간다. 체온이 너무 올라 이대로 계속 진행하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 것 같은 느낌이다. 결국 잠시 스톱을 외치고 우측 계곡으로 내려가  홀라당 벗고 풍덩 뛰어든다. 얼음장같이 찬 계곡물에 몸을 담그니 불에 달군 쇳덩이처럼 달아 오른 몸이 진정이 된다. 


알탕을 하고 있는데, 어제 오늘 같이 계속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전주 산꾼들이 내려간다. 열이 너무 올라 워낙 다급하게 물에 뛰어든 지라 부끄러운 지도 모르겠다. 알탕 끝내고 옷을 입으려는데 옷에서 물이 줄줄 흘러 그냥 입을 수가 없다. 아직 산행이 많이 남았지만 새옷으로 갈아 입고 다시 길을 나선다.

 

 

# 오늘 날씨가 얼마나 유난스러운지 갈아 입은 옷이 5분도 되지 않아 금세 물이 줄줄 흐르게 다 젖어 버렸다. 정말 징그럽게도 멀고 험한 하산길이다. 하산길이 이렇게 어려운 곳은 또 처음 본다. 가도가도 끝이 없고, 게다가 그냥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오르내려야 한다. 


계곡을 따라 길이 생겼으면 그냥 내려만 가면 될텐데, 이곳은 계곡 옆의 산 사면을 따라 하산길이 만들어져서 산의 경사면을 따라 계속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내려가면서 위로 올려 조망이 잠 시 트인 곳이 나오는데 계곡의 끝이 보이질 않네? 아이구야!!

 

 

# 그동안 여러 산행 중 가장 멀고 가장 힘든 하산길을 길고도 길게 내려 드디어 '유평리'로 들어서는 철문에 도착했다. 다행히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했다.

 

 

# 잠시 진행하면 유평리 마을이 나온다. 다시 시멘트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 그러면 대원사로 내려가는 길과 그 곁을 흐르는 대원사 계곡을 만나게 된다.

 

 

# 길따라 터벅터벅 내려가다 보니 대원사 지구 식당들이 나타난다. 대중교통을 물으니 대원사를 지나 대원사 매표소까지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하고 그나마 지금은 차가 모두 끊어졌단다. 그러면서 덕산택시를 불러 준다. 그리하여 이곳에서 산행을 종료한다.18:30.


택시 기다리는 동안 대원사 계곡으로 내려가 다시 알탕을 하고 마지막 남은 옷으로 깨끗하게 갈아 입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대원사. 대학 졸업하고 처음이니 25년여 됐나 보다.

 

 

덕산 택시 타고 내려가는데 이 택시 기사는 자동차를 폭격기로 착각하는지 운전이 아니라 폭격하는 수준으로 차를 몰고 간다. 이틀 동안의 한계를 벗어난 산행으로 완전히 녹초가 된 몸이라 잠깐의 폭격에 금방 멀미가 나서 속이 메쓱거리고 구토가 밀려온다.

 

덕산에 도착하니 진주행 막차가 막 출발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 차를 타게 만들려고 그렇게 폭격하듯이 운전했다고 하니 꾸짖을 수도 없고 외려 감사하단 인사 남기고 얼른 진주행 버스에 올라탔다.

 

원지에서 남서울행 심야버스가 있다고 하지만, 고향 진주엘 잠깐이라도 들러고 싶어 진주로 가서 고향에서 짧은 기쁨을 느끼고 심야버스로 귀경했다.

 

이번 화대종주는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내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제대로 방향 잡고 싶어 나름 강한 의지를 세우는 계기로 삼고자 했던 길이었다.

 

화엄사를 출발하여 대원사에 이르기까지 높은 습도와 무더운 날씨 속에 조금만 움직여도 물이 줄줄 흐르는 악조건을 뚫고 저질 체력으로 20kg의 무거운 배낭을 멘 채 끝도 없이 오르내리는 긴 산길을 걸으며 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대답을 얻었을까? 진주를 벗어나는 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멀어지는 고향의 불빛을 보며 혼자 자문해 본다.

 

딱히 손에 잡히는 결론이나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인생이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완성시켜야 하는 긴 여정이고, 그 과정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힘에 부쳐 좌절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계속 걸어간다면 결국은 주관적인 차이는 있을지언정 좋은 결과란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상투적이고 뻔한 답을 얻었다면 대답이 될까?

 

길고 긴 대원사 하산길 걷느라 아픈 무릎 만지면서 졸다 깨다 하다 보니 강남터미널의 불빛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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