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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서른여덟번째(한계령~미시령)-영혼이 맑은 이에게만 보이는... 본문

1대간 9정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서른여덟번째(한계령~미시령)-영혼이 맑은 이에게만 보이는...

강/사/랑 2007. 6. 25. 22:21
 [백두대간]그 서른여덟번째(한계령~미시령)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은 덴마크 출신의 동화작가이다. '인어공주', '미운 오리새끼', '성냥팔이소녀' 등 그의 동화는 전세계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의 바이블 같은 이야기들이다. 그의 동화 중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나라에 허영심 많은 임금이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다. 세상 최고의 사람이니 자기의 격(格)에 맞는 옷이 필요했다. 그래서 신하들에게 자신의 격에 맞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지어 바치라고 명령했다.


허영심 많은 권력자 옆에는 아첨꾼과 사기꾼이 넘치기 마련이다. 어느날 어떤 사기꾼이 찾아와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옷을 지어 바쳤다. 물론 아무것도 없는 빈손을 올린 것이다. 왕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지만, 자신이 착한 사람이란 것을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 "
음, 정말 멋진 옷이군!" 하고 벌거벗고 거리에 나서게 되었다.

백성들 역시 벌거벗은 임금의 모습이 해괴하기 짝이 없었지만, 자기가 착한 사람임을 보이고자 혹은 처벌이 두려워서 이구동성으로 "정말 멋진 옷이군요!" 하고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이떤 아이가 불쑥 "어? 임금님이 벌거벗었네!" 하고 눈에 보이는대로 소리쳤다.


그리하여 순수한 아이의 솔직함 덕분에 모든 사람들은 집단적 미망(迷妄)에서 깨어나게 되었고 왕 역시 다시는 허영심에 들뜨지 않게 되었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실제적인 교훈은 허영심(虛榮心)보다는 권력에 대한 맹목적(盲目的)인 복종이나, 몇몇 사람에 의해 조작(造作)된 진실을 거짓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신념이 깨지는 것이 두려워 맹목적으로 믿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경계(警戒)일 것이다.

이러한 예는 사이비(似而非)이든 아니든 세계 곳곳의 광신적(狂信的) 종교인들의 행태에서도 볼 수 있고, 이미 전세계에서 용도 폐기된 낡은 좌파(左派) 이념에 매달려 친북 일변도로 흐르는 우리 사회의 꼴통 좌파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그들은 벌거벗은 자기네 임금의 모습(자기 네 종교 지도자의 비윤리적 모습이나 범죄행위, 혹은 북한이 저지르고 있는 반인륜적 범죄행위, 핵실험, 무엇보다 인민을 굶겨 죽이는 악행)에 눈 감고 귀 막은채 모두들 입을 모아 칭송한다. "오! 임금님! 옷이 너무나 훌륭합니다요~~"

음~ 사실 나는 이런 골치 아픈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우스개 말이다. 지금부터 내가 쓰는 서른여덟 번째 백두대간 산행기는 영혼이 맑고 깨끗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이상한 이야기다. 가을 설악의 청량한 기운을 받고 걷고 또 걷다가 문득 깨달은 바 있어 이런 비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자신의 영혼을 한 번 테스트 해 보입시다~


영혼이 맑은 이에게만 보이는 산행기!!



구간 : 백두대간 제 52, 53 소구간 (한계령~마등령~미시령)
거리 : 구간거리(23.73 km), 누적거리(784.54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6년 10월 3일,  4일. 불과 물의 날.
세부내용 : 한계령(07:10) ~ 108계단 ~ 매표소 ~ 1307봉(08:00) ~ 1310봉 ~ 서북릉삼거리(08:45)
 ~ 암릉길 ~ 1401봉 ~ 1456봉(10:03) ~ 1461봉(10:35) ~ 대문나무 ~ 끝청(11:29) ~ 중청 사면 ~ 중청대피소(12:20)/점심(13:00) ~ 대청봉(13:20)/휴식 ~ 중청대피소 ~ 소청봉 ~ 철계단 ~ 희운각대피소(14:50)/ 1박.
희운각 대피소(06:00) ~ 무너미고개 ~ 신선대(06:43)/휴식 ~ 공룡능선 ~ 샘터(08:00) 
~ 1275봉/양각봉(08:35) ~ 로프구간 ~ 무명봉(09:37) ~ 나한봉(10:15) ~ 마등령(10:35)/휴식 ~ 마등령 삼거리 ~ 마등령정상(11:22) ~ 너덜지대 ~ 1178봉 ~ 1249.5봉 ~ 공터(12:48)/점심(13:20) ~ 저항령 전 암봉(14:18) ~ 너덜 ~ 저항령(14:50) ~ 너덜지대 ~ 1360봉  ~ 너덜지대 ~ 황철봉(15:50)/휴식 ~ 1318.9봉(16:49) ~ 너덜지대 ~ 울산바위 갈림길(17:40) ~ 무명봉 ~ 미시령(18:15).

총 소요시간 19시간 55분(1일차 7시간 40분, 2일차 12시간 15분). 만보계 61,600보(1일차 26,000보, 2일차 35,600보).


10월 2일 달의 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산적해 있고 분노와 배신감에 마음 다스리기가 힘든 날들이 펼쳐져 있긴 하지만 ,일단 일 주일 간의 추석 연휴는 너무나 기분이 좋다.


이번 추석 연휴동안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 할 작정을 하고 산행 준비를 했다. 남은 구간이 세 구간이니 시간은 넉넉했다. 연휴가 길어 일단은 2, 3일 양 일 간 설악구간을 마친 후 다음은 그때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간만에 일찍 퇴근해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여러 방안을 고민하다가 첫날 마등령까지 내달려서 그곳에서 야영하고 뒷날 가뿐하게 미시령에 내려서기로 하고 거기에 맞춰 채비를 꾸렸다.

다섯 끼분의 식사와 각종 장비들, 여벌의 옷들, 야영장비들을 챙겼다. 특히 침낭은 추위 많이 타는 마눌 때문에 내한온도 -40도를 자랑하는 몽벨 동계침낭을 챙겼다. 그랬더니 배낭이 남산만하게 부풀어 오르고 손으로 들어 올리기도 힘들다. "아이구야~ 이걸 메고 공룡을 넘을 수 있겠냐?" 마눌과 둘이 어느 누구도 선뜻 출발하자고 말은 못하고 쇼파에 앉아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배낭만 쳐다 보았다.

둘이서 눈만 껌뻑껌뻑 하고 있는데 마침 산동무 해리님이 전화하셔서 짐을 가볍게 지고 희운각에서 1박하고 공룡을 넘을 것을 충고한다. "궤도 수정이다, 짐을 줄이자! 우선 배낭부터 작은 걸로 바꾸고, 침낭은 3계절용과 여름용 얇은 넘으로, 야영장비는 다 치워 버리고, 물의 양도 줄이자! 막걸리도 빼 버리고..."

다시 꾸린 배낭 작고 아담하니 보기도 참 좋다!!!



