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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서른여섯번째(조침령~단목령)- 여인의 접근을 막은 점봉산! 본문

1대간 9정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서른여섯번째(조침령~단목령)- 여인의 접근을 막은 점봉산!

강/사/랑 2007. 6. 25. 22:18
  [백두대간]그 서른여섯번째(조침령~단목령)



장타령


춘천이라 샘밭장 신발이 젖어 못보고 / 홍천이라 구만리장 길이 멀어 못보고 // 이귀저귀 양귀장 당귀많아 못보고/  한자두자 삼척장 배가 많아 못보고 //횡설수설 횡성장 에누리 많아 못보고...(中略)... // 양식 팔어라 양양장 쌀이 많아 못보고 / 즉금 왔다 인제장 일 바빠서 못보고 // 울퉁불퉁 울진장 울화 나서 못보고 / 안창곱창 평창장 술국 좋아 못보고.

- 김소운의 '조선구전민요집' 중에서

위 노래는 강원도 지방 여러 옛 시장(市場)의 특성을 재미있게 엮은 '장타령'이다. 노래에 나오는 샘밭장, 구만리장, 횡성장, 양양장, 울진장 등등을 드나들던 장돌뱅이들을 '선질꾼(立負軍)'이라고 불렀다.


원래 저 강원도 장마당 역시 보부상(褓負商)들이 장시를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보부상이 퇴조하고 선질꾼이 그 역할을 대신하였다. 지역 장마당을 돌아다니며 행상을 하는 점에서는 보부상이나 선질꾼이나 다를 바 없으나 보부상이 전국적 조직인 반면 선질꾼은 지역 단위의 소집단이었다.


선질꾼은 서서 지게 짐을 지고(負), 쉴 때도 서서 쉬었다. 선질꾼(立負軍)이라는 이름은 그런 연유로 붙여졌다. 서서 지고 서서 쉬어야 해서 일반 지게꾼과는 달리 지게와 작대기가 길었다. 긴 작대기로 지게다리를 두드리며 불렀을 노래가 바로 장타령이다.


강원도 선질꾼들이 장을 찾아 영동(嶺東)과 영서(嶺西)로 넘나들던 백두대간의 고갯길이 '대간령',
'한계령', '조침령', '단목령'이다.


그들은 산더미같은 지게짐을 지고 까마득히 솟은 백두대간의 고갯길을 넘어 인제와 고성, 양양을 오가고 정선과 삼척, 강릉을 넘나들었으며 대화와 강릉을 이었다.


영서와 영동을 오가니 뭍에서 나는 농산물과 갯가에서 나는 해산물이 주요 교역물이었을 텐데, 영서에서 온 선질꾼들이 양양장에서 구해 가는 가장 귀한 품목은 소금이었다. 소금이야 음식의 맛을 내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없어서는 않될 귀물(貴物)이었으니 이문이 꽤 남았을 교역물이다.


한편으론 선질꾼 외 인제나 홍천 주민들도 소금을 구하러 이틀씩 걸어 백두대간을 넘곤 했다 한다. 천일염 발달하지 않은 동해지방이니 아마도 그들이 구해간 소금은 자염(煮鹽)이었을 것이다. 자염은 바닷물을 끓여서 만든 소금을 말한다.


결국 선질꾼이나 강원도 주민들이 넘나들었을 백두대간의 높디높은 고개들은 소금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 선질꾼들의 소금길인 한계령, 조침령, 단목령을 이제 지나가려 한다.



여인의 접근을 막은 점봉산!!


구간 : 백두대간 제 50 소구간 (조침령~단목령)
거리 : 구간거리(10.35 km, 접속 1.5km), 누적거리(745.76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6년 9월 2일. 흙의 날.
세부내용 : 조침령(13:40) ~ 전망대 ~ 830봉 ~ 900.2봉(14:15) ~ 943봉/포토포인트
(14:38) ~ 1018봉(15:05) ~ 점봉26 구조표지목 ~ 양수발전소 안내판/962봉 ~ 양수발전소 갈림길 ~ 1000봉 ~ 1138봉(16:09) ~ 공터 ~ 1136봉/전망대(16:35) ~ 급경사 내리막 ~ 북암령(17:14) ~ 1020.2봉(17:30) ~ 879봉(17:55) ~ 882봉 ~ 단목령(18:14).

