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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열세번째(스무재~생미고개)-산에 가거든! 본문

1대간 9정맥/금북정맥 종주기

[금북정맥]열세번째(스무재~생미고개)-산에 가거든!

강/사/랑 2008. 3. 21. 00:00
 [금북정맥]열세번째(스무재~생미고개)



산에 가거든 / 그 안에 푹 젖어 보아라 / 가만히 귀를 대고 / 산의 맥박이 뛰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 세상의 모든 언약이 서서히 / 깨어지고 있는 소리를 // 산에 가거든 /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 풀바람이 되어 보아라 / 고만고만한 인연들이 모여 / 제각기 만들고 있는 이야기를 / 들어보아라. // 산에 가거든 / 그 경사진 산맥의 늙은 생애를, / 울음소리를 들어 보아라 / 주인없는 무덤가에 피어난 / 탄식같은 햇살 한 움큼 /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소리를 / 들어 보아라.

- 김지헌 '산에 가거든' (전문)

 

 

두 해 전 백두대간(白頭大幹) 종주를 완료하는 시점에 갑자기 찾아온 병마(病魔) 때문에 강/사/랑의 인생 행로는 큰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그 질병이라는 것이 워낙에 갑작스러웠고, 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흉악한 불청객이라 처음에는 산길은 고사하고 삶의 의욕조차 잃을 지경이었다.

 

그러다 차츰 마음을 바로 세우고 스스로를 다스려 병마를 내 집에 찾아온 손님처럼 잘 모시고 관리하면서 같이 갈 방도를 찾기로 하면서 삶의 방식부터 바꿔나가기로 하였다.

 

분노를 버리고, 원망도 버리고, 조급함도 버리고, 남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격변(激變)보다는 온화한 개선(改善)을 추구하며, 질주(疾走)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완보(緩步)를 택하여 바깥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돌려 꽃물이 들듯 서서히 자신을, 세상을, 인생을 느끼며 살아가고자 하였다.

 

막상 해 보려고 하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는 하더라만...

 

어쨌거나 마음 한번 바꿔 먹으니 세상도 달라 보이고 햇살도 다시 느껴져서 나름 많은 변화(變化)를 가져오게 되었다. 덕분에 인생의 새로운 목표로 세웠다가 중지되었던 '강/사/랑의 우리 산하 두 발로 느끼기'도 다시 느리지만 한 걸음씩 그 발길을 이어가게 되었다.

 

다만 갑작스런 기온 변화에 노출되거나 예전 같은 무리한 산행은 최대한 조심하게 되어서 몇몇 제약 조건이 생기게 되었는데, 동절기(冬節期) 산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된 것도 그중의 하나다. 겨울산 눈구덩이 속에서 마음껏 뒹굴어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그 바람을 마음 아래 깊이 눌러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겨울 산행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어서 집에서 가까운 금북길에서 서서히 몸과 체력을 적응시켜 가기로 했다. 원래 겨울 산행은 짧은 낮시간 때문에 신새벽에 시작해서 해 지기 한참 전에 산을 내려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나는 햇살이 퍼질 때를 택해서 산행을 시작하고 기온변화가 너무 심한 날은 피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최대한 천천히 운행속도를 조절하기로 하였다.

 

그랬더니 그동안 못 보고 지나쳤던 우리 산하의 경치도 보이고, 그들이 내는 자연의 소리도 들리게 된다. 게다가 내 몸에 집중하니 내 심장의 박동 소리와 내 맥박의 두근거림도 느낄 수 있어 그를 산길에 맞출 수도 있다.


김지헌 시인은 충남 강경 출신의 여성 시인이다.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는데 '다음 마을로 가는 길', '가창오리떼' 등의 시집을 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산(山)에 관한 시를 여러 편 썼다.


