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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정맥]세번째 걸음(돌고지재~원전고개)-천왕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다 ! 본문

1대간 9정맥/낙남정맥 종주기

[낙남정맥]세번째 걸음(돌고지재~원전고개)-천왕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다 !

강/사/랑 2011. 11. 21. 17:22
 [낙남정맥]세번째 걸음(돌고지재~원전고개)

  

산림청(山林廳)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산(山)의 개수는 '4,440개' 정도라고 한다. 이 조사는 국토지리정보원(國土地理情報院)의 자연 지명 자료를 기초로 하였는데, '산(山)', '봉(峰)', '재', '치(티,峙)', '대(臺)' 등 산으로 분류될 만한 지명 8천 6개 가운데에서 '재', '치(티)', '고개'를 제외한 것으로 산정하였다. 


거기에 현장 숲길 조사와 수치지형도(數値 地形圖) 분석을 하였고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지리 지형학계, 그리고 산악단체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 후 산림청에서 최종 확정한 것이다.


산의 기준을 '해발고도 200m'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니 우리 땅의 웬만한 봉우리는 다 포함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4,440이란 숫자가 일견 엄청 많아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우리 같은 종주산꾼의 경우 대간과 정맥 종주하면서 만나는 무수한 봉우리들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많기만 한 것은 아닌 듯하다.

 

하루에 봉우리 한 개씩 오른다고 하면 12년이 걸리고, 직장생활 하면서 일 주일에 50개씩 오른다면 일 년 52주에 2,600개를 오를 수 있으니 2년이면 모두 다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아니고 규모가 큰 산이 포함될 경우 일 주일에 몇 개를 넘기 어렵다고 보았을 때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하기는 하겠다.


그렇다 해도 넉넉 잡아 10년 세월이면 우리나라의 산을 모두 다 올라 볼 수는 있겠다. - 이 거친 계산법이 맞다고 가정할 때, 7년이 다 되어 가도록 1대간 9정맥도 졸업 못 하고 있는 나는 뭐냐? 참 느리고 더디다!

 

같은 조사에서 동일(同一)한 이름을 가진 산도 조사하였는데, 의외로 같은 이름의 산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봉화산(烽火山)'이다. 봉화산은 무려 47개나 되었다. 봉화산이란 이름은 옛시절 긴급 통신수단인 봉화대가 있던 산의 이름인데, 전국 각지에 봉화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장 흔하였을 것이다.


백두대간 초입인 운봉의 철쭉으로 유명한 봉화산, 작년 여름 어둑어둑 해질 무렵 강/사/랑이 멧돼지 두 마리와 딱 마주쳤던 호남정맥 보성의 봉화산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다음으로는 43개의 국사봉(國師峰, 國思峰), 39개의 옥녀봉(玉女峰), 32개의 매봉산(鷹峰, 鷹峰山) 31개의 같은 이름을 가진 남산(南山) 등이 있다.

 

봉화산이 옛날 우리나라 통신체계인 봉수(烽燧)와 관련이 있는 이름이라면 국사봉은 무속(巫俗)과 관련된 '민간신앙(民間信仰)', 혹은 '충절(忠節)'의 의미와 관련이 있고, 옥녀봉은 '풍수지리(風水地理)'나 '민간신앙'과 관련이 있다. 또 매봉산은 흔히 산의 모습이 매가 날개를 편 모양이라느니 매의 부리를 닮은 모양이라느니 하는 유래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뫼나 메 등 산의 옛 이름이 변형되어 매봉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남산 역시 풍수지리와 관련이 있는 산 이름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산 이름은 대부분 산의 위치나 모양처럼 지리지형적 특징이 반영되었거나 풍수지리, 불교사상, 민간신앙 등의 경우처럼 생활속의 사상이나 신앙에서 그 이름의 유래를 찾아 볼 수 있다. 

 

옛날 우리 조상님들은 좁은 산악지대의 나라에서 농사를 근거로 한 정착 생활을 영위하였다. 그러다 보니 먼 바깥세상의 일은 관심 밖일 수밖에 없었고, 산 이름들도 그냥 앞에 있어 앞산, 뒤에 있어 뒷산 하는 식의 이름으로 부르기 마련이었다. 삿갓을 닮아 삿갓봉, 시루를 엎어 놓은 듯해 시루봉 등 산의 모양으로 그 이름을 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외부세상과 공유할 수밖에 없는 큰 산이나 외부세계와 단절을 하게 만드는 품 넓은 산의 경우, 그 규모나 영향력으로 인해 하늘을 섬기는 민간신앙, 불교신앙 등과 관련된 이름으로 높이 불러 경외심(敬畏心)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기도 하였다. 국사봉, 비로봉, 천왕봉, 연화봉 등의 산들이 대표적이다.

