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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명산]5-1(지리산/智異山)화대종주1-지리의 품에서 세운 의지! 본문

산이야기/100대 명산

[100대명산]5-1(지리산/智異山)화대종주1-지리의 품에서 세운 의지!

강/사/랑 2010. 7. 2. 16:04
 [100대명산]5-1(지리산/智異山)화대종주1

  

 

'터닝 포인트(Tunning Point)'란 말이 있다. 이는 보통 운동 경기 중에 승부의 분기점이 되는 포인트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지금은 흔히 어떤 상황이나 현상, 또는 개인이나  조직내에서의 '결정적인 전환점(轉換點)'이란 의미로 많이 쓰여지고 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이때 그 선택이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정도의 중요성을 가진 것이라면 그 선택이 바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거다.

 

그래서 흔히들 '직업을 선택'하거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들이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여겨진다. 그러나 처음 직업을 선택하거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 못지 않게, 선택했던 그 직업이나 배우자를 새로이 바꿔야 하는 선택은 더욱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것은 익숙하고 편안했던 것과의 이별을 감행해야 함은 물론, 새롭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며, 그 선택으로 인한 실패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큰 변화이기 때문이다.

 

강/사/랑은 요즘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고 있다. 20년을 넘게 청춘을 다 바쳐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하는 것이다.

 

개인에게 있어 직장이란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사직을 하고 동료, 후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회사 마당을 걸어 나오는데, 어느 여가수의 노래가사에 나오듯 마치 총 맞은 것처럼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송별식장을 빠져나와 동료들이 준 꽃다발을 손에 든 채 주차장을 걸어 차 세워 둔 곳으로 걸어갔다. 머리 위에 햇살 강렬하여 눈을 뜨기 어려웠다. 햇살 뜨거웠으나 총 맞은 듯 뚫린 가슴 속으로 찬바람 헤집고 지나갔다. 허깨비처럼 텅 빈 정신으로 귀가했다.

 

어떻게 운전해서 돌아왔는지 기억도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작정도 없었다. 그렇게 가슴 속에 구멍이 뚫린 채 영혼이 빠진 듯 멍한 상태로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래선 안 된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이렇게 멍한 자세로 있어선 안 된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단단히 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내 인생 후반기의 중요한 전환점을 똑바로 실행하게 해줄 강인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지리산 화대종주'에 나서기로 했다. 흔히 지리산 종주라고 하면 성삼재와 중산리를 잇는 코스를 말한다. 이 코스 역시 지리의 주능선을 대부분 지나는 긴 코스이고, 백두대간이 출발하는 길이라 의미가 있는 길이기는 하다.

 

하지만, 성삼재를 가로 지르는 도로가 뚫리면서 1,000m가 넘는 고지대인 성삼재까지 차를 타고 올라와서 산행을 시작하는 아이러니가 있는 코스라 그 의미가 조금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산꾼들이 화엄사에서 출발해 대원사에서 마치는 긴 거리의 산행 코스를 진정한 지리의 종주 코스로 인정해 걷고 있고, 이를 이름하여 '화대종주'라 부른다. 화대종주는 50여 km에 이르는 긴 거리에다 굴곡 많은 지리의 주능을 모두 밟아야 하는 어려운 코스라 도전하기도 완주하기도 쉽지 않은 산행길이지만 그 때문에 완주 후의 감격도 큰 길이다.

 

2010년 여름. 본격적인 장마철과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습도 높고 무더운 찜통 더위의 기상청 예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산 지리산의 품에 안기기 위해 강/사/랑은 무거운 보따리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한국인의 기상이 발원한 지리의 氣를 흠뻑 받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단단히 해 줄 강인한 의지를 세우기 위해!

 



지리의 품에서 세운 의지!


일      시 : 2010년 6월 29, 30일. 불과 물의 날.

