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금북정맥]열다섯번째(까치고개~무르티고개)-三德을 보다!!! 본문

1대간 9정맥/금북정맥 종주기

[금북정맥]열다섯번째(까치고개~무르티고개)-三德을 보다!!!

강/사/랑 2008. 3. 31. 00:15
[금북정맥]열다섯번째(까치고개~나본들~무르티고개)

 

 
강/사/랑의 금북정맥 종주 열다섯 번째 걸음은 까치고개에서 무르티고개까지이다. 무르티고개로 가자면 우선 구간 출발점인 까치고개에서 홍동산(弘東山)을 넘은 다음 수덕고개 지나 덕숭산(德崇山)을 다시 넘어야 한다. 이후 나본들 고개로 내려 서서 그곳에서 일박하고, 다음날 가야산(伽倻山)을 넘어 무르티 고개까지 갈 작정이다.

이 구간은 금북정맥 최고의 구간이라 할 만한 구간이다. 이곳에 금북을 상징하는 빼어난 여러 산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도 홍성(洪城), 예산(禮山), 서산(瑞山) 세 개의 시군을 지나는 이 구간엔 해인사로 유명한 합천의 가야산과 이름뿐 아니라 그 기상조차 비슷한 '가야산(伽倻山)'이 넓은 평야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다. 

 

게다가 호서(湖西)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덕숭산(德崇山)'이 천년고찰 수덕사(修德寺)를 품은 채 중심을 잡고 있다. 수덕사는 덕숭의 품안에 마치 한 송이 연꽃처럼 피어 있다. 명산(名山)과 명찰(名刹)을 고루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금북의 최고라 아니할 수 없다.

'유우석(劉禹錫)'이란 중국의 옛 시인이 있다. 자는 '몽득(夢得)', 호는 '여산인(廬山人)'이다. 당나라 수도인 낙양(洛陽)에서 태어났다. 덕종 정원(貞元) 9년인 793년 진사가 되었다. 스물한 살때 일이다. 이후 박학굉사과(博學宏辭科)에 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거쳤다.


그는 관직보다는 시인으로 더 이름을 알렸는데 '위응물(韋應物)', '백거이(白居易)'와 더불어 '삼걸(三傑)'이라 불렸으며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들과 교류하였다. 뛰어난 시인이었던 그의 시는 호방하여 '시호(詩豪)'라 불리기도 했다. 시의 호걸(豪傑)이라는 뜻이다.


그가 쓴 '누실명(陋室銘)'이란 글에 이런 글귀가 있다. "山不在高 有仙則名(산부재고 유선즉명 ; 산이 높다고 다가 아니요, 仙風(선풍)이 있어야 명산(名山)이다.)"란 글이다. 명산이나 명인의 조건으로 외모보다는 그 기운(氣運)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댓구로는 "水不在深 有龍則靈(수부재심 유용즉령 ; 물이 깊다고 다가 아니요, 용이 있어야 신령스럽다.)"란 글귀가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금북정맥의 덕숭산은 선풍(仙風)을 갖춘 명산이라 할 수 있다. 덕숭산은 비록 해발 495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그 높이와는 달리 힘차고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또 인근의 수암산, 용봉산, 홍동산, 뒷산, 가야산 등의 여러 산들에 빙 둘러싸인 한가운데에 바위산으로 우뚝 솟아  꽃 한 송이 피어 올린 것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덕숭산 자락엔 천년고찰 '수덕사(修德寺)'가 있다. 1308년에 창건되었으니 그 역사가 700년이 넘은 수덕사는 조계종 제7교구 본사이고, 불교 4대 총림(叢林) 중 하나인 덕숭총림(德崇叢林)이 자리하고 있다. '총림(叢林)'은 선원(禪院), 강원(講院) 등 제반 시설을 갖춰 여러 승려들이 함께 수행하는 절집을 이르는 말이다.

수덕사는 우리나라 불교의 큰 산맥인 경허, 만공선사의 禪脈(선맥)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덕숭산을 선풍(仙風), 선맥(禪脈)이 흐르는 명산으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3德'이 모인 곳이라고 부른다. 산 이름 '德崇(덕숭)'과 절 이름 '修德(수덕)', 마을 이름 '德山(덕산)'이 바로 三德(삼덕)이다. 덕을 숭상하여 천년을 한결같이 덕을 닦아 덕이 넘치는 곳이다.

언제나 덕이 부족하여 사람에, 상황에 치여 허덕이는 나 같은 사람에겐 정말로 딱 알맞은, 꼭 가봐야 할 곳이라 할 수 있다. 덕숭산(德崇山) 오름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며 땀방울 하나하나에 수덕(修德)하다 보면, 마침내 덕숭산 정상에 오르듯 덕(德)의 끝자락 하나라도 붙잡을 수 있을 듯싶다.

 

 

三德을 보다!

구간 : 금북정맥 제 15,16구간(까치고개~나본들고개~무르티고개)
거리 : 구간거리(29.7 km), 누적거리(215.4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8년 2월 16, 17일. 흙과 해의 날.
세부내용 :

까치고개(12:00) ~ 쓰레기소각장 ~ 125봉 ~ 140봉 ~ 옛고개 ~ 산불지역 ~ 300봉 ~ 홍동산(13:33) ~ 290봉 ~ 250봉 ~ 점심 ~ 수덕고개(15:00) ~ 암반지대 ~ 300봉 ~ 전망대 ~ 덕숭산(16:10) ~ 능선갈림길 ~ 갈림길 ~ 394봉 ~ 전망대 ~ 나본들고개(17:00)/ 산장모텔에서 1박.

