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그 서른두번째(삽당령~대관령)
백두대간 닭목재에 / 새벽닭 / 홰치는 소리 들리지 않음은 / 이 땅에 / 아침이 밝으라고 울다 / 목이 잠긴 때문이겠지. / 아직 / 새벽이 오지 않은 때문이겠지. // 우리 어메 / 烏水鏡 알 두터워져 간 세월 / 지금이라도 / 산 넘어 대관령으로 오신다면 / 토하는 피 삼켜가며 / 목놓아 울리라.
- 권경업 '닭목재'(전문)
권경업 시인은 1970년대 부산 지역을 대표하던 산악인(山岳人)의 한 사람이다. 77년에 토왕성 빙폭(土王城 氷瀑)을 오르는 등 국내외 많은 암빙벽(岩氷壁)을 등반하고 개척했다.
1990년 10월부터 백두대간의 남녘 약 1,600Km를 80여 일 동안 종주(縱走)하며 월간 '사람과 산'에 백두대간 연작시 60여 편을 연재하였다. 그리하여 산악시(山岳詩)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두대간', '삽당령', '내가 산이 될 때까지', '산정노숙' 등의 시집이 있다.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면서 백두대간과 관련된 시나 소설 등 문학작품을 찾다가 권시인의 시를 발견하고 여러 편을 읽어보았다. 산길을 직접 걸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내용과 감성의 싯구절이 그 속에 녹아 있었다. 백두대간을 걸어본 시인이 쓴 시를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읽으니 그 감흥이 더 깊었다.
몇 해 전 케이블 방송에서 '사람 산'이란 산행 프로를 보았는데, 그곳에서 허영호 대장과 권경업 시인이 일반 산악인들과 팀을 구성해 산행하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산행 프로라는 것이 등장인물의 나래이션이나 산행 과정보다는 우리가 직접 산길 걸으면서 볼 수 없는 풍광을 감상하는 재미로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에는 평소 관심 많았던 권경업 시인과 허영호 대장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꽤 여러 편을 찾아 보았었다.
권시인이 이 땅의 아침을 기다리며 노래한 '닭목재'는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2리 닭목이에 있는 고개이다. 삽당령을 출발한 백두대간이 석두봉과 화란봉을 넘은 다음 대관령 가는 길에 있는 고루포기산과 만나기 전에 잠시 아래로 깊게 떨어진 잘록이에 있다.
산맥이 앞을 막으면 인간은 산과 산 사이의 잘록이를 찾아 산맥을 넘었다. 잘록이는 보통 깊은 골짜기와 이어진다. 닭목이의 골짜기도 그러하였다. 닭목이 깊게 떨어진 잘록이로 골짜기가 깊숙히 들어왔다.
북쪽으로는 왕산리 계곡이 남쪽으로는 대기리의 골짜기가 깊게 산맥 가까이 접근하였는데, 남쪽 대기리의 깊숙한 골짜기는 그 모양이 닭의 목처럼 길게 늘어져 '닭목이'라 불렀다. 닭목이에 있는 고개이니 '닭목재'가 되었고 한자로는 '계항령(鷄項嶺)'이라 적었다.
고개 정상이 해발 706m의 고랭지이고 골짜기 길고 넓어 서늘한 기온 좋아하는 작물 재배하기에 적합하였다. 그래서 강원도의 특산물인 감자 채종장이 있고 민간에서도 고랭지 채소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강/사/랑 부부의 백두대간 서른두 번째 길은 삽당령을 출발해 닭목재를 거친 후 대관령까지이다. 대관령이야 오래 드나들던 곳이니 익숙한 고개이고 삽당령도 강원도 놀러 가면서 여러 번 지난 곳이다.
하지만 닭목재는 대관령이나 삽당령처럼 스쳐 지나갈 기회 별로 없는 곳이라 아직은 미상봉 상태인 고개이다. 감자 채종장 찾을 일 없고 강원도 깊은 골짜기의 고랭지 채소밭 찾을 일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백두대간 종주꾼이 되어 이 땅의 산줄기를 더듬어 올라 가다보니 이렇게 특이한 이름의 고개를 만날 일이 생겼다.
정신없이 산길 이어가기 바쁜 일정이라 닭목이의 옛 이야기나 지금 그곳의 사람살이를 세세히 접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쳐가는 눈길이라도 닭목이를 만나 보아 인연을 맺어두면 어느날엔가 다시 찾아 깊은 속사정을 느껴볼 날도 있지 않겠나?
그런 바람으로 짐 꾸려 닭목이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아! 힘들다! 고루포기산!!

