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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잔차이야기]하늘공원 억새 본문
억새는 양지바른 곳을 좋아한다. 항상 햇살을 향하고 햇살과 잘 어울린다. 가을볕에 바짝 마른 억새가 역광 속에 하얗게 빛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억새와 갈대는 많이 닮았다. 둘 다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주 둘을 혼동하곤 한다. 하지만 억새와 갈대는 닮은 것보다 다른 것이 훨씬 더 많아서 구절초와 쑥부쟁이 구별하는 것보다 더 쉽다.
일단 억새는 산과 들에 자라고 갈대는 물가에서 자란다. 꽃이 부풀어 오르면 억새는 날카로운 형상으로 줄기 끝에 부채꼴로 벌어지며 하얗게 빛난다. 반면 갈대는 작은 꽃이삭이 줄기 끝에 둥글게 뭉쳐 피어난다. 무엇보다 억새꽃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흰색이고, 갈대꽃은 갈색을 띠고 있다.
억새가 유명한 곳으로는 정선의 민둥산, 포천 명성산, 영남알프스 신불평원과 사자평, 창녕 화왕산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민둥산이야 우리와 인연이 깊어 이미 여러 차례 다녀온 곳이고 명성산은 몇 해 전 달빛 밝은 밤중에 달구경 하며 하룻밤 보낸 곳이기도 하다.
영남알프스의 신불평원은 몇 해 전 낙동정맥 종주할 때, 산 동무들과 억새 바다의 그 찬란한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황홀한 기쁨을 맛보았었다. 영알은 억새도 좋지만, 그 산줄기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 곳이라 항상 다시 찾기를 갈망하는 동경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 부푼 마음 안고 지난주 재약산, 천황산 등정과 더불어 사자평 억새꽃 물결 속에 파묻혀 보고자 무거운 등짐 꾸려 밤중에 샘물 상회에 도착했었고, 그 언저리에서 하룻밤 야영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이 무색하게 새벽부터 몰아친 강풍과 짙은 운무로 억새꽃 물결은 고사하고 하루종일 오리무중의 안개 속을 더듬어야 했다.
게다가 억새는 아직 시절이 일러 몸이 부풀지도 않아서 기대와는 달리 그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화려한 억새꽃의 은빛 군무(群舞)는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런 여러 이유로 올가을 억새꽃에 대한 갈증은 다른 해 가을에 비해 목마름이 훨씬 더 심했다. 그리하여 먼 곳 산행을 못 간 다음 주말에 잔차 타고 난지도 하늘공원으로 억새를 보러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행주산성에 들러 우리가 좋아하는 어탕국수를 먹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그렇게 가을 억새를 찾아 바퀴 굴려 집을 나섰다. 영남알프스 대신 하늘공원 억새!!
구간 : 왕송호수 ~ 금정역 ~ 안양천자전거도로 ~ 한강합수부 ~ 한강자전거도로 ~ 행주대교 ~ 행주산성 ~ 어탕국수집 ~ 강북자전거길 ~ 하늘공원 ~ 성산대교 ~ 안양천자전거도로 ~ 신도림역
한가지 걱정인 것은 몇 달 전 마눌이 라이딩 도중 넘어지면서 엄지손가락을 다쳐 지금도 손가락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엄지손가락은 라이딩 할때 핸들 조향의 중심을 잡아 줄 뿐 아니라 기어 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단 라이딩하면서 추이를 살펴 판단하기로 하고 짐 챙겨 집을 나섰다. 하늘공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95 (상암동)에 위치하고 있다. 월드컵공원 중 가장 하늘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하늘공원'은 난지도 제2 매립지에 들어선 초지(草地)공원이다. 제2매립지는 한강 상류 쪽에 위치한 곳이자 면적은 19만㎡ 로 이 곳은 난지도 중에서 가장 토양이 척박한 지역이었다. 하늘공원은 자연 천이가 진행되는 생태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기보다는 쓰레기 매립지 안정화 공사의 결과로 형성된 인공적인 땅으로서 척박한 땅에서 자연이 어떻게 시작되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무엇보다도 하늘공원의 특징은 광활한 초지가 펼쳐져 있다는 데 있다. 배수(排水)를 위해 만들어진 능선을 경계로 하여 X자로 구분된 네 개 지구의 남북 쪽에는 높은 키의 풀을, 동서 쪽에는 낮은 키의 풀을 심었다. 높은 키 초지 북쪽에는 억새와 띠를 심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 속에서 시민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낮은 키 초지에는 엉겅퀴, 제비꽃, 씀바귀 등의 자생종과 토끼풀 같은 귀화종을 합하여 심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토끼풀은 다른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돕고 토양분해 작용을 도와 난지도와 같은 곳에 알맞은 식물이다. 또한 2000년부터 하늘공원을 중심으로 난지도에 노랑나비, 제비나비, 네발나비, 호랑나비 등 3만 마리 이상의 나비를 풀어놓았다. 봄날과 초여름에 하늘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비는 식물들의 가루받이를 돕기 때문에 난지도의 식물 생태계가 안정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난지도에서 가장 높은 이 곳 하늘공원에 서면 서울의 풍광이 한 눈에 펼쳐져북쪽으로는 북한산, 동쪽으로는 남산과 63빌딩, 남쪽으로는 한강, 서쪽으로는 행주산성이 보인다. 이런 훌륭한 조망 조건을 살려 경사진 면에 전망대를 마련하고 이용자들이 쉬고 머물 수 있는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공원 바깥 쪽은 식생층의 높이를 초지보다 1~1.5m 높여 시민들이 그늘에서 쉬어갈 수 있도록 참나무와 같은 키 큰 나무를 많이 심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함.- 사진은 모두 스마트폰 버전임) # 하늘공원 가는 길 잔차 바퀴의 궤적.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햇살이 따스하다. 가을나들이 가기 딱 좋은 날이다.
