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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열여섯번째(골치~봇재~오도재)-알밤아, 제발 눈에 띄지 마라! 본문

1대간 9정맥/호남정맥종주기

[호남정맥]열여섯번째(골치~봇재~오도재)-알밤아, 제발 눈에 띄지 마라!

강/사/랑 2010. 10. 18. 09:38
 [호남정맥]열여섯번째(골치~봇재~오도재)
  


호남정맥은 전북, 전남을 거치면서 호남내륙을 남으로 남진(南進)해 가다가 장흥 땅 제암산(帝岩山)과 사자산(獅子山)에서 득량바다를 만난다. 그곳 득량에서 정맥(正脈)은 곧장 바다로 잠기지 않고 방향을 좌틀하여 광양을 향해 동진(東進)한다. 그곳에서 정맥은 산세를 뚝 떨어뜨렸다가 한차례 불쑥 솟아올려 봉우리 하나를 형성한다. 이름하여 '일림산(日林山)'이다. 그 높이가 667.5m에 이르는 제법 높은 산봉우리다.

 

예로부터 그 숲이 짙어 산속에 들어가면 하늘의 해가 보이지 않는다 하여 '일림(日林)'이라 불렀다 한다. 정확히는 전남 보성군 웅치면(熊峙面)과 장흥군 안양면(安良面) 경계에 위치한다.

 

그러나 이 산은 얼마 전까지 그 이름 때문에 보성군과 장흥군 사이에 치열한 분쟁의 대상으로 대두되었다가 몇 해 전 국토지리원의 지명 고시(地名 告示)에 의해 일림산으로 그 이름이 확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부터 이 산이 이름 싸움에 휘말린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 산은 장흥사람들에 의해 옥황상제의 세 황비가 내려와 놀았다 하여 '삼비산(參妃山)'이란 이름으로 불리웠다. 국립지리원의 지도에도 이 산이 아니라 이 산에서 동쪽으로 1.7km 떨어진 627.8봉에 일림산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2000년 들어 보성군에서 보성 녹차 축제를 열면서 철쭉으로 유명한 이 667.5봉의 등산로를 정비하고 철쭉 산행을 연계한 축제행사를 열어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 들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보성군에서 627.8봉이 아니라 이 667.5봉의 이름을 일림산으로 지정하고 커다란 정상석을 세우면서 장흥군과의 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장흥군의 주장은 "회령(현재의 보성군 회천면) 북쪽에 일림산이 있다"고 나오는 옛 문헌에 근거하고 있다. 장흥군에 의하면 문헌에 나오듯 회천에서는 627.8봉만 보이지 667.5봉은 보이지 않고 국립지리원의 지도(1/50,000)에도 627.8봉에 일림산이라 적혀 있으니 당연히 667.5봉인 이 산은 삼비산이라는 것이다.

 

반면 보성군의 주장은 문헌이나 고증 등에서 수백 년간 일관되게 일림산이란 이름이 등장하고 삼비산이란 명칭은 최근에 장흡읍지 등에서 나타났을 뿐이며, 산의 이름이란 것이 주변에서 가장 높은 주봉(主峰)을 지칭하는 것이니만큼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의 명칭이 일림산이니 이름이 명확하지 않은 주봉의 이름도 일림산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지자체 간의 이름 논쟁은 몇 년의 세월을 거치며 계속되다 국립지리원의 중앙지명위원회에 의해 667.5봉이 일림산으로 확정 고시되면서 일단락 되었다.

 

애초에 국립지리원 지도 중 1/50,000 지도에는 장흥에서 주장하는 627.8봉에, 1/25,000지도에는 보성에서 주장하는 667.5봉에 일림산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던데 혼란의 원인이 없잖아 있었던 셈인데, 이제 결자해지(結者解之)로 국립지리원에 의해 정리가 되었으니 늦으나마 다행이기는 하다.

 

졸지에 산 이름을 빼앗긴 장흥 사람들의 상실감을 어쩔 것인가 하는 문제가 별개의 문제로 또 대두될 것이고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 지자체의 슬기로운 대처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억만년 세월 그 자리에 묵묵했을 그 산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일림으로 부르든 삼비로 부르든 괘념치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봄이면 꽃 피우고 가을이면 억새풀 휘날려 큰 덕(德)으로 찾는 이를 감싸 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같은 정맥꾼 역시 그 이름이야 무엇이든 긴 호남길에 한 걸음 한 걸음 보태 그 산에 오르고 그 산이 보여 주는 소박한 아름다움에 동화되면 그뿐이다.

 

그런데 이번 산행 준비하면서 국립지리원 홈페이지의 지도를 확인하니 본인들이 확정 고시를 해두고도 분쟁의 여지를 남겨둔 채 아직도 두 산 모두에 일림산이란 이름을 적어 두었다. 에휴~ 왜 그러냐?


알밤아, 제발 눈에 띄지마라!


 

 구간 : 호남정맥 제 16구간(골치~봇재~그럭재~오도재)
거리 : 구간거리(27.4 km), 누적거리(334.9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0년 10월 16, 17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용추폭포 주차장(07:50) ~ 골치(08:25) ~  작은봉 ~ 골치산 ~ 일림산(09:20)/ 긴 휴식 ~ 봉수대
삼거리 ~ 보성강 발원지 사거리 ~ 헬기장 ~ 627.8봉(일림산) ~ 매남골 갈림길 ~ 헬기장 ~ 회령다원 갈림길 ~ 413봉(아미봉,11:10) ~ 삼수마을 입구 ~ 갈멜농원 ~ 삼수정/점심과 긴 휴식 후12:40 出 ~ 222봉 고개 ~ 활성산(13:50) ~ 녹차밭 ~ 철조망 ~ 봇재(14:40)/긴 휴식 후 15:10 出 ~ 대한다원 ~ 319봉 ~ 305봉 ~ 임도/화죽사거리 ~ 411.2봉 ~ 408봉 ~ 멧돼지 조우 ~ 봉화산(17:50) ~ 403봉 ~ 보성사사거리 ~ 묘지봉 ~ 고개 ~ 416.8봉 ~ 풍치재 ~ 307봉 ~ 송신탑 ~ 그럭재(19:20)/용추폭포 주차장에서 1박.

 

그럭재(08:10) ~ 무명봉/밤줍기 1시간 30분 ~ 폐녹차밭 ~ 315봉(10:10) ~ 전망대 ~ 대룡산갈림봉 ~ 346봉/점심 후 12:20 出 ~ 208봉 ~ 261봉 ~ 오도치(13:50).

 

총 소요시간 17시간 10분(엄청 많은 휴식과 밤 줍는 시간 포함).


10월 15일 쇠의 날. 영남 알프스 억새밭에서 하룻밤 보내려고 했던 계획이 이런저런 이류로 취소되고 호남길로 방향을 정해 짐 꾸려 집을 나섰다.


21:40에 집을 나서 영동, 경부, 천안논산, 호남, 광주순환고속도로까지 총 다섯 개의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동광주 나들목으로 나갔다. 다시 국도로 화순을 지나 이양면을 통과하고 예전에 산 위로 지났던 예재를 이번에는 아래의 터널로 지나 보성군에 접어들어 오늘의 목적지인 용추폭포 주차장에 도착했다.

