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백두대간]그 마지막 걸음(미시령~진부령)-백두대간 남녘구간 종착점에서다 본문

1대간 9정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그 마지막 걸음(미시령~진부령)-백두대간 남녘구간 종착점에서다

강/사/랑 2007. 6. 25. 22:24
 [백두대간]그 서른아홉번째(미시령~진부령)

  


백두대간(白頭大幹)은 머나먼 길이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강원도 고성 진부령까지의 그 길은 도상 거리 600여 km, 실제 거리 800여 km에 이르는 대장정(大長程)이다. 그 길 멀고 험하기에 산 타는 이 아무나 쉬 시작하지 않고 시작한 이 아무나 쉬 마무리 하지 못한다. 그 어려운 여정(旅程)에 뛰어든 것이 지난해 삼월이었다.


아무나 쉬 시작하지도 마무리하지도 못하는 벅찬 길이기에 그 길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覺悟)가 필요하였다. 그리하여 백두대간 종주에 임하는 나를 상징하는 화두(話頭)로 '어느 날 문득'이란 말을 내세웠다.


어느 날 문득, 이대로 늙어 가서는 않되겠다는 생각.

어느 날 문득, 참 늘어진 고무줄 같이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

어느 날 문득, 정신에 때가 참 많이도 묻어 있구나 하는 생각.

어느 날 문득,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


중년의 느슨한 삶에 노곤하던 나는 '어느 날 문득' 번갯불 번쩍이는 느낌 하나 들어 지도 한 장 챙겨들고 백두대간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땀과 눈물을 그 산길에 뿌리며 한 걸음 두 걸음 북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어느 날 문득' 느낀 생각의 결과였고 '어느 날 문득' 시도한 행위의 결과였다.


그러나 하루 이틀 백두대간 종주의 연륜(年輪)이 쌓여가고 한 걸음 두 걸음 발걸음 수가 누적되어 가면서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몰입(沒入)'이다.


몰입의 예는 다양하다. 놀이터에서 놀이에 빠진 아이들을 보노라면 다른 아무 것에도 관심 없고 오직 노는 그 행위에만 몰입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수재(秀材)들의 경우에도 몰입도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고,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창작활동도 남다른 몰입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다.


몰입이란 강렬한 주의 집중 상태로 '무언가에 흠뻑 빠져 심취해 있는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상태'를 말한다. 몰입이론(沒入理論)의 창시자인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zentmihalyi)에 의하면 몰입했을 때의 느낌이란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나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으로 정의된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잘 하는 사람의 특징으로 '자기 목적적(自己 目的的)인 성격(autotelic personality)'을 꼽았다. 이들은 내재적 동기(內在的 動機)가 강한 사람이어서 외부적 보상보다는 일 그 자체를 위해 끈기있게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분명한 목표(目標)를 가지고 끈기있게 그리고 즐기면서 어떤 행위에 도전한다. 그 몰입의 결과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보이고 자기만족도 높다.


이렇듯 몰입이란 행위는 그 자체로 삶의 질을 높혀 주고, 위대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매개체가 된다. 나 역시 이 년여 동안 백두대간 종주를 이어 가면서 그 힘들고 먼 여정을 계속하게 이끌어 준 동력은 '몰입'이었다. 그리고 그 몰입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져 기꺼이 그 행위를 즐기며 산길을 걸었다.


백두대간 매 구간의 종주 준비를 하면서 지도나 선답자의 산행기를 통해 인도어 클라이밍(Indoor Climbing)을 하고,

온갖 종류의 등산용품을 방 가득 늘어 놓고 혼자 흐뭇해 하고,

금요일 밤 편안한 집을 두고 피곤한 몸 이끌고 짐 바리바리 싸서 들머리 찾아 떠나고,

산속에서는 헉헉 낑낑 땀 범벅이 되어도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에 빠져 힘든 것도 잊어버리고,

산행 다녀와서는 사진 정리에 산행기 정리에 며칠씩 허비하면서도 그 시간 아깝지 않고,

산에 못들어 갔을 때는 다른 이들의 산행기 읽으며 같이 산길 걷는 동참의 산행을 하였다.


이러한 백두대간 종주라는 몰입의 과정이 지난 이 년 동안 내 삶의 가장 커다란 기쁨이었다. 그 몰입이 있었기에 지난 이 년간은 참으로 행복했다. 그렇게 백두대간에 몰입하면서 발걸음 수(數)를 누적시켜 온 결과, 드디어 백두대간 남녘 구간의 종착역인 진부령에 내려 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의 삶은 마냥 행복으로만 점철될 수는 없는 모양이다. 햇살이 비춰 밝은 양지가 생기면 그 뒤쪽엔 언제나 어두운 그림자가 뒤따라 오는 법이다. 이 년동안 이어오던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하는 날. 내 삶을 송두리채 뒤바꿀 일이 생길 줄이야...



드디어 백두대간 남녘구간 종착점에 서다!!


