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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산행]서리산/霜山-잣나무숲의 향기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야영산행]서리산/霜山-잣나무숲의 향기

강/사/랑 2010. 6. 22. 07:28
[야영산행]서리산/霜山-잣나무숲의 향기

 

6월 20일 해의 날이다. 요즘은 장마철이라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때문에 산행 길을 잡지 못해 오전 내내 TV 리모컨 잡고 뒹굴뒹굴 늘어졌다. 주말이면 늘 산으로 들로 내달리던 사람이 뒹굴이 노릇을 하려니 좀이 쑤신다.

 

계속 그러다가는 허리 늘어지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 짐을 두 보따리 꾸렸다. 하나는 대형 배낭에 1박 야영할 짐들을 채곡채곡 채워 넣어서 산행보따리를 꾸리고, 또 하나는 작은 배낭에 자전거 용품들을 챙겨서 자전거 여행 짐을 준비했다.

 

애초에는 계속 이어가고 있는 호남정맥(湖南正脈) 종주길을 생각했었지만, 지난 주 무더운 호남길에서 잡목숲 헤치느라 진을 빼는 바람에 당분간 호남은 쳐다보기가 싫어 일단 패스해 버렸다. 때문에 호남정맥 종주는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대안(代案)으로 자전거 타고 강화도까지 달려 가서 강화 갯벌 너머로 벌겋게 넘어가는 일몰 구경하러 가는 것과, 가까운 근교산에 가서 비박하면서 숲 냄새 맡으며 휴식하는 것 둘 중 하나를 하기로 하고 고민을 하였다.

 

잔차 여행이냐, 비박 산행이냐를 두고 잠시 고민하다가 산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홀로 야영도 좋지만 동무랑 막걸리 한 잔 나누고 싶어 모란 장날 뒷날이라 한가할 것 같은 용또산님께 전화를 걸었다. 마침 예상대로 한가하시다. 가까운 예봉산에 올라 비박이나 같이 하자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예봉산보다는 잣나무숲에 가서 잣향이나 맡고 오자 하신다.

 

잣향 좋은 산이라면 축령(祝靈)이나 서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우리의 선택은 서리였다. 그렇게 정해진 서리산을 목표하여 무거운 대형배낭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마눌은 아침 일찍부터 교회에 가버리고 집에 홀로 남게 된 강아지가 집 나서는 나를 보고 낑낑대며 어리광을 부린다. "안돼! 나 혼자면 널 데리고 가겠는데, 오늘은 안 되니 넌 집 보고 있어라!" 실망한 강아지 달랜 후 집을 나섰다.

  


잣나무숲의 향기!


일시 : 2010년 6월 20, 21일. 해와 달의 날



 

서리산/霜山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가평군 상면에 걸쳐 있으며 높이는 832m이다. 서리산은 북서쪽이 급경사로 이루어져 항상 응달이 져 서리가 내려도 쉽게 녹지 않아 늘 서리가 있는 것 같아 보여 서리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상산(霜山)이라고도 한다. 서리산은 축령산 북서쪽으로 절고개를 사이에 두고 3km 정도 거리에 있으며 이 두 산이 축령산 자연휴양림을 분지처럼 휘감고 있다.  축령산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리산이 정상 300여미터 아래 철쭉동산의 철쭉지대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철쭉철에 찾기 시작하였다. 수령 20여년이 넘는 키가 큰 철쭉은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 철쭉이다. 철쭉은 철쭉동산 언덕에 면적은 크지 않지만 서울에서 별로 멀지 않고 교통이 편해 수도권에서 멀리가지 않고도 철쭉을 즐길 수 있는 철쭉산행지 이다. 산행은 교통이 비교적 편리한 축령산자연휴양림-서리산-축령산-축령산자연휴양림 원점회귀산행을 하는게 일반적이다.  서리산만 산행은 3시간, 서리산, 축령산 연계산행은 5-6시간이 소요된다. 초보자나 체력이 약한 사람도 경관을 보면 즐길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에는 비금리에서 동북쪽 계곡을 통해 주능선 안부로 올랐다가 정상을 경유 동능을 따라 행현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전망이 뛰어나다. 정상은 나무 하나 없이 시야가 탁 트이며 축령산이 가깝게 보인다.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축령산으로 오를 수 있는데 절고개 부근은 가을이면 억새가 가득하여 볼만하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서리산 개념도. 이 지도에서 보듯 서리산은 축령산에 딸린 산 정도로 대접받고 있다.(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차 몰고 산본을 벗어나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용인나들목으로 나가서 용인 모현에 사시는 용또산님을 픽업했다.지난번 소금산 야영 번개 때 뵙고 꼭 한 달여 만이다.