세부내용 : 화엄사(02:30) ~ 용소 ~ 연기암 ~국수등 ~ 집선대 ~ 코재 ~ 무냉기 ~ 노고단 대피소(06:40)/식사후 08:10 出 ~ 노고단고개 ~ 돼지령 ~ 1424봉 ~ 피아골갈림길 ~ 임걸령 ~ 노루목 ~ 삼도봉(11:00)/간식 및 휴식 ~ 화개재 ~ 토끼봉 ~ 1463봉 ~ 명선봉 ~ 연하천 대피소(15:00)/식사후 15:50出 ~ 삼각고지 ~ 형제봉 ~ 벽소령 대피소(17:50).

 

벽소령 대피소(03:30) ~ 덕평봉 ~ 선비샘(04:35)/휴식 ~ 망바위/휴식 ~ 칠선봉 ~ 영신봉 ~ 세석 대피소(07:05)/식사 및 휴식후 08:30出 ~ 촛대봉 ~ 삼신봉 ~ 1807봉 ~ 연하봉 ~ 장터목 대피소(10:25)/휴식 ~ 제석봉 ~ 통천문 ~ 천왕봉(12:00)/식사 및 휴식 후 12:50 出 ~ 중봉 ~ 하봉 갈림길 ~ 써리봉 ~ 치밭목 대피소(14:40)/휴식 ~ 무제치기 폭포 ~ 새재 갈림길 ~ 철문 ~ 유평리 ~ 대원사(18:30)


총 소요시간 30시간 20분.(1일차: 15시간 20분, 2일차 15시간)
  


2010년 6월 28일 달의 날. 한반도 남부 지방을 오르내리면서 비를 뿌리던 장마 전선이 아래로 밀려나 제주 부근에 머물러 현재 지리산 일대는 맑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마눌에게 지리에 들어간다 말하고 짐을 챙긴다.

 

일단 이틀간 먹을 식량과 간식, 과일, 그리고 버너 코펠을 챙기고, 평일이라 대피소 잡기는 쉬울 테지만 중간에 비박할 것을 대비해 타프, 그라운드 시트, 빨래판 매트, 침낭을 준비한다. 장마철이니 우의는 필수이고 비 맞을 것을 대비해 미니 스패츠와 갈아입을 옷을 넉넉히 챙기고 거기다 무거운 DSLR 카메라까지 챙기니, 어머나!  배낭 무게가 20Kg이나 나간다.

 

이래 가지고 제대로 걷기나 하겠나? 가뜩이나 저질 체력에 요즘 몇 달 동안 통 운동을 못 해 체중까지 불어 난 몸으로 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화대종주를 하겠다고?

 

내가 생각해도 무모한 일인 듯한데, 남들처럼 작은 배낭에 가볍게 밑반찬과 갈아입을 최소한의 옷만 준비하고 대피소 잠자리와 음식을 이용해 짐을 가볍게 해서 부담을 줄여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번 화대종주의 컨셉이 의지를 세우는 일이니 배낭 무게로 투덜거리지 말고 그냥 메고 가기로 한다. (이 결정 때문에 이틀 동안 지리 속에서 엉금엉금 기어야 했다.)

 

걱정 많은 마눌 안심시키고 마눌 차로 서울 남부터미널까지 이동하여 구례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화대종주

  

