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자전거 라이딩
- 국토종주 자전거길
- 금남정맥
- #삼남길
- 백두대간
- 야영
- #100대 명산
- 잣숲
- 낙남정맥
- #견지낚시
- #야영산행
- 국사봉
- 호남정맥
- 한남금북정맥
- 시산제
- 100대 명산
- 야영산행
- 자전거여행
- 한남정맥
- 섬산행
- 지리산
- 잣나무숲
- 견지낚시
- 백운산
- 한북정맥
- 100대명산
- 금북정맥
- 낙동정맥
- 삼남길
- #삼남대로
- Today
- Total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금북정맥]열세번째(스무재~생미고개)-산에 가거든! 본문
두 해 전 백두대간(白頭大幹) 종주를 완료하는 시점에 갑자기 찾아온 병마(病魔) 때문에 강/사/랑의 인생 행로는 큰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그 질병이라는 것이 워낙에 갑작스러웠고, 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흉악한 불청객이라 처음에는 산길은 고사하고 삶의 의욕조차 잃을 지경이었다.
그러다 차츰 마음을 바로 세우고 스스로를 다스려 병마를 내 집에 찾아온 손님처럼 잘 모시고 관리하면서 같이 갈 방도를 찾기로 하면서 삶의 방식부터 바꿔나가기로 하였다.
분노를 버리고, 원망도 버리고, 조급함도 버리고, 남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격변(激變)보다는 온화한 개선(改善)을 추구하며, 질주(疾走)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완보(緩步)를 택하여 바깥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돌려 꽃물이 들듯 서서히 자신을, 세상을, 인생을 느끼며 살아가고자 하였다.
막상 해 보려고 하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는 하더라만...
어쨌거나 마음 한번 바꿔 먹으니 세상도 달라 보이고 햇살도 다시 느껴져서 나름 많은 변화(變化)를 가져오게 되었다. 덕분에 인생의 새로운 목표로 세웠다가 중지되었던 '강/사/랑의 우리 산하 두 발로 느끼기'도 다시 느리지만 한 걸음씩 그 발길을 이어가게 되었다.
다만 갑작스런 기온 변화에 노출되거나 예전 같은 무리한 산행은 최대한 조심하게 되어서 몇몇 제약 조건이 생기게 되었는데, 동절기(冬節期) 산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된 것도 그중의 하나다. 겨울산 눈구덩이 속에서 마음껏 뒹굴어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그 바람을 마음 아래 깊이 눌러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겨울 산행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어서 집에서 가까운 금북길에서 서서히 몸과 체력을 적응시켜 가기로 했다. 원래 겨울 산행은 짧은 낮시간 때문에 신새벽에 시작해서 해 지기 한참 전에 산을 내려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나는 햇살이 퍼질 때를 택해서 산행을 시작하고 기온변화가 너무 심한 날은 피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최대한 천천히 운행속도를 조절하기로 하였다.