설악산/雪岳山

높이 1,708m이다. 신성하고 숭고한 산이라는 뜻에서 예로부터 雪山·雪峰山·雪華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고, 금강산(1,638m)을 서리뫼[霜嶽]라고 한 것과 관련해 우리말로 설뫼[雪嶽]라고도 하였다. 남한에서는 한라산(1,950m)·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있으며,북쪽으로는 향로봉(1,293m)·금강산, 남쪽으로는 點鳳山(1,424m)·오대산(1,563m)과 마주한다. 최고봉은 대청봉이다. 대청봉 남쪽에 한계령, 북쪽에 마등령·미시령 등의 고개가 있다. 위치상 산맥의 서쪽 인제군에 속하는 지역을 내설악, 동쪽을 외설악으로 나누는데, 남설악이라 하여 오색지구를 추가하기도 한다. 내설악에는 미시령·대청봉·한계령을 수원지로 하여 소양강·북한강으로 이어지는 계곡이 발달했다. 
내설악의 명승지로는 647년(신라 진덕여왕 1)에 창건된 고찰 백담사(百潭寺)를 비롯해 대승(大勝)·와룡(臥龍)·유달·쌍폭(雙瀑) 등의 폭포, 수렴동(水簾洞)·가야동(伽倻洞)·구곡담(九曲潭) 등의 계곡과 옥녀탕(玉女湯) 등 이름난 곳이 많다. 외설악은 대청봉에서 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경계로 북외설악과 남외설악으로 나뉜다.관모산(冠帽山:874m)·천불동계곡·울산바위·권금성(權金城)·금강굴 외에 비룡폭포·토왕성폭포·귀면암(鬼面巖)·와선대(臥仙臺)·비선대(飛仙臺) 등 기암괴석과 계곡이 절경을 이룬다. 식생 분포도 다양해 온대 중부지방의 대표적인 원시림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대청봉에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눈잣나무와 눈주목은 남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북방계 고산식물이다. 그 밖에 소나무·벚나무·개박달나무·신갈나무·굴참나무·떡갈나무·눈측백·금강초롱꽃 금강분취 등 총 882종의 관다발식물이 분포하며 이 가운데 65종이 특산식물, 56종이 희귀식물이다. 동물은 사향노루·산양·곰·하늘다람쥐·여우·수달 등 희귀종을 포함하여 총 39종의 포유류와 62종의 조류 및 각종 파충류·양서류·어류·곤충 등이 서식한다.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1970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1982년 8월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보존지역·관광지로 이름이 높다

마등령/馬等嶺

강원 인제군 북면(北面)과 속초시 경계에 있는 고개. 해발 1,220m. 마치 말의 등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태백산맥의 한 고개로, 설악산 大靑峯까지 공룡능선이라 부르는 암릉의 기점이다. 북쪽의 미시령(彌矢嶺:826m), 남쪽의 한계령(寒溪嶺:1,004m)과 함께 태백산맥을 가로지르는 주요 통로였다. 지금은 북한강의 지류인 북천 백담계곡과 동해로 흐르는 천불동계곡의 비선대를 잇는 대표적 등산로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의 중심부이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대청봉의 조망이 일품이다.

미시령/彌矢嶺

강원도 인제군 북면(北面)과 고성군 토성면(土城面) 경계에 있는 고개. 해발고도는 826m이다.예로부터 진부령·대관령·한계령 등과 함께 태백산맥을 넘는 주요교통로였다. 현재 미시령은 태백산맥 북부의 횡단로로 설악산 북부를 넘어 인제∼속초를 연결한다. 도로는 6·25전쟁 당시 개설된 진부령에 이어 1960년대에 개통하였으며, 인제∼속초의 거리를 많이 단축시켰다. 도로 연변에는 영서 쪽으로 백담사(百潭寺)·십이옥녀탕(十二玉女湯)·도적소(盜賊沼),영동 쪽에 선인재[仙人峙]·신선바위[神仙岩]·혜바위·화암사(禾岩寺)·울산바위[鬱山岩] 등의 명소가 있다. 1970년 3월 설악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광도로의 통로로서 더욱 중요시되었다.《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이 고개를 미시파령(彌時坡嶺)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제 52, 53 소구간 한계령 ~ 마등령 ~ 미시령 개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10월 2일. 11시 30분에 집을 나서 영동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엄청난 교통정체를 예상했지만 긴 연휴 탓인지 중간중간 잠깐만 서행하고 대부분의 구간은 냅다 내달릴 수 있었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홍천나들목을 나와 인제 거쳐 한계령으로 접근했다. 한계령 도로는 지난 여름 수해로 극심한 피해를 입어 완전 단절이 되었지만, 전 국민적인 관심과 집중적인 복구작업으로 며칠 전부터 임시개통이 되었다.

졸린 눈 비벼 가며 연신 나오는 하품을 억누르며 구불구불 한계령을 올라갔다. 아스팔트 도로는 새로 깔려 매끈하긴 하나 도로 좌우로 집채만한 바위들이 나뒹굴고 있고 산사태에 떠 밀려온 나무둥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계령 정상에 올라 휴게소에 도착했다. 02:30, 집에서 3시간 걸렸다. 정상엔 이미 관광버스나 승용차들로 만원이고 이곳저곳에서 산행준비가 한창이다. 게다가 휴게소가 쇠줄로 차량의 출입을 막아두고 있어 모두들 정상 주변 갓길에 무단주차를 하고 있다. 등산객들 차량 때문에 휴게소 영업에 지장이 있다고 그러는 모양이다.

갓길 한쪽에 겨우 주차할 곳이 하나 있어 주차하고 취침 모드에 들어갔다. 이제는 차에서 자는 것에 익숙해져서 시트 뒤로 젖히면 바로 잠이 든다.

알람소리에 눈을 뜨니 05:30. 두시간 반쯤 잤나 보다. 그런데 우리 차 주변으로 2중 3중 주차가 되어 있어 완전히 포위가 되어 버린 형국이다. 우리야 내일 저녁 늦게 차를 빼면 되니까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오늘 일찍 산행을 마치고 차를 빼는 사람들은 큰 곤욕을 치르겠다. 저렇게 2중 3중 주차를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남에 대한 배려나 상황판단이 있기나 한 건지...

누룽지 끓여 아침 먹고 버릴 것 버리고 느긋하게 출발했다. 오늘은 희운각까지만 가면 되니까 여유가 있다. 도로 따라 한계령 휴게소쪽으로 올라갔다.

오늘 한계령은 완전 난리다. 본격적인 단풍철의 시작인데다, 긴 추석연휴의 시작이고 무엇보다 수해때문에 통제되었던 한계령도로가 다시 개통된지 3일만의 첫 휴일이어서 그렇다. 하필 이런 날 백두대간 하러 오다니...  오늘 사람들 때문에 고생 좀 하겠군!

한계령휴게소는 쇠줄로 막아둔 것에 모자라 아예 경찰들이 입구에서 통제하고 있다. 음~ 심란한 마음으로 휴게소 뒤쪽 108계단에 발을 디딘다.(07:10)

가족 단위의 산객들과 같이 계단길을 올라갔다. 계단 끝에는 '설악루'가 서 있다. 매표소에서 1인당 1,600원씩 지불하고 가파른 돌길로 올라갔다. 다시 철계단을 만나 위로 밀어 올린다. 철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돌아보니 지난 구간의 점봉산이 넉넉한 몸피를 보여주며 또 만났네 하고 아는 체를 한다.

"지금 점봉산이 보이시죠? 보여야 하는데... 그래야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지신 분인데... 혹시 안보이시면 내가 풀어가는 이야기를 듣고 중간중간 가만히 눈을 감아 보면 선명하게 설악의 절경들이 보일 것입니다."

가파른 돌길을 위로 밀어 올리는데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밀려온다. 이틀 전 혼자 한북정맥 하면서 도성고개 올라가는 급경사 길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 혼자서 쉼호흡 깊게 하고 밭은 기침하면서 심장을 자극하고 그랬는데... 이거 정말 무슨 병이 생긴 것은 아닌지??? 한참 쉬면서 쉼호흡하고 가슴 만지고 했더니 좀 안정이 된다. 다시 출발하자!

간편한 복장의 가족단위, 혹은 단체의 등산객들이 아주 많다. 평소 걸음 느린 나지만, 이 사람들 때문에 자꾸만 지체하게 된다. 계속 돌길을 낑낑 대며 올라간다. 힘이 많이 드는 구간이다.

(08:00)이정목이 서 있는 '1307봉'에 오른다. 부부 동반으로 온 듯한 중년들 대여섯 명이 앉아 있다. 남자들은 전부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발 아래는 바짝 마른 낙엽들 천지인데... "산에서 담배 피시면 안됩니다." 한마디 해 줬더니 인상들이 구겨진다.