구간 : 백두대간 제 54, 55 소구간 (미시령~큰새이령~진부령)
거리 : 구간거리(15.6 km), 누적거리(800.14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6년 10월 14일 흙의 날.
세부내용 : 미시령(05:30) ~ 헬기장 ~ 상봉샘(06:40) ~ 암봉 전망대 ~ 상봉(07:20)/20분 휴식 ~ 
너덜지대 ~ 암릉 전망대 ~ 화암재(08:18)/조식(08:50) ~ 전망대 ~ 신선봉 갈림길 ~ 신선봉(09:20) ~ 암봉 ~ 1094봉/갈림길 ~ 큰새이령(11:00) ~ 너덜지대 ~ 암봉(11:35) ~ 890봉(11:52) ~ 단풍나무숲 ~ 병풍바위(12:58) ~ 마산봉(13:25)/휴식(14:10) ~ 알프스 리조트 팬스(14:50) ~ 억새밭 ~ 알프스 리조트(15:10)/휴식 ~ 주차장 ~ 연못/비닐하우스 ~ 군부대 ~ 철조망 ~ 창고/시멘트도로 ~ 흰집 ~ 임도 ~ 진부령 관광농원 ~ 이동통신 중계소 ~ 포장도로 ~ 진부령(16:10).

총 소요시간 10시간 40분. 

10월 13일 쇠의 날. 서둘러 회사 일 정리하고 퇴근해서 서둘러 보지만 오늘도 출발은 늦다. 오후 11시에 집을 나와 영동고속도로에 올라섰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냅다 달려 홍천 나들목으로 나갔다. 다시 인제 거쳐 한참을 내달려 구불구불한 미시령 고개를 올라간다. 미시령휴게소에 도착하니 새벽 2시다.

미시령엔 강한 바람과 한 치 앞을 구분하기 힘든 짙은 안개가 자욱하다. 주차장 한쪽엔 해리님 애마만 홀로 짙은 안개속에 서 있다. 뒷좌석 눕혀 놓고 해리 세리님 두 분이서 복분자 잔을 돌리며 부부애를 키우고 계신다. 우리도 얼른 합세해서 술 한 잔 돌려 대간꾼의 정을 나눴다.


신선봉/神仙峰

높이 1214m. 금강산 남쪽 제1봉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 자리잡은 신선봉은 국내의 비경중 숨어있는 절경중 절경인 곳이라 말할 수 있다. 설악산의 주릉이 황철봉을 지나 미시령에서 잠시 숨을 멈추고 북단의 진부령 금강산을 향하다 마지막 절경을 빚어낸 곳이다. 이곳은 특히 백두대간의 남쪽방향에서 최북단의 첫 번째 코스로 대간종주자들에겐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기암에 걸친 노송과 가문비나무는 천년세월에 빚어낸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진 설악산울산바위 동해바다와 어우러지며 절경을 연출한다. 또한 신선봉 신선대자락 아래 자리잡은 화암사는 금강산 일만이천 봉 팔만구 암자 중 첫 번째의 암자로 알려져있고 신선봉은 그 첫 번째 봉우리로 불리우는 금강산과 맥을 같이하는 곳으로 불린다

대간령/大間嶺

강원 인제군과 고성군 간성읍 사이에 있는 고개. 높이 641 m. 일명 큰새이령이라고 한다. 백두대간의 鞍部에 해당하며 옛날에는 진부령, 한계령과 함께 동서교통의 주요통로였다. 그러나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간성으로 넘는 진부령과, 용대리에서 속초시로 바로 넘는 미시령이 포장되면서 이 고개는 옛날의 소로(小路)에 그치고 있다.

진부령/陳富嶺

강원 인제군 북면(北面)과 고성군 간성읍을 잇는 백두대간의 고개. 높이 529m이며, 백두대간에 속한다. 소양강(昭陽江)의 지류인 북천(北川)과 간성읍으로 흐르는 같은 이름의 소하천, 즉 북천의 분수계가 되어 있다. 간성~한계리 국도가 지나는 이 고개는 중부지방 백두대간의 여러 고개 중에서는  높이가 가장 낮다. 그러나 잿마루에 올라서면 동해와 태백산지 사면의 수해(樹海)가 눈아래에 펼쳐지고, 구곡양장의 고갯길이 장장 16 km에 걸쳐 이어진다. 인제쪽에 원통리(元通里), 간성쪽에 진부리가 있어 각각 영하취락(嶺下聚落)을 이룬다. 또한 진부리 길가에는 6·25전쟁의 향로봉지구 전적비가 서 있으며, 고개 남쪽에는 현대 장비를 갖춘 알프스스키장이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제 54, 55 소구간 미시령 ~ 큰새이령 ~ 진부령 개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두 시간 정도 차에서 눈을 붙인 후 4시 30분에 기상했다. 마눌은 피곤했는지 깨워도 쉽게 일어나질 못한다. 그래 좀 더 자라!

누워서 오늘 산행을 구상하고 있는데, 짙은 안개를 뚫고 차량 한 대가 접근하더니 10여 명의 사람들이 내린다. 
단체 산행객들이다. 아마도 오늘 단체 졸업하는 사람들인가 보다. 그 중 한 사람이 우리 차로 접근하더니 후레쉬를 차 안에 마구 비춰댄다. 남의 차안을 뒤져봐서 어쩌겠다구? 그만 가라고 손짓했더니 일행을 따라 산으로 올라간다.