 

산 이름이야 무엇이든 산은 누천년 그 자리에서 우뚝하여 말없이 산천의구(山川依舊)하였건만, 오로지 인간들만이 산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고 옳고 그름을 왈가왈부할 따름이다. 그리하여 때로는 일림산(日林山)처럼 산 이름 때문에 지자체간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연인산(戀人山)처럼 생뚱맞은 이름으로 개명(改名)이 되기도 하고, 유명산(有明山)처럼 어느 선구적 여성산악인의 이름으로 새 얼굴을 갖게 되기도 한다.

 

1대간 9정맥을 종주한다고 전국의 산하(山河)를 누비고 다니다 보니 참으로 많은 산을 접하게 되고, 그만큼 다양한 산 이름을 만나게도 된다. 따라서 자연 그 산이름 마다의 의미와 유래를 찾아보려고 애를 쓰는 편인데, 간혹 그 몸집에 비해 너무 거대한 이름을 가져 부담스러워 보이는 산들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금북정맥의 차령을 넘어 공주 유구 쪽으로 가다 보면 한 곳에 이르러 산 이름들이 '절대봉(絶對峰)', '천자봉(天子峰)', '극정봉(極頂峰)' 등 대단히 극존칭의 이름을 가진 산들을 만나게 되고, 호남정맥의 유둔재 가는 길에도 '최고봉(最高峰)'이란 산이 있으며, 한남금북정맥의 음성 근처에도 반기문씨의 고향으로 유명한 행치마을 뒷산인 '큰산'을 만나게 된다.

 

이들 산은 자신의 격(格)에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이름들을 가지고 있는데, 많은 경우 공식적인 이름이라기보다 누군가 알 수 없는 이가 알 수 없는 근거로 산 이름표를 달아 두고, 그 산길을 지나는 다른 이들이 그 이름을 퍼 날라 세월 흘러 굳어진 경우가 많다.

 

반면 한남금북의 '소속리산(小俗離山)'처럼 속리산의 끝자락에 있어 작은 속리산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고, 사량도의 지리산처럼 바다에서 육지의 지리산을 그리며 볼 수 있다 하여 '지리산', 혹은 '지리망산(智異望山)'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강/사/랑이 걷고 있는 낙남정맥길에도 그와 유사한 연유를 가졌음직한 산이 하나 있는데, 이름하여 '천왕봉(天王峯)'이다.  천왕봉이야 이 땅의 최고 산이라 할 수 있는 지리의 최고봉으로 한국인의 기상(氣象)이 발원한 산이요, 어머니의 산으로 산꾼들의 마음의 고향 같은 산이다. 그런데, "감히 602m의 작은 몸집으로 천왕봉이라는 이름을 갖다니? 이런 괘씸하고 가당찮은 경우가 있나?"

 

"하지만, 저렇게 부를 때는 무슨 연유가 있을 거야!" 산길 나서기 전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었는데, 막상 천왕봉에 올라 보니 "아하! 그래서 천왕봉이라 부르는구나!" 단번에 그 연유를 알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 不如一見)인 것이다.

 

천왕의 산정에 올라서면 사방 탁 트인 조망에 전방으로 지리의 천왕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그것은 이 작은 천왕봉이 영신봉(靈神峰)에서 흘러내린 지리의 남쪽 산줄기가 그 맥(脈)을 다하는 지점에 마지막으로 우뚝 솟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낮으나마 천왕봉의 거울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산정에서 직접 그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지리의 남쪽 끝자락이요, 지리의 주봉인 천왕봉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지리의 끝 봉우리라 충분히 천왕이라는 이름을 가져 쓸만하겠다 싶었다.

 

다만, 천왕봉이란 이름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소천왕봉(小天王峯)'이나 '천왕망봉(天王望峯)'이라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다. 그것이 어머니의 산, 지리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천왕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다 !


구간 : 낙남정맥 제 3구간(돌고지재~원전고개)
거리 : 구간거리(14.82km), 누적거리(49.92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1년 11월 20일. 해의 날.
세부내용 :

돌고지재(07:50) ~ 466.7봉/산불감시초소 ~ 546봉 ~ 천왕봉(09:00)/휴식 후 09:25 출발 ~ 587.2봉/옥산갈림길 ~ 504.6봉 ~ 청수갈림길 ~ 배토재(10:25) ~ 228봉/밤나무단지 ~ 임도/점심 후 11:20 출 ~ 시멘트임도 ~ 대나무숲 ~ 임도 ~ 237봉(12:30) ~ 분뇨 임도 ~ 마곡고개(13:45) ~ 밤나무단지 ~ 공터 ~ 원전고개(14:20).  
           
총 소요시간 6시간 30분.

  

2011년 11월 19일, 흙의 날. 누님의 아이, 그러니까 생질(甥姪)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제 맘대로 되지 않으면 마음대로 땡깡을 부리던 꼬맹이 녀석이 장가를 가?" 라고 생각했는데 녀석의 나이가 벌써 삼십대 중후반이라니 만혼(晩婚)이구나!