그런데 이 인간들 완전 인간 말종이다. 등로 바닥에 어떤 산악회에서 A4 용지에 진행 방향 화살표를 중간중간 돌로 눌러 남겨뒀는데, 이넘들이 가면서 그걸 절벽 방향이나 가파른 계곡 방향으로 일부러 돌려 놓고 간다. 지들끼리 키들키들 웃어가면서...


하도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온다. 그 산악회 사람들이 절벽이나 계곡에서 길을 잃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다시 돌아가서 표지기를 똑바로 정치하였다. 이넘들 가면서 계속 그 짓을 해두고 갔다.

1307봉 앞에는 바위전망대가 있어 설악의 끝자락 좌우 품이 한 눈에 조망된다. 좌측엔 귀떼기청봉이 뾰족하게 솟아있고 우측으로 끝청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넓게 펼쳐 있다. 기가 막힌 절경이다. 보이시죠? 보여야 영혼이 맑고 깨끗...^^

1307봉을 나와 아래로 가파르게 떨어져 내린다. 돌길이라 영 조심스럽다. 길게 내려 안부에 이르게 되고 이곳은 간만에 흙길이라 무릎이 편안하다.

그러다 다시 전방의 봉우리를 치고 오른다. 로프 구간이 연속으로 나온다.'1310봉'을 넘어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산사태로 훼손이 된 계곡을 건너 오르막을 치고 오른다. 철제 난간이 설치된 슬랩구간을 길게 올라갔다.다시 바윗길을 올라 암봉을 넘어 아래로 잠시 내리다가 사면을 걸어가니 '서북릉삼거리'가 나온다.(08:45)

우측으로 중청의 하얀 축구공이 보이고, 소청에서 갈라져 나가는 용아장성릉의 용이빨들이 하얗게 늘어 서있다. 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경치 구경하고 사진찍느라 시간지체가 하염없이 늘어난다.

간식 먹고 푹 쉰 후 끝청을 향해 출발했다. 곧 암릉길이 나오고 산의 우측 사면을 휘감아 안부에 이른다. 이곳의 경치도 그야말로 절경이다. 지난 구간의 점봉산의 위용이 한눈에 조망된다. 빨리 가자는 마눌의 재촉을 들은 후에야 카메라 집어 넣고 출발했다.


암릉길이 계속 이어지고 로프구간도 지난다. 계속 오르내리며 길게 가는데 군데군데 빨간 열매를 매단 주목들이 나타난다. 암릉길을 걸어 봉우리 하나를 넘고 우측 사면을 가다가 다시 암릉길을 길게 오르내린다. 산의 마루금을 가다가 암봉 하나가 앞을 막고 '갈림길'이 나타난다.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고 앞서 가던 사람이 그 길로 내려가길래 무심코 따라 내려갔다. 잠시후 그 사람의 놀란 외침이 들린다. "이 길이 아닌가베?"

다시 원위치하여 암봉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암봉 위의 경치도 그야말로 절경이다. 계속 암릉길을 가다가 더욱 경치가 좋은 '전망대'에 이른다. '1456봉'이다.(10:03). '설악 09-08'구조목이 서 있고 "중청 3.6km/ 한계령 4.1km" 거리다.


조망이 너무나 훌륭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메모리 용량이 걱정될 정도로 촬영을 많이 하고 다시 출발했다. 뒤로 올라 봉우리를 넘고 이후는 오늘 구간 중 가장 편한 길이다. 비교적 평탄하게 아래로 내렸다가 길고 완만하게 올라간다. 잠시 낑낑대면서 '1461봉'에 도착했다.(10:35)


'설악 09-10 구조목'과 넒은 공터가 있다. 중청까지는 2.6km를 더 가야 한다. 이후 길도 편안한 길이다. 고속도로 수준이다. 단풍터널 속을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진행했다. 길게 가다가 설악의 안방으로 들어가는 대문인양 버티고 있는 '대문나무'를 지나고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다가 한차례 찐하게 밀어 올려 '끝청 정상'에 오른다.(11:29).

끝청은 해발 1,610m다.그만큼 조망도 아주 훌륭하다. 지나온 대간길, 저 멀리 귀떼기청봉, 한계령으로 오르는 길, 용아장성능 등 설악의 속살이 손에 잡힐 듯 다가 온다. 음~~~ 설악아!!! 너 정말 아름답구나!!! "영혼이 맑고 깨끗한 분들께도 이 예쁜 설악의 속살이 느껴지실 거외다."

경치에 취해 하염없이 시간 지체를 하다가 마눌 성화에 출발했다. 암릉길을 오르내리며 진행하다가 다리에 쥐가 난 10대 후반의 딸 간호하느라 여념이 없는 부부를 만났다. 침술에 조예가 있으면 좋으련만 아쉬운대로 배낭에서 비상약품을 꺼내 맨소레담 맛사지라도 좀 해주라고 했다. 어라? 금방 괜찮아져서 걸을만 하다고 하네?  음~~ 기분 좋다!!!

길게 진행하다가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한차례 밀어 올려 중청을 오른다. 중청의 꼭대기에는 축구공 두 개와 야구공 세 개가 올려져 있고 등로는 우회하게 되어있다. 중청의 우측 사면을 휘감아 아래로 내려 '중청대피소'에 이른다.(12:20)

대피소에는 등산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다행히 한쪽에 자리를 확보해서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식사하고 푹 쉰 후 대피소 뒷쪽에 빤히 올려다 보이는 대청봉을 향해 출발했다.(13:00)

대청봉의 사면은 눈잣나무 군락지이다. 키를 바짝 낮춘 눈잣나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군데군데 같이 자란 활엽수들은 붉게 물든 단풍을 선보이고 있다. 대청봉 오름은 눈에 빤히 보이지만 오르기가 아주 힘이 든다. 식사 후 바로 오른 탓도 있고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 더 그렇다.

(13:20)드디어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에 올랐다. 해발고도 1,708m로 한라산과 지리산에 이어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대청봉 정상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정상석 사진 촬영하려는 줄이 주말 극장 표 끊는 줄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사진 찍기는 어려웠지만 역시 대청봉은 대청봉이다. 사방으로 툭 트인 조망이 최고이다. 속초와 동해바다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세상사에 꽉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조오오오오옷타아아아아아!!!!!!!!!!!!!!!!!!!!!!

정상 뒷쪽으로는 화채능선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중청쪽 정상 바로 아래에 죽음의 계곡으로 이어지는 원대간길이 나온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잠시 고민하다가 이왕이면 법도 지키고 소청도 구경할 겸 중청으로 다시 내려갔다.

대청을 내려와 중청대피소를 다시 지나고 중청 사면을 올라가서 '소청갈림길'을 만났다. 이곳에서 우틀해서 산의 사면을 가는데 설악에서 2박을 했다는 연세드신 어르신들과 같이 동행했다. 잠시후 한 무리의 군인들이 합류하게 되어서 좁은 등로가 정체 현상을 보인다.


늦게 가면 희운각에 잠자리가 없을까봐 마눌은 걱정이 태산이다. 결국 나는 느긋하게 소청에서 구경하고 사진 찍기로 하고 성질 급한 마눌은 희운각으로 먼저 냅다 뛰어갔다.

'소청 정상'에는 돌탑이 쌓여있고 용아장성릉 쪽의 조망이 아주 좋다. 아래엔 헬기장이 있고 '갈림길'이 있다. 그 길은 봉정암과 희운각으로 갈라진다. 희운각쪽 길은 계단 보수작업 중이다. 소청봉에서 희운각 하산길은 엄청나게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가는데 끝까지 단 한번도 한눈 팔지 않고 그 각도 그대로 떨어져 내린다.