그랬더니 그동안 못 보고 지나쳤던 우리 산하의 경치도 보이고, 그들이 내는 자연의 소리도 들리게 된다. 게다가 내 몸에 집중하니 내 심장의 박동 소리와 내 맥박의 두근거림도 느낄 수 있어 그를 산길에 맞출 수도 있다. 김지헌 시인은 충남 강경 출신의 여성 시인이다.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는데 '다음 마을로 가는 길', '가창오리떼' 등의 시집을 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산(山)에 관한 시를 여러 편 썼다. 시인은 '산에 가거든'이란 시에서 산에 가거든 산에 푹 젖어서 산의 맥박(脈搏)을 들어라고 노래하였다. 속도와 일정에 쫓기는 종주 산행을 할 때는 산에 푹 젖기는 하여도 산의 맥박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이제 시선을 안으로 돌려 내면을 바라보고 속도를 포기하니 비로소 산의 맥박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 맥박에 동조(同調)하여 함께 뛰는 나의 맥박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마음 한 번 바꿔 먹은 이후의 일이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산에 가거든 그 안에 푹 젖어 볼 일. 가만히 귀를 대고 산의 맥박이 뛰는 소리를 들어 볼 일. 그리하여 내 맥박을 그 산의 맥박에 맞춰 볼 일!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구간 : 금북정맥 제 13구간(스무재~생미고개) 스무재(09:45) ~ 215봉 ~ 은고개 ~ 254봉 ~ 287봉(10:36) ~ 물편고개(11:03) ~ 273봉 ~ 283봉(11:57) ~ 293봉 ~ 보령고개 ~ 258봉(12:25)/점심후 13:00 出 ~ 우수고개 ~ 321봉 ~ 385봉 ~ 가루고개(14:15) ~ 오서산 갈림길(14:45) ~ 금자봉 ~ 갈림길 ~ 공덕고개(15:15) ~ 쉼터 갈림길 ~ 임도 ~ 마을 갈림길 ~ 고개 ~ 신풍고개(16:42) ~ 꽃밭굴고개(17:10) ~ 생미고개(17:40).
오서산/烏棲山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서해안 고속도로 대천 나들목을 나와 36번 도로 타고 청양 방향으로 직진하기만 하면 지난주 내려선 스무재에 설 수 있다. 고개가 험하고 도둑이 많아 장정 스무 명이 모여야 넘을 수 있었다지만, 오늘날 스무재는 국도 상의 낮은 고개일 따름입니다. 스무재 한 켠엔 넓은 공터가 있어 주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09:45) 스무재 고개 위 깃발들이 도열해 있는 뒷쪽 들머리로 올라가 산행을 시작했다.
# 스무재 전경.
옷을 너무 많이 입었더니 행동이 굼뜨고 불편하다. 1월 내내 주말마다 한파가 몰아쳐 금북길 발목을 잡았는데, 간만에 날씨가 좀 풀렸다고는 하나 집에서 출발 시 기온은 영하 8도, 지금은 영하 3도다.
# 묘지에서 우틀하여 떨어져 내린다.
북사면엔 잔설이 가득하지만 스패츠나 아이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오늘 역시 아무도 지난 흔적이 없다. 스무재에서 오른만큼 고도를 낮춰 소나무숲을 지나고 그 바로 너머에 고개가 나타난다. '은고개'다. 고개 저쪽엔 나뭇꾼이 화목으로 쓸 땔나무를 열심히 지게에 싣고 있다.
# 물편고개. 저 멀리 오서산이 보인다.
# 산이 낮아지는 곳에 610번 지방도가 지난다.
물편고개는 화강리와 시산리를 이어주는 고개다. 610번 지방도가 지나고 있어 포장이 되어 있다. 화강리에 있는 물이 좋아서 농사 짓기에 좋은 '물펴니 마을'에서 그 이름을 얻었다. 소나무숲 언덕을 넘으면 밭이 나오는데 물편고개에서 고개 좌측으로 해서 이곳으로 바로 오는 것이 나을 듯하다.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시멘트 포장된 '마을 고개'를 지나게 되는데, 바로 아래 붉은 기와집에서 개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넓은 수렛길을 따라 위로 오른다. 소나무숲을 따라 고도를 높엿다. 꾸준히 올라 '273봉' 정상 직전에서 갈림길을 만나 우측으로 떨어져 내린다. 눈을 헤치고 아래로 내렸다가 한순간 우측으로 트인 곳이 나오고 다시 한차례 위로 올려 '283봉'에 오은다.(11:57)