이후 또 한 팀의 산객이 산으로 올라간다. 나중에 보니 마음의 여유님과 만산홍엽님 팀이다. 이 날 처음 인사하였다. 힘들어 하는 마눌 깨워 우리도 산행 준비했다. "국공파가 나타나기 전에 얼른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서둘러라!" 얼른 준비하고 차 밖으로 나갔다. 어둠 깔린 미시령엔 찬바람 가득하다. 짙은 안개와 강력한 바람이 몸을 휘청이게 만든다.

          

# 속초의 야경. 강한 바람 때문에 제대로 된 사진을 남길 수 없다. 사진이 속절없이 흔들렸다. 

 

 

강한 바람 때문에 기온이 급강하해서 우모복을 꺼내 입고 버프로 얼굴도 가렸다. 국공파 나타날까봐 마음이 급해 아침식사는 생략하고 해리님 내외 배웅을 받으며 출발했다.(05:30)

미시령 휴게소 주차장 우측 난간 밖으로 나가서 철조망을 넘어 절개지를 따라 위로 올라간다. 
절개지 상단 이동통신 중계탑을 지나 본격적인 대간 마루금을 따라 올라 갔다.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어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안개가 짙어 이마의 등불도 흩어져 여러가지로 어수선한데, 조금 오르자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지난주부터 산행 시작하면 이런 증세가 나타나더니 오늘은 좀 심하네??? 좀 쉬었다 가자!

쉬었더니 괜찮아져서 다시 출발했다. 좀 헉헉대며 오르면 가슴이 답답하면서 아프고 꼭 체한 듯이 트림이 나며 명치 부근이 아프다. 이러다 오늘 무슨 일 나는 것 아냐?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오늘이 지난 이 년 동안의 백두대간 종주 마지막 졸업을 하는 날이고, 요즘 국공파의 등쌀이 심해 다시 도전하기도 어려우니 그냥 가기로 했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이 죽음의 사선을 넘나드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그렇게 가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며 위로 올라갔다. 무명봉을 넘어 마루금의 날등을 타고 올랐다. 잠시 후 강한 바람과 안개 가득한 '헬기장'을 지난다.

계속 가다쉬다 하며 올라가는데 우측 숲 너머로 일출이 시작된다. 원래 계획은 상봉 정상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었는데... 그래도 마눌과 둘이 마지막 대간길에서 만난 싱싱한 '날해'와 뜨거운 조우를 했다. 흐으읍~~ 흐으읍~~ 태양의 정기를 마시자!!!



# 숲에 가려 아쉽기는 하나 여전히 뜨거운 일출!

 

 

잠시후 '갈림길'을 만나 암봉의 좌측길로 낑낑 올라 '상봉샘'에 이른다.(06:40). 상봉샘은 낙엽에 뒤덮혀 엉망으로 방치되어 있고 물줄기도 아주 약하다. 낙엽을 걷어내고 주변 정리를 좀 하니까 비로소 샘터같은 모습이 된다. 상봉 샘물 한잔 마셨더니 답답하던 속도 뚫리고 견딜만 해진다. 15분 정도 푹 휴식하고 출발했다.

잠시 후 너덜길을 만나고 너덜길 중간에 '바위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는 지나온 마루금이 한눈에 조망된다. 용대리쪽은 운해로 뒤덮혀 있고, 그 운해는 미시령을 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상봉샘. 나뭇잎 뒤덮혀 깨끗하지 못했다. 주변 정리를 하니 비로소 샘터 모양을 갖춘다.

 

 
# 운해에 뒤덮힌 용대리.

 

 

 

# 운해는 점점 미시령쪽으로 밀려든다.

 

 

                        

# 지나온 대간길. 지난 구간의 황철봉 너덜지대가 보이고 미시령을 넘는 운해도 보인다.

 


계속 너덜길을 치고 오르는데 중간중간 가슴이 너무 아파 쉬어야 했다. 이렇게 가슴이 아팠던 적이 없는데... 휴식을 취하면 아무렇지도 않아 일단 계속 전진했다. 이 순간들이 엄청나게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그냥 별 일 아닌 줄 알았다.

상봉 오르기 전에 암봉 하나를 만나지만, 좌측 너덜지대로 우회하여 오르게 된다. 너덜지대로 오르니 돌을 쌓아 만든 군참호가 나오고 저 아래 헬기장에서 새벽에 우리를 추월해 올라간 두 분이 강력한 바람을 피해 몸을 바짝 낮추고 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 상봉 정상은 그곳에서 우측으로 바로 위에 있다.(07:20)



# 너덜에서 올려다 본 상봉.
 

 

 

# 바람이 너무 강력하여 촛점이 흔들렸다. 상봉의 돌탑.

 

 

# 바람 때문에 몸을 가누기 힘들다.

 

 

# 정상에서 돌아다 본 정상 전 암봉.

 

 

# 상봉 정상. 햇살을 향한 돌탑과 마눌.

 

 

정말 어렵게 올라 왔다. 느닷없는 가슴통증 때문에 가다 쉬다를 반복했더니 1시간 50분이나 걸렸다. 그나마 이곳에서부터 가슴통증이 완전히 사라져 다행이었다.