 

졸린 눈을 부릅뜨고 쉴새없이 달려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다고 했지만, 남쪽 바닷가 보성은 워낙 먼 땅이라 시각은 이미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다. 텐트 등 야영 장비를 모두 갖추고 왔지만, 시각이 너무 늦어 그냥 차 시트 뒤로 젖히고 침낭 깔아 차박 모드로 취침에 들어갔다.



일림산/日林山


※ 보성-장흥 산 이름 논쟁 일단락 2005. 8. 24일[연합신문] "일림산(日林山)으로 통일합니다"
전남 보성군과 장흥군 사이에서 3년여간 논란을 벌였던 산 이름 논쟁은  일림산으로 결정됐다. 전남도는 24일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안양면 경계에 위치한 해발 667.5m의 산 이름에 대한 지명심의위원회를 열고 일림산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3년여 끌어 온 지명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으며 조만간 중앙지명위원회 심의와 고시를 거쳐 국토지리원 지도에 표기하게 된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과 회천면 경계에 솟은 일림산(664.2m)은 제암산(807m)과 사자산(666m)을 지나 한풀 꺾이면서 남해바다로 빠져들 듯하던 호남정맥이 다시 힘을 모아 산줄기를 뭍으로 돌려 북진하는 지점에 솟은 산이다. 사자산에서 일림산쪽을 바라보면 능선이 뚝 떨어지면서 이제 맥이 바닷물에 잠기는 듯하지만, 한 순간 불룩 솟구쳐 호남정맥을 광양 백운산까지 이끄는데 큰 몫을 하는 산이 일림산인 것이다. 일림산은 해발고도가 높지 않지만 해안으로 바로 솟구쳐 장벽처럼 기운차기 그지없다. 그런 가운데 정상부의 산세는 산중고원과도 같아 부드러운 산악미의 전형을 보여준다.  철쭉꽃이 만발하는 곳이 바로 이곳으로, 철쭉꽃이 지고난 다음에는 초원으로, 그후에는 누런 억새밭이 대신하는 등, 끊임없이 변신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일림산은 보성 일원이 우리나라 최대의 녹차 생산지로 부상케 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맥반석 지질에 해양성 기후와 내륙성 기후가 만나 늘 습한 기운이 유지돼 차가 자라는 데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다. 정상 남동쪽 기슭의 홍차밭을 비롯, 동쪽 활성산 기슭의 보성다원 홍차공장, 대한홍차 보성농장 등, 이 일대에서 생산되는 녹차는 전국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세가 좋다 보니 문화적으로도 풍요로운 곳이 일림산 기슭이다. 산 아래 도강 마을과 영천 마을은 서편제의 본향으로 명창이 여럿 나온 곳이다. 서편제는 남성적인 판소리인 동편제에 비해 한 맺힌 여성의 소리로 알려져 있다. 소리꾼들이 득음을 위해 피를 토하면서 훈련을  쌓는 곳으로 알려진 흑운계곡 득음폭포가 있는 영천은 보성 소리를 대표하는 정응민 명창의 고향이다. 그는 이곳 태생으로 국창의 자리에 오른 조상현씨 등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일림산 아래 회천 앞바다는 바닷가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곳이다. 특히 2번 국도에서 갈라져 득량면 해안에 바짝 붙어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르노라면 득량만과 보성만 일원 남해바다의 풍광에 흠뻑 빠지고 말 것이다.  회천면소재지에 위치한 율포해수욕장은 백사청송(白沙靑松)으로 이름난 국민관광지로, 여름이면 해수욕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해수녹차온천탕은 지하 120m에서 뽑아 올린 깨끗한 바닷물과 녹차를 이용한 온천탕으로 온천욕을 좋아하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러 지명 유래들 

 

안치(雁峙) : 미력면 초당리, 풍수설에 의하면 앞산과 뒷산의 형태가 기러기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기러기안(雁)자를 따서 안치(雁峙)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또한 지금은 국도 2호선으로 차량통행이 빈번한 미력면과 득량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를 그럭재라고 부르고 있다.

 

풍치(風峙) : 미력면 초당리, 그럭재(雁峙) 남쪽에 있는 마을로 뒷산 마루에 고개가 있었다. 고개 마루에 할미당이 있어서 지나는 행인들이 당에 소원성취를 빌었는데 이 재이름을 바람재라고 하였으며 이 재의 이름을 따서 바람재 즉 풍치(風峙)라고 하였다.

 

삼수(三水)마을 : 웅치면 봉산3리 삼수 마을은 조선초기에 長水 黃씨와 漢陽 趙씨, 水原 白씨가 마을을 형성했다 전해오나 조선조 숙종때의 박몽형이 이주해온 이래 지금까지 珍原 朴씨가 자작 일촌을 이루고 있다. 마을 지명은 섬진강 발원지인 비래천(飛來川)과 상진천(上眞泉), 하진천(下眞泉)을 합해 삼수라고 하였다는 설이 있고, 일설은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모셨던 당산나무가 세 그루 있었는데(현 단산) 석 三, 나무 樹자를 써서 삼수(三樹)로 불러오다 풍수지리상 마을터가 화란(火難)이 두려우니 물 水로 고쳐 부르라 하여 그후부터 삼수(三水)라 하였다는 말도 전해온다.

 

오돗골(五道)마을 : 더실(加谷)에서 득량면(得糧面) 송곡리로 가는 고개에 위치하고 서쪽으로 길개 뻗어내린 방장산의 형국이 마치 5마리(五頭)의 돼지가 내려오는 것 같다 하여 당초에는 오돗치(五돗峙)라 하였으나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함에 따라 오도(五道)로 부르게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호남정맥 제 16 구간 골치~봇재~그럭재~오도치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예재터널을 지나며 이런 카메라 장난으로 졸음을 쫓아 본다.

 

 

# 다음 터널은 또다른 느낌이다.

 

  

긴 야간운전으로 몹시 피곤했지만 평소 집에서 일어나는 시각인 6시에 저절로 눈이 뜨인다. 차 밖으로 나가니 찬바람이 훅 덤벼 든다. 차박을 하고 나면 자세가 불편해서 몸 이곳저곳이 뻐근하다. 가볍게 몸 풀고 아침 끓여 먹은 후 화장실에서 세수도 마쳤다.

 

용추폭포 주차장은 한적한 주차 공간과 깨끗한 화장실을 갖추고 있어 우리같은 홀로 산꾼에겐 하룻밤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07:50. 짐 챙겨 주차장을 출발했다.

 

 

# 용추폭포 주차장.

 

 

# 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적당하다.

 

  

일림산이란 멋진 자원을 갖추고 있지만, 이곳 보성은 중앙에서 워낙 먼 고장이라 그런지 주말 아침인데도 산객은 단 한 사람만 봤을 뿐이다. 

 

주차장 바로 위에 계곡을 건너는 용추교가 있다. 이곳에서 임도를 그냥 따라도 일림산을 오를 수 있지만, 지난 주 탈출했던 골치로 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 편백숲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가을 아침의 편백숲 속은 싱그러운 숲향기로 가득하다. 치유의 숲이라는 편백숲의 피톤치트를 온몸 가득히 받으며 위로 올랐다. 곧 또 다른 일림산 등로인 '절터 갈림길'을 지나고 편안한 길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여 올라간다.

