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낙남정맥]여섯번째 걸음(돌장고개~배곡고개)-독수리 이야기! 본문

1대간 9정맥/낙남정맥 종주기

[낙남정맥]여섯번째 걸음(돌장고개~배곡고개)-독수리 이야기!

강/사/랑 2012. 1. 31. 09:57
[낙남정맥]여섯번째 걸음(돌장고개~배곡고개)

 

 

독수리는 조중지왕(鳥中之王)으로 하늘의 기상을 상징하는 새이지만, 장수(長壽)하는 새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독수리의 수명은 40~6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독수리의 생명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독수리는 가장 오래 사는 새라서 인간과 비슷한 70년까지도  살 수 있지만, 그 수명(壽命)을 다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결정과 그 결정에 따른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독수리는 40세 정도가 되면 발톱이 안으로 굽어진 채로 굳어져서 먹이를 잡기조차 어려워지고, 길고 휘어진 부리는 독수리의 가슴 쪽으로 구부러져서 먹이를 찢기 어렵게 된다. 또, 날개는 힘이 떨어지고 무거워지며 깃털은 두꺼워져서 날아다니기가 쉽지 않게 된다.

 

노화(老化) 현상으로 모든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때 독수리는 스스로 중대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 그대로 삶을 마감하든지 아니면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이겨내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과정을 거치든지...

 

독수리가 환골탈태를 하기 위해서는 산꼭대기 절벽 위에서 무려 5개월 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고통스런 재생(再生)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독수리는 자신의 부리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바위에 대고 부리를 친 이후 새로운 부리가 돋아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그리곤 새로 난 부리를 가지고 낡은 발톱을 하나씩 뽑아낸 후 새로운 발톱이 다 자라기를 기다리고, 이윽고 낡은 깃털마저 뽑아내야 한다.

 

이렇게 5개월 동안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이겨낸 후에야 독수리는 환골탈태한 새 몸으로 다시 새로운 독수리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불꽃 속에서 다시 환생하는 피닉스와 같은 재생의 스토리다.

 

물론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독수리가 인간의 수명과 비슷한 세월을 사는 장수 동물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쳐 생명을 연장한다는 얘기는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호사가(好事家)들이 만들어 낸 허구에 불과하다.

 

이 재생의 이야기가 허구라 할지라도 그 내포한 의미가 하도 커서 사람들은 진실이라 믿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진짜인 것처럼 여러 자료에서 인용되고 전파된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많이 인용되는데, 기업이나 경제계에서 '혁신(革新)'의 사례로서 많이 회자 되고 있고, 경영학의 단골 교육자료이기도 하다.

 

이처럼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과거의 낡은 탈을 벗어야 한다. 그 과정은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런 인고(忍苦)의 통과의례(通過儀禮)는 독수리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에게도 당연히 적용되는 절차이다.

 

독수리가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내리쳐서 없앤 후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기를 기다리고, 그 부리로 낡은 발톱을 뽑아내며 또, 낡은 깃털을 하나하나 모두 뽑아내는 고통을 감내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듯이 우리 인간들도 자신의 삶을 둘러 싸고있는  낡은 관습과 습관, 의식, 행동들을 모두 벗어버리고 벌거벗은 알몸으로 북풍한설(北風寒雪)에 맞설 때 비로소 혁신(革新)의 끄트머리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든 적든 자신이 누려온 기득권을, 자신의 삶을 이어주던 생활의 토대들을, 일생을 함께 해온 오래된 습관들을 일시에 벗고 낯선 몸으로 낯선 세상을 바라볼 용기가 그렇게 말처럼 쉽게 생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혁신은 어렵고 혁신의 길은 험난하며 혁신을 이루는 사람이나 조직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

 

비록 새로운 부리, 새로운 발톱, 새로운 날개와 깃털을 갖는 일이 죽음과도 같은 고통일지라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인내하고 투쟁하면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는 일이어서 웅녀(熊女)가 사람이 되고 독수리가 새로운 생명을 얻는 일이 간간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이 살아 있는 세상을 꿈꾸는 요즘이다.