상봉 정상엔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고 있어 몸을 가누기가 힘든다. 마눌과 둘이 무사히 올라왔음을 서로 격려하고 주변 풍광 구경도 했다.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툭 트여 전방이 아주 훌륭하다. 북으로는 남녘 백두대간의 마지막 마루금과 그 너머로 향로봉의 군사시설도 조망되고, 남으로는 지나온 대간길이 미시령을 넘어 황철봉으로 이어지고, 서로는 용대리쪽으로 하얀 운해의 바다가 펼쳐지고, 동으로는 속초 앞바다의 물결이 아침 햇살에 황금빛으로 부서지고 있다. 과히 '상봉(上峰)'이란 이름을 얻을 만 하다.

한참을 경치 구경에 정신을 놓고 있는데 산객 한 분이 바람을 헤치고 올라온다. 번갯불에 콩 볶듯, 다리에 날개를 단듯 순식간에 대간 종주를 마쳐버린 늘빈자리님이시다. 서로 인사하고 사진 찍고 하는 동안에 다시 몇 분의 산객들이 더 올라 온다. 태달사 분들이 늘빈자리님 동행 산행을 오셨나 보다.


두루두루 인사하고 하는 동안에 이번엔 100두님이 다시 올라오신다. 오시자마자 카메라부터 들이대신다. 그럭저럭 다시 상봉 정상에서 20분을 넘게 지체했다.



# 아침햇살 속 고요한 속초와 동해바다.

 

 

# 가야 할 대간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뒤쪽 암봉이 신선봉이다.

 

 

# 용대리쪽엔 운해가 가득하다.

  

 

# 올라 오자마자 카메라를 들이대시는 100두님. 

 

 

늘빈자리님은 먼저 출발하시고, 우리도 주변 구경 좀 더 하다가 상봉을 떠났다. 동행 산행을 하신 분들은 상봉에서 갈라지는 능선을 따라 하산하신다 한다.

곧바로 로프를 붙잡고 내려간다. 암릉길이 이어지고 군데군데 로프를 타고 길게 내려 가야 한다. 그러다 '암봉'을 하나 치고 오르자 속초쪽으로 툭 트인 조망을 제공한다.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잠시 조망 구경하다 출발했다.



# 상봉에서 먼저 출발하시는 늘빈자리님.

 

 

# 가야 할 대간길. 중간의 병풍바위, 마산봉과 저 멀리 뒤쪽의 향로봉이 보인다.

 

 

# 줌으로 땡겨본 향로봉.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일반인은 갈 수 없는 곳이다.

 

 

# 암봉에서 바라 본 속초 앞바다. 햇살이 부서진다. 

 

 

# 가야 할 신선봉의 사면.

 


암봉을 지나 다시 로프를 타고 길게 내려 갔다. 로프 구간이 연속으로 나타난다. 대간길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내려갔다.

길게 내려 암봉 옆을 지나고, 다시 아래로 내려 너덜지대를 통과했다. 그곳에서 상봉에서 라면을 끓여드시던 두 분을 다시 만났다. 자신들을 홀대모, 홀산팬이라고 소개하신 분들인데, 한 분이 로프 구간 내려오다가 발목을 접질렀다고 한다. 그 분은 이렇게 아픈 발목을 하고 끝까지 걸어 졸업을 했다.

대명님도 이 구간에서 발목을 접질렀다고 하더니 다들 졸업 액땜을 하는 모양이다. 길이 젖어있고 바위들이 미끄러워 조심을 해야 하는 구간이다. 마지막이라 마음이 조금 풀린 탓도 있을 것이다. 길게 아래로 내려 '화암재'에 도착한다.(08:18)



# 햇살 따스한 화암재.

 

 

화암재는 우측으로 고성군쪽으로 내려가는 희미한 길이 있다. 그 길 끝에 금강산 화암사가 있다. 속초에 있는 절이지만, 이곳이 금강산의 제일 마지막 산에 속하는 신선봉이어서 금강산 화암사라 부르고 있다. 화암재란 이름은 화암사에서 비롯된 듯하다.


고개 한 쪽에 널찍한 공터가 있고 누군가 야영한 흔적이 있다. 군인들이 갖다 두었는지 넓은 나무 판자가 있길래 배낭 벗고 그곳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 화암재의 막영지.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간편 아침식사를 하고 08:50에 출발했다. 신선봉을 향해 위로 길게 올라 간다. 낑낑 올라 '바위전망대'에 올랐다.(09:00)



# 화암재로 내려 오는 대간길.

 

 

# 좌측에 있는 울산바위를 땡겨 본다. 근육질의 울산 바위가 웅장하다.

 

 

# 동해바다엔 햇살이 부서지고...

 

 

# 햇살에 밝게 빛나는 단풍.

 

 

전망대는 조망이 아주 좋다. 햇살이 비취자 단풍든 숲들이 저마다 환호성을 지른다. 음~~ 조우타!!! 다시 위로 낑낑 올라 신선봉 갈림길에 닿았다.(09:10)