국민적인 등산코스인 지리산 주능선 종주는 산꾼이라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되었다. 화대종주는 주능선 종주에서도 가장 긴 코스가 화엄사에서 시작해 대원사에서 산행을 마치는 코스다. 언제부턴가 산꾼들은 이 코스를 지리산에서 법정등산로상 가장 힘들고 긴 코스라 하여 화엄사와 대원사의 앞 글자를 따 ‘화대종주’라 부르기 시작했다. 50km에 이르는 이 코스를 겨울에 종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대피소가 많아 숙박과 물 걱정이 없으므로 며칠 시간만 낼 수 있다면 베테랑 산꾼에겐 어려운 것도 아니다. 화대종주에 나서는 그대가 가장 먼저 결정할 것은 몇박 며칠로 가느냐다. 서울 같으면 용산에서 밤차를 타고 새벽에 구례구에 닿아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한다면 1박은 연하천대피소, 2박은 장터목대피소에서 한 뒤 하산 가능하다. 당일 아침 집에서 출발해 점심 때쯤 화엄사에 닿는다면 1박은 노고단대피소, 2박은 벽소령대피소, 3박은 장터목대피소에서 한 뒤 하산할 수 있다. 스피드를 즐기는 산꾼의 경우 무박산행으로 하루에 끝내는 이도 있으며 자기 스타일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대피소는 지리산국립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늘 등산객으로 붐비는 지리산은 눈이 많이 쌓였다 해도 곧 러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주능선의 길 찾기는 쉽다. 다만 치밭목 이후 대원사로 이어진 하산길은 자연 그대로의 희미한 길이므로 초행이라면 길냄새를 잘 맡아야 한다. 코스에서 숨이 턱까지 차는 데는 화엄사~코재, 화개재~토끼봉, 장터목~천왕봉, 오르내림이 많은 써리봉 능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치밭목~유평리 구간을 들 수 있다. 화대종주의 가장 큰 적은 무게다. 식량은 가벼운 것 위주로 준비하는 게 좋다. 대피소에서 햇반을 판매하므로 코펠, 버너, 밑반찬만 준비해가는 것도 방법이다. 또 대피소에서 담요를 1인당 두 장까지 판매하므로 짐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대피소에 따라 난방이 시원찮은 곳도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자기 침낭과 매트리스를 가져가는 게 제일 속편하다. 춘추용 침낭도 가능하다. 식수는 대피소마다 나오지만 갈수기에는 벽소령과 장터목의 경우 제법 먼 곳까지 물을 뜨러 가야 한다. 아니면 대피소에서 2,000원 주고 2리터짜리 물을 사면 된다. 대원사 하산길은 새재마을길과 유평리길로 나뉘는데, 새재길이 도로까지 더 가깝지만 버스가 다니지 않으므로 걸어 내려갈 것을 감안하면 유평리로 하산하는 게 더 낫다. 새재마을 식당에서 2만 원 정도를 주면 대원사 버스정류소까지 태워주기도 한다. 유평리에도 식당이 여럿 있으며 1만5,000원 정도 주면 대원사 정류소까지 태워준다. 걸어서 도로를 내려올 경우 새재에서 2시간, 유평리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가민 콜로라도 300GPS로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확인한 실주행 거리는 48km다.  교통은 화엄사로 가려면 구례로 가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은 열차와 버스가 있다. 열차는 용산과 영등포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있다. 오전 6시50분부터 밤 10시50분까지 1일 14회 운행하며 새마을호(3만3,800원)는 4시간10분, 무궁화호(2만2,800원)는 4시간40분 정도 걸린다. 구례구역에서는 화엄사행 버스가 없으므로 구례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가서 버스를 탄다. 구례발 화엄사행 버스는 15분 정도 걸리며 850원이다. 새벽 4시20분 버스가 첫차이며 20시30분까지 버스가 있다. 06시 이후로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하동, 남원, 진주, 부산에서는 화엄사행 직행버스가 있다.  대원사에서 서울로 가려면 진주행 버스를 타고 중간 기점인 원지에서 내려 서울 가는 버스를 타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진주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가 원지를 지나간다. 원지에서 서울 남부터미널까지는 3시간20분 걸리며, 1만6,800원이다. 05:30분부터 21:20분까지 버스가 있다. 심야(22:50, 24:20). 원지버스정류소 055-973-0547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지리산 화대종주 입체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평일 날 저녁인데도 구례행 버스엔 승객이 많다. 수원에서 열차를 타고 가는 것이 집에서 접근하기도 쉽고 시간 여유도 많은데, 굳이 서울까지 올라와 버스를 탄 것은 심야의 열차 여행은 의외로 소란스럽고 번잡해서 잠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구례행 버스 안에는 휴대폰 중독증에 걸린 듯한 남자가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잠자기는 틀렸다. 직장 동료와 구례로 문상을 가는 듯한 그 30대 남자는 끊임없이 이 사람 저 사람과 전화를 걸고 받고를 반복한다.

 

대화 내용은 뭐 특별할 것도 없고 문상 간다는 것과 회사의 일들에 관한 내용이다. 그 개념 상실의 수다쟁이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구례에 도착했다. 시각은 밤 11시인데 불 꺼진 터미널은 적막강산이다.