# 평상시는 왕송호수 우측을 통해 동네를 떠났는데, 오늘은 둑을 통과해서 좌측을 휘감아 가기로 했다.
# 의왕시에서 조성한 누리길이 이곳으로 이어진다.
# 이곳 왕송호수 곁으로 이사 온 이후 우리는 이런 풍광에 익숙해졌다. 여름엔 침대에 누워 개구리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 추수가 끝난 논이 많다.
# 호수를 돌아 군포 부곡동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화물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이 길은 평소 내가 자전거로 출근하는 코스이다.
# 군포역을 지나고 다시 금정역을 향한다. 혼자 같으면 도로를 탔을 텐데 오늘은 마눌이 있어 인도를 이용했다. 이 길은 봄철에 벚꽃이 만발하는 곳이다.
# 금정역을 지나고 평소에 자주 가는 카페에 들러 진한 커피 한 잔 씩 마시며 쉬었다. Sam Smith의 음악도 듣고...
# 그 곳에서 안양천 자전거도로에 내려섰다.
# 천변 둔치에 억새가 이미 만발하여 반긴다.
# 안양천이 학의천과 만나는 안양 자출사공원 앞에는 오늘도 잉어떼들이 산책객들에게 과자를 얻어 먹고 있다. 저 넘들은 한강으로 내려가지 않고 항상 이 인근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이 과자나 먹을 것을 던져 주기 때문이다. 지금 저 넘들의 덩치는 대부분 4,50cm에 이르는 대형급들이다.
# 자전거도로는 석수동 쪽에서 크게 휘어 북상한다.
# 외곽순환 고속도로 아래를 지난다. 이곳 좌측이 지난 4월까지 우리가 살던 광명 소하동이다.
# 지금 석수역 인근에서는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광명수원 간 도로가 이곳을 지난다. 저 공사 때문에 자전거 도로가 막혔다. 따라서 강둑으로 올라갔다가 공사 구간을 지나 다시 자전거 도로로 내려와야 한다.