나본들고개(08:30) ~ 황토집 ~ 뒷산(09:15) ~ 한티고개(09:42) ~ 바위전망대 ~ 411.2
봉 ~ 427봉 ~ 470봉(10:51) ~ 485봉 ~ 643봉(11:50) ~ 649봉 ~ 통신대철조망 ~ 가야산(12:25) ~ 609봉 ~ 612봉 ~ 석문봉(13:58) ~ 갈림길 ~ 샛고개 ~ 일락산(14:37) ~ 전망대 ~ 임도 ~ 갈림길 ~ 갈림길 ~ 삼화목장 ~ 전기철조망 ~ 274봉 ~ 274봉 ~ 상왕봉(16:26) ~ 280봉 ~ 철탑 ~ 206봉(16:57) ~ 목초지 ~ 가루고개(17:43) ~ 124봉 ~ 서해안고속도로/모래재 ~ 170봉 ~ 동암산 ~ 132봉 ~ 무르티고개(18:40).

총 소요시간 15시간 10분(1일차 5시간, 2일차 10시간 10분). 

 

 

2월 16일. 흙의 날. 이번 구간은 들머리가 홍성 근방이라 장항선 열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대간, 정맥길 중 열차 타고 가기는 처음이다.

나의 서식지는 산본이다. 열차를 이용하려면 보통의 경우 서울역이나 청량리로 가야 하므로 그 접근 시간 동안 그냥 자동차 이용해서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홍성은 장항선이 지나는 곳이고 장항선은 수원을 경유하므로 우리 집에서 접근이 용이하다.

수원에서 09:59에 출발하는 장항선 새마을 열차에 몸을 실었다. 간만에 여행가는 기분으로 정맥길에 나섰다.

 


 

덕숭산/德崇山

 

높이는 495m이다. 수덕산(修德山)이라고도 한다. 금북정맥 줄기로 예산읍에서 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지점에 있다. 높지는 않으나 아름다운 계곡과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많아 예로부터 湖西의 금강산이라 불려 왔다. 문화재로는 한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수덕사대웅전(국보 49)과 수덕사노사나불괘불탱(修德寺盧舍那佛掛佛幀:보물 1263)이 유명하다. 수덕사에서 동쪽으로 4㎞ 떨어진 산 아래에는 덕산온천이 있어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그 밖에 승려 김일엽(金一葉)이 기거하다 입적했다는 비구니 도량 견성암(見性庵)이 있고, 산 정상에는 수덕사와 1,020개의 돌층계로 이어지는 정혜사(定慧寺)가 있다. 1973년 3월 덕숭산과 인근 가야산(伽倻山:678m) 일대가 덕숭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가야산/伽倻山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해미면에 걸쳐 있다. 높이는 678m이다. 주봉인 가야봉(677.6m)을 중심으로 원효봉(677m), 옥양봉(621.4m), 일락산(521.4m), 수정봉(453m), 상왕산(307.2m)등의 봉우리가 연결되는 다양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등산로가 개설되어 노약자 및 여성, 어린이도 쉽게 산에 오를수 있다. 또한 정상에서는 서해바다가 아련하게 보이고 봄철에는 철쭉과 진달래 등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등 사시사철 경치가 수려해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백제시대 마애석불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국보제84호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비롯한 보원사지, 개심사, 일락사 등이 가야산 자락의 품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국보1점, 보물6점, 기타문화재 4점등을 비롯한 각종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내포문화권의 핵심지역이며 그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라 불리워도 손색이 없다.

내포/內浦

 

조선후기 실학자 이종환의 「택리지」에서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좋다. 공주에서 서북쪽으로 200여리쯤에 가야산이 있다. 서쪽은 큰바다이고 북쪽은 경기도 바닷가 고을과 큰 못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동쪽은 큰 들판이고 남쪽은 오서산에 가려져 있는데 가야산에서부터 이어져 온 맥으로 가야산의 앞뒤에 있는 10고을을 내포라 한다” 고 언급되어 있다. 가야산 앞뒤의 10고을은 홍주, 결성, 해미, 서산, 태안, 덕산, 예산, 신창, 면천, 당진 등이라 한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는 내포지역을 홍주목(지금의 홍성군)이 관활하던 충남 서천에서 경기도 평택까지의 20여 고을을 지칭하기도 했다. 이런 기록들에 의하면 내포지역은 충청도 지역 중에서 서해안을 끼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금북정맥 제 15구간 까치고개~나본들~무르티고개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열차 타고 여행 가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른다. 열차 여행에는 귤이나 삶은 계란을 먹어야 제격이다. 그런데 요즘 열차엔 이동 매점이 없나 보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징~어~~, 삶은~ 계란~~ 하는 소리는 안 들린다.

책 보다가 졸다가 하면서 1시간 30분여 달려 11시 35분쯤 홍성에 도착했다.