 

시각이 애매해서 찜질방에서 잠시라도 쉬어볼 요량으로 읍내 쪽으로 걸어 올라간다. 그다지 늦지 않은 시각인데도 시골 소읍은 이미 인적이 끊겼다. 한참을 헤매다 가게에 들러 간식을 구입하면서 찜질방을 물으니 한 사람은 모르겠다 하고 두 번째 가게에서는 "쩌~어~기" 가면 있다고 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관적인 시간이나 거리 개념은 불확실해서 쩌~어~기를 한참이나 찾았지만, 찜질방을 찾을 수가 없다. 화대종주하기도 전에 무거운 짐 지고 30여 분 헤맸더니 구례읍에서 힘 다 빠지겠다!

 

한참을 헤매다 마침 택시가 한 대 오길래 일단 화엄사로 이동하기로 한다. 구레에서 화엄사까지는 가까운 거리라 택시비가 7,000원에 불과하고 도착하니 시각도 막 자정을 가리킨다.

 

화엄사 입구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니 들머리 이정목이 보인다. 산행을 시작하기에는 시각이 너무 일러 잠시 고민한다. 주변을 둘러 보니 마침 곁에 불교 기념품을 판매하는 건물 앞에 차일이 쳐저 있고 기념품을 전시하는 매대가 비어 있다. 침낭 깔고 누으니 내 몸 크기에 딱 맞다.

 

딱 두어 시간만 눈 붙이고 산행을 시작하자 생각하고 누웠는데 이상하게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계속 말똥말똥해진다. 화엄사계곡의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12시 30분이나 되었나? 택시 한 대가 오더니 등산객 한 분이 내린다. 그리곤 집에 있는 부인께 전화로 산행신고를 한 후 인증 사진 한 방 날리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나도 저이를 따라 얼른 올라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몸이 너무 피곤해 조금이라도 잠을 자자 싶어 침낭을 끌어올려 잠을 청해본다.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정신만 계속 만 리 밖을 내달리고 잠은 오질 않아 내내 뒤척이기만 하다 결국 한잠도 못 자고 자리를 정리한다.

 

짐 꾸린 후 가볍게 몸 풀고 하늘 우러러 무사산행을 기원하고 지리산의 넓은 품 안으로 스며든다. 02:30

 

 

# 화엄사를 출발. 화대종주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 고개 올려 하늘을 보니 휘엉청 밝은 보름달이 떠 있다.

 

 

넓은 자연관찰로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지리산엔 많은 비가 왔었는지 수풀은 완전히 물구덩이이고, 등로는 물웅덩이가 군데군데 산재하다.


정맥길이었다면 벌써 온 몸이 흠뻑 젖을테지만 등로가 넓어 다행인데, 반면 물무게를 못 이긴 대나무들이 등로 위로 늘어져 머리며 배낭이 무차별 물공격을 받는다. '검팽나무 쉼터'를 지나고 한참을 올라가자 물소리 요란한 '용소'가 나온다.

 

 

 

# 용소. 우리나라 산중 계곡에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이다.

 

 

용소에는 나무 벤치가 있길래 배낭 내리고 휴식하며 배낭 커버를 씌워 수풀의 물 공격에 대비한다. 한참을 쉰 후 다시 길을 나서 다리 두 개를 건너 계곡을 넘고 역시나 흠뻑 젖어 있는 돌길을 꾸준히 올라간다. 배낭 무게 때문에 속도가 나질 않는다. 깜깜한 밤길을 혼자 걸어 올라가니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인데, 무엇보다 돼지나 곰이 나타날까 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한참을 올라 '연기암' 갈림길을 지나고 다시 연기암으로 들어가는 임도를 지나 올라가는데, 노고단길이란 이정목이나 안내가 계속 나타나질 않아 불안해하며 진행한다. 노고단을 향해 직등하는 것이 아니라 우측으로 계곡을 따라 계속 진행하고 있어 불안감이 더하다.

