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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 이야기]두 바퀴로 대부도 다녀오기-서해의 낙조! 본문
몰아치기로 일주일 분량의 학습을 해치워 버린 지난 10월 15일 물의 날. 답답한 마음도 풀 겸 잔차 몰고 길을 나선다. 지난번엔 잔차 타고 속초까지 가서 동해바다에 손 담그고 왔으니 이번엔 서해바다로 가볼까?
이즈음 서해바다 낙조가 좋으니 대부도 바닷가에서 해넘이 구경이나 하세! 원래 마음이 괴로울 때는 몸을 괴롭게 만들어 버리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니...
대부도는 원래 화성군에 속한 큰 섬이었지만 먼저 동남쪽 끝인 탄도가 화성군과 연결되면서 연륙(連陸)이 되었다. 그 후 서북쪽 끝인 방아머리가 안산 옆 시흥시 시화공단과 무지무지하게 긴 방조제로 연결되면서 완전히 육지로 탈바꿈했다. 그 유명한 시화방조제이고 환경파괴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시화호이다.
우리 집에서 대부도로 갔다가 다시 시화방조제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대부분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를 달려야 하는지라 힘든 길이긴 하지만, 대부도를 통째로 관통해서 지나고 시화방조제에서 방해물 없이 맘껏 달릴 수 있어서 재미있는 코스이다. 거리는 약 100km 정도 나오니 하루 코스로 적당하다.
12시. 마눌 배웅받고 집을 나선다. 현업에 있을 때는 평일날 이런 여행을 간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 정문 지나 계속 달려 영동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한다.
# 라이딩 코스.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금북정맥이 지나는 청양 땅과 그대로 연결되어 있는 39번 도로가 화성군 비봉과 발안으로 이어져 그 도로 타고 계속 아래로 내려간다.
# 수인산업도로 아래를 지나 계속 내려간다.
# 이 느티나무는 안산에 근무할 때 출퇴근하며 매일 보고 지나던 나무이다. 그 기상이 대단하다.
# 이 나무를 지날 때마다 그 정기를 받고자 눈을 마주치곤 한다.
수인산업도로 아래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길고 가파른 언덕이 나타난다. 대형 차들이 매연을 마구 내 뿜는 도로라 특히 오르막이 곤욕스럽습다. 서너차례 긴 오르막을 오르내리다 탄력 받아 아래로 달려 내려가면 39번 도로는 발안 거쳐 충청도 땅으로 계속 내려가고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IC 방향으로 우틀해야 한다.
#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 방향으로 우틀. 대형 트럭들의 왕래가 잦다.
비봉나들목 입구에서 좌틀해서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면 대부도 가는 313번 지방도가 이어진다. 대부도, 제부도가 수도권 남부 사람들의 나들이 코스로 곽광 받으면서 새로이 단장을 해서 길이 많이 넓어졌다.
옛날에 낚시꾼 시절 바다낚시 다닐 때 이 길은 한적한 시골길이라 나한테는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사연이 많은 곳이다. 마눌과의 추억도 많고...
비봉 우회도로로 비봉을 통과하고 화성시청이 있는 남양도 통과한다. 화성시는 얼마전 시로 승격했는데 郡 단위일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군이었다. 저수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 10여 년 비린내 폴폴 풍기며 많이도 돌아 다녔었다. 아,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한 바로 그 화성이다.
남양 지나 고개 두어 개 넘었더니 배가 고파 더이상 갈 수가 없다. 길옆 식당에 들러 맛 더럽게 없는 막국수로 배를 채운다.
# 식당에서 나오자 마자 긴 오르막이 앞을 가로막는다.
대부도로 가는 화성군 일대의 지역은 살인의 추억이라는 끔찍한 이미지 때문에 손해본 바 많지만, 사실은 동네들이 역사도 깊고 무엇보다 이름들이 정말 예쁘다.
우선 '사강'이란 동네가 첫 번째로 예쁜 이름을 자랑한다. '슬픔이여 안녕'이란 역작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이 떠오른다. "사강, 사강" 가만히 불러보면 어감도 참 좋다.
다음은 '서신'이다. 난 이 동네를 지날 때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마구마구 든다.
# 사강 쪽으로 우회전해서 대부도 방향으로 간다
# 몇 개의 긴 오르내림을 거듭한 후 제부도와 갈라진다.
# 들판이 가을볕에 황금빛으로 익어 간다.
예쁜 이름을 가진 사강을 지나 여러 차례 길게 오르내리며 헉헉대다 보면, 제부도와 갈라지는 전곡교차로가 나온다. 제부도는 하루 두 번 바다 갈라짐으로 유명하다. 담엔 잔차 타고 제부도 여행을 한번 가 봐야 겠다.
# 대부도가 가까와지면 함초가 붉게 자라는 넓은 갯펄이 나타난다.
왕새우 양식장이 즐비한 곳을 지나면 함초가 붉게 자라는 갯펄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대부도를 육지와 연결하는 탄도방파제가 나타난다. 탄도방파제 좌측 끝은 전곡항이라 어업과 관광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 탄도방파제. 이 방파제 때문에 대부도가 육지가 되었다.
# 선박들이 무수히 정박해 있다. 요트들도 많이 보인다.
# 망둥어 낚시에 열중인 사람들.
# 망둥어가 주 대상어 이지만, 숭어 훌치기도 잘 되는 곳이다. 여러 차례 해 보았는데, 숭어 씨알이 크지는 않더라.
탄도방파제를 달려 면 대부도에 들어서게 된다. 대부도 입구에는 높은 언덕이 하나 있고 그곳은 낙조 구경하기 그만인 곳이다. 옛날 총각 때 혼자 살던 시절 기분 꿀꿀하면 이곳까지 차 타고 달려와서 오래오래 낙조를 감상하곤 했었다.