구간 : 백두대간 제 44, 45 소구간 (삽당령 ~ 닭목재 ~ 대관령) 거리 : 구간거리(27.1 km), 누적거리(663.36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6년 6월 17일 흙의 날. 세부내용 : 삽당령(06:00) ~ 이동통신 중계탑(06:23) ~ 862봉(06:38) ~ 대용수동 갈림길(07:10) ~ 방화선 ~ 들미재(07:44)~ 978.7봉(07:51) ~ 석두봉(08:13)/휴식 ~ 묘지 ~ 무명봉 ~ 헬기장 ~ 960봉 ~ 989.7봉(09:00) ~무명봉 ~1006봉 ~ 화란봉(10:20)/휴식 ~ 전망대1 ~ 전망대2 ~ 묘지 ~ 시멘트임도 ~ 닭목재(11:13) ~ 임도 ~ 비닐하우스 ~ 삼나무 숲 ~ 임도 ~ 맹덕목장/점심(12:10) ~ 955.6봉 ~ 목장후문 ~ 왕산 1 쉼터(12:40) ~ 공터 ~ 너덜지대 ~ 왕산2쉼터(13:32) ~ 송전탑/35번 ~ 임도 ~ 38번 송전탑 ~ 고루포기산(14:10) ~ 임도 ~ 39번 송전탑 ~ 임도 ~ 돌탑(14:27) ~ 대관령 전망대(14:40)/휴식 ~ 길주의구간 ~ 왕산골 갈림길(15:08) ~ 로프 차단지 ~ 샘터 갈림길(15:28) ~ 쉼터2 ~ 무명봉 ~ 행운의 돌탑(16:20) ~ 하얀 돌길 ~ 능경봉(16:32) ~ 헬기장 ~ 묘지 ~ 용천수 샘터/인풍비 ~ 임도 ~ 舊대관령 휴게소(17:10).
총 소요시간 11시간 10분. 만보계 기준 51,500보.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여러 방법 중에 우리 같은 직장인이야 당연히 구간 종주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퇴근이 늦은 나는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운전을 해서 현지 접근을 해야 한다.
남들은 대부분 하루 전날 현지에 도착해서 민박이나 여관, 야영 등을 하고선 뒷날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하지만, 언제나 퇴근이 늦은 편이라 이것저것 준비하고 먹고 씻고 출발하면 집 나서는 시각이 밤 12시를 훌쩍 넘기기가 예사다.
결국 현지에 도착하면 시간 여유가 2~3시간 밖에 없어 차에서 잠깐 눈 붙이고 잠 모자라고 피로한 몸으로 산행을 시작해야만 한다. 대간길에 나선 서른두 번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으니 씩씩한 진행이 쉽지만은 않다. 오늘도 이런 대간길 나서기는 여전하여 아파트 주차장 나서니 이미 12시를 넘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도 토막잠 자야겠구나!
집 나서 영동고속도로 타고 냅다 내 달렸다. 원주쯤 지나니 눈꺼풀이 슬슬 내려 오면서 차가 쬐끔씩 좌우로 흔들린다. 물 마시고, 라디오 듣고, 창문 열어 환기하고 별 짓을 다 해보지만, 물 밀듯이 밀려 오는 졸음을 참기 힘들다.
애초 계획은 삽당령에 도착해서 차에서 잠시 눈 붙이고 간단히 아침 끓여먹고 산행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 상태로는 사고나기 십상이다. 할 수 없이 대관령 휴게소로 들어가서 불빛 적은 곳에 주차하고 침낭 꺼내 누에고치 모드로 들어갔다. 두 시간 반 정도 눈 붙이고 대관령 휴게소에서 오직 한가지 밖에 안된다는 라면으로 요기한 후, 씻고 버리고 삽당령으로 출발했다.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강릉 나들목을 나와 임계 방향으로 35번 국도 타고 구불구불 올라가니 지난 주 봤던 강릉저수지를 지나게 되고, 다시 한참을 구불구불 올라 가서야 삽당령에 도착한다.

석두봉/石頭峰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위치. 높이는 991m.백두대간을 종주 해본 이들은 닭목재와 삽당령 구간에 위치한 石頭峰을 수박 겉핥기로 지나친 적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석두봉은 강원도 오지 중에서도 손꼽히는 오지이기 때문이다. 요즘말로 하면 ‘왕따 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백두대간의 어느 구간보다 물이 풍부한 곳이다. 물은 마루금 안부에서 가까운 서남쪽에서 구할 수 있는데 가뭄에도 가능하다. 석두봉 정상은 이름 그대로 바위로 되었고 쌍이다. 동쪽 봉우리 보다 조금 낮은 서쪽 봉우리는 얼룩무늬 바위들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마루금을 축으로 동쪽과 북쪽은 급경사를 이뤘고 남과 서쪽은 해발 800미터의 평평한 분지로 작은터, 가르쟁이, 솜솥밭, 대용수동을 거느리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씨감자와 당근을 해갈이 하고 있다
화란봉/花蘭峰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위치. 높이는 1069.1m이다. 화란봉은 이름 그대로 꽃모양을 하고 있는 산으로 부채살처럼 펼쳐진 화관이 화란봉을 중심으로 겹겹이 에워싼 형상이다. 산행기점인 벌마을에는 용수골이 있는데 이곳은 옛날에 이무기가 하늘로 오르다 힘이 부쳐 떨어진 곳이라 한다. 지금도 그때 자국이 용수골 너럭바위에 남아있다. 산속 계곡은 오염원이 없어 맑은 물빛을 자랑하고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은 산죽이 바람을 타고 나무사이로 물결치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닭목재/鷄項峙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있는 706m의 고개. 영동고속도로변의 예전길로 들어서 대관령박물관과 구산휴게소를 차례로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왕산면 행 길이 열린다. 이 길에서 연결되는 닭목령 일대는 때묻지 않은 숲길과 고랭지 채소밭으로 수놓아진 고산지대의 이색풍광과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을 만끽할 수 있다. 왕산교-닭목재-고단리 코스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였지만,고랭지 재배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사방으로 아스팔트길이 열리고 지금은 적설기를 제외하고는 승용차들도 무리가 없게 됐다. 정상에 다가서면 "전국최고 감자채종포마을"이라는 입간판이 반겨주고 "마지막으로 남은 청정고랭지 채소마을"이라는 간판도 이곳의 특성을 한마디로 설명해준다. 뿐만 아니라 호젓한 고산지 드라이브코스로도 국내 최고의 경지를 자랑한다. 왕산교에서 닭목재로 오르는 구간은 특히 가을철 단풍이 기막히다. 따라서 초여름 신록과 가을철 단풍 또한 제일이라 칭찬할 만하다.
고루포기산
강원 평창군 道岩面 水下里와 강릉시 旺山面 고루포기 마을 사이에 있는 산. 높이는 1,232 m 이다.태백산맥의 지맥인 해안 산맥에 딸린 산으로, 북서쪽의 빗면은 한때 대관령 스키장이 있었던 곳이다. 부근의 횡계리(橫溪里) 일대는 평탄면을 이룬다. 서쪽에는 남한강의 지류인 송천(松川)이 감입곡류를 이루면서 남쪽으로 흘러 하안단구를 이룬다. 북동쪽 빗면으로 흐르는 수계는 왕산면 旺山里에서 강릉 南大川의 지류로 흘러든다.
능경봉/陵京峰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및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에 걸쳐 있는 산.높이 1,123m 이다. 대관령 남쪽 산맥 중 제일 높은 봉우리라 하여 이름 붙여졌으며 제왕산의 母山이다. 대관령 줄기의 다른 산에 비해 산행거리가 비교적 짧고 대관령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수시로 볼 수 있어 각광받는 등산로이다. 능경봉으로 가는 길은 대관령에서 출발하는 짧은 등산로와 닭목재에서 가는 긴 등산로가 있다. 특히 대관령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산행거리가 짧아서 가족 단위 등산로로 안성맞춤이다.
<이곳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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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4, 45 소구간 삽당령 ~ 대관령 개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삽당령에 도착하여 차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이 훅 하고 덤벼든다. 얼라리요? 지금 몇 월인데? 온도 확인하니 11도 밖에 안 된다. 얼른 방풍 자켓 꺼내 입고 스틱이며 고생보따리며 챙겨 산행 준비를 한다. 할머니 성격 이미 소문이 났는지 포장마차 주변에는 텅 비어 있고, 석두봉 방향 산불초소 앞쪽에 차량 세 대가 서 있다. 이미 대간길에 들어간 산꾼들이 있나 보다. 우리도 얼른 짐 챙겨 오늘 구간 초입으로 들어갔다.(06:00)
# 삽당령 임도 초입 산불감시초소 건너편에 들머리가 있다.