 

 


# 수원역에서 기차 기다리며 소실점놀이를 해본다.

 

 

 

# 차창 밖으로 가야산이 지나간다. 내일 저 산줄기를 지나 가야한다.

 

 

 

# 소박한 홍성역.

 

 

 

홍성역에 내려 택시 타고 지난주에 내려온 까치고개로 향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까치고개란 지명은 모르고 휴게소 고개라고 부른다.

 


# 까치고개. 쓰레기 소각장 방향으로 갔다.

 

 

 

12:00. 가볍게 몸 풀고 산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은 산이 아니라 포장도로다. 포장도로 따라 잠시 진행하는데 맞은 편에서 부부 산꾼 두 분이 오시다가 금북정맥 하냐고 묻는다.

안내산악회 따라 대간 정맥들을 했는데, 재미가 없어 두 분이서 하고 있단다. 안나푸르나, 킬리만자로도 다녀 오셨고 곧 인도에 갈 예정이란다. "대단하십니다. 늘 즐산하십시오!!"


 


# 웃음이 넉넉한 부부 산꾼.

 

 

 

10여 분 부부 산꾼과 얘기 나누고 다시 출발했다. 바람이 차갑다. 잠시 도로를 따르다가 좌측 숲으로 들어가 쓰레기 소각장 철망을 따랐다. 바로 철망과 헤어져 편안하게 오르내린다.

'125봉'과 '140봉'을 넘고 갈림길에서 잠시 헷갈리기도 했다. 정맥 우측으로 홍동산이 따라 오고 있다. '옛고개'를 지나자 홍동산 오름이 시작된다. 곧 '산불지역'이 나타난다. 불탄 나무들이 방치되어 걷기가 힘들다.

산불지역이라 노출되어 있어 바람이 차갑다. 낑낑 올라 '190봉'을 지나고 다시 한차례 길게 밀어올려 '300봉'을 지난 후, '홍동산'에 도착했다.(13:33)

 

 


# 멧돼지 털이 가득하다. 만져보니 철사처럼 뻣뻣하다.

 

 

 

# 산불 피해지역이 나타난다. 

 

 

 

# 대규모 산불이었던듯 피해가 막심하다.

 

 

 

# 그래도 도토리 한 알 길게 뿌리 내려 생명을 이어간다.

 

 

 

# 전망대에서 돌아보면 지나온 산줄기와 지난 구간의 백월산이 보인다.

 

 

 

# 홍동산 정상.

 

 

 

홍동산 정상에 서면 숲 너머로 수덕산과 그 뒤로 가야산이 보인다. 홍동산에서 수덕고개까지는 2.5KM인데 그냥 한 번에 내려가지는 않는다. 길게 내렸다가 안부에서 한차례 올려 '290봉'을 넘고, 다시 잠시 내렸다가 '250봉'을 오른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급하게 떨어져 내린다. 눈이 많아 미끄럽다. 묘지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길로 내려간다. 작은 바위들이 있는 곳이 나와 그곳에서 마음에 점 하나를 찍었다.


점심 식사 후 길게 아래로 내려 갔다. 곧 휴게소가 있는 '수덕고개'에 내려 선다.(15:00)



 

 

# 덕숭산과 뒤쪽의 가야산이 건너다 보인다. 

 

 

 

# 이것은 고라니 털인 듯하다.

 

 

 

# 천년고찰 수덕사.

 

 

 

# 정맥 우측에 있는 용봉산. 홍성사람들은 이 산을 진산으로 여기고 있다. 암봉이 발달한 산이다. 저곳 악귀봉 정상에서의 야영이 멋진 곳이다.

 

  


# 수덕고개. 육괴정.

 

 

 

# 고개 건너 전봇대 뒤로 올라간다.

 

 

 

수덕고개엔 음식점들이 나란히 있고 느티나무 여섯 그루와 정자가 있는 육괴정(六槐亭)이 있습니다.'槐'자는 보통 회화나무를 말하지만 우리 옛사람들은 느티나무도 곧잘 '괴(槐)' 자로 표현했다.

수덕고갠엔 차량통행이 많다. 고개 건너 전봇대와 산불 조심 현수막 뒤로 올라갔다. 이곳에서 수덕산 정상까지는 고도를 375m나 올려야 한다.

오름에 서면 곧바로 임도가 가로지르고, 철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개방된 곳으로 통과하여 위로 한차례 밀어 올리면 '바위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햇살이 좋고 수덕고개와 홍동산 그 너머로 용봉산 등이 조망된다.

 



# 바위전망대에서 돌아본 모습. 수덕고개, 홍동산, 그리고 너머의 용봉산.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다시 한차례 올려 전망 좋은 암반 지대가 나와 잠시 천지 기운을 받아들인다. 흡, 흡, 흐으읍!!!

계속 위로 올라 묘지가 있는 '300봉'에 이르고 고도를 높여 올라가는데 중간중간 바위 전망대가 있어 툭 트인 조망을 허락한다. 다만 연무가 깔려 있어 깨끗한 조망은 아니라서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게 계속 올라 드디어 '덕숭산' 정상에 섰다. (16:10)

 


# 바위전망대에서 올려다본 수덕산 정상.

 

 

 

# 용봉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잘 가꿔져 있다.

 

 

 

# 덕숭산 정상.

 

 

 

# 가야산과 대치리 전경.

 

 

 

# 내일 가야 할 가야산 정상을 땡겨 본다.

 

 

 

#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45번 도로.