# 이곳에서 서해안고속도로가 서부간선도로와 합쳐진다.
# 철산교이다. 평상시 이곳에서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회사로 향한다. 오늘은 계속 북상!
# 광명교, 안양교, 오금교, 신정교, 오목교를 지나고 목동교에 이를 무렵 코스모스 만발한 곳을 만났다.
# 할머니는 꽃보다 예쁜 손주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 아직은 햇살이 따가워 다리 그늘 아래 쉬어 간다.
# 이곳도 억새 잔치가 벌어졌다.
# 길게 북상하여 한강합수부에 도착했다.
# 강 건너 난지공원이 보인다.
# 이 사람들은 매일 이곳으로 출근이다. 저 아래 가양대교와 행주산이 보인다.
# 최종목적지인 하늘공원이다. 강 이남을 길게 내려갔다가 행주대교를 건너고 행주산성을 찍은 다음 다시 강북으로 북상하여 저곳으로 가야한다.
# 그리고 우측에 있는 저 성산대교를 통해 강을 다시 넘어올 생각이다.
# 합수부엔 오늘도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잔차 인구가 많으니 사건사고가 빈발한다.
# 가양대교 방향으로 출발.
# 가양대교, 마곡철교, 방화대교를 지나 강서습지생태공원에 도착했다.
# 이곳은 공원 안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 수양버들과 억새꽃 피어있는 그 안으로 잠시 들어가 봤다.
# 지난주 영알의 억새는 꽃필 생각도 없었는데 오늘 한강의 억새들은 마음껏 몸을 부풀렸다.
# 다시 출발이다.
# 행주대교에 도착했다. 국토종주 아라뱃길은 뒷쪽에서 좌회전이고, 행주산성은 앞쪽에서 급하게 좌회전한다.
# 예전에는 직진해서 행주대교 좌측으로 건너 갔는데, 이제는 좌회전해서 다리 우측으로 건너게 되어 있다.
# 간만에 행주대교를 건넌다.
# 강 건너 행주산성이 건너다보인다.
# 행주대교를 건너 음식점촌에 들어선다.
# 길게 고개를 치고 오르면 행주산성이 나온다. 입장료를 받으니 주차장을 한바퀴 돌고 도로 나온다.
# 행주산성 좌측 아래에 있는 지리산 어탕국수집에 들렀다. 오랜 단골이다.
# 허걱~ 기다리는 줄이 나래비를 섰다. 삼사십 분 넘게 줄을 서야 한다.
# 창 너머로 남들이 맛나게 먹는 모습을 구경한다.
#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도 한 상 받았다. 이 집 어탕은 내 입맛에 참 잘 맞다. 막걸리도 한 잔!
# 식사하고 나오는데 전에 없던 자전거 의류점이 문을 열고 있다. 디자인이 예쁘고 가격도 나름 착하다. 마눌 동계 방풍자켓 하나 구입했다.
# 자유로 뒷쪽에 있는 자전거도로를 통해 강북 자전거도로로 나갔다.
# 가을빛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다.
# 자유로 아래에 있는 강북 자전거 도로 구간은 지금 가을빛이 최고에 달해 있다. 눈길 가는 곳곳에 억새가 만발하여 있다. 그 사이사이로 주막집들이 여럿 눈에 들어 온다. 동무들하고 둘러앉아 막걸릿잔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좋아 보이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 넓은 잔디밭이 있는 곳에서 하늘공원으로 향한다.
# 고가도로를 통해 자유로를 건넌다. 주말 나들이 다녀오는 차들로 자유로는 정체 중이다.
# 길게 고개를 치고 오른다. 억새구경 나온 사람들이 많아 차와 사람이 뒤엉켜 있다.
# 좌측은 노을공원, 우측이 하늘공원이다.
# 지금 억새축제 중이라 자전거는 통행금지이다. 입구에 있는 안내소에 묶어 두고 맨몸으로 오른다.
# 우리는 억새축제하는 줄 모르고 왔는데, 축제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 하이구야~ 인산인해이다.
# 저 표지석 사진 하나 찍는 데도 줄이 나래비이다.
# 억새 구경보다는 사람 구경하게 생겼다.
# 사람들 피해 억새밭 사잇길로 들어갔다.
# 영알에서 못한 억새 구경을 이곳에서 하기는 한다.
# 저 대문은 올해도 예쁘게 꾸며져 있다.
# 예전에 우리 순이 살아 있을때 지금 저 자리에서 같은 포즈로 함께 사진을 찍었었다. 보고싶다, 순이야!
# 악취 풍기던 난지도의 쓰레기산이 이렇게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하였다. 놀라운 일이다.
# 예전 순이 안고 찍었던 곳에서 순이 없는 사진을 남겨 본다.
# 시간이 갈수록 사람은 더 늘어나서 도저히 편하게 다닐 수가 없다.
# 내 신발은 바닥이 자전거 페달과 결합하는 클릿슈즈라 도보로 걷기에 불편하다. 사람도 너무 많고 걷기도 불편하여 채 반 바퀴도 못 돌고 하늘공원을 떠나기로 했다. 쓰레기 냄새에 갇혀 살던 빈민촌 상암동이 저렇게 변했다. 저 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 하늘공원을 떠나 강북자전거 도로로 복귀했다.
# 어느새 해가 졌다.
# 한강은 하류로 와서 바다처럼 폭이 넓어졌다. 강 건너 염창동과 개화동 일대가 건너다보인다.
# 노을지는 한강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 저쪽 성산대교를 건너야 한다.
# 길게 동북진하여 성산대교에 도착했다.
# 자전거 끌고 다리 위로 오른다.
# 양화대교와 선유도, 그 뒤로 여의도가 보인다.
# 날 어두워졌는데 강변에 아직 텐트들이 그대로이다.
# 성산대교를 통해 한강을 다시 건넌다.
이후 양평역 인근에서 다시 안양천 자전거도로에 복귀하고 그 길로 계속 달려 귀가했다. 간만의 긴 라이딩이었는데 엄지손가락 아픈 마눌은 나름 잘 버텨 주었다.
아마도 지난주 영남알프스에서 아쉽게 못 본 억새의 향연을 오늘 실컷 즐길 수 있었음에 고무된바 컷으리라. 그렇게 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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