 

잠시 후 보성강으로 흘러들 계곡을 건너 조금 더 오르면 넓은 편백 조림지를 만나고 곧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다시 만난다. 임도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지난 주 탈출했던 '골치'에 일주일 만에 다시 서게 된다. 08:25.

 

  

# 용추교.

  

 

# 어느 방향으로 가도 일림산에 오를 수 있다.

  

 

# 절터 갈림길.

 

  

# 편백 숲속의 공기가 싱그럽고 맛있다.

 

  

# 가을이구나!

 

  

# 통상 정맥길의 중간 탈출로는 멀고 가팔라 짜증나는 길이기 일쑤인데, 이곳은 편하고 싱그러워 콧노래를 부르며 오를 수 있다.

 

 

# 이 계곡물이 흘러 보성강을 이룬다.

 

  

# 숲 한 켠 진흙탕에 멧돼지가 목욕탕을 만들어 두었다. 이것이 나중 저녁에 멧돼지와의 조우를 예견하는 암시인 줄 그때는 몰랐다.

 

  

# 넓은 편백 조림지 너머로 일찍 떠오른 아침 해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 임도를 만났다가 금세 헤어진다.

 

  

# 지난주 탈출했던 '골치'에 올라섰다. 비교적 쉽게 올라 왔다.

 

 

골치 이정목 한 번 쓰다듬어 재회를 갈음하고 좌틀하여 본격적인 일림산 산행을 시작했다. 이 지역의 특징인 넓고 잘 닦인 등로를 따른다. 경사가 시작되는 부분에 좌측으론 임도에서 올라와 우측으로 일림산으로 질러가는 지름길이 있는 사거리가 나온다. 우측 지름길쪽에도 표지기가 몇 개 매달려 있어 잠시 그쪽으로 따를까 고민하였다.

 

가파르게 한차례 밀어 올리면 봉우리에 올라 선다. '작은봉'이란 지도에 없는 이름표를 단 이정목이 서 있고 좌측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이 이어져 있다. 우틀하여 다시 한차례 올리면 '골치산'에 오른다. 이 봉우리엔 '큰산'이란 이정목과 하트 모양의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작은봉. 주차장에서 임도 따라 올라오는 길이 연결되어 있다.

 

  

# 골치산. 작은 데크가 있고 너머로 일림산이 건너다보인다.

 

 

 # 일림 정상을 땡겨본다.

 

  

# 주변은 온통 철쭉 군락지다.

  

 

# 지난 주 지나온 제암산을 땡겨 본다.

 

  

# 사자산도...

 

 # 일림 정상엔 정상석과 이정목이 서 있다.

  

 

# 골치산의 조망. 지난 주 지나온 제암산에서 사자산에 이르는 구간을 파노라마로  펼쳤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골치산 정상에서의 조망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 산의 이름은 어떤 유래가 있기 보다는 아래에 있는 골치란 고개 이름에서 얻은 듯하다.

 

골치란 이름도 제암산 기슭에 있는 곰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인데, 인근 지자체의 자료를 찾아보지만 그 유래를 알 수 없다. 골치와 곰치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와 비슷한 예로 금북정맥에 있는 양대산(良大山) 옆의 간대산(艮大山) 등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로 내렸다가 철쭉 군락지 사이로 치고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우틀하여 나무계단을 올라 가면 '일림산 정상'에 도착한다. 09:20.

 

 

 

# 억새 핀 철쭉군락지를 걸어 일림에 접근한다.

 

  

# 갈림길을 지나 우틀하여 오른다.

 

 

 # 일림산정(日林山頂)에 도착했다.

 

  

일림산정에 올라 서면 와우!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 사통팔달로 확 트인 조망이 그야말로 기가 막힌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정면으로는 득량 바다가 남해 바다 특유의 호수같은 잔잔함으로 빛나고 있고 우측으론 지나온 사자산, 제암산의 유장한 산흐름으로 뻗어 있으며 좌측으론 가야 할 봇재 방면의 호남길이 면면이 이어져 있다. 물론 뒤로는 보성의 인간세와 산들이 조는 듯 평온하게 내려다 보인다.

 

 

 

# 호수같이 잔잔한 득량바다.

 

  

# 지리 시간에 리아스식 해안이라고 배운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 가야 할 산줄기.

 

  

# 억새꽃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다.

 

 

 

# 일림 정상에서의 360도 파노라마.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좌측 가야 할 산길과 정면의 득량만.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저 멀리 감나무재에서 제암산, 사자산을 거쳐 일림에 이르는 멋진 산줄기.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월출산을 땡겨 본다.

 

  

# 보성의 인간세.

 

  

# 저 멀리 무등인가?

 

  

# 제암산.

 

  

# 사자산.

 

 

# 골치산.

 

   

# 하얀 억새와 하얀 바다가 어울린다.

 

  

# 

  

 

# 우측 봉우리가 봉수대다.

  

# 삼수마을로 이어지는 산줄기.

 

  

# 호수같은 득량바다.

 

  

# 해안선이 복잡하다.

  

 

# 땡겨 보고...

 

 

# 봉수대.

 

  

# 바다 너머에 바다, 또 그 너머에 바다!

  

 

# 천관산.

 

  

# 제삿상처럼 작은 데크.

  

 

# 지금 일림산정에는 나와 내 그림자 뿐이다.

 

  

경치가 너무 훌륭해 자리를 뜰 수가 없다. 넓은 일림산의 정상엔 사연 많고 우여곡절 많았던 정상석이 서 있고 특이하게 제삿상처럼 작은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그 작은 데크 위에 서서 하염없이 경치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좋은 경치를 혼자 볼 수 없어 스마트폰으로 주변 경치를 여러 장 찍어 마눌에게 전송했다.

 

일림산은 봄날의 불 타는 철쭉으로 유명한 산이지만, 이 가을 맑은 햇살 아래 반짝이는 억새꽃이 어떤 의미에선 더 멋있어 보인다. 호남정맥과 무관하게 산친구들과 야영하러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좋다!  아, 멋지다! 혼자서 이런 소리들을 중얼거리며 오랫동안 정상에 머물다 가야 할 먼 길을 생각해서 다시 길을 나섰다. 아래로 살짝 내렸다 삼거리를 지나고 다시 살짝 오르니 '봉수대 삼거리'가 나온다.

 

 

 # 억새밭 사이로 내려간다.

 

  

# 맞은편 산등성은 온통 하얀 억새꽃 잔치다.

 

  

# 좋다.

 

  

# 이런 철 모르는 놈!

  

 

# 혼자 있기 아깝다.

 

 

 

  

# 곳곳에 갈림길이 많다.

 

 

 

  

# 억새밭 사이로 올라가면 봉수대 삼거리가 나온다.

 

  

# 이곳도 작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건너편에 일림.

  

 

좌틀하여 편안하게 진행한다. 우측으로 바다를 두고 산책하듯 콧노래 불러 가며 천천히 진행한다.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하늘이어라~~

 

넓은 철쭉 군락지 사이로 내리면 그 한켠에 나무데크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주변의 넓은 철쭉 군락지와 일림 정상이 한 눈에 들어 오는 곳이 몇 사람 함께 와서 야영하면 딱 좋은 곳이다.

