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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산행]수리산/修理山-산 갈증을 동네산에서 풀다!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야영산행]수리산/修理山-산 갈증을 동네산에서 풀다!

강/사/랑 2010. 5. 17. 23:03
 [야영산행]수리산/修理山

 

 

2010년의 봄은 도대체 정신이 없다. 여름 날씨처럼 더운 날이 이어지더니 느닷없이 눈이 내리질 않나, 그랬다가 또 기온이 급강하하고...


봄이 사라져 버린 날씨 탓에 벌들이 죽어 양봉(養蜂) 농가(農家)들이 울상을 짓고, 생태계에도 심각한 이상이 초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꽃도 피지 않은 벚꽃 축제가 열리고, 봄옷을 입었다 겨울옷을 입었다 사람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강/사/랑에게도 이 봄은 혼란의 계절이라 여러 개인적인 일들로 정신이 없다. 주체적인 甲의 입장에서 일을 풀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乙일 수 밖에 없는 처지라 기분처럼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그야말로 혼돈(混沌)의 봄이다.

 

이런저런 일들로 산길 걷는 여정은 쉽지 않다. 덕분에 4월초 호남길 돗재에 내려선 이후 두 달이 되어가도록 호남정맥 종주 길은 개점 휴업 상태이다. 5주 연속 산에 못 들어간 이번 주말에도 일요일 오후에 중요한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 호남길은 어렵다.


매주 산길 내달리던 산꾼이 한 달 넘게 산 냄새를 못맡았더니 산 갈증(渴症)에 목이 마를 지경이다. 이대로는 안될 일이었다. 무엇인가 대안(代案)이 필요하였다. 산꾼이 산을 찾는데 꼭 먼 지방의 유명산일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먼 곳만 향했던 눈을 가까이 당기기로 했다.

 

오늘은 해가 길어진 봄날의 토요일 오후이다. 마눌은 부엌에서 저녁 준비가 한창이다. 그녀에게 저녁 준비 필요 없다 이르고 보따리 꾸려 집을 나섰다.

 

 "호남정맥 종주 못 한다면 동네 뒷산이라도 올라 가야겠소! 이왕 동네산 가는 김에 야영 준비해서 산속에서 하룻밤 자야겠다! 우리 동네 뒷산인 수리산(修理山)은 비록 동네산이기는 하지만, 한남정맥이 지나는 뼈대있는 산이고 얼마 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니 간판도 좋은 산 아니오! 산속에서 하룻밤 산 정기 받고 올테니 혼자 주무시게!"



산 갈증을 동네산에서 풀다!


일 시 : 2010년 5월 15, 16일.

세부내용 : 집(19:30) ~ 감투봉 ~ 258봉 ~ 만남의 광장 ~ 슬기봉 아래 정자에서 야영(21:30) ~ 익일 출발(06:30) ~ 전망데크 ~ 슬기봉 ~ 토끼봉 ~ 로프바위 ~ 칼바위 ~ 안부사거리 ~ 병풍바위 ~ 태을봉 ~ 노랑바위 갈림길 ~ 관모봉 ~ 수리약수터 ~ 산본(10:00).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수리산 지형도(원본은 진혁진님 작품).  수리산은 알파벳 E자 형태로 산줄기가 형성되어 있고  주봉인 태을봉은 가운데 줄기 끝에 위치하고 있다. 내가 사는 집은 아랫줄기 끝에 있다.

 


 

 

하루종일 TV보고 뒹굴다가 땅거미 지는 저녁에 느닷없이 야영 산행하겠다고 보따리 꾸려 집을 나서니 마눌은 기가막혀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 편히 교회에 갈 수 있음에 은근히 기뻐하는 눈치이다.

 

"그래, 난 산에 갈테니 당신은 교회에 가거라!"