 

그러다 '샘터'를 만나 물 한 잔 마시고 휴식한 후 다시 계속 오르막을 오른다.  '등로 없음'이란 표지판을 만나 좌틀하여 가파르게 오르니 '국수등'을 지나고 다시 한참을 더 올리니 '중재'가 나타난다.

 

중재를 지난 등로는 그냥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르내리기까지 한다.  '폭포'를 지나 계속 오르자 어느새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부지런한 아침새들이 울기 시작한다. 이제 거의 다 왔나보다 하고 기뻐하는데, 이정목이 나타나며 아직 '집선대'에 불과하다 알려 준다.

 

 

 

# 연기암 갈림길.

 

 

# 연기암으로 올라가는 임도를 가로질러 계속 올라 간다.

 

 

# 샘터를 만나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 국수등을 지난다.

 

 

# 집선대. 하늘이 푸르게 밝아온다.

 

 

아이구야~ 이제 겨우 집선대라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구나! 팍팍한 돌길을 끝도 없이 오르자니 다리가 너무나 아프고 배낭 무게에 허리가 휘청휘청한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지만 등로가 온통 젖어 있어 드러눕지도 못하고 대부분 배낭을 멘 채로 서서 쉴 뿐이다. 가파른 급경사의 돌길은 끝이 없는지 트인 나무들 사이로 하늘이 보여 금방일 것 같은데, 가도 가도 끝이 나타나질 않는다.

 

그러다 등로 바로 곁을 흐르는 계곡을 만나 배낭 벗어 던지고 세수하고 땀도 씻으며 휴식을 취한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 중산리 계곡에 있는 망바위를 닮은 바위가 있는 오름을 지난다. 아마도 여기가 '코재'인 듯하다.

 

다시 한차례 찐하게 위로 밀어 올리면 드디어 전방으로 터널처럼 뚫린 곳이 나온다. 곧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도로가 있는 '무냉기'에 올라설 수 있다.

 

 

 

# 캄캄한 밤중이라 오르는 내내 이 넘들이 신경이 쓰인다.

 

 

# 너무 힘들어 배낭 멘 채 드러눕는데 어느새 날이 밝아 하늘이 보이지만 해는 구름 속에 숨었는지 볼 수가 없다.

 

 

# 계곡을 만나 세수하고 물도 한 모금 마셔 휴식을 취한다.

 

 

# 코재.

 

 

# 드디어 앞이 트이며 오르막의 끝이 나타난다.

 

 

# 화엄사에서 3시간 55분 걸려 도착한 무냉기.

 

 

#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이르는 이 길은 넓고 편하여 노랫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짙은 안개가 끼어 시정거리는 짧고 공기는 축축하다.

 

 

# 잠시 오르다 우측 전방으로 트인 곳이 나와 살펴보니 안개도 없고 햇살 아래 낯익은 산줄기가 보인다

 

 

# 땡겨보니 오호라! 구름이 넘어가는 임결령과 반야봉, 저멀리 희미하지만 천왕봉이 보인다.

 

 

# 도로를 따르다 우측 숲길로 올라 한차례 땀을 쏟으면 드디어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게 된다.06:40

 

 

# 우측 산 위에 방송 송신소가 보인다.

 

 

# 하늘이 맑다. 좋은 징조이다.

 

 

# 노고단 고개의 돌탑도 올려본다.

 

 

# 인적없이 조용한 노고단 대피소.

 

 

# 반면 취사장엔 꽤 많은 이들이 모여 있다.

 

 

# 저 모자를 나란히 쓴 부자는 종주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아빠는 지리에 대해 큰 지식이 없는 듯 하고 꼬맹이는 이제 겨우 3,4살 되어 보인다. 잘 했을라나??

 

 

취사장에서 아침 한 그릇 끓여 먹은 후 버릴 것 버리고 배낭도 다시 한번 정리하여 본격적인 지리 주능선 종주길의 준비를 한다.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고 가파른 돌길을 4시간 동안 캄캄한 어둠 속에 걸어 올라 오느라 지칠 법도 하지만, 지리의 청량한 기운 탓인가 아직은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노고단 대피소에서 1시간 30분 동안이나 휴식한 후 다시 길을 나선다.