돌계단, 암릉, 밧줄 구간, 철계단 등이 연속으로 나오고 하산에만 꼬박 1시간이 걸린다. 간간히 위로 올라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엄청나게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길게 길게 내려 마지막 철계단 구간을 구불구불 내리고 수해로 떨어져 나간 부분을 나무계단으로 보수해 둔 곳을 내려 서자 희운각 대피소 옆 계곡에 도착한다.(14:50)

이 계곡 역시 수해 흔적이 완연하다. 마눌은 20분 전에 도착하여 대피소 예약을 마쳤다. 거의 마지막 순서였다고 한다. 계곡엔 여러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계곡 한쪽에서 손발 씻고 새옷으로 갈아 입으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일찍 산행을 마쳐서 남은 시간동안 도대체 뭘 하며 지내나?

계곡에서 자리 깔고 두어 시간 휴식한 후 대피소로 올라가 저녁 준비와 뒷날 먹을 밥 준비를 했다. 마침 같은 테이블에 서울에서 온 젊은 부부가 있어 그 분들이 준비해 온 와인과 대피소에서 한 병 당 3,500원이나 하는 미니소주로 산꾼들의 정을 나눴다.

식사 후 최대한 일찍 잠을 자 두기로 하고 담요 수령해서 대피소로 들어갔다. 아, 이때부터 고난의 밤이 시작되었다.

일단 좁은 방안에 사람이 너무 많다. 낯선 옆사람과 완전히 몸을 밀착해야 하는 것은 물론 건너편 사람과는 발을 서로 포개야 한다. 그리고 사람이 빽빽한데다 방안 온도가 너무 높아 숨이 턱턱 막힌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대피소에서 의례이 만나기 마련인 코고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오늘의 두 주인공은 인간의 코가 아닌 탱크의 엔진을 이식 수술 받은 사람들이다. 서로 화답을 해 가면서 코를 고는 두 사람과 몇몇 신경 무딘 사람들을 제외하곤 그 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잠을 못 이룬다.


결정적으로 내 바로 옆자리의 사람이 급기야 잠꼬대를 해대기 시작한다. 그런데 평소 세상에 울분이 많은 사람인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 붓는다. 대피소의 좁은 방안이 순간 웃음으로 뒤집어진다.


웃을 일이 아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6시에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한 후 무려 5시간 동안 참다가 참다가 도저히 못 견디고 짐 싸들고 밖으로 나왔다. 대피소 옆 축대에 좁은 공간이 있길래 바닥 쓸어내고 이불 두 개 깔고 침낭 펼쳐 마당으로 떨어지지 않게 마눌과 둘이서 꼭 껴안고 옆으로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러나 이곳 역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곳곳에 밤늦게까지 술판을 벌이고 있는 팀들이 많아 시끌벅쩍하다. 간만에 산에 들어와 밤을 보내니 오죽하랴, 이해하자, 그리고 좀 자자!

시각이 12시가 넘어가고 술판도 모두 끝나고 적막이 찾아와 이제 좀 잘만 한데 갑자기 외국여자 두 명과 한국인 세 명이 들이 닥친다. 그리곤 하이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끝도 없이 떠들어 댄다. 참다가 참다가 좀 조용히 해 줄 것을 부탁해 보지만 잠시 뿐 다시 야단법석이다.


이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했는지 계곡에서 텐트 치고 자거나 비박하던 사람들이 올라와서 조용히 하라고 같이 고함을 지른다. 그러나 이 인간들, 또 잠깐 조용한 듯하다가 이내 개판으로 돌아가 버린다. 이제 잠자기는 틀렸고 이야기 하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니 설악동에서 늦게 출발해서 이곳으로 올라오면서 만난 사이인 모양이다.

그런데 한국 남자들이 이 두 외국 여성을 꼬시기 위해 거의 발악을 하고 있다. 셋 중 한 명만 약간의 영어가 가능하고 두 명은 완전초보의 영어 실력인데, 휴대폰 번호를 알아내려고 "에밀리, 폰 넘버 플리즈!"를 수십 번을 더 하는 것 같다. 서양여자는 그 상황을 즐기며 전화번호는 알려 주지 않고 깔깔 대기만 하고...

당장 달려가서 "전화번호 좀 알려 줘라 이 ㄴ아! 저 자식 숨 넘어 가겠다!" "그리고 너는 이 녀석아! 백마가 그렇게 좋으면 아예 택사스로 가라! 부시가 농장 가지고 있댄다!" 이렇게 외치고 뒷통수를 갈겨 주고 싶은 심정이다.


발정난 넘이 서투른 영어 씨부리며 동문서답을 무려 4시간 동안이나 버벅대던 이 무리들. - 완벽한 의사소통은 "원샷!" 하나 뿐이더라.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술에 취해 골아 떨어진다.

그 쓰레기들 덕분에 딱 한 시간 눈 붙이고 5시에 일어 났다. 그나마 이불을 밖에서 덮고 잔다고 희운각 주인이 자는 사람의 이불을 확 뺏어 가버리는 바람에 겨우 맛본 달콤한 단꿈을 뒷통수 맞듯이 빼앗겨 버렸다. 잊지 않겠다! 희운각!!

최대한 빨리 이 악몽의 희운각을 떠나자! 다음 번에 설악에 들어올 때는 반드시 야영을 하리라! 누룽지 끓여 아침 해결하고 간밤에 산꾼의 정을 나눈 서울 부부와도 작별했다.(06:00).

           

# 희운각의 아침. 간밤에 대피소에서 처음 만나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서울에서 온 젊은 부부. 


 


희운각을 나와 이마에 불 밝히고 잠시 진행하다가 위로 오르니 '무너미 정상'이 나온다. 암반으로 되어있는 곳이다. 정상에 서니 전방에 우뚝한 암봉 능선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돌아보면 대청봉의 모습도 가깝게 다가온다.



# 무너미고개 뒤쪽의 암봉.


 

 

암반을 내려 서자 바로 아래에 '무너미고개'가 나온다. '무너미'는 '물넘이'가 변한 말일 텐데 이곳에 무슨 물이 넘는 다는 말일까? 아마도 노아의 홍수같은 천지개벽의 물난리에 관한 전설이 이곳에도 있는 모양이다.

등로는 무너미고개에서 양쪽으로 갈라진다. 우측 길은 양폭 거쳐 비선대로 내려 가는 길인데 뚜렷하게 나 있고, 직진길은 희미하게 나 있지만 대간길이다. 공룡 능선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이 서 있다.


직진하여 잠시 진행하자 수해 피해를 입은 마른 계곡이 나오고, 이후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곧 암반 로프지역이 나온다. 공룡의 맛뵈기에 충분하다. 마눌은 시작부터 바짝 쫄았다.

           

# 첫 로프 구간. 공룡의 맛뵈기.



 

이후 산의 사면을 돌아 진행하다가 위로 올라간다. 곧 찐하게 한차례 밀어올리니 전방에 신선대가 위용을 드러낸다. 바위 구간을 낑낑대며 위로 올라가면 '신선대'가 나온다.(06:43)

                         

# 신선대를 향해 암반 지대를 올라간다.


 

 

# 신선대가 올려다보인다.


 

 

# 어느새 날이 밝았다. 곧 신선대에 오른다.


 


아, 이제 설악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십니까? 음~~~ 어느새 영혼이 맑고 깨끗해지셨군요!! 역시 설악의 정기를 받으면 이렇게 영혼이 맑아집니다.ㅎㅎㅎ ^^*

             

# 여명 속의 청(靑)이 삼형제. 좌측부터 대청, 중청, 소청.


 

 

# 신선대의 우측으로 아침 노을이 불탄다.


 

신선대는 기가 막힌 조망지다. 돌아보면 대청, 중청, 소청의 靑이 삼형제가 떡 버티고 서 있고, 전방으론 가야 할 공룡의 등줄기가 무시무시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날카롭게 돋아 있는 공룡 등짝의 위용에 살짝 겁이 날 뻔 했다.