 

결혼식이 토요일이니 결혼식 참석하고 낙남으로 가면 되겠다! 배낭 꾸려 차에 실어 두고 양복 입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하는 아이라 주례를 요새 들어 정치를 한다는 황수관 박사가 서는데, TV에서보다는 너무 점잖을 부리신다. 중간에 농담을 한 번 하기는 했지만...

 

예전에 산본에서 살 때의 일이다. 출근길에 신호대기를 하고 있다가 우측 건널목에 서 있는 사람과 문득 눈이 마주쳤다. 보통 이런 경우 아무일 없듯이 외면하기 마련인데, 그는 나를 보고 환히 웃어 주었다. 엉겁결에 같이 웃고 목례로 인사 나눴다. 그이가 바로 황박사였다.

 

아, 저분은 TV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고 평소에도 저렇게 웃고 사는구나! 고 생각하고 참 호감을 가졌다. 하지만 얼마 전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다가 낙선했다는 뉴스를 보고는 좀 실망을 했더랬다. 정치가 뭔지, 그 무슨 마력을 가졌는지? 안철수씨도 그렇고...

 

예식장 주차장에서 옷 갈아입고, 마눌이 태워주는 차로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20분 뒤차에 딱 한 자리가 남아 있다. 얼른 차표 구입하고 준비하였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필요한 물건 몇 개 구입하고 차 타러 가는데, 얼라? 차표가 없네? 지난 번 덕산에서도 그랬는데?? 주머니 마다 뒤지다가 화장실까지 찾으러 가보지만 거긴 없고, 혹시나 주머니 다시 뒤지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다. 이게 뭔 일이람?

 

얼른 다시 정차장으로 뛰어가는데 이미 차는 출발하고 없다. 딱 4시 30분 정각인데...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는데 저쪽에 버스 두 대가 후진하는 다른 버스 때문에 기다리고 있길래 달려 가보니 첫 번째 차가 진주행 버스다. 차 문 두들겨 올라타고 허겁지겁 자리에 앉았다. 아이고 정신없어라!

 

스마트폰으로 책보다 졸다 깨다 하다 보니 어느새 진주에 도착한다. 25, 6년 동안 1년에 딱 두어 차례 정도 방문하는 고향 진주가 벌써 한 달새 세 번이나 방문하게 된다. 간만에 일찍 진주에 도착한 김에 오랫동안 얼굴 못 본 옛친구와 연락해서 막걸리 한 잔 하기로 했다.  


 

옥종면/玉宗面


경상남도 하동군 동부에 있는 면. 동쪽으로 진주시 수곡면(水谷面), 북쪽으로 산청군 단성면(丹城面), 남쪽으로 북천면(北川面), 서쪽으로 청암면(靑岩面)과 접한다. 지형상으로는 남쪽으로부터 옥산(玉山:614m)·사림산(士林山:872m)·정개산(鼎蓋山:520m) 등이 솟아 있는 서부지역은 높고 동쪽 경계를 이루는 덕천강(德川江) 유역은 낮다. 경지면적은 약 22%에 불과하나, 식량작물을 위시하여 고추·참깨·대마·저마 등을 생산하며 특산물로 시설 딸기가 재배된다. 정수리(正水里)에는 고령토 광산이 있는데 매장량이 많고 품질이 우수하여 고급 도자기의 원료로 부산광역시·마산시 등지에 공급되고 있다. 교통은 산청군에 이르는 국도가 남북으로 지난다. 문화재로는 두양리(斗陽里) 은행나무(경남기념물 69), 하동 북방리 고성산성(河東北芳里高城山城:경남기념물 142), 옥산서원(玉山書院:경남문화재자료 47), 두방재(斗芳齋:경남문화재자료 81), 경현사(景賢祠:경남문화재자료 171), 모한재(慕寒齋:경남문화재자료 230), 하동청룡리 석불좌상(河東靑龍里石佛坐像:경남문화재자료 245)을 비롯하여 강민첨 신도비(姜民瞻神道碑), 송천서원(宋川書院), 하동안계리 성지(河東安溪里城址), 지족당비(知足堂碑), 수정당(守正堂) 및 하한정(夏寒亭) 등이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낙남정맥 제 3구간 돌고지재~원전고개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옛 친구다. 옛 추억도 많은 동무다. 이제 세월 흘러 아들 둘 모두 군대 보내고 정수리 머리털 듬성듬성해진 모습으로 앞에 선 친구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이런저런 얘기가 밤늦게 이어지는데, 내일 내 산행 계획을 듣고 자기가 아침 일찍 일어나 태워 주겠다 한다. 그의 부인 曰, 가무음곡(歌舞音曲)에 빠져 있을 것 같던 사람이 산에 빠져 있는 모습이 영 낯설단다. 음... 예전에 내가 그렇게 취생몽사(醉生夢死)였나? 음.. 돌이켜보니 과연 그러하다!