 

 

 

# 산책하듯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 우측의 득량 바다를 따라 진행한다.

  

 

# 조쿠나!

 

 

# 편안한 길이 쭈욱 이어진다.

 

  

# 음....

 

  

# 넓은 나무 데크 전망대가 있다. 야영하기 좋다.

 

  

# 좌측은 산,

 

  

# 우측은 바다다.

 

  

# 배 한 척 먼 바다로 나간다.

 

 

 

편안하고 멋진 길이 쭈욱 이어지고 있어 마음껏 즐기며 여유롭게 진행했다. 잠시 후 보성강 발원지 사거리를 지나고 봉우리를 올라 진행하면 헬기장과 그 바로 뒤의 '627.8봉'에 올라서게 된다. 이른바 비운의 옛 일림산이다.


보성군에 일림산이란 이름을 빼앗겨 버리고 이제는 봉우리 높이로만 존재하는 627.8봉은 그 이름을 빼앗겨 슬픈 이미지의 산이지만, 좀 전의 일림산에 비해 이름을 얻기에는 2%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전방으로의 조망은 트여 가야 할 정맥길과 그 주변의 풍광은 제법 볼만 하다.

 



 

 

# 계속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 우측 봉강리로 내려가는 갈림길.

 

  

# 산세가 순해서 여유롭게 진행했다.

 

  

# 보성강 발원지로 가는 길.

 

  

# 우측 봉강리 일대를 내려다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좌측 보성강 발원지 아래의 인간세.

 

   

 

# 627.8봉의 조망.

 

  

# 너무나 조용하여 마을 전체가 잠든 듯한 모습이다.

 

  

# 한재 지나 봇재로 이어지는 정맥길.

 

  

# 저 멀리 봇재 일대를 땡겨 본다.

 

  

# 산자락이 온통 차밭으로 되어 있다.

  

 

# 627.8봉의 파노라마.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627.8봉의 내림은 밧줄 구간이다. 우측으로 바다를 보고 진행하노라니 마치 강화도 같은 섬 산행을 하는 기분이다. 바다는 푸른 물결 넘실대는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 마치 호수같이 잔잔하고 그 곁의 마을은 너무 조용하여 마치 잠자는 듯 고요하기만 하다. 어찌된 것이 바다 위에 배 한 척 보기가 어렵다.

 

길게 떨어져 내려 '매남골 갈림길'을 지나고 직진하여 다시 떨어져 내리면 쑥부쟁이 가득 피어 있는 헬기장을 만나는데 순식간에 고도를 250이나 떨어뜨렸다.

 

이후 평탄하게 가다가 '회령다원 갈림길'을 지나고 도레미파로 올록볼록 작게 봉우리를 넘는데, 마지막 '파' 봉우리가 '413봉'이다. 일부 개념도에는 '아미봉'이라 적혀 있다.

 

 

# 매남골 갈림길.

 

  

# 숲 너머로 아미봉이 보인다.

 

  

# 도마뱀 한 마리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 쑥부쟁이 가득한 헬기장.

 

  

# 회령다원 갈림길.

  

 

# 회령다원은 평지에 조성되어 있다.

  

 

# 푸른 차밭이 인상적이다.

 

  

# 413봉. 일명 아미봉이다.

 

  

이 413봉은 선답자들이 알바를 많이 했던 곳이다. 지도상으로 직진하여 한재로 이어지는 것이 바른 정맥길처럼 착각하기 쉬운 곳이고 실제로도 직진길이 훨씬 뚜렷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직진하여 행정 경계선을 따르면 물길을 건너게 되므로 정확한 정맥길은 이 봉우리에서 좌틀하여 떨어져야 한다.

 

뒷사람을 위해 표지기 하나 달고 좌틀하여 급경사 내리막을 길고 길게 내렸다. 이 길은 우리 정맥꾼들 외에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다. 특히 요즘 호남길엔 정맥꾼이 별로 없는지 잡목이 우거져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무릎이 아플 정도로 길게 떨어져 내리면 등로에 알밤이 가득 떨어져 있는 곳이 나타난다. 하나 둘 줍기 시작하는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알밤만 주워도 금방 한 아름이다. 다 익은 밤송이가 떨어지면서 알밤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대부분의 알밤은 벌레가 먹어 썩었는데, 요근래 떨어진 새 밤은 윤기가 흐르고 그 놈들만 골라 담아도 한가득이다.

 

시간 지체가 너무 심해서 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도 짐 챙겨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러나 몇 분 못가서 다시 알밤이 나타나고 또 몇 분 가지 못해서 알밤을 만나기를 반복한다.

 

작은 물길을 지나고 대밭을 만나 우틀하여 깊게 내려 숲을 벗어나는데 또 알밤이 나타나네? 아이고~ 이래 가지고 오늘 또 밤길 걷겠다! 이 봉우리 내려 오면서 주운 밤이 큰 마트 비닐 봉지에 한가득이다. 무게로는 5~6kg이 넘을 듯하다.

 

잠시 후 포장 도로에 내려서게 되고 '삼수마을'이란 표지석이 서 있다.

 

 

 

# 알밤 줍느라 진행을 못한다.

 

  

# 삼수마을 입구에 내려섰다.

 

  

이곳부터는 마을길을 따라 포장도로를 걸어야 한다. 정맥길은 물길을 건너는 대신 산세를 죽여 삼수마을을 통과해서 활성산으로 이어진다. 마치 백두대간의 지리산 정령치 지나 고리봉에서 노치 마을을 통과해서 수정봉으로 이어지는 길과 흡사하다.

 

갈림길에서 우측길로 들어가면 큰 엘크 사슴이 괴이한 울음소리를 길게 울부짖는 '갈멜농원'을 지난다. 뙤약볕 강렬한 마을길을 따라 건너편 삼수마을로 들어간다. 삼수마을 입구엔 정맥꾼들에게 유명한 '삼수정' 정자가 있어 그곳에 배낭 내리고 휴식하였다. 그러다 정자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시원하고 아까워 이곳에서 점심상을 펼치기로 했다.

 

 

 

# 올라야 할 활성산이 건너다보인다.

  

 

# 논두렁에도 편백이 심어져 있다

 

  

# 갈멜농원 곁을 지난다.

 

  

# 차꽃이 하얗게 피어 있다.

 

  

# 단단한 껍질에 싸인 차 열매.

  

 

# 마을길을 따라 건너편 삼수마을로 항한다.

  

 

# 정맥꾼들의 쉼터인 삼수정.

 

  

# 그늘 좋은 정자와 수도가 갖춰져 있어 정맥꾼들에겐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 정자에 앉으니 지나온 아미봉이 건너다 보인다.

  

 

# 마눌이 챙겨준 점심상을 펼쳤다. 막걸리 한 잔 없음이 아쉽다.

 

  

삼수정엔 바람이 너무나 달고 시원해 식후에 절로 잠이 솔솔 밀려 든다. 생각같아선 한 잠 늘어지게 자고 갔으면 좋으련만, 일림산에서 경치에 취해 30여분 넘게 지체를 했고 아미산 하산길에 밤 줍느라 4~50분 지체를 했으니 더이상의 지체는 긴 야간산행을 의미한다.