# 초입부터 수풀이 무성하다.

삽당령 임도 초입의 산불감시 초소 건너편 수풀 속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고 수풀이 무성하여 숲속은 아직 어둑하다. 사진 찍느라 잠시 지체한 사이 먼저 들어간 마눌이 보이지 않는다. 들어서자 마자 바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아마도 직진을 했지 싶다. 올 때부터 내도록 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더니.. 큰소리로 불렀더니 아니나 다를까 직진 방향 숲 건너에서 빨리 오지 않는다고 오히려 짜증이다. 야, 이 친구야 이렇게 많이 붙어 있는 표지기 무시하고 직진해 버리냐?
좌틀하여 오름을 낑낑 올라간다. 숲속엔 아침 잠을 깬 새들이 온갖 소리로 울어 재끼고, 검은등 뻐꾸기가 홀딱벗어라고 아침부터 난리다. 아직은 못 벗는다, 이 놈아!!
한차례 위쪽으로 올라 우측으로 날등을 진행하다가 무명봉 하나를 넘고 아래로 잠시 내리니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임도와 연결되는 길이다. 직진하여 산죽밭 속으로 걸어 무명봉을 다시 하나 넘고, 다시 갈림길을 만난다. 역시 좌측으로 임도와 연결되는 길이다.
세 번째 무명봉을 길게 오르는데 이번에는 우측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고 계속 직진하여 아래로 내려가니 좌측으로 임도 바로 옆 절개지 위를 걷게 된다. 이후로도 몇 번의 오르내림과 좌우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오지만 직진하여 가면 되고 잠시 후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이동통신 중계탑'을 만난다. (06:23). 웅웅~ 하는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철조망을 돌아 아래로 내려가니 숲을 벗어나 바로 '임도'로 내려선다.
# 임도를 차단해 둔 바리케이트.

삽당령에서 임도따라 계속 올라와도 이곳과 연결된다. 바로 앞에는 차량이 임도 진행을 못하게 '바리케이트'를 쳐 두었다. 우리는 직진하여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조금 위에서 좌측 숲으로 들어간다. 나무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우측으로 가면 닭목령 가는 길이다 뭐 그렇게 간단히 적혀 있는...
숲길로 들어가 길고 꾸준히 올라갔다. 몸이 덜 풀렸는 지 마눌은 많이 힘들어 한다. 헉헉 대며 '862봉'에 도착했다.(06:38).
# 862봉. 입구에서 좌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862봉엔 작은 공터와 이곳 특유의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오래된 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곳은 갈림길이 있어서 직진하면 들미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대간길은 '좌측'으로 꺾어 내려가야 한다.
편하게 내려가다가 갑자기 경사가 급해진다. 안부까지 내렸다가 무명봉을 두 개 연속으로 넘는다. 세 번째 무명봉은 계단식으로 길게 오른다. 마눌은 자꾸 뒤로 처진다. 무명봉3은 고도가 880으로 찍히지만 출발할 때 고도계를 셋팅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다.
편하게 내려가다가 안부를 지나 날등을 편하게 길게 진행한다. 그러다 갑자기 불쑥 올라 무명봉 하나를 넘고 다시 무명봉을 올라 가는데, 뒤쪽에서 침 뱉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대간꾼 한 사람이 올라 오고 있다. 마눌 때문에 먼저 가시라고 비켜주었다. 무명봉 3은 계단식으로 가파르고 힘들게 올라간다.
다시 대간꾼 두 사람이 와서 길을 양보하고 세 번째 무명봉을 오른다. 우측으로 우회해서 좋다고 했더니 그대로 다시 정상까지 밀어 올린다. 고도계에 950으로 찍히지만 역시 확실하지 않다. 지도상 길주의 구간으로 나오는 '대용수동 갈림길'이다.(07:10)
# 대용수동 갈림길. 우틀해야 한다.

한숨 돌리고 우측으로 나가니 바로 앞이 툭 트이며 '벌목지'가 나온다. 이곳에서 다시 길은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대간길은 우측으로 가야 한다. 이후로 전방은 쭈욱 넓게 벌목해 둔 '방화선'이다.
멋진 노송 몇 그루가 대간길 주변에 빼어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넓이 20여m 가까이 되는 방화선이 길게 뻗어 있고 노송들과 어울려 멋진 그림을 제공한다. 좀 전에 앞서 간 세 분은 일행인지 노송 아래에서 간식을 먹고 있다.
# 우측으로 진행하여 노송들 사이로 간다.