이후 계곡 알탕 후 설피밭 삼거리로 탈출/ 방태산휴양림 야영.


총 소요시간 4시간 34분. 만보계 기준 21,000보.

지난 주 구룡령 ~ 조침령 구간 산행을 다녀온 뒤 마눌과 나 둘 모두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졌다. 산행 다녀온 일요일과 뒷날 월요일까지 멀쩡했었는데, 갑자기 월요일 저녁부터 마눌은 허리가 아프다고 하고 나는 오른쪽 다리가 걷기가 힘들 정도로 아파오기 시작했다.

자전거 타고 출퇴근을 시작한 이후, 매주 월요일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일주일 치 와이셔츠를 챙겨 가서는 월요일 퇴근부터 잔차로 출퇴근을 하다가 금요일 퇴근할 때 다시 자동차에 잔차를 싣고 집으로 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월요일 오후 잔차 타고 퇴근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오른쪽 다리 전체에 통증이 오면서 기분이 영 찝찝하였다. 안되겠다, 오늘은 차로 퇴근하자! 그런데 뒷날도 그 뒷날도 다리 통증은 계속 이어져서 할 수 없이 일주일 내내 자동차에 잔차를 싣고만 다녔다.

이래 가지고는 이번 주말 점봉산 구간 들어가기는 틀렸다! 같이 이 구간을 가기로 한 해리님께 이번 주는 백두대간 들어가기 힘들 것 같으니 두 분이서 먼저 다녀 오시라 말씀드렸다.

금요일 월말 결산회의 마치고 퇴근해 들어오니 12시가 다 되어간다. 해리님께 전화드렸더니 주무시다가 전화를 받으시는데 우리 때문에 이번 주는 대간보다는 다른 분들 택배나 하시든지 아니면 대명님과 일욜날 같이 한 구간 하든지 하겠단다.

그렇게 이런저런 고민을 같이 하다가 토요일 두 팀이 같이 조침령으로 가서 단목령까지만 산행을 해 보고 몸 상태가 괜찮으면 뒷날 한계령까지 진행하고 몸이 좋지 않으면 멈추기로 결정했다.



야생화의 천국 곰배령, 단목령

곰배령. 이름은 질그릇처럼 투박하지만 국내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 중 하나이다. 여름 열기가 한풀 고개를 떨구는 처서 쯤이면 모양도 빛깔도 제각각인 들꽃이 온통 산마루를 뒤덮는다. 곰배령은 가는 길부터 정겹다. 들머리는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강선마을. 내린천 상류의 진동계곡길을 타고 이리저리 굽이진 고개를 휘돌아서면 포장길이 뚝 끊긴다. 갈대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한 쇠나드리를 가로질러 풀풀 먼지가 나는 흙길로 데리구비와 곱들나들이, 설피밭, 뚝바소를 차례로 지나야 산행길이 시작되는 강선골로 이어진다. 진동계곡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아름답다고 할 만한 풍광은 없지만  마을이름부터 구수한 흙냄새가 묻어나는 산골이다. 곰배령은 산이 깊은 탓에 꽃이 유난히 늦다. 4월 복수초를 시작으로 얼레지·한계령풀·홀아비바람꽃, 5월 매발톱·노루오줌·미나리아재비가 핀다.6월은 은방울꽃·털이풀·초롱꽃이 잇달아 꽃망울을 터뜨린다. 산 아래부터 들꽃이 하나 둘 피었다 지면서 서서히 곰배령 정상으로 꽃물이 스며든다. 곰배령 산마루가 들꽃으로 덮이는 것은 8월 중순부터 9월초까지. 곰배령은 요즘 야생화의 보고로 주목받는 곳이지만 예전에는 진동리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었다. 곰배령은 홍천의 가칠봉과 점봉산, 설악산을 잇는 마루금(능선). 곰배령(1,100m)은 지형이 고무레처럼 생겼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마을 사람들은 곤뱃령, 곰배골이라고 부르는 곰배령을 넘어 한계령 골짜기 귀둔으로 다녔다고 한다. "옛날에는 마을 앞뒤에 주막이 2개나 있었다고 합니다. 강선마을에서 조금 위쪽의 단목령은 오색으로 넘어가는 길이었고, 단목령 옆으로 난 북암령은 양양의 소금장수들이 들락거리던 길이었지요. 지금은 왕래가 끊긴 지 오래됐지요..."  12년 전 들어와 자리를 잡은 홍순경씨(50)는 현재 터널을 뚫고 있는 곱들나들이 옆의 조침령 역시 양양을 넘나들던 길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면서 곰배령도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곰배령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불과 2~3년 사이다. 양양에 상부댐을 건설하면서 길이 조금씩 좋아지자 '물좋은' 진동계곡을 따라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봄이면 나물을 뜯으러 오고, 여름이면 야생화 관찰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갑자기 곰배령이 훼손될 위기에 놓이자 얼마 전에는 식물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제 50 소구간 조침령 ~ 단목령 개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9월 2일. 흙의 날. 푹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일주일 내내 아팠던 다리도 한결 부드럽다. 아무래도 산행 후유증이라기 보다는 월말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나 보다.