 

그래도 이 정자에서 한참을 휴식하고 시원한 수돗물도 맛보고 양치까지 했다. 양치 도중에 노란 족제비 한 놈이 논에서 튀어 나와 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든다. 그러다 내 발끝에서 놀래 하늘 높이 솟구치며 방향을 급선회하여 다시 논으로 꽁지가 빠져라 달아난다. 허허 그 넘, 나도 놀랬네! 이곳에서의 족제비와의 조우가 나중에 멧선생과 만날 또 하나의 징조였음을 그때는 또 몰랐다...

 

긴 휴식 후 12:40에 다시 길을 나섰다. 삼수마을 안을 관통하는 포장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길게 진행하다 위로 올라 고개를 올라 가면 우측으로 임도가 이어지고 있고, 정맥은 그 임도를 따르게 된다.

 

임도를 따라 한참을 가는데 이곳은 표지기가 전혀 뵈질 않는다. 길을 잘못 들었나? 지도 정치하고 주변을 살피니 이 길이 정맥길이 맞는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곳저곳 주변을 헤매다 일단 가 보기로 하고 계속 임도를 따른다. 잠시 후 임도 좌측에 고개가 다시 나타나고 그곳에 우측 숲으로 들어 가라고 표지기들이 나부끼고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활성산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시작 하자마자 알밤들이 또 나타나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허허참... 숲길을 따라 활성산을 오르는데 군더더기 없이 뾰족하게 밀어 올리는 형국이라 너댓 번을 쉰 후에야 마루금에 올라설 수 있다.

 

정맥은 마루금에서 우틀하여 가게 되고 잠시 후 작은 봉우리를 오르면 묘지가 있는 곳에 앞이 트이며 봇재 주변의 차밭들과 멀리 득량 바다가 눈에 들어 온다. 

 

  

# 이상기온 때문에 천정부지로 솟은 배추값 파동으로 온 나라가 난리를 치더니 호남지방의 과잉 재배 때문에 곧 또 폭락을 걱정해야 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곳 삼수마을만 해도 마을 곳곳에 배추농사를 많이 지었다. 그래도 배추 농사는 참 잘 되었다. 곧 속이 노랗게 차겠다.

 

  

# 마을길을 따라 오르면 고개가 나오고 그 우측으로 임도가 이어진다.

  

 

# 등골나물.

 

  

# 상수리 열매가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 활성산에 오르면 앞이 트이며 득량바다가 건너다보인다.

 

  

# 활성산 자락은 온통 녹차밭이다.

 

  

# 넓게 펼쳐 한 화면에 담아 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아래로 잠시 내리면 넓은 녹차밭 상단에 내려서게 되고 전방으로 봇재까지 가야 할 산줄기가 아직 몇 차례 오르내림을 가지고 길게 누워 있다. 녹차밭 좌측으로 내렸다 우측 숲속으로 들어가고 대여섯 차례 오르내리며 길게 진행했다. 이곳에도 곳곳에 알밤이 떨어져 있어 계속 가다 줍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마지막 봉우리를 내리면 녹차밭에 들어 오는 것을 막으려는지 원형철조망이 앞을 가로막고 옆으로 돌아 임도에 내려 서게 된다. 좌틀하여 잠시 가다가 녹차밭 옆으로 내려가면 음식점 안으로 들어 가게되고 자지러지게 짖는 개를 피해 아래로 내려 '봇재'에 내려섰다. 14:40.

  

 

# 녹차밭을 지나 가야 할 산줄기가 길게 이어진다.

 

  

# 녹차밭엔 포토 포인트가 많다는데 마음이 급해 그냥 지난다.

 

 

# 녹차밭을 돌아 보고...

 

  

 

# 이곳에서도 밤 줍느라 시간 지체하였다.

 

  

# 원형 철조망으로 앞을 막는다. 그러나 규모가 작아 의미가 없다.

 

  

# 봇재 일원이 눈앞에 들어온다.

 

  

# 녹차밭 우측의 조망.

  

 

# 아주머니들이 기계로 녹차 수확이 한창이다.

 

  

# 18번 도로가 지나는 봇재.

 

  

봇재에 내려서니 제일 먼저 '봇재다원'이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니 녹차와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일단 녹차 아이스크림 하나 주문하고 야간산행을 대비해서 녹차 찐빵이나 다른 빵 종류를 주문하지만 메뉴판과는 달리 있는 것은 녹차 아이스크림 뿐이다.

 

삼수마을에서부터 뙤약볕에 시달린 후라 급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아이스크림 두통이 곧바로 찾아와 골이 띵~해진다. 천천히 먹자, 이왕 늦은 것 서두를 일 없다!

 

도로를 건너 가면 주유소가 나오고 그 곁에 또 휴게소가 하나 있길래 들어가서 간식용 빵을 구입하고 주인께 부탁해서 수낭에 물도 보충했다. 두 곳의 휴게소에서 한참을 휴식한 후 15:10에 다시 길을 나섰다.

 

  

 

# 봇재다원.

 

  

# 맛나고 시원한 녹차 아이스크림.

 

  

# 주유소 좌측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 봇재 일대의 풍경.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봇재다원.

 

  

# 봉화산까지는 6.1km를 더 가야 하는 구나.

  

 

원래 이곳 봇재까지 오전 중에 도착해서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려고 계획했었다. 하지만 일림산의 경치에 빠져 오랫동안 정상에서 시간을 보냈고 아미산 내리막에서부터 봇재에 이르기까지 계속 나타나는 알밤 때문에 엄청난 시간 지체를, 그리고 삼수마을 정자의 시원한 바람 때문에 또 시간 지체가 심해서 예상보다 두 시간이나 뒤에 봇재를 떠나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오늘도 야간산행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야간산행이야 이제 나에겐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되어버린 일이라 그냥 너무 늦지는 말아야지 하고 길을 나섰다. 

 

주유소 좌측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산의 우측 사면을 우회하게 되고 잠시 후 제일다원 정문을 만나 우측 철조망을 따라 길게 올라간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는데 이 곳에서도 알밤이 또 나타난다.

 

길게 올라 '319봉' 봉우리에 올라서고 좌틀하여 넓은 등로를 따라 잔잔하게 오르내리며 길게 진행했다. 너댓 개의 잔잔한 봉우리를 연달아 넘으며 진행하는데 길은 좋고 힘들지 않지만 중간중간 나타나는 알밤 때문에 빠른 진행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커다란 마트 봉지에 알밤이 가득 차면서 배낭 무게가 급격히 무거워져서 그 또한 빠른 진행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25,000 지도에 318봉으로 나오는 봉우리를 넘고 다시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오르면 정상에 벤치가 있는 '305봉'에 올라서게 된다.

 

 

 

# 제일다원 정문 우측으로 올라갔다.

  

 

# 앞으로 제일다원과 저 멀리 봉화산이 보인다.

  

 

# 우측으로 득량바다가 계속 따라 오고 있고.

  

 

# 오늘의 바다는 푸른 바다가 아니라 하얀 바다이다.

 

  

# 벤치가 있는 305봉.

  

 

# 305봉의 바다쪽 파노라마. 호남정맥 구간 중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이정목에 누군가 호남정맥 중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적어 두었다. 음... 그 소리 들으니 바다에 눈이 한 번 더 가네?