# 태백산 가는 길의 방화선보다 폭이 넓다.

# 좌측으로 석두봉이 보인다.

# 넓고 편안한 길에 시원한 바람까지 산책하는 기분이다.

# 방화선 오르다 돌아 본 모습. 사진의 우측으로 가면 대화실산, 대용수동으로 가는 길이다.

# 전방 좌측으로 대용수동, 가르쟁이로 가는 계곡, 너머에 화란봉, 닭목재 너머의 고랭지 채소단지가 보인다.

# 줌으로 땡겨 보니 안반덕의 채소밭과 고루포기산으로 올라가는 송전탑이 보인다.

너무나 편하고 시원하고 기분 좋은 길이다. 조망도 멋지고 훌륭하다. 석두봉, 화란봉, 고루포기산 등과 유명한 고랭지 채소밭 단지인 안반덕의 붉은 밭들과 저 멀리 대관령의 하얀 풍차들까지 한눈에 조망된다.
길고 편하게 방화선을 따라 진행한다. 주변엔 야생화들도 지천으로 피어 있다. 군데군데 노송들이 멋진 모습을 뽐내는데 전부 마루금을 넘어 동해쪽으로 부는 바람에 밀려 오른쪽으로 몸을 눕히고 있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다 3단으로 올라간다. 3단째에 방화선이 끝나고 고사목 하나가 등로를 가로막고 드러누워 방화선이 끝났음을 알린다. 잠시 더 올라 '무명봉' 에 오른다.(07:38).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정상을 넘자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곧바로 '들미재'에 당도한다.(07:44).
# 들미재. 희미한 옛고개이다.

송백이란 분이 작은 팻말 하나를 나무에 매달아 두었다. 좌측으로 내려 가는 길이 아주 희미하게 보인다. 역시 대용수동으로 내려 가는 길이다. 저 길로 사람이 마지막으로 내려 간 것이 언제일까?
잠시 내려 가자 바로 오름이 시작된다. 낑낑 올라 '978.7봉'에 이른다.(07:51). 878.7봉엔 삼각점이 있어 정상 주변의 나무를 베어 사계청소를 해 두었지만, 다시 잡목이 자라 무성하다.
정상을 지나 내려가자 산죽밭이 나오는데 가슴높이로 자라 계속 걸린다. 산죽밭을 따라 길고 길게 내려간다. 지도상 이 내리막이 등고선 세 개이고 석두봉 오름도 등고선이 세 개 밖에 안되는데, 왜 이렇게 내려가냐? 길게 내려 안부에 닿고 다시 계단식으로 치고 올라 세 번째 계단의 턱이 바로 '석두봉'이다.(08:13)
# 석두봉 정상.

# 전방으로 조망이 트였다. 안반덕 채소밭과 뒤쪽의 산이 아마도 도암댐 우측의 1127.5봉인 듯하다.

# 석두봉 정상의 함박꽃 꽃몽우리.

# 가운데 우측이 능경봉, 그 너머에 대관령 풍차들이 보인다.

석두봉(石頭峰). 우리 말로 하면 돌대가리 봉우리가 된다. 그 이름을 얻을 만큼 정상부가 돌로만 되어 있지는 않은데... 정상엔 나무판으로 된 정상표시가 있고 전방으로 조망이 툭 트여 보기 좋다. 가야 할 대간길의 여러 산봉우리와 마루금이 조망되고 닭목재, 대관령으로 이어지는 인간세상 생명길들이 구불구불 보인다. 배낭 벗어 두고 시원한 바람도 마음껏 쐬고 간식 먹으며 충분히 휴식했다. 한참 후 세 분의 대간꾼이 오길래 정상이 좁아 양보하고 출발했다.
정상을 내려 오자 돌길을 내리게 되는데, 작은 돌들이 쌓여있는 걸로 보아 옛 산성의 흔적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바로 안부에 닿는데 관리가 안된 '묵은 묘' 하나가 나오고 바로 전방의 '무명봉'을 올라 우측으로 떨어져 내렸다가 길고 완만하게 내리면서 편안하게 진행한다.
산죽밭이 길게 이어진다. '헬기장'을 지나 다시 떨어졌다가 다시 길고 편안하게 간다. 무명봉을 하나, 둘 올라 우측으로 꺾어지고 이내 편안하게 산죽밭을 진행한다.
# 키 낮은 산죽밭을 편안하게 진행한다.

작게 오르내려 다시 길게 올라 '960봉'에 이른다. 960봉은 작은 공터만 있고 아무 특징도 없어 고도만 확인하고 통과했다. 편안하게 진행하는데 수풀 너머로 우뚝 솟은 산 하나가 보인다. 989.7봉인 듯하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름을 올라 가는데 갑자기 산의 좌측 사면으로 우회하여 올라간다. 안도하며 우회하여 가다가 능선길과 다시 만나(09:00) 좌측으로 꺾어서 급하게 아래로 떨어져 내려 키 낮은 '산죽밭'을 길고 길게 내려간다. 아휴~ 이렇게 내려 가면 겁이 나는데...
스틱에 의지하여 아래로 내려 가는데 오른쪽 스틱 찍은 지점 바로 옆에 작은 뱀 한 마리가 고개를 치켜 들고 있다. 독사새끼다. 독사란 넘은 작아도 오기가 넘쳐 도망도 안 가고 고개를 치켜 든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인정해 주자! 독사를 비켜서 다시 길게 내려 안부에 도달했다. 아마도 '소기동 갈림길'인가 보다. 고도가 800미터 초반까지 떨어졌으니 다시 200여 미터 이상을 올려야 한다.
안부에서 길게 올라 무명봉을 오른다. 우측으로 꺾어 길게 내렸다가 다시 계단식으로 올라 두 번째 계단 끝에서 우측으로 우회한다. 아마도 '1006봉'인 듯하다. 우측으로 길게 내렸다가 다시 그만큼 길고 길게 올라간다. 숨이 턱에 찰 즈음 '화란봉'에 도착했다.(10:20).
# 화란봉 정상. 나무에 적은 소박한 정상목과 맞은 편엔 아크릴판에 손으로 적은 이정표도 있다.