시인은 '산에 가거든'이란 시에서 산에 가거든 산에 푹  젖어서 산의 맥박(脈搏)을 들어라고 노래하였다. 속도와 일정에 쫓기는 종주 산행을 할 때는 산에 푹 젖기는 하여도 산의 맥박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이제 시선을 안으로 돌려 내면을 바라보고 속도를 포기하니 비로소 산의 맥박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 맥박에 동조(同調)하여 함께 뛰는 나의 맥박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마음 한 번 바꿔 먹은 이후의 일이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산에 가거든 그 안에 푹 젖어 볼 일. 가만히 귀를 대고 산의 맥박이 뛰는 소리를 들어 볼 일. 그리하여 내 맥박을 그 산의 맥박에 맞춰 볼 일!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산에 가거든


구간 : 금북정맥 제 13구간(스무재~생미고개)
거리 : 구간거리(14.6 km), 누적거리(168.2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8년 2월 2일. 흙의 날.
세부내용 :

스무재(09:45) ~ 215봉 ~ 은고개 ~ 254봉 ~ 287봉(10:36) ~ 물편고개(11:03) ~ 273봉 ~ 283봉(11:57) ~  293봉 ~ 보령고개 ~ 258봉(12:25)/점심후 13:00 出 ~ 우수고개 ~ 321봉 ~ 385봉 ~ 가루고개(14:15) ~ 오서산 갈림길(14:45) ~ 금자봉 ~  갈림길 ~ 공덕고개(15:15) ~ 쉼터 갈림길 ~ 임도 ~ 마을 갈림길 ~ 고개  ~ 신풍고개(16:42)  ~ 꽃밭굴고개(17:10) ~ 생미고개(17:40).

총 소요시간 7시간 55분.  만보계 기준 22,600보.



2월 2일 흙의 날. 근 한 달여 만에 정맥길에 나선다. 지난 1월 5일 스무재에 내려선 후 주말에 계속 한파가 찾아오거나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 금북길에 나서질 못했다. 그래서 2월 첫 주말엔 만사 제쳐두고 금북길에 나서기로 했다.

간밤에 다섯 시에 알람을 맞춰 두었지만 정작 이불을 박차고 일어선 것은 여섯시가 되어서야 가능했다. 요즘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명탐정 몽크'에 빠져 간밤에도 두 시까지 눈 뻘겋게 TV시청을 한 까닭이다. 정신병적 편집증을 가진 전직 경찰 몽크가 벌이는 두뇌 게임이 나름 흥미진진하였다. 콜롬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물에 비하면 치밀한 맛은 좀 떨어지지만.

금북길 나서려면 일찍 자야지 하면서도 어눌한 명탐정 이야기에 빠져 새벽 두 시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에휴~~~


오서산/烏棲山

충청남도 보령시 청소면과 청라면, 청양군 화성면, 홍성군 광천읍 경계에 있는 산. 높이는 790m로,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다. 예로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살아 까마귀 보금자리[烏棲]라고 불렀고, 정상에 서면 서해안 풍경이 시원하게 보여 서해의 등대라고도 불렀다. 장항선 광천역에서 가까워 철도산행지로도 알려져 있다. 등산코스에는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에서 시작해 능선 안부를 지나 주능선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억새군락지를 지나 던목고개, 정암사로 내려와 상담마을로 하산하는 코스와, 홍성군 광천읍 상담마을에서 시작해 정암사를 지나 능선고개에 오른 뒤 주능선으로 정상에 올라 남릉으로 내려가 성연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보령시 청소면에서 산행을 하려면 성연저수지에서 출발한다. 성동마을로 올라 과수원을 지나 산 중턱의 산판길을 따라 고갯마루에서 지능선길에 들어선다.지능선길을 오르다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 잡목숲과 억새풀밭인 주능선길에 닿고 완만한 곡선길을 좀 더 걸으면 정상이다.정상에 오르면 서해와 천수만, 가야산, 칠갑산,성주산이 보이고, 우물이 있다. 하산은 기암괴석이 널려 있는 서쪽 능선으로 내려오다 안부에서 고려시대에 승려 대운이 창건했다는 정암사를 지나 소나무 숲길을 내려오면 담산리 상담마을이 나오는데, 하산까지 4시간 걸린다.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에서 산행을 하려면 상담 버스정류장에서 논길을 따라 사슴목장을 지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오른쪽 숲길을 지나 급경사를 오르면 정암사가 보인다. 수백년 된 느티나무에 둘러싸인 사찰을 지나 급경사 지능선을 올라 억새밭 사이의 주능선길을 지나면 정상이다. 하산은 남릉을 타고 제주도씨 무덤이 있는 북서릉을 지나 성연리 청연마을로 내려오는데,하산까지 5시간 걸린다. 대중교통편은 보령시 청소면에서 성연리행 버스를 타거나, 홍성군 광천읍에서 성연리행 시내버스를 탄다. 승용차로 찾아가려면 천안을 지나 21번 국도로 온양·예산·홍성을 거쳐 광천읍 청소면에서 좌회전하여 성연저수지를 지나면 성동마을이다.