 

잠시 내렸다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이후 평탄하고 길게 진행타가 살짝 올려 편백숲을 지난다. 곧 '보성 선씨 추모공원'이 나오고 그 아래에 넓은 '임도'가 있다.  이정목에 '화죽4거리'란 이름표가 달려 있고 봉화산까지는 아직 2.2km 더 가야 한다.

 

이후의 길은 정상이 눈에 빤히 보이고 포장도로라 쉽게 생각되어지지만, 실상은 고도를 100m나 올려야 하는 곳이라 길게 위로 올려야 하는 곳이다.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는데 우측에 넓은 차밭이 보이지만 관리가 되어지지 않아 잡목숲같이 변해 있다. 불과 2년 전에 지나간 선답자의 산행기엔 잘 가꿔진 차밭이던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길게 올라 '411.2봉' 정상부엔 통신 기지국이 두 군데 있고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 안부에 뭔가 인쇄물이 매달려 있다.

 

  

# 이 고개가 재양골이고 예전엔 많은 이들의 애환이 깃든 길이라고 적혀 있다.

 

  

# 보성 선씨 문중묘 너머로 411.2봉의 통신탑이 보인다.

 

  

# 아래로 내리면 임도를 만난다.

 

  

# 이곳이 화죽 사거리다.

 

  

# 편안한 포장도로를 따른다.

 

  

# 정상부엔 통신기지국이 있다.

 

  

# 두 군데의 기지국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 411.2봉 정상.

  

 

# 벤치에 앉으면 득량바다가 내려다보인다.

 

  

# 봉화산까지 아직 1.4km 더 가야 한다.

 

  

411.2봉 정상의 벤치에 앉아 서서히 땅거미가 밀려드는 것을 보고 배낭 내리고 간식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이왕 야간산행하기로 작정을 하니 바쁠 것도 없고 느긋하다. 한참을 정상에서 쉰 후 짐 챙겨 길을 나섰다.

 

아래로 내려 길게 진행하는데 안부에 이른 후 봉화산 까지는 계단식으로 봉우리를 넘으며 고도를 올리는 형국이다. 첫 번째 봉우리는 벤치가 있는 봉우리인데, 오름 내내 등로 좌우로 멧돼지들이 밭을 갈아 둔 흔적이 어지럽다. 자세히 보니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생생한 흔적이라 걱정은 되지만, 설마 하면서 계속 진행하여 벤치 봉우리를 넘어 아래로 내려갔다.

 

안부에 이르러 코너를 도는데, 전방 10m쯤 간격을 두고 커다란 멧돼지 두 마리와 딱 마주쳤다. 등로가 아래로 깊이 떨어지면서 꺾이는 곳이라 가까이 가도록 서로 상대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놈들은 땅을 파고 있다가 불쑥 나타난 나를 발견하곤 꽤액 꽤액 소리를 지르며 우왕좌왕한다. 나 역시 순간적으로 얼마나 놀랬던지 놈들처럼 피할 곳을 찾아 주변 나무를 찾았다. 매끈한 나무는 올라 갈 수가 없고 가지가 갈라진 나무를 찾아야 하는데, 등에는 밤이 가득한 무거운 배낭, 가슴에는 dslr용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메었으니 나무에 올라 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살겠다는 일념으로 괴력을 발휘해 나무에 매달려 올라갔다. 그리고 앞을 보니 놈들도 우왕좌왕하다가 좌측 숲속으로 뛰어 들어 간다. 이 모든 일이 일분도 채 못 걸린 순간의 일이다.

 

놈들은 놈들대로 나는 나대로 얼마나 놀랬던지 서로 살겠다고 자기 길을 찾은 것이다. 돼지나 들개에 대비한다고 새총을 배낭에 넣고 다니는데, 그걸 꺼낼 생각도 못했다. 돼지를 만나면 사진을 찍어야지 했지만, 막상 돼지를 눈 앞에 맞딱뜨리니 카메라는 고사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잠시 후 내가 정신을 차린 것처럼 놈들도 정신을 좀 차렸는지 좌측 숲속에서 나를 향해 크르릉 크르릉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다. 아마도 순간적으로 놀래 우왕좌왕하다가 숲속으로 도망을 가기는 했지만, 내가 혼자 뿐이고 자기들 식사 중에 방해를 받은 것이 마구 화가 나는 모양이다. 나무 위에서 보니 멀리 가지도 않고 등로 옆 숲속에서 나를 향해 크르릉 크르릉 고함을 치고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큰일나겠다 싶어 호각을 꺼내 아주 큰소리로 불어 댔다. 그러자 놈들도 그에 반응해서 같이 커억커억 더 큰 소리로 나를 위협하는 소리를 낸다. 서로 기싸움이 된 듯하여 죽을 힘을 다해 호각을 불어 재끼니 한순간 숲속에서 더이상 돼지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아주 오래 계속 호각을 불다가 주위를 살펴 보니 조용한 듯하여 나무에서 내려와 봉화산 정상을 향해 냅다 뛰어 올라갔다. 뛰는 도중에 혹시나 좌측 숲에서 놈들이 튀어 나올까 얼마나 쫄았는지 모른다. 안부에서 봉화산 정상까지는 상당한 경사에 거리도 있는 편인데, 지친 몸이지만 힘든 줄도 모르고 냅다 뛰어 순식간에 올라가 버렸다. 17:50.

 

 

# 벤치 봉우리를 오르며 411.2봉을 돌아 본다.

 

 

# 봉화산 전위봉의 벤치. 잠시후 이 봉우리 아래 고개에서 멧돼지와 충격적인 조우를 한다.

 

  

# 멧돼지와 충격적인 조우를 한 뒤, 순식간에 뛰어 올라온 봉화산.

 

  

작년 여름에 내장산을 넘어 백양산에서 야간 산행을 하다가 새끼 딸린 멧돼지를 만났었다. 그때는 마침 등로 곁에 바위가 있어 그 위로 도망을 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죽밭을 우르르 뛰어다니며 나를 위협하던 놈과 2, 30여분 대치한 기억이 있는데, 1년 만에 또 호남길에서 멧돼지를 만나게 된 것이다.

 

돼지들아, 왜 남들은 야간산행을 밥먹듯 해도 멀쩡하던데 내게만 자꾸 나타나느냐?

 

봉화산 정상엔 봉화대를 복원해 두었고 공원처럼 넓은 공터에 각종 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정상 벤치에 배낭을 내리고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는데, 마눌에게서 전화가 와서 별일 없냐고 묻는다. "별 일 많소! 지금 막 멧돼지 두 마리를 만나 죽다가 살았네! 그러니 대책을 세워야 겠으니 얼른 끊자!"

  

지도 확인하니 좌측 덕정마을 쪽으로 임도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현장 확인하니 임도가 아주 넓다. 이제 금방 어두워 질텐데 저쪽으로 탈출을 해 버릴까?  그러나 돼지들이 그쪽 방향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비록 임도이지만 그 방향으로는 가기 싫다! 이곳에서 그럭재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이니 어떻게 하든 구간 끝을 내겠끔 그냥 어둡더라도 불 밝히고 진행하자!