그러나 너무 푹 자는 바람에 출발시각이 늦었다. 해리님과 7시에는 출발을 하기로 했는데 짐 챙겨 집을 나서니 8시 반이 넘었다. 동군포 나들목 통해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이미 주말 정체가 시작되었다. 용인쯤부터 정체가 풀려서 냅다 밟아 강원도 땅으로 들어갔다.

'속사나들목'을 나와 구불구불 '운두령'을 넘고 '창촌'지나 다시 아흔아홉구비 '구룡령'을 힘겹게 넘어 갔다. 멀다 멀어!!! 다시 '56번 도로' 타고 '서림'에서 이번에는 비포장 '조침령고개'를 낑낑 올라간다.


마음이 급해 마눌더러 꽉 잡으라 하고 비포장길을 냅다 치고 올라가 조침령 정상에 올라서니 자동차 바퀴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지난주 대명님 늙은 무쏘가 못 올라 가겠다고 땡깡을 부릴만 한 고갯길이다. 조침령을 넘어 쇠나드리에서 '진동리'로 올라 점봉산 올라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길 역시 비포장 길이다. 삼거리엔 산림청 직원들이 검문소에서 출입을 통제한다. 해리님 덕분에 팔자에 없는 인터넷 신문기자가 되어 통과를 하고 해리님 내외와 조우해서 우리 차에 옮겨 타고 다시 조침령 고개 정상에 섰다. (13:40). 계획보다 1시간 30분이나 오버했다. 늦은 출발 때문에 택배에 결정적인 차질이 생겼다.

         

# 조침령 들머리. 이렇게 늦은 대간길 출발은 또 처음이다.




들머리부터 나무로 잘 가꿔진 등로가 이어진다. 오름 하나를 가볍게 오르니 역시 나무로 잘 만든 '전망대'가 나타난다. 벌써 산행를 끝낸 대여섯 명의 산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계령에서 남진했다고 한다. 8시간 만에 이 구간을 끝냈다고 하니 날아 다니는 사람들이다. 전망대 전방으로 조침령에서 내려 가는 도로와 정족산, 양수발전소 하부댐이 보인다.


전망대 바로 위에 '830봉'이 나온다. 잠시 내려 편안한 마루금을 진행한다. 좌우로는 가파른 급경사인 마루금이다. 그러나 이렇게 편한 마루금을 걷는다는 것에 모두들 놀라워한다. 지난 구간에서는 내도록 올랐다 내렸다만 반복한 지라 이런 편안한 진행에는 쉽게 적응이 안된다.

잠시 그렇게 편안하게 가다가 길게 올라 무명봉 하나를 넘고, 잠시 내리다 제법 가파르게 길게 올라 '900.2봉'에 이른다.(14:15)



         

# 잘 단장된 나무 전망대. 우리가 출발하는 이 시각 벌써 산행을 마친 이들이 휴식하고 있다.



# 조침령 도로와 양양쪽 풍경.



# 삼각점과 민짜 이정목이 있는 900.2봉.




# 민짜 이정목에 방향이나 목적지 거리 표시 대신 경위도가 적혀 있다. 우리 위치는 북위 38도선을 넘었다.




900.2봉엔 삼각점과 이 지역 특유의 민짜 이정목이 서 있다. 민짜 이정목의 좌표에는 우리가 북위 38도선을 넘었음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다. 작년 3월 대간길에 나선 이후 드디어 오늘 38도선을 넘게 된다.

900.2봉을 내려와 잠시 내렸다가 무성한 잡목을 헤치고 전진했다. 평탄하게 진행하다가 두어 차례 작게 오르내린다. 좋다, 좋아!!!