 

 

 

# 한달새 세 번이나 방문하는 진주 터미널.

 

 

 

# 물메기탕 끓여 놓고 막걸리 한 잔 하는데, 맞은편 테이블의 등산객 몇몇 중 한 사람이 안면이 많다. 자세히 보니 초,중학교 선배다. 역시나 참 오랜만에 뵙는 분인데 나갈 때 술값까지 계산해 주고 가셨다.

 

 

 

친구 부부와 오랜만에 옛 얘기로 회포를 풀다가 자기네 집으로 자러 가자는 걸 다음 날 아침에 만나기로 하고, 난 찜질방으로 향했다. 정말 특이하게도 코 고는 사람 별로 없이 조용한 찜질방을 만나 숙면을 취했다.

 

뒷날 아침에 찜질방 앞까지 찾아온 친구의 차로 돌고지재로 향했다. 진양호 댐 앞에서 좌틀하여 수변 경치가 정말 아름다운 수곡을 지나 하동 옥종을 거쳐 구불구불 돌고지재를 거슬러 올라갔다. 일 주일 만에 다시 돌고지재 정상에 올라 산행 준비를 했다.

 

 

 

# 물안개 피어 오르는 수변 경치를 달리는 차 안에서 본다.

 

 

 

# 돌고지재. 폐쇄된 자연농원 앞.

 

 

 

# 휴일날 아침 잠 포기하고 택배써비스해 준 친구 부부.

 

 

 

# 고맙다. 담에 보자!

 

 

 

친구 부부와 작별하느라 제대로 준비 운동도 못하고 들머리로 들어섰다. 07:50. 일 주일 만에 초겨울 기분이 제대로 들게 기온이 영하로 낮아지고 찬바람도 꽤 불어온다. 이제는 폐쇄된 강림자연농원 우측 임도를 따라 위로 올라갔다. 좌측 산자락은 온통 억새밭이다.

 

임도 상단에서 우측 숲으로 들어가라고 표지기들이 손짓하지만 그냥 임도를 계속 따르면 곧 다시 그 숲길과 만나게 된다. 잠시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466.7봉'에 올라섰다.

 

 

 

# 억새밭 사이의 임도를 따라 위로 올라갔다.

 

 

 

# 청암에서 돌고지재로 향하는 도로와 지난 구간의 정맥길.

 

 

 

#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466.7봉.

 

 

 

# 지난 구간의 정맥길이 정면으로 보인다.

 

 

 

# 저 멀리 외삼신봉과 낙남의 출발지인 영신봉.

 

 

 

# 천왕봉엔 눈이 온 듯하다.

 

 

 

# 전방의 조망을 파노라마로 담았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가깝게 고개를 내리면 돌고지마을이 내려다보인다.

 

 

 

466.7봉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멋진 조망이 허락된다. 지나온 정맥길과 저 멀리 지리의 주능, 눈이 온 듯 머리 꼭대기가 하얀 천왕봉, 제석봉, 영신봉, 낙남의 외삼신봉 등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 풍광에 취해 오래 정상에 머물렀다. 산불감시초소는 아직 출근전이라 비어 있다. 햇살이 퍼지면서 기온도 조금씩 올라갔다.

 

정상에서 내려 임도에 다시 복귀하고 이후 임도를 길게 따른다. 어느 순간 주위를 확인하니 표지기도 없고 정맥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이다. 아마도 중간에 정맥으로 들어가는 들머리가 있는데 지나쳤나 보다. 나침반 확인하니 그다지 많이 멀어지는 기분은 아니라 일단은 계속 임도를 따르기로 했다.

 

얼마나 갔을까? 갈림길이 나오고 역시나 좌측으로 임도를 따라 올라가야 정맥에 복귀하게 되는 길이다. 우측길은 화정리로 가는 임도다. 좌측 옥산 방향의 길로 잠시 올라가면 과연 정맥에서 내려와 이 임도와 만나는 곳이 나타난다. 임도는 계속 전방의 산을 향에 올라가고 있다.

 

한차례 올리면 우측 숲으로 들어가라고 표지기들이 손짓한다. 그냥 임도를 따라도 될 것 같지만 좀 전의 기억이 있어 표지기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구불구불 휘감으며 위로 치고 오르면 아니나 다를까 임도를 다시 만나게 되고, 조금 더 올라가면 오늘 구간의 진산이랄 수 있는 '천왕봉'에 이르게 된다. 09:00.

 

 

 

# 억새꽃 만발한 임도를 따라 계속 전진했다. 아마도 이 인근에서 숲으로 들어가야 하는듯 한데, 억새 구경 하느라 지나쳐 버렸다.

 

 

 

 

# 이 갈림길에서 좌측 옥산 방향으로 올라갔다.

 

 

 

# 정맥이 임도와 다시 만나는 곳. 저쪽 숲길이 터널 같아 보인다.

 

 

 

# 계절은 이미 겨울로 접어 들었다.

 

 

 

# 천왕봉. 이 산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거창한 이름을 가졌다.

 

 

 

# 옥종 천왕에서 지리 천왕을 바라본다.

 

 

 

# 정상의 조망을 넓게 펼쳤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지리의 천왕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이래서 이 봉우리가 천왕봉이다. 천왕봉을 정면으로 조망하는 산이라는 것이다.