화란봉에서 세 분의 대간꾼을 다시 만났다. 광명에서 왔다고 한다. 여성 한 분이 계시는데 많이 힘들어 하는 듯하다. 같이 담소도 나누고 간식도 나눠 먹으며 충분히 휴식했다.
화란봉 정상은 나무가 우거져 조망이 전혀 없다. 이름이 특이하여 화란 사람 하멜이 왔었나, 아니면 히딩크나 아드보카트가 올랐나 싶지만 '꽃 花, 난초 蘭'자를 쓰고 있다. 산이 난초꽃처럼 생겼다는 것이다.
산 속에 있으니 난초꽃처럼 생겼는지, 솥뚜껑처럼 생겼는지 알 수가 없고 단지 산 봉우리를 보고 난초 꽃을 연상한 그 감성에 감탄할 따름이다. 광명분들에게 먼저 가겠노라 인사하고 정상을 내려 가자 바로 우측에 '바위전망대'가 나온다.
# 화란봉 정상 바로 아래 바위전망대.

# 안반덕의 채소밭. 가운데 안부가 피덕령인 듯하다.

# 땡겨보니 건물이 보이는데 아마도 도암댐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작은 바위이지만 전망이 아주 훌륭하다. 잠시 조망 구경하고 아래로 내려 가는데 다시 곧 바로 노송과 바위가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 이곳이 지도상 전망대인 것 같다.

전망대를 지나자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된다. 경사가 아주 가팔라서 백두대간 남진을 할 경우 이 곳에서 땀 꽤나 뺄 것 같다. 바위길 급경사를 길게 내려 다시 날등을 타고 길게 내려간다. 무릎이 시큰시큰해 질 무렵 숲을 벗어나 '벌목' 후 잡목으로 뒤덮인 곳을 만난다.
뙤약볕이 바로 쏟아져서 고글을 꺼내 착용했다. 잠시 진행하다 다시 숲으로 들어갔다. 날등을 타고 가파르게 내려가다 잘 가꿔진 '묘지'를 지난다. 다시 무명봉을 하나 넘어 '시멘트 임도'를 지나 파란색 지붕을 한 창고를 지나자 '닭목재'에 내려선다.(11:13)
# 2차선 도로가 지나는 닭목재.

# 계항령이든지, 닭목재이든지 할 것이지...

삽당령에서 5시간 13분 걸렸다. 실전 백두대간에서도 여기까지 5시간 10분을 예상했으니 정확하게 들어온 셈이다. 아침에 삽당령에서 출발할 때는 추워서 덜덜 떨리더니 이곳 닭목재는 뙤약볕이 내려 쬐여 살갗이 따갑다. 얼른 도로를 건너 산불감시 초소와 도로 사이에 나 있는 임도 따라 올라갔다. 잠시 오르자 '비닐 하우스'가 나오고 임도로 계속 올라간다.
햇볕이 너무 강하고 바람 한점 불지 않아 편안한 임도를 걷는 데도 너무나 힘이 든다. 한참을 걸어 올라 '전나무 숲'을 지나고 찔레꽃이 만발한 곳을 지나 자작나무 조림지에서 임도는 좌로 90도 꺾인다. 조금 지나서 '우측 숲'으로 들어갔다.
# 호피무늬가 선명한 붓꽃.

# 참조팝나무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아직은 꽃을 활짝 피우진 않았다.

# 뙤약볕 강렬한 임도 따라 낑낑 올라 갔다.

# 전나무 조림지를 지나고... 아이고, 덥고 힘들어!

숲으로 들어가자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화란봉에서 가파르게 내려 오면서 까먹은 고도를 일시에 회복하겠다는 듯이 길게 올라간다.
등로 우측 나무엔 '전기철조망'이 이제는 작동을 멈추고 길게 이어져 있다. 뙤약볕 아래 30여 분 걸은 것이 체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헉헉 낑낑 대며 오르니 다시 '임도'와 만나게 된다. 잠시 올라 가니 '맹덕목장 정문'이 나온다. 이곳에서 대간길은 좌측 숲으로 들어 가는데, 초입의 나무 그늘이 너무 아까워 배낭 풀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11:54)
# 오래된 소나무 곁을 지나 올라 간다.

# 맹덕 목장 정문. 좌측 숲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12:10. 짐 챙겨 다시 출발했다. 잠시 오르자 우측으로 넓은 맹덕목장이 모습을 나타낸다. 엄청난 규모이다. 그러나 소똥냄새도 나지 않고 양떼의 노린내도 나지 않는다. 여름 한낮의 타는 듯한 뙤약볕 아래 그저 모든 것이 조용할 따름이다. 아마도 더이상 목장 운영을 하지 않는 듯하다.
지도를 살피니 목장의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올라 가서 목장 뒤 '산 마루금'을 따라 '우측으로' 길게 진행해야 할 것 같다. 목장 가장자리의 낡은 전기 철조망을 따라 길게 가다가 헉헉 대며 오르막을 치고 올라간다.
닭목재 이후 갑자기 체력이 떨어져 헉헉대는데 마눌은 오히려 기운이 샘솟는지 앞장 서서 잘도 올라간다. 거참 희한한 부부야! 오전엔 남편이 기운이 남아 씽씽 달리고, 오후엔 마눌이 기운이 넘치고!!
낑낑 올라서 마루금을 걸어 가다가 숲으로 들어가 진행한다. 산의 왼쪽 사면도 역시 목장지대이다. 그러나 관리를 하지 않아 잡목이 무성하고 군데군데 빼어난 노송들과 고사목들이 운치있게 서 있다.
농장의 전기 철조망을 따라 계속 전진을 하는데 바람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우리가 점심 먹을 때 앞서 갔던 세 분이 쉬고 있다. 리더인 듯한 분은 쌩쌩한데, 두 분은 영 지쳐 보인다.
쉬었다 오시라 인사하고 우리는 계속 전진했다. 잠시 후 '맹덕목장 후문'에서 위로 올라 '백두대간 등산로'라고 적힌 하얀 팻말을 지나 오름을 낑낑 올라갔다. 한참 후 '왕산 제1쉼터'에 도착했다.(12:40)
# 뙤약볕 아래 인적없이 조용하기만 한 맹덕 목장.