 

 

 

덕숭산 정상엔 작은 정상석이 서 있고 그 옆에 法語(법어)를 담은 표지목이 서 있다. "불법이 온 천하에 두루 펼치니 봄바람에 꽃이 만개한다."

꽃이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상에 서면 사방 툭 트인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내일 걸어야 할 가야산 줄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팔 벌려 천지 기운을 받아들이고 고개 숙여 금북정맥 길 무사를 기원하였다. 그리고, 修德! 修德! 修德!

덕숭산 하산길은 갈림길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정상을 지나 잠시 내려가면 '능선갈림길'이 나오고 직진길은 출입금지 구간이다. 철조망과 팻말이 가로막고 있다. 그리고 헷갈리게 좌측 계곡 방향에도 표지기가 매달려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철조망을 우회해서 직진해야 한다. 곧 표지기가 많이 나타난다.

잠시 후 다시 능선 갈림길이 나오는데 직진길엔 표지기가 없고, 계곡 쪽 갈림길에 노란 표지기가 하나 매달려 있다. 그러나 역시 무시하고 직진해야 한다. 곧 '394봉'에 올라서게 되는데 조망이 아주 좋다.

 



# 수덕사를 내려다 본다.

 

 

 

# 내일 걸어야 할 가야산 줄기. 멀리서 보아도 마루금에  오르내림이 아주 많다.

 

 

 

# 덕숭산 정상을 올려다 본다.

 

 

 

다시 아래로 잠시 내리면 '전망대'가 나오고, 이후 급경사 내리막을 길게 내려 간다. 개활지를 지나 고개를 지나고 소나무숲으로 들어 갔다. 계속 고도를 낮추며 내려 가는데 한순간 깎아지른 절개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45번 국도가 지나는 '나본들고개'다.

 


# 광천리와 광천터널.

 

 

 

# 나본들 고개와 뒷산. 고개 위에 있는 한식부페와 산장모텔이 보인다.

 

 

 

# 가야산쪽 조망.

 

 

 

나본들 고개는 '남은들 고개'란 말에서 유래되어 변형된 이름이라 한다. 넓은 들판 때문에 얻은 이름인지 인근에 있는 대원군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실상 이곳의 옛사람들은 '풍구고개'라 불렀다. 아마도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부는 곳이라 그렇게 불렀나 보다.

차량들이 아주 씽씽 무서운 속도로 내 달리고 있어 무단횡단은 포기하고 좌측으로 내려가 도로 아래 굴다리를 통과하여 '나본들 고개'에 섰다.(17:00)

나본들 고개엔 모텔 둘, 식당 둘, 그리고 찜질방이 있다. 서해 기름유출 사고 때문에 관광객 발길이 끊어져 현재 찜질방은 휴업 중이고, 모텔 한 곳과 식당 한 곳도 휴업 중니다. 덕산 온천 쪽으로 이동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내일 아침에 다시 이곳으로 와야 할 것이 귀찮아 그냥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산장모텔에 가서 방을 정하고 고려 한식부페 식당에 가서 이른 저녁을 먹었니다. 한식부페가 아침에 문을 9시 이후에 연다고 해서 내일 아침밥을 따로 한 접시 부탁하고, 점심밥은 밀폐용기에 반찬하고 같이 미리 담았다. 내일 아침에 찬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좀 걸리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 혼자 놀기

 

 

 

# 석양에 밝게 빛나는 가야산 정상부.

 

 

 

# 하룻밤 묵은 산장모텔. 주말인데 손님이 나 외엔 아무도 없다.

 

 

 

모텔에 돌아와 씻고 눕지만, 시간이 너무 일러 영 곤란하다. 이렇게 일찍 자 본 적이 없는데 뭘하며 이 긴 밤을 보낼꼬? TV를 켜니 성인채널에서 문화영화가 한창 방영 중이다. 스토리나 대사, 의상은 거의 없고 음향효과만 난무한다. 음~ 저것 보다가는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나는데... 음냐 음냐...

2월 17일 해의 날. 홀로 모텔에서 눈 떠 전날 한식부페에서 사 온 찬밥으로 식사를 했다. 씻고 모텔 밖으로 나오는데 눈이 내리고 있다. 얼라? 오늘 눈 소식은 없었는데?? 고려 한식부페 좌측 옆 언덕에서 오늘 구간 산행을 시작했다. (08:30)

오늘은 일단 무르티고개까지를 목표로 하고 만약 힘들면 일락고개에서 일락사로 빠지든지 아님 조금 더 진행해서 개심사 쪽으로 탈출하기로 작정했다.

 

우측 너머로 오늘 일차 목적지인 가야산이 눈발 속에 희미하다. 뒷산으로 연결된 밭둑 길을 따라 진행했다. 홀로 서 있는 소나무를 지나고 농가 옆으로 올라가서 날렵하게 지어진 황토집을 지난다. 곧 넓은 밭과 옛 돌담장을 지나 '뒷산'자락에 이른다.

 


# 한식부페옆 나무 한그루 서 있는 언덕으로 오른다.

 

 

 

# 가야산이 휘날리는 눈발 속에 희미하다.

 

 

 

# 뒷산까지 한 차례 찐하게 밀어 올려야 한다.

 

 

 

# 날렵하게 지어진 황토집을 지나고,

 

 

 

# 돌담장도 지난다.

 

 

 

# 어제 지나온 덕숭산이 눈발 너머로 보인다.

 

 

 

돌담을 지나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뒷산까지는 300여m 가까이 고도를 올려야 한다. 준비 덜 된 몸이 가파른 오름에서 삐걱대기 시작한다.