 

 

 

# 지리의 주능 부분만 약간 땡겨 파노라마.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옥종의 진산인 옥산이 건너편에 있다.

 

 

 

# 정맥은 이후 키를 확실히 낮춰 사천 곤명 쪽으로 이어진다.

 

 

 

# 남쪽을 땡겨보니 하동 노량의 금오산과 그 뒤에 남해 남면의 망운산으로 짐작되는 산이 보인다.

 

 

 

# 서남 쪽으로는 호남정맥이 보인다. 지난 번 호남길에 지난 백운산의 위용.

 

 

 

# 남해바다의 은빛 물결도 보이고.

 

 

 

# 가야 할 정맥길.

 

 

 

 

# 한 바퀴 빙 돌며 조망을 감상한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천왕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조망이 훌륭해 이곳에서 간단한 제물을 올 리고 천지신명께 기원을 올렸다.

 

 

 

천왕봉은 그 이름이 하 거창하여 처음에 약간 경멸하는 기분으로 접근했었다. 하지만 막상 정상에 올라보니 북으로는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의 주능, 서쪽으로는 호남정맥의 산줄기와 백운산의 위용, 동으로는 사천을 거쳐 진주로 향하는 낙남의 줄기, 남으로는 남해바다와 노량, 남해의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사통팔달(四通八達)의 훌륭한 조망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산, 지리의 천왕이 정면으로 눈에 들어와 결코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게다가 이 천왕을 기점으로 산줄기가 본격적으로 키를 잔뜩 낮춰 인간세로 스며 들기 때문에 이 천왕봉까지를 지리의 산줄기라 규정할 수도 있을 듯하여 참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자 이름이라 하겠다. 다만 어머니의 산 지리에게 조금은 불경한 듯하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천왕(小天王)'이나 '천왕망봉(天王望峰)'쯤으로 바꿨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이렇게 의미있는 산정에서 어찌 그냥 지나치리오! 까만 정상석 앞에 배낭 내리고, 간단한 제물 올려 천지신명께 소망을 빌어 보았다. 비나이다!비나이다!비나이다!

 

음복으로 막걸리 한 잔 마시고, 간식 먹으며 천천히 경치 감상을 했다. 이윽고 지리의 천왕봉을 우르러 천지기운을 받고 거풍도 한 차례 즐겼다. 흐흐흡~ 흐흐흡~ 흐흐흡! 오래 정상에 머물며 경치 감상을 한 후 다시 짐 챙겨 길을 나섰다.

 

 

 

# 남해바다를 땡겨보고.

 

 

 

# 옥종의 진산인 옥산의 정상. 옥산은 원래 진주 근처에 있었는데, 지리산 산신령의 집합 명령을 듣고 길을 나서 정수 근처에 이르렀을 때, 볼 빨간 정수 처녀가 그 모습을 보고 "어, 산이 가네!" 한 마디 외치는 바람에 놀래 그 자리에 멈춰 그대로 옥종의 진산이 되었다 한다. 

 

 

 

# 뚝뚝 계단식으로 고도를 낮춰 가게 된다.

 

 

천왕봉을 나서면 전방으로 두 개의 봉우리가 보이고, 그 뒤로는 낮은 산줄기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잠시 아래로 내렸다가 살짝 올리면 '옥산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정목과 옥산 2봉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지도상 '587.2봉'이다. 배토재까지는 3.5km가 남았다.

 

이후로 깊게 떨어졌다가 잔봉을 두어 개 넘고 본격적으로 깊게 떨어져 내린다.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운데 고도를 250이나 까먹고서야 '돌탑이 있는 안부'에 이르게 된다.

 

이후 편안한 솔숲길이 길게 이어져 무릎이 편안한데, 작은 돌탑들이 연달아 나타난다. 다시 배토재까지 1.5km 거리라는 '정수갈림길'을 만나고, 이곳에서 우틀하여 떨어지더니 고도를 낮춰가며 길게 진행한다.