 

물 한 잔 마시고 짐을 챙겼다. 이마엔 등불을 달고, 입에는 호각을 물고, 스마트폰에 저장된 mp3 음악을 크게 틀어 카메라 가방에 매달아 돼지들에게 내가 간다는 것을 미리 알리고 봉화산을 출발했다.

 

 

 

# 공원처럼 가꿔진 봉화산 정상.

 

  

# 이곳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 잠시 가면 임도는 좌측 산 아래로 내려가고 정맥은 우측 광장으로 올랐다가 전방 숲으로 들어간다.

  

 

# 그럭재까지는 4.5km가 남았다.

  

 

정상에서 임도를 따르면 갈림길이 나오고 임도는 좌측 산 아래 덕정마을을 향해 구불구불 내려가고 정맥은 우측 광장으로 올라간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야영해도 될 정도의 굉장히 넓은 헬기장이 있는 광장에서 이정목 아래 숲속으로 들어갔다.

 

금세 숲속은 캄캄한 어둠이 깃들어 어둡고 고요한데, 음악소리 들으며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걸음으로 숲길을 내달렸다. 중간중간 큰소리로 호각을 불며 내가 간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잔봉을 두세 개 넘기는 하지만, 비교적 완만한 마루금을 길게 진행하다가 '보성사 사거리'를 지나고 길게 한차례 밀어 올려 '묘지가 있는 무명봉'을 넘는다.

 

아래로 내리면 고개를 지나고 다시 길게 올려 '416.8봉'을 넘는데, 이 지역은 돼지 흔적이 없이 깨끗하여 좀 안심이 된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호각을 불며 진행했다. 이후 잘 가꿔진 등로를 따라 길게 내려가고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고도를 낮춰 가다 보면 넓은 임도가 지나는 '풍치재'에 내려서게 된다. 18:55.

 

 

# 중간중간 이정목이 설치되어 있다.

 

 

  

# 416.8봉.

 

  

# 풍치재.

 

 

풍치재는 좌측으로 풍치마을과 이어져 있고 길게는 봉화산 정상과도 임도로 연결되어 있다. 고개 좌측으로 가다가 전방 숲으로 들어가 한차례 올리면 307봉을 넘게 되고 좌틀하여 길게 내려가면 '송신탑'을 지나게 된다.

 

이후 다 왔다는 생각에 속도를 높여 꾸준히 내려가면 자동차 소리가 많이 들리고 숲을 벗어나 좌측으로 내려가면 미력면과 득량면을 잇는 2번 도로가 지나는 '그럭재'에 도착하게 된다. 17:20.

 

 

# 뛰다시피 산길을 내달려 도착한 그럭재.

 

 

# 차량 통행이 많다.

 

 

그럭재는 풍수설에 의하면 앞산과 뒷산의 형태가 기러기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기러기안(雁)자를 따서 '안치(雁峙)', 혹은 '기러기재'라고 라고 부르는 곳이다. 기러기재에서 여러 세월과 입을 거치며 그럭재란 말로 음이 굳어진 듯하다.

 

그럭재엔 차량 통행이 많기는 하지만 이 캄캄한 밤중의 국도상에서 히치를 하기는 어렵고 지난 주 보성에서 만났던 기사님에게 전화해서 택배를 부탁했다. 잠시 후 보성택시편으로 차를 세워둔 용추폭포 주차장으로 복귀하는데, 어두운 산속에서 얼마나 뛰었는지 택시 안에 내 땀냄새가 진동한다.

 

캄캄한 용추폭포 주차장엔 내 차만 외로이 서 있습. 짐 풀어 먼지를 털어 낸 후, 저녁 끓여 먹고 화장실에서 이 시각에 아무도 올 일 없지만 문 잠그고 깨끗이 찬물 샤워도 했다. 차가운 물로 몸을 씻어 냈더니 처음엔 한기가 들고 골이 띵 하더니 이내 온몸에 열기가 돌면서 하루종일 시달린 무릎과 종아리가 안정되는 느낌이다. 깨끗이 씻고 새옷으로 갈아 입으니 피곤하면서도 개운한 것이 참으로 좋다.

 

그리곤 내일 산행을 위해서 차 몰고 보성으로 나가 내일 먹을 점심과 간식, 그리고 막걸리 한 통도 잊지 않고 구입했다. 다시 용추폭포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박으로 하룻밤을 더 보냈다.

 

  

# 두 번째 맞이하는 용추폭포 주차장에서의 아침.

 

 

 

17일, 해의 날. 용추에서의 이틀째 아침이다. 아침 끓여 먹고 이틀간 조용하게 혼자 잘 지낸 용추에게 감사 드리며 짐 챙겨 주차장을 떠났다. 20여 분 보성의 아침을 달리는데, 2번 국도에 차를 올려 달리다 보니 간밤에 멧돼지에게 쫒겨 놀랬던 봉화산이 오른쪽에 보이고 그 위로 해가 벌써 떠 있다.

 

08:10. 그럭재 입구 안치 마을입구에 차 세워 두고 짐 꾸려 길을 나섰다.

 

 

# 간밤에 멧돼지 때문에 고생했던 봉화산. 저 산의 우측 안부에서 돼지 두 마리와 바로 눈 앞에서 조우했다.

 

 

차를 안치마을 입구에 세워두는 바람에 들머리를 찾지 못해 엉뚱한 임도를 따라 올랐다 10여 분 시작부터 알바하였다. 다시 산을 내려와 그럭재로 향하고 '독가촌 축산농가' 옆 들머리를 찾아 위로 올라갔다.

 

아침부터 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큰소리로 인사드리고 숲으로 올라갔다. 밭 가장자리로 올라 숲으로 들어간다. 오늘도 시작부터 알밤이 눈에 들어 와 10여 분 밤을 줍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이내 코가 땅에 닿도록 가파른 경사의 오르막을 치고 오른다.

 

오름 중간중간 교통호와 참호들이 나타나는데, 교통호들은 거의 미끄럼틀 수준이라 전시에는 적 총알보다는 교통호 이동하다 미끄러져 다칠 일이 더 많을 듯하다.

 

지도에 이름도 얻지 못한 봉우리가 왜이리 가파른지? 한차례 용을 쓴 후 이름도 없는 봉우리에 오르고 잠시 내려가는데 등로에 밤이 무더기로 떨어져 있다. 처음엔 한 개 두 개 줍다가 밤이 하도 많아서 아예 배낭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밤을 줍기 시작했다. 어차피 오늘 계획한 오도치까지는 3시간 40분 정도의 짧은 구간이니 시간 구애 받지 말고 밤을 한번 주워 보자! 

 

그러나 밤이 너무나 많아서 대충 눈에 보이는 것들만 주웠는데도 커다란 봉지에 한가득 주워 담을 수 있다. 이곳 한 곳에서만 1시간 넘게 밤 줍느라 시간을 보냈다. 정말 마음 먹고 밤을 줍자고 작정을 한다면 배낭 몇 개는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1시간 넘게 지체를 한 후 다시 배낭을 짊어 지는데, 밤 무게 때문에 박배낭 무게가 방불케 어깨를 짓누른다. 허허 참, 오늘 구간 짧으니 다행이지 길었다면 가다 버렸을 것 같으네!