# 여전히 멋진 그림을 선사한다.
#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짙어 몽환적 느낌이 난다.
# 물이 빠지면 저 섬까지 걸어 갈 수 있다. 섬 이름이 누에섬이다.
대부도는 상당히 규모가 큰 섬이라 통과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다리도 팍팍해져야 지날 수 있다. 출발이 늦어 대부도 구석구석 다니는 것은 생략하고 그냥 일주도로 따라 냅다 달리기만 한다.
한참을 달려 선재도와 영흥도로 빠지는 갈림길이 있는 구봉도 교차로를 지난다. 선재도와 영흥도는 얼마 전 차례로 대부도와 연결되어 육지가 되었다. 그러나 대부도는 안산시에 속해 있고 선재도와 영흥도는 행정구역상 인천시에 속해 있다. 인천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 가을냄새도 맡고...
# 무리지어 핀 구절초.
# 이곳에서 좌틀하면 선재, 영흥으로 빠진다.
다시 얼마를 더 달리면 횟집단지들이 나타나고, 저 멀리 방아머리 방파제가 모습을 드러낸다. 방아머리는 시화방조제가 시작되는 곳이고 승봉도, 이작도 등과 여객선으로 연결되는 곳이다.
# 방아머리 선착장.
# 선재도가 보인다.
길에서 좌측으로 벗어나 방아머리 선착장으로 간다. 아, 오랜만에 서해바다물에 손을 담가 본다.
# 반갑다, 서해바다야!
# 방파제 끝에서 낚시삼매에 빠진 사람들.
# 옛날 내 모습이다.
방아머리 선착장에선 밀물이 밀려들 때 스푼 루어 매달아 던지면 삼치들이 덤벼 들고 웜으로 바닥을 공략하면 우럭 손맛을 볼 수 있다.
14, 5년 전 시화방조제가 건설되기 전, 직장동료들과 방아머리에서 이틀 동안 망둥어를 약 800여 마리 잡은 기억이 난다. 나중엔 미끼가 다 떨어져서 망둥어를 잘라 끼워도 마구 물고 올라 오더라. 정말 엄청난 망둥어 풍년이었다.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한참이나 서해바다 구경을 하고 다시 길 위로 올라가 두 바퀴를 굴린다. 이제부터는 기나긴 시화방조제가 이어진다.
시화방조제는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 사이의 바다를 막아 건설한 11km의 긴 방조제이다.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하고 물살이 세어서 난공사로 유명했고 애초에 담수호로 만들어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물막이 공사가 완공되고 나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어 대표적인 반환경 토목공사로 대두되었다. 당시 환경론자들이 벌떼같이 일어났고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결국 담수화를 포기하고 갑문을 열어 바닷물을 소통시키자 자연이 스스로 정화능력을 발휘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 버렸다.
자연에게 맡기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을 온 나라가 몇 년 동안 몸살을 앓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제는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난리를 치던 환경론자들의 설레발이 무색하게 제 구실을 충분하게 하고 있다.
일단 대부도와 영흥도로의 접근이 획기적으로 가까워져 대부도와 영흥도의 경제가 살아났고 수도권 사람들의 훌륭한 관광, 휴양지로 발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긴 방조제는 수도권 사람들에게 낚시, 레포츠 등의 메카가 되어 계량화하기 힘든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시각에 따라서는 자연 그대로 손 대지 않는 것이 더 올바른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말이나 휴일엔 자전거, 조깅, 인라인,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이 되는 곳이지만 오늘은 평일이라 아주 한가하다. 11km거리의 긴 방조제는 속도감을 마음껏 즐기기 좋은 곳이라 댄싱을 하며 속도를 올려 본다.
# 길고 긴 시화방조제.
# 시화호 내부 모습.
# 큰 새 한 마리 머리 위로 날아간다. 영종도로 가는 비행기일 것이다.
# 갈매기들은 가로등에 앉아 낙조를 즐긴다.
# 벤치에 앉아 석양을 한참이나 감상했다.
# 갈매기 구경도 한참이나 하고...
시화방조제를 달려가는데 갑자기 날파리 떼들이 몰려든다.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헬맷에 부딪히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린다. 길게길게 달려 시화방조제가 끝나고 태양도 서해바다 너머로 사라지려고 한다.
# 시화방조제가 끝나면 좌측으로 오이도가 나타나고, 나는 우측길로 달려야 한다.
# 이곳도 예전에 섬이었다. 섬의 모양이 까마귀 귀를 닮아 오이도라 부른다.
방조제가 끝나면 시화호를 따라 길게 형성된 시화공단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고 다시 반월공단의 해안도로를 달려 안산시로 가야한다.
이때부터는 자동차들과의 경주가 시작된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고 똥꼬가 아파와 자주 댄싱을 하며 속도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다. 퇴근차량들이 해안도로를 길게 이어져 있어서 차량들과의 경주가 가능해진다. 자동차들이 신호등에 걸릴 때 냅다 내달려 버려서 더욱 그러하다.
아무 생각없이 차들과 경주를 하다보면 안산시로 들어서게 되고 역시 해안도로를 따라 계속 달려 안산시를 벗어 난다.
# 자동차들과의 경주. 평속 25km 정도를 유지해 자동차에 지지는 않았다.
완전히 어두워져 앞뒤 경광등 밝히고 39번 도로에 다시 복귀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마눌 걱정이 되어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다.
음~ 잘 다녀 왔네!
속도계 확인하니 거리가 막 100km를 가리키고 있다. 아이고~ 똥꼬야!!! 속초까지 달려 동해물에 손 담그고 대부도에서 서해물에 손 담궜으니 이제 남해 바닷물에 손 담글 일만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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