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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야영산행]청계산/淸溪山-우중청계(雨中淸溪)2 본문
2010년 8월 6일, 쇠의 날. 날 무덥고 비 오락가락하는 장마철에 제각기 먼 데 정맥길 다니던 홀로 산꾼들이 청계산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사발통문이 돈다.
호남길 오래 쉰 데다 좋은 산에서 비박한 지 이미 오래라 몸이 근질근질 하던 참이어서 얼른 동참하겠노라 손을 들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옛골에서 임도따라 올라 가겠노라지만 나는 오랜만에 산길 좀 걷고 싶어 전철 타고 과천 대공원역에서 내려 과천 매봉 거쳐 두세 시간 산을 타고 합류하겠노라 알렸다.
그러나 집에서 이런저런 정리하느라 시각이 어느새 저녁이 되어 버려 과천길은 포기하고, 투덜대는 마눌 겨우 꼬셔서 청계사까지 택배를 부탁한다.
평촌, 의왕 거쳐 서울구치소를 지나고 성남 가는 국도 타고 가다가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들 지나 좌틀하여 구불구불 길게 올라 가는데, 청계사 입구 계곡엔 물놀이 나온 텐트들이 즐비하고 많은 이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
산길을 한참을 올라 청계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숲속엔 어둠이 찾아 오고 있다. 걱정 많은 마눌 안심시키고 20kg 넘는 무거운 보따리 둘러메고 산으로 스며든다. 19:50. 시각이 너무 늦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땅거미 지고 있는 청계사.
# 이 사찰은 10여 년 만에 와 본다.
# 청계사 좌측에 산으로 올라 가는 등로가 있다. 등로는 계단으로 되어 있다. 숲속이 어두워 곧바로 이마에 등불 밝히고 숲길을 오른다. 끄응~ 배낭 무겁다! 이것저것 잔뜩 집어 넣은 배낭 무게에 눌려 헉헉대며 어두운 밤길 더듬어 한차례 길게 올라가면, 절고개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좌측으론 과천 매봉과 연결되고 나는 우틀하여 마루금을 따라 올라간다.
# 서울대공원에서 청계산을 철조망으로 완전히 감아 버렸다.
# 마루금을 따라 길게 고도를 높여 올라 가는데, 우측 숲 아래에 청계사의 불빛이 언뜻 언뜻 보인다. 한참을 땀 뻘뻘 흘리며 올라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 길로 다시 청계사와 연결된다. 청계사에서 우측 산길로 올라오면 이 길로 곧장 올라올 수 있는데, 입구 좌측 길로 오르는 바람에 한참을 돌아 왔다. 가만 생각해보니 10년 전에 마눌과 함께 청계사에서 이 우측 길로 올라 왔던 기억이 난다.
# 갈림길을 지나 가파른 암릉길을 길게 올라갔다. 갑자기 습기를 잔뜩 머금은 안개가 숲을 가득 메운다. 물안개 때문에 시야가 극도로 좁아진다. 안개 속에 가파르고 위험한 암릉길을 더듬어 오르려니 무척 위험하고 힘이 많이 든다. 시야가 좁아 방향을 잡기 어렵다. 좌우측이 모두 낭떠러지이지만 좌측엔 철조망이 있어 좌측을 기준으로 겨우겨우 올라간다. 이 오름 9부 능선쯤엔 좋은 전망대가 있지만 오늘밤엔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그러다 이정목과 벤취가 있는 절고개 능선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이수봉으로 가고 좌틀하여 떨어져 내려야 석기봉으로 갈 수 있다.
# 절고개 능선에서부터는 시정거리가 완전히 제로이다. 너무나 짙은 안개 때문에 헤드랜턴의 불빛이 완전히 산란되어버려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게다가 비지정 등로가 여럿 있어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건 완전히 소경 밤길 걷는 형국이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으니 스틱 먼저 찍고 한걸음 내딛고 또 스틱 찍고를 반복하며 그야말로 길을 더듬어 진행한다. 그러다 수풀로 들어가 자빠지기도 하고, 철조망에 걸리기도 한다. 그동안 대간, 정맥하면서 여러 악천후에 다양한 어려운 경험을 숱하게 겪어 봤지만 이렇게 짙은 안개는 또 처음이다. 그렇게 엉금엉금 기어서 겨우겨우 진행하는데, 안개가 조금 걷히며 갑자기 눈 똥그란 인형이 불쑥 불빛에 얼굴을 드러내 깜짝 놀라게 한다. 어이쿠~ 놀래라! 산림청! 좀 예쁜 인형으로 바꿔놓든지 하시오!
# 난생 처음 만나는 짙은 안개 때문에 가까운 근교산에서 조난당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며 진행하다 헬기장 공터를 지나고 나무계단을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었다. 이 나무계단은 예전엔 없던 것인데, 근자에 만들었나 보다. 한차례 올려 봉우리에 오르고 그 각도 대로 계속 올라가면 석기봉 전 헬기장에 도착한다.