뒷산 오름은 계단식으로 올라가야 한다. 한차례 찐하게 밀어 올린 후 한숨 약간 돌리게 완만히 고도를 높여 가다가 급경사 오르막을 또 한차례 치고 올라가야 한다. (09:15). '뒷산 정상'에 오른다.

 



# 갑자기 눈이 마구 퍼 붇는다.

 

 

 

# 뒷산 정상. 갈산지맥 갈림길이라고 괜차뉴님이 알려준다.

 

 

 

50여 분 계속 밀어 올렸다. 잡목숲 너머로 가야 할 정맥길이 보인다. 봉우리 하나를 더 넘어 아래로 급히 떨어졌다가 다시 위로 쎄게 밀어 올려야 하는 형상이다.

그리고 정맥을 흉물스럽게 깎아 먹고 있는 석산이 전방을 가로막고 있다. 대간길 추풍령에 있는 석산과 같은 규모다. 게다가 여전히 정맥 잘라 먹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뒷산 내리막은 북사면이고 경사가 급하고 꽁꽁 얼어 있다. 스틱에 의지해 조심조심 내려야 했다. 길게 내렸다가 봉우리 하나를 넘어 내려가면 '한티'에 이른다.(09:42)

 


   

# 정맥을 깎아 먹고 있는 현장.

 

 

 

# 어느새 눈이 그쳤다. 가야산을 땡겨본다.

 

 

 

# 한티재.

 

 

 

'한티고개'는 넓고 큰 고개란 뜻일 터인데, 신유, 기해, 병오, 병인박해 등 천주교 박해 기간 동안 내포지방에서 체포된 천주교 신자들을 해미고을 군졸들이 압송해 가던 고개라고 한다. 넓고 큰 고개가 아니라 한이 맺힌 고개라고나 할까?

세월이 흐른 오늘엔 사람의 왕래는 끊겼지만, 천주교 기념시설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넓은 공터엔 햇살 따스하고 나무 십자가가 정맥을 굽어보고 있다. 화장실과 정자가 있어 정맥을 길게 이어 가는 산객은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광경을 위협하는 것이 있으니 또 한차례 석산 개발이 이곳에서 이뤄져 정맥을 갉아먹고 한티재를 한스럽게 하고 있다.

 


   

# 곳곳에 순교 조형물들이 있다.

 

 

 

잠시 휴식한 후 석산을 오른다. 어느새 눈이 완전히 그쳤다. 다시 고도를 100여m 올려야 한다. 한 차례 밀어 올리면 정상 직전에 '바위전망대'가 있어 지나온 정맥길과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더 올라가면 억새 무성한 공터가 나타나는데, 아마도 헬기장인 듯하다. 바로 뒤에 '411.2봉' 정상이 있다.(10:10)

 



# 전망대에서 돌아본 지나온 정맥길. 저 멀리 지나온 뒷산이 보인다.

 

 

 

# 억새 가득한 헬기장.

 

 

 

# 411.2봉

 

 

 

# 가야 할 정맥길.

 

 

 

411.2봉엔 삼각점이 있고 사방 조망이 트여 있다. 이후 가볍게 오르내리며 길게 마루금을 따라 진행했다. 좌측 숲 아래에 한서대학교가 보인다. 이 학교 학생들은 공부 외엔 할일이 별로 없겠다. 주변에 놀 뭐가 있어야 놀아도 놀지.

'427봉'을 오르고 곧 아래로 떨어져 내려야 한다. 그러다 다시 470봉을 향해 밀어 올려야 하는데 주변은 온통 산불지역이다. 헉헉대며 '470봉'에 오른다.(10:51)

산불 때문에 사계정리가 되어 지나온 정맥길과 가야 할 길,그리고 일락사에서 올라와 산을 휘감는 긴 임도가 구불구불 조망된다. 석문봉의 태극기도 선명하게 보인다.

 

 


# 지나온 정맥길.

 

 

 

# 가야 할 길, 저 멀리 석문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보인다.

 

 

 

# 일락사에서 가야봉 쪽으로 접근하는 한서대 임도.

 

 

 

# 한서대학교.

 

 

 

얼어붙은 북사면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가 한차례 밀어 올렸다. 산불 피해 후에 억새밭으로 변한 산의 사면을 치고 오르면 '485봉'에 이른다. 전후좌우 막힌 데 없이 조망 훌륭하고 저 멀리 해미읍과 서산시까지 보인다.


아래로 잠시 내렸다가 643봉까지 내도록 밀어 올려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고도를 높여 갔다. 중간에 산불피해를 입고도 푸른 빛을 자랑하고 있는 소나무를 만났다. 까맣게 그을린 밑둥이 눈물겹다. 암릉구간을 밀어 올려 11:50에 '643봉'에 오른다.

 

 



# 이 지역은 산불피해로 억새밭으로 변했다.

 

 

 

# 그러나 죽어서도 나름 장엄미를 보여준다.

 

 

#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밀어 올려야 한다.
 