# 숲 너머로 가야 할 산들이 볼록볼록 솟아 있다.
# 인적 끊어진 보령고개.
보령고개에서 한차례 위로 밀어올리면 '258봉'에 오르게 된다.(12:25). 이곳에서 마음에 점 하나 찍고 13:00에 출발했다. 두어 번 오르내리다 가파르고 길게 내려가면 철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 아래로 절개지가 나오고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우수고개'에 이르게 된다.(13:18)
우수고개엔 그다지 재미있지가 않은 전설이 있다. 출전은 청양문화원이다. 옛날 이 고개 아랫 마을에 살던 선비가 과거 보러 한양으로 떠났다. 집 떠난지 3년이나 소식이 없어 그 가족들이 울면서 살았는데 그 때문에 고개 이름을 '울틔'라 부르고, 마을 사람들이 걱정할 것 없다고 웃으며 지냈다 해서 '우수고개'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뭔 소리인지 원.... 아무 극적인 이야깃거리도 교훈적 내용도 없는 이런 전설은 또 처음 본다. 울티라 하지 않고 우수고개라 부른 것은 긍정적 선택을 했다고나 할까?
# 두 번째 철탑에서 조망감상을 했다. 그러나 이 철탑은 조금 알바한 곳에 위치한다.
# 오서산을 올려다 본다.
# 정상부를 줌인!
이곳에서 지나온 방향으로 조망이 허락된다. 잠시 조망 감상을 하다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표지기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지도 확인하니 길을 벗어나 있다. 넓은 수렛길을 무심히 따르다가 우측 숲으로 올라가는 표지기들을 놓친 듯하다.
정맥길은 정상 직전에서 좌측으로 우회하고, 한차례 올렸다 봉우리 하나를 넘고 다시 가파르게 밀어 올려야 한다. 헉헉거리며 능선마루금엘 오르고 우측으로 진행하여 '385봉'에 오른다. 정상 너머에는 묘지가 하나 있다. 북사면의 눈을 헤치고 아래로 내려가면 눈에 덮인 '가루고개'가 나온다.(14:15)
# 너머로 오서산이 보인다.
고개를 지나 묘지 뒤로 올라가면 오서산 휴양림 주차장에서 올라 오는 길과 합류하고 곧바로 가파른 오름이 시작된다. "이러다 정말 산과 한 몸이 되어 버릴라!" 배낭에 눌린 허리를 펴고 심박수를 가라앉힌다. "그래, 내 맥박이 곧 산의 맥박일거야! 이렇게 산길을 걷고 또 걸음이 산에 푹 젖어 보는 일이리라!"
# 오서산 갈림길. 정맥은 우틀.
오서산(烏棲山)은 해발고도가 790m로 금북정맥과 연결된 산 중 가장 높은 산이다. 애초에 계획은 오서산 정상엘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출발이 늦어 정상을 다녀와서는 생미고개까지 갈 수가 없다.
결국, 다음에 100대 명산 산행을 할 때 오기로 하고, 숲 너머로 보이는 오서산 정상과 작별했다. 우틀하여 금자봉으로 향했다. 금자봉은 갈림길 바로 우측에 있다.
금자봉은 멋진 이름을 가졌지만 조망은 전혀 없고 그 자체의 볼품도 없다. 아마도 정맥 갈림길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누군가 이름을 지어 주었나 보다.
# 신발속으로 눈이 많이 들어와 양말이 젖어버렸다.
# 공덕고개.
# 안내판이 있다.
정맥길은 수정저수지 방향으로 직진한다. 한차례 밀어 올려 능선마루금에 오르고 고만고만하게 오르내렸다. 등로에 눈이 많아 속도가 나질 않는다. 잠시 후 평상이 있는 '쉼터 갈림길'에 도착했다.(15:35)
이곳에서 전방의 뚜렷한 산줄기를 버리고 좌측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급경사 내리막길인데 아주 미끄럽다. 길게 내려간다. 조심해서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갔지만 결국 한차례 자빠링을 하고 말았다. 신발 속에 눈이 가득하다. 이 길은 눈내린 후 내가 첫 과객(過客)이다. 아무도 지난 흔적이 없는 신설(新雪)에 발자국을 길게 남기며 내려갔다.