간밤에 희운각에서 만났던 사진 작가들이 새벽 일찍 신선대에 올라 일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조금만 일찍 올라 왔다면 우리도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 공룡의 무시무시한 등짝에 살짝 겁이 난다.


 

 

# 신선대 암반 곳곳에 사진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 공룡의 날카로운 등짝. 음 ~ 저기로 가야 한단 말이지!! 신선대는 공룡능선의 출발점이자 공룡능선 최고의 조망처이다.


 

 

# 공룡의 오른쪽 등짝.


 

 

 

# 신선대 뒤로는 싱싱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 가슴 쫙 펴고 태양의 기운을 받아 들인다.


 

 

# 아침 햇살에 밝게 빛나는 범봉. 범봉은 외설악지구 천화대(天花臺)에 있는 20여 개의 기암 중 가장 높은 것이다.


 

 

# 자, 이제 저 우뚝우뚝한 공룡 등짝에 한번 올라 타 봅시다!


 


기가 막힌 신선대의 조망에 취해 한참을 지체하다가 짐 챙겨 출발했다. 곧바로 아래로 떨어져 길게 내려간다. 그리곤 본격적인 공룡 등짝 탐방을 시작한다.



# 아래로 길게 떨어져 내린다.


 

 

암반 지형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로프 타고 올랐다가 다시 로프 타고 내리고 바위를 붙잡고 올랐다가 미끄러운 사면을 주욱주욱 미끄러지며 내려간다.

하지만 경치가 너무 좋아 전혀 힘드는 줄 모르고 진행했다. 중간중간 야영하고 있는 등산객들을 만난다. 이런 곳에서 야영했으면 간밤의 그 난리는 안 겪었을텐데... 정말 긴급 사항이 아닌한 다시는 대피소에서 밤을 보내지는 않으리! 긴 밧줄구간을 올랐다가 다시 길게 아래로 내려 가자 '샘터'가 나온다.(08:00)



#  본격적인 공룡의 시작이다.


 

 

# 한차례 밀어 올린 다음 돌아 본 신선대. 뾰족한 암봉으로 되어 있다.


 

 

# 가야 할 공룡의 등짝.




# 공룡능선이란 이름이 참으로 절묘하다.
 공룡 중에서도 몸 전체가 단단한 골판으로 뒤덮힌 곡룡류(曲龍類)의 등짝이다.


 

 

# 붉은 단풍과 함께 한 강/사/랑의 표지기.


 

 

# 로프 설치된 암봉을 만나 길게 밀어 올린다.


 

 

# 공룡의 입. 여의주를 물고 있다.


 

 

# 암봉 옆으로 신선대가 돌아다 보인다.


 

 

# 설악은 곳곳이 절경이다.


 

 

# 계속 뒤따라오는 청이 3형제.


 

 

# 어느 암봉에서 사진 한 장 남겼다. 이틀 동안 씻기는 커녕 세수도 못 했더니 둘 다 꾀죄죄하다.


 

 

# 공룔의 등짝을 더듬 듯이 길게 내렸다 길게 올랐다를 반복한다.


 

 

#  이래 봐도 돌띵이들.


 

 

# 조래 봐도 돌띵이들.


 

 

# 사방 돌띵이만 가득하다.


 

 

# 설마 저기를 끝까지 올라야 돼? 하는 순간이 계속되고 확인하면 꼭 끝까지 올라야 한다.


 

 

# 이른 시각인데도 산객들이 간간히 있다.


 

 

# 햇살을 받아 빛나는 암봉.


 

 

# 설악은 우리나라 악(岳)자 들어간 산 중 제1산이다. 그 이름에 어울리게 둘러보는 모든 조망에 암봉 우뚝하다.

             


 

 

# 돌아보면 청이네 3형제와 신선대가 계속 따라온다.


 

 

# 설마 저기를 하는 곳이 연속으로 등장한다.


 

 

# 중간중간 밧줄 붙들고 씨름을 해야 한다. 마눌은 오늘 바위산의 위용을 마음껏 맛본다.


 

 

# 이런 곳은 그래도 편안하다. 


 

 

# 길게 아래로 내려,


 

 

# 샘터에 도착했다.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는 곳이다. 샘터옆 공터에서 야영했던 이들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작전을 잘못 짰다. 대피소에서 그 난리를 겪느니 이곳이나 마등령에서 야영하는 것이 백 번 나았을 일이다.


 

 

# 이곳 샘터는 바위 아래에 흘러내려 고인 물이다. 조금씩 모았다가 끓여 먹으면 되겠다.


 

샘터는 졸졸 흐르는 물이 아니라 바위 아래에 흘러내려 고인 물이다. 누군가 PET 병을 잘라 바가지를 만들어 두었다. 샘터 옆 공터에서 야영한 사람들이 짐 정리를 하고 있다. 다시 위로 한차례 낑낑 올라 전망이 좋은 곳에 올라섰다.


# 1275봉인 양각봉(兩脚峰)이다. 저 꼭대기까지 에누리 없이 올라가야 한다.


 

 

# 내설악 쪽으로 전망이 툭 트였다.



 

 

# 단풍과 암봉이 어우러졌다.

 

 

# 돌아보면 모두 역광이다. 그리하여 암봉들 선이 모두 날카롭다.


  

뒤쪽 암봉을 넘어 아래로 내려 암봉을 우회하더니 위로 대슬랩지대를 가파르게 밀어 올린다. 길고 길게 올라간다. 중간에 바위 하나가 돌출되어 있고 그 아래에 물기가 베어 나와 초미니 샘터가 만들어져 있다. 다람쥐 한 마리가 쪼르르 다가 오더니 물을 마시고 있다. 방해 되지 않게 잠시 기다렸다가 카메라 꺼내 전원을 켜는 순간 힐끗 보더니 냅다 도망을 가버린다. 그야말로 깊은 산속 옹달샘이다.

한숨 돌리며 돌아보니 전방에 촛대처럼 우뚝 솟은 봉우리 하나가 조망된다. 다시 위로 그 각도 그대로 밀어올린다. 아주 힘이 든다. 헉헉 소리가 절로 나는데 한참 후에야 거대한 바위 암봉 사이의 안부에 도달했다. '1275봉'인 '양각봉(兩脚峰)이다.(08:35).


# 바위 틈새를 넘어,


 

 

# 길고 가파른 대슬랩지대를 낑낑 올라간다.


 

 

# 등로 곁에 암봉 하나 우뚝하다. 촛대봉이라 불러도 좋고 남근석이라 불러도 좋을 봉우리이다.


 

 

# 양각봉(兩脚峰) 안부. 두개의 암봉이 다리처럼 나란히 서 있어 양각봉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그 안부에 작은 공터가 있다. 고도 높은 곳이고 암봉 사이에 있으니 바람 좋다. 공룡 최고의 난코스이고 휴식 장소이기도 하다.


  

대슬랩 하나에 꼬박 30분 이상을 밀어 올렸다. 두 개의 암봉이 다리를 벌리듯 나란히 서 있는 모습에서 양각봉이란 이름을 얻었나 보다. 그러나 지도에는 없는 이름이고 이정목에 누군가 펜으로 양각봉이라고 써 두었다.

전방으로 가야 할 공룡의 암봉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무시무시한 위용에 질리는 기분이다. 아래로 안부까지 깊게 떨어져 내렸다가 전방의 깎아지른 암봉을 끝까지 밀고 올라가야 하는 지형이다. 음~ 대단하다!! 한참을 휴식하며 산객들과 이런저런 대화한 후 출발했다.