나뭇가지에 배낭 벗어 걸어두고 신선봉으로 향했다. 신선봉은 금강산의 시작점이고 금강산 일만이천봉 중 남쪽 첫 번째 봉우리이다. 그러나 대간길에서 약간 우측으로 벗어나 있다. 금강산 첫봉우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당연히 정상구경을 다녀 와야 한다. 신선봉 가는 길은 너덜길의 연속이다. 이내 신선봉 정상에 도착했다.(09:20)



# 좌측 숲속이 신선봉 갈림길. 우측 암봉 밑으로 대간길이 이어진다.

 

 

# 신선봉 정상. 금강산 제일 남쪽의 봉우리다.

 

 

신선봉 정상엔 바람이 너무나 강력해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뭔가 지지물이 있어야 겨우 몸을 지탱할 수 있다. 그러나 조망은 너무나 훌륭하다. 과연 금강산 남쪽 제일봉이라 할만하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이 실감난다.

정상 바위 틈속에서 대간 졸업기념 산신제를 지내던 분들이 막걸리 한 잔을 권한다. 그런데 이분들 가만 보니 안면이 많다. 그분들도 우리를 알아 본다.


지난 여름 삽당령~대간령 구간할 때 화란봉 정상에서 만났던 분들이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이렇게 졸업도 같은 날 하는 군요!!!" 대간꾼들의 인연이란 참 여러 갈래이고 묘하다. 그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눠 먹고 신선봉을 내려 온다.



# 신선봉 정상의 헬기장. 바람 많은 야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 지난 여름 대관령 화란봉에서 만났던 부부 대간꾼을 여기서 또 만났다.

 

 

# 고성쪽 조망. 도원저수지.

 

 

# 구불구불 진부령으로 올라오는 46번 도로.

 

 

# 신선봉 정상부 너머 북동쪽 조망.

 

 

# 경치가 하도 훌륭해 계속 셔터를 누르게 된다.

 

 

# 홀로 우뚝 솟은 산이 이채롭다. 고성 운봉산이다.

 

  

# 바다에 잇닿은 청초호와 영랑호. 지리학상 석호(潟湖)라고 한다. 

 

 

신선봉 갈림길로 돌아와서 배낭 챙기고 있는데 단체 산행객들이 지나친다. 신선봉 구경 다녀 오시라 했더니 일부는 귀찮다고 그냥 지나가고 일부는 신선봉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잠시 내려가면 군 물품을 쌓아둔 곳이 나오고 암봉을 만나 좌측으로 우회하여 떨어져 내리게 된다. 길게 아래로 내려가게 되는데 바윗길이라 발목을 조심해야 한다.
잠시 후 바닥에 닿아 편하게 가다가 다시 '미니 너덜지대'를 만났다. 너덜에서는 지나온 신선봉이 한눈에 조망된다.



# 신선봉 하산길. 바위 붙들고 씨름하는 마눌.

 

 

# 너덜에서 돌아본 모습. 신선봉과 입구의 암봉.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짐승을 닮았다.

 

 

# 지나온 상봉쪽 조망.

 

 

# 참회나무 열매의 뒷통수. 참회하라!

 

 

계속 편하게 진행하다가 '갈림길'을 만났다. 직진길은 막아 두었지만 무심코 알바하기 십상인 곳이다. 지도상 '1094봉'이다.

이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떨어져 내려 간다.
가파르고 길게 내려 간다. 아주 길고 길게 내려가야 한다. 그렇게 길게 내려 가다가 한순간 숲을 벗어나고 노출된 마루금을 진행하게 된다. 저 아래 큰새이령으로 떨어져 내리는 산길과 건너편의 병풍바위 꼭대기와 마산봉이 건너다보인다.



# 길게 내려가다가 숲을 벗어나 키 작은 관목지대를 지난다.

 

 

# 건너편에 병풍바위와 마산봉이 보인다.

 

 

노출된 마루금을 편하게 가다가 다시 아래로 길게 떨어져 내린다. 참 길게도 내려 간다. '큰새이령'이란 이름값을 한다. 두 산의 큰(大) 사이(間) 고개란 뜻이다. 그렇게 길게 길게 내려 '큰새이령'에 도착했다.(11:00)

# 큰새이령.

 

 

# 소박한 이정목.

 

 

진부령과 미시령 사이에는 지금은 풀숲에 가려 등산꾼들도 여간해서 잘 다니지 않는 옛길 대간령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소양강 상류 미륵천의 근원 가운데 하나로 운운하는 '소파령의 물길'이란 바로 대간령의 물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소파령은 택당 이식의 '수성지'에 "석파령이라고도 하고, 한때 사자원(獅子院)이 있었기에 원기령이라고도 한다" 했고, 그 밖의 옛글에도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개인데 무슨 까닭인지 오늘날은 대간령이란 낯선 이름으로 통한다. 소간령은 진부령 아래서 대간령을 향해 골짜기를 거스르다 만나는 고개인데 그 역시 대간령과 함께 새로 생긴 이름이다. - 김하돈

'소파령', '석파령', '원기령'이란 옛이름이 있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마장터로 통하게 된다. 이 큰새이령은 그 옛날 선질꾼들이 대간의 동서로 넘나들며 소금짐과 어물, 그리고 농산물을 지고 다니면서 교역하던 선질꾼의 길이다.