 

그렇지만 이후로도 도중도중 계속 등로에 떨어진 알밤이 눈에 들어와 정맥 산행을 한다기 보다는 알밤 채취하러 온 사람인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오늘 호남정맥의 산신령께서 내 욕심을 시험하시려는가?

 

그러다 앞이 트이고 전방에 315봉이 눈에 들어 오는데, 좌측 산등성이가 바로 밤밭이다. 아래로 내렸다가 녹차밭이었다 갈아 엎은 곳인지 넓은 개간지 우측으로 치고 오른다. 배낭 무게 때문에 헉헉 소리가 절로 난다. 농장 상단에서 숲으로 들어가 봉우리를 넘고 잠깐 내렸다 다시 치고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315봉'에 올라서게 된다. 10:10

  

 

# 그럭재 들머리. 10여 분 알바 후에 찾았다.

 

  

# 1시간 넘게 밤을 줍고 아래로 내리면 전방으로 315봉이 보인다.

  

 

# 녹차밭이었는지 아니면 녹차밭으로 하려고 하는지 개간해 둔 곳이 나오고 그 너머로 봉화산이 보인다.

  

 

# 삼각점이 있는 315봉.

  

 

아래로 잠시 내렸다가 평탄하게 가면 또 알밤밭이 나타나는데 작은 산밤들이 지천이라 다시 배낭을 내리고 30여 분 알밤을 주웠다. 이곳에서 또 커다란 봉지 하나를 가득 채우니 배낭이 더 무거워지고 이후로도 가는 도중에 계속 등로에 떨어진 알밤들이 눈에 들어와 가다서다를 반복하게 만든다.

 

이제는 제발 알밤이 더이상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데, 욕심을 접고 그냥 못 본채 하면 될 일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  "알밤아, 제발 눈에 띄지 말아 다오!"  

 

한차례 길게 치고 오르면 '바위 전망대'가 나오고 다시 위로 더 치고 오르면 '대룡산 갈림봉'이 나온다. 숲 너머로 대룡산이 건너다 보이지만, 대룡산은 정맥길에서 벗어나 있어 패스하고 우틀하여 잠시 가다가 깊고 가파르게 떨어져 내린다.

 

배낭무게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깊게 내리면 옛고개를 지나게 되고 이후 완만하게 계단식으로 치고 오르게 된다. 세 번째 계단이 삼각점이 있는 '346봉'이다. 준,희님이 '삼각점봉'이란 이름표를 달아 두었다. 11:45. 이곳에서 배낭 내리고 마음에 점 하나를 찍었다.

 

 

# 대룡산 산행을 간다고 나선 부녀. 갈림봉을 대룡산인줄 알고 곧바로 다시 내려 갔다.

 

  

# 바위 전망대의 조망. 오늘은 박무가 짙다.

  
# 정맥길에서 벗어나 있는 대룡산 정상부.

  

 

# 삼각점이 있는 346봉.

 

  

# 지도에 없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 이곳에서 배낭 내리고 점심을 먹었다.  지금 저 배낭 속에 알밤이 가득하다.

  

 

# 보성産 막걸리 이름이 걸죽하다. 탁사마.

 

  

점심 식사 후 12:20에 길을 나섰다. 길고 완만하게 내려갔다. 길이 순해서 참으로 좋고 길게 내려 내려 고개가 있는 안부에 이른다. 이후 지도에는 등고선이 오르막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정작 순하고 부드럽다.

 

봉우리들이 중간중간 나타나지만 대부분 우회로가 있고 등로가 넓게 다듬어져 있을 뿐 아니라 숲도 간벌이 잘 이뤄져 있어 건강해 보인다. 그러다 봉우리 하나를 만나 역시나 우회로 따라 우회하게 되는데, 전방이 트여 조망이 있을 법 하지만 오늘은 박무가 짙어 희미하다. 다만 전방의 우뚝한 저 산은 방장산일까? 아니면 그 뒤쪽의 존제산일까?

 

 

길게 진행하여 고개를 지나고 한차례 위로 올라갔다. 넓고 편안한 등로에 잘 가꿔진 건강한 숲을 보노라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한차례 올려 '261봉'에 오르고 살짝 내렸다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 하나를 넘으니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구나! 그러나 두어번 정도 볼록거려 주는 센스도 잊지 않고 길게 내려가니 저 앞에 오도재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그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무지막지한 밤밭이 앞에 나타난다. 지금까지의 알밤들은 대부분 작은 산밤들이었지만, 이곳의 알밤은 그야말로 커다랗고 윤기나는 최고의 알밤들이다. 심봤다!

 

산행도 끝났겠다 배낭 내리고 본격적으로 알밤을 줍기 시작했다. 30여 분 마음껏 알밤을 줍다 보니 더이상 배낭을 채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밤을 줍게 되는데, 오늘 내가 줍는 이 밤들이 올해 마지막으로 완전히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는 놈들인가 보다. 나무 아래에서 밤을 줍는 도중에도 연신 머리 위로 알밤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밤을 한번에 주워 보는 것도 또 처음이다. 지리산 종주 배낭처럼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아직도 산길 이쪽 저쪽에 많이 있는 밤들을 남겨둔 채 아래로 내려서면 오늘 구간의 종착지인 '오도재'에 내려서게 된다. 13:50.

 

 

 

# 이 지역은 등로는 물론 숲도 잘 가꿔 두었다.

  

 

# 저 멀리 박무속에 우뚝한 저 산이 존제산일까? 방장산일까?

 

  

# 봉우리를 넘지 않고 우회하는 곳이 많아 편하게 진행했다.

  

 

# 보성군이 숲관리를 잘 하는 모양이다.

 

  

# 방장산은 안테나가 있다고 하는데 박무 때문에 구별이 안된다.

 

  

# 오도재.

 

  

# 오도재에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중이다.

 

  

오도재에 내려서니 시끄러운 공사 소음이 가득하고 대형 트럭들이 연신 골재를 실어 나르고 있다. 또 무슨 일을 하는지 오도재 산자락이 뭉텅이로 잘려 나갔다. 

 

밤 줍느라 예상보다 두세 시간이나 오버해서 오도재에 도착했다. 오도재는 845번 지방도가 지나는 한적한 도로인지라 대중교통은 보이지 않고 대형 공사 트럭들이 먼지를 풀풀 날리며 끊임없이 지나 다니고 있다.

 

버스가 언제 지나는지 알 수가 없어 20여 분 지나가는 차들을 잡아 보지만, 내 인상이 나쁜 건지 이 동네 인심이 나쁜 건지 빤히 보면서 그냥 지나쳐 버린다. 별 수 없이 어제 불렀던 보성택시를 다시 불러 그럭재로 복귀하여 차를 회수했다.

 

이후 그저께 밤에 왔던 길을 거꾸로 더듬어 집으로 돌아 가는데, 단풍철 놀이객들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들이 도로를 온통 메워 엄청난 정체를 겪은 후 어두워진 뒤에야 집에 돌아올 수 있다.

 

아, 호남길도 이제 막바지로 접어 드는데 갈수록 오고 가는 접근길이 멀어져 큰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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