그러나 길은 평탄한 대신 철쭉군락을 만나 진행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등로를 온통 가로막고 있는 철쭉가지가 배낭이며 옷이며 마구 잡아 당긴다. 구불구불 철쭉군락 사이로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꾸준히 올라갔다. 갑자기 영동쪽 방향에서 짙은 연무가 피어오른다. 잠시후 '943봉'에 도착했다.(14:38)


943봉엔 전망대가 있고 앞이 툭 트여 포토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갑자기 연무가 짙어져서 조망이 시원치 않다. 그래도 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양양 쪽으로 내달리는 산줄기와 人間世가 언뜻언뜻 보인다.


         

# 길은 평탄하나 잡목이 딴지를 건다.




# 943봉 포토 포인트에서 자세를 잡은 해리님.


         

# 연무가 갑자기 밀려 들어 조망을 흐리게 만들었다.




# 대신 포토 포인트 안내판 위에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포즈를 취해 준다. 풍경사진이 시원찮으면 접사라도 하셔용~~ 이러면서... ^^




대간길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떨어져 내린다. 직진하여 양양 쪽으로 내리는 방향으로도 희미한 소로가 있지만, 흰 로프로 '등산로 아님'이라고 막아 두었다.

아래로 내리는 도중에 왼쪽 다리 종아리쪽에 통증이 왔다. 지난주 내도록 오른쪽 다리가 아파서 계속 왼쪽에 무게 중심을 많이 두었더니 오히려 왼쪽 다리가 말썽을 부린다. 조심 조심 달래면서 가자!

아래로 내리자 넓은 평지가 나오고 멧돼지가 운동장을 만들어 두었다. 평지를 지나 오름 하나를 위로 오르자 이번엔 더 넓은 멧돼지 운동장이 나온다. 시야를 멀리 넓게 두고 멧선생의 움직임이 없나 살피며 진행했다.

하얀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자빠링하고 있는 고사목을 지나고 계속 헉헉 올라 삼각점이 있는 '1018봉'에 오른다.(15:05). 1018봉은 정상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등로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삼각점이 아니라면 정상이라고 불러 줄 수 없다.

좌측으로 잠시 내리는 듯하다가 위로 편하게 올라 '점봉 26' 구조목이 있는 무명봉에 오른다. 구조목 바로 옆엔 바윗돌 몇 개가 있다.

                       

# 로프가 설치된 제법 가파른 오름을 오른다.




# 점봉 26 구조목이 있는 무명봉.






편하고 길게 서서히 고도를 낮춰 간다.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난다. 조침령을 사이에 두고 양 구간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지난 구간에서는 올랐다 하면 내리고, 내렸으면 반드시 다시 올라야 하는 오르내림이 구간 내내 사람을 괴롭히더니 오늘은 그저 산책하는 기분이다.

길게 내렸다가 전방의 오름을 한차례 밀어 올리니 '양수발전소 경고판'과 '민짜 이정목'이 있는 무명봉에 이른다. 이후 편하게 고도를 내려간다. 제법 길게 그러나 편하게 고도를 낮춰가다가 잠시 위로 올랐다 내리니 '양수발전소 갈림길'이 나온다.

                       


# 엄청난 크기의 버섯.




# 양수발전소 경고판.


         

# 양수발전소 갈림길. 이곳에서 잠시 길을 헷갈렸다.




갈림길엔 역시 경고판이 서 있다. 경고판은 약 500m 간격으로 쭈욱 이어졌다. 직진길이 대간길인 듯한데, 좌측으로 양수발전소로 내려가는 길에도 표지기가 하나 매달려 있다. 직진길에도 표지기가 달랑 하나만 달려 있다. 지도 놓고 한참 고민을 하게 된다.

직진길이 대간길이 분명한데, 좌측에 붙여둔 저 표지기는 대체 뭐란 말인가? 확인해보니 '약무글 산악회 백두대간 종주'라고 적혀 있다. 아하!!! 약 무그러 저 아래 양수발전소로 내려 갔구나!!! ㅋㅋㅋ

아마도 양수발전소 구경하러 저쪽으로 내려갔지 싶은데(이곳에서 탈출하기엔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기에...) 그냥 내려 가지 표지기는 왜 저 방향에 매달아서 후답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지...