 

 

 

# 대피소에서 휴식하며 바라본 종석대의 모습과 푸른 지리의 하늘.

 

 

# 대피소를 나서 한차례 꾸준히 돌길을 밀어 올린다.

 

 

# 본격적인 지리 종주길의 출발지인 노고단 고개에 올라 서게 된다. 성삼재까지 차가 올라 와서 이곳은 접근이 쉬워져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오늘은 평일이라 아무도 없다.

 

 

# 노고단 돌탑.

 

 

# 우측으로 노고단이 올려다보인다.

 

 

# 노고단 정상을 땡겨본다.

 

 

# 저 멀리 반야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 저 반야 똥꼬 위에서 야영 한번 해야겠다 생각한 지가 오래인데...

 

 

# 노고단 고개 전방을 한 화면에 담아 본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돌아보면 노고단 대피소와 무냉기, 그리고 종석대가 보인다.

 

 

# 그 쪽도 한 화면으로.(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지리종주의 주능선상에서 만나게 되는 산들이다.

 

 

# 안내판과 같은 앵글로 찍어본다.

 

 

# 땡겨보면 천왕봉의 우뚝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참 먼길이다.

 

 

# 자, 출발이닷! 일단 임걸령 샘터가 1차 포스트이다.

 

 

# 노고단 고개의 출입문을 통해 지리의 주능선에 입장한다. 하늘엔 구름이 많지만 뙤약볕은 오히려 아주 강렬하다. 노고단의 사면을 따라 길게 진행한다. 노고단 사면의 등로가에는 미나리아재비가 제일 먼저 반겨준다.

 

 

# 일단 지리의 첫날 대세는 범꼬리이다.

 

 

# 잠시 트인 곳이 나오고 노고단에서 갈라져 나온 왕시리봉 능선이 구름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 저 멀리 구름을 안고 있는 왕시리봉.

 

 

# 숲을 벗어나며 '돼지령'을 지난다.

 

 

# 범꼬리가 지천이다.

 

 

# 등로가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 왕시리봉 능선이 용이 꿈틀대는 듯한 모습으로 누워 있다. 오호, 와호장룡(臥虎藏龍)이로고!

 

 

# 노고단에서 왕시리봉으로 꿈틀대며 누워있는 용을 담았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잠시 진행하면 전방으로 트인 곳이 나오고 가야 할 지리의 주능이 눈에 들어온다.

 

 

# 임걸령과 반야봉, 그리고 삼도봉 등...

 

 

# 땡겨보면 천왕봉도 보인다.

 

 

# 넓은 '헬기장'도 지나고,

 

 

# 우측으로 피아골이 내려다보인다.

 

 

# 그 계곡에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오른다.

 

 

# 잠시 더 진행하면 '피아골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피아골 대피소를 거쳐 연곡사로 내려가게 된다.

 

 

# 첫 번째 포스트인 '임걸령'에 도착한다. 09:00. 임걸령이 이렇게 멀었나 싶게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 지리산 최고의 물맛을 자랑하는 임걸령 샘터.

 

 

# 여전히 물맛은 최고이고 수량도 풍부하다. 배낭 내리고 수건에 물 묻혀 땀도 닦으며 한참을 휴식했다.

 

 

# 무당벌레 한마리 샘터 나무기둥에 한가하다.

 

 

# 임걸령에서 노루목까지는 계속적인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는데 그 길이가 1km이다. 배낭 무게에 눌려 허리가 휘청휘청 한다.

 

 

# '노루목'. 이곳에서 좌측으로 올라가면 반야봉으로 향하게 된다.

 

 

# 숲 너머로 삼도봉이 건너다보인다. 삼도봉의 청동 정상 표지도 보인다.

 

 

# 반야봉의 허리를 휘휘 휘감아 돌다가 반야봉과 헤어지고, 한차례 밀어 올리면 '삼도봉'에 오르게 된다. 11:00

 

 

# 물새처럼 생긴 새가 삼도봉 꼭대기에 앉아 있다.

 

 

# 삼도봉은 조망이 훌륭한 곳인데, 갑자기 연무가 온 지리를 뒤덮어 현재 시각 조망은 제로이다. 배낭 내리고 어젯밤 구례에서 구입한 빵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 30여 분 휴식을 한 후 삼도봉을 출발하여 길게 내려가다 보면 악명 높은 '화개재 나무계단'을 만나게 된다.