물편고개

화강리와 시산리를 이어주는 고개. <멀미> 남서쪽으로 자리한 마을을 <물펴니>라고 부르는데, 화강리에서 으뜸되는 마을로 물이 좋아서 농사 짓기에 좋은마을이다. 항상 물이 땅 속에 용솟게 해서 물이 흔한 마을이라 <물펴니><용강> 이라고 부른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금북정맥 제 13구간 스무재~생미고개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서해안 고속도로 대천 나들목을 나와 36번 도로 타고 청양 방향으로 직진하기만 하면 지난주 내려선 스무재에 설 수 있다.  고개가 험하고 도둑이 많아 장정 스무 명이 모여야 넘을 수 있었다지만, 오늘날 스무재는 국도 상의 낮은 고개일 따름입니다.


스무재 한 켠엔 넓은 공터가 있어 주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09:45) 스무재 고개 위 깃발들이 도열해 있는 뒷쪽 들머리로 올라가 산행을 시작했다.


 

 

# 스무재 전경.

 

 

 

옷을 너무 많이 입었더니 행동이 굼뜨고 불편하다. 1월 내내 주말마다 한파가 몰아쳐 금북길 발목을 잡았는데, 간만에 날씨가 좀 풀렸다고는 하나 집에서 출발 시 기온은 영하 8도, 지금은 영하 3도다.

스무재를 출발하여 꾸준히 그러나 완만히 고도를 높여 오르면 '215봉'에 오르게 되는데, 정상 직전의 묘지에서 우측으로 떨어져 내리라 한다. 묘지 위에 서서 돌아보면 지난 구간의 백월산이 우뚝 서서 반갑게 인사를 건낸다.

 

 


# 지난 구간의 백월산이 돌아다 보인다.

 

 

 

# 묘지에서 우틀하여 떨어져 내린다.

 

 

 

북사면엔 잔설이 가득하지만 스패츠나 아이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오늘 역시 아무도 지난 흔적이 없다. 스무재에서 오른만큼 고도를 낮춰 소나무숲을 지나고 그 바로 너머에 고개가 나타난다. '은고개'다. 고개 저쪽엔 나뭇꾼이 화목으로 쓸 땔나무를 열심히 지게에 싣고 있다.

은고개 우측은 장계리 '금계동'이다. '금계동'은 금계포란(金鷄胞卵)형의 명당이 있다 해서 얻은 이름인데, 금닭이 알을 품고 있어서 아이를 얻은 아낙네가 천신께 정성을 드리면 그 아들이 크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고개를 지나 꾸준히 올려 '254봉'을 넘고 다시 위로 계속 올려 '287봉'에 오른다.(10:36) 이곳에서 고도계를 세팅하고 출발했다. 내리막이 시작되자마자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우측의 좋은 길을 버리고 좌측길로 내려간다.

엄청나게 가파른데다 잔설이 많아 엉금어금 기어서 내려가야 했다. 동진하는 이들은 이곳에서 땀 꽤나 흘리겠다. 너무 가팔라 짐승들 조차 피하는지 짐승 발자욱 조차 없다. 지그재그로 스틱에 의지해 겨우겨우 내려 갔다.

길게 내려 작은 고개를 지나고 이곳에서부터 편안하게 소나무숲길을 걷다가 송전탑을 지나 잠시 진행하면 한순간 앞이 트이며 '물편고개'가 나타난다.(11:03)

 

 


# 엄청나게 가파르고 미끄러운 287봉 하산길.

 

 

 

# 물편고개. 저 멀리 오서산이 보인다.

 

 

 

# 산이 낮아지는 곳에 610번 지방도가 지난다.

 

 

 

물편고개는 화강리와 시산리를 이어주는 고개다. 610번 지방도가 지나고 있어 포장이 되어 있다. 화강리에 있는 물이 좋아서 농사 짓기에 좋은 '물펴니 마을'에서 그 이름을 얻었다.