직진길에 표지기 하나 매달아 뒷사람들에게 알리고 가볍게 한차례 위로 밀어 올렸다. 넓은 멧돼지 운동장을 지나고 서서히 고도를 높여 '현위치 양수발전소' 안내판이 있는 봉우리에 도착했다.(15:47)


         

# 좌측 아래에 양수발전소 상부댐이 있나 보다.




# 조침령에서 3.2km를 왔다.




삼각점이 있고 지도 상에는 '1000봉'이라고 나오는데, 고도계에는 1,015m가 찍힌다. 좌측 바로 아래에 양수발전소 상부댐이 있다. 수풀이 우거져서 댐을 확인할 수는 없다.

결국 지금 우리 발 아래로 백두대간을 가로질러 터널이 뚫려 있고 물길이 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음~ 이것은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원래 산길은 물길을 지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물길이니 무슨 상관있겠는가?

이후 위로 꾸준히 올라간다. 1110이 찍히는 봉우리를 올라 잠시 내리는 듯 하더니 바로 위로 꾸준히 올라 갔다. (16:09)'1138봉'에 이른다.



# 산들깨 보랏빛 군락 사이로 진행한다.
 




# 산들깨.




# 투구꽃. 똑딱이 카메라로 보랏빛 꽃은 초점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특히 광량 부족한 숲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 눈괴불주머니. 노란꽃도 촛점엔 영~~~




# 입을 맞댄 백조 네 마리. 흰진범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넘이다.




# 설악산 자락이어선지 금강초롱꽃이 자주 눈에 띈다.




# 배초향. 경상도에서는 방아라고 부른다. 된장찌개나 매운탕에 없어서는 안될 강력한 향신료다.



         

# 잡풀 우거진 1138봉.




1138봉은 사계청소를 해 두었다. 하지만 잡풀이 우거져서 구별이 쉽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정상인줄 알 수 있다. 정상 확인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배꼽 근처에서 뭔가 꾸물대며 따끔하게 물어 버린다. 앗, 따거! 얼른 옷 뒤집어 털어내니 뭔가 까만 벌레가 툭 떨어져 숲속으로 사라진다.


통증이 상당하다. 물파스 바르고 진정시킨 뒤 다시 출발했다. 배꼽 근처에 물파스를 발랐더니 배가 뜨뜻하다. 겨울에 배고프고 밥 사먹을 돈 없으면 이 방법을 쓰면 되겠다.

정상을 나와 잠시 내리더니 위로 꾸준히 올라 무명봉의 정상 근처에서 우회하여 좌측으로 진행했다. 바람 선선한 마루금을 따라 편하게 진행하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인다.

양양 쪽에서 짙은 개스가 밀려 들더니 순식간에 숲을 가득 메워버린다. 그러나 대간길은 계속 편하게 이어진다. 이렇게 좋을수가!!!

이후 길게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어 제법 가파르게 떨어지다가 이내 편하게 고도를 낮춰간다. '공터'를 지나 다시 위로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고도를 높여 '1136봉'에 오른다.(16:35)

         

# 갑자기 개스가 숲 가득 밀려든다.




# 1136봉 오름의 공터. 습기 가득한 개스 숲속에 가득하다. 때문에 숲은 축축하고 음습하다.




# 1136봉. 마나님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1136봉엔 전망대가 있으나 개스 탓에 조망은 전혀 없다. 잠시 진행하다가 곧바로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아주 급경사 길을 내려갔다. 역시 대간길은 어디든지 공짜는 없다. 이렇게 길고 가파르게 내려가니 또 올라야겠지?

긴 내리막의 중간에 좌우로 멧돼지들이 등로 따라 광범위하게 밭을 갈아 두었다. 이곳의 흔적들은 모두 파헤쳐진지 얼마되지 않은 새것들이다. 스틱을 딱딱 부딪혀 돼지에게 우리가 감을 알리고 간간이 호각도 불며 진행했다. 계속 길게 내려가니 '북암령'이 나온다.(17:14)

         

# 북암령. 해리님은 이정표 될 만한 곳이 나오면 꼭 마나님을 렌즈에 담는다.




이 북암령도 옛날엔 선질꾼들의 소금길이었다. 지금이야 오가는 이 없고 오직 대간꾼들이나 지나 다닐 뿐이다. 그나마 대간길을 따라 갈 뿐이지 대간을 가로지르는 북암령길은 수풀에 뒤덮혀 지워져 가고 있다. 이정목에는 '설피골 2.3km/조침령 7.0km/북암리 2.5km/단목령 2.9km/해발 940m'라고 적혀 있다.

