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잔차이야기]간만의 장거리 라이딩 본문

잔차이야기/잔차 이야기

[잔차이야기]간만의 장거리 라이딩

강/사/랑 2011. 5. 30. 15:34
 [잔차이야기]간만의 장거리 라이딩
 


강/사/랑의 잔차는 둔탁한 깍두기 타이어가 장착된 산악용 MTB이다. 깍두기 타이어는 산길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도로에서는 울퉁불퉁한 접지면 때문에 속도에 취약하다. 게다가 산행다니느라 잘 관리를 해 주지 않아 이곳저곳 삐걱거리기도 하고, 정확히 튜닝이 되질 않아 도로에 나가면 밤 마실 나온 동네 아저씨의 녹슨 신문사 잔차에게도 뒤떨어지기 일쑤이다.

 

그래도 오래 같이 있어서 정든 놈이라 이 넘을 외면할 수가 없는데, 산본과 직장이 있는 가산 디지털단지와는 거리가 25km나 되어 매일 자출은 하지 못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퇴근만 자전거를 이용했다.

 

그래서 속도면에 강점을 가진 로드바이크에 계속 이끌려 이곳저곳 장터를 기웃거리다 105급에 카본 프레임을 가진 첼로 엘리엇 105에 필이 꽂혀 버렸다.

 

이 넘을 질러 말어 고민하는 와중에 마침 집을 광명 소하동으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출퇴근거리가 9km로 확 가까워져서 이사 직후부터 매일 잔차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월욜 아침 자동차에 잔차와 일주일 분량의 와이셔츠, 넥타이, 속옷, 양말 등을 싣고 출근했다가 오후 퇴근부터 잔차로 출퇴근을 주중 내내하고 금욜 퇴근할 때 자동차에 잔차와 빨래감을 싣고 귀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출퇴근 거리가 아주 가까워져서 속도 좋은 로드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는 데도 한번 필이 꽂히고나니 로드바이크에 대한 지름신이 떠나갈 줄 모른다.

 

음... 우짜노??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찍었습니다.)


 


#  잔차의 바퀴 궤적. 라이딩 거리 80km.(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5월 마지막 주말. 이사한 이후 혼자 집에 두고 산에 가는 걸 못 마땅해 하는 마눌 때문에 이번 주도 산에 못 가고 집에서 뒹굴다가 일욜날 점심때쯤 잔차 타고 집을 나선다.

 

일단, 목표는 성내동에 있는 모 자전차샵이다. 엘리엇 105가 소비자가로 225만원인데 성내동에 있는 모샵에서 파격적인 할인을 해 준단다. 할인율이 높은 만큼 서비스나 기술적인 핸디캡이 있어 로드의 생명이랄 수 있는 피팅에 문제가 있다는 평이 압도적이지만 워낙 할인율이 높아 구입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나 역시 일단 그 샵에서 구입하고 피팅은 전문적인 샵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맞춰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마음 한쪽에 찜찜한 구석이 남아 일단 성내동까지 가는 도중에 자전거샵이 있으면 들어가서 내 MTB의 수리도 하고 로드바이크도 알아볼 작정이다.

 

광명 집을 나와 소하리 기아자동차 앞에서 안양천 자전거 도로에 합류하고 잠시 달리다 금천구청역을 건너 시흥대로에 이른다.

 

독산동쪽에 유명한 바이크샵이 있다길래 네이버 지도 뒤져 이곳저곳 헤매다 유제두 복싱체육관 옆에 있는 샵을 찾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 문을 닫았다. 다시 시흥대로를 달려 독산동에 있는 다른 잔차샵에 들렀는데 동네 잔차포 수준의 규모에 내 잔차의 문제점도 찾아내질 못한다. 이 집에선 수리도 상담도 못 하겠다!

 

다시 잔차를 달려 남부순환도로에 올리고 신림, 봉천, 서울대를 거치며 두어 군데 잔차샵에 들렀지만 어째 수준들이 모두들...

 

이후는 버스들과 경쟁하며 길게 달려 까치고개 넘어 사당역을 지나고 예술의 전당 지나 양재동, 도곡동, 대치동을 지나 탄천 넘어 송파로 향한다. 송파, 잠실, 올림픽공원 지나 둔촌역 인근에서 성내동에 있는 잔차가게에 도착하니, 서울 남부에서 동부까지 길게도 달려 왔구나!