고도계에 645로 찍힌다. 신선봉에서 해발고도를 600여m나 내렸다. 그랬으니 그렇게 길게 길게 떨어져 내려야 했던 것이다. 대간령의 옛길은 희미하게 잡풀 속에 파묻혀 있다. 나중에 꼭 한번 걸어서 넘어야겠다.


# 대간령의 방명록. 백두대간 졸업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마디씩 남기는 곳이다. 내용을 가만보니 다들 요 몇 달 사이에 백두대간 졸업을 하였다. 마음의 여유님은 우리보다 한두 시간 먼저 지나갔다. 우리도 한 줄 글을 남겼다.

 

 

다시 위로 890봉까지 고도를 올려야 한다. 시작부터 대간령으로 내려온 그 각도 그대로 밀어 올린다. 이럴 때는 숫자세기가 제일 좋다. 하나 헉헉, 둘 헉헉, 셋 헉헉...

길게 위로 올라 너덜지대에 오른다. 너덜 끝에서는 지나온 방향으로 멋진 조망을 보여준다. 바로 윗쪽에 봉우리가 나타나고 돌탑도 세워져 있다. 고도계에 845로 찍히는데 지도상에는 암봉으로만 표시되어 있다.(11:35)


# 890봉을 향해 가파르게 올라 갔다.

 

 

# 숲이 없이 노출된 곳이라 햇살이 강렬하다.

 

 

# 너덜 암봉을 낑낑 오른다.

 

 

# 저 멀리 신선봉에서 길게 길게 내려온 흔적이 보인다.

 

 

# 바로 위쪽에 돌탑이 있는 정상이 있다.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조망이 훌륭하다.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고 있지만 한참을 조망 구경을 했다.



# 고성군쪽 조망. 홀로 불쑥 솟아 오른 삿갓 모양의 운봉산 봉우리가 이채롭다.

 

 

# 정상엔  돌탑이 있다.

 

 

# 바로 뒷쪽에 890봉이 있다.

 

 

# 그 너머엔 병풍바위 꼭대기가 보인다.  

 

 

돌탑이 있는 무명봉에서는 가야 할 대간길이 한눈에 조망된다. 아직도 우측 전방의 890봉을 올라야 하고 아래로 떨어졌다가,가파르게 병풍바위까지 밀어 올려야 한다. 솔방솔방 한번 가 봅시다!

잡목 숲길을 걸어 잠시 편하게 가다가 '바위 암봉'을 만나 아래로 우회한다. 그러더니 곧장 위로 '너덜지대'를 치고 오르라 한다. 너덜지대 중간에 나무 한 그루가 표지기를 매달고 서 있고, 잠시 더 올라 '890봉' 정상에 서게 된다.(11:52)

                       

# 대간길 마지막 너덜지대.

 

 

          

# 890봉 정상. 햇살 강하고 바람 강해 인상 쓰게 된다.

 

 

890봉 정상엔 허물어진 군 매복호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햇살이 너무 강렬하고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오래 있을 수가 없다. 그래도 지나온 대간길이며 가야 할 길 구경하고 떠난다.

정상뒤 잡목 숲속으로 들어 가서 편하고 길게 진행했다.
그러다 아래로 길게 내려 가고 안부를 만났다. 안부는 빠알간 단풍나무 군락지다. 햇살에 부서지는 빨간 단풍잎이 참으로 예쁘다.


와호장룡(臥虎藏龍)으로 헐리우드를 강타했던 이안 감독의 무협영화 '연인(戀人)'의 한 장면 같다. 소경으로 분장한 장쯔이가 단풍잎 사이로 날아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숲에 가득한 가을냄새가 한참이나 발길을 멈추게 한다.



# 단풍나무숲.

 

 

# 현지에서는 정말 예뻤는데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안되었다.

 

 

편하게 아래로 내렸다가 본격적으로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힘들다!

대간길 마지막 찐한 밀어 올리기다.
헉헉 낑낑 위로 밀어 올리는데 한 무리의 단체 산행객들이 내려온다. 안내 산악회인 듯한데 회원들 관리가 엉망이다. 굉장히 많은 인원이 온 듯한데 뒷쪽으로 갈수록 복장이며 자세며 준비가 덜된 사람들이 많고 후미조를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연세 드신 분들이 부실한 복장으로 뒤에 쳐저 가고 있어 영 위태로워 보인다.

890봉에서 건너다 본 그 각도대로 찐하게 밀어 올린다. 마지막으로 빡세게 밀어올리니 병풍바위에 오르게 된다.(12:58)

                        

# 병풍바위 정상.

 

 

병풍바위는 바위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육산(肉山)의 정상이다. 그러나 정상 건너편 진부령쪽이 암반으로 되어 있고 그 방향에서 바라볼 때 병풍처럼 생겨서 얻은 이름이다.