# 가야 할 대간길. 바닥까지 떨어져 내렸다가 중앙 우측 봉우리를 오르고 다시 뒷쪽 중앙의 암봉 끝까지 치고 올라가야 한다. 아이구야!!! 저 길을 우찌 갈꼬?


 

 

# 태국 불교 사원의 파고다 같은 모습의 암봉.


 

 

# 양각봉의 암봉을 휘감아 내리다가,


 

 

# 아래로 깊고 깊게 내려 간다.


 

양각봉의 암봉을 휘감아 내려가다가 아래로 안부까지 길고 길게 내려간다. 경사가 가팔라 스틱에 의지해 내려가야 한다. 한참을 내려 바닥에 이르자 우측으로 천불동계곡 쪽으로 뻥 뚫린 안부가 나온다.(09:04)

시원한 바람이 골을 따라 올라 오고 있고 몇몇 사람들이 벼랑끝에 서서 아슬아슬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찍는 사람들 뒷쪽으로 세존봉이 우뚝 서 있고 그 뒤 멀리 울산바위도 조망된다. 안부엔 이정목이 서 있고 마등령까지 1.7km 거리라고 적혀 있다.



# 암봉의 좌측 끝까지 올라야 한다.


 

 

# 천불동 계곡을 바라보고 우뚝 선 암봉.


 

 

# 그 암봉 사이에 전망대가 있다. 아슬아슬하게 서서 사진을 찍고있는 산객들. 뒤쪽으로 세존봉, 사진에는 표현이 안돼지만 울산바위도 보인다.


 


# 전방에 보이는 봉우리 저 끝까지 올라가야 한다.


 

 

# 암봉에서 꽃을 피워 올린 산오이풀.


 

 

# 오늘은 돌아보면 모두 역광이다. 두 암봉 사이 오목한 양각봉 안부 저기서 바닥까지 내려왔다.


  

이제부터는 찐하게 밀어 올리는 일만 남았다. 전방의 암봉 하나를 낑낑대며 올라간다. 곧 시원한 안부가 나타난다. 잠시 돌아보고 우리가 내려온 양각봉의 위용도 감상한다.

본격적인 암봉의 오름은 양각봉에서 바라본 그 각도 그대로 빡세게 밀어 부친다. 산객이 많을 때는 심각한 정체가 예상되는 로프구간을 올랐다가 내리고 다시 위로 계속 힘들게 밀어 올린다. 걱정한 것보다는 시간 소요를 덜하고 암봉에 올랐다.(09:37).



# 첫 번째 암봉 안부에 돌아본 모습.


 

 

# 주먹코를 가진 싸나이의 얼굴이 암벽에 새겨져 있다.


 

 

# 단풍 우거진 암릉구간.


 

 

# 로프로 내리고,


 

 

# 다시 로프 붙들고 기어 오른다.


 

 

# 세존봉(世尊峰)의 위용. 세존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말한다. 붓다(佛陀)는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일곱 걸음을 걷고서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말하셨다. 


 

 

# 가야 할 길. 저멀리 봉우리는 마등령 정상이다.


 

 

이 암봉을 잠시 나한봉으로 착각했으나, 나한봉은 아직 한참을 더 가야 만날 수 있다. 저 멀리 나한봉과 마등령봉의 모습이 보이고 우측 아래로 세존봉이 우뚝하다. 세존봉은 설악동에서도 조망이 된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이라는 부처님의 탄생언(誕生言)처럼 홀로 우뚝 서 있는 모습에서 '세존봉'이란 이름을 얻었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암봉을 나와 아래로 내려갔다. 한차례 오르내린 뒤 로프 구간을 찐하게 밀어 올렸다. 단풍철 주말에 통과하는데만 두 시간 반이 걸렸다는 상습정 체구간이다. 로프 구간이 길고 오르내림이 만만치 않은 데다 다른 우회 방법이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정체 때문에 못 참고 옆 암벽을 무리하게 타고 오르내리다 큰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로프 구간을 넘어 서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나한봉은 한걸음 뒤에 물러 서서 버티고 있다. 길고 찐하게 위로 밀어 올린. 헉헉 낑낑대며 암봉을 올라가자 뾰족한 바위 암봉 끝이 바로 나한봉이다.(10:15)



# 산의 사면에서 만난 대문나무.


 

 

# 공룡 최고 로프 구간의 등장.


 

 

# 시작부터 바둥대는 마눌. 얼른 도와주지 않고 사진만 찍는다고 투덜투덜...


 

 

# 오륙 명이 교차하는 데도 정체가 발생한다. 단풍철 사람 몰릴 때는 어떨지 짐작이 된다.


 

 

# 저 멀리 지나온 양각봉.


 

 

# 산의 사면으로 흘러 내리다 불끈 한번 솟아 오른 봉우리.


 

 

# 나한봉은 아직 뒷쪽에 있어 한차례 더 밀어 올려야 한다.


 

 

# 지나온 오늘 하루의 산행길, 저 멀리 靑이 삼형제의 모습이 보인다.


 

 

# 공룡의 입속에서 쉬고 있는 산객들.


  

나한봉(羅漢峰)은 해발 1,298m로 이곳 공룡능선의 주요 포스트이다. 이곳에 서면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이 한 눈에 조망된다. 마등령까지는 0.5km 거리이다.

그곳에서 한숨 돌리고 출발했다. 공룡 등짝의 마지막 꼭대기 암봉의 날등을 밟고 간다. 전후좌우 경치가 아주 좋다. 맑은 날인데도 개스가 시야를 흐려 선명하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다. 미니 너덜지대를 지나 아래로 주욱 내리자 '마등령'이 나온다.(10:35)

             

# 마등령 정상과 세존봉.


 


# 공룡 등짝의 마지막 날등을 타고 간다. 


 

 

# 오세암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마등령 독수리. 누구의 손길인지 작은 생각 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준다.


 

 

# 비선대쪽 갈림길이 없어서 잠시 헷갈렸다.


  

마등령(馬登嶺)은 설악 능선의 주요 고개 중 하나이다. 인제군 북면과 양양군 강현면을 잇는 고개이고 설악의 지형으로는 비선대와 백담사를 연결한다. 마등령이란 이름은 고개가 말의 등처럼 생겨 얻은 이름이다. 한편으론 고개가 너무 가팔라 말처럼 네 발로 기어 올라가야 해서 그렇게 불렀다는 설(說)도 있다.


그곳엔 돌탑과 마등령 명물 나무 독수리가 외설악의 준령들을 굽어 보고 있다. 공터가 이곳저곳 산재해 있어 야영하기에 안성맞춤다. 이정목엔 "비선대 3.7km/ 희운각 5.1km/ 오세암 1.4km"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오세암쪽으로 내려 가는 길은 뚜렷이 보이는데, 비선대 가는 길은 대간길과 같은 방향으로 표시되어 있어 잠시 헷갈렸다. 결국, 잠시 대간길과 동행하다가 다시 갈라진다는 얘기다.

간식 먹으며 한참을 휴식했다. 어젯밤 이곳에서 야영했으면 숙면을 취할 수 있었을텐데... 오랫동안 휴식한 후 비선대 방향으로 올라갔다. 뙤약볕에 노출된 채 잠시 위로 올라가자 갈림길이 나오고 '마등령 정상(1320m)'이란 팻말이 서 있다. 그러나 이곳은 마등령 정상이라기 보다는 '비선대 갈림길'이라고 표현해야 할 듯하다. 높이도 틀렸다. 우측 비선대 방향으로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 마등령 정상/비선대 갈림길.


  

그 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산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출입금지' 팻말을 지나 위로 치고 오른다. 숲을 벗어나 노출된 길을 잠시 걸어 '마등령봉(마등령 정상)'에 오른다.(11:22)



# 마등령봉.


  

마등령봉 정상은 암봉이 아닌데도 뾰족하다. 일부 지도에는 '1326.8봉'으로 나온다. 삼각점과 작은 공터가 있고 누군가 야영을 했는지 땅을 고르고 나뭇잎을 푹신하게 깔아 두었다.