고개 좌측 신산리 방향으로 조망이 툭 트이고 가야 할 오서산이 지척인 듯보인다. 그러나 오서산까지는 우측으로 올라 좌측으로 한바퀴 휘감아 가야하는 형상이다. 고개 위에서 표지기를 못 찾아 잠시 헤매다가 고개 우측 물편마을 쪽으로 넘어가 목장 앞에서 표지기 따라 맞은편 산으로 올라 갔다.


소나무숲 언덕을 넘으면 밭이 나오는데 물편고개에서 고개 좌측으로 해서 이곳으로 바로 오는 것이 나을 듯하다.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시멘트 포장된 '마을 고개'를 지나게 되는데, 바로 아래 붉은 기와집에서 개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넓은 수렛길을 따라 위로 오른다. 소나무숲을 따라 고도를 높엿다. 꾸준히 올라 '273봉' 정상 직전에서 갈림길을 만나 우측으로 떨어져 내린다. 눈을 헤치고 아래로 내렸다가 한순간 우측으로 트인 곳이 나오고 다시 한차례 위로 올려 '283봉'에 오은다.(11:57)

좌측 전방에는 오서산이, 가야 할 우측 전방엔 293봉과 전위봉이 숲 너머로 볼록볼록 솟아 있다. 조금 내렸다가 볼록볼록 오르내려 '293봉'을 넘고 내리막 급경사길을 엉금엉금 내려가다 보면 묵은 고개 하나가 나타난다. '보령고개'다.

 

 


# 능선에서 정맥 좌측을 돌아본다.

 

 

 

# 숲 너머로 가야 할 산들이 볼록볼록 솟아 있다.

 

 

 

# 인적 끊어진 보령고개.

 

 

 

보령고개에서 한차례 위로 밀어올리면 '258봉'에 오르게 된다.(12:25). 이곳에서 마음에 점 하나 찍고 13:00에 출발했다. 두어 번 오르내리다 가파르고 길게 내려가면 철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 아래로 절개지가 나오고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우수고개'에 이르게 된다.(13:18)


 


# 절개지가 위태로운 우수고개.
 

 

 

 

우수고개엔 그다지 재미있지가 않은 전설이 있다. 출전은 청양문화원이다. 옛날 이 고개 아랫 마을에 살던 선비가 과거 보러 한양으로 떠났다. 집 떠난지 3년이나 소식이 없어 그 가족들이 울면서 살았는데 그 때문에 고개 이름을 '울틔'라 부르고, 마을 사람들이 걱정할 것 없다고 웃으며 지냈다 해서 '우수고개'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뭔 소리인지 원.... 아무 극적인 이야깃거리도 교훈적 내용도 없는 이런 전설은 또 처음 본다. 울티라 하지 않고 우수고개라 부른 것은 긍정적 선택을 했다고나 할까?

우수고개 옹벽을 기어오르면 양지바른 묘지가 나오고, 그 뒤로 넓은 수렛길이 길게 이어진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 가다가 송전탑을 지나고 한차례 밀어 올려 송전탑을 다시 만난다.

 

 


# 넓은 수렛길을 따라간다.

 

 

 

#  두 번째 철탑에서 조망감상을 했다. 그러나 이 철탑은 조금 알바한 곳에 위치한다.

 

 

 

#  오서산을 올려다 본다.

 

 

 

#  정상부를 줌인!

 

 

 

이곳에서 지나온 방향으로 조망이 허락된다. 잠시 조망 감상을 하다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표지기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지도 확인하니 길을 벗어나 있다. 넓은 수렛길을 무심히 따르다가 우측 숲으로 올라가는 표지기들을 놓친 듯하다.

수렛길 따라 돌아 가질 않고 잠시 더 올라 우측 정상부를 목표로 치고 올랐다. 한차례 올려 능선마루금을 따르다 보면 우측 아래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하게 된다. 잠시후 '321봉'정상에 서게 되는데 그 너머에 다시 송전탑이 하나 서 있다.

 

정맥길은 정상 직전에서 좌측으로 우회하고, 한차례 올렸다 봉우리 하나를 넘고 다시 가파르게 밀어 올려야 한다. 헉헉거리며 능선마루금엘 오르고 우측으로 진행하여 '385봉'에 오른다. 정상 너머에는 묘지가 하나 있다. 북사면의 눈을 헤치고 아래로 내려가면 눈에 덮인 '가루고개'가 나온다.(14:15)


 


#  눈 덮인 가루고개.

 

 

 

#  너머로 오서산이 보인다.

 

 

 

고개를 지나 묘지 뒤로 올라가면 오서산 휴양림 주차장에서 올라 오는 길과 합류하고 곧바로 가파른 오름이 시작된다.

