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21(유명산/有明山)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유명산(有明山)'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유명산이란 이름은 사실 처음부터 있던 산 이름이 아니고 어느 여성(女性)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껏 유명산이 인근에서 가장 유명하였거나 무엇인가 이름 난 것이 있어 그렇게 불렀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어느 여성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어느 산악회의 국토 종주 중에 유명산의 이름이 지어졌고, 그 여성은 그 산악회 소속의 대원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1972년 '엠포르산악회'라는 모임에서 '자오선 따라 428km, 국토중앙 자오선(子午線) 종주운행'이란 종주 산행을 2차에 걸쳐 진행했는데, 이 자오선 종주 중에 유명산의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국토중앙 자오선 종주운행'이란 한반도 중앙을 지나는 동경 127도 30분 선(線)을 따라 국토를 종주하는 산행을 말한다. 그들은 1972년 '세천(細川)'에서 '순천(順天)'까지 1차 종주를 하였고, 2차는 1973년 '가평(加平)'을 출발하여 '세천'까지 종주하였다. 궁극적으로는 통일 후에 북한지역까지 총연장 764km의 자오선 종주를 이어가는 것이 그들의 종주 계획이었다. 당시 2차 종주대에 '진유명(晉有明·당시 27세)'이란 여성대원이 참가했다. 종주대는 가평 지역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멋진 산을 만났다. 그리하여 종주대의 홍일점(紅一點) 대원이던 진유명씨의 이름을 따 ‘유명산’이란 이름을 그 산에 붙여 주었다.
그 때 이들의 자오선 종주기가 일간스포츠에 매주 연재되었는데, 유명산이란 이름은 그 종주기로 인해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어느 산악회가 명명한 지극히 사적인 산 이름이 매스컴이라는 매체의 위력에 힘입어 공적인 산이름으로 굳어지고, 지금까지 이 산의 이름으로 알려져 왔던 것이다.
자오선종주 당시 마을 주민들은 이 산을 그저 앞산이나 뒷산 정도로 불렀다고 하지만, 실상 이 산은 '마유산(馬遊山)'이란 분명한 본명을 가지고 있던 산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과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 ‘마유산’이라는 이름이 나오고 있고, '산경표(山經表)'에서도 ‘마유산’이란 이름과 함께 ‘楊根 北 二十里(양근북이십리)’라는 설명이 있다. 양근 즉 지금의 양평 북쪽 이십리에 있다는 말이다.
마유(馬遊)란 '말이 노는 곳'이란 뜻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나라에 필요한 말을 방목해 기르던 산이라 해서 마유산(馬遊山)이라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 이 산은 남쪽 사면이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뤄져 있으며 지금도 보리밭이 조성되어 있는 걸로 보아 옛날에 목장으로 사용했음직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유로 일부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마유산 제 이름 찾아주기 운동'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국토지리원 지도를 비롯 대부분의 지도에 유명산이란 이름이 굳어져 사용되고 있는 데다 산림청이나 가평군에서는 그런 사실조차 인식을 하고 있지 못한 모양이다.
하긴 30여년 굳어진 이름을 바꾸는 일이 크게 생색나는 일도 아니고, 단체장의 업적을 쌓는 일도 아닐 것이며, 각종 행정자료를 바꿔야 하는 귀찮은 일이니 쉽게 나설 공무원이 없기도 하겠다.
어쨌든 산을 사랑했던 어느 여성은 우연한 인연으로 자신을 이름을 딴 산을 하나 가지게 되었고, 그 이름이 마침 '유명'인데다 훗날 100대 명산에까지 포함되었으니 개인적인 영광과 명예가 그야말로 '유명(有名)'하기 이를데 없다.
종주 당시 27세 였다니 지금은 60대 할머니가 되었을 그 유명한 여성은 충남 어느 곳에서 살고 있다 하는데, 자신의 산을 가진 그 기분이 어떠하신지 궁금할 따름이다. 전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산을 가진 여성이 몇명이나 될까? 60대면 한창이실 연세인데 지금도 산행을 하시는 지도 궁금하다.
음...
그렇다면 나도 어느 오지의 이름없는 예쁜 산 하나 점지해서 내 이름을 공유해 볼까나?
아...
그렇지만 내 이름이 하 희한하여 산 이름으로 하기에는 별로 어울리지가 않는구나!
오호! 애재라!!

어느 여성의 이름을 얻은 山!