병풍바위 정상에서는 전, 좌, 우측의 삼면 조망이 좋다. 전방으론 진부령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우측으론 대간길 마지막 봉우리인 마산봉, 좌측으론 소간령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조망된다.

그런데 이곳에서 좌측 소간령 방향으로 알바를 많이 한다. 실제로 우리와 같이 병풍바위에 올랐던 단체산행객 몇몇이 그 쪽으로 가지 말라는 내 말을 무시하고 그 방향으로 가더니 10여 분 후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 병풍바위에서 건너다 본 백두대간 마지막 봉우리인 마산봉.

 

 

# 줌인해 보니 이렇게 편평한 모습이다.

 

 

# 소간령쪽 산줄기. 내 말을 듣지 않고 알바하러 가는 사람들.

 

 

# 진부령쪽 조망.

 

 

병풍바위 정상에서 도로 입구 쪽으로 나와 우측으로 떨어져 내린다. 내리막 중간에 '샛령' 가는 길이란 팻말이 매달려 있다. 큰새이령을 샛령이라고도 부르는가 보다.

아래로 내려 안부에 이르고 편하게 진행하다가 마산봉을 향해 밀어 올린다.
마지막으로 한차례 힘을 몰아 마산봉에 올랐더니 정상 입구에 두 분이 낑낑대며 올라가고 있다. 해리님 부부다. 이곳 마산봉까지 우리를 마중 나오셨다. 아이구~ 반갑고 고맙습니다.(13:25).



# 마산봉 정상에서 쑥스럽게 한 방 찍고.

 

 

# 이딴 포즈로 또 한 방!

 

 

# 마산봉에서 건너다 본 병풍바위.

 

 

# 진부령쪽 조망.

 

 

# 저 흘리 마을을 구불구불 돌아서 야산을 넘어가야 진부령이 나온다.

 

 

# 향로봉이 훨씬 가까워졌다.

 

 

해리님 내외와 반가운 해후를 하고 백두대간 졸업 축하를 주고 받았다. 고마우신 분들!!! 산신제 준비까지 해 오셔서 마산봉 정상에 간단한 제물 올리고 산신제를 지냈다.

천지신명이시여! 백두대간 산신령이시여! 강/사/랑 부부 무사히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나이다! 감사드리나이다!!!



# 천지신명께 무사히 종주를 마침에 감사드렸다.

 

 

# 해리님 내외도...

 

 

 

마산봉 정상을 나와 물굽이란 팻말이 서 있는 숲속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해리님이 살얼음이 살짝 언 막걸리를 준비해 오셔서 한잔 쭈욱 들이켰다. 캬아~~ 쎤~하다!!! 든든히 배 채우고 진부령을 향해 출발했다.(14:10)



#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능선길을 따라 길게 내려간다. 알프스 리조트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길게 내려간다. 이 길을 졸업 축하해 준다고 올라 오셨다니... 해리님 부부가 새삼 고맙다.

남진할 때는 시작부터 꽤 진을 빼게 만들겠구나 싶은 구간이다. 아주 길고 가파르게 계속 내려가서 마침내 알프스 리조트 절개지 상단에 서게 된다.



# 이제는 영업을 멈춘 알프스 리조트와 스키 슬로프. 

 

 

# 알프스 리조트는 낡고 퇴락하여 을씨년스럽다.

 

 

# 마지막 접근로는 아주 가파르고 미끄럽다.

 

 

아주 미끄러운 경사면을 내려 알프스 리조트 철제 팬스에 닿았다.(14:50). 누군가 뚫어 둔 개구멍을 지나 리조트 슬로프에 들어섰다. 겨울철에 왔으면 하얀 설원을 구경했겠지만 이 가을엔 하얀 억새가 대신 반겨 준다. 슬로프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리프트 회차로가 있고 우측 억새밭쪽으로 가야 한다.


와~
이곳에서 뜻밖의 경치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리조트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억새밭이 길게 이어져 있고, 하얗게 꽃을 터뜨린 억새들이 가을볕에 반짝이고 있다. 조쿠나!!!



# 억새들이 제일 먼저 반겨준다.

 

 

# 뜻밖의 경치에 흐뭇해진다.

 

 

# 이 가을 정선 민둥산에 억새 보러 갈까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 느닷없는 행복이다.

 

 

# 대간길 마지막에 억새 꽃다발을 받았다.

 

 

# 억새밭을 지나 다시 숲속으로 들어 갔다.

 

 

억새밭을 지나 다시 낙엽송 숲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알프스 리조트 주차장으로 내려 서게 된다. 주차장엔 동료 산꾼 100두님과 원주머째이님이 마중 나와 계신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얘기며 축하며 휴식을 취하다가 해리님 내외와 머째이님은 차로 이동하고 100두님은 우리와 같이 동행하시겠다고 해서 대간길 제일 마지막으로 구불구불 복잡해서 알바하기 쉬운 진부령 동네 구간을 함께 나섰다.

        

# 진부령 동네구간은 알바하기 쉬운 구간인데 진혁진님이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진부령으로 가는 길은 꼭 정맥길처럼 마을을 지나야 한다. 별로 재미없는 길이지만 그래도 졸업하러 가는 길이라 참아 주기로 했다.