 

 

 

# 저녁 7시 30분에 집 바로 뒤에 있는 공원곁 들머리로 접어든다. 해가 얼마나 길어졌는지 이 시각에도 날이 훤하다.

 

 

 

# 짐을 최대한 줄였음에도 박배낭은 어깨를 짓누른다. 한차례 올랐다 능선에서 아래로 내렸다 길게 밀어 올리면 감투봉에 올라서게다. 주위는 이미 캄캄한 한밤 중이고, 인기척 없다. 텅빈 숲속엔 헉헉대는 내 숨소리만 울릴 뿐이다. 이 감투봉에서부터 한남정맥길에 접어 들게 된다.

 

 

 

이 능선은 운동삼아 늘 오르내리던 길이라 눈에 훤한 곳이다. 그래도 숲속은 칠흙같이 어두워 진행이 조심스럽다. 한줄기 길게 내뻗은 이마 등불 불빛 속으로 송홧가루가 황사처럼 뿌옅게 날아 다닌다.

 

감투봉을 내려가면 안부 고개에 이른다. 길게 올라가면 정자가 있는 쉼터를 만나 물 마시고 한숨 돌린다. 다시 두어 차례 오르내리다 제법 가파르고 길게 밀어 올리면 삼각점이 있는 258봉에 이른다.

 

갈림길에서  우측길로 내리게 되고 두어 차례 오르내리다 한차례 밀어 올리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전방에 슬기봉의 공군부대 불빛이 휘황하다.

 

아래로 잠시만 내려가면 수리산 임도 오거리에 있는 '만남의 광장'에 도착한다. 평상시 1시간이나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하는 거리인데, 무거운 짐 지고 올랐더니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곳은 세 개의 임도와 세 개의 산길이 교차하는 곳이라 평소 사람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나 그렇듯 바람만 가득하다.

 

정자에 올라 바람 맞으며 한숨 돌리는데, 이 밤중에도 운동나온 사람과 잔차 타고 나온 사람이 있다. 바람이 언제나 많이 부는 곳이라 금세 땀이 식어 한기가 든다. 얼른 짐 챙겨 슬기봉을 향해 출발했다. 숲길로 조금 올라가자 길 좌측에 정자가 한 채 세워져 있다.

 

"어라? 저 정자가 언제 세워졌지?" 올라가 보니 바람도 없고 경치도 좋아 하룻밤 보내기에 딱이다. 게다가 배가 너무 고파 더이상 진행하기가 싫다.

 

원래 계획은 슬기봉 정상에 올라 절벽 중간에 설치된 데크에서 비박할 생각이었지만, 배가 너무 고파 그만 스톱하기로 했다. 정자 바닥에 그라운드 시트 깔고 타프를 설치했다. 


이 타프는 숲지기 카페에서 공구한 녀석이다. 그런데 크기가 너무 커서 모양이 예쁘게 나오질 않고 공간 확보도 쉽지 않다. 모양 잡느라 한참 헤맸다. 정자 바닥에는 송홧가루가 가득하다. 타프나 시트가 금세 더러워진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해서 겨우 집을 완성하고, 찌개 하나 끓이고 햇반 데워 홀로 만찬을 준비했다.

 

  

 

# 막걸리까지 동반하니 흐뭇한 마음에 노래가 절로 나온다.

 

  

권커니잣커니 못하고 홀로 마시는 술이라 쬐끔 서운키는 해도 집에서 TV보고 뒹구는 것에 비하면 백 배 좋다! 혼자 자면 심심할까봐 MP3와 책도 한 권 가져 왔지만 꺼내지 않고 그냥 적막한 밤의 정취를 홀로 즐긴다.

 

그러다 문득 잠이 들었는데, 요란한 새소리에 눈을 뜨니 이미 먼동이 희뿌옅게 밝아오는 아침이다. 새소리 들으며 잠 깬 지가 얼마 만이냐? 상쾌한 그 느낌이 좋아 한참을 누워 미적대다가 자리 털고 일어나 밥 끓여 먹고 짐을 정리한다.