 

일단 몇 마디 나눠보니 주인장 성격은 소문대로인데 10여 분 망설이다 그냥 지름신의 뜻대로 질러버린다. 이렇게 비싼 잔차를 사서 얼마나 타고 다닐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내 귓가에 속삭이는 지름신의 복음을 외면할 길이 없구나! 뜻대로 하소서!

 

화욜날 잔차 수령하기로 하고 미련없이 잔차가게를 나서 한강으로 향한다. 다시 올림픽공원 북문쪽으로 나와 아산병원쪽 둑방길을 달려 한강자전거 도로에 내려선다.

 

 

 

#  오랜만에 한강 자전거도로에 서 본다.  저 멀리 올림픽대교.

 

 

 

# 한강의 흐름을 따라 강 하류로 향한다. 집에 홀로 있는 마눌에게 연락해서 행주산성에서 만나기로 한다. 행주산성엔 유명한 국수집이 있다.

 

 

 

# 와, 그런데 오늘의 한강 자전거도로는 하행길이 고행길이다. 강력한 맞바람에 자전거 속도가 16,7km를 넘기 어렵다. 

 

 

 

# 강력한 뙤약볕, 정면으로 저항하는 맞바람, 그리고 잔차와 인라인과 산책객들이 뒤섞인 한강자전거도로 고행의 연속이다. 성수대교였던가? 다리 그늘에서 한참을 휴식했다.

 

 

 

 

#  한강공원 잠원지구엔 개들의 천국이다.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아프칸하운드.

 

 

 

#  덩치는 산만한 놈이 겁이 얼마나 많던지 사진 찍으려고 스마트폰을 꺼내니 냅다 도망을 친다.

 

 

 

#  반포지구에도 가족단위의 행락객들이 아주 많다. 맛난 점심 준비해서 텐트 치고 하루 강바람 쐬고 가는 것도 좋겠구나.

 

 

 

#  63빌딩 벽면에 석양빛이 물든다.

 

 

 

#  저 아래 성산대교 쪽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 오랜만의 장거리 라이딩에다 강력한 맞바람과 싸우느라 기진맥진해서 너무나 힘이 든다. 똥꼬도 아프고 핸들을 잡은 손바닥도 많이 아프다. 점심 이후 먹은 게 아무것도 없어 배도 무지무지 고프고... 어찌어찌 성산대교 아래 안양천 합수부에 도착한다. 오늘도 강태공들은 릴대를 고사포처럼 설치해 두었다. 저 멀리 가양대교가 보인다. 행주대교까지는 아직 한참을 더 달려야 한다. 흐미~~

 

 

 

# 가양대교, 방화대교를 거쳐 자전거도로가 완전히 끝이 나는 행주대교에 도착한다. 이제는 다리 위로 올라가 한강을 건너야 한다.

 

 

 

# 행주대교를 타고 한강을 건너 구불구불 행주산성을 오르니 캄캄한 주차장에서 마눌이 강아지랑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성내동에서 두 시간을 예상했는데,  무려 한 시간이나 오버했다. 오랜만의 80km 장거리 라이딩에 똥꼬가 얼얼하다. 몸에 묻은 먼지 털고 땀도 닦아낸 후 잔차를 차에 싣고  행주산성 아래 유명한 국수집을 찾는다. 사실 이 집보다는 어탕국수가 우리 입맛엔 더 맞지만 그동안 어탕국수를 너무 많이 먹어 오늘은 원조국수집에 왔다. 이 집은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단 두가지만 취급하는데, 커다란 냉면그릇에 가득 담아 주면서도 무한리필이 가능하다. 가격은 3,500원으로 최저가!  다만 손님이 너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하고 너무 바빠서인지 친절하지 않다는 단점이...

 

 

 

#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지 못했다.

 

 

 

오랜만의 장거리 운행에 몸 이곳저곳이 힘들다 야단이지만, 새로 만날 로드바이크와의 만남이 걱정반 기대반이다. 제발 하자 없는 물건이 소문과는 달리 제대로 피팅되어 내 앞에 서기를!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물사랑의 Daum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