 

이번 낙남길 여섯 번째 걸음에서 산길을 걷다가 날개 다친 독수리를 만났다. 덩치 큰 독수리를 혼자 감당할 수 없어서 해당 관청에 구조 요청을 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구조했다는 결과를 듣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독수리의 생명 연장 이야기가 사실이어서 그 독수리가 무사히 새로운 날개로 푸른 창공(蒼空)을 날아 제 고향 몽골로 돌아갔기를 희망하며 독수리 이야기를 되짚어 보았다.

 

더불어 새로운 몸과 정신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나 스스로의 혁신(革新)을 꿈꾸기도 하면서..

   

독수리이야기!

구간 : 낙남정맥 제 6구간(돌장고개~부련이재~배곡고개)
거리 : 구간거리(14.7km), 누적거리(107.92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2년 1월 29일. 해의 날.
세부내용 :

돌장고개(08:55) ~ 석산 ~ 임도고개 ~ 232봉 ~ 260봉/임도삼거리(10:10) ~ 256봉 ~ 357봉 ~ 310봉/헬기장(11:20)점심 후 12:00出 ~ 295봉 ~ 254봉 ~ 객숙치/348봉 ~ 봉대산(13:10) ~ 347봉/사천시,고성군경계 ~ 양전산(14:05) ~ 308봉 ~ 부련이재(14:20) ~ 문고개 ~ 354봉/휴식 ~ 대곡산(백운산,15:50) ~ 426봉 ~ 395봉 ~ 380봉 ~ 야베스농장 도로 ~ 315봉 ~ 임도 ~ 배곡고(18:10) . 
           
총 소요시간 9시간 15분.
 

  

2012년 1월 28일, 흙의 날. 주말이지만 회사에 출근을 해야 했다. 작년 년말에 정신없이 바빠서 산길 나서기가 어려웠는데, 해가 바뀌어도 일이 쉬 줄어들지가 않는다. 오후 일곱시쯤 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 마눌이 차로 갖다 준 산행 짐 꾸려 작별 후 전철역으로 내려갔다.


사무실이 위치한 가산 디지털단지와 고속터미널은 7호선 전철로 한 방에 갈 수 있어 편리하다. 음악 열댓 곡 듣다 보니 고속터미널에 도착한다. 이후 8시 30분 발 진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책보다 음악 듣다 졸다 깨다 하다 보니 진주에 도착한다. 옛 친구 만나 술 한 잔 나눈 후 시외터미널 근처 찜질방에 들어갔다. 세 시간 정도 졸도하듯 잠자고 일어나니 시각이 어느새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다. 어이쿠~ 늦었다!

 

얼른 씻고 찜질방을 나와 근처 식당에서 아침 먹고 점심 도시락도 챙겼다. 편의점에서 막걸리도 한 병 챙기고... 금곡면행 시내버스를 확인하니 아직 20여 분 시간이 남아 있다. 마음이 급해 그냥 택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한가한 일요일 아침 장거리 손님 만나 기분 좋은 택시 기사의 수다를 들으며 금곡면 소재지를 지나고 사천 방향으로 우틀하여 잠시 달리면 지난번에 내려섰던 돌장고개에 이르게 된다.

 

 

객숙재/客宿峙

 

사천시 정동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일명 객숙치(客宿峙)라고도 한다. 옛날에 골짜기가 너무 깊고 멀어서 손님이 고개를 넘으려면 자고 넘었다는 데에서 생겨난 말이다

 

봉대산/鳳臺山

 

해발 409[m]의 낙남정맥의 중간에 위치한 봉대산은 진주시와 사천시, 고성군의 3개 시.군에 걸쳐있으며 진주시 금곡면의 주봉이기도 하며 금곡면 죽곡리에 위치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죽곡에는 옛날에 큰 대나무밭이 있었는데 그 대밭에는 봉 한마리가 살고 있었다 한다. 어느날 큰 홍수가 나자 봉이 봉대산 꼭대기로 날아가 앉았는데 나중에 물이 빠지고 난 자리에는 대밭도 없어지고 깊은 골짜기가 생겨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한다. 그 후 사람들이 대나무가 있는 골짜기라는 뜻으로 죽곡이라 하고 봉이 날아와 앉은 산이라 하여 봉대산이라 부른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낙남정맥 제 6구간 돌장고개~배곡고개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니 잠자고 책도 볼 수 있어 좋다.