알프스 리조트 주차장 -> 얕은 둑 -> 임도 -> 웅덩이 -> 군부대 정문 -> 철조망 -> 숲길 -> 창고 건물 -> 시멘트도로 -> 흰집 -> 진부령 관광농원(폐) -> 숲길 -> 포장도로 -> 진부령. 이런 순(順)으로 진행하게 된다.

          

# 주차장을 나와 둑 넘어 임도로 들어 갔다.

 

 

 

# 웅덩이 옆 논둑길로 들어섰다.

 

 

# 우리가 지나온 백두대간의 마지막 산길이 올려다 보인다. 좌측 마산봉과 우측의 병풍바위.

 

 

# 백두님 연출작.

 

 

#  too!

 

 

# 요래 둘이서 걸어서,

 

 

# 기나긴 백두대간 종주를 했다.

 

 

# 머째이님도 마중을 나와 주시고. 

 

 

# 백두대간 마지막 표지기를 하나 매달았다.

 

 

# 진부령에 내려 선다.

 

 

드디어 진부령에 내려서게 되었다. 16:10.

2005년 3월 26일. 지리산 자락 남원 여원재에서 처음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를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기쁘고, 벅차고, 고맙고 막 그렇다.

강/사/랑 부부 백두대간 종주 졸업을 축하해주러 몸소 진부령까지 오신 산동무 해리님 내외, 100두님, 원주멋쟁이님과 같이 뜻하지 않게 요란한 졸업식을 치렀다.

           

# 산동무들 나와 반겨주셨다. 어깨 힘 들어갔다.

 

 

            #

 

 

# 진부령의 상징 곰돌아!

 

 

# 너 보러 오는데 정확히 1년 7개월이 걸렸다!!

 

 

# 축하사절들과 같이!!

 

 

# 100두님과도!!

 

 

# 마지막이라 부끄러움 버리고 사진 마구 내 보낸다.

 

 

                         #  

 

 

# 마눌은 지난 2년 간의 길었던 여정이 파노라마로 스치는 모양이다. 눈물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하지만 잘 참고 있다.

 

 

# 울지 못하게 윽박질렀더니...^^*

 

 

 

# 야생화 꽃다발 안고...

 

 

# 100두님 연출! 동료 산꾼들 만들어 주신 현수막을 망또 두르듯 둘렀다.

 

 

# 먼길 달려와 축하해 주신 산꾼들의 情에 감사드립니다. 

 

 

# 아, 백두대간!!

 

 

# 그 다사다난했던 2년 간의 기억이여!

 

 

# 잘있거라, 진부령 곰돌아!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미시령으로 돌아와 차량 회수하였다. 그리고 홀로산꾼 전국 모임 장소인 하조대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홀로 산꾼들이 산이야기, 사는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반갑습니다!
부어라! 마셔라!
님이 보신 산은 어떠하던가요?
내가 본 산은 이러합디다!!!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 지난 새벽에 우여곡절을 겪었던 미시령 휴게소. 동해바다 보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 미시령 옛길과 울산바위가 건너다 보인다.

 

 

# 조선 팔도의 산꾼들 모여 은성한 밤을 보냈다. 뒷날 하조대의 바다 풍경.

 

 

 

 

 

그렇게 강/사/랑 부부의 백두대간 종주이야기는 끝이 났다. '어느날 문득' 시작했던 백두대간 종주. '솔방솔방 우리 山河 두 발로 느끼기'의 대장정을 일단락 시켰다.

일단 백두대간 시인으로 유명한 이성부 시인의 시 한수로 소회(所懷)를 피력한다.

산경표 공부

물 흐르고 산 흐르고 사람 흘러 / 지금 어쩐지 새로 만나는 설레임 가득하구나 / 물이 낮은 데로만 흘러서/ 개울과 내와 강을 만들어 바다로 나가듯이 / 산은 높은 데로 흘러서/ 더 높은 산줄기들 만나 백두로 들어간다 / 물은 아래로 떨어지고 / 산은 위로 치솟는다 / 흘러가는 것들 그냥 아무 곳으로나 흐르는 것 / 아님을 내 비로소 알겠구나! / 사람들 어디에서 와서 / 어디로들 흘러가는지 / 산에 올라 산줄기 혹은 물줄기 / 바라보면 잘 보인다 / 빈 손바닥에 앉은 슬픔 같은 것들 / 바람소리 솔바람소리 같은 것들 / 사라져버리는 것들 그저 보인다.

- 이성부 시집<지리산> 중

*뒷 이야기*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뒷날 출근했다가 상봉 오르면서 가슴 아팠던 것 진찰이나 받아 보겠다고 병원에 들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날벼락같은 진단을 받고 바로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다.

급성 심근경색!
상봉 오르는 순간이...
...그랬나 보다.

백두대간 종주하면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른다고 큰소리 뻥뻥 쳤지만, 실상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나 보다.

이제부터는 좀 더 겸손하게, 온화하게, 느리게... 분노하지 않고,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야 겠다. 옴~~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물사랑의 다음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