# 숲을 완전히 벗어나 마을 뒤까지 내려 갔다.
무려 30분을 계속 내려 왔다. 우측으로 잠시 올라 가면 넓은 묘지가 나오고 숲으로 들어가 다시 내려갔다. 다시 묘지를 만난다. 우측 전방으로 신풍리 저수지가 있다. 계속 아래로 내려 고개를 만나는데, 고개 우측으로 신풍저수지와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 신풍저수지가 보이는 이름없는 고개.
# 능선에 오르면 지나온 오서산이 올려다보인다.
# 벌목지 상단으로 정맥길이 이어진다.
# 다시 저수지 상단으로 이어지는 고개를 만난다.
# 이런 작은 소류지에서 의외로 월척 붕어를 만날 수도 있다. 낚시꾼 시절 이런 곳을 많이도 찾아 다녔다.
# 신풍고개.
고개에서 좌측으로 진행해 고개를 넘고 밭을 가로질러 숲으로 올라갔다. 길게 진행하다 보면 특이하게 한쪽 방향으로 비스듬히 누은 나무들이 있는 조림지를 만난다. 뽕나무인 듯한데 잎이 없어 확신할 순 없다.
# 꽃밭굴고개.
# 화계리1구란 표지석이 서 있다.
꽃밭굴고개는 이름이 아주 이쁘다. 보통 '꽃'이란 접두어가 들어가는 지명은 정작 꽃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돌출된 지형을 말하는 '곶'이란 말에 그 어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곳 꽃밭굴고개의 지명 유래는 청양군청에서도 청양문화원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아마도 이 동네가 '화계리'인 것으로 보아 그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고개 이름은 꽃밭굴이라 향기로운데 고개 바로 곁에 축사가 있어 꽃향기 대신 분뇨냄새만 진동한다. 똥냄새를 피해 얼른 고개를 떠났다.
# 밭과 소나무숲을 지난다.
# 밭두렁길을 간다.
# 이번 구간에는 이런 풍경을 자주 본다.
'아랫생미'의 넓은 가족묘역을 지나면 골프장 페어웨이처럼 길게 뻗은 보리밭을 만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보리싹들이 파란색을 더해 가고 있다. 곧 '저 푸른 초원'을 만들겠다. 보리밭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올라갔다.
잠시 후 절개지 있는 고개를 만나는데 건너편 절개지에 표지기가 하나 매달려 있다. 그러나 그 표지기를 믿고 건너편 절개지를 치고 오르면 낭패를 하게 된다. 정맥은 고개 따라 우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 임도 따라 내려 가다보면 오늘 구간의 종착지인 '생미고개'에 이르게 된다.(17:40)
# 고개를 만나 우측으로 임도를 따른다.
# 생미고개.
생미고개는 광천으로 넘어가는 96번 도로가 지나는 곳이고 고개 우측 바로 아래에 장곡면 면소재지가 있다. 고개를 넘어 장곡면으로 갔다. 며칠 뒤로 다가온 설 준비 하느라 방앗간에서 가래떡 만드는 모습이 정겹다. 광천택시 불러 스무재로 차량회수하러 갔다.
|
'1대간 9정맥 > 금북정맥 종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북정맥]열다섯번째(까치고개~무르티고개)-三德을 보다!!! (0) | 2008.03.31 |
---|---|
[금북정맥]열네번째(생미고개~까치고개)-白月山을 또 넘다! (0) | 2008.03.28 |
[금북정맥]열두번째(여주재~스무재)-백월산에서 북쪽으로 몸을 틀다! (0) | 2008.01.15 |
[금북정맥]열한번째(645번 지방도~여주재)-크리스마스날 홀로 걸은 금북길! (0) | 2008.01.15 |
[금북정맥]열번째(차동고개~645번 지방도)-금북스럽다! (0) | 2008.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