 

 

 

# 돌장고개.

 

 

 

08:55. 짐 챙겨 돌장고개를 출발했다. 출발 시각이 너무 늦어 걱정이 많다. 돌장고개는 통영대전간 고속도로가 가로 지르고 있어 한참 우회를 해야 한다. 우측 사천 방향으로 잠시 내려가다 갈림길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고속도로 지하통로가 나오고, 통과 후 다시 좌틀하여 돌장고개 건너편까지 복귀해야 한다.

 

중간에 고물상같은 독특한 집을 지나고 석산개발지 입구를 지나 들머리에 이른다. 고속도로 한 번 돌아보고 숲으로 올라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 갈림길에서 좌틀.

 

 

 

# 고속도로 지하통로를 지난다.

 

 

 

# 외딴 집 앞에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

 

 

 

# 이 집 주인이 누군지 참 궁금하다. 재미있는 정신세계를 가진 이다.

 

 

 

# 오늘 산행의 들머리.

 

 

 

# 부련이재까지는 10.37km 거리다.

 

  

들머리에 들어서서 한차례 위로 올리면 마루금에 이르게 되고 그곳에서 좌틀하여 진행한다. 우측 아래로 석산의 흉물스런 모습이 숲 너머로 보인다.

 

다시 한차례 위로 올려 봉우리에 올라섰다. 그곳엔 묘지가 있고 한 켠 나무에 '장모씨 증조모 묘'라고 적혀 있다. 내 그동안 산을 다닌다고 다녔고 그 만큼 많은 묘지들을 보았지만, 누구누구의 묘가 아니라 누구누구 증조모의 묘란 이름을 달아 둔 것은 또 처음이다. "거~ 참~ 희한하네~?"

 

잠시 아래로 내렸다가 편백나무 따라 진행하다가 숲을 벗어나게 되고 우측에서 올라 오는 임도와 만난다. 이 임도는 석산 입구에서 시작되니 석산에서 바로 이쪽으로 와도 되겠다.

 

한차례 위로 올리면 석산에서 설치해 둔 듯한 깃발이 서 있는 '191봉'에 이르게 된다. 우측 아래로 엄청난 규모의 석산개발지가 산을 통채로 들어먹고 있다.

 

 

 

# 한차례 올려 돌아보면 지난 구간의 정맥길이 보이고,

 

 

 

# 참으로 뜬금 없는 표식을 본다.

 

 

 

# 191봉. 석산 좌측에 있다.

 

 

 

# 백두대간 추풍령의 큰산처럼 산 하나를 통채로 깎아 먹은 석산 개발지.

 

  

산을 완전히 거덜내어 버린 석산개발지는 아직도 개발이 진행 중인가 보다. 낭떠러지 위에 서자 저 아래까지 까마득히 깎아먹은 흔적이 보인다. 주변 지형 확인하니 돌장고개에서 연속으로 진행할 때는 이 191봉을 오르지 말고 석산 입구에서 석산을 그대로 통과해서 진행하면 될 듯하다.

 

전방으로 가야 할 정맥길이 보이는데, 고개 이쪽저쪽 모두 과수원이 개간되어 있다. 잠시 조망 구경하다가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임도가 지나는 고개에 내려섰다.

 

주변을 살펴보니 임도는 정맥과 나란히 진행되는 듯한데, 일단 직진하여 봉우리를 올라본다. 밤나무 과수원 가장자리를 따라 위로 올라 봉우리에 오르고, 우틀하여 진행하다 보면 임도가 계속 우측에서 따라 오고 있다. 길게 진행하다가 벤치가 있는 곳에서 임도와 다시 만나게 된다.

 

큰 서어나무와 벤치가 있는 곳에서 임도에 내려서고 이후는 임도를 길게 따랐다. 길게 진행하다가 한차례 위로 올리면 임도 고개에 올라서게 되는데, 파란 물통이 설치되어 있고 수도꼭지와 벤치가 있다. 부동수도라고 적혀 있어 수도꼭지를 틀어보았지만, 물은 나오지 않는다.