 

오르내림 없고 편안한 숲길이라 속도가 절로 난다. 막판에 임도를 만나 역시나 임도를 따르면 될 듯하지만 표지기가 숲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숲길을 따르면 잔봉을 하나 넘어야 하고, 아래로 떨어져 내리면 아까 그 임도를 다시 만난다. 시멘트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배토재'에 이르게 된다. 10:25

 

 

 

# 옥산갈림길이 있는 587.2봉.

 

 

 

# 옥산2봉이란 근거없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 작은 돌탑을 연달아 만난다.

 

 

 

# 솔숲길이라 걷기에 참으로 좋다.

 

 

 

# 정수갈림길.

 

 

 

# 배토재 직전에 있는 어느 강아지의 무덤. 우리 강아지 생각하며 잠시 머리 숙였다.

 

 

 

# 임도를 다시 만나 잠시 진행하면,

 

 

 

# 배토재에 이르게 된다.

 

 

 

# 지리산 요양원.

 

 

 

# 이름이 고귀한 동네인 옥종.

 

 

 

# 돌고지에서 5.7km 거리다.

 

 

 

# 사천시는 낙남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 오량마을 너머에 짧게 끊을 데가 있나?

 

 

 

# 없구만!

 

 

 

배토재는 옛날부터 도자기의 원료인 백토(白土)가 많이 나는 동네라 백토재라 불리던 것이 세월 흐르며 배토재로 변음되어 불리게 되었다. 현재도 고개 주변으로 광산이 산재해 있다.

 

이 고개는 북천면과 옥종면을 잇는 1005번 지방도가 지나는 곳이라 차량 통행이 많다. 고개 너머 사천시에서 세운 낙남안내도를 구경하다가 임도를 따라 오르면 전방으로 북천의 들녘이 보이는 언덕에 이른다. 

 

계속 임도를 따르면 밤나무밭 가장자리로 오르게 된다. 이 봉우리가 '208봉'인데 이후로는 전부 100m대의 나지막한 산들이 길게 이어지게 되어 있다. 봉우리를 넘어 아래로 내려가면 햇살 좋은 임도를 만나게 되고, 이정목이 서 있다.  그 고운 햇살이 아까워 이곳에서 짐 내리고 마음에 점 하나를 찍었다.

 

 

 

# 소나무 있는 언덕에 올라 조망 구경을 했다.

 

 

 

# 북천 쪽 들녘. 야트막한 산들이 둘러 싸고 있다.

 

 

 

 

# 사천시는 낙남정맥에 대한 인식이 좋다.

 

 

 

# 밤나무밭이 있는 208봉을 넘으면 임도를 만난다.

 

 

 

# 햇살 고와 이곳에서 점심상을 펼쳤다.

 

 

 

# 조카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가져온 떡으로 점심을 갈음했다.

 

 

 

어제 생질녀석 결혼식에서 챙겨온 떡이며 단 것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김밥과 과일도 준비되어 있지만 오늘도 모두 남겨 갈 모양이다. 막걸리 한 잔 곁들이니 따스한 햇살 아래 즐기는 여유가 참으로 행복하고 좋다.

 

천천히 식사를 즐기고 짐 챙겨 정리한 후 거풍이나 한번 즐겨볼까 하는데, 어디선가 날렵하게 생긴 검은 개 두 마리가 나타난다. 배낭에서 새총을 꺼내 방어하려는데 저 뒤에서 주인이 나타나며 물지 않는다고 괜찮다고 한다. 그건 당신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고!

 

사냥개들 때문에 놀래서 거풍은 생략하고 얼른 짐 챙겨 길을 나섰다. 11:20. 임도는 몇 미터 못 가고 우측 숲으로 들어가라고 표지기들이 손짓한다. 지형 살펴보니 그냥 임도를 따라도 될 듯하지만 좀전에 간 개들 때문에 숲으로 들어갔다.

 

편안한 봉우리를 넘고 길게 진행하다가 아래로 내리면 과연 좀 전의 그 임도를 다시 만난다. 이번에도 임도가 아닌 맞은편 산으로 올라가라고 하는데, 올라 가자 마자 우측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고 좀 전의 그 임도를 바로 만난다. 그냥 임도를 따르는게 훨씬 빠른 길인데...

 

다시 건너편 농장 가장자리로 올라가라고 표지기들이 손짓해서 따르는데 농장 상단에서 대밭 속으로 들어가라고 하지만 대밭 속에는 전혀 길이 없다. 이곳저곳 머리 들이밀며 길을 찾아보다가 포기하고 좌측으로 내리면 다시 시멘트 임도에 내려서게 된다. 결국 이 동네에서는 그냥 임도를 따르는 것이 제일 편안하다는 말이다.

 

임도를 따라 가다보면 산을 좌측으로 휘감게 되는데,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길과 금세 다시 만난다. 잠시 가다가 또 임도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잠시 고민타가 표지기를 따라 산으로 들어가고 봉우리를 하나 넘어 내려서면 또 그 임도에 복귀한다.