 

 

 

# 하룻밤 즐겁게 보낸 슬기봉 아래 정자.

 

 

 

# 저 임도가 MTB동호인들 사이에 유명한 수리산 임도이다.

 

 

 

# 짐을 아무리 줄인다고 해도 늘어 놓으니 한가득이다.

 

 

 

# 이제 저 슬기봉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

 

 

 

# 잠시 오르면 이런 넓은 공터가 나온다. 이곳에서도 야영이 가능하다.

 

 

 

# 슬기봉 오름은 내도록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 덜꿩나무.

 

 

 

# 수리산은 군데군데 전망 좋은 바위 전망대가 산재하다. 구반월 거쳐 서해쪽으로 열린 조망.

 

 

 

# 수리산은 도립공원이 되면서 군데군데 등로 정비가 잘 이뤄져 있다. 슬기봉 오름은 가파른 암봉이 길게 이어져 오르기 힘든 산이었는데, 얼마 전 정상부가 나무 데크로 정비되었다. 이 전망대 데크도 그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에서 야영하면 텐트 속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 전망대의 조망. 간밤에 저 산길을 걸어 왔다. 맨 뒷쪽 산 너머에 우리집이 있다.

 

 

 

# 산본신도시는 뿌연 아침 안개속에 잠들어 있다.

 

 

 

# 숱한 사람들의 삶이 저 콘크리트 기둥속에서 흥망성쇠한다.

 

 

 

# 멀리 광교산과 백운산 정상을 땡겨본다.

 

 

 

# 이런 도심에서도 산첩첩을 볼 수 있다.

 

 

 

# 쓰레기 소각장. 10여 년 전 저 소각장 건설을 둘러 싸고 갈등이 엄청났었는데, 지금은 잠잠하다. 꽹리 두드리며 시장실을 점거하고 고함지르던 사람들의 주장은 환경보호였지만, 실상은 집값 하락 더 걱정했었다. 그때 죽니 사니 발악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바위 붙들고 용써야 하던 곳에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슬기봉 정상의 공군부대 막사.

 

 

 

# 안산쪽 조망..

 

 

 

# 저기 저 산이 어딜꼬? 짙은 연무 때문에 구분이 어렵구나.

 

 

 

# 헉헉낑낑 소리내며 올라가면 철조망으로 막힌 슬기봉 정상부를 만나고 우틀하여 토끼봉으로 향한다. 해발 469m인 슬기봉은 군부대가 위치하고 있어 접근금지이다.

 

 

 

# 조금 내렸다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토끼봉에 이르게 되는데, 전에 없던 간판에는 거룡봉이라 적혀 있다. 엥? 거룡?

 

 

 

# 토끼봉의 상징인 소나무와 바위 전망대.

 

 

 

# 바위 전망대에 서면 훌륭한 조망이 펼쳐진다. 우측으론 슬기봉.

 

 

 

# 전방으론 산본 신도시. 좌측 앞쪽 산이 의왕의 모락산, 12시 방향의 산이 광교산이다.

 

 

 

# 광교산을 땡겨 보고.

 

 

 

# 거참 묘한 분위기가 나네?

 

 

 

토끼봉에서 태을봉을 향해 잠시 진행하면 바위 전망대가 나오고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전에는 없던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덕분에 바위 전망대 가는 길이 막혀 버렸다. 그래서 난간을 넘어 바위전망대로 향한다.

 

 

 

# 토끼봉 바위전망대의 조망. 가야 할 수리산의 주능선, 중간의 칼바위 능선과 저멀리 태을봉.

 

 

 

# 좌측 전방엔 수암봉과 목감사거리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의 줄기가 조망된다.

 

 

 

# 수암봉을 떙겨본다, 수암봉 정상에도 대규모 나무데크가 설치되었다.

 

 

 

# 태을봉 정상은 수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 외곽순환도로가 지난다.

 

 

 

# 바위전망대의 조망을 파노라마로 펼쳐본다. 좌측은 한남정맥, 우측은 수리산의 주능선.(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아래로 깊게 내렸다가 한차례 올라가면 흰색 암석으로 된 봉우리를 만나는데, 이름이 로프바위이다. 전에 로프가 길게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얻은 이름인가 본다. 참 어처구니 없다.