"산에 가거든/ 그 안에 푹 젖어 보아라/ 가만히 귀를 대고/ 산의 맥박이 뛰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고 김지헌 시인은 노래했는데, 가파른 오름을 길게 올라가다 보면 내 심장 박동이 점점 점점 가파른 오름의 각도에 맞춰 쿵쿵쿵쿵 빨라지다가 드디어는 감당할 수 없게 힘겨워짐을 느끼게 된다.


"이러다 정말 산과 한 몸이 되어 버릴라!" 배낭에 눌린 허리를 펴고 심박수를 가라앉힌다. "그래, 내 맥박이 곧 산의 맥박일거야! 이렇게 산길을 걷고 또 걸음이 산에 푹 젖어 보는 일이리라!"

한차례 찐하게 밀어 올려 '오서산 갈림길'에 올라 섰다.(14:45)

 

 


#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면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  오서산 갈림길. 정맥은 우틀.

 

 

 

오서산(烏棲山)은 해발고도가 790m로 금북정맥과 연결된 산 중 가장 높은 산이다. 애초에 계획은 오서산 정상엘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출발이 늦어 정상을 다녀와서는 생미고개까지 갈 수가 없다.

 

결국, 다음에 100대 명산 산행을 할 때 오기로 하고, 숲 너머로 보이는 오서산 정상과 작별했다. 우틀하여 금자봉으로 향했다. 금자봉은 갈림길 바로 우측에 있다.



#  금자봉.

 

 

 

금자봉은 멋진 이름을 가졌지만 조망은 전혀 없고 그 자체의 볼품도 없다. 아마도 정맥 갈림길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누군가 이름을 지어 주었나 보다.

금자봉 하산길은 정상 우측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데 우려했던 대로 눈이 아주 많다. 눈이 내린 지 오래되어 습기가 모두 증발해 버려 가루눈이라 그다지 미끄럽지는 않지만, 스패츠를 하지 않아 신발 속으로 마구 들어온다. 길게 내려 '광성주차장 갈림길'을 만나 직진하게 되고, '376봉'을 넘어 '공덕고개'에 도착했다.(17:15)

 

 


#  광성주차장 갈림길.

 

 

 

#  신발속으로 눈이 많이 들어와 양말이 젖어버렸다.

 

 

 

#  공덕고개.

 

 

 

#  안내판이 있다.

 

 

 

정맥길은 수정저수지 방향으로 직진한다. 한차례 밀어 올려 능선마루금에 오르고 고만고만하게 오르내렸다. 등로에 눈이 많아 속도가 나질 않는다. 잠시 후 평상이 있는 '쉼터 갈림길'에 도착했다.(15:35)

 

 


#  평상이 있는 갈림길. 막영 사이트로 유용할 듯하다.

 

 

 

이곳에서 전방의 뚜렷한 산줄기를 버리고 좌측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급경사 내리막길인데 아주 미끄럽다. 길게 내려간다. 조심해서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갔지만 결국 한차례 자빠링을 하고 말았다. 신발 속에 눈이 가득하다. 이 길은 눈내린 후 내가 첫 과객(過客)이다. 아무도 지난 흔적이 없는 신설(新雪)에 발자국을 길게 남기며 내려갔다.

길게 내려 '임도'에 도착했다. 그러나 내리막은 아직 끝이 아니다. 임도를 가로질러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눈이 많이 쌓여 등로가 사라져 버렸다. 표지기도 드물게 매달려 있다. 결국 감으로 길을 짐작하고 내려갔다. 계속 길게 내려 마을 뒤까지 내려온 후에야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꺾어 올라 갔다. 16:03.


 


#  길게 내려 임도를 만나지만 계속 더 내려 가야 한다.

 

 

 

# 숲을 완전히 벗어나 마을 뒤까지 내려 갔다.

 

 

 

무려 30분을 계속 내려 왔다. 우측으로 잠시 올라 가면 넓은 묘지가 나오고 숲으로 들어가 다시 내려갔다. 다시 묘지를 만난다. 우측 전방으로 신풍리 저수지가 있다. 계속 아래로 내려 고개를 만나는데, 고개 우측으로 신풍저수지와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고개를 지나 절개지를 오르면 묘지가 있다. 능선에 올라서면 전방으로 조망이 트이고 지나온 오서산과 장곡면 광성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 온다.