  

 

 

# 산불피해를 입고도 독야청청하는 소나무. 뒷산까지 이어지는 지나온 정맥길이 돌아다 보인다.

 

 

 

# 가야 할 649봉과 그 뒤의 가야산 정상.

 

 

 

# 정상 바로 아래까지 차가 올라 온다.

 

 


다시 한차례 낑낑 올라 '649봉'을 오르는데, 정상에서 우회하여 얼어붙어 미끄러운 길을 지나 올라가니 가야산 통신대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철조망 안으로 통과했다는 사람도 있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좌측으로 우회했다. 우회길은 눈으로 얼어붙어 미끄럽고 위험하다. 이중 철조망이 통신대를 휘감고 있고 개짖는 소리 요란한데, 등산객 몇이 통신대 안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정말 안으로 통과하는 방법이 있는 모양이다.

상당히 어렵고 위험하게 통신대 철조망을 따라 우회하여 바위를 타고 올라가면 '가야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12:25) 우회하는데만 20분이 걸렸다.

 


 


# 해미읍과 둥근 모양의  해미읍성.
 

 

 

 

# 저멀리 서산시도 보인다.

 

 

 

# 가야산 정상의 통신대. 다시 한참을 가야 한다.

 

 

 

# 길게 능선을 치고 오르면,

 

 

 

# 통신대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철조망을 따라 좌측으로 우회했다.

 

 

 


# 철조망을 따라 올라 가서,
 

 

 

 

# 정상을 찍었다.

 

 

 

정상엔 단체 등산객들이 많다. 고함지르고 종소리 울리고 야단이다. 이 단체 등산객들과 같이 석문봉, 일락산까지 계속 갔는데 내도록 그들이 주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가야산엔 지난해 12월에 번개 산행하면서 와보고 2개월 만에 다시 서게 된다. 678m의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해안지대 평야에 우뚝 솟아 있어 나름 고도감도 상당하고 아기자기하고 이쁜 산세를 가지고 있다. 주변 경치 구경 실컷 하고 석문봉을 향해 출발했다.


 


# 석문봉쪽 산줄기.

 

 

 

# 석문봉을 땡겨본다. 등산객이 많다.

 

 

 

# 가야산 우측의 예산군 상가리 저수지. 눈으로 하얗게 덮였다.

 

 

 

# 지난번 번개산행 때는 저 임도 따라 가야산 아래로 접근했었다.

 

 

 

일반 단체 산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석문봉을 향해 갔다. 대간 정맥 산행 때는 대부분 홀로 산행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유명산을 만나게 되면 부득이 단체 산객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그때마다 불쾌한 기억이 더 많다.

오늘도 마찬가지여서 이 사람들 시끄럽고 무례하고 몰상식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제발 산에서 담배 좀 안 피웠으면 좋겠다. 가야산 둘레가 온통 산불피해 지역인데...

'쉼터 삼거리'를 지나고 '609봉' 암봉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어제 저녁 한식부페에서 남은 반찬을 밀폐용기에 몰아 담았더니 반찬들이 뒤섞혀 짬뽕이 되어 있다. 밥은 차갑고 반찬은 엉망이고... 그래도 과일까지 후식으로 챙겨 먹고 다시 출발했다.

'612봉'도 넘고 미끄러운 북사면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암릉구간을 만나 밧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면서 '석문봉'에 도착했다.(13:58)

 


   

# 609봉. 우측 멀리 석문봉이 보인다.

 

 

 

# 가야산에서 석문봉까지의 주능은 2.3km 거리다.

 

 

 

# 서산쪽 산수 저수지와 들녘.

 

 

 

# 609봉.

 

 

 

# 밧줄을 타고 오르기도 했다.

 

 

 

# 612봉에서 지나온 가야산 주능을 돌아 본다. 산세가 예쁘다. 계룡산 비슷한 분위기도 난다.

 

 

 

# 가야산 정상을 땡겨서...

 

 

 

# 석문봉까지는 다시 좀 더 가야 한다.

 

 

 

# 태극기 휘날리는 석문봉.

 

 

 

이곳에서도 단체산객들의 소란이 계속되어서 사진 몇 컷 찍고 얼른 자리를 떴다. 내리막을 길고 가파르게 미끄러져 내려 갔다. '604봉'을 지나고 계속 고도를 낮춰가는데 얼어붙은 눈길에 몇 차례나 미끄러져 나뒹굴었다. 그러나 아이젠 차기 귀찮아서 스틱에 의지해 조심조심 내려갔다. (14:15) '사잇고개'에 도착했다.

 



# 가야산으로 흐르는 주봉을 한번 더 돌아보고.

 

 

 

# 석문봉에서는 이 구도가 제일 낫다.

 

 

 

# 임도가 정맥을 휘감아 넘어가는 사잇고개. 좌측 임도는 일락사, 직진은 일락산.

 

 

 

지난번 번개 산행 때는 이곳에서 좌측으로 일락사 방향으로 내려 갔었지만, 오늘은 그냥 직진하여 일락산으로 오른다. 한차례 가파르게 올라 일락산에 올랐다.(14:37)

 


# 석문봉에서 사잇고개로 이어진 산줄기, 좌측 산줄기는 옥양봉으로 이어진다.

 

 

 

# 일락사 지붕이 언뜻 보이고 황락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 울끈불끈한 옥양봉의 사면.

 

 

 

# 일락산 정상.   ** 산악회! 제발 산에서 담배 피지 마시오!!

 

 

 

정상 너머로 미끄럽게 내려 갔다. 중간에 '전망대'가 있어 가야 할 정맥길과 그 한쪽에 고즈넉히 자리한 개심사가 보인다. 우측으로는 일락산 중간의 사잇고개에서 넘어간 긴 임도가 계곡 따라 아래로 내려가고 있고, 그 아랫부분에 백제 쳔년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마애삼존불상이 있다.