 

고개를 넘어 아래로 내려 잠시 진행하면 소나무 숲이 멋진 곳이 나타난다. 이곳은 벤치와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여름철엔 멋진 솔바람을 안겨 줄 것 같은 곳이다. 여름철 이곳에서 야영하면서 휴식하면 몸과 마음이 절로 청량해질 듯하다. 소나무 숲 가운데 갈림길이 있는 걸로 봐서 지도상 '임도삼거리'다. 10:10

 

 

 

# 아래로 내렸다 다시 올라야 한다.

 

 

 

# 아래로 내리면 임도삼거리가 있는 고개가 나오고 좌측 너머로 금곡면이 건너다 보인다.

 

 

 

# 임도가 정맥과 나란히 진행된다.

 

 

 

# 철 모르는 개나리가 피었다 추위에 얼었다.

 

 

 

# 감나무 과수원 위로 진행.

 

 

 

# 임도는 계속 우측에 따라 온다.

 

 

 

# 이곳에서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 서어나무 너머로 조망이 트이고 바람이 좋다.

 

 

 

# 길게 임도를 따르다 위로 올리면 파란 물통이 있는 고개에 올라서게 된다.

 

 

 

# 수도꼭지가 있지만 물은 나오지 않는다.

 

 

 

# 곧 멋진 소나무숲을 만난다.

 

 

 

# 소나무숲이 너무나 멋져 넓게 펼쳐보았다. 여름에 이곳에서 산동무들과 하룻밤 묵어가면 좋겠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이곳에서도 우측 임도를 계속 따르게 되고 제법 가파르게 위로 치고 올라야 한다. 그러다 임도가 산을 넘어가는 곳에서 우측 숲으로 들어가라고 표지기들이 손짓한다. 주변 지형 둘러보니 그냥 임도를 따라도 될 것 같은데 혹시나 해서 숲으로 올라갔다.

 

한차례 위로 올리면 봉우리에 이르게 되고 역시나 좌틀하여 임도와 같은 방향을 취하는데, 아래로 내려가면 과연 임도가 좌측 아래에 정맥과 나란히 진행하고 있다. 다시 위로 길게 치고 오르면 '무너진 성터가 있는 봉우리'에 이른다. 좌틀하여 다시 올라 가는데 임도는 계속 정맥과 나란하다.

 

한차례 위로 밀어 올리면 '벤치가 있는 분기봉'에 올라선다. 그곳 이정목에는 돌장고개에서 4.33km를 왔고, 부련이재까지는 아직 6.87km를 더 가야한다고 적혀 있다.

 

좌틀하여 잠시 내렸다가 길게 치고 오르는데, 한순간 임도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낑낑 치고 오르면 '357봉'에 이르게 되고, 정상을 넘어 이번에는 길고 길게 내려가게 된다. 그러다 희미한 옛고개를 지나고 다시 길게 치고 올리면 헬기장이 있는 '310봉'에 도착한다. 11:20 

 

 

 

# 임도갈림길에서 우측길로 올라갔다.

 

  

# 임도를 버리고 숲으로 올라 무너진 성터가 있는 봉우리를 넘는다.

 

  

# 벤치가 있는 분기봉. 이곳에서 낙남 여섯 번째 만에 처음으로 일반등산객을 만났다.

 

  

# 특징 없는 357봉.

 

  

# 길게 아래로 내려 희미한 옛고개를 지나고,

 

  

# 한차례 길게 밀어 올려 넓은 헬기장이 있는 310봉에 오르게 된다.

 

  

# 헬기장 한 가운데 짐을 내리고 천지신명께 인사 올린 후 마음에 점도 하나 찍었다.

 

  

넓은 헬기장은 잘 정돈되어 있어 마음이 포근하다. 햇살도 좋고 바람도 없어 쉬어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햇살 좋은 헬기장 제일 한 가운데 서서 팔 벌려 천지 기운을 마음껏 받아들이고, 짐 내려 휴식을 취했다.

 

우선 준비한 음식 펼쳐 천지신명께 올린 후 나도 음복으로 마음에 점 하나 찍었다. 술이야 원래 권커니작커니하는 맛이 좋지만 홀로 술향기 음미하며 마시는 맛도 빠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저장해 둔 음악 들으며 홀짝거리니 그 재미도 나름 조쿠나!!