일시 : 2011년 5월 6일. 쇠의 날.
징검다리 연휴가 있는 5월 6일. 회사에서 이틀 간의 징검다리 연휴를 모두 꽉 채워서 쉬기로 해 몇 년래 보기 드문 6일간의 연휴가 생겼다. 엿새 간의 연휴라면 해외여행은 물론 지리 태극종주도 가능하겠는데 마침 토욜날 회사 직원의 결혼식이 있어 연휴가 끊어진데다 휴일로 지정했지만 마냥 쉴 수만은 없는 위치라 하루는 출근을 해야 한다. 결국 먼 동네의 산길은 가기 어렵고 가까운 명산을 찾기로 하는데, 두어 차례 근교 산행에 동참했던 직원이 이번에도 같이 동행하기로 해서 일행이 있는 명산순례가 시작된다.
유명산/有明山
경기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산. 높이는 864m이다. 유명산은 능선이 부드럽고 완만하고 산 자체보다는 자연휴양림, 유명계곡으로 더 유명하다. 입구지 계곡이라고도 하는 동북쪽의 유명계곡은 5km의 길이이나 3km까지 등산로가 이어진다. 수량이 풍부하여 봄과 여름의 산행지로 계곡산행을 즐길 수 있는 가족산행지 이기도 하다. 계곡의 소와 담은 크지 않지만 박쥐소, 용소, 마당소 등 소와 담이 있다. 자연 흑암으로 이루어진 계곡마다 대부분이 작은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곡의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지만 너덜지대 같은 대부분 돌길이다. 산행코스로는 자연휴양림 매표소, 농다치고개, 선어치고개, 한화콘도, 신복리 등이 있다. 자연휴양림 코스는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라 유명계곡으로 하산하여 자연휴양림 입구에 이른다. 3시간 남짓 소요. 농다치고개에서 소구니산을 거쳐 유명산 정상-유명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도 많이 이용한다. 유명산의 본래 이름은 이곳 일대에서 말을 길렀다 해서 마유산이다. 대동여지도에 마유산으로 나오는 산인데 어이 없게 산 이름이 바뀌었다. 1973년 엠포르산악회가 국토 자오선 종주 등산 중 이 산에 이르러 산 이름이 없자 일행 중 홍일점인 진유명씨의 이름을 따라 유명산이라고 하자고 하여 유명산이라는 이름이 붙혀졌다. 지금은 유명산으로 통칭되고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함.)
# 유명산 지형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춘천으로 가는 경춘선과 양평 용문으로 가는 중앙선이 전철구간으로 바뀌면서 상봉역은 휴일날 수도권에서 가장 붐비는 역으로 성시를 이루고 있고, 때문에 요근래 들어 자주 들를 일이 많아졌다. 호선 타고 상봉역으로 와서 지상으로 나오면 경춘선과 중앙선이 각각 다른 홈에서 이어지는데, 많은 이들이 플랫폼을 헷갈려 엉뚱한 홈에서 기다리기 일쑤이다. 이날 우리 직원도 엉뚱한 경춘선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 중앙선 아신역에서 열차를 내린다. 그런데 아신역은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택시나 대중교통이 바로 연결되지 않고 음식물을 구입할 상점도 근처에 없다. 결국 전화로 콜택시를 불러 아신역을 떠났다.

# 양평 옥천면에 들러 산에서 먹을 먹거리를 이것저것 구입하고, 옥천면의 변천사에 대해 택시기사님과 심도 깊게 토론하다 보니 어느새 들머리인 농다치고개에 도착한다. 양평 옥천면은 흐름한 냉면집 몇 개만 있던 한적한 시골동네였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개발이 되어서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기분이 들게 만드는 동네이다.

# 농다치고개는 한강기맥이 지나는 고개여서 다음에 한강기맥 종주할 때 또다시 두어 차례 들러야 할 곳이다. 고개 위 포장마차 주막집 옆에 들머리가 있다.

# 이탄층이 노출되어 검고 질척한 등로를 따라 길게 올라 간다.

# 한차례 밀어 올려 송전 철탑을 지나고 다시 위로 올리면 능선 마루금에 이르게 된다.

# 능선길을 한차례 길게 올리면 넓은 헬기장에 도착한다. 밤부터 비가 예보되고 있는데, 이미 하늘은 잔뜩 흐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헬기장 뒤로 보이는 소구니산까지는 서너 차례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 올해 처음 만나는 조팝나무.

# 조팝나무는 어느 산자락 양지 바른 곳에서 소리 소문 없이 예쁘게 피었다 사라지는 꽃이다. 우리 옛 조상님들은 봄철 보리고개때 이팝나무, 조팝나무 꽃을 보고 하얀 쌀밥을 상상하며 허기를 달랬나 보다. 이팝나무는 쌀밥나무, 조팝나무는 조밥나무란 뜻이다.

# 씩씩한 청년은 날씨 흐리고 바람 많이 불어 한기 드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반바지 차림이다.

# 봉우리 하나 올리면 삼각점이 있는 660.4봉에 오르게 된다.

# 계절은 초여름을 향해 달리는데 오늘 이 동네는 찬바람 쌩쌩 불어 춥다.

# 그래도 군데군데 진진이 예쁘게 피어 봄이라 알려 주고 있다.

# 올봄엔 허드러지게 핀 진진이를 보지는 못했다.

# 내 너를 생각하면 가슴 속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진진아... 
# 두어 번 더 계단식으로 올리면 능선 갈림길에 이른다.

# 소구니산에서 선어치고개와 농다치고개로 갈라지는 갈림길이다.

# 잠시 더 진행하면 숲 너머로 유명산이 건너다 보이고,

# 소구니산에 이르게 된다.

# 소구니산은 이름이 특이한데, 그 유래를 찾아보지만 정확한 유래는 알 길이 없다.다만 산의 모습이 소쿠리를 엎어 놓은 듯하여 그렇다는 말도 있고, '작을 小, 언덕 丘'자를 사용하는 소구니산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 한강기맥 길임을 알리는 이정목이 서 있다.