 

 

 

# 로프바위에서 돌아보면 지나온 토끼봉과 슬기봉, 그리고 공군부대가 눈에 들어온다.

 

 

 

# 수암봉까지 쫙 펼쳐본다. 수암봉은 이쪽에서 보는 것 보다는 반대쪽 수인산업도로 상에서 보면 정말 수리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고개를 치켜 올린 수리의 머리처럼 보인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좀 전에 휴식했던 토끼봉의 바위 전망대를 땡겨본다.

 

 

 

# 잠시 내렸다가 다시 암봉 하나를 오르면 칼바위가 나타난다.

 

 

 

# 칼바위 꼭대기에서 다시 한번 넓게 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저 바위도 뭐라고 이름을 지었던데...

 

  

       

# 아래로 깊게 내려가면 안부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우로 안양과 산본으로 내려갈 수 있다.

 

  

       

# 너도 덜꿩이냐?

 

  

                          

# 곧 태을봉으로 오르는 급경사 길이 시작된다.

  

 

                          

# 400여 걸음 가파르게 밀어 올려야 한다.

 

  

       

# 가파르게 올라 병풍바위에 오르게 된다.

  

 

       

# 태을봉 사면에도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가벼운 차림으로 올라온 아주머니 한 분이 바위 위에서 한참을 망설인다.

 

 

 

                          

# 이곳이 나름 가장 힘든 코스이니까 그렇다. 전에는 저 로프도 없어서 바위에 매달려 내려야 했다. 아니면 우회해야 한다.

  

 

       

# 잠시 오르면 수리산의 주봉인 태을봉에 오르게 된다.

 

  

       

# 6시 방향 하단의 중간에서 완전히 C자 형태로 한바퀴 휘감았음을 알 수 있다.

 

  

       

# 태을봉 정상의 헬기장. 몇 해 전 겨울에 중년 여성 한 사람이 이곳 정상 부근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었다. 그녀는 아무 준비도 없이 겨울산을 올랐던 모양이다. 아무리 동네 산이라도 겨울산은 아이젠이 필수이다. 어쨌건 그녀를 구조하기 위해 러시아산 쌍발 구조 헬기가 이곳 상공에 떴는데, 그 바람이 얼마가 강력하던지 눈보라가 날려 완전히 시야를 가려 버리더라. 장관이었다.

 

  

       

# 관악산 정상을 땡겨 본다.

  

 

       

# 주인 따라 산행 온 털복숭이.

 

 

        

# 배낭 내리고 막걸리 한 잔으로 정상주를 즐긴다.

 

  

       

# 1,500원이나 하는 아이스바도 하나 사 먹고.

  

 

       

# 정상에서 한참을 휴식하며 놀다가 하산했다. 길게 내려가면 안부 사거리가 나오는데, 우측은 노랑바위로 내려가는 계곡길이다. 물소리 시원한 계곡이 좋지만 오늘은 직진하여 관모봉으로 향한다.

 

  

                          

# 한차례 오르면 태극기 휘날리는 관모봉에 오르게 된다.

 

  

       

# 관모봉에서 태을봉을 올려다본다.

 

  

       

# 산본신도시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부부.

 

  

       

# 외곽 순환도로 산본 나들목이 내려다보인다.       

 

 

 

# 우측은 산본 신도시, 좌측은 평촌 신도시이다. 20여 년 전엔 산본은 산속에 있는, 평촌은 들판에 있는 논밭는데 1기 신도시 건설로 아파트 숲이 되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관모봉은 멀리서 보면 관리의 모자처럼 생겨서 얻은 이름이다.

 

 

 

# 관모봉에서 길게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면 수리 약수터를 만나고, 곧 날머리로 나서게 된다.

 

  

수리산은 동네 뒷산이라 늘 드나들고 쉬는 곳이어서 본격적인 산행지로는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산 갈증에 목 말라 야영짐 싸들고 하룻밤 유하면서 쉬엄쉬엄 다녀보니 가까이 있어 놓쳐버린 보석 같은 산이다. 그래도 명색이 한남정맥이 지나는 유명산이고 도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이니 나름 보석같다는 표현이 헛말은 아닌 셈이다.

 

산행 마치고 집에 들어 갔더니 마눌 하는 말,

"앞으로 종종 수리산에서 비박한다고 하겠는걸요?" "그러게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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