 

덤으로 거풍도 한 번 즐긴 후 12:00에 짐 챙겨 길을 나섰다. 잠시 내렸다가 잔봉 두어 개를 넘으며 진행하는데, 이곳은 소나무 숲을 간벌해 두어 방치되어 있는 다른 곳과는 달리 숲이 건강해 보인다.

 

소박한 이정목을 지나 길게 진행하다 보면 간벌로 시야가 넓어져 숲 너머로 가야 할 봉대산이 우뚝하다. 우측으로 진행했다 좌측으로 다시 반 바퀴 휘감아야 하는 형국이고, 봉우리도 두어 개 넘어야 하는 형태라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전위봉1을 넘고 전위봉2는 아주 가파르게 밀어 올려야 했다.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급경사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소나무 한 그루 멋지게 서 있는 봉우리에 오르게 된다. 이곳이 '객숙치'다. 한자로 '客宿峙'라고 적는데, 진주시 지명유래에는 골이 깊고 산이 높아 나그네들이 한 번에 넘지 못하고 하룻밤 유하고 넘어야 해서 얻은 이름이라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사천시 쪽에서는 이 봉우리보다는 아랫마을에 '객당(客堂)'이란 지명이 나오고, 옛날 이 동네에 야철지가 있어 타지에서 일꾼이나 길손들이 많이 찾아와 그렇게 불렀다고 적어 두고 있다. 

 

전방으로 조망이 트이고 햇살도 좋아 잠시 한숨 돌리며 경치 감상하다가 좌틀하여 떨어진다. 곧 희미한 옛 고개에 이르더니 위로 치고 오르게 되고 계단식으로 서너 차례 밀어 올려야 한다. 마지막엔 나무계단이 등장해서 종아리가 땡기게 만드는데, 가파르게 밀어 올린 후 화강암 정상석이 있는 '봉대산'에 이르게 된다. 13:10

 

  

#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소나무 숲.

 

  

# 봉대산까지는 3km를 가야 한다.

 

  

# 소나무숲을 넓게.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이 돌 주변이 움푹 파여 있는데 누군가 이 돌을 캐 가려고 했나?

 

  

# 숲 너머로 가야 할 봉대산이 우뚝하다. 우측으로 가서 다시 좌측으로 휘감아야 한다.

 

  

# 객숙치.

 

  

# 전방으로 트인 조망을 보여주는 곳이다.

 

  

# 사천시 정동면 일대.

 

 

  

# 봉대산. 이런 정식의 정상석은 옥종 천왕봉 이후 처음이다.

 

  

# 진주 금곡면쪽 조망.

 

  

# 비닐하우스 농사를 많이 짓는다.

 

  

# 봉대산 정상의 헬기장.

 

  

오늘 구간에는 커다란 헬기장이 두 개나 나온다. 둘 다 잘 관리가 되어 있으며 바람도 타지 않아 연속종주시 야영장소로 훌륭해 보인다. 잠시 헬기장 중앙에서 해바라기하며 햇살을 즐기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길게 아래로 내려 희미한 옛 고개를 지나고 고만고만하게 오르내리며 진행하다가 '51번 송전탑'을 만난다. 봉우리를 하나 오르자 사천시에서 세운 낙남종맥 안내판이 서 있는 평전이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사천시와 고성군이 경계지어 나눠진다. 사천시의 낙남정맥에 대한 긍지와 인식은 참 높이 사 줄만 하다. 13:35

 

 

 

# 오늘은 또 특이한 안내문이 자주 눈에 띈다. 누군누구의 증조모 묘지라는 안내판이 나오더니 김해 김씨라고 적힌 안내문이 또 나타난다. 자신들의 묘역을 가리키나?

 

 

 

# 51번 송전탑.

 

 

 

# 이곳에서 사천과 고성으로 갈라진다.

 

  

# 사천시의 낙남에 대한 높은 인식은 칭찬해줄 만하다.

 

  

시 경계를 지나 아래로 길게 내리다 송전탑을 다시 지나더니 희미한 옛 고개가 있는 안부를 만난다. 이어 잔봉을 두어 개 넘고 한차례 올려 봉우리에 이르면 묘지가 나오고, 그곳에서 우틀하여 내리게 된다.