 

이곳 임도에서는 전방이 툭 트이며 노출된 길을 걸어 농장으로 된 전방의 산으로 올라가게 된다. 정상 가까이 이르러 임도는 좌측으로 가고 농장 좌측으로 낑낑 올라 가면 삼각점이 있는 '237봉'에 이른다. 12:30

 

 

 

# 저 넘의 개들 때문에 깜짝 놀랐다.

 

 

 

# 이 임도에서는 계속 임도를 따르는 것이 정답이다.

 

 

 

# 올라 봐야 금세 저 임도로 내려서야 한다. 전방 봉우리를 올라야 하는데 이 곳도 아래 임도가 정답.

 

 

 

# 표지기를 따르면 이 대숲에서 길을 잃게 된다.

 

 

 

# 대숲에서 길을 못 찾고 좌측 임도로 다시 내려 섰다.

 

 

 

# 이래 경치 좋은데 이 임도를 따르는 것이 옳은 일이다.

 

 

 

# 태양열 발전단지가 보인다.

 

 

 

# 산에서 내려오는 길과 다시 만나지만 곧 다시 산으로 올라 가라 한다. 여기도 임도가 정답.

 

 

 

# 산으로 들어가 봉우리 넘지만 곧 다시 이 임도와 합류한다.

 

 

 

# 지나 온 정맥길을 돌아본다.

 

 

 

# 저 멀리 옥산과 천왕봉.

 

 

 

# 삼각점이 있는 237봉.

 

 

 

# 감티봉이라 적어 두었다.

 

 

 

봉우리에서 한 숨 돌린 후 길을 나서는데, 곧 바로 좌틀하여 떨어지는 것이 아까 그 임도를 다시 만나겠다. 아니나 다를까 곧 다시 임도에 내려서게 된다. 담에 올 도깨비더러는 잔차 타고 그냥 임도를 따르라고 전해 줘야겠니다.

 

곧 또 우측 산으로 들어가라고 표지기들이 손짓하는데, 산같지도 않은 산들을 계속 고집스런 표지기들 따라 오르내렸더니 슬그머니 잔꾀가 난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그냥 임도를 따르기로 했다. 계속 표지기 잘 따르다가 막판에 한번 잔머리 굴렸는데, 하필이면 이 잔머리가 알바를 유도한다. 잠시 진행하는데 임도가 가는 방향이 영 정맥과는 멀어지는 기분이다.

 

잠시 진행하다가 우측 봉우리와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지만  표지기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주변 지형 살피니 정맥은 봉우리에서 양 갈래로 갈라져 우측으로 내려가고 나는 좌측 임도를 따랐다. 에그~~

 

정맥에 복귀하기 위해 우측 고사리 농장으로 들어가 농장길을 가로지르다가 정맥 마루금을 목표로 산을 치고 올랐다. 잠시후 헉헉 소리내며 정맥 마루금에 복귀했다.

 

 

# 소나무재선충이 이곳도 덮쳤나  보다.

 

 

 

# 임도에 다시 내려서서 잠시 가면 우측 봉우리로 또 올라가라고 하는데, 잠시 잔꾀를 부리다 알바를 하였다.

 

 

 

10여 분 알바를 했나 보다. 정맥에 복귀하여 편안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송전 철탑' 좌측을 지나치게 되고 봉우리 하나를 넘어 가는데 갑자기 역한 분뇨냄새가 코를 찌른다.

 

잠시 진행하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곳이 지도상 길주의 구간이다. 정맥은 좌틀하여 임도를 따르게 되어 있지만, 누군가 이 임도를 경작지로 사용하려는지 긴 임도 위에 가축 분뇨를 두텁게 깔아 두었다.

 

질척질척한 분뇨 위를 걸을 수 없어 좌측 숲으로 들어가지만, 잡목이 우거져 길을 찾기가 어렵다. 억지로 억지로 길을 만들면서 진행하였다. 저 불법 경작을 시도하는 사람에게 마구 화가 났다. 혹시 이곳이 개인 소유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아니라면 임도로 만들어 둔 곳을 저렇게 경작해 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코를 찌르는 악취에 시달리며 잡목을 헤치다가 숲을 벗어나고 임도에 내려서서 잠시 임도를 따른다. 다시 숲으로 들어가 작게 오르내리며 진행했다. 그런 분위기로 길게 진행하다가 막판에 두어 차례 오르내린 후 길게 떨어져 내리면 '마곡고개'에 이르게 된다. 13:45

 

 

# 삼거리 길주의 구간. 분뇨냄새가 코를 찌른다.

 

 

 

# 누군가 임도를 경작지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 마곡고개.

 

 

 

마곡고개는 사천시 곤명면 마곡리로 넘어가는 포장 도로인데 차량통행이 잦은 편이다. 고개 건너 산그늘에서 잠시 한숨 돌린 후 숲으로 올라가면 고로쇠 채취를 위해 설치해 둔 검은 파이프를 따르게 된다. 우틀하여 봉우리를 치고 오르는데, 정상 가까이에서부터 우측 사면으로 표지기들이 이상한 형태로 나무에 박혀 있다.

 

일반적으로 대간과 정맥을 한다면 나름대로 우리 산하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충실한 이들이 대부분이라 표지기를 달더라도 나무가지나 자연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매달게 마련인데, 이곳의 표지기들은 죄다 나무 옆구리에 스테이플러로 꽂혀 있다. 도대체 이게 뭔일일까?