# 목장 가장자리를 따라 955.6봉을 올라 우측으로 간다.

# 산의 왼쪽 사면도 목장지대다. 멋진 고사목이 서 있다.

# 왕산 제 1쉼터.

왕산 제1 쉼터는 지도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다. 이정목과 쇠로 만든 벤치가 몇 개 놓여 있다. 표언복교수가 대관령까지 3시간 10분거리라고 적어 두었다. 아이구야~ 그건 산에서 날아다니는 사람들 이야기이겠지.
물을 충분히 준비해 왔지만, 너무 더워서 물 소비가 많았더니 걱정이 된다. 아껴 먹자! 충분히 쉰 후 출발했다. 곧바로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전에 비실대던 마눌은 씩씩하게 잘도 올라가고, 오전에 몸이 가볍던 나는 자꾸만 뒤로 처진다.
길게 올라 고도를 1000미터 넘게 올리더니 무명봉 정상 직전에서 우회하여 가다가 아래로 계속 떨어져 내린다. 아니, 계속 올라가야지, 떨어지면 어떡하냐? 전방을 보니 고루포기 산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마루금을 가다가 '작은 공터'를 만났다.13:05
고도계가 980m를 가리키고 있다. 고루포기산이 1238.3m이니 아직 고도를 250m 넘게 올려야 한다. 아이구야~~~ 바로 오름이 시작되는데 아주 빡세게 올려 부친다. '바위지대'가 앞을 막아 낑낑 오르고, 이후 등로가 돌길이어서 걷기가 힘들다. 아이구 아이구 소리 내며 힘들게 오르니 '왕산 제 2쉼터'가 나온다.(13:32)
# 바위지대를 낑낑 올라 간다.

# 왕산 제 2쉼터. 벤치가 학교 교실의 책상처럼 앞으로 나란히! 하고 있다.

이정목엔 고도를 952m라고 적어 두었다. 고도계에는 1100m로 나오는데.. 제1쉼터의 고도도 엉터리로 적어 두었더니...
바로 급경사가 시작되고(지도상 급경사 표기 지역), 한걸음 한걸음 천근처럼 무겁게 올라간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낑낑대며 올라가니 한순간 앞이 툭 트이는 뙤약볕 속으로 나서게 된다.'35번 송전탑'이다.
송전탑에서부터는 숲길이 아닌 '임도'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강렬한 햇살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봉우리를 올라 가지만 아직 정상이 아니다.
고루포기산아! 네가 오늘 사람 잡는구나! 오늘 구간을 별로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시작했고, 처음에 몸 컨디션이 좋아 널널한 산행이 되겠구나 했는데, 이곳 고루포기에서 완전히 초죽음이 되었다. 새벽에 몸 한 군데 좋지 않았던 것과 점심 무렵 뙤약볕 아래 노출되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햇살 따가운 '임도'를 따라 계속 전진하다가 '우측 숲'으로 들어 간다. 숲길을 가는데, 얼라? 도로 아래로 내려가네? 환장하겠구만! 길게 내려 가다가 다시 '임도'를 만나 이번에는 위로 낑낑 올라갔다. 그것 참!!!
'38번 송전탑'을 만나 아래로 통과해서 다시 임도를 만났다. 잠시 가다가 우측 숲으로 들어가 잠시 가니 드디어 '고루포기산' 정상이 나온다.(14:10)
# 대간길은 38번 송전탑 아래로 이어진다.

# 너무나 힘들게 올라 온 고루포기산 정상.

고루포기산 정상엔 삼각점과 이정목, 벤치가 하나 있는데, 햇볕이 너무 뜨거워 사진 한 장 찍고는 바로 내려갔다. 닭목재에서 세 시간 동안 죽을 힘을 다해 올라 와서는 몇십 초 머물고 내려갔다.
정상 바로 뒤 숲 속에도 벤치가 있어 배낭 내리고 잠시 휴식했다. 실전 백두대간에서 예상한 시간대로 오기는 했지만 너무 힘든 오름이었다. 높은 기온과 햇볕 때문에 더욱 힘이 들었다. 쉼터를 나와 다시 임도를 만나고 '39번 송전탑'을 지나게 된다. 임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등로 주변에 야생화가 지천이다. # 요강나물. 꽃이 요강을 닮아 얻은 이름이다. 한국 특산종으로 미나리아재비과이다. 중부 이북의 높은 지대에서 자란다.