 

그러다 한차례 다시 위로 밀어 올리면 '양전산'에 도착한다. 14:05. 양전산은 볕 陽, 밭 田자를 쓰고 있는데 양지발라 보이기는 해도 밭의 이미지는 없다.  정상을 지나 아래로 길게 내겨가면 '부련이재'에 내려선다. 14:20.

 

 

 

# 양전산.

 

 

 

# 부련이재.

 

  

부련이재는 고성군 영현면 영부리와 상리면 고봉리를 잇는 포장고개다. 부련이란 이름이 특이하여 유래를 찾아보지만 찾기가 어렵다. 아마도 영부리나 영현면의 지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표지기 휘날리는 들머리를 들어서서 한차례 올리고 봉우리를 내려가면 부련이재에서 우측으로 올라와서 영부리 쪽으로 넘어가는 '문고개'에 내려서게 된다. 문고개에는 정말 담장없는 문이 하나 있어 저 문 때문에 문고개라 부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모기 蚊이나 글월 文 등과 관련된 유래가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문고개 좌측은 염소농장인데 등로 역시 염소농장 울타리를 따라 위로 올리게 되어 있다. 오르막이 제법 가팔라서 헉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차례 찐하게 올려 봉우리에 섰다. 하지만 정상은 봉우리 몇 개 뒤로 물러 나 앉아 있다. 

 

몇 개의 봉우리를 계단식으로 올리는데 정상이 쉬 나타나지 않아 매번 실망하게 된다. 다시 한차례 올리니 '354봉'에 이르게 된다. 정상은 아직이다. 이곳에서 짐 내리고 간식을 먹기로 했다.

 

30여 분 휴식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아래로 내렸다가 한차례 낑낑 치고 오르지만 정상은 또 뒤로 물러나 앉는다. 그 넘을 올라서야 비로소 정상에 서게 된다. "대곡산(백운산)". 15:52

 

 

 

# 진짜로 문이 있는 문고개.

 

 

 

# 354봉.

 

  

# 힘이 들어 이곳에서 아침에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다.

 

  

# 제법 힘들게 올라 온 대곡산(백운산).

  

 

대곡산(백운산)은 사람과 산 지도에는 동시 표기를 해 두었고, 현지에는 백운산이란 팻말을 달고 있지만 국립지리원 지도에는 대곡산이라 기록되어 있다. 아마도 뒤에 나타날 대곡산과 구분짓기 위해 백운산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백운산이란 이름도 너무나 흔한 이름이다.

 

아래로 내렸다가 길게 위로 치고 오르게 되어 있어 제법 헉헉 소리가 나는 곳이다. 힘들게 올라보지만, 정작 '426봉'은 조망도 특징도 없는 봉우리일 뿐니다. 앞에 있는 대곡산이 391m이니 높이가 한참 높지만 이름도 얻지 못했다.

 

좌틀하여 아래로 내렸다가 한차례 올리면 '397봉'을 넘게 된다. 다시 '송전탑'을 지나는데, 전방 10여m 앞 등로 상에 누군가 등을 보이고 앉아 있다. 지역 주민이 산에 올라왔다 지쳐 앉았나 싶었다. 큰 소리로 인사하고 가까이 갔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라 커다란 독수리가 등로에 앉아 있다.

 

"오잉? 독수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네?" 가까이 가보니 나를 보고 놀래서 뒤뚱뒤뚱 등로를 따라 도망을 가지만 몇 걸음 가다 서고 만다. "너 왜 그러냐? 그만 날아가!"  날아가라고 손을 휘저어 보지만 몇 걸음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왼쪽 날개의 큰 깃털이 밖으로 삐져 나와 있다.

 

아마도 이 지역을 지나는 송전탑에 부딪쳐 날개를 다쳤나 보다. 녀석을 구조해야겠는데, 초등학생 몸집만하게 워낙 덩치가 커서 혼자서는 감당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부리나 발톱을 보니 엄청나게 크고 날카로워 흉기에 가깝다. 섵불리 안으려고 하다가는 공격을 당할 듯하였다.