# 이곳에서 직진하여 석기봉, 망경대가 이어지지만 군부대가 있어 못가는 곳이고, 좌측으로 우회하여 혈읍재, 매봉으로 가게 되는 곳이다. 그렇지만 오늘 내 목적지는 이곳에서 우측으로 임도 따라 하산해야 한다.
# 안개 자욱한 석기봉 아래 헬기장엔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 그런데 이곳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져 얼른 화장실 안으로 대피했다. 10여 분 화장실에서 기다려 보지만 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아 우의 꺼내 입고 배낭커버도 씌워 대비를 한다. 카메라는 비닐에 싸서 우의 안에 집어 넣었다.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임도를 따라 길게 내려간다.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 한 데다 지금도 굵은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임도는 완전히 물길이다. 이 임도가 이렇게 길었었나?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로 길게 내려 왔지만 임도가 끝이 나질 않네?
한 30여 분 임도를 구불구불 내려서니 임도는 거의 끝이 나는데, 아래로 내려오니 안개도 완전히 걷히고 비로소 주변 풍경이 불빛에 의지해서지만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임도 끝나는 곳에서 숲으로 올라가야 청계 아지트가 나타나는데, 어째 물가에서 인기척이 들리네? 가까이 가니 숲속에 있어야 할 일행들이 다리 아래에 모여 있다. 낮에 먼저 들어온 일행들이 살펴보니 아지트가 계속 내린 비 때문에 초토화되어 야영이 불가능하더란다. 때문에 비 피하기 좋은 다리 아래에서 하룻밤 보내기로 하였다 한다.
장마철 계곡 다리 아래에서 야영한다는 것이 위험천만한 일이어서 걱정이 되지만, 지금 내리는 비가 폭우로 내릴 비는 아니고 밤새 막걸리 잔 기울이며 얘길 나누거나 돌아 가며 불침번을 서기로 하고 짐을 내렸다.
# 의외로 아늑한 다리 아래에서 알탕으로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뽀송뽀송한 새옷으로 갈아 입으니 참으로 기분이 좋다. 거기에 빗소리, 물소리 들으며 막걸리 잔을 나누니 더더욱 좋다. 각자 배낭 속에서 먹을 거리, 마실 거리들이 끝도 없이 나오니 계속 마시고 먹어도 쉬 다함이 없다. 게다가 자정이 다 되어 또 한 친구가 합류하니 그의 배낭에서도 또 이것저것 쏟아져 나오는 폼이 아무래도 오늘밤 세워야겠다!
# 길고 은성한 밤을 보내고 맞이한 아침은 푸른 숲과 맑은 물소리에 참으로 청량하다.
# 다리밑 거지에 대한 선입감만 버리면 이곳은 여름날 하룻밤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양쪽으로 널찍한 공간이 있어 쉬기 좋고 가운데로 맑은 물이 흐르니 시원해 좋다.
# 오늘도 비는 계속 오락가락한다.
# 간밤에 계곡물이 불어 날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많이 줄었다. 그래도 맑고 시원하며 수량 풍부하다.
# 그리하야 틈만 나면 풍덩 뛰어 든다.
# 밤을 세워 마셨지만 다함이 없네?
# 그렇다면 이 날이 다 가도록 마셔 보세!
# 이 땅의 산 정기 듬뿍 받아 기 세고 체력 좋은 이 양반들, 두고 보면 또 하룻밤 셀 기세라 비 그치는 틈을 타 짐 챙기길 종용했다. 흔적 하나 없이 주변 깨끗이 정리하고 장소를 떠났다. 공중부양 장면 찍으려고 했는데 반 박자 빨랐다.
# 자, 이제 가 보세!
#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올라 청계산 한바퀴 하느냐, 좌측으로 가서 술상 한바퀴 하느냐로 논쟁타가 다수결 원칙에 의해 좌틀!
# 좌측으로 한 바퀴 휘감아 올라 헬기장에 이르고, 이후 우측 숲속으로 떨어져 내린다.
# 야채,과일 무인판매대.
# 오이꽃을 오랜만에 본다.
# 망경대에 있는 골프공을 올려다 보고.
# 시방 청계산은 이름 그대로 물 맑은 淸溪이다.
# 이수봉 갈림길.
# 코스모스가 벌써 피었다.
# 옛골로 하산하니 절이 하나 나오는데,
# 정원에 연꽃이 피어 있다.
# 진흙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
# 白蓮.
# 불화에 많이 나오는 연꽃몽우리.
# 맑고 향기롭게!
# 연밥.
# 연잎은 물방울을 오무린다. 표면장력의 힘이다.
# 몇 년 전 역시 비 오는 날 들러 옷 입은 채 서서 샤워했던 집이다.
# 참으로 재미있고 긴 술자리이다.
# 그렇게 길고 긴 밤과 낮을 보내고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의 길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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