잠시 한숨 돌린 후 위로 치고 오른다. 1136봉에서 북암령(940m)까지 해발고도를 200m 가까이 떨어뜨렸기 때문에 다시 오를 것을 은근히 걱정하며 올라갔다. 지난 구간의 경우 예외없이 내린 만큼 올라야 했으니까.

중간에 등로를 가로 막고 드러누워 대간을 향해 큰절을 올리게 하는 고사목을 만났다. 모두들 얼마 남지 않은 대간길에 대고 엎드려 절하며 네 발 짐승 모드로 통과했다. 다시 위로 치고 올라 '1020.2봉' 정상에 오른다.(17:30)



# 대간에 큰절을 해야 통과할 수 있다.



         

# 1020.2봉 정상. 




# 물푸레나무 안내판이 서 있다.




1020.2봉 정상엔 물푸레나무 안내판이 서 있다. 소백산 구간의 '선달산' 정상도 온통 물푸레나무 군락이었다. 앞서 북암령까지 고도를 200m 가까이 떨어뜨린 후라 오르막에서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쉽게 올라왔다.

다시 위로 조금 올랐다가 넓은 고원지대를 지난다. 당연히 멧선생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가만 생각해 보면 멧돼지라는 놈들 참 부지런한 듯하면서도 제 편한 것만 생각하는 게으른 놈들이다. 이놈들은 절대로 가파른 곳이나 뿌리 단단한 산죽밭 등은 파헤치는 법이 없다. 그저 편평하고 넓은 지대, 좀 음침하고 습한 곳 등을 즐겨 파헤친다. 그리고 주로 길이 잘 나있는 대간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밭을 갈아 놓는다.

멧돼지 흔적 때문에 스틱을 딱딱 부딪히며 가는데 뒷쪽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는데 잘못 들었나? 다시 계속 진행하는데 내가 스틱을 칠 때마다 뒤쪽에서 같은 소리가 들린다. 걸음을 멈추고 기다렸더니 부부 대간꾼이 뒤를 따라 온다. 아이구, 놀래라! 난 멧선생인줄 알았네...

용인에서 오신 분들인데 허술해 보이는 차림새와는 달리 준족을 가지신 분들인지 아침에 구룡령에서 출발해서 단목령까지 내쳐 진행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오색쪽으로 탈출한다고 한다.

다시 아래로 길게길게 떨어져 내렸다. 내리막은 온통 산죽밭이다. 해발고도를 865m까지 떨어뜨린 후 곧바로 전방의 봉우리를 향해 올라갔다. 잠시 올라 '879봉'을 만난다.(17:55)

         

# 879봉.




잠시 내려 다시 '무명봉(882봉)' 하나를 넘고 이제는 계속 아래로 내려간다. 길게 길게 내리지만 가끔은 조금이나마 위로 올리기도 하며 산죽밭을 따라 고도를 낮췄다. 어느 순간부터 좌측 숲 아래에서 물소리가 쏴아 들려 온다.

그러더니 좌측 숲 아래에서 물이 흐르는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간길과는 10여m 떨어져 있다. 잠시후 오늘의 목적지인 '단목령'에 도착했다.(18:14)



# 단목령. 숲이 짙어 어둡다.




# 전각체의 팻말도 매달려 있다.




단목령은 '박달나무 檀'자를 사용하여 '박달령'이라고도 한다. 단목령은 넓은 공터로 되어 있고, 바로 아래에 물이 있어 야영지로는 그만이다. 역사 깊은 고개인 만큼 장승 둘이 눈을 부라리며 고개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정목에는 '양수발전소 7.2km/ 점봉산 6.2km/ 오색리 3.0km'라고 적혀 있고, 해발 855m라고 적어 두었다. 고도는 잘못 기재된 듯하다. 내가 가진 고도계에는 765m로 나온다. 지도에 있는 고도표에도 750이나 60 정도로 표시되어 있다.

단목령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치고 좌측 삼거리쪽으로 하산했다. 바로 아래에 계곡이 흐르고 있어 모두들 시원한 계곡물에 뛰어 들어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 여성들은 저 위쪽으로 올라 가세요!