 

녀석의 곁에 서서 방법을 찾다가 일단 119에 신고를 했다. 그랬더니 119에서는 야생동물은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고, 해당 군청에서 관할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일요일에 군청에서 담당공무원이 근무할 것 같지도 않고, 인터넷 검색해서 동물보호구조본부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휴일날 당직자가 없는지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경남지역도 아니고...

 

할 수 없이 고성군청 당직실에 전화를 했다. 이날 당직은 여성 공무원이다. 신고를 접수한 이 당직 공무원은 굉장히 난감한 모양이다. 일요일이라 담당자가 집에서 쉬고 있다는 것이다. 한참을 그 당직자와 통화를 해보지만, 난감해 하기만 하고 해결책을 젯하지 않는다. 


일요일에 이런 일을 신고해서 미안하고 곤란하겠지만, 문제는 이 독수리를 구조해야하는 일이 급하니 방법을 찾아주기를 요구했다. 그것이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의 의무 아니겠는가? 일단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 마냥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어서 출발하였다. 독수리는 여전히 등로 한 쪽에 앉아 있다.

 

잔봉을 하나 넘고 아래로 내리는데 군청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상황을 설명하고 독수리 구조를 요청하는데, 이 지역 위치를 도저히 알아 먹지를 못한다. 스마트폰 어플 작동시켜 위도와 경도를 불러 주지만, 그것도 이해를 못한다. 일단 주변 산 번지와 위치를 불러 주고, 근처에 오면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나도 길을 나섰다.

 

이곳저곳 신고하고 설명하느라 20여 분 넘게 시간 소모를 했다. 다시 길을 나서 잠시 진행하니 우측으로 개간지와 농장이 보이고 잠시 더 가면 농장으로 넘어가는 시멘트도로에 내려서게 된다. 지도에 '차단기'로 표기되어 있는 지역이고 '야베스농장'이란 안내판이 서 있다.

  

 

# 426봉

 

  

# 세 번째 만난 송전탑.

 

  

# 전방 등로에 누군가 앉아 있다. 처음엔 나무하러온 지역 주민인줄 알았다.

 

  

# 가까이 가보니 커다란 독수리가 앉아 있다.

 

  

# 훠이훠이~ 쫒아보지만 날지를 못한다.

 

  

# 왼쪽 날개를 다쳤다. 덩치가 너무 크고 부리와 발톱이 날카로와 내 힘으로는 구조를 할 수 없었다. 부득이 119를 거쳐 고성군청에 연락을 했다.

 

  

# 야베스농장 진입도로. 지도에는 차단기로 적혀 있다.

 

  

야베스 농장 진입도로에 내려 서는데, 담당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이곳 지형을 설명해 주지만 어떻게 된 것이 관할 지역의 지명을 너무나 모른다. 야베스 농장도 모르고, 배곡고개도 모르고...

 

지도 펼쳐 놓고 10여 분 또 설명을 한 후에야 겨우 의사소통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곳을 찾아 오기를 그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결국 이렇게 하여면 오늘 추계재까지 가기로 한 일정은 무산되고 말았다.

 

땀 흘리며 걷다가 가만히 서 있으려니 체온이 떨어져 온 몸이 덜덜 떨러 오는데, 땅거미가 찾아 오면서 기온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20여 분 더 덜덜 떨며 기다린 후에야 트럭 타고 온 공무원 두 명을 만났다. 뜰채 형식으로 된 큰 그물과 두터운 가죽장갑을 준비해 왔는데, 요즘 이 지역에서 독수리 조난 신고가 심심찮게 들어 온다고 한다.

 

하지만 지도 펼쳐 독수리 위치를 알려주면서 산길로 30여 분 올라가야 하고, 두 번째 봉우리에 있다고 하니 굉장히 난감해 한다. 일요일날 쉬다가 이런 호출을 받고 출동하려고 하니 귀찮고, 어두워지는 산으로 올라 가라고 하니 황당하였을 것이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것이 그들의 의무이고 또 생명이 달린 문제이니 감수해야 할 일이다.