 

장비의 제왕인 용또산님이 이번엔 어떤 장비를 보여 주실라나? 중부, 외곽, 춘천고속도로 거쳐 남양주 수동면으로 달려갔다. 어두워진 길 건너로 축령산이 보이고 362번 도로 구불구불 한참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길 한 켠에 주차하고 보따리 챙겨서 어두운 숲길을 걸어 올라 잣나무 숲에 안착하고, 얼른 각자 집부터 한 채씩 지어 놓고 보따리 풀어 저녁 만찬을 준비했다.

 

잣솔잎이 푹신하게 깔린 숲속에 자리 잡아 밥하고 찌개 끓이고, 생선 자반도 굽고 만두도 구워 막걸리 한 잔씩 주고 받으니, "아~ 조타! 참으로 조타! 막걸리 맛도 좋고 잣나무 향기도 좋구나!"

 

 

 

# 안개 낀 잣나무 숲에서 술 한 잔 나누니 참으로 아늑하고 좋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더욱 그러하다.

 

 

 

세상 사는 얘기, 산 얘기에 주거니 받거니 술잔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각은 자정을 훌쩍 넘었다. 오랜만에 반딧불이 구경도 하고 수다만발하다가 각자 집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향긋한 잣나무 향에 취해 꿈도 안 꾸도 잘 잤다.

 

 

 

# 다음날 아침 잣나무 숲엔 연무가 자욱하다. 오늘 꽤 무더울 모양이다.

 

 

 

# 잣나무숲에선 항상 사진이 세로로 길어진다. 잣나무의 높이 때문이다.

 

 

 

# 우리 사이트는 잣나무 숲속에 아늑하다.

 

 

 

#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잣나무는 참으로 기상이 있는 나무이다.

 

 

 

# 가만히 손 대어 그 기상을 나눠 가진다.

 

 

 

# 이번에 새로 장만한 비박타프와 모기장 텐트의 조합.

 

 

 

# 용또산님의 새 장비, 시에라 디자인 텐트.

 

 

 

# 나도 갖고 있는 숲지기 타프.

 

 

 

# 오늘 처음 개시한 7번국도 롤테이블.

 

 

 

# 아침 먹어야쥐~.

 

 

 

# 밥 하고.

 

 

 

# 생선도 굽고.

 

 

 

# 조촐한 상 차려 아침식사를 한다.

 

 

 

# 밥 먹읍시다.

 

 

 

# 해장술도 한 잔 하고.

 

 

 

# 안개 자욱한 숲속은 한가롭다.

 

 

 

# 후식은 수박.

 

 

 

# 식사하고 한가롭게 쉬면서 이야기 나누다가 서리산을 오르기 위해 길을 나섰다.

 

 

 

# 멀지 않은 거리다.

 

 

 

# 가까운 거리라 짐은 그대로 숲속에 두고 물만 하나씩 챙겨 길을 나섰다.

 

 

 

# 잣솔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저걸로 잣술을 담그면 드라이진 맛이 난다는데...

 

 

 

# 좌측으로 서리산이 연무속에 우뚝하다.

 

 

 

# 초롱꽃도 만나고.

 

 

 

# 안을 들여다 보면 주근깨가 있다.

 

 

 

# 처음보는 넘. 잎이 하트 모양이다.

 

 

 

# 노루오줌 삼형제.

 

 

 

# 잣나무 숲길을 꾸준히 오르는데 상부는 간벌한 잣나무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길도 좌우로 구불구불 휘어진다.

 

 

 

# 막판에 가파르게 밀어 올린다. 명색이 가평의 산인데 그냥 쉬 올릴 일은 없다.

 

 

 

# 마루금에 오르는데 서리산은 좌틀하여 가라 한다. 땀 한번 제대로 뺐다.

 

 

 

# 마루금엔 바람이 좋다.

 

 

 