능선 마루금의 '벌목지' 상단을 걷다가 숲으로 들어가 길게 진행한다. 다시 작은 고개를 지나고 숲으로 들어가 계속 진행하면 대밭이 있는 '신풍고개'에 이른다.(16:42)


 


#  묘지에서 정맥 우측의 조망.

 

 

 

#  신풍저수지가 보이는 이름없는 고개.

 

 

 

#  능선에 오르면 지나온 오서산이 올려다보인다.

 

 

 

#  벌목지 상단으로 정맥길이 이어진다.

 

 

 

#  다시 저수지 상단으로 이어지는 고개를 만난다.

 

 

 

#  이런 작은 소류지에서 의외로 월척 붕어를 만날 수도 있다. 낚시꾼 시절 이런 곳을 많이도 찾아 다녔다.

 

 

 

#  신풍고개.

 

 

 

고개에서 좌측으로 진행해 고개를 넘고 밭을 가로질러 숲으로 올라갔다. 길게 진행하다 보면 특이하게 한쪽 방향으로 비스듬히 누은 나무들이 있는 조림지를 만난다. 뽕나무인 듯한데 잎이 없어 확신할 순 없다.

조림지를 좌측으로 휘감아 진행하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가 밭을 만나 가로질러 가면 '화계리1구'란 표지석이 서 있는 '꽃밭굴고개'에 이른다.(17:10)

 

 


#  특이하게 한쪽 방향으로 몸을 기울인 나무들.

 

 

 

#  꽃밭굴고개.

 

 

 

#  화계리1구란 표지석이 서 있다.

 

 

 

꽃밭굴고개는 이름이 아주 이쁘다. 보통 '꽃'이란 접두어가 들어가는 지명은 정작 꽃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돌출된 지형을 말하는 '곶'이란 말에 그 어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곳 꽃밭굴고개의 지명 유래는 청양군청에서도 청양문화원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아마도 이 동네가 '화계리'인 것으로 보아 그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고개 이름은 꽃밭굴이라 향기로운데 고개 바로 곁에 축사가 있어 꽃향기 대신 분뇨냄새만 진동한다. 똥냄새를 피해 얼른 고개를 떠났다.

이후 구간은 정맥이 非山非野의 나즈막한 언덕으로 변하는 곳이다. 때문에 동네 뒷산 산책로와 밭두렁을 걸을 일이 많다. 길게 진행하여 밭들을 지나고 소나무숲과 호두나무(청설모 방어장치를 한)를 지나 고개를 하나 넘고 다시 시멘트 포장도로를 하나 지난다.

 

 


#  나즈막한 산들이 길게 이어진다.

 

 

 

#  밭과 소나무숲을 지난다.

 

 

 

#  밭두렁길을 간다.

 

 

 

#  이번 구간에는 이런 풍경을 자주 본다.

 

 

 

'아랫생미'의 넓은 가족묘역을 지나면 골프장 페어웨이처럼 길게 뻗은 보리밭을 만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보리싹들이 파란색을 더해 가고 있다. 곧 '저 푸른 초원'을 만들겠다. 보리밭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올라갔다.

 

잠시 후 절개지 있는 고개를 만나는데 건너편 절개지에 표지기가 하나 매달려 있다. 그러나 그 표지기를 믿고 건너편 절개지를 치고 오르면 낭패를 하게 된다. 정맥은 고개 따라 우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 임도 따라 내려 가다보면 오늘 구간의 종착지인 '생미고개'에 이르게 된다.(17:40)

 

 


#  골프 코스처럼 길게 뻗은 보리밭.

 

 

 

#  고개를 만나 우측으로 임도를 따른다.

 

 

 

#  생미고개.

 

 

 

생미고개는 광천으로 넘어가는 96번 도로가 지나는 곳이고 고개 우측 바로 아래에 장곡면 면소재지가 있다. 고개를 넘어 장곡면으로 갔다. 며칠 뒤로 다가온 설 준비 하느라 방앗간에서 가래떡 만드는 모습이 정겹다. 광천택시 불러 스무재로 차량회수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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