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야영산행]화악산/華岳山-만춘실운현(晩春實雲峴)! 본문
처음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 나는 일종의 청교도적(淸敎徒的) 자연보호주의자였다. 무슨 대단한 신념이나 의식을 가진 것은 아니었으나 명색이 백두대간 종주꾼이라 자칭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에 해가 될 행동은 한 가지도 하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그 리하여 당시 우리의 모토는 '산속의 돌멩이 하나 풀뿌리 하나 건드리지 말자'는 것이었다. 인적 드문 깊은 산길을 걷다 보면 때로 귀한 버섯이나 약초, 혹은 산나물을 만날 기회가 잦다. 어느 해인가는 기가 막힌 영지버섯 군락을 만나기도 했고 노루궁뎅이 버섯을 연달아 여럿 발견하기도 했다. 속으로 욕심이 나기는 했지만, 눈으로 감상만 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10여 년 백두대간과 아홉 개의 정맥을 종주했다. 그동안 꽤 야무지게 그 원칙을 지키며 산길을 걸었고 나름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작용도 있었다. 너무 외골수의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야 내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다른 이들은 그 원칙 때문에 나와 함께 산길 걷는 것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함께 동행하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게 되고 나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도 들리기 시작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너무 과도한 교조적 사상은 원래 순수한 원칙을 손상시키기도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세상사 무엇이든 적절한 환기구가 있어야 생명 유지가 가능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두어 번 동무들과 나물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나야 원래 나물에 대한 지식도 없고 욕심도 그다지 없는 편이라 산행 들어가서 당일 고기쌈 싸 먹을 정도만 있으면 족하였다. 이 정도의 환기구는 자연에 해될 일 없지 싶기도 했다. 그런 모임이 벌써 서너 해 지났다. 그동안 참취도 배우고 곰취도 배웠고 참나물도 배웠다. 딱 거기까지가 내 나물 지식의 전부이다. 한 번 산행 들어가서 서너 줌 채취하면 우리 두 식구 먹기 딱 적당하기도 하였다. 금년 봄은 시절이 참 늦다. 다른 해 같으면 나물이 한풀 꺾일 시기가 되었어도 아직 새순도 올라오지 않은 곳이 많다 하였다. 희한한 일이다. 어쨌거나 올해도 산동무들 사이에 사발통문이 돌아 화악 실운현에 아지트 세우고 화악 언저리를 잠시 돌아보자 하였다. 나야 나물은 덤이고 오랜만에 동무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눌 생각이 더 컸다. 그런 설레임 안고 화악 실운현으로 차를 몰았다.
만춘실운현(晩春實雲峴)! 일시 : 2019년 6월 1, 2일. 흙과 해의 날.
토요일 외곽순환도로는 언제나 정체이다. 어렵게 그곳을 벗어나 강원도 가는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지만 정체는 오히려 더 가중된다. 어찌어찌 가평읍을 지나 목동리 거쳐 화악 실운현으로 올라 갔다. 예정보다 두어 시간 더 늦어졌다. 동무들은 이미 산속에 들어간지 오래다. 실운현 높은 고갯길 한쪽에 주차하고 짐을 챙겼다. 날씨 좋고 공기 또한 좋다. 상쾌한 기분 안고 임도에 들어섰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화악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햇살 좋은 실운현. 신록이 우거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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