사방으로 조망이 훌륭하다. 좌측 전방으로 가야 할 황철봉의 모습이 멀리 보인다. 산의 사면은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있고 대간길은 작은 돌로 되어 있는 너덜길이다. 정상 너머로도 작은 길이 하나 있다. 정상에서 무심코 이 길로 가서 심각한 알바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대간길은 정상을 오르는 방향에서 좌측으로 90도 꺾여서 너덜길로 가야 한다.



# 가야 할 대간길. 1178봉, 1249.5봉, 연속 암봉, 황철봉의 모습이 보인다.


 

 

# 마등령봉 사면은 단풍이 많이 물들었다.


 

 

# 키 작은 관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작은 돌로 된 너덜지대를 내려간다.


 

너덜 입구에서 홀로 남진하는 수염 덥수룩한 연세 드신 분을 만났다. 이제 대간을 시작했고 오늘은 마등령에서 비선대쪽으로 탈출하시겠단다. 70리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배낭이 힘겨워 보인다. 안산!즐산!을 빌어 드리고 반대 방향으로 헤어졌다.

너덜 중간중간엔 돌을 쌓아 매복호를 만들어 두었다. 너덜 끝부분에서 네 명의 부부 산객을 만났다. 역시 비선대쪽으로 하산할 사람들이다. 미시령 소식을 물으니 국공파들은 못 보았다고 한다.

너덜을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갔다. 중간중간 초미니 너덜을 지나기는 하지만 편안하고 순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돌길이 아닌 낙엽 깔린 숲길을 걷자니 무릎이 행복해! 행복해! 하며 웃는다.

잠시 후 전방에 1178봉과 1249.5봉이 떡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너무 행복해 하지 마라! 그러는 것 같다. 그렇게 가다가 만난 '1178봉'은 봉우리를 치고 오르기 보다는 너덜길을 오르내리며 우회한다. 다시 길게 가다가 '1249.5봉'을 만난다. 우측 동해쪽에서 갑자기 짙은 해무가 밀려들기 시작한다. 큰일났다! 황철봉 너덜길에서 해무에 갇히면 길 잃기 쉬운데...

1249.5봉의 사면의 긴 너덜을 휘감아 돌다가 위로 고도를 높혀 안부 하나를 넘자 바람이 시원한 공터가 나온다. 밥 묵자!!(12:48)

             

# 참회나무 열매. 열매가 다섯 가닥으로 갈라지면 참회나무, 네 가닥이면 나래회나무이다.


 

 

# 간만에 편한 숲길을 걷는다.


 

 

# 1178봉. 완전히 넘지는 않고 오르내리며 우회한다.


 

 

# 숲속에는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투둑투둑 크게 들린다.


 

 

# 드디어 너덜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 너덜 암봉을 하나 넘었다.


 

 

밥 먹는 동안에 짙은 해무가 숲을 가득 메운다. 식사 후 대간길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거풍(擧風)을 했다. 어~허~ 시원타!!!
(13:20)출발.

너덜길을 따라 아래로 내렸다가 산의 사면을 길게 휘감아 위로 한차례 밀어 올린다. 조망이 훌륭한 전망바위가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고도계에 1,305m가 찍힌다. 조망은 끝내 주는데 정상 내리막은 위험하다. 한 발만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마눌에게 최대한 조심시키고 하산하여 내려오니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우회하여 오는 길이 보인다.



# 전망대에서의 조망. 지나온 길.


 

 

# 연속된 암봉 구간을 지나 가야 한다.


  

암봉 하나를 넘자 아래로 너덜지대가 길게 펼쳐진다. 큰 바위들로 구성되어 아래로 길게 떨어지는데 아주 위험하다. 중간중간 흔들리는 바위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잔뜩 겁 먹은 마눌 격려해 가며 길게 아래로 내리는데 전방에 무시무시한 암봉이 버티고 있다.


아마도 좌측으로 우회해야 할 것 같다. 너덜길로 암봉을 우회한다. 무릎이 시큰시큰하다. 산을 완전히 휘감아 돌아가자 전방에 긴 너덜길이 나타나고 잠시 가다가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곳에 해리님이 펜으로 화살표를 그려 두었다.

가파르게 낑낑 올라가는데 뙤약볕이 뒷통수를 꼭꼭 찌른다. 정상부는 너덜이 끝나고 암봉이 버티고 서 있는데 암봉 사이에 갈라진 틈이 있고 빨간 페인트로 화살표를 그려 두었다. 낑낑 바위 암봉에 올라 섰다.(14:15)



# 깎아지른 암봉이 앞을 가로막지만 암봉 아래로 우회한다.


 

 

# 처음 만난 대단위 너덜이라 조심스럽다.


 


# 긴 너덜을 만나 위로 올라간다. 


 

 

# 너덜의 끝은 높은 암봉이고 그 암봉의 갈라진 틈으로 올라간다.


  

이곳이 연속 암봉의 마지막 암봉이다. 고도계에 1300이 찍힌다. 나중에 만날 황철봉 너덜구간 보다도 마등령봉에서 이곳까지 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지도상 마등령봉에서 저항령까지 2시간을 예상하는데, 우리는 한 시간 이상 오버했다.

암봉 위에 올라서자 전혀 색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암봉 뒤쪽 내설악쪽은 뙤약볕이 쨍쨍 내려 쬐는데, 암봉 너머 저항령과 황철봉쪽은 짙은 해무에 뒤덮혀 황량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이다. 동해쪽에서 몰려 온 해무가 황철봉을 완전히 뒤덮어 간간히 바람에 밀려 언뜻언뜻 정상을 보여줄 따름이다. 마눌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天空)의 성(城) 라퓨타' 한 장면 같다고 소감을 밝힌다.



# 내설악쪽은 뙤약볕이 쨍쨍 내려 쬔다.


 

 

# 그러나 반대 저항령 쪽은 짙은 해무에 가려 아무 것도 안보인다.


 

 

# 가끔 바람에 밀려 쬐끔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길도 너덜 길의 연속이다.


 

 

# 마눌은 해무에 뒤덮힌 이 장면을 보고 천공의 성 라퓨타 같다고 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세계 경계선에서 휴식을 취했다. 고개 한 번 돌릴 때 마다 정반대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나 저항령까지 길게 내려 갔다가 또 전방의 황철봉을 내려간 그만큼 밀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깝깝하다. 음 ~ 저항령의 저항이 심하군!!!

1300봉 정상부는 전형적인 고산지대 식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상부는 수목 한계선을 넘어 바위와 지의류만 있고 내려 갈수록 키 낮은 관목숲과 주목, 고사목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늘 맞바람이 몰아쳐서인지 수목들이 모두 키를 바짝 낮추고 있다.

넓은 너덜지대가 겁을 집어 먹게 만드는데 빨간페인트 화살표를 기준으로 내려가니 저 멀리 너덜이 끝나는 곳에 노란 표지기 하나가 흔들리고 있다. 너덜을 지나자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바닥은 여전히 너덜길이다. 길게 길게 내려 '저항령'에 이른다.(14:50).



# 주목의 빨간 열매.



 

 

# 빨간 열매를 달고 있는 마가목. 이 녀석은 설악 구간에서 수시로 만나게 되는데 너무 익어 물러 터진 것은 지독한 악취가 난다.


 

 

저항령(低項嶺)은 설악 북주능선에 있는 고개로 백담사쪽 길골에서 저항령 계곡 너머 물치항까지 넘어가는 옛 고개이다. 저항령이라는 이름은 '길게 늘어진 고개'를 뜻하는 '늘으목' 혹은 '늘목'에서 유래하였다. 이를 '늘목령이라 부르다 한자로 '장항령(獐項嶺)이라 적었다. 나중에는 저항령으로 굳어졌다.


저항령에는 공터가 있고 누군가 야영한 흔적이 있다. 이제부터는 황철봉까지 냅다 밀어 올리는 일만 남았다. 1300봉에서 건너다 본 황철봉의 위용이 무시무시한 바 있지만 대간해 오면서 이런 곳을 한두 번 지났나?