 


    

# 가야 할 정맥길. 점점 고도가 낮아짐을 알 수 있다.

 

 

 

# 개심사를 땡겨본다.

 

 

 

# 백제천년의 미소인 마애삼존불이 있는 보원사지 계곡.

 

 

 

다시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임도'를 만나게 되고,이후 계속 임도를 따르게 된다. 길게 가다가 '갈림길'을 만나 직진하여 계속 간다. 이곳에서 좌측으로는 개심사로 가는 길이다.

다시 '갈림길'을 만나 좌측길로 올라갔다. 우측 차단기가 있는 방향으로 내려가면 보원사지 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길게 진행하다가 '전망대 팔각정 갈림길이 있는 고개'를 만나고 좌측으로 고개를 넘어 내려갔다.


길게 임도를 따른다. 잠시후 임도는 산을 넘어 좌측으로 내려가고, 직진 내리막에도 표지기가 있어 잠시 헷갈리게 만들지만 그대로 임도를 따르면 된다. 그러다 한순간 앞이 툭 트이며 넓은 목초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삼화목장' 목초지다.



   

# 임도를 만나 임도를 길게 따른다.

 

 

 

#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진행했다.

 

 

 

# 차단기 있는 갈림길에서 좌측 산길로 갔다.

 

 

 

# 전망대 있는 고개. 전망대 구경은 생략했다.

 

 


# 삼화목장 목초지.
 

 

 

 

# 엄청난 규모다.

 

 

 

삼화목장은 혁명가로 출발해서 언제나 2인자로 권력의 편에서만 평생을 지내온 어떤 정치인이 개발한 목장이다. 나중에 후배 군사 독재자들에게 빼앗기기는 했지만, 어쨋든 대간길 대관령의 목장지대처럼 이국적인 풍취를 보여주고 있다. 여름철에 목초가 푸를 때 지나면 엄청난 광경이겠다.

두 번째 초지 끝에서 전기철조망을 만나 개구멍 통과 방법으로 지나야 했다. 다시 길게 가다가 작은 봉 두 개는 임도를 따라 통과하고 (이곳에서도 고집스런 마루금파들은 저 산을 넘었다.) '274봉' 두 개를 연달아 넘는다. 이틀 동안 계속 걸었더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두 번째 274봉 정상에 서면 우측 숲 너머로 백제 천년의 미소로 유명한 마애삼존불을 모신 곳이 언뜻 언뜻 보인다.


 

# 마애불이 모셔진 암벽.

 

 

 

다시 아래로 내렸다가 상왕봉을 향해 치고 오른다. 힘이 많이 들었다. 이틀 연달아 산길을 가기는 내 체력이 무리인 모양이다. 육류 섭취를 중단한 이후 지구력이 많이 떨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안부에서 440걸음을 센 이후에야 '상왕봉'정상에 섰다.(16:26)

상왕봉은 높이가 309m에 불과하지만, 조선시대 12 鎭山 중 하나라고 한다. 이렇게 작은 산이 진산 중 하나로 꼽혔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백제시대 마애삼존불을 이곳에 모신 것을 보면 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갈길이 바빠도 거풍은 하고 가야겠다. 가야산에서 등산객들이 많아 하지 못했던 거풍을 이곳에서 했다. 아~ 좋타!!!

상왕산 정상 우측으로 내렸다가 능선길을 계속 진행해서 '280봉'을 지나고 바로 '송전탑'을 만났다. 대부분의 경우 정맥길은 송전탑과 나란히 진행하므로 앞으로도 송전탑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철탑을 지나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두 번째 철탑에서 우측 산길로 접어들어 계속 고도를 낮추어 갔다.

 

그 와중에서도 두어 번 작게 오르내린다. 두 번째 봉우리에서 '표지기를 잔뜩 매단 철조망'을 만났다. '206봉'이다.(16:57)

 


# 철탑을 만났다.
 

 

 

 

# 206봉에서 철조망을 만나 좌측으로 떨어진다. 

 

 

 

좌측 철조망에 표지기들이 무더기로 매달려 있다. 좌측 아래로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지고 있어 무심코 그 길로 내려갔다. 그러나 이것이 갈길 바쁜 와중에 심각한 알바를 하게 만든다.

이곳에서 철조망 안쪽으로 조금 들어와서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냥 넓은 길따라 좌측 아래로 내려 가버린 것이다. 로프가 매어진 급경사 내리막을 가파르게 내려 길게 내려가자 마을이 나타나고 우측 산 너머로 저수지 둑이 보인다.

이상타, 뭔가 잘못 되었다!! 지도 확인하니 206봉에서 우측 고풍저수지가 있는 미평동 방향으로 내려와 버렸다. 좌측에 올바른 정맥 줄기가 송전탑과 함께 내려가고 있다. 어둡기 전에 산행 마쳐야 하는데 알바가 웬말이냐??