# 그러다 암봉을 만나 우회한다.

 

 

 

# 로프도 잡아보고.

 

 

 

# 줄곧 가파르게 밀어 올린다.

 

 

 

# 오랫만에 만난 천남성.

 

 

 

# 간밤에 마신 알콜을 땀으로 모두 빼내고서야 마루금에 올라섰다.

 

 

 

# 조금 진행하면 암봉이 하나 나오는데 올라 서면 서리산 정상이 보인다.

 

 

 

# 축령산도 보이고.

 

 

 

# 축령을 땡겨보고.

 

 

 

# 저기가 정상인가벼!

 

 

 

# 철쭉 터널을 지난다. 키 큰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야 한다.

 

 

 

# 또사니성!

 

 

 

 

# 서리산 철쭉 구경하기 좋은 전망데크가 나온다.

 

 

 

# 저기가 정상.

 

 

 

# 잠시 더 진행하면 서리산 정상에 올라 서게 된다.

 

 

 

# 용또산님과 단둘이 산행하기는 5년 전 광교산 산행하고 처음이다.

 

 

 

# 좀전에 지나온 전망데크,

 

 

 

# 정상 한 켠에 헬기장과 산불감시카메라가 있다.

 

 

 

# 그 너머로 축령산이 보인다.

 

 

 

# 겨울에 저기를 아이젠도 없이 내려 오느라 진땀을 흘린 기억이 난다.

 

 

 

# 절골 가는 길에 있는 전망대.

 

 

 

# 나무 그늘에서 한숨 돌리며 푹 쉰 후 다시 길을 나선다.

 

 

 

 급경사 내리막을 길게 내려 갈림길로 돌아온다.

 

 

 

# 숲속에 검은 통신케이블이 거미줄 처럼 얽혀있어 도대체 뭘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고로쇠 수액을 쉽게 채취하기 위해 호스를 수천미터 깔아  두었단다.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호스를 꽂아 쓸개즙을 채취한다는 뉴스와 자꾸 오버랩되어 씁쓸하다.

 

 

 

# 잣나무 숲길로 복귀하여.

 

 

 

# 싸이트에 돌아왔다.

 

 

 

# 짐을 다시 잘 챙겨 정리한 후.

 

 

 

# 계곡으로 내려 가 본다.

 

 

 

# 맑은 물이 철철 흘러 내리는 계곡이 참으로 청량하다.

 

 

 

# 알탕 한 번 시원하게 즐긴다.

 

 

 

# 물이 너무 차가워 5분 이상을 버티기 힘들다.

 

 

 

# 이 잣나무 숲은 비박꾼들에게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곳인데,

 

 

 

# 이 지랄을 해 둔 넘들이 아직도 있다.

 

 

 

# 숲 너머 서리산에게 작별을 고하고.

 

 

 

# 보따리 둘러 메고 잣나무숲에게도 작별을 고한다.

 

 

 

# 숲을 벗어나자 무더위가 훅 덮친다. 숲으로 돌아 갈까?

 

 

 

# 서리산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 담에 또 보자구!

 

 

 

# 돌아오는 길에 송어횟집에 들어 빠알간 송어 속살도 맛본다.

 

 

 

서리산 잣나무숲은 비박꾼들 사이에 잘 알려진 장소이다. 좋은 접근성과 멋진 계곡, 그리고 아름다운 잣나무숲이 있고, 서리산까지의 아기자기한 산행길 등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다.

 

그런만큼 찾는 사람들도 많고 쉽게 오염되고 산꾼끼리 충돌도 많은 곳이다. 실제 우리가 갔을 때도 전날 누군가 많이들 다녀 갔는데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떠난 몰지각한 넘들이 있더라. 비박이나 캠핑을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오물들이 같이 흘러듬은 피할 수 없는 일인 듯 하여 씁쓸해진다.

 

뭐, 그건 그렇고 이번 서리산 산행은 긴 산행거리와 끊임없는 오르내림, 앞을 가로막고 뒤를 잡아채는 잡목숲에 시달리며 힘겹게 가야 하는 호남정맥길에 지친 강/사/랑에게 간만에 편안한 휴식을 준 좋은 나들이였다. 오랜만에 용또산님과 단둘이 한 산행도 재미있었고.

 

아직도 코끝에 잣나무 향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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