# 요강나물의 씨앗인 듯하다.

# 노루오줌. 습한 곳을 좋아한다. 뿌리에서 오줌냄새가 나서 얻은 이름이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뿌리와꽃은 약용으로 쓴다.

# 눈개승마. 장미과이다. 그늘을 좋아한다. 어린 순은 식용으로 한다.

노루오줌이 지천이다. 처음으로 야생화 이름을 지었던 사람들은 노루오줌과 쥐오줌 냄새를 구별할 수 있었을까? 괜한 생각을 해 본다.
임도 따라 내려가다가 우측 숲속으로 들어가고 잠시 진행하자 작은 '돌탑'을 쌓아둔 곳이 나온다. 아마도 '오목골 갈림길'인 듯하다.
돌탑을 지나 습한 숲속길을 계속 진행했다. 고루포기 오르면서 세 시간 동안 뙤약볕에 바싹 익은 몸이 이제서야 좀 안정된다. 관중이나 고사리등 습한 곳에서 자라는 양치식물들이 무성하다. 등로 주변은 멧돼지들이 완전히 밭갈이를 해 두었다. 어두운 숲에서 멧돼지가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까봐 걱정된다.
사진 찍고 기록하는 동안 앞장서 간 마눌 따라 간다고 뛰어가는데, 갑자기 눈 앞에 별이 번쩍한다. 등로에 비스듬히 걸쳐 있는 나무를 제대로 들이박은 것이다. 한참을 머리를 감싸고 앉아 있어야 했다. 얼마나 쌔게 박았는지 금세 머리에 혹이 잡힌다. 아이구~ 아파라!!!!! 마눌 그것도 모르고 늦게 온다고 야단이다.
잠시 진행하자 전방으로 조망이 훌륭한 '대관령 전망대'가 나온다.(14:40)
# 작은 돌탑이 있는 오목골 갈림길.

# 대관령 전망대.

# 영동고속도로와 주변의 횡계리 구릉지대가 조망된다.

조망 구경하면서 간식 먹으며 한참을 휴식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소리가 요란하다. 대간길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꺾여 급격하게 떨어져 내린다. 지도상 '길 주의 구간'이다.
급하고 위험하게 아래로 떨어지는데 가도가도 급경사가 계속 이어진다. 무릎이 시큰시큰 하다. 잠시후 나무가 옆으로 쓰러져 자라며 대간길을 가로막고 있는 곳이 나온다. 두 번 박을 수는 없다. 조심하자! 스틱에 의존해서 계속 내려가니 '왕산골 갈림길'이 나온다.(15:08)
순하게 올라 무명봉을 하나 넘자 하얀 로프로 앞을 막아 둔 곳이 나온다. 대간길은 좌측으로 90도 꺾여 급격하게 떨어져 내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계속 급하게 아래로 내린다. 무릎이 계속 시큰거린다. 한참을 내려 안부에 닿고 이내 '왕산골 갈림길'을 다시 만난다.(15:28)
# 머리 조심! 수구리!

# 두 번째 왕산골 갈림길.

두 번째 왕산골 갈림길은 '샘터 갈림길'이기도 하다. 실전 백두대간 지도에는 이곳을 '횡계현'이라고 적어 두었다. 좌측으로 100m 내려가면 샘터가 있다고 하는데, 물이 간당간당하여 내려 가볼까도 싶지만 지친 몸에 산길 100m 는 너무 먼 거리다. 능경봉만 넘으면 되니까 그냥 가자!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1터널이 지나는 무명봉을 헉헉대며 넘어 가자 '쉼터2'라고 작은 팻말이 달려 있는 곳이 나온다.(15:45). 그러나 벤치 등 쉴 수 있는 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고 야생화를 심어 두고 안내판만 세워 두었다. 이후 내리고 올리고 지루하게 진행하다가 '능경봉 오름 직전 안부'에 도착했다.(15:57)
이제부터는 올라 가는 일만 남았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름을 올라 간다. 계단식 오름이다. 3단으로 올라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오르는데 아직 능경봉은 아니다. 고도계에 1040m 로 찍힌다.
그런데 다시 떨어져 내리네? 잠시 내리다가 이후 줄기차게 위로 올라간다. 오름 하나를 치고 오르고 2단째에 '행운의 돌탑'을 만났다. 밑 부분만 완성해 두고 나머지는 산행객들에게 완성시키라는 의미인가 보다. 돌 하나 올려 행운을 빌어 보고 다시 출발했다.
잠시 후 하얀 돌로 등로를 덮어둔 '흰 돌길'을 만난다. 굳이 이곳에다 돌길을 만든 이유를 모르겠다. 할려면 끝까지 하든지...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 올려 낑낑 올라 가니 드디어 '능경봉'정상에 오른다.(16:32)
# 돌 하나 보태오니 행운을 주소서!

# 흰 돌길.

# 오늘 구간의 마지막 포스트인 능경봉. 지도에는 1123.1m로 나오는데 정상석엔 1123.2m라고 적혀 있다.

완전히 진을 다 빼고서야 능경봉 정상에 설 수 있었다. 고루포기산에서 너무나 힘을 빼서 마지막에 체력이 바닥이 나 이곳 능경봉 오름이 아주 힘들었다. 하지만, 고루포기에 비하면 쉬운 편이었다.
능경봉 정상엔 지역 산꾼 남녀 다섯 분이 먼저 올라와 있다. 닭목재에서 올라 왔다고 한다. 남자분이 마눌에게 친절을 베풀면서 이것저것 물어 보고 대단하다! 부럽다! 감탄을 하더니 자기들 차로 삽당령까지 태워 주겠단다. 아이구,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지요!
그러나 이내 그 문제 때문에 자기들끼리 언쟁이 붙는 것 같아 가시는 길목 어디든지 택시 서는 곳까지만 데려다 주시라고 먼저 말을 했다. 그래서 능경봉 하산은 지역 산꾼들과 같이 했다. 이 분들 사투리가 완전히 동막골 버전이어서 이북 사람들과 같이 있는 기분이다.
정상을 내려오자 바로 우측에 '헬기장'이 나오고 다시 묘지도 지난다. 길고 가파르게 내려 간다. 주변 숲속에서 나물 캐는 사람들도 다수 만나고, 능경봉을 목표로 대관령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몇몇 만난다.
길게 내려가다가 계곡물을 모아서 호스로 아래로 내려보내는 곳을 지나고 다시 저 내려가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넓은 광장에 나서게 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제왕산' 가는 길이다. 제왕산은 능경봉에서 갈라져 나가 '오봉산'으로 이어진다. 제왕산(帝王山)이란 이름은 고려말 우왕(禑王)이 이곳으로 쫓겨와 피신한 데서 얻은 이름이란다. 쫓겨난 왕이 숨은 산에 웬 제왕? 이름으로라도 쫓겨난 왕의 심정을 위로하자는 의도였을까?
아래쪽으로 임도와 연결되어 있고 반가운 '샘터'가 있다. 위쪽의 계곡물을 모아서 이리로 내려 보내는 모양이다. 거북을 형상화한 것 같으나 조악하여 종류를 알 수 없게 만든 조형물의 입에서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세수도 하고 손발도 씻고 싶지만 시원하게 목을 추기는 걸로 만족했다. 등에는 '용천수(龍天水)'라고 적혀 있다. '龍泉水'가 맞는 표현 아닌가? 바로 곁에는 '인풍비(氤風碑)'라고 적힌 비석이 서 있다.
# 물이 너무나 시원하고 맛있었다.