논둑길을 걸어 건너편 정맥을 기준으로 좌측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마을 길 따라 길게 진행하여 삼화목장으로 넘어가는 고개 위에 올라 섰다. 206봉에서 철탑 두 개를 지나 이곳으로 정맥길은 이어진다.

 


# 한바탕 찐하게 알바하고 정맥에 복귀했다. 삼화목장 가는 고개.

 

 

 

# 고개에서 저 철탑을 기준으로 또 올라가야 한다.

 

 

 

철탑이 있는 봉우리를 치고 오른다. 그런데 오름을 넘어서자 갑자기 길이 사라져 버린다. 잡목숲 속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좌측으로 이동해서 숲을 벗어나 목장안으로 들어갔다. 그곳 가장자리 시멘트 도로 따라 이동했다. 애초에 목장 고개에서 안쪽으로 들어가 시멘트 도로를 따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시멘트 도로따라 가다가 언덕을 하나 넘어서자 목장의 마른 목초지 위에 오리떼가 수천 마리 모여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이넘들 인기척을 느끼더니 한꺼번에 떼를 지어 날아 오르는데 과히 장관이. 잠시후 목초지를 벗어나 '647번 지방도'가 지나는 '가루고개'에 섰다.(17:43)

 


# 마치 광활한 사막을 연상시키는 삼화목장.

 

 

 

# 오리떼들이 소떼 대신 목장을 점령하고 있다.

 

 

 

# 일제히 날아올라 장관을 연출한다.

 

 

 

# 어느 조직이든지 저렇게 동참하여 움직이지 않고 개기는 놈들이 있다.

 

 

 

# 647번 도로가 지나는 가루고개.

 

 

 

가루고개에서 계속 진행하느냐 마느냐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최종 목표점인 무르티까지는 2.9km를 더 가야 하는데, 1시간 30분을 잡는다면 7시를 넘겨서 어두워진 후에야 도착하게 된다. 이틀 연속으로 걸었더니 영 힘이 많이 드는데 우짜노??

마음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발걸음은 저절로 맞은편 도로 따라 올라 가고 있다. 이것도 병이야!! 도로 건너 목초지 좌측으로 올랐다가 임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갔다.

 


# 목초지 상단으로 올라갔다.

 

 

 

# 목초지 상단에서 돌아본 모습. 철탑을 기준으로 오면 된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 진행하다 묘지들을 지나가면 고속도로 절개지 앞에 도달한다. 아래로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차들이 씽씽 내달리고 있고 그 소음에 귀가 아프다.

우측으로 진행해서 절개지를 조심해서 내려가면 고속도로 굴다리 앞에 내려서게 되는데, 이곳이 '모래재'다.

 



# 서해안 고속도로 절개지 위에 서고 맞은편 동암산을 또 넘어야 한다.

 

 

 

# 굴다리를 통과해서 맞은편 산으로 올라야 한다.

 

 

 

# 모래고개.

 

 

 

고속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맞은편 산으로 치고 오른다. 고속도로 하행선을 달려오는 차안에서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럴만도 하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데 홀로 고속도로 옆 산을 치고 올라가고 있으니...

오름에 오르면 묘지가 나타난다. 계속 올라 '170봉'에 이른다. 다시 잠시 내렸다가 위로 한차례 치고 오르면 '동암산'에 오르게 된다.(16:25)

 


# 동암산(銅岩山). 

 

 

 

좌측 서산방향으로 일몰이 진행되고 있다. 아름다운 광경이기는 하지만 지켜보고 있을 여유는 없다. 정상을 지나 아래로 내려 우측으로 꺾어 길게 내렸다가 안부에서 다시 치고 올라 '132봉'을 넘는다. 마음이 급해 속도를 높여 내달렸다. 이마에 불 밝히지 않고 산을 벗어 나는 것이 목표다.


우측 숲 너머로 서산 톨게이트가 보인다. 어둑해지는 숲길을 길게 걸어 아래로 내려갔다. (18:40). 오늘 구간 목적지인 '무르티 고개'에 내려섰다.

 


# 무르티고개.

 

 

 

# 서해컨벤션 웨딩홀.

 

 

 

오늘 하루만 10시간 10분간 걸었다. 아픈 후 내 체력을 감안하면 좀 많이 걸었다. 나본들에서 가야산 오르기까지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해서 이후 많이 힘들었다. 게다가 알바를 한바탕 찐하게 했더니 더 맥이 빠졌다.

그래도 어두워지기 전에 산을 내려왔고 무사히 이틀간의 산행을 마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천지신명이시여!!!"

무르티고개는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에서 서산으로 가는 32번 국도가 지나는 곳에 있다. 그 위에 옛길이 이중으로 지나고 서해컨벤션 웨딩홀과 주유소가 있다. 주유소에서 서산택시 전화번호를 물어 택시를 호출했다. 20여 분 기다린 후 택시 타고 서산으로 들어가 터미널에 도착했다. 안산행 버스표를 끊고 화장실에 들어가 간단히 씻었다.

서산에서 안산까지는 한 시간 조금 더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산행 마친 후 피곤한 몸 이끌고 운전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다. 안산터미널엔 마눌이 차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어 이틀 만에 해후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서산터미널 버스 시간표.

 


이제 우여곡절 많았던 내 금북길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의 다음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