 

이미 땅거미 찾아드는 시각이고 아직 30여 분 더 산행을 한 후 차를 두어 번 갈아 타고 진주로 나가서 다시 고속버스로 서울로, 또 전철과 택시 이용해서 광명까지 가야 하는 일정이 까마득히 남아 있는 몸이라 그들이 독수리를 구조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철저한 당부와 함께 그들이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나머지 산행을 위해 반대쪽 산으로 올라갔다.

 

어두워지기 전에 산을 내려오려면 뛰는 수밖에 없었다. 체온도 올릴 겸 오르막을 뛰어서 오르는데, 정상 부근에 이르자 심장이 터질 듯하였다. 숨을 헉헉 고르며 '315봉'을 넘고, 이후는 평탄한 길이라 그냥 뛰어 갔다.

 

잠시 후 야베스 농장 진입도로를 다시 만나게 되어 지도 확인하니 여기부터는 그냥 임도를 따라도 되겠다. 어두워지는 숲보다는 아직 밝은 임도를 택할 필요가 있었다. 역시 뛰어서 가니 곧 배곡고개 우측 아래에 내려서게 된다. 잠시 후 도로 따라 위로 올라가면 '배곡고개'에 도착한다. 16:15

 

 

 

# 야베스농장 진입도로를 다시 만나 이번에는 도로를 따르기로 했다.

 

 

 

# 배곡고개.

 

  

배곡고개는 봉발리와 망림리를 이어주는 1차선 포장도로인데, 차량통행은 없다. 다니는 차가 없으니 히치하기는 틀렸고 금곡면 택시 번호를 찾아 호출했다.

 

원래 예정되었던 가리고개까지 갔다면 차를 얻어탈 수도 있었을 텐데... 독수리 때문에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지체했나 보다. 들머리 위치가 애매해서 다음 번 산행 출발하기도 곤란하게 되었다. 구간 거리 잡기도 애매해졌고...

 

어쨌거나 좋은 일하다 그리되었으니 나쁠 거는 없는 일이다. 잠시 후 금곡택시로 금곡면에 도착하니 진주행 시내버스가 종점에서 기다리고 있다. 대충 먼지만 털어내고 승차하였다. 20여 분을 대기한 후 출발한다. 진주에 도착하니 딱 7시 15분인데, 마침 7시 20분 서울행 고속버스에 자리가 남아 있다.

 

 

 

# 진주시 금곡면 시내버스.

 

  

온몸이 먼지투성이에 땀범벅이라 옆자리 승객에게 엄청난 실례일 것 같아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승객이 적어 옆자리가 비었다. 그래서 캄캄한 고속버스 실내 뒷좌석에서 조심스레 옷을 벗고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낸 다음 새 옷으로 갈아 입었다. 씻은 만큼 개운하지는 않지만 견딜 만은 하였다.

 

서울로 귀경하는 길에 고성군청 담당공무원에게 전화해서 독수리 구조 여부를 물었다. 그런데 그들이 산으로 올라가 봤는데 독수리가 없더란다. 그리고 자기들이 봐 온 바로는 스스로 치유되어 날아 간 경우가 많더라고 그 독수리도 그랬을 것 같단다.

 

오잉? 내가 볼 때는 독수리의 상태가 홀로 날아 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고, 까마귀 놈들이 독수리 주변에서 계속 맴돌아서 찾기도 쉬웠을텐데? 그렇다고 그들에게 당신들 정말 그곳까지 가 본 것이 맞냐고 추궁할 수도 없고, 일요일 오후에 느닷없이 신고받고 출동해야 하는 그 심정이 이해 않되는 바도 아니라 일단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낼 수밖에 없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긴 산행 뒤의 엄청 피곤한 상태였지만, 날지 못하고 혼자 어두운 숲길을 헤매고 있을 독수리 생각에 잠들지 못하고 내내 전전반측이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경남동물구조본부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관할 밖이고 결국 해당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다시 그 산을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한다. 그래서 고성군청에 다시 연락해서 구조 가능여부를 확인해 주기를 부탁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전해지는 이야기 속의 늙은 독수리가 부리, 발톱, 깃털을 모두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듯이 그 독수리도 원기를 회복해서 훨훨 날아 갔기를 기원하면서...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물사랑의 다음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

 


Comments