 

일단은 그 표지기들을 따르는데 한 두개가 아니라 수백 개의 표지기가 일률적으로 소나무 등에 박혀 있고, 그로 인해 송진이 줄줄 흘러 내려 나무의 피해가 심해 보였다. 게다가 등로 역시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사면에 그냥 사람들이 일부 지나간 흔적의 길이라 진행하기가 힘이 들었다.

 

표지기들이 마루금에 가까워지는 곳이 나와 아예 위로 올라가보니 아주 넓은 임도가 나오고, 그 임도 좌우는 밤나무 밭이 길게 이어진다. 이제서야 해답이 나온다. 이 밤나무 농장의 주인이 정맥 산행하는 산꾼들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되고 그 피해를 막고자 - 어차피 못지나가게 막아도 산꾼들이야 끊임없이 이어져 오게 되어 있으니- 아예 새로운 정맥길을 만들이 산꾼들을 그쪽으로 유도하려는 작전을 쓴 것이다.

 

이 쯤에서 여러 측면의 생각이 든다. 명색이 정맥을 한다면서 우리 산하를 걷는 이들이 흔적없이 산길 걸어야 함은 물론이고 현지 주민들의 생업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는데, 오죽 남의 농장의 산물에 손을 대었으면 저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과, 그 산길은 어차피 일반 산객들은 지날 길이 아니고 정맥꾼들이 지나는 길인데, 일 년에 낙남정맥을 걷는 이가 백 여 명을 넘기 어려울 거고, 그 중에서 밤 수확철에 그 곳을 지나는 이는 또 그 수가 줄어들 텐데 그들이 무슨 피해를 얼마나 주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산길을 돌리려면 표지기들을 몇 개만 매달든지 안내판을 세우면 될 것을 저렇게 생나무에 스테이플러로 찍을 건 또 뭔가? 하는 생각 등이 교차하였다.

 

밤농장주가 우회시킨 등로는 길도 없고 오르내림도 있어 그냥 마루금을 따랐다. 잠시후 우측으로 내려가면 넓은 공터에 건설자재들이 쌓여 있는 야적지가 나온다. 그곳에서 좌틀하여 도로 따라 내려가면 진주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2번 국도가 앞을 가로막는다. 보행자는 건널 수 없는 곳이라 도로 아래로 내려가니 오늘 구간의 종착지인 '원전고개'가 나온다. 14:25

 

 

 

# 마곡고개의 이정목.

 

 

 

# 농장주가 등로를 우회시키려고 표지기들을 수거해서 나무에 그냥 박아 두었다.

 

 

 

# 스테이플러로 찍어 두어서 나무의 피해가 크다.

 

 

 

# 마루금이 밤나무 단지 안으로 이어져서 그랬나 보다.

 

 

 

# 원전고개의 이정목.

 

 

 

# 2번 국도가 지나는 원전고개.

 

 

 

원전고개에 도착하니 2시20분인데 그냥 산행을 마치기에는 너무 시각이 이르니다. 오늘 애초에 이곳 원전고개까지 할 요량으로 지도도 이 구간만 준비했고 시간 계획도 넉넉하게 잡았는데, 천왕봉을 지나면서부터 산들이 고만고만하고 오르내림도 적어서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게다가 평소 산에서 서너 차례 막걸리를 먹으며 휴식하는데, 오늘은 천왕봉과 배티고개 임도 두 곳에서만 비교적 짧게 산상주연을 하는 바람에 휴식시간도 절반이나 줄였더니 더욱 그러하다.

 

지도는 준비 안했지만 스마트폰에 저장된 것이 있어 확인해보니 다음 포스트인 딱발골재까지는 8km 거리라 아직 네 시간여를 더 가야 한다. 그럼 산행 마치고 서울로 돌아 갈 일이 또 걱정이다. 결국 시각은 너무 이르지만 이곳에서 스톱하기로 했다.

 

 

 

# 진주행 시외버스.

 

 

 

원전고개 버스 정류소에 배낭 내리고 주변을 살피니 정류소 뒤 토관에서 물이 제법 많이 쏟아지고 있다. 저 물로 몸을 씻을까 고민을 하는데, 마침 진주행 버스가 들어온다. 얼른 뛰어가 승차하였다. 잠시 후 진주에 도착하여 택시로 고속터미널로 갔더니 마침 네 시 발 고속버스에 딱 한 자리가 남아 있다. 오늘은 대중교통 시각이 딱딱 맞아 주는구나!

 

터미널 화장실에서 머리 감고 몸 닦아낸 후 새옷으로 갈아 입으니 옆자리 승객에게 피해 줄 일은 없다. 휴일 귀경 정체 탓에 다섯 시간 넘게 소요한 후 서울에 도착했다. 마중나온 마눌 차편으로 집에 들어오니 열 시가 조금 넘었다. 이 정도면 내일 출근하는데도 지장이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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