 

 

# 함박꽃나무.

 

 

# 화개재 나무계단은 그 길이가 길고 가팔라 천왕봉쪽에서 출발하여 종주하는 산꾼들에겐 악명 높은 곳이다.  이 계단을 오르면서 그 힘듦을 잠시라도 잊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 계단수를 세며 오른다.

 

 

# 554개, 545개, 심지어 520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몇 년 전에 셀 때도 550개 이더니 오늘도 세어보니 550계단이다.

 

 

# 길게 내려가면 넓은 안부가 있는 '화개재'에 도착한다.

 

 

# 삶이, 생활이 그렇게 만들었겠지.

 

 

# 돼지 한 마리 입을 벌린 듯한 구름.

 

 

# 화개재 너머로 토끼봉과 1483봉 등이 보인다.

 

 

# 이 넘은 선충의 일종으로 국내 미기록종이다. 백두대간할 때 삼도봉 너머 우두령 가는 길에서 많이 보이더니 오늘은 지리의 등로에서 수백 마리는 보았다.

 

 

# 화개재를 지나 한차례 올리더니 평탄하게 진행하고 다음 봉우리는 좌측으로 우회한다. 이후 계단식으로 대여섯 차례 꾸준히 밀어 올리는데 배 고프고 짐 무거워 발이 천근만근이다. '토끼봉'이 화개재에서 30분 거리에 있는데,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왔다. 1시간여 만에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에 도착했다. '1463봉'이다.

 

 

# 힘이 들어 20여 분 휴식한 후 출발한다. 곧바로  깊고 깊게 떨어져 내린다. 쓰러진 고사목의 몸통에서 숱한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 고도를 무려 150m나 떨어뜨리더니 다시 치고 오르기 시작한다.

 

 

# 겁나게 멀리 오르내리며 진행한다.

 

 

# 나무계단, 돌계단을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도 계속 오르내리며 진행한다.

 

 

# 지쳐서 시간이 점점 늘어진다. 숲 너머로 봉우리 하나가 우뚝하다. '명선봉'이다. 잔뜩 겁 먹고 올라가는데 다행히 정상은 우회하게 되어 있다. 

 

 

# 명선봉을 지나 길게 내려가면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한다. 15:00

 

 

배낭 무게에 눌리고 습도 높은 날씨에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생각보다 진행 속도가 느려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연하천에 도착했다. 원래 이 시각 정도면 벽소령에 가 있어야 하는데...

 

연하천엔 평일인데도 산객들이 제법 많다. 취사장 한 켠에 짐 내려놓고 라면 끓여 급한 허기를 면한다. 수낭에 신선한 물도 채우고 화장실도 다녀온다. 한 시간여 푹 쉰 후 다시 벽소령을 향해 길을 나선다.

 

 

                               

# 연하천 대피소를 나서 주목 군락지 사이로 길게 내린다. 숲바닥은 질척거리는 진창길이다.

 

 

# 잠시 진행하면 '음정갈림길'을 지나게 된다.

 

 

# 그러다 길게 한차례 올리면 '삼각고지'에 오른다. 이 봉우리의 상징이던 미사일 고사목은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한켠에 누워 있다.

 

 

# 삼각고지에서 길게 아래로 내렸다가 암봉을 넘고 내려서면 앞이 트이면서 고사목들이 난립해 있는 조망처가 나타난다.

 

 

# 우측으로 삼정 거쳐 의신에 이르는 빗점골이 내려다 보인다.

 

 

# 깊고 그윽한 지리의 계곡.

 

 

# 소망을 쌓아 두었다.

 

 

# 형제봉 오름은 여전히 많이 위험하고 힘이 든다. 재작년 가을 회사에서 교육차 직원들과 지리종주를 할 때 야간에 이 구간을 통과했었다. 그때는 직원들이 모두 초보자들이라 무척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형제봉 정상'.

