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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구봉산/九峰山-신년 등구봉(新年 登九峰)!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일반산행]구봉산/九峰山-신년 등구봉(新年 登九峰)!

강/사/랑 2020. 1. 3. 11:46
[일반산행]구봉산/九峰山 



白日依山盡 (백일의산진)
黃河入海流 (황하입해류)
欲窮千里目 (욕궁천리목)
更上一層樓 (갱상일층루)


눈 부신 해는 산 너머 떨어지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네.
천 리 밖까지 바라보고자
다시 한층 누각을 오르노라.


- 王之渙(왕지환)의 '登鸛雀樓(등관작루)'


왕지환(王之渙)은 당나라 현종(玄宗) 때의 시인이다. 688년 진양(晉陽)에서 태어나 기주 형수현의 주부(主簿) 벼슬을 하였다. 주부는 지방 관청의 하급 벼슬인데, 그나마 모함을 받아 관직을 버린 후 천하를 유랑하였다.


'등관작루'라는 이 시는  왕지환이 산서성의 관작루에 올랐을 때 문득 호연지기(浩然之氣)가 발동하여 쓴 시다. '천 리 밖을 내다보고자 다시 누각 한 층을 올랐다'는 진취적 기상이 넘치는 글이다.


그 높은 기상 때문에 중국인들은 이 시를 가장 좋아하는 시로 꼽기도 한다. 특히 생전의 '마오쩌둥'이 항상 애송하였고,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이 직접 이 시를 써서 선물하기도 했다. 


나 역시 예전부터 꽤 좋아하여 간혹 되뇌곤 하던 시다. 대단한 호연지기가 있어서라기보다 산을 좋아하는 내 성정이 작용한 것이기도 하고 높은 곳의 공기를 마시고 높은 곳의 조망을 즐겨온 내 오랜 습성의 작용이기도 하다. 그렇다. 먼 곳을 바라보자면 조금이라도 높은 곳을 오를 필요가 있다. 하물며 새해가 되었으니 더욱 그러하다.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나는 매년 새해가 되면 가능한 한 멀거나 가깝거나 산에 올라 일출을 보고자 하였다. 하지만 올해는 여러 여건이 알맞지 못해 일출 산행 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했다. 그렇게 경자년 새해 새벽이 되었다.


새해 새 기분이 들어 그랬는지 작정 없었는데도 새벽에 눈이 저절로 뜨였다. 계획 없었는지라 준비도 없고 제대로 된 일출 산행은 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그렇지만 일출은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정말 가까운 곳의 언덕이라도 오르고자 하였다.


우리 동네에는 왕송호숫가에 '구봉산(九峯山)'이라는 작은 산이 하나 있다. 높이 145M로 겨우 언덕 신세를 면한 야트막한 산이다. 이름은 아홉 봉우리로 거창하지만, 여러 봉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동산 하나가 오똑한 수준의 산이다.


오르자면 정말 한달음에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준의 산이다. 그렇지만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이 산이 명색이 서봉지맥(瑞鳳支脈)을 이루는 지맥 상의 산이다. 서봉지맥은 한남정맥 감투봉에서 갈라져 나와 수원, 화성, 평택, 안중을 거쳐 아산만으로 잠기는 꽤 긴 지맥이다.


아무 계획 없이 일출 산행을 나섰고 작은 동산 수준의 산이지만, 명색이 지맥 상의 산이고 천 리 밖을 보고자 한 층 누각을 오르는 호연지기가 있을진대 이런 산 위에서 일출을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옷 챙겨 입고 구봉을 향했다.




신년 등구봉(新年 登九峰)!


일시 : 2020년 1월 1일. 물의 날.

   

마눌 앞세워 집을 나섰다. 올겨울은 유난히 포근하다. 동지섣달에 날 따뜻하니 양지바른 곳에는 철모르는 봄꽃이 꽃잎을 밀어 올릴 정도다. 시절 하 수상하니 계절마저 길을 잃은 모양이다.


그래도 명색이 1월 1일 엄동이라 꽁꽁 싸매고 길을 나섰다. 호숫가 둑 위에 올라서서 하늘 올려보니 조짐이 영 심상치 않다. 해뜨기 전 풍경이 아니라 곧 한바탕 쏟아질 하늘이다.