여전히 바닥은 너덜길인 잡목숲 속을 올라간다. 길게 오르다 미니 너덜지대를 지나고 책꽂이에 책을 세워 둔 듯한 바위를 안고 돌아 숲길을 계속 올라간다.

무명봉 하나를 넘고 조금 내리다 다시 위로 낑낑 길게 올라 너덜지대를 만났다. 우측 가장자리 쪽으로 올라 가는데 마눌은 거의 사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15:50). '황철봉 정상'에 올랐다.



# 황철봉 오름의 너덜지대. 힘들게 올랐다.


 

 

# 너덜 가장자리는 주목과 고사목 군락이다.


 

 

# 지금까지 백두대간 종주하면서 암릉만 만나면 쩔쩔매던 마눌. 오늘 제대로 임자 만났다.


 

 

# 황철봉 정상. 그냥 너덜의 꼭대기이다.


  

황철봉 정상은 그냥 너덜지대의 꼭대기인데 '천연보호구역'이라는 시멘트 표지석이 너덜 사이에 박혀 있다. 해무가 짙게 깔려 있어 조망은 전혀 없다. 마눌이 너덜 올라 오면서 너무 힘들어 해서 10분간 휴식하고 출발했다.

정상 바로 뒤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아무 표식이 없어 잠시 고민하다가 우측길로 진행했다. 완만하게 내렸다가 다시 길고 완만하게 경사를 높여 간다. 잡목 숲속을 진행하는데 흙길이라 쉽게 적응이 잘 안된다. 그래도 발 아래 흙의 감촉이 참 좋다. 군데군데 주목들이 등장하고 잠시 후 천연보호구역 표지석이 서 있는 '무명봉'에 오른다.(16:14)

지도에는 없는 봉우리인데...고도계에 1405가 찍힌다. 이곳이 황철북봉인가? 좀 전의 너덜 꼭대기가 황철남봉이고... 대충 짐작만 해보고 출발.

완만하고 길게 오르내리며 숲속길을 길게 갔다. 준비해온 지도와 매치가 잘 안돼 현위치 파악이 어려운데 표지기들도 뜨문뜨문 나타난다. 숲길을 길게 진행하다가 다시 너덜을 만났다. 너덜지대를 낑낑 올라서니 삼각점과 천연보호구역 비가 있는 '1318.9봉'이 나온다.(16:49)



# 1318.9봉 오름의 너덜지대.


 

 

정상 확인하고 좌측으로 내려 산 정상부를 휘감아 나오자 드디어 그 유명한 황철봉 하산길의 연속 너덜지대가 등장한다. 너덜지대는 4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규모가 하도 넓고 길어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그래도 야광봉과 로프로 진행방향 표시를 해 두어 큰 어려움 없이 내려 갈 수 있다. 바위가 흔들리지 않나만 확인하면 별 어려움 없이 내려갈 수 있는데, 마눌은 거의 사생결단하는 사람의 표정으로 바위들과 씨름을 하고 있다.


겁먹은 마눌 달래 가며 일일이 발디딜 지점 지적해 가며 진행하자니 시간 지체가 심하다. 그렇게 바위붙들고 씨름하며 너덜지대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 그 유명한 황철봉 너덜지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 야광봉과 밧줄이 길 안내를 잘 해준다.


 

 

# 너덜은 모두 4단으로 되어 있다.


 

 

# 로프따라 직선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지그재그로 내려온다.


 

 

# 너덜지대의 광활한 위용에 완전히 질린 표정의 마눌.


 

 

# 신비한 자연의 힘이 느껴진다. 어떻게 이런 너덜지대가 만들어졌을까?


 

 

# 겁 먹지 말고 과감하게 내려 오시오! 


 

 

# 너덜이 끝나면 무명봉 하나를 넘고 울산바위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꺾어가야 한다.


 

 

숲길을 진행하면 중간중간 미니 너덜이 수시로 등장한다. 그러다 너덜을 완전히 벗어나 편안한 숲길을 길게 나아간다. 무명봉 하나를 넘어 완만하게 진행하고 편안한 각도로 고도를 높여 가다가 고도계에 1,080m로 찍히는 '울산바위 갈림길'을 만났다.(17:40).

지도상 고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울산바위 가는 쪽에는 로프로 막아 두었다. 좌측으로 90도 꺾어 길게 내려 간다. 길게 내려가다가 그냥 보내기 서운한지 봉우리 하나를 낑낑 치고 오르게 만든다. 이후 꾸준히 내려 고도를 낮춰간다. 한순간 숲을 벗어나 눈앞에 미시령 휴게소가 나타났다.

             

# 숲을 벗어나자 미시령 휴게소가 눈에 들어온다.


 

 

휴게소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았다. 고개 들어 돌아보니 낮달이 떠 오늘 하루 고생했다며 배웅을 한다. 키 낮은 잡목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길게 걸어 휴게소로 접근했다. 국공파 때문에 이틀 간의 설악구간을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기쁨을 느낄 겨를도 없다. 길게 걸어 휴게소 전방 절개지 위에 도착하고 고개 빼꼼히 내밀어 주변 정찰을 했다.

다행히 특별한 움직임이 없어 절개지 위 철조망을 돌아 내려 도로를 건너 미시령 휴게소에 들어섬으로 이틀 간의 설악구간 산행을 마쳤다.(18:15).



# 낮달이 고생한 대간꾼을 배웅한다.


 

 

# 이미 불을 밝힌 미시령 휴게소. 인적 끊겨 한산하다.


 

 

미시령은 우리네 대간꾼에게는 최고의 위험장소 중 하나이다. 이곳 휴게소는 빨리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국공파가 추석쇠러 갔는지 오늘은 흔적도 없다. 기분같아서는 내일 하루 더 해서 졸업을 해버리고 싶지만 우리도 추석 쇠러 가야 하는지라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시령 터널 개통 후 동해안으로 가는 차량들이 모두 터널로 가버려 미시령 휴게소는 이제 찬밥 신세가 되버렸다. 그래도 옛고개 보러 온 차량들이 몇 대 주차하고 있고 드문드문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이상하게 히치를 못하겠다. 에이 그냥 택시 부르자! 양양택시 불러 40,000원 지불하고 한계령으로 복귀했다.

어제 새벽에 나들이 차들로 난리법석이던 한계령 정상엔 우리 차를 비롯 몇몇 대만 서 있다. 그런데 어렵쇼? 우리 차 실내등이 켜 있네? 어제 새벽에 출발하면서 그냥 켜 두고 간 모양이다. 이틀 동안 실내등이 켜 있었단 이야기인데, 배터리 방전되었겠다! 얼른 시동 걸어봤더니 다행히 시동은 잘 걸려준다. 기특한 차 쓰다듬어 주고 한계령을 떠났다. 이제 정말 백두대간 졸업만 남았다!

산행기 앞머리에 벌거벗은 임금님 흉내를 낸 것은...

첫날 한계령 ~ 희운각 구간을 진행하면서 설악의 절경에 취해 사진 촬영을 엄청나게 많이 했었다. 빨리 따라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마눌 타박을 들어가며 첫날에만 200컷 넘게 촬영했다. 경치가 하 좋은 곳이다 좋은 사진이 많을 거다 혼자 흐뭇하였다.

희운각에서 몹쓸 인간들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새벽에 누룽지 끓이며 전날 사진 촬영을 너무 많이 해서 배터리가 부족하였다. 배터리 교환 후 카메라 셋팅을 다시 하는데, 잠이 덜 깨서 나도 모르게 메모리 포멧 버튼을 눌러 버렸다.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메모리가 포멧되고 있었다. 엄마야!!!!!!!!!!! 그리하여 첫날 촬영한 사진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실은 요래된 스토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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