잠깐이지만 알탕으로 땀을 씻어내고 설피밭 삼거리쪽으로 하산했다. 편안하게 고도를 조금씩 낮춰 가며 내려가니 금방 곰배령 마을 쪽으로 내려온다.

         

# 마을쪽으로 내려오며 처음 만나는 곰배령 마을의 깔끔한 전원주택.




마을을 지나 차를 세워둔 곳에 도착했다. 어느새 땅거미가 밀려들었다. 차에 배낭을 싣고 있는데 박쥐란 넘이 휙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참 오랜만에 만나는 박쥐다.

이제부터는 다시 조침령에 가서 내 차를 회수하고, 두 차가 동시에 한계령까지 가서 차 한 대를 주차한 후 이곳으로 다시 돌아 와야 한다. 우리 부부가 아침에 집에서 출발을 늦게 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많다.

설피밭 마을을 지나 쇠나드리에서 조침령고개를 오르는데 이미 주위가 캄캄해진다. 조침령 고개 정상에 도착해 땀에 절은 옷을 갈아 입고 서림 쪽으로 내려갔다. 이 지역은 전화가 불통인지라 종일 연락 두절 상태였다. 결국 시각도 늦고 연락도 안돼 일찍 산행 끝내고 다른 분들 택배한다는 계획은 틀어져 버렸다.

조침령 고개 비포장길은 참 위험하고 먼 길이다. 서림에서 양양 쪽으로 가다가 갈림길을 만나 한계령 쪽으로 좌틀해서 올라 갔다. 한계령 올라가는 길은 중간중간 수해로 인해 끊어져 있어 심란하게 만든다. 오색을 지나 구불구불 참 오래도 걸려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는 이미 문을 닫았고 개를 풀어 놓아 이 넘들이 돌아 다니며 컹컹 짖어댄다. 바람 씽씽 부는 한계령 휴게소에 우리 차를 주차해 두고 해리님 차로 다시 설피밭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는 길은 조침령 고갯길이 너무 험해서 필례약수 쪽으로 해서 현리, 방동을 거쳐 가기로 했다.

한계령 정상 바로 아래에서 내려가다가 우틀하면 필례약수 가는 길이 나온다. 그런데 이쪽은 수해 흔적이 더 많다. 곳곳이 유실되어 겨우 길을 이어 두었고 집체만한 바위들이 길가에 나 뒹굴고 있다.

조심스레 필례를 벗어나 귀둔리 지나고 현리를 거쳐 방동 쪽으로 갔다. 대명님이 내일 한계령까지 가고자 합류하기로 했다. 점심 때 출발했는데 일곱 여덟시간이 넘게 걸려 이제 겨우 도착한 모양이다.

대명님이 방태산 휴양림에 먼저 자리를 잡아 그곳에서 야영하고자 모두들 집결하니 시각은 이미 10시를 넘겼다. 아침에 집에서 과일 한 조각 먹고, 산행하며 중간에 간식 먹은 걸 제외하면 하루종일 밥알 구경을 못했다.

서둘러 텐트 치고 준비해 온 음식으로 만찬을 준비해 허겁지겁 먹었다. 음~~~ 좋타!!! 술맛도 좋코!!!

                       

# 방태산 휴양림의 쭉쭉 뻗은 소나무.




아침에 눈 뜨니 대명님은 차 몰고 조침령으로 먼저 달려 갔다. 우리가 단목령까지 어제 마쳤으니 혼자 먼저 출발해서 단목령에서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밤새 술 마시고 눈도 못 붙이고 출발하기 어려웠을 텐데... 산꾼들의 의지란!!!

우리도 누룽지 끓여 아침 먹고 출발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눌이 속이 답답하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간밤에 급히 먹은 음식이 잘못 된 모양이다. 해리님이 돌팔이(?) 정신을 발휘해서 손끝을 따고 침도 놓아 보지만 효과가 없다.


         

# 방태산 자연휴양림. 아픈 마눌을 위해 시술 중.




얼굴이 창백해지고 아파하더니 급기야 토하고 난리다. 일단 출발해서 현리로 가 보자! 휴양림을 나와 현리로 달려 가서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였다. 그리고 일단 설피밭 삼거리까지 가서 상태를 두고 보기로 했다.