# 숲 너머로 유명산이 건너다보인다.

# 유명산까지는 아래로 깊게 내렸다 다시 올려야 한다.

# 유명산은 정상부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어 우리나라의 옛 초가집을 연상케 한다.

# 정상으로는 넓은 임도가 이어져 있다.

# 정상 우측엔 활공장이 설치되어 있다.

# 부드러운 산세가 옛날 목장지대로 사용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 능선 상엔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어 산 사면을 넘어 바람 없는 안온한 곳을 찾아 점심상을 펼쳤다.

#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라 다음에 지리종주나 설악종주에 한번 데려 가야 할까 보다.

# 오랜만에 만난 노랑붓꽃.

# 점심 이후 길을 나서 능선길을 진행하다 위로 길게 올리면,

# 유명산 임도에 올라 서게 된다.

# 벤치 너머로 용문산 줄기가 건너다보인다. 뾰족한 백운봉.

# 한가로운 풍경이다.

# 정상에서 MTB 라이더가 내려 온다.

# 음... 나도 다음에 잔차 타고 와봐야겠네!

# 지나온 소구니산.

# 이 동네는 산세가 참 순하다.

# 널찍한 임도를 따라 위로 오르는데,

# SUV 차량 한 대가 주차되어 있다.

# 곧 정상에 이르게 되고, 막걸리를 파는 사람이 먼저 올라와 있다. 차가 여기까지 올라 올 수 있나 보다.

# 유명산 정상.

# 말이 놀던 마유산(馬遊山)이 원래 이름이다.

# 건너편으로 용문산이 우뚝하다.

# 지난주에 올랐던 용문산 정상부.

# 용문산 우측의 백운봉. 산세가 우뚝하다.

# 정상에서의 파노라마.(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문례봉에서 용문산 가섭봉, 장군봉을 거쳐 백운봉까지 좌우로 날개 편 용문산만 넓게 펼쳐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저 멀리 문례봉.

# 용문산에서 이어지는 한강기맥의 흐름.

# 양평을 휘감아 도는 북한강의 흐름.

# 양평시가지와 강의 흐름이 흐리기는 하지만 한 눈에 들어 온다.

# 정상에서 오래 머물며 막걸리 한 잔 더 나누려고 했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서둘러 짐 챙겨 길을 나섰다. 하산길은 유명산 계곡길을 이용하기로 한다.

# 계곡길을 한참을 내려가다 합수부 갈림길에서 본격적인 계곡을 만나 아래로 내려가는데, 뭔가 하얗게 흩뿌려져 있어 가까이 가보니,

# 기독교 단체에서 북으로 날려 보낸 대북 전단이 엉뚱하게 남쪽으로 방향을 잘못 잡았다.

# 홀아비 꽃대.

# 하산 도중 빗줄기가 거세져 배낭 커버 씌우고 우의도 꺼내 입었다.

# 유명산 계곡도 참 물이 좋은 곳이다.

# 정상에서부터 4.1km 거리라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 마당소.

# 용소.

# 용문산 계곡과는 또다른 맛이 나는 곳이다.


# 여름철, 한가하게 피서하기 딱인 곳이다.

# 여름비처럼 거세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길게 아래로 내려가면, 드디어 계곡이 끝이 나고 유명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한다.

# 휴양림에서 다시 비를 뚫고 길게 아래로 내려가니 종점 버스 정류소에 도착하게 된다.

# 버스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남아 정류소 앞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민물 매운탕을 안주로 하산주를 나눈다. 그런데 이 동네 매운탕은 정말 비추이다. 으이구~~ 맛이 맛이~~

# 비는 꾸준히 계속 내리고... 버스 타고 청평으로 향한다. 땀 흘린 몸에 비까지 맞았더니 묘한 냄새가 진동하는데, 여학생들이 타더니 코를 감싸 쥔다. 미안타!

# 청평역과 유명산을 오가는 버스는 종점에서 종점까지 이어주는 것이라 청평 설악면 곳곳을 모두다 돈다. 오랜 시간 버스여행을 한 후 청평에 도착하고 10여 분 더 걸어 청평역으로 향하는데, 비가 그치며 산마루에 구름이 걸리기 시작한다.

# 창밖으로 한강의 유장한 흐름을 감상하며 서울로 돌아 간다.

비 때문에 예정보다 짧은 코스와 시간을 유명산의 품에서 머물렀을 뿐이지만, 유명산이 100대 명산이 된 이유가 충분함을 알 수 있는 산행이었다. 다음엔 야영 짐 지고 유명산 어느 산자락 잣나무숲에서 하룻밤 머물며 유명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껴봐야 할까 보다. 그나저나 유명산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 준 그 여성분은 어떤 삶을 사시고 계실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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