일기예보 확인하니 간밤까지 흐림 정도이더니 눈비로 바뀌어있다. 허허~ 큰일 났다. 강둑 따라 구봉산 쪽으로 넘어가는데 성미 급한 이들은 이미 일출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래도 일단 산 아래까지는 가보기로 하고 계속 진행했다. 그런데 채 산 밑에 도달하기도 전에 눈발이 날린다. "아이고~ 오늘 일출 보기는 틀렸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구봉산 지형도. 구글 지도에 우리가 사는 아파트와 호수 건너 구봉산이 제대로 표현되어 있다.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일출 보러 길을 나섰는데 하늘은 한바탕 눈비를 쏟아낼 표정이다. 저멀리 수리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 구봉산 근처에 도착하자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한다. 일출은 틀렸다. 그래도 정상은 한번 다녀오자 하였는데, 마눌의 반대가 심하다. 일출도 못 보는데 정상에는 왜 가느냐는 것이다. 새해 첫날부터 이런 일로 다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결국 일출 산행도 정상 구경도 못하고 귀가했다.




# 투덜투덜 거리며 귀가했다. 아침 먹고 샤워하고 났는데도 영 찝찝하였다. 새해 첫날부터 사소하지만 무엇인가 중도 포기했다 싶으니 기분이 명쾌하지 못했다.


결국 구봉산 정상을 한번 보고 와야 해결 될 일이었다. 가벼운 짐 챙겨 집을 나섰다. 고집 센 내 성정을 아는 마눌은 이제 그러려니 한다. 마눌 배웅 뒤로 하고 다시 집을 나섰다.




# 호숫가 둑에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다. 건너편 오똑한 저 산이 구봉산이다.





# 혼자 콧노래 부르며 호수 제방을 걸었다.




# 구봉산은 145m의 낮은 산이지만 서봉지맥을 이루는 산이다. 우측 수리산의 감투봉에서 시작한 서봉지맥은 구봉산을 거쳐 칠보산으로 이어진다.




# 예년같으면 꽝꽝 얼어 붙었을 호수는 얇은 살얼음 뿐이다. 참 희한한 겨울이다.




# 우리 동네는 집값은 싸지만, 주변 자연환경은 제대로 갖추고 있다.




# 호수 건너 구봉산 가까이 접근한다.




# 호수가 있으니 철새가 아주 많다. 거실에 누워 있으면 눈높이로 날아가는 철새 무리를 볼 수 있다. 재미있는 동네이다.




# 점점이 흩어져 있는 초평동 동네 중 한 곳을 지나 산 위로 접근한다. 새벽에 저 언덕 위까지 왔다가 마눌 등쌀에 산행은 그만두고 귀가했었다.




# 전봇대 뒤가 본격적인 들머리다.




# 어느 늦가을 숲속 같은 분위기다. 올 겨울이 이렇다.




# 한차례 올리면 능선길에 이른다.




# 그리고 곧바로 정상을 향한다. 얕은 산이라 정상은 바로 코앞이다.




# 제대로 땀날 일도 없는 고도이다.




# 곧바로 정상이다. 산이라 하기에도 뭐하지만 그래도 지맥이니 인정은 해줘야 한다.




# 정상은 밋밋한 봉우리다. 수목이 자라 조망은 없다. 일출이 있어서도 숲 너머로 봐야했겠다.




# 낮은 산이라 정상석 대신 이름표를 달고 있다.




# 준희님의 정상표지기를 닮은 이름표가 달려 있다. 이 이름표 옆에 매달려 있던 초은님의 표지기는 사라지고 없다.




# 경자년 첫 산행이라 기념샷 한 장 남겼다.




# 삼각점이 정상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삼각점 쓰다듬어 정상 인증을 갈음했다.




# 하늘 한 번 올려다 보았다. 일출은 없었어도 하늘에 국태민안과 가내평화를 빌었다.



# 물 한모금 마신 후 하산했다. 낮은 산이지만 새해 첫날에 정상 한 번 찍었음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좋은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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