현리에서 설피밭까지는 상당한 거리여서 시간 소모를 많이 한 후에야 도착했다. 그러나 마눌은 좋아지기는 커녕 상태가 더 나빠져서 계속 토한다. 웬만하면 산행을 강행하려고 했는데 이건 영 아니다.

차라리 집에서 아팠으면 이 고생을 안했고 다음 주쯤 산행할 때 한계령까지 마치고 조침령으로 차량 회수하러 오기도 쉬울 텐데 이 곳은 차량 회수하러 올 수가 없는 곳인데... 아프다는 사람 뭐라 할 수도 없고 속만 뒤집어 진다.

같이 철수하겠다는 해리님 내외 억지로 떠밀어 단목령을 향해 출발을 시켰다. "우리는 이곳에서 좀 쉬다가 차를 한계령에 갖다 두고 먼저 귀가하겠습니다."

         

# 단목령을 향해 출발하는 해리님 내외. 함께 산행 하다가 한 팀은 산으로 올라가고 다른 팀은 남아 그 모습 쳐다보고 있자니 기분이 영 이상하다.




한참 토하더니 겨우 잠든 마눌 쳐다보다가 이곳 저곳 둘러보았다. 이곳은 점봉으로 오르는 여러 갈래들(단목령, 곰배령)이 갈라지는 곳이고, 오지여행지로 알려진 곳이라 민박집이 여러 곳 있다. 이제 가을이 되면 산행객들이 많이 찾아 오겠지.

         

# 참취.




# 노란 키다리.




# 당귀(當歸). 나는 그동안 이 넘을 어수리 변종인줄 알고 있었다. 산속에서 이 넘을 만나면 강렬한 한약 냄새를 맡게 된다. 




# 어수리.




# 씀바귀에 푹 빠진 꿀벌.




# 여뀌.




"다음에 이 구간 보충하기 너무 어려우니 일단 한 시간쯤 자고 나서 마눌 상태가 괜찮으면 늦게라도 출발해 보자! 어두우면 이마에 불 밝히지 뭐~" 이런 생각이었지만, 마눌은 회복될 기미가 없다. 일단 우리 차 회수해서 돌아가는 길에 병원에 들러보기로 했다.

침낭 펼쳐 뒷자리에 눕게 하고 한계령을 향해 출발했다. 설피밭 삼거리에서 한계령까지는 자동차로도 한 시간이 훨씬 넘게 걸리는 거리이고 중간중간 수해 흔적 때문에 길도 아주 험한 편이다.

특히 필례약수 가는 길은 그 처참한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 청정 설악의 계곡은 황폐한 속살을 다 드러냈고 벌건 녹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

         

# 필례약수 가는 길의 수해 흔적.




# 완전 초토화가 되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마루금을 쳐다 보면 역시 설악의 산자락은 빼어날 秀 그 자체다. 산 아래를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은 설악의 처참한 수해 흔적을 보고 가고 대간길을 걷는 사람들은 빼어난 설악의 절경에 취할 것이다.

         

# 망대암산의 암릉 구간. 정상적이라면 잠시 후 우리가 저 마루금을 걷고 있을 것이다.




# 저 곳을 내가 지나고 있어야 하는데... 




# 필례령의 감시 초소. 문이 잠겨 있고 초소 뒤에 개구멍이 있지만 지나기가 어려워 보인다. 절개지 상단에서 좌측으로 내려 가면 도로로 내려 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국공파들이 그곳에 차를 세워 두고 위를 살피고 있다.




# 한계령 휴게소에서 바라본 칠형제봉 능선.




# 한계령 휴게소. 마루금을 걸어 와야 할 곳을 차 타고 왔다.



한계령 휴게소에 해리님 차 세워 두고 우리 차를 회수했다. 어젯밤 우리 차를 가지고 갔으면 이곳까지 오지 않아도 되는데... 한계령 휴게소를 쳐다보니 마음이 더 아린다. 오늘 요기까지 마쳤어야 하는데...

아, 그러나 어쩌랴! 백두대간이 끝까지 호락호락 제 진면목을 보여주길 거부하고, 여신(
女神)이 산다는 점봉산은 마눌에게 쉽게 접근하길 허락치 않음을...


*후일담

마눌은 병원에서 역류성 식도염이란 진단을 받고 현재 치료 중이다. 그나저나 점봉산 구간을 어떻게 마쳐야 하나? 한계령에서 설피밭 삼거리까지 무슨 수로 돌아가지? 난제(難題)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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