 


# 잠시 아래로 내리면 유명한 형제봉 '부자바위'를 만난다.

 

                               

# 이 바위는 형제봉이란 이름 때문에 흔히 형제바위로 알려져 있지만,

 

 

# 19세기초에 제작된 광려도에 부자바위로 기록되어 있다.

 

 

# 기상이 있는 바위다.

 

 

# 아래엔 작은 동굴도 있다.

 

 

형제봉에서 벽소령에 이르는 길은 매우 위험하고 또 짜증나게 끝을 잘 보여 주지 않는 긴 길이다. 매번 이 구간을 지날쯤이 체력이 바닥 날 때인지라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 심한 듯하다.

 

미끄럽고 위험한 형제봉 내리막을 지나 구불구불 휘며 내려가다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암릉길을 계속 오르내리며 길고길게 진행한다. 징글징글하다 욕이 절로 나올 즈음 앞이 툭 트이며 '벽소령 대피소'에 다다르게 된다.

17:50

 

 

# 봉우리를 하나 넘어 내리면 바위전망대가 나온다.

 

 

# 물기에 젖어 미끄러운 암릉길이 길게 나타난다.

 

 

# 연하천~벽소령 구간이 지리종주 중 힘이 많이 드는 코스 가운데 하나이다.

 

 

# 벽소령 대피소.

 

 

대피소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벤치 한 켠에 배낭 내리고 긴 하루를 정리한다. 원래 계획은 세석대피소까지 가는 것이었지만 무거운 배낭에 눌려 체력 소모가 많아지는 바람에 6시가 다 된 이 시각에 겨우 벽소령에 도착했다.

 

내일 남아 있는 거리를 생각한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세석까지 가는 것이 좋지만, 체력이 완전방전 상태라 더이상의 진행은 위험한 일이다. 또 하나의 계획은 비박 장비를 챙겨온 만큼 천천히 가더라도 계속 진행하다가 적당한 비박지가 나오면 비박을 할 생각이었지만, 지금 지리의 숲속은 장마철 자주 내린 빗물로 축축히 젖어 있는 상태라 비박 여건이 아주 좋지 않다. 

 

결국 오늘 이곳에서 하루 묵기로 하고 빈자리를 물으니 7시까지 무조건 기다리라고 한다.

 

 

# 벽소령의 하늘은 구름이 가득하다.

 

 

# 빈자리 생기길 기다리며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 음정 방향의 광대골은 구름 속에 파묻혀 오리무중이다.

 

 

# 7시를 한참 넘겨 겨우 자리 하나를 배정받고 취사장으로 내려가 저녁밥을 끓여 먹는다.

 

 

언제나 그렇듯 혼자 산 타는 것은 별로 외롭지 않은데, 산속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많이 외로운 일이다. 특히나 대피소에서 다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같이 밥 먹고 술 한 잔씩 하는 것을 보면 부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도 내일 긴 여정을 위해 찌개 하나 끓이고 밥 데워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이제 나는 소주와는 인연이 다 되었는지 어젯밤 구례에서 구입한 작은 미니 소주도 두어 모금 마셨는데 영 맛이 없다.


막걸리를 살까 했지만 무게 때문에 소주를, 그것도 미니소주를 구입했는데 소주잔에 한 잔도 못 마시고 맛이 없어 뚜껑을 닫아 버렸다. 마침 맞은편에 밥을 먹던 대학생들이 술을 준비 못해 난감해하길래 선물하였다. 학생들이 감격해 하는 모습 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저녁 먹고 샘터로 내려가 수건에 물 묻혀 대충 몸을 닦고 배정받은 자리로 찾아가 몸을 누인다. 어젯밤 잠을 한숨도 못 자고 무거운 배낭에 하루 종일 눌려 긴 산길을 걸어 와 피곤이 극에 달했지만,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더운 데다 코 고는 소리까지 떠들썩한 대피소에서 숙면을 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시간 넘게 뒤척이다 어느새 잠이 들었나? 꿈도 없이 깊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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