# 인풍비(氤風碑).

'인풍비(氤風碑)'의 인 자는 '기운 어릴 인(氤)'이라고 옥편에 나온다. 평소 한자 실력은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처음 보는 글자이다. 천지 기운과 바람이 모이는 곳이란 뜻인가? 아니면 예로부터 바람 강하기로 유명한 대관령 고개의 기운을 이렇게 찬양하는 비를 세움으로써 조금이라도 다스려 보자는 의도인가?
자료가 없어 정확한 뜻을 알 수는 없으나 대충 짐작만 하고 떠났다. 차를 가지고 약수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임도 건너 샛길을 걸어 야생화 가득 피어 있는 언덕을 하나 넘자 구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가 나온다.
# 미나리 아재비.

# 다른 포즈로...

# 국수나무. 찔레꽃 비슷한 느낌이 난다 했더니 장미과이다. 전국 숲속에 흔하게 자라는 나무이다. 줄기를 꺾으면 국수가닥 같은 속심이 나와 국수나무라 불렀다.

# 백당나무. 인동과의 낙엽관목으로 산수국과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산수국은 꽃이 푸르거나 붉은 보라색을 띄는데 반해 백당나무는 꽃이 희다. 불당 앞에 심는 나무라 해서 백당이라 불렀다.

# 범꼬리. 마디풀과이다. 산골짜기 양지바른곳에 자란다. 꽃이 범의 꼬리를 닮았다 해서 범꼬리라 불렀다.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한다. 뿌리줄기는 열을 내리거나 경기를 다스리며 종기의 염증을 없애는데 사용했다.

# 샤스타 데이지. 야생화는 아니고 외래 원예종이다. 
#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 
거대한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 주변엔 관공객들로 붐빈다. 좌측 아래에 구 영동고속도로 휴게소가 있고 거대한 풍차 세 대가 서 있다. 인풍비로 다스리지 못한 대관령의 바람을 풍차를 이용해서 오히려 이용하고 있다. 계단을 걸어 내려 휴게소에 들어서며 오늘 구간 산행을 마친다.(17:10)
# 바람을 다스리기 보다 이용하고자 하는 대관령의 현재 모습.

# 대관령 비석. 옛날 강릉을 갈 때는 반드시 저 비석을 봐야만 했다. 비록 고속도로라고 했지만, 구절양장의 대관령 고갯길을 넘어야 했고.

# 동해바다를 감상하고 있는 관광객. 
삽당령에서 11시간 10분이 걸렸다. 오전에 닭목재까지 진행해 보고 10시간 대면 충분할 걸로 예상했었는데, 고루포기산 오르면서 뙤약볕 아래 노출되어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시간 지체가 1시간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실전 백두대간에서 이 구간을 11시간 10분을 예상했으니 정확하게 그 예상 시간과 맞아 떨어졌다.
휴게소 마당에는 가족, 연인끼리 모여서 음식을 먹거나 쉬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대관령 터널이 뚫리면서 고속도로 휴게소로서 기능을 잃어 버린 이곳은 이제 옛 정취를 느끼고자 옛길로 넘는 사람들이나 대관령 양떼 목장으로 나들이 가는 사람들의 쉼터로 변하였다.
같이 하산했던 지역 산꾼들은 내려오면서 마음이 변했는지 다른 소리를 한다. 마음 써 준 것만도 고맙다고 인사하고 도로가로 나가 히치를 시도했다. 한참을 길가에서 서성였다. 드디어 봉고차 한 대가 고맙게도 차를 세우고 타라고 한다. 고개 아래 성산까지만 부탁을 드렸더니 마침 그곳 가는 차라고 한다.
그런데 이 아저씨, 자그마하고 얌전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거의 폭주족 수준이다. 금방이라도 분해되어 버릴 것 같은 낡은 봉고차를 몰고 구절양장 구불구불한 대관령 길을 추월 또 추월, 중앙선 넘나들기, 드리프트까지 하면서 달려 내려 간다.
손에 땀이 흥건해져서 성산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멀미가 나면서 속이 울렁거린다. 아이구~ 태워주셔서 고맙기는 한데 죽을뻔 했소이다!!
이제 다시 삽당령까지 가는 차를 타야 하는데... 성산 파출소 건너 슈퍼집에서 아이스 바 하나 사 먹는데, 마침 가게 옆에 개인택시가 하나 서 있다. 삽당령까지 2만원에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탔는데, 이 아저씨도 구불구불한 삽당령고개를 날아서 올라간다. 또 한번 토하려고 하는 속을 진정시키고 삽당령에 내려 원점회귀를 마쳤다. "강릉 사람들 생각보다 과격하구만!!!"
그렇게 삽당령 구간의 대간 종주산행을 마쳤다. 하지만 아직 일정이 남았다. 마침 오늘이 내가 창립 멤버로 활동했던 견지낚시 동호회 정기 공동출조가 있는 날이기 떄문이다. 피곤하다는 마눌 억지로 달래 정선과 영월 거쳐 단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할 만큼의 시간을 소모한 후에 단양 군간대교 아래의 늪실 여울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1년 만에 만나는 낚시 선후배들과 반갑다, 미안타, 